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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르와 늑대 로봇

방카르와 늑대 로봇

몽골은 13세기에 아시아와 유럽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몽골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칭기즈칸이라는 걸출한 영웅과 그의 후인들은 빠른 기동력과 십진법이라는 군사 조직, 효과적인 공포 전술 등을 앞세워 아시아와 유럽을 초토화시켰다. 몽골이 정복 전쟁을 성공시킨 또 다른 비결 가운데 하나는 용맹스러운 군견을 전투에 활용한 것이었다. 10명, 100명, 1000명, 1만 명 단위로 구성된 몽골의 군사 조직들마다 몽골리안 방카르 품종의 개 무리를 데리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원정에 참여한 방카르는 수만 마리에 달했다고 한다.방카르는 몽골 유목민과 가축을 지키는 대형 경비견으로, 늑대와 눈표범까지 혼자 상대할 만큼 덩치도 크고 전투력도 뛰어나다. 주인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지만 낯선 이에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몽골의 혹한을 견딜 만큼 무척 강인하기도 하다. 눈 위에 두 개의 반점이 있는 방카르는 언뜻 보면 눈이 네 개인 것처럼 보여 ‘귀신 보는 개’라고도 불린다. 말을 탄 몽골 군사들과 함께 등장한 방카르 무리의 낯선 생김새를 본 유럽인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최근 중국이 몽골 방카르의 역할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전투용 늑대 로봇을 선보였다. 올 9월 3일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처음 실물 공개된 늑대 로봇은 무게 약 70㎏에 자율주행 방식으로 사족 보행을 한다. 급경사 지형과 장애물까지 돌파, 정찰·폭파·공격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늑대 로봇 무리는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 때문에 전장 적응력도 뛰어나다. 20㎏의 적재물을 운반할 수 있고 주행 가능 거리는 10km, 운행 시간은 2.5시간이다.중국은 최근 대만 침공을 가정한 실전형 군사훈련에 처음으로 늑대 로봇을 투입했다. 동부전구 육군 제72집단군 산하 부대가 늑대 로봇을 선두에 세워 적진으로 돌격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 훈련은 인간 병사가 늑대 로봇 등 지상 무인 전투 체계와 한 팀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이제부터 일반화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늑대 로봇의 역할은 몽골 유목민 전사와 한 팀을 이뤄 질주하던 방카르와 일면 유사하다. 최첨단 기술로 탄생한 인공지능 방카르인 셈이다. 하지만 몽골의 정복 등 역사 속 모든 전쟁은 큰 불행을 초래했다. 방카르를 닮은 늑대 로봇이 파괴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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