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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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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프로축구 K리그에 ‘신의손’이란 선수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출신의 골키퍼 샤리체프. K리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샤리체프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소련이 해체되던 이듬해인 1992년 당시 일화 천마 구단에 입단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가 일화에서 뛸 당시 경기당 실점률이 소수점 이하였다. 야구로 따지면 투수의 ‘0점대 방어율’을 보인 것이다. 샤리체프의 맹활약 덕분에 일화는 리그 최다 실점 팀이란 오명을 벗고 리그 최소 실점 팀으로 탈바꿈했다. K리그 3연패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이를 본 타 구단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부천 유공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샤샤 골키퍼를 영입했고, 샤샤 또한 ‘0점대 방어율’로 맹활약했다. 이후 프로축구 모든 팀들은 외국인 골키퍼 영입에 앞다퉈 나섰고, 국내 골키퍼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좁아진 국내 골키퍼들의 입지는 곧바로 실력 저하로 이어졌고, 월드컵이나 아시안 게임 등 A매치에서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999년 외국인 골키퍼 등록 금지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규정은 샤리체프 때문에 만들어진 셈이다. 당시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규정으로 샤리체프는 본의 아니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이후 서울FC 코치를 시작으로 국가대표(U23), 부산아이파크, FC안양, 김해시청 코치 등을 거쳐 현재 천안공고 골키퍼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0년 한국으로 귀화해서 선수 시절 별명인 ‘신의손’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내년부터 이 규정이 바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6시즌부터 K리그에도 외국인 골키퍼 등록을 허용했다. 무려 27년 만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최근 외국인 골키퍼 선수 등록이 제한되면서 국내 수문장들의 연봉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고, 과거와 달리 구단 수가 대폭 늘어나 외국인 골키퍼가 도입돼도 국내 골키퍼의 출장 기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K리그1과 K리그2에 모두 해당된다.이와 함께 내년 시즌부터 K리그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다. 물론 출전 선수(K리그1 5명, K리그2 4명)는 제한을 뒀다.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국내 선수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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