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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로데오거리

[밀물썰물] 로데오거리

거리 이름은 유행을 탄다. 예전엔 해당 지역 지명 또는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교 등의 이름을 따 ‘OO거리’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엔 ‘O리단길’이라는 식의 작명이 선호됐다. 원조인 서울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부산 해리단길, 김해 봉리단길, 울산 꽃리단길 등 전국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지어진 ‘거리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이에 앞서 1990년대엔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이 크게 유행했다. 웬만한 도시에 로데오거리가 앞다퉈 조성됐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건대입구 로데오거리,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대전 궁동 로데오거리 등 현재 전국엔 수십 곳의 로데오거리가 존재한다. 부울경에도 부산 해운대 로데오거리, 김해 로데오거리, 진주 로데오거리 등이 있다. ‘거리 이름’ 자체가 상권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쟁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적으로 동일한 이름의 특화 거리가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진 것은 다소 의아한 현상이기도 하다.이런 식의 네이밍 열풍이 분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로데오는 미국 카우보이들이 길들이지 않은 말이나 소의 등을 타고 버티는 경기를 일컫는다. 로데오거리의 원조로는 미국의 비벌리힐스의 패션거리를 꼽는다. 소들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이동하던 길이 로데오거리였다고 한다. 이후 할리우드 영화산업 발전으로 비벌리힐스가 세계적 명소가 되면서 로데오거리가 패션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원조격인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비벌리힐스 거리 이름을 차용한 것을 계기로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국내 로데오거리의 특징은 패션 특화 매장들이 밀집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백화점이나 대형상설할인매장 등이 대거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까지 확산하면서 쇼핑1번지로 각광받던 로데오거리 상당수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최근엔 경남 패션 중심지였던 진주 ‘로데오거리’가 상권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렸다. 320여 개 점포 중 정상 운영 중인 곳은 40여 곳에 그치는 등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거리 터줏대감인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마저 영업을 중단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불야성이었던 전국 로데오거리의 상당수도 지금의 진주 로데오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에 놓여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 등이 머리를 맞대 기반시설 정비와 하드웨어 변경 등을 통해 로데오거리의 영광을 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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