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뉴스홈 > 오피니언

사설

+ 더보기

밀물썰물

+ 더보기
카보베르데의 꿈

카보베르데의 꿈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복싱 51kg급에서 동메달을 딴 데이비드 데 피나는 경기력만큼이나 ‘미키마우스 머리’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으로 자국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카보베르데는 1996 애틀랜타 이후 7차례 올림픽에 나갔지만 한 번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피나의 메달은 그 긴 기다림의 종지부였다.아프리카 서쪽 대서양 한가운데 떠 있는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다. 국토는 한국의 25분의 1, 인구는 53만 명 남짓한 작은 나라다. 15세기 포르투갈에 의해 발견된 뒤 500여 년간 식민지로 머물다 1975년에야 독립했다. 비록 작지만 축구 열정만큼은 뜨겁다. 1986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이후 아직 월드컵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엔 FIFA 랭킹 27위까지 치솟으며 아프리카의 다크호스로 불렸다. 현재 순위는 70위권으로 인구 14억 명의 중국보다도 높다. 카보베르데 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다. 유럽 빅클럽 소속은 없지만 대부분 중소 리그나 2부 리그, 중동 리그에서 뛴다. 축구 인프라도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아 바닷가와 산 중턱에도 경기장이 있으며, 10개 거주 섬 중 9곳에서 자체 리그가 운영된다. 어떤 섬은 두 개 리그를 둘 정도다. 대표팀 홈경기 날이면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따라다닐 만큼 인기도 높다.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오랜 꿈이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본선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실력 또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리비아와 3 대 3으로 비겨 본선행을 확정짓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조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는 14일 조 최약체 에스와티니를 꺾는다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그 순간은 곧 또 하나의 축구사로 기록될 것이다. 역대 참가국 중 인구 기준으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인구 40만 명의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나라가 된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첫 본선에 나선 세네갈이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듯이 카보베르데 역시 새로운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섬나라가 세계 축구의 지도를 흔들 날이 머지않았다. 기회를 온전히 현실로 만드는 건 이제 그들의 몫.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만으로도 이미 세계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부산일보 논설위원

오늘의 칼럼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