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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폰티켓’

입시 ‘폰티켓’

삼성그룹은 몇 년 전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회의를 하거나 이동할 때 스마트폰을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계열사엔 아예 회의실 앞에 스마트폰 보관대를 만들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폰티켓’(스마트폰+에티켓)을 강조한다. 식사하기 전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끝나면 돌려받는 식이다.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확실한 스마트폰 사용 원칙이 있다. 일할 때는 스마트폰 알림을 모두 꺼두고 문자메시지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회의 때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회의 도중 스마트폰을 보며 집중하지 않는 관행이 효율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의사 결정까지 지연시킨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을 단속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대한전문건설협회는 최근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내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작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건설 현장은 중장비 사용이 많고, 활동이 제한되는 공간이 많아 스마트폰 사용이 중대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된 사고도 항해사가 스마트폰을 보다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국회의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으로 보좌관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다 언론사의 카메라에 찍혔다. 그는 소속 정당에서 탈당해야 했고,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딸 결혼식 축의금 명단을 확인하다가 낭패를 봤다. 스마트폰을 언제 사용해야 할지 언제 자제해야 할지 뻔한데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다.최근 부산의 한 대학에서는 음악 관련학과 수시입학 실기시험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교수가 심사 도중 스마트폰을 보다가 수험생과 학부모로부터 국민신문고에 신고당하는 일이 있었다.인생이 걸린 대입 실기시험에서 심사위원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측은 “심사에 필요한 악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악보를 인쇄물로 준비할 경우, 종이 넘기는 소리가 연주와 심사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파일 형태로 저장한 악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수험생과 학부모가 이를 수긍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보다 세심한 폰티켓이 필요할 것 같다.박석호 선임기자 psh21@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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