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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화석연료 위험과 기회

탈화석연료 위험과 기회

첨단 기술의 총아인 스마트폰은 석유 없이 만들 수 없다. 케이스, 버튼, 내부 절연체 등이 나프타 가공품이라서다.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으로 가공되어 합성수지와 합성 섬유·고무의 원료가 된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간 원유는 대략 500mL다. 500mL 페트병 하나에도 40mL 전후 석유가 들어간다. 의류, 타이어, 의료용품 등 우리의 일상은 석유화학의 마법으로 지탱된다. 석탄도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철광석을 녹이려면 1500도 이상 고온이 필수인데 전기로는 안 되고 석탄 가공품인 코크스로만 가능하다. 건설의 필수품 시멘트도 석회석을 석탄이나 중유로 태워야 얻을 수 있다.전기차는 친환경을 대변하지만, 탄소 발자국 측면에서 보면 족적이 거대하다. 외부 철골 차체는 물론 내부 마감재를 화석연료 없이 만들 방법이 없다. 전기차의 심장 이차전지야말로 석유화학의 결정체다. 배터리 셀 내 분리막, 음극·양극재, 배터리 팩 외장, 절연체는 내열성·내구성·절연성이 뛰어난 특수 플라스틱 덕분에 제 기능을 발휘한다.교통·발전·난방 등 연소용 연료는 줄이거나 전기·수소·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만 재료로서의 화석연료는 대체 불가능하다. 탄소 중립의 최대 딜레마다. 연료 사용 감소가 온실가스 해법이라는 게 상식이지만 실은 재료까지 대체되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연료 감축 단계에서 헛돈다. 최근 브라질 벨렝에서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맹탕으로 끝난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의 몽니 탓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 섭씨 1.5도 이하 억제라는 목표에 ‘이행 가속화’ 조건을 달았지만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재탕이다. 인류는 지난 10년간 가공스러운 기후 재앙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한국은 이번 COP30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2024년 발전량 비중에서 석탄·LNG(각각 28.1%)가 절반을 넘는 구조에서 석탄 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도전이다. 재료로서의 화석연료 탈피는 문명사적 전환이라 시련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 기반 화학, 이산화탄소 기반 합성소재 등 소재·화학 혁명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전환의 기회로 삼는다면 반전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에 맞서 변화를 주도할지 뒤따를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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