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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 없는 클래식

아무도 관심 없는 클래식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올 2월 오페라와 발레를 “아무도 관심 없는 공연 예술”이라고 지칭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배우 샬리즈 세런은 “경솔하다”며 일침을 가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만큼 발레와 오페라도 특별한 감동의 경험을 준다”고 지적했다. 패션 잡지 〈엘르〉도 반박에 가세했다. 3월 1일 자 ‘오페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오페라 극장을 순례하는 영상을 소셜 플랫폼에 올리는, 이른바 ‘오페라 걸’ 유행을 소개했다. 이어 팝 가수 로살리아·비욘세·레이 등이 ‘오페라 미학’의 부활을 이끄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로살리아의 ‘Lux’나 비욘세의 ‘Daughter’는 성악적 발성과 극적 표현을 차용했다. 오페라식 합창과 극적 서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에도 클래식의 영향력은 다른 장르에 스며들며 변주되고 있다.클래식은 유행이나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매개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일본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어린이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시작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 재팬’이 좋은 사례다. 시민 성금으로 운영되는 오케스트라 교육에서 아이들은 하모니를 배우며 치유되고, 기부자들은 공연을 보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나눈다. 이 운동은 1975년 빈곤과 범죄에 노출된 베네수엘라 청소년 대상의 ‘엘시스테마’가 원조다. 미국의 ‘LA청소년오케스트라’(YOLA), 한국의 ‘꿈의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전 세계 70개 나라에서 클래식이 청소년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부산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23곳(개인 2명 포함)이 20일 ㈔부산클래식문화재단에 35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연말에도 업체 두 곳이 성금 20억 원을 전달했다. 특정 회사의 개별 후원 사례는 흔하지만 향토 기업들이 지역의 클래식 문화 진흥을 위해 십시일반 힘을 보탠 경우는 드물다.부산콘서트홀에 이어 올 연말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된다. 최고 시설의 공연장이 들어선다고 곧바로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은 아닐 테다. 관객을 불러들일 콘텐츠 전략과 함께 지역 사회 내부에서 클래식을 매개로 다양한 연결점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번 기부금이 공연 지원, 교육, 소외 계층 음악 나눔 사업에 쓰일 계획이라니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문화로 융성한 도시’에 가까워진다.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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