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 경고 무시… 인재로 밝혀지는 동서발전 붕괴 참사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 준비 작업 중이던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9명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다. 9일 오후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매몰된 상태다. 특히 구조물에 팔이 끼인 상태로 발견된 생존자가 구조 도중 결국 숨지는 등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가 위험한 작업임을 알고도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행한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번 참사도 결국 인재인 것이다.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부산일보〉가 ‘울산 기력(보일러 타워) 4,5,6호기 해체공사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보일러 타워 위험성을 낮추는 개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일러 타워 위험성 등급은 12점이었는데 이는 계획서상 해체공사 허용 불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위험성을 9점 미만으로 낮추는 대책을 세운 뒤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둥을 50% 이상 잘라내는 작업을 실시하면서도 구조기술사 검토조차 없었다는 점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발파 해체 공법을 사용하는 고위험 작업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한 것은 대형 참사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작업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전관리계획서 등은 붕괴 매몰 위험 대책으로 관리감독자 없이 작업자만으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소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에는 하청업체 직원 9명만 있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한 공사는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이를 다시 발파·철거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에 의해 진행됐다.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인 것이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한 원가 절감 압박 때문에 공기 단축 시도와 안전조치 부실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현재 경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투입한 데 이어 검찰과 노동부도 전담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붕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원·하청 작업 지시 체계, 작업 공법, 안전 관리 체계 등을 전방위로 확인해야 한다.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을 적절한 안전 조치도 없이 누가, 왜 승인하고 강행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제대로 가려야 한다. 더욱이 이번 참사는 인근에 자리한 SK에너지에서 폭발 사고로 2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발주처는 물론 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물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
[사설]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수사 외압 여부 낱낱이 밝혀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가 사법 신뢰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 민간업자 5명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항소 기한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항소가 없으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특히 이 사건은 현재 심리가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관련 재판과도 맞닿아 있어 정치적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일선 수사팀은 형량이 구형보다 낮고 배임 판단도 축소된 만큼 항소가 필요하다고 봤으나, 중앙지검과 대검 반부패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우가 사의를 표명하고 일부 검사들이 내부망에 항소를 막은 경위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정치권에도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외압 가능성을 제기하고 수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법리 판단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의중에 따라 항소 방침이 뒤집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내부망에 중앙지검이 항소 방침을 정하고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대검 반부패부가 법무부 보고 후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항소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항소 여부는 검찰의 독자적 판단 영역이다. 항소 포기는 단순 절차가 아니라 검찰권의 핵심적 행사로, 이를 외부가 사실상 제어했다면 검찰 수사의 독립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대장동 사건은 민간업자 비리를 넘어 공직자와 권력 간 유착 가능성, 사법 판단의 독립성과 검찰 권한 행사 문제까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과거 의혹과도 맞닿아 있어 1심 판결문에는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 간 유착 정황이 언급됐으나 대통령 연관성 판단은 유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만약 이번 결정이 법리 판단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권력 개입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외압으로 묵살됐다면 사법 정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과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경위와 수사 외압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사설] 부산대 AI 통번역 안경… 지역 대학 혁신 시도 주목한다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를 이끌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부산의 산업 기반은 무척 허약하다. 지역 대학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그 성과물로 지역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대거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AI 통번역 안경을 시범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산이 4차 산업시대를 주도하는 도시로 거듭나려면 대학들의 이런 과감한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부산대는 AI 기술을 교육·연구 전반에 실증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교수진과 주요 부서에 AI 통번역 안경 20대를 배치해 시범 운영한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이 안경은 착용자의 시야에 실시간 자막을 띄워 외국어를 바로 번역해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20여 개 언어를 지원한다. 강의나 회의, 세미나, 국제교류 현장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AI 등 4차 산업시대를 맞아 혁신의 물결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부산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마침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착수했다. 지역 대학들에겐 절호의 기회다. 더욱 적극적인 혁신 추진과 기술 개발을 기대한다. 이미 지역 대학에서는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미래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두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지역 연구·개발(R&D) 센터인 부산대 블록체인 플랫폼 연구센터는 최근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의대 인공지능 그랜드 ICT연구센터는 AI와 블록체인, 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산업 현장에 전할 혁신 기술을 연구 중이다. 부산에 이런 센터들이 더 많아지고 정부와 부산시의 다양한 지원도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지역의 대학과 기업들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AI 시대로의 대전환에 대비해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I 분야에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실증 추진을 통해 AI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할 계획이다. 거점 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부산은 이 기회에 낙후된 제조업 위주 산업 기반을 고도화할 혁신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 혁신이 지역에서 일어나면 미래형 일자리도 대거 창출된다. 결국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해법은 지역 대학 등의 혁신 의지에 달렸다. 정부와 부산시가 지역 대학 R&D 혁신에 대한 한층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길 바란다.
신의손
1990년대 프로축구 K리그에 ‘신의손’이란 선수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출신의 골키퍼 샤리체프. K리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샤리체프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소련이 해체되던 이듬해인 1992년 당시 일화 천마 구단에 입단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가 일화에서 뛸 당시 경기당 실점률이 소수점 이하였다. 야구로 따지면 투수의 ‘0점대 방어율’을 보인 것이다. 샤리체프의 맹활약 덕분에 일화는 리그 최다 실점 팀이란 오명을 벗고 리그 최소 실점 팀으로 탈바꿈했다. K리그 3연패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이를 본 타 구단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부천 유공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샤샤 골키퍼를 영입했고, 샤샤 또한 ‘0점대 방어율’로 맹활약했다. 이후 프로축구 모든 팀들은 외국인 골키퍼 영입에 앞다퉈 나섰고, 국내 골키퍼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좁아진 국내 골키퍼들의 입지는 곧바로 실력 저하로 이어졌고, 월드컵이나 아시안 게임 등 A매치에서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999년 외국인 골키퍼 등록 금지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규정은 샤리체프 때문에 만들어진 셈이다. 당시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규정으로 샤리체프는 본의 아니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이후 서울FC 코치를 시작으로 국가대표(U23), 부산아이파크, FC안양, 김해시청 코치 등을 거쳐 현재 천안공고 골키퍼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0년 한국으로 귀화해서 선수 시절 별명인 ‘신의손’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내년부터 이 규정이 바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6시즌부터 K리그에도 외국인 골키퍼 등록을 허용했다. 무려 27년 만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최근 외국인 골키퍼 선수 등록이 제한되면서 국내 수문장들의 연봉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고, 과거와 달리 구단 수가 대폭 늘어나 외국인 골키퍼가 도입돼도 국내 골키퍼의 출장 기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K리그1과 K리그2에 모두 해당된다.이와 함께 내년 시즌부터 K리그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다. 물론 출전 선수(K리그1 5명, K리그2 4명)는 제한을 뒀다. K리그의 국제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국내 선수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상생 없이 성과 없다
희망은 도둑같이 찾아왔다. 올해 우리나라 해양산업계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지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타당성 검토와 저울질에 들어갔던 북극항로를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으면서부터다. 부산 해양수산계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이면 ‘해양수산부 부산 시대’가 열린다. 2000년 12월 제2롯데월드 착공식에서 고 안상영 부산시장이 “부산을 해양수도로 키우자”고 선포하고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해양수도의 꿈이 한 걸음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기회일 뿐이다. 성과는 각 행위 주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기회를 탈바꿈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생 협력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누군가가 한 최선의 선택이 때로는 누군가에겐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공기업이 수송선 선택권을 해외 수출업자에게 맡기는, 즉 DES방식 때문에 국내 선사 일감이 급감했다는 사실이 그 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의 국적선 적취율이 12년 뒤 0%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적선으로 국내 화주의 화물을 운송하는 비율을 국적선 적취율이라 부르는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할 때 해운 선사 선택권을 수입업자가 행사(FOB방식)할 수 있음에도 DES방식으로 해외 수출업자에게 넘김으로써 국적선 적취율이 2020년 52.8%에서 올해 33%로 떨어졌고, 2037년에는 0%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가스공사는 장기 계약 특성상 DES방식의 수입 단가가 FOB방식보다 낮기 때문에 수입원가를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인 가스공사의 경영평가에도 LNG도입 원가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가스를 저렴하게 사올 수 있으면 해외 선사에 의존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에너지에 생존권이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운송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이 없는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해운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한 원가 절감 차원 조치만은 아니었다. 가스공사가 개발한 한국형 LNG화물창을 도입해 운항하던 SK해운이 화물창에 문제가 생겨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0월 가스공사가 패소했다. 가스공사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지만, 배를 지은 삼성중공업이 런던 중재재판부 판결에 따라 SK해운에 3700억 원을 물어주고 가스공사에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해 이 소송도 진행 중이다. 또 가스공사가 옛 현대상선과, 이 회사 LNG부문을 2014년 인수한 현대LNG해운에 운송대금을 이중으로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정산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5월 최종 패소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잘못이 있더라도 국내 해운사를 믿고 의지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국적선 적취율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LNG시장 영업에 주력하는 국내 선사들이 원가를 낮추려고 외국인 선원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내국인 선원 일자리 감소가 장기적으로 국내 선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화주와 선사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2010년대에는 조선사 실적에만 매몰돼 정책 자금을 글로벌 선사에 대거 빌려줘 최신형 선박으로 무장한 글로벌 선사들에게 한진해운이 밀리고 결국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선과 해운이라는 연관 산업 사이의 역학 관계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이었다. 이런 문제를 조정하고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라 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어떤가. 해수부가 부산에 오면서 이미 내년 시장 선거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과 3선을 노리는 박형준 시장 사이의 경쟁과 견제가 물밑에서 치열하다. 해양수도 실현이 곧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임을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는데, 각자의 브랜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논쟁이 자칫 지역 발전에 모아야 할 역량을 흐트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동남권투자공사든 산업은행이든 상황에 맞게 최대한 지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 될 일이다. 더 힘을 모을 일은 해수부가 조선과 해운을 통합적 관점으로 총괄하도록 제도와 법령을 바꾸는 일, 부산에 오는 해양수산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제대로 정착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부산시가 먼저 해양 기능 강화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일이다. 해수부나 부산시나 1%도 안 되는 해양 관련 예산과 조직으로 어떻게 해양수도와 해양강국을 말할 수 있겠나. 큰 목표 아래 상생·협력할 때다. 국토부·산업부, 경기도·서울시가 보기에 ‘꼬시래기 제 살 뜯는 모습’이 안 되도록.
[노트북 단상] 누리마루를 넘어 나래마루로
지난달 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다. 세계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가 20년 만에 경주에서 열렸다. ‘세기의 담판’이라 불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열렸다. 최첨단 AI 생태계를 이끄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우리나라에서 ‘치맥’을 즐겼다. 부산도 예상과는 달리 달아올랐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의 김해공항 이용은 예정돼 있었다. 주요 인사들이 부산을 거쳐 경주로 향하게 되면 부산은 큰 사건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부산 중에서도 ‘이 곳’이 가장 조명 받았다. 부산 사람들마저도 잘 몰랐던 장소. ‘누리마루 아니고?’라고 반문하게 했던 장소. 김해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나래마루에 마주 앉았다. 의전이 갖춰지고 화려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양국의 사정이 맞아 떨어진 최적의 장소였다. 지난달 29일 방한해 30일 출국을 계획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30일 김해공항으로 입국하는 시진핑 주석의 접점은 30일 김해공항 뿐이었다. APEC 정상회의 개최 수개월 전부터 경주냐, 서울이냐로 각종 회담 장소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베일에 쌓인 나래마루는 경호와 안보를 지킬 ‘묘수’이기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래마루는 올해 리모델링도 마쳤다. 나래마루 회담 사실이 본보 보도로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두 국가는 회담 성사 사실을 알리며 개최 장소로 ‘BUSAN’을 발표했다. 나래마루는 2005년 APEC 부산 정상회의 당시 조성됐다. 국민들에게 익숙한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와 조성 시기가 같다. 누리마루처럼 해운대의 절경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단시간에 외교적 가치를 드높였다. 미국과 중국이 단독 회담을 가진 건 2019년 일본 오사카 G20 회담 이후 6년 만이었다. 미중 갈등이 최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에 만난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관세 인하, 희토류 규제 유예 등 세계적 무역 현안에 합의했다. 세계 정세의 변곡점에서 두 정상의 회담 장소가 부산 나래마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산이라는 도시 홍보 효과는 컸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경주는 APEC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호텔에 투숙하며 아메리칸 치즈, 케첩을 추가했던 치즈 버거는 별도 상품으로 판매를 계획 중이다. 시진핑 주석이 극찬했던 경주 황남빵은 예약 대기가 한 달가량 걸려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화백컨벤션센터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실제 진행된 회의장을 다음 달 28일까지 공개한다. 부산은 조용하다. 전 세계가 부산을 주목했던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군 기지 내 위치해 있는 나래마루의 개방, 관광은 부산의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보안 시설인 탓에 상시 개방이 어렵다면 비정기적으로라도 역사의 장소를 알리는 방법은 가능할 것이다. 사례는 가까이에 있다. 2005년 APEC 이후 누리마루에는 200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2005년 누리마루를 넘어 2025년 세계 최정상 국가의 외교 무대였던 나래마루의 시대를 열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 협의가 필요한 때다.
[중앙로365] K푸드의 심층
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모두 뿌듯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50년 만인 2024년에 K푸드와 농산업 제품만 13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였다. 그 중 라면이 13.6억 달러, 조미김 6.3억 달러, 김치가 1.8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밖에도 개별 품목으로 만두, 냉동김밥, 콘도그, 떡볶이 등도 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들이 고추장에도 주목하여 매우면서도 달콤한 음식을 만드는 소스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달다(sweet)와 맵다(spicy)는 말을 합친 스위시(swicy)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인다고 한다. 도대체 왜 우리가 먹는 평범한 음식에 외국인들이 열광하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그 때문에 K푸드의 유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져서, 작년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K푸드의 탄생과 발전 역사, 그리고 영양학적인 우수성 등을 탐구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도 우리나라 산림에서 다양한 풀이 자라므로 그것으로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콩에도 주목하여 콩을 가지고 간장·된장을 만들고, 고춧가루를 섞어서 고추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산나물들을 구할 수 있다. 잎이 넓은 풀은 애기똥풀 등 몇 가지만 제외하면 다 먹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우리 음식 문화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산도 많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기도 하다. 당연히 우리의 음식문화는 바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침 밥상에서 구운 생선 한 마리, 미역국, 갓 구운 김을 올리는 경우가 흔하다. 제사상에도 여러 가지 생선과 문어, 심지어 상어도 올린다. 최근 역시 K푸드로 주목받고 있는 해산물로는 김과 미역이 있다. 원래 서양에서는 해초들을 바다 속에서 자라는 잡초(sea weed)로 여겼다. 그래서 이 해초든 저 해초든 구별없이 바다 잡초였다. 다시마는 영어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원래는 칼리나 요오드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마를 태워서 얻은 재를 가리키는 용어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김도 참김, 돌김, 곱창김, 파래김으로 나눈다. 먹을 때도 구운 김, 조미 김, 김부각, 김무침, 김떡, 김볶음 등으로 나눈다. 미역도 넣는 부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하고, 산모가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었다. 이 지점이 바로 K푸드의 원점이다. 우리의 미각은 대단히 예민하다. 예민한 미각은 우리의 수산물의 명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제사상에 올리는 문어, 산 채로 즐겨 먹는 몬도가네급의 낙지, 볶음요리로 즐기는 주꾸미는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맛도 서로 다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우리와 같이 문어류를 먹는 일본조차도, 이 세 종류를 하나로 묶어서 인식한다. 문어는 ‘물문어’, 낙지는 ‘팔이 긴 문어’, 주꾸미는 ‘밥알 문어’, 결국 셋 다 ‘문어’인 셈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로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먹는 조기나 민어도 마찬가지이다. 조기는 참조기, 침조기, 수조기, 백조기(보구치), 부세 등으로 나눈다. 역시 이웃한 일본은 조기, 보구치, 부세의 구별이 없었다. 다 같은 조기다. 나중에 우리말을 그대로 써서 부세라는 이름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왜 각각 다르게 이름을 붙였을까? 바로 생선의 맛 때문이다. 형태는 잘 모르지만, 먹어보면 맛과 고기의 결과 색상으로 조기인지, 부세인지, 보구치인지 구별할 수 있으므로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이다. 조기와 민어를 나누는 지점도 마찬가지다. 그 맛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지만, 외국으로 가면 두 물고기를 크게 구별하지 않는다. 생김새도 비슷한 데다 둔한 입맛으로는 그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먹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젓갈이다. 일본도 젓갈을 먹지만, 종류는 많지 않다. 오징어가 압도적으로 많고, 해삼 내장, 은어 내장, 참치 내장, 연어를 젓갈로 만드는 정도다. 명란젓과 창란젓은 우리나라에서 배워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젓갈은 종류도 많고 맛도 다양하다. 소금만 아니라 마늘·고춧가루로 함께 쓰기 때문이다. 멸치젓과 새우젓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새우젓도 추적(추젓) 육젓 오젓 등으로 나눈다. 그밖에도 황석어젓, 조기젓, 꼴뚜기젓, 조개젓, 홍합젓, 밴댕이젓, 참게젓, 갈치속젓, 전어밤젓, 등피리젓, 대구모젓, 대구장지젓, 명태아가미젓, 자리돔젓, 토하젓, 낙지젓, 소라젓 등등, 젓갈로 만들 만한 건 다 만들었다. 동시에 그런 젓갈의 서로 다른 독특한 맛을 인정하고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K푸드가 그저 한류의 유행에 편승한 결과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극한까지 밀어붙인 우리 음식의 종류와 맛이 그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편집국에서] 설령 '오천피 시대'가 된다고 해도
#1. 얼마 전 만난 한 기업인은 행복한 고민을 얘기했다. 그는 한 은행에서 투자를 받아 생산 캐파를 늘리게 됐다고 자랑했다. 투자 권유는 은행이 먼저 했고, 은행 담당자가 수시로 찾아와 준비 사항을 꼼곰히 체크하고 조언을 한다고 했다. 투자가 성공하면 기업공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2.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은 고민 끝에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주가가 뛰는 걸 보고 여러 달 여윳돈으로 실전 투자를 연습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투자금을 늘리기로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이용해 저렴한 금리로 돈을 마련했단다. 최근 통계나 발표를 보면 이런 사례가 예외적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하반기에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675조 8371억 원에 달했다. 8월에 전달보다 3조 2763억 원, 9월엔 2조 1254억 원이 늘더니 지난달에는 4조 7494 억 원 늘어났다. 올 들어 최대폭이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최근 1.3%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10년 3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증시 주변에서는 ‘빚투 열풍’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5일 기준 88조 2708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놓은 자금이다. 석달 전과 비교하면 21조 2628억 원가량 늘어났다. 이 시기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 8564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21조 8647억 원 줄었다. 예금을 찾아 주식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대통령실에서 공공연히 ‘머니 무브’를 강조할 정도로 이재명 정부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부동산시장, 정확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면서 생산 부문으로 돈이 흘러들도록 유도해 경제를 부양시키겠다는 거다. 대출부터 바싹 죘다. 정부는 출범 후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까지 ‘삼중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을 비롯한 부동산 대책을 세 차례 내놨다. 대통령실은 공급 대책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권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 대출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에 발맞춰 5대 금융지주들이 투자 계획을 일제히 내놨다. 전체 투자 금액은 5년간 500조 원이 넘는다. 이 돈은 국민성장펀드, 모험자본 공급, 민간펀드 결성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자 놀이’가 가능하던 부동산 시장을 자발적으로 떠나지는 않았을 터이다. 더구나 산업 부문에 전대미문의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리스크까지 져야 하는 일이다. 부동산 투자가 막히니 개인들도 문턱 낮은 증시로 향한다. 자산이 부족한 젊은 층은 대출까지 내고 있다. 코스피도 얼마 전까지 ‘꿈의 지수’라던 ‘사천피’를 넘나들며 ‘오천피’도 가시권에 둘 정도로 강한 상승장을 연출하는 상황이다. 금융·부동산 시장을 압박해 인위적 ‘머니 무브’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은 일단 유효해 보인다. 문제는 통제 불가능한 대내외 여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물 경제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한국 경제는 올해 잘해야 1%대 초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 안팎에 머물고 향후 5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걸 무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 침체기에 기업 외형을 키우는 투자가 옳으냐 하는 점은 의문이 따른다. 오히려 산업 구조를 개혁하고 기업 내재 가치를 튼튼히 해야 할 시기다. 은행들도 실탄이 넉넉해도 투자처를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잘나가는 일부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거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치솟는 주가에 혹해 대출까지 받아 주식에 뛰어드는 투자자에도 우려가 커진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경기와 따로 움직이는 사례는 빈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흐름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를 이끌던 AI 분야에는 거품론이 제기되고, 글로벌 증시에 흘러드는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해외에서 전해지는 경고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와 증시엔 통화 불안정성까지 내재돼 있다. 뒤늦게 주식시장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이 두고두고 눈물을 흘릴 가능성도 있다.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는 건실한 기업이 과도한 투자에 부실을 키우지나 않을지 걱정도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 정책의 목표가 오천피 달성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를 필두로 각 경제 주체가 한국 경제를 상승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국 경제에 무엇이 중요한가’ 질문을 다시 던질 때다. 김영한 경제부장 kim01@busan.com
[김진성의 타임 아웃] 손흥민의 유럽 복귀설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유럽 복귀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LAFC를 단숨에 MLS컵 우승 후보로 올려 놓은 손흥민이 왜? 어떻게? 유럽에서 뛴다는 건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MLS에는 ‘베컴룰’이란 게 있습니다. 2007년 7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LA갤럭시에 입단한 ‘잉글랜드 축구 영웅’ 데이비드 베컴은 이듬해 시즌을 마친 뒤 소속팀에 AC밀란(이탈리아)의 단기 임대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MLS 휴식기이자 팀 훈련 기간인 1~3월 사이에 유럽에서 뛰길 원했던 것입니다. AC밀란이 베컴에게 관심을 보였고, LA갤럭시는 베컴의 단기 임대를 허용했습니다. 이후에도 베컴은 한 차례 추가 임대로 AC밀란에서 뛰기도 했습니다. 손흥민도 베컴 사례처럼 MLS 휴식기 동안 유럽에서 뛸 수 있습니다. LAFC 이적 당시 계약서상에 유럽 임대 허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손흥민의 유럽 복귀설이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현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손흥민의 유럽 복귀설은 유럽의 리그 운영 특수성과도 연결됩니다. 한국의 K리그를 비롯해 일본 J리그 등 동아시아권과 미국 등은 봄에서 시작해 늦가을에 리그를 마치는 ‘춘추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추춘제’입니다. 가을에 리그를 개막해 이듬해 봄에 종료합니다. 정확히는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끝납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 축구를 하는 것입니다. 시즌 타이틀도 해를 넘기기 때문에 ‘2025-2026시즌’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이상해 보이지만 유럽인들에겐 자연스럽습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모든 학교가 3월에 개학해 한 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합니다. 유럽인들 삶에 있어서는 한 해의 시작이 9월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경기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유럽 리그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로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2~3주간의 겨울 휴식기를 갖습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등 일부 리그에서는 FA컵 경기를 치러야 해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휴가도 한몫합니다. 한국의 여름 휴가는 길어야 1주일 정도지만, 유럽의 여름 휴가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진행됩니다. 여름 휴가 때 축구 경기를 한다면 관중수가 줄어들겠지요. 당연히 수익구조에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유럽이라고 모두 겨울에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겨울 그라운드가 얼어 붙어 한국처럼 봄~가을에 리그를 진행합니다.
[오션 뷰] 대전환의 시대, 기술혁신으로 파고를 넘자
2003년, 필자가 청년 공직자로서 부산해수청에 발령받아 마주한 바다는 거칠고 역동적이었다. 그해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장기간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이 있었고, 9월엔 최악의 태풍으로 불린 ‘매미’가 부산항을 할퀴고 지나가 크레인 붕괴로 인해 일부 부두 기능이 멈춰 서게 되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부산항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부산항과 이곳에 삶의 터전을 둔 노동자들은 하나가 되어 이를 극복했다. 그리고 바로 그해 말, 부산항은 우리 항만 역사상 최초로 연간 10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며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세계 항만물류업계를 놀라게 했다.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부산으로 돌아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산업화와 고도 성장기의 최선봉에 섰던 이 도시는 이제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수식어가 나붙고, 청년층의 이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며, 미래를 이끌 스타트업 기업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부산항 '디지털화' '탈탄소화' 혁신 속도 지능형 물류 플랫폼·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결단과 실행을 새로운 성장 동력 원천은 '바다와 청년' 지난 30여 년간 해양 정책에 몸담고 살아온 탓일까? 필자는 부산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항은 지난 십수 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는 항만 중 하나이다. 개항 이래 한 세기 반 동안 대한민국 수출입 관문으로서 국가 경제를 뒷받침해 왔고, 글로벌 환적항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지키며 수십 년간 견조한 성장세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항만을 가진 도시가 바로 이곳 부산이다. 하지만 지역 항만물류 산업이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견주어 보면, 아직 고삐를 늦추긴 이르다. 로테르담항이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네덜란드 전체 GDP의 약 7%를 점유하고, 싱가포르항의 경우는 6%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산항의 경우는 0.2%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1월 발표한 ‘부산 지역 항만물류 산업의 현황 및 발전 방안’에 나와 있다.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이 항만을 통하여 각각 동아시아 해운의 중심과 유럽의 산업 허브로 자리 잡았듯이 부산 또한 항만을 성장축으로 하여 다가오는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으로 대표되는 세계 산업사에서 유례없는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혁신’을 촉매제로 하여 이루어지고 가속화되며 이 기술혁신은 청년 과학자의 열정과 틀을 깨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청년들이 기술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만들어지고 무르익는다. 이러한 규모 있는 R&D 투자는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과 대기업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지속될 수 있다. 또 하나 세계사적 패러다임 전환인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는 이미 수소·암모니아 벙커링 허브 조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로테르담항도 액화 암모니아의 STS(Ship-To-Ship) 벙커링 실증 단계에 들어서는 등 두 항만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세계 항만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두 선진 항만이 대전환기를 맞이하여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감탄스럽다. 부산항도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양대 축으로 하는 항만의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의 지능형 물류 플랫폼과 스마트 자동화 터미널 구축,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인프라 조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금 우리의 결단과 실행이 부산항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물류·조선·에너지 등 바다에 기반하고, 청년 과학자들이 주도하는 기술혁신에 의한 ‘디지털과 탈탄소화’라는 부산항의 패러다임 전환은 궁극적으로 항만과 지역의 지속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앞으로 그려질 지역 미래상(未來像)의 중심에는 ‘청년’과 ‘바다’가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150여 년간 부산항은 대한민국 경제의 관문이었다. 이제는 대전환의 파고를 넘는 범선이 되어야 한다. ‘기술혁신’이라는 돛을 펼쳐 디지털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대양을 항해 출항해야 한다. 항만을 통한 도시의 성장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도약을 이루어 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대전환의 파고를 헤치고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100년을 이끄는 성장 동력의 원천은 결국 바다와 청년으로부터 시작되는 기술혁신에 있다.
전국 검사장·지청장까지 집단 반발… '검란' 비화
부산 어린이집 3~5세 각종 경비도 '무상'…외국 국적에 보육료 지원도
동서발전 4·6호기 타워 발파 사실상 초읽기
[단독] 부산 동구, 전국 인구감소지역 중 유일하게 청년 늘어난 이유는?
“검찰 핵심 기능 ‘공소 유지 의무’ 스스로 포기한 결과 초래”
스무 살 맞은 부산불꽃축제, 이번 주 토요일 '특급 불꽃 쇼'
“결사반대” 지역 주민 반발에 ‘오리무중’ 된 생곡소각장 [이슈 라운지]
올해 수능도 국어 ‘언어와 매체’·수학 ‘미적분’ 선택 학생이 유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