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은 안 보이고 사법 리스크 늪에 빠진 부산교육감 선거
부산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부산시교육감 선거가 출마 예정 후보마다 당선 무효가 될 수 있을 만한 사법 리스크만 부각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당선 이후 교육감으로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과연 당선 이후 본인들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될 정도다. 각 후보들은 공교육 강화나 문해력 진단, 교권 회복 등 다양한 공약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 사법 리스크의 해일에 휩쓸려 나간 모양새다. 지역 불균형에 따라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타 지역과의 교육 격차나 지역 내 교육 격차 같은 지역적인 공통 긴급 논의들까지 아예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시교육감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는 8일 국가권익위원회가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의 현역 시절 각종 부당 개입 사실 발표를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권익위는 정 전 부위원장이 2024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피습 이후 헬기 전원 신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무진에 행동강령 위반 통보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또 정 전 부위원장이 김건희 씨 디올백 수수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당시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뒤 사건 처리에 개입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삭발을 감행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수사 이후 기소 땐 형사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수 성향 후보로 꼽히는 정 전 부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제 막 시작됐다면 나머지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 1심 판결까지 난 상태여서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진보 성향의 김석준 현 교육감은 2018년 해직교사 4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보수 성향의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교육청 직원에게 선거 자료 제작을 요청한 혐의로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후보 모두 해당 형량이 확정되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당선이 무효가 된다. 최종 판결이 나기 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각 후보들의 권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부산지역 교육감 출마 예정 후보 모두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출마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육감 선거는 다른 선거와는 달리 선출 과정까지도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출마하는 후보들이라면 교육 공약만큼이나 사실관계의 정확한 설명과 책임부터 거론해야 마땅하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형이 확정돼 당선 무효가 됐을 때는 선거비 보전액의 환수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 제재안 마련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설] 행정통합 주민 숙의 중요성 일깨운 통합 창원시 분리 추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지역에서 창원특례시를 마창진(마산·창원·진해)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가 지난 7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이후 (당선될 경우) 창원특례시를 마창진 3개 시로 해체하는 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측도 “졸속으로 추진한 마창진 통합을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과 충분히 숙의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야 경남지사 후보들이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시민 여론 향배에 따라 창원시가 급속도로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원특례시는 2010년 마산·창원·진해를 하나로 묶어 출범했다. 이 통합으로 창원시는 인구 108만 명, 예산 규모 2조 2000억 원의 거대 도시가 됐다. 그러나 당시 통합은 주민투표 없이 각 지방의회 의결로 추진됐다. 시민단체들이 “주민을 철저히 배제한 통합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통합은 그대로 강행됐다. 이로 인해 출범 16년이 지난 지금도 창원시는 통합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치권 주도로 이뤄진 하향식 통합은 지역 간 갈등을 남겼고, 창원 중심의 자원 배분과 행정 운영으로 지역 간 불균형은 심화했다. 창원시 산하 구에 편입된 마산과 진해 시민들은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창원특례시가 대표적인 행정통합의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부울경 지역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로 창원특례시는 통합 당시 기대했던 행정 효율성이나 규모의 경제가 기대만큼 실현되지 못했다. 2010년 통합 때 108만 명에 달했던 인구는 올해 3월 말 기준 98만 명대로 떨어졌다. 인구가 대폭 감소한 마산 지역은 행정구에 속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까지 받고 있다. 통합에 필요한 행정비용은 5763억 원에 달했지만,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자율통합 인센티브는 1906억 원에 불과하다. 통합의 효과보다 오히려 특정 지역이 쇠퇴하고 정체성까지 소멸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여권이 주도하는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에서 주요 이슈가 됐지만, 창원특례시를 행정통합 시 주민 숙의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로 삼아야 한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을 넘어 주민 삶은 물론 지역의 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와 중앙 정치권이 속도만 내세워 ‘위로부터의 통합’을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문제점과 부작용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 행정통합으로 지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통합 과정에 대한 충분한 숙의와 주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동의 없는 행정통합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 지역 공동체 모두를 보듬는 정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상생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설] 세계해양포럼 유엔 공식 프로젝트, 글로벌 플랫폼 도약
세계해양포럼(WOF)이 국제적인 해양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기를 맞았다. 유엔의 해양 분야 핵심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유엔 Ocean Decade’의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대표적 컨벤션 행사일 뿐만 아니라 국내 최장수 최대 규모 해양전문 컨벤션 행사로 자리잡은 WOF은 올해 제20회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살 성인이 될 시기에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계기를 맞은 셈이 됐다. 지역에서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이후 부산이 실질적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충족됐다며 이번 유엔 승인이 부산의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이달 초 WOF을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인 유엔 Ocean Decade의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했다. 유엔 Ocean Decade는 유엔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학 10년’을 주제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네스코 산하 정부간해양학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해양 지식 발굴과 활용을 위한 전 세계 해양 거버넌스와 정책 연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지식의 생산이 아니라 구체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WOF이 이 프로그램의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연구와 논의 중심이 아닌 산업 적용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2007년 부산에서 제1회 행사가 열리기 시작한 WOF은 글로벌 해양 의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해양과학과 정책, 산업을 연결하는 국제적 해양 지식 포럼으로 성장해 왔다. 유엔의 공식 프로젝트 승인 이전부터 다양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구축해 온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번 승인은 그 구조를 넘어 유엔이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됨으로써 해양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실행 시스템 구축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국제 공동 프로젝트와 해양 정책 협력을 주도하고 해양 산업 적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글로벌 해양 실행 플랫폼으로서 WOF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WOF은 지난 19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과 블루이코노미, 해양과학 등 어디서도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해양 의제가 논의되는 핵심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확보했다. 오는 11월 3일 부산에서 제20회 행사 개최를 앞둔 WOF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유엔의 공식 프로젝트 승인으로 전문가 중심 회의를 넘어 글로벌 해양 거버넌스 구축의 최일선에 설 것을 요청받은 것이다. 이는 개최도시인 부산의 역할 확장과도 곧바로 연결된다. WOF을 기반으로 해양 산업과 정책, 연구를 결합한 실행력을 갖춘 도시로의 성장이 그것이다. 성인이 된 WOF의 도약이 해양수도를 향한 부산의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밀물썰물] 나 홀로, 우리 홀로
서울에 사는 중년(40∼59세) 20.5%가 미혼이고, 그중 80.5%가 혼자 산다. 서울시가 7일 발표한 ‘중년 미혼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싱글 중년’ 비중이 2022년 18.3%, 2023년 19.4%에 이어 지난해 20.5%로 늘었다. 이들 10명 중 8명 이상이 1인 세대다. 이들의 66.9%는 관리·전문·사무직에 종사한다. 경제력과 독립 생활의 상관성이 엿보인다. 서울시는 혼자 사는 중년 미혼자가 특수한 소수가 아닌 평범한 집단이 됐다고 보고 맞춤형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동거 가족이 없는 세대는 특정 연령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은 채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4월 기준 ‘세대원 수별 세대수’ 통계를 보면, 전국의 1인 세대 비중은 42.5%로 2인(25.4%), 3인(16.7%) 세대를 압도한다. 부산은 전체 157만 9995세대 가운데 67만 7862세대(42.9%)가 단독 거주로, 1위 서울(45.3%)에 이은 ‘초고밀도 1인 가구 도시’다. 저출생, 고령화, 비혼·이혼 증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보다 ‘1인 가족’이 더 많아지면 삶의 나침반도 달라진다. 2030세대의 결혼과 출산, 4050세대의 자녀 양육, 6070세대의 자녀 독립과 황혼기라는 익숙한 생애 주기가 주류에서 밀려나는 중이다. 사회 진출부터 노년까지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 인구 비중이 늘고 있어서다. 이처럼 각자도생하는 삶의 경로에 대해 우리 사회는 축적된 경험이 없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독거노인의 고립과 고독사에 무방비였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외따로 사는 인생에 대한 사회적 수용력은 높아져야 한다. 예컨대 서울시의 ‘나 홀로’ 전용 플랫폼 ‘씽글벙글 서울’(1in.seoul.go.kr)은 참고할 만하다.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병원 동행, 집 구하기 같은 홀로 감당하기 힘든 일상의 부담을 나누려 한다.1인 세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 홀로’는 정상군에서 떨어져 나와 뭔가 결핍된 상태 혹은 열악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저소득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의 특징으로 소환되기도 한다. 나만 따로 사는 게 아니라, 다수가 홀로 사는 시대라면 발상이 달라져야 한다.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낀 5월 가정의 달을 지나고 있다. 함께 사는 가족에 의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너무 많다. ‘우리 홀로’ 살지만 다 같이 잘 살려면 외로움과 고립의 극복이 개인에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 ‘따로 또 같이’ 연결돼 있다는 감각, 삶이 흔들릴 때 기댈 수 있다는 신뢰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돼야 한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우리는 그들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
최근 방영 중인 한 드라마에 ‘감정 워치’라는 가상의 장치가 등장한다. 심박수 등 사용자의 신체 신호를 측정해 현재의 감정 상태를 기쁨·불안 등의 단어로(혹은 색깔로) 치환해 보여주는 기계다. 얼마 전 경남 진주에서 50대 화물 노동자가 2.5t 화물차를 맨몸으로 막아서다 치어 사망한 소식을 접했을 때 왜 하필 드라마 속 감정 워치 따위가 떠올랐던 걸까. 사고는 지난달 20일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의 집회 과정에서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대체 수송을 위해 물류센터를 빠져나오는 화물차를 정면으로 막아섰다. 이들 중 일부는 움직이는 차량에 매달렸고, 떨어졌다. 육중한 바퀴가 한 노동자를 삼킨 후에야 비로소 차는 멈췄고, 한 노동자의 삶도 멈췄다. 일부 호사가들은 달리는 차량 앞을 가로막고 나선 그들의 무모함을 탓하기도 했다. 그 무모함 속에 어떤 심정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떤 마음이었길래 달리는 거대한 쇳덩이 앞을 맨몸뚱이 하나로 막아섰던 걸까. 만약 감정 워치가 실재한다면, 고인의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면, 당시 그의 감정은 어떤 단어로 정의되었을까. 그들의 요구 사항을 검색했다.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과도한 업무 강도 개선…. 어느 단체교섭에서든 나올 법한, 지극히 당연한 요구였다. 그들은 CU를 운영하는 BGF로지스 진주센터 내 협력 운송사 12곳과 계약해 일하는 ‘특고’(특수고용직)다. 사실상 고용돼 일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고용의 형태가 아니다. 겉으론 사업자 간의 계약 형태를 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대신 사회는 그들을 ‘사장님’이라 부른다. 기름값과 차량 수리비를 제 주머니에서 꺼내니 겉으로는 번듯한 자영업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교묘한 언어적 위장이다. 기름값도, 차량 수리비도 본인이 부담하지만 배차는 원청이 결정하고 운임도 원청이 정한다. 고용 계약서가 없으니 해고가 아니라 ‘계약 종료’라는 매정한 단어로 잘려 나간다. 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퇴직금이 사라지고, 4대 보험이 사라지고, 단체교섭 의무가 사라진다. 노동자는 남되 사용자는 증발한다. 법조차 그들을 보호하는 데 무기력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엄격한 칼금을 긋는다. 그들은 그 칼금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경제적으로는 종속되지만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이다. 법원은 개별 사건마다 실질적 종속성을 따지지만, 그 판단이 나오기까지의 소송 비용과 시간은 노동자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 약자에게 그 싸움의 비용을 온전히 지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행 법 체계가 특고에게 부과하는 가장 가혹한 조건이다. 정부는 어떠한가. 사태 초기 고용노동부는 “특고는 노란봉투법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의 정부 입장이다. 특고와의 교섭을 회피해 온 원청의 무책임한 행태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장관이 나와 재빠르게 말을 바꿨다. 원청 기업 역시 뒤늦게 지난달 30일 화물연대와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란봉투법을 추진했던 진영에선 법 시행 이후 특고와 원청 간 첫 단체교섭 타결이라며 저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법 제도의 성과가 아니다. 한 노동자의 생명과 맞바꾼 ‘목숨값’일 뿐이다. 법과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 한,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사업장에서도 언제나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 때문에 요구는 계속돼야 한다. 특고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해야 한다. 실질적 종속 관계가 인정된다면 긴 소송을 거치지 않더라도 우선 노동자로 추정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영국은 ‘워커’(worker)라는 중간 범주를 법제화했고, 스페인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추정 규정을 도입했다. 드라마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6화에서 주인공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자 감정 워치는 그의 감정을 끝내 정의하지 못한다. ‘알 수 없음’이라는 결과값에 이를 모니터링하던 워치 제조사는 며칠 후 주인공을 불러 묻는다. “이걸 무슨 감정이라고 해야 될까요?” ‘분노’와 ‘좌절’, 거기에 ‘간절함’까지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었다. 주인공은 당시를 회상하며 뭔가를 깨달은 듯 울먹인다. “도와줘, 도와달라는 거예요.” 고인이 맨몸으로 막아서려 했던 것은 달리는 트럭만이 아니다. 고인이 온몸으로 버티려 했던 것은 2.5t짜리 쇳덩이 이상으로 가파르고 단단한 이 사회의 편견이었을 테다. 그가 달려오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느꼈을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참을 수 없는 분노? 혹은 좌절감? 어쩌면 그것은 이 사회를 향해 ‘도와달라’고 외치는 간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듣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양보원의 유행 너머] 사지 않는 선택의 시대
“미안, 나 거기 불매야.”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다. 상대도 대부분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불매는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하나의 ‘입장’이 됐다. 오는 7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도 제품의 맛이나 매장 내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직원 과로사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 운동이 그때까지 어떤 온도로 이어지느냐다.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환경·시민운동의 확산과 함께 불매 운동이 등장했다. 2019년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 불인정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시행으로 인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인 불매 운동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사지 않는 선택이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면 의사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후 불매 운동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다. 남양유업의 성차별 논란, SPC 계열사의 반복된 산업재해,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 환경 문제 등은 소비자가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직접 반응한 사례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자 반응이 이제는 매장 밖에서, 그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문제 제기가 빠르게 공유되고, 공감이 쌓이며 여론이 형성된다. 과거에는 시간이 걸렸던 불매가 이제는 하루 사이에도 확산된다. 기업이 대응할 틈조차 없이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 번 형성된 인식은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둘러싼 불매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직원 과로사 논란이라는 무거운 이슈가 배경이 되면서, 브랜드의 감각적 이미지보다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앞서고 있다. 긴 대기줄과 ‘핫플’ 이미지로 상징되던 공간이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오늘날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 사지 않는다.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을 함께 소비한다.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브랜드에 대해 사지 않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불만 표시가 아니라 일종의 윤리적 판단이다. 불매 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베이글 뮤지엄을 둘러싼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부산에서도 긴 대기줄 다시 만들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에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는 내가 사는 제품에 ‘좋은 운영’이 함께 담겨 있기를 요구한다.
[오션 뷰] 부산, 바다 위에 미래를 짓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이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는 이미 해양을 단순한 물류의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와 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부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오션밸리(Ocean Valley)’ 구상은 부산을 세계적 해양 디지털 허브로 도약시키는 국가 전략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부산항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비롯한 해양 특화 교육·연구기관과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들이 집적된 동삼혁신클러스터는 다른 어떤 도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반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자산들을 단순한 ‘집적’이 아니라 ‘융합’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첫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항만·물류 데이터를 통합하는 ‘해양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박 운항 정보, 화물 흐름, 항만 운영 데이터는 이미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합·분석하여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만약 부산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순한 항만을 넘어 ‘세계 해양 데이터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해양 산업과 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해양에너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기능과 함께 집적되고, 여기에 데이터와 AI가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이는 기존 제조 중심 산업 구조를 ‘디지털 기반 해양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해양 특화 창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창업 정책은 대부분 IT나 플랫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지만, 해양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 영역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를 ‘해양 스타트업 밸리’로 육성하고, 공공기관과 항만을 실증 테스트베드로 제공한다면 부산은 해양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이 창업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넷째, 오션밸리는 해양관광·레저 산업 육성과 연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해양산업은 물류와 제조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해양관광, 크루즈, 마리나, 요트, 해양스포츠, 해양문화 콘텐츠 산업까지 함께 성장해야 진정한 글로벌 해양도시가 완성된다. 부산은 광안리·해운대·영도·북항·오륙도·가덕도 등 세계적 수준의 해양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오션밸리 전략은 동삼혁신클러스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향후 북항과 신항까지 연결하는 ‘부산 해양 디지털 트라이앵글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동삼혁신클러스터가 해양 데이터·연구·창업의 중심이라면, 북항은 국제 비즈니스와 교육·연구·국제협력의 중심지로, 신항은 스마트 물류와 AI 기반 자동화 항만의 실증 현장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특히 북항 재개발지역은 부산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 확장축이 되어야 한다. 북항에는 대학 캠퍼스와 해양 연구기능을 집적하여 ‘도심형 글로벌 해양캠퍼스’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교육·연구 기능과 국제협력 기능을 북항으로 확장한다면, 학생·연구자·기업·국제기구가 함께 연결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캠퍼스 이전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 연구와 창업이 융합되는 미래형 해양지식도시 모델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동삼혁신클러스터-북항-신항을 하나의 거대한 해양 디지털 산업벨트로 연결하는 것이 오션밸리 전략의 완성형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부산 전역을 하나의 초대형 해양 혁신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누가 데이터를 지배하느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물류의 통로가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는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다. 부산이 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남은 것은 선택과 실행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에서 시작되는 오션밸리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을 넘어 ‘해양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그리고 그 비전은 동삼동을 넘어 북항과 신항까지 확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산이 바다 위에 미래를 짓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지금 우리의 전략과 실행에 달려 있다.
[공감] 무가치하지 않다
책이나 영화에 비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드라마는 멀리하는 편인데 최근 화제작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정주행을 시작해 버렸다. 제목에서부터 사람을 훅 끌어당기는 강렬함,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 작가의 전작에 대한 기억,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결국 1화를 클릭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드라마 속 세계에 안착하고 나면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끝까지 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영화판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선후배들과는 달리, 주인공 황동만은 20년 째 데뷔하지 못한 채 열등감과 질투심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다. 그가 느끼는 좌절의 감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더욱 깊어지는 실패의 감각. 물론 자신의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도 당연하긴 하지만 그런 마음이 언제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서 충만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남들의 눈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하루하루가 실은 중요한 의미들로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소박한 하루치의 진심이나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과정 같은 것은 쉽게 폄하된다. 주인공 황동만은 비록 형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이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빔 프로젝터로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형이 보기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일에 20년째 매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한심하기만 할 뿐이다. 노트북을 앞에 둔 채 멍하니 앉아 있는 황동만에게 형은 소리친다. “언제까지 집구석에서 놀 건데?” 그 말에 황동만의 억울함이 북받친다. “노는 거 아니라고! 다 생각하는 거야! 글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줄 알아?” 황동만의 그 목소리에 어쩐지 나도 같이 억울해졌고, 함께 소리쳐주고 싶었다. “가만히 있다고 쉬는 거 아니고요, 머릿속은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고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고 안 중요한 일이 아니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가치한 일이 아니거든요!” 모든 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판단하게 되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존재의 형태들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된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을 가진 개별적인 삶들이 마치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이 일반화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을 타인의 삶의 궤적과 나란히 놓고 끊임없이 비교 점검하게 된다. 황동만이 느끼는 무가치함은 이러한 비교의 장에서 발생하고, 그 지점이 바로 이 드라마의 공감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의 늪은 SNS의 확산으로 인해 비교 대상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우리는 수많은 온라인 친구들의 사진에 하트를 누르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은연중에 비교하고 내심 상대적 박탈감이나 좌절감에 휩싸이곤 한다. 나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나만 무가치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삶의 대부분은 눈에 띄는 성취나 타인의 인정 같은 결과물 이외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남에게 딱히 자랑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를 반복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외부의 보상과 무관하게 지속하는 일들은 우리 자신을 가장 성실하게 증명하는 방식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하루하루의 작은 축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변화의 과정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삶, 그런 삶은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
[기고]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의 공존이 필요하다
언제나 4월이면 짭잘이 토마토 수확하는 것을 보면서 한 해의 농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준 땅과 하늘에 감사한다. 김해의 비옥한 땅은 토마토를 살찌우고 따스한 햇살은 토마토를 빛나게 한다. 게다가 김해국제공항 주변에는 나쁘게 보면 항공기 소음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토마토를 춤추게 하는 항공기 음악소리도 꾸준하다. 오랜기간 김해공항 소음대책위원회 위원과 주민협의회장을 맡아보니 어느새 항공기 소음도 토마토 농사와 함께하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해공항은 우리나라에서 인천국제공항 다음으로 국제선이 많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지난해 국제여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농가에 일손을 돕는 베트남이나 우즈베키스탄 인력도 김해공항으로 오고, 수많은 관광객도 김해공항으로 오고 있기에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김해공항이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이 건설되면 지금의 김해공항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가덕신공항은 국제선을 맡고, 김해공항에는 국내선만 남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음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70여 년 동안 김해공항의 성장과 함께해 온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국제선 기능이 인천공항으로 집중되며 동남권 주민들은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과 시간·비용 부담을 감수해 온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은 일본·중국 등 단거리 해외노선은 김해공항을 통해 이용할 수 있지만,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한 가덕신공항으로 국제선 기능이 이전될 경우 이러한 접근성마저 약화되고 추가적인 이동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항 간 역할 구분이 아니라, 어느 공항에서든 일관된 서비스와 편리한 이용 환경을 제공받는 일이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분화해 운영하는 방식이 과연 지역민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방향인지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이 서로의 기능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항공 수요 분산과 소음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합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3개 공항건설운영 기관이 통합된다면 인천에 집중된 항공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김해공항과 향후 건설될 가덕신공항에 중장거리 국제노선을 확보해 동남권 주민들이 유럽이나 미주를 가기 위해 인천까지 이동하며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고 내 집 앞 공항에서 출발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민의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통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 관리 체계에서는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김해공항은 단거리와 비즈니스 특화로, 가덕신공항은 중장거리 대형 여객 및 물류 특화로 역할을 분담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성공을 바라는 만큼 김해공항의 발전도 함께 바라며, 두 공항의 공존을 기원한다.
[기고]부산권 조선해양기술 R&D 허브, 더는 미룰 수 없다
최근 북극항로와 미 함정 MRO 시장 참여 관련 부산권의 중심적 역할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란 특별법(이하 해양수도 특별법)’과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그리고 해양방위기술 시대를 맞아 부산권이 해야 되는 일에 대해 피력하고자 한다. 올해 1월 1일 해수부가 부산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한 것은 단순히 중앙행정기관이 이전된 의미를 훌쩍 넘어선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과 함께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새롭게 출범시켰고, 하반기에는 부산~로테르담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하는 등 쇄빙선 건조비용 지원,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함께 제시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역사상 유례 없는 정부부처의 지방 이전과 북극항로 정책은 미국의 1960년대 ‘달착륙 프로젝트’에 비견될 획기적인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 방향을 지속 가능한 확고한 동력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이를 위해서 부산권에서 해수부를 강력한 정책 축으로 하여 R&D-기술-정책-산업이 하나로 결합된 거점 모델의 적용을 제안한다. 부산은 북극항로와 해양방위기술을 화두로 해 조선해양 분야 R&D와 기술·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되어 있고, 해수부의 이전과 해양수도 특별법으로 국가정책 및 금융부문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신규 항로 개척이 아닌 대한민국 해양물류 체계의 재편을 요구하는 국가 메가 프로젝트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미 부산항만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4개 기관은 올해 2월 친환경 북극항로 업무 협의체를 결성해 관련 기관간 협력을 천명한 바 있다. 실무적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산권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한 기술지원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업운항 핵심기술과 핵심기자재의 자립이 관건이다. 부산권의 또 다른 핵심 역할은 미 함정 MRO 시장 참여이며, 크게 보면 해양방위기술 문제이다. MRO는 유지·보수·정비를 의미하는데, 최근 HJ중공업이 미 함정에 대한 MRO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정부 예산으로 부산권 중소중견 조선소를 기반으로 한 ‘함정 MRO 특화거점’ 구축사업이 착수된 바 있다. 아울러 부산 가덕도 천성항 인근에 함정 접안·정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단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계획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설계 등 지식 기반이 부재해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국내 해양방위기술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부산권에 해양방위기술 R&D 허브 전략 추진이 요구된다. 북극항로와 해양방위기술 관련 핵심연구시설 구축은 부산권에 클러스터화를 추진해 집적효과를 봐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위의 국가 전략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권역 내 기관 간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목구멍이 포도청’이 되어 정부사업 수주만을 위해서 기관들이 무지성으로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국가의 대사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권에는 조선해양 유관 대학이 국내에서 가장 밀집한 도시인 만큼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 양성의 보고가 될 수 있고, 연구개발·기술·산업의 연계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최고 수준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이 부산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고, 각 지자체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목포-여수-창원-부산-울산으로 이어지는 상생 가능한 초광역권 조선해양 혁신클러스터를 확대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논의에 따라 부산권만의 발전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혁신적인 개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자칫 망국의 길로 치달을 수 있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극복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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