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시장,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담판 이번엔 매듭지어야
박형준 부산시장이 8년째 표류 중인 부산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위해 담판에 나선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달 중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해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2017년 파산과 동시에 폐원한 침례병원을 2022년 499억 원을 투입해 매입한 뒤 건강보험공단 직영 보험자병원 전환을 추진해 왔다. 침례병원 공공화를 위한 최종 관문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통과다. 하지만, 2023년 12월 건정심 안건에 처음 상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2차례 연속 재논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가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는 재정 부담을 놓고 시와 건정심 심사위원들의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기준으로 진행한 2020년도 용역 결과, 개원 1년 차엔 79억 5700만 원, 2년 차엔 97억 800만 원, 3년 차엔 47억 73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3년 동안 무려 2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건정심 위원들은 적자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시는 4년간 적자 보전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건정심은 최소 5~10년가량 적자 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시장이 이번 면담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공공병원 전환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부산의 한 민간 의료기관이 시에 침례병원 인수 의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안으로 침례병원을 매입한 뒤 1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민간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침례병원이 공공병원화 대신 민간 매입 형태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시민단체는 “민간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중단하고,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박 시장에 촉구했다. 시는 민간 매각보다 박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침례병원 공공병원화가 우선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가 공공병원화 추진 좌초에 대한 지역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침례병원 공공화는 공공의료 강화가 시급한 부산의 현실에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현재 부산의료원 하나로는 공공의료를 충분히 지원하기가 어렵다.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서부산의료원은 지난 5일 실시협약을 체결했으며, 2028년이 되어야 준공될 예정이다. 공공보건의료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부산 금정구를 찾아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약속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기조와 연계해 보건복지부와 공공화 협상을 이번에는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적자 가능성에 대한 설득 논리와 재원 확보 방안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 공공화를 꼭 실현해야 할 것이다.
[사설] 지역 건설업 고사 위기… 규제 아닌 부양 대책 필요하다
지역 건설업계가 ‘일감 부족’ 때문에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실’ 평가를 받는 지역 건설사가 3년 새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건설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활황이지만 지역은 수요 위축과 미분양 확대로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공사에서도 소외되는 일이 허다하다. 고강도 산재대책도 지역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는다. 지역 건설사들은 이젠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역 건설업은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규제를 풀고 부양 대책을 마련해 지역 건설업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022~2025년 신용평가 및 상시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HUG의 전체 보증거래업체 2740곳 가운데 397곳이 대출 증가로 ‘주의’ 또는 ‘경보’를 받아 부실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 또는 경보를 받은 지방 건설사는 247곳으로 수도권(150곳)에 비해 100곳 가까이 많았다. 2022년만 해도 지방 부실 건설사는 114곳에 불과했다. 3년 만에 그 숫자가 116% 이상 폭증한 것이다. 부산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100위권 내 6개였던 부산 건설사는 올해 4개로 감소했다. 전국 200위권에는 지난해 18개가 포함됐지만 올해는 12개에 그쳤다. 올 들어 부산에서는 삼정기업(114위)과 삼정이앤씨(122위)가 반얀트리 호텔 화재 여파와 그 전부터 있었던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 역시 미수금 규모가 커지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중견 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대여섯 곳이 부도 처리되고, 50여 곳이 폐업·등록말소됐다. 지난해 부산 지역 전문 건설공사액 5조 5000억 원 중 부산 업체의 수주 비중이 처음으로 46%로 추락한 것은 지역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방증한다. 이제 건설업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업체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중대재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지역 건설사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를 요청하는 규정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노동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당수 지방 건설사들을 배려하는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관급공사 등에 지역 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확대하는 등 수도권과 차별화된 핀셋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1가구 2주택 세제 완화 등 지방에 특화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균형발전은 선택 아닌 운명" 파격과 속도전 뒤따라야
이재명 정부의 123개 국정과제가 16일 최종 확정됐다. 이번에 확정된 국정과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한 지역균형발전 아젠다가 대부분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지속성장과 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는 언급을 내세우며 수도권 몰아주기의 효율성이 한계에 이른 만큼 전국이 고르게 발전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왔다는 점도 지역균형발전을 향한 상징적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제 남은 것은 확정된 국정과제의 속도감 있는 실현이다. 부산의 입장에서 이번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완료하겠다며 시점을 국정과제 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해수부 부산 이전을 토대로 한 K-해양강국 건설까지 국정과제에 들어갔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숱한 언급이 난무했으나 정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외에 정부는 2028년 유엔해양총회 부산 개최 추진을 통한 국제 협력 강화도 과제로 명시했다. 이는 부산의 새 도약 계기가 될 북극항로 개척을 본격화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 구축 마련책이라는 평가다. 해수부 이전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아젠다로 눈길을 모은 국정과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착수’다. 공공기관 이전은 2005년 1차 정책 실시 이후 추가 시행 필요성이 정권을 막론하고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20년이 다 되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 도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수부 이전만큼이나 그동안 말잔치만 무성해 온 이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됨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추진력을 확보하리라는 기대감을 준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해수부 이전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두 축이다. 이 대통령의 표현처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균형발전이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면 이 두 축부터 튼실히 세워야 마땅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줄곧 ‘5극 3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수도권 1극이 아니라 지역에 5개 극과 3개 특별자치도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지역균형발전 구호로서는 더없이 매력적이다. 문제는 실행 속도다. 앞선 정부들도 지역균형발전 청사진은 곧잘 제시해 왔으나 평가는 늘 낙제점에 가까웠다. 정부 실행력이 가장 왕성할 때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좌고우면하다 실기한 이전 정부의 과오를 이재명 정부가 반복한다면 5극 3특 구호는 레토릭으로 전락할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파격적인 조치라도 감행함으로써 과감하게 속도전에 임해야 한다. 그 파격과 속도전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말한 운명이다.
MZ조폭
부산 폭력조직 계보는 6·25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의 칠성다방 앞 피란민 깡패들의 모임이었던 ‘세븐스타’가 부산지역 폭력조직의 시초로 꼽힌다. 이 세븐스타는 1970년대 ‘칠성파’로 이름을 바꾸고 1980년대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한다.칠성파는 이후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등장한 ‘신20세기파’와 쌍벽을 이루며 부산의 밤을 장악했다. 유흥·향락업소 보호비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이들은 영화 〈친구〉의 소재로도 등장했을 만큼 악명을 떨쳤다.1990년대 들어 사정은 급변했다. 노태우 정부가 벌인 ‘범죄와의 전쟁’으로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돼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대형 폭력조직은 와해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강환이 출소하면서 다시 군소조직을 흡수하자 칠성파와 반칠성파 연합 사이 갈등이 재현된다. 그 결과 터진 것이 2006년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 난투극이었다. 새벽을 틈타 반칠성파 연합 50여 명의 조폭들이 둔기를 들고 난입해 칠성파와 패싸움을 벌이던 장면은 느와르 영화를 무색케 할 만큼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는 부산 검찰의 강력부 강화로 이어졌고 이후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두목과 행동대장급들이 줄줄이 잡혀가게 됐다. 당시 검찰은 이들에 대해 범죄단체구성죄를 적극 적용하고 부동산이나 유사금융으로 벌어들인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범죄수익 환수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도 했다.그렇게 기존 조폭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사이 2030세대 위주의 소위 MZ조폭이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토대로 한 기존 조폭의 문화와는 달리 비슷한 세대가 모인 ‘또래형’ 집단을 형성하는 특징을 보였다. 수입원도 허위 투자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주식 투자 유도방을 통한 자본 모집,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등 지능형으로 탈바꿈했다. 2023년엔 부산지역 410억대 투자 사기단 검거 결과 운영진 대부분이 MZ조폭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활동을 숨기기보다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외제차와 명품 등을 과시하며 조직원을 모으는 당돌함도 내비친다.MZ조폭 트렌드와는 별도로 최근 부산 도심에서 잇따라 난투극을 벌이다 잡힌 2030 폭력배들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부산 대표 기존 조폭 집단의 명맥도 MZ세대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었음이 놀라울 뿐이다. 신구 독버섯에 대한 당국의 근절책 마련을 촉구한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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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HMM 민영화의 원칙
길이 400m 폭 61m 높이 33.2m. 2020년 4월 부산항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HMM 알헤시라스호’의 위용은 대단했다. 20피트 컨테이너를 무려 2만 4000개나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었다. HMM(옛 현대상선)은 그 뒤로 3개월간 같은 크기의 배 11척을 인도받아 유럽 노선에 투입했다. 주인 잃은 현대상선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넘겨받아 공적 자금을 과감히 쏟아부은 덕분에 현재 HMM은 세계 8위 수준의 수송 능력(선복량)을 갖추게 됐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비율은 각각 36.02%와 35.67%다. 산은의 자기자본(BIS)비율은 13.9%로 금융당국 권고치 13%를 겨우 넘긴 상태다. HMM 지분이 자기자본의 15%를 넘기면서 위험가중치 1250%를 적용받게 돼, HMM 주가가 오르면 BIS비율이 낮아지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HMM 지분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을 3년 미뤄줘 매각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체 산업군 지원을 맡는 산은의 자금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을 더 미룰 수 없기에 신임 박상진 산은 회장이 지난 9일 “HMM 민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HMM 민영화 논의에 앞서 한진해운 파산의 교훈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소유 기업의 의지 부족, 정부의 해운업에 대한 몰이해가 겹치며 세계 7위 선복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던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당시 채권단은 한진그룹에 긴급자금 7000억 원을 요구했지만 한진은 경영권과 함께 4000억 원을 내놓겠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리다 법정관리와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불과 3000억 원 차이였다. 2017년 선복량 기준 세계 13위에 불과하던 현대상선을 오늘날의 세계 8위 HMM으로 키우는 데 투입된 공적자금은 약 6조 8000억 원. 호미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 겨우 막은 셈 아닌가. 돈 문제가 다가 아니다. 한진이 40년간 확보한 선박과 부두 지분 같은 유형의 자산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구축한 네트워크, 업계 전문 지식을 내재화 한 고급 인력들이 모두 산산히 흩어져버렸다. 무형의 자산은 돈을 쏟아붓는다고 당장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 HMM은 미주와 유럽, 아시아 노선을 동시에 운영하는 국내 유일 글로벌 원양 선사다. 민영화에 단순한 금융·기업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국내 수출입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필수 기간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실제 원양 선사가 맡는 공공적 성격의 업무에 맞게 소유 구조에서의 공공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HMM 최대 주주인 산은 지분을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최근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에 대해 해운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주력산업이 위험해지면 해운업을 먼저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고, 대형 화주이기도 한 기업이 자사 물량 위주로 해운업을 영위하면 기존 해운 생태계가 흐트러진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한 해운 선사 한 곳 민영화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이자 기관으로서, 대한민국 해운산업이라는 측면에서의 지배구조 문제를 동시에 봐야 한다”며 HMM 민영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른 인터뷰에서 전 장관은 해운산업이 해양안보와 밀접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은의 HMM 지분을 여수·광양부터 부산·울산·포항에 이르는 동남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상공계가 나눠 갖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테면 ‘지역성 강화’ 방안이다. 산은이 소유한 HMM 지분의 가치를 HMM이 지난 8월 실시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2만 6200원으로 환산하면 약 10조 원에 이른다. 지자체와 상공계가 전체를 마련하기엔 부담스러운 액수다. 전 장관 아이디어에 생각을 보태보면 이렇다. HMM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해진공이 지분을 더 늘리는 것이다. 해진공이 굳건히 HMM 대주주 역할을 맡아 원양 해운의 공공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원양 선사와 연결돼 아시아 역내 해운을 책임지는 근해 국적선사들이 지분 참여를 한다면 HMM의 해운 전문성과 연결성도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화주기업들의 소액 지분 참여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부산으로 이전할 HMM의 지역성과 전문성, 공공성, 산은의 자본 건전성 제고를 모두 꾀할 수 있는 방안,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여러 분야 관계자들의 머리를 맞대볼 필요가 있다. 이호진 경제부 선임기자 jiny@busan.com
[시론] 부산의 미래, 베트남과 협력으로 만들어가자
한-베 관계는 1975년 남베트남의 패망으로 국교가 단절된 후 30년 가까이 미수교 적성국(敵性國)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2년에 비로소 정상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교 정상화 당시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빈곤 탈출을 위해 도이머이 개방정책을 막 추진하던 때였고, 한국은 서울 올림픽 직후 사회 전반에 개방 풍조가 생기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던 때였다. ‘한강의 기적’을 배워 ‘빈곤 탈출’을 이루려던 베트남과 ‘제조·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해 ‘선진국 도약’을 꿈꾸던 한국의 상호 협력은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뒀다. 베트남이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고,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상생을 위해 손잡고 동행한 30여 년의 세월 속에서 베트남은 한국의 제3위 교역국,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서 경제적 운명 공동체가 됐고, 10만 한-베 다문화 가정을 가진 사돈 국가도 됐다. 이제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 운영 본격화 양국 윈-윈 위한 30년 우호 협력 결실 부산 지역 베트남 근로자·유학생 급증 1억 명 거대 소비시장 지역 기업 기회 한-베 양국 협력 증진 부산 미래 직결 이 같은 상황에서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이 해운대 센텀시티에 자리를 잡고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는 한-베 수교, 주한베트남대사관 설치, 부산시와 호찌민시 간 자매결연 체결 이후 30여 년 만에 이뤄진 외교적 성과로 그 의미가 크다. 총영사관이 관할구역인 부울경, 대구, 경북의 영남권과 제주도 내 베트남 교민 보호, 비자 발급 등의 영사업무와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부산을 포함한 관할구역 내 베트남 교민의 정주(定住)가 용이해지고, 부산과 베트남 간 인적 교류도 한층 더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부산시는 올 초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 유치, 유학생의 이공계 비율 30% 확대,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 40% 확대 등 3가지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부산베트남총영사관은 베트남에서 학생과 근로자가 부산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고 정착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부산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으로 재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부산에서 베트남인은 이미 전체 거주 외국인 총 6만 3000여 명 중 약 24%인 1만 5000여 명으로 가장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산 지역 거주 외국 유학생과 근로자 국적 중 베트남이 각각 1위, 2위를 차지한 사실은 ‘부산드림(Busan Dream)’을 꿈꾸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조선업, 건설업 등 현장에서부터 골목 상권 요식업소에 이르기까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붕괴 위기에 처한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대체 불가한 파트너로서 검증된 베트남의 젊은이야말로 최적의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베트남의 1인당 GDP는 약 4700달러로 한국의 88 올림픽 시절 4748달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한국 상황에 견주어 볼 때, 현재 베트남은 중산층이 증가하는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베트남이 저비용 생산기지를 넘어서 인구 1억 이상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향후 한국의 수출 확대에 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베트남은 이제 2045년까지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교통 인프라 건설, 과학기술 응용, 디지털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30여 년 전 수교 당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도약을 이루고자 베트남과 손잡았던 상황을 베트남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후 베트남은 선진국 도약의 꿈을 이루고, 한국은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산은 ‘아시아 최고의 시민행복도시’,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한-베 양국의 협력에 있다.
[중앙로365] 그린에너지 인프라로 여는 친환경 스마트 해양 도시
부산항을 매일 오가는 수천 척의 선박과 항만을 가득 메운 컨테이너는 부산 경제의 활력 넘치는 심장이다. 그러나 이 심장이 내뿜는 연기는 여전히 석유와 중유에 의존하던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예측할 수 없는 해수면 상승이 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된 지금, 바다는 더이상 화석 연료의 배출물을 무한정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 거대한 항만의 에너지가 한순간에 친환경으로 바뀐다면 부산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항만과 도시를 아우르는 그린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있다. 그린에너지 인프라는 석유나 중유 같은 화석 연료 대신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나아가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부터 저장, 운송, 공급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히 선박의 연료 탱크를 바꾸는 것을 넘어 항만과 도시의 에너지 체계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미래 경제를 준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부산이 이 길을 선제적으로 나아간다면, 미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북극항로의 거점 항구로서 세계 해양산업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화석 연료 대신 친환경 전환 시대 탄소 배출 제로 항만·도시 만들어야 북극항로 거점 해양산업 선도 필수 수소 전환·재생에너지 100% 자립 장기 전략·전환 로드맵 구체화해야 도시 패러다임 전환 부산 미래 좌우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국제해운 탄소배출을 2008년 대비 100% 감축하는 ‘넷제로(Net-Zero)’로 목표를 확정했고, 2027년부터는 연료 표준제와 온실가스 가격 부과 제도를 시행한다. 유럽연합(EU) 역시 2024년부터 국제해운을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에 포함시켰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에 의존하는 한국에 이러한 변화는 경제 전반에 걸친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이며, 특히 세계 2위 환적 항만인 부산항은 이러한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세계 주요 항만들은 이미 그린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의 그린수소 허브를 구축하며 미래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벙커링을 상업화하고 2030년까지 다중 연료 인프라를 완비할 계획을 발표하며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친환경 연료 선박에 항만 사용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국제적 협력을 위한 ‘녹색 해운 회랑(Green Corridors)’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부산항은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벙커링 실증 및 상용화 성공의 긍정적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무탄소 연료 시스템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몇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부산항의 탄소중립 종합계획 수립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들이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파편화되고, 정책 주체들 간 이해관계가 분절화되어 장기적인 통합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여기에 2050년까지 약 7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선박 전환 비용과 높은 무탄소 연료 가격은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차세대 연료에 대한 안전성 확보 문제, 기술적 불확실성, 그리고 전문 인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항만과 도시를 하나로 묶는 ‘부산형 그린포트·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LNG를 시작으로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로 이어지는 단계적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항과 영도 재개발 지역을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벙커링 실증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동시에 글로벌 선사와 에너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컨소시엄 모델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항만 장비의 수소 전환 및 재생에너지 자립률 100% 달성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항만’ 전략은 도시의 장기 계획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등 대규모 에너지 제품 구매는 부산의 그린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 부산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도시다. 그린에너지 인프라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부산의 산업, 도시, 에너지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핵심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결정적 순간 위에 서 있다.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 그리고 시민과 기업의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부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친환경 스마트 해양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그 출발은 지금, 바다 위에 새로운 에너지의 길을 놓는 일이다.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가 경력은 있으신가요?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를 정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을 시설이 좋은 인근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옮기도록 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반대는 심했고, 아직 일부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단속과 정비로 많은 어르신들이 노인복지센터 또는 예전에 영화를 상영했던 인근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탑골공원 일대 정비와 관련해 서울시의 명확한 입장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정비 사유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노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친구를 사귀고, 무료 식사를 하고, 장기나 바둑 등을 두면서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했던 소중한 장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노인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주요 조사 연령대는 60~70대였다. 대상자가 적어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이전의 노인들과 다른 특성은 분명히 나타났다. 가장 큰 특징은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고, 건강 유지를 위해 산책이나 등산을 하거나, 헬스클럽 등에 다니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 시청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본인이 동영상 제작을 직접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분도 있었다. 그리고 자연 경관이 좋은 곳을 선호했고, 새로운 도전이나 젊어서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노인 세대가 달라진 점들이다. 2010년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전과 달라진 노인 세대의 등장에 우리 사회는 주목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노인 세대의 변화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신노년 세대의 생활 양식과 여가 활용 등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신노년 세대는 변화하고 있고, 후기 고령자(75세 이상의 노인)의 대부분은 서울 탑골공원 노인들처럼 익숙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 이제 우리 인생에서 노년은 가장 긴 인생의 여정이 됐다.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이지만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고, 사회적인 지위도 달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럴 때 만약 지속적으로 해왔던 여가문화생활이 있다면, 혹은 이를 함께하는 모임이 있다면 노인 세대가 겪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화에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여가 경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노년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꾸준히 여가문화생활을 즐길 만큼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지라도 말이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불타는 대지의 숭고-안젤름 키퍼와 기후위기 시대의 미학
9월 중순, 폭염의 끝자락에서 올해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산불 산태를 떠올린다. 전 세계적으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규모 산불과 홍수, 녹아내리는 빙하와 사라지는 섬들의 뉴스는 기후위기가 우리 삶 한가운데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기후위기는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자연의 힘을 드러낸다. 이는 고전적 ‘숭고’에서 언급되던 ‘자연의 위력’이 인류세(Anthropocene)에서 다시 현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포착할 수 있는 ‘숭고’는 단순한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파국이라는 점에서 비극적이고 자기모순적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이러한 시대적 위기 앞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숭고’라는 미학적 개념과 현대 미술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를 함께 떠올려볼 수 있다. 키퍼는 주로 전쟁과 역사, 신화를 주제로 삼고, 환경과 생태의 메시지를 직접 표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보여주는 파국과 압도, 폐허와 재생의 이미지는 오늘날 기후위기와 공명한다. 키퍼는 1945년 전후 독일에서 태어나, 전쟁의 폐허와 나치의 역사적 트라우마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대형 캔버스에서 납, 흙, 재, 짚 등 ‘불에 그을리고 파괴된 재료들’을 사용해, 낡은 건축 잔해, 황폐한 대지와 불타는 숲과 같은 풍경을 그려 왔다. ‘마르가레테’와 ‘슐라미트’ 같은 작품에서 그는 나치 시대의 기억을 불타버린 역사적 폐허로 재현했으며, 이후에도 ‘폐허의 미학’을 끊임없이 탐구했다. 키퍼는 독일 역사와 집단적 죄의식을 탐구하면서, 문명이 초래한 파국을 시각화한다.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불길이 휩쓸고 간 잿더미 같은 풍경 속에서 인간 문명의 어두운 얼굴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의 풍경과 겹쳐진다. 캘리포니아와 그리스, 캐나다, 한국 등에서 산불로 불타버린 숲, 해수면 상승으로 잠겨가는 해안 도시, 쓰나미가 집어삼킨 마을의 잔해 등은 모두 키퍼의 화면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기후위기의 ‘숭고’는 더 이상 인간을 초월한 자연의 힘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키퍼의 캔버스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파괴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동시에, 윤리적·실천적 응답을 촉구하는 ‘숭고’로 읽을 수 있다. 9월의 하늘 아래, 우리는 키퍼의 그림을 통해 ‘불타는 대지의 숭고’를 본다. 그것은 단순한 경외나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성하게 만드는 강렬한 감정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숭고’는 더 이상 관조의 미학이 아니라, 실천의 미학이 된다. 키퍼의 그림은 묻고 있다. “이 폐허 위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세울 것인가?”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50만 청년의 ‘혼밥 삶’
우리가 어릴 때 식구들이 둘러앉아 엄마가 만든 큰 바가지에 담은 비빔밥을, 서로 많이 먹겠다고 숟가락 싸움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아이들이 사는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였지만, 배고팠던 그때가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발표된 세계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47개국에서 58위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웰빙리서치센터와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위크(SDSN)와 함께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핀란드가 1위, 덴마크 2위, 미국이 24위, 일본 55위, 한국 58위, 중국 68위, 아프카니스탄 147위이다. 이번 발표자료가 흥미로운 것은 식사 공유 횟수가 행복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단순한 부(富)나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와 유대감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말한다. 문제는 ‘혼밥’이 인간의 외로운 감정을 고조시키고, 외톨임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요즈음 한국적 현실에서 모든 세대가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근길에 일찍 나서야 하고, 아이들은 정규수업 마치고 이내 학원으로 뛰어다니고, 엄마도 벌이를 위해 시간에 관계없이 바쁘다 보니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또한 직장을 구하려 해도 일자리는 없고 막막하게 집안에서 쉼을 자처하는 청년이 50만 명이 넘으니, 그들은 혼밥을 즐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자살,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절망사(死)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한국은 1만 4000명, 하루에 40명이 죽어가고 있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한 생명의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하는지, 정말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 절망사 증가는 단순히 현재 삶의 비교보다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희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정적 결정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유가 우리 사회의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원인도 있지만, 노인의 빈곤으로 인한 원인보다는, 자신의 질병이나 더한 고독감에 삶을 한탄하며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을 넘는 나이에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하고, 독립적인 부부의 삶을 살다가 한 분이 먼저 가시면 밀려오는 외로움에서 혼밥을 견디다 못해 비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우리 사회가 노인의 여가 및 평생교육의 확대로, 그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내어 공동체의 삶의 기쁨으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로 보람을 더 해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학교 교육은 부모들의 ‘1등 제일주의’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게 하고, 사교육비는 유치원부터 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문화가 확 바뀌어야 한다. 1등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참다운 사회인으로 사는 삶을 자신이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바로 개인주의가 아닌 이타주의 정신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의 공동체 삶을 터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교에서 자원봉사의 가치를 배우며 이웃을 위해 돌아보는 심성이 학습되어야 하고, 실천하는 행동을 배우는 것이 지름길이다. 왜 세계 경제대국 10위 나라의 행복지수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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