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언급 없는 이재명… 부산 공약 진정성 있나
6·3 대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부산 시민의 눈에 비친 대선 후보들의 지역 공약은 실망과 불신을 자아내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지역 최대 현안은 단연 가덕신공항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항 건설을 넘어 부산의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국가 물류 전략을 강화하며 동북아시아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다. 한데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최종 공약집에는 정작 이 중대한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이 후보의 부산 지역 공약에 대한 진정성에 깊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그간 유세에서 ‘북극항로 선도 육해공 트라이포트 육성’을 강조하며 부산을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정작 그 트라이포트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가덕신공항에 대한 언급이 공약집에서 빠져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덕신공항은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특별법 제정, 기본계획 수립 등이 진행되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오랜 기간 부산 민심과 정치권이 함께 지켜온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로드맵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산 민심을 그저 선거 때만 이용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것이야말로 지역 민심을 향한 무책임한 태도다. 공약집에서 빠진 건 가덕신공항만이 아니다. HMM 본사 부산 이전과 해사법원 설립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민주당은 “HMM은 100대 기업 유치에, 해사법원은 해수부 이전에 포함됐다”고 해명하지만 이 중요한 공약이 구체적 문구 없이 세부 항목에 담겼다는 설명만으론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부산을 동북아 물류·교통 허브로 만들겠다며 가덕신공항의 ‘신속 추진’을 공약집에 담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사업 단계나 예산 계획조차 빠져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공약집에는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중심지다. 가덕신공항 건립, HMM과 같은 대형 해운기업의 본사 유치, 해사전문 법원의 설치는 단순한 인프라 하나 구축하거나 기관 하나 유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부산 산업 지도의 재편과 국가 전략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이런 중대한 사업이자 시민의 삶을 좌우할 정책이 말뿐인 약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산은 과거 수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중앙 정치권의 말뿐인 약속에 번번이 속은 경험이 있다. 그런 부산 시민 앞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에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 누락됐다는 사실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부산 시민은 ‘말이 아니라 책임 있는 명문화’로 대선 후보를 평가할 것이다.
[사설] 한은 기준금리 인하, 경제성장률 반토막에 경고등 켰다
한국은행이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치에서 무려 0.7%포인트(p)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새로 제시한 전망치(0.8%)와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개월 만에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무척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은은 같은 날 기준금리도 연 2.75%에서 2.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이은 인하 결정이다. 한은은 추가적인 인하도 시사했다.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낮춘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미국 상호관세가 유예 기간 후 절반 정도 다시 높아질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7%, 1.2%로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는 현재 심각한 내수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은 14.6%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도 6.3%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 부과 조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중국의 거센 추격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제조업의 상당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 위기는 단순한 경기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 구조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암울한 경제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빈 점포가 속출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더욱이 지난해 12·3 사태 때문에 대통령 공백 상태도 장기화됐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들어서는 새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적극적 경기 부양과 사업 경쟁력 고도화를 통해 저성장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미래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첨단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통화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차기 정부의 발 빠른 총력 대응을 기대한다.
[사설] 오늘내일 사전투표 정책 꼼꼼히 살핀 후 주권 행사해야
제21대 대선에서 드디어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오늘부터 이틀간 전국 3569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가 치러진다. 이번 사전투표는 과거와 달리 주말이 끼지 않은 평일에만 실시된다. 출근 준비 부담 탓에 직장인의 참여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계엄에서 조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높았던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동력이 되면 예년 수준의 투표율은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려면 각 구성원들이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네거티브를 멈추고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투표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완성의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공약을 꼼꼼히 살핀 뒤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후보 단일화 변수로 요동쳤지만 사전투표 하루 전까지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본선은 3자 구도로 굳어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연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려 애를 썼지만 결국 무산됐다. 개혁신당이 완주를 선언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국민의힘은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하며 전략적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유권자 앞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등 모두 6명의 대선 후보자 이름이 인쇄된 투표 용지가 주어지게 된다. 네거티브와 증오의 감정은 잠시 제쳐두고 차가운 이성으로 미래를 선택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정당이 공약을 걸고 주권자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다. 하지만 원내 1·2당이 사전투표에 임박해서야 공약집을 내놓은 것은 조기 대선이라는 사정을 감안해도 유권자의 검증 기회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28일 발간한 공약집에서 검찰 및 사법개혁 완수·대법관 증원, AI 등 신산업 육성,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26일 공약집을 내고 재건축 촉진특례법, 2032년 달 착륙 추진, 공수처 폐지,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신설, 비수도권 주택 취득세 폐지 등을 공약했다. 공약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인물을 선택하는 적극적이고 현명한 유권자가 필요한 대목이다. 사전투표는 갈수록 비중이 커지면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19대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26.06%, 20대 때는 36.93%로 상승세였고, 이번 21대 재외투표는 역대 최고인 79.5%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사실상 본투표와 다름없게 된 것이다. 선거 막바지까지 막말과 상호 비방에 고소·고발전까지 난무해 눈살을 찌푸리는 유권자들이 많다. 권력욕에 물들어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정치에 실망해 외면하면 민주주의는 오작동을 하게 된다. 유권자가 나서야 구태 정치를 멈출 수 있다. 선전·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공약으로 판단한 다음 사전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던지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 그래야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바뀐다.
부산시향의 신세계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체코의 전신인 보헤미아 왕국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에 두각을 드러낸 드보르자크는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세계적인 예술로 끌어올렸다고 추앙받는다.드보르자크는 쉰 살을 넘긴 189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에 있는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취임하기 위해서였다.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도착한 드보르자크는 미국의 드넓은 영토와 대자연의 웅대함에 압도된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활력 넘치는 모습과 제자들을 통해 접한 인디언 음악과 흑인 영가는 그에게 새롭고 신비로운 영감을 안겨줬다.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드보르자크는 이런 감동과 체험을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를 작곡했다. 흔히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부산시립교향악단(부산시향)이 지난 23일 제620회 정기연주회에서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내달 정식으로 문을 여는 부산콘서트홀 개관 시범공연이기도 했다.부산시향에게는 오랫동안 주무대였던 부산문화회관이 아닌 또 하나의 홈구장이 될 수 있는 부산콘서트홀에서의 첫 연주였다. 비(非)수도권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빈야드(포도밭)형 객석의 이질감, 선명하고 넓은 음폭을 자랑하는 최신 연주홀. 드보르자크가 고향을 떠나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신비함과 황홀감을 부산시향도 느꼈을 법하다. 드보르자크에게 미국이 신세계였듯, 부산시향에겐 부산콘서트홀이 신세계였다.부산시향 예술감독인 홍석원 지휘자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관객들에게 말했다. “부산시향은 부산 시민의 ‘자식’입니다. 저희가 잘못할 땐 꾸짖어주시고, 잘하면 응원해주십시오.”그런데 막상 공연장 안팎에서 느낀 소회는 자식이 홀대받는다는 아쉬움이었다. 부산콘서트홀 입구에는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등 스타 음악가들의 깃발 광고만 나부꼈다. 부산시향의 아버지인 부산시장은 자식이 부산콘서트홀에 데뷔한다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부산콘서트홀 공연 티켓을 구하는데 열의를 보였다는 이야기만 들렸다. 다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지금은 신세계를 마주한 부산시향을 응원해야 할 때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부산 함 놀러 오세요, 부산ON나
“그래 반갑다 친구야. 부산 함 놀러 온나.” 서울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부산 여행을 권했다.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리 생각했겠지만 으레 하는 인사였다. 인사치레 대화는 살면서 시시때때로 하게 된다. 그래서 꼭 밥을 먹고 싶은 반가운 사람에게는 “밥 함 먹읍시다”고 해 놓고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약속을 정한다. 아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정말 순식간의 만남이거나, 볼일이 급해서 그런 것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나, 형식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제부터는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부산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짠했는데, 마침 부산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부산을 제대로 소개할 좋은 수단이 최근 생겼다. 〈부산일보〉가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부산ON나(onna.busan.com)’ 웹 플랫폼이다. 5월 19일 전격 선을 보인 ‘부산ON(온)나’는 부산을 맛보고 즐기는 다섯 가지 신통방통한 코너로 이루어졌다.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과 밀면 맛집 등을 소개한 △부산 무봤나(먹어 보았나), 부산의 핫플과 역사적 명소를 소개한 △부산 가봤나, 부일시네마에서 엄선해 상영한 작품과 뉴스레터 경건한 주말에서 다룬 명작 영화를 소개하는 △라이프플러스, 그리고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음악 공연과 전시회나 강연의 티켓을 공유하는 △해피존플러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금정산 등 다섯 가지 메뉴다. 부산온나에 오시면, 우선 깔끔한 부산밀면으로 입가심 한 뒤에 무료 공연 함 보고, 금정산 나들이 갔다가, 해운대 장산도 구경하고, 쌍둥이돼지국밥으로 배를 채운 뒤 부슐랭 맛집에서 느긋하게 술 한잔 하시는 웹 서핑이 가능하다. 그러다가 부산의 맛이 정말 그리우면 부산행 열차를 타자. 사실 ‘부산온나’는 2년의 긴 산고를 겪었다. 고민의 지점은 ‘어떻게 하면 지역이 중심이 되는 장을 만들 것인가’였다. 세계전도를 거꾸로 돌려서 사무실에 걸어 놓은 한 지역 인사의 이야기에서도 모티브를 얻었다. 이분에게 부산은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다. 그 자신감으로 부산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부산에 관심을 가질까? 여전히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여객선 안에서 부산 출신 멋진 선장님이 알려주신 “지구는 다시 보면 지구가 아니라 수구다. 지구 표면적의 70%가 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란 말을 떠올리며 한 번 더 용기를 얻었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것은 역발상이 아니라 또 다른 해석이고 새로운 시각이다. 그래 부산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부산’에 천착해서인지 즐겨 보는 유튜브에서도 알고리즘으로 응답했다. 어느 때부터 유튜브를 열면 부산이 수도인 개그 프로그램이 올라온다. 잠시 내용을 소개한다. 설정은 부산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부산특별시에 있는 한 방송국 면접시험장. 서울 사투리를 쓰는 입사 지원자가 면접을 본다. 면접관이 이야기한다. “집이 어디요?” “예 서울에서 온 00입니다.” 면접관이 면박을 준다 “아따 아나운서 지망자가 서울 사투리가 너무 심하네”라고 한 뒤 다음 질문에서 최종 학력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이에 지원자가 서울대 나왔다고 하자 면접관은 “에헤이 지방대 나왔네”라고 또 무시한다. 결국 그 아나운서 지망생은 심한 서울 사투리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물론 개그는 개그일 뿐 너무 심각해지진 말자. 부산에 천착하는 한 구독자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 유튜브의 섬뜩한 알고리즘이 11년 전 웃찾사의 ‘부산특별시’ 개그를 떡하니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서울보다 부산이 낫다거나 서울을 이기는 부산, 서울보다 우위인 부산을 지향하기 위해 ‘부산온나’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지역성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오래된 명제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역(성)은 존귀하다. 부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맛 보고, 즐기고, 느껴 보시라. 〈부산일보〉는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 언론이다. 우리는 우리다움, 부산다움을 지키고 가꿀 의무가 있다. 또 부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부산을 제대로 소개할 책무가 있다. ‘부산온나’ 웹 플랫폼에서 날것 그대로의 부산을 맘껏 즐기시라. 그러다가 부산이 그리우면 이 남쪽의 아름다운 도시로 직접 찾아오시라. “참 서울 친구야 ‘부산온나’ 들어와서 단디 보고 묵고 싶은 거 있으면 담에 사 줄게 꼭 와야댄데이.” 그리고 여러분 〈부산일보〉 구독, 좋아요도 꼭 부탁해요.
[서상호의 오픈 스페이스] Come Together!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10대 정책 공약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후보자의 국가관,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축이다. 경제, 민생, 사회복지, 외교, 국방, 안보, 지역 균형발전 등 주요 정책이 망라된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문화정책 이슈를 찾아볼 수가 없다. 지자체 선거 때에도 문화정책은 ‘단골 메뉴’인데 하물며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데 어느 정당 하나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한 바가 없다. 내란의 내상이 심해서인가! 그렇다면 문화정책을 더욱 강화해 혼돈의 사회에서 국민의 치유와 회복에 더욱 절실히 나서야 하는 시기인데 말이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기본적 인권, 경제, 사회적 권리 외에 제27조항에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1년 유네스코는 문화다양성을 ‘사회 혹은 사회적 집단의 지적, 감성적, 윤리적, 정신적 생활의 총체’로 정의했다. 문화다양성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독창성을 유지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중요한 전제임을 확인하고, 시민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문화다원주의 정책을 강조한다. 올해는 문화다양성 유네스코 선언 20주년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매년 5월 21일(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부터 1주일간 문화 다양성 주간을 설정해 대국민 캠페인을 11년째 진행하고 있다. 2025년에는 부산, 전북, 전남문화재단이 지역 중심으로 협력해 진행한다. 타 시도와 비교한다면 부산문화재단은 평소 문화다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다문화를 넘어 예술 치유와 포용적 실천, 그리고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예술적 시도는 앞서가고 있다. 다만, 일련의 활동들이 시민 사회 속으로 스며들며 온도를 같이하는지는 의문이다. 현장의 힘을 믿고 민간 영역과 협력해야 하는데, 기관과 관계자 중심의 행사에 치중해 시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의 문화는 단순히 국가가 주도하는 하달식의 지원 정책을 넘어서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 예술가의 계승 발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가 주도하는 자율성, 문화 다양성, 포용성 그리고 차별 없는 시선과 관점으로 재정립되고, 단순 복지의 개념에서 더 확장되어야 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화정책의 방향과 시대적 요구는 창의적 창제작의 환경을 넘어 예술가·비예술가 구분 없는 예술로 치유하고 예술로 소통하는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아동, 초고령, 장애, 복지, 의료, 돌봄 등은 앞으로의 사회가 동행해야 할 분야다. 그 가운데 돌봄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초고령사회의 대표적 도시이다. 사실 아이들부터 고령인구까지 많은 사람은 이미 예술로 ‘돌봄’을 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체계화해 어떻게 ‘돌봄의 문화’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고립’과 ‘고독’이라는 현실 앞에 문화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언제까지 복지에만 맡길 것인가. 예술에 대한 존중과 예술가와의 동반 성장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그간 예술인을 대상으로 수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힘들고 공공 의존도만 높을 뿐이다. 이를 어떻게 풀지가 숙제다. ‘다시 현장에 다가가는 정책’을 통해 기후 위기, 불평등, 인구 및 지역 소멸, AI 발전, 젠더·세대 갈등과 혐오, 미디어 환경 변화 등 급변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는 극한 강도로 찾아오고, 한반도를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땅으로 만들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21곳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지구상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 도시의 소멸은 대한민국 소멸의 바로미터다. 며칠 뒤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급하게 대선을 준비하느라 공약은 그랬다고 칩시다. 함께 나은 세상으로 갈 때는 단디 챙겨 보입시다.” 문화! 대단하게 우아하거나 세계적일 필요는 없다. 두 정부가 후퇴시킨 문화정책을 반드시 다시 돌려놓는 게 먼저다. 적재적소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그 무엇보다 옳다. 그것이 시작이다. 비틀스 노래 ‘Come Together’가 떠오른다. ‘그가 말했어./난 너를 알고, 넌 나를 알지. /내가 네게 말해줄 수 있는 건 네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거야./함께 모여! 지금 당장, 나를 넘어서…’ 이 노래는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캠페인 노래로 만들어졌다가, 비틀스의 히트곡이 되었다. 비틀스가 해체되기 직전에 만들어진 곡으로 그들의 음악적 진화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분열된 사회에 대한 통합’의 메시지와 멤버 간의 갈등이 교차 되는 아이러니한 곡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어울린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세상의 모든 아침을 위하여
“나는 아무것도 작곡한 적이 없어. 내 음악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떤 이름, 즐거운 날들의 회상, 비에브르 강을 흐르는 물, 강가의 개구리밥, 쓰디쓴 쑥,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와 꿀벌, 그런 것들이 내게 가져다주는 선물일 뿐이지.” 알랭 코르노 감독의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에서 생트 콜롱브는 제자가 된 마랭 마레에게 이렇게 가르침을 준다. 흔히 고음악으로 분류되는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클래식 초보자에겐 아득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발디, 바흐, 헨델 정도? 조금 더 간다면 스카를라티, 몬테베르디, 퍼셀 정도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명인은 수없이 많이 있다. ‘태양왕’으로 불리던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에 살았다는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라는 음악가 역시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남쪽물고기자리 알파별’ 정도로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을 영화화한 ‘세상의 모든 아침’이 나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92년 세자르상 7개 부문을 휩쓴 이 작품은 개봉 첫해 프랑스에서만도 200만 장의 티켓이 팔렸다. 영화의 명성이 조용히 번져가면서 고전-낭만주의 음악에 치우쳐 있던 음악 감상이 바로크음악 붐으로 이어졌다. 영화에 사용된 고음악은 CD로 발매되어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넘게 팔렸고 지금까지도 계속 재발매되고 있다. 음악을 맡은 고음악 연주자 호르디 사발 역시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다. 초야에 묻혀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던 생트 콜롱브에게 구두 수선공의 아들 마레가 찾아와 음악 배우기를 청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생트 콜롱브의 제자가 되었지만, 출세에 목적이 있는 마레는 스승을 버리고 화려한 궁정 악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음악계 최고의 권력자인 장 바티스트 륄리의 눈에 들어 왕립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후, 륄리가 죽으면서 직책을 이어받아 음악계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당시로선 드물게 72세까지 살면서 500여 곡의 음악을 작곡했다. 마레는 19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아이들에게도 음악을 가르쳐 차례로 악장직을 맡게 했다. ‘성 주느비에브 성당의 종소리’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왕실의 화려한 옷을 입은 마랭 마레의 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는 곡이다. 늙은 마레는 단원들에게 이 곡을 가르치면서 스승이 가르쳐준 진실된 음악의 길을 떠올리게 된다.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아침은 오지만, 한 번 지나간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멋진 말이 위대한 음악과 어우러진 명작이었다.
[데스크 칼럼] 예타 통과만 기다리는 부울경 광역철도
장미대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이 전국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지역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 부울경 지역 대표 공약은 무엇일까? 아마도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부울경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건설이 아닌가 싶다. 부울경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을 넘어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부울경 지역 관계자들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찾아 1년가량 늦어지고 있는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을 촉구했다. 〈부산일보〉와 지역 정치권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지난해 6월 부울경 광역철도에 대한 예타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해 9월로 한차례 미뤄지더니 다시 12월로, 올해 상반기로 늦춰졌다.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급기야 ‘사업이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마저 나돈다. 부울경 지역 시장·도지사는 물론 국회의원, 기초 자치 단체장들이 기재부와 국토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잇달아 방문해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을 건의했지만, 기재부는 말이 없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부산 노포동에서 양산 웅상을 거쳐 KTX 울산역을 잇는 총연장 48.8km 규모로 건설되는 사업이다. 건설비는 3조 424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철도는 2021년 8월 국토부 국가 철도망 계획 선도 사업에 선정되면서 가시화됐다. 1995년, 이 철도가 처음 언급된 지 26년 만이었다. 국토부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3년 6월 기재부 예타에 포함됐다. 사타 당시 비용편익이 기준치(1.0)에 미치지 못했으나, 예타에 선정되면서 사실상 사업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었다. 그러나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물론 765만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자칫 소문대로 ‘사업 무산’이 현실화할지 우려돼서다.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예타 결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재부 예타는 인구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일수록 높게 나오게 돼 있어 인구와 경제력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추진되는 국책사업의 예타 통과가 수도권에 비해 어려운 것이다. 부울경 광역철도 역시 765만 명이 거주하는 곳에 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현재의 예타 잣대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점을 알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가덕신공항이나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남부내륙철도,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등 20여 개 사업이 이 혜택을 입었다. 정부의 예타 면제가 일부 사업에 그치면서 아쉽게 부울경 광역철도는 제외됐다. 이 사업은 2018년 당시 부울경 3개 시도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계획한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여서 예타 면제 대상을 기대했지만, 빠지면서 부울경 주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국회도 개별 사업을 지정해 예타 면제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다. 실제 김태호 국회의원도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예타 면제 등을 규정한 ‘특별법’까지 발의했으나 국회의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개별 사업마다 예타를 면제하거나 특별법을 발의할 수 없는 만큼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는 지방 국책사업 중 필요 사업에 한해 예타 면제와 함께 국가가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하는 관련 법 제정이나 개정이 절실하다. 특히 대선 후보들이 20여 년 전부터 선거 단골 공약이었던 부울경 광역철도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만큼 예타를 통과시켜 주거나 면제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울경 광역철도가 완성되면 765만 명이 거주하는 부울경이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결되면서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이동 편의성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부울경 광역철도는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인구 유출 방지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공약은 흔히 ‘약속’이라고 한다. 자기가 행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행에 제약을 가해야 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은 공약 중 가장 중요한 대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 고문을 이어간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로365] 대선에서 사라진 관광
조기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선거공약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씨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급속히 치러지는 선거전 속에서, 각 후보들은 경제와 민생을 중심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노라면 경제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현 대한민국의 최우선 현안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꼼꼼히 경제와 관련한 공약을 들여다 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조업을 필두로 하는 전통적 2차 산업에 방점을 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3차 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 분야의 정책과 공약은 어느 후보에게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서였다. 후보들의 캠프에는 관광 분야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가 아예 없다는 말인가. 선거 인력을 구하는 것도 후보들의 관심사가 반영된다고 봤을 때 후보들의 관심이 없거나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관광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얼마 전 부산 관광산업 관련 단체에서는 관광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모아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한 바 있다. 또 다른 당은 관광 관련 대학교수들을 모아 지역 정책위원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하고도 정작 대선 후보가 발표한 관광 관련 공약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팩트가 있을지 몰라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후보들이 관광산업을 ‘언급’은 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역시나 세부적으로는 눈에 띄는 전략도, 실행력 있는 구체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문화나 콘텐츠 분야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광과 연결되는 공약이 있을 뿐이다. 디지털 전환(DX)이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관광 정책은 전무하다.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언급’만 반복된다. 부산을 예로 들면 더욱 걱정스럽다. 가덕신공항과 GTX 연결, 초광역 관광권 구축 같은 메가 인프라에 대한 후보들의 ‘언급’만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와 함께 어떤 콘텐츠로 지역 관광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다. 이번 대선 과정만 놓고 본다면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는 점점 깜깜이가 되어가는 듯해 심히 걱정스럽다. 2000년대 초반 태국과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을 내세워 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 기존 관광자원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로 공항, 컨벤션센터 등 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콘텐츠와 인프라가 함께 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나올 정책이나 공약들의 방향이 구체화할 것이다. 부산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광은 부산의 10대 전략산업에 항상 포함돼 있으면서도 관련 연구실도 관광 전문 연구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산의 관광은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뚜렷한 비전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고 하지만 실행력 있는 전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의는 있어도 현장 실무자나 자영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행 방법론은 부재하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서도 ‘가능성’만 이야기할 뿐,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은 없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이 전무한 점이 더더욱 안타깝다. 관광은 단순한 서비스산업이 아니다. 교육, 외식, 숙박, 교통, MICE, 콘텐츠, 부동산까지 복합적으로 융합된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 산업이 살아야 상인들은 장사가 되고, 기업은 활기를 띠며, 청년은 돌아온다. 부산이 관광도시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기관과 산업 지원센터 설립, 관광DX 예산 확대, 지역형 콘텐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관광이 실종됐다. 그렇다면 이제 다가올 지방선거에라도 기대를 걸어야 한다. 관광산업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 전략이 정책과 공약으로 등장하기를 바란다.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서 관광산업이 뒤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제조업 기반이 빠진 자리에 관광산업이 앞장서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 수 있다. 관광 산업은 교육, 외식, 숙박, 교통, MICE, 부동산, 콘텐츠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있기에 미래 전략산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전환(DX)의 시대에 걸맞은 산업으로 재창조 되기 위해 부디 다음 선거에서는 관련 공약과 정책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라 본다.
[시론] 가덕신공항, 방파제부터 선착공해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지금 가덕도신공항이 딛고 나아가야 할 첫걸음도 분명하다. 방파제 공사의 조속한 착수다. 최근 수의계약 중단으로 전체 사업이 표류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핵심 공정부터 선행 착공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 전략’이 절실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설계·시공 분리 발주와 공구 분할 방식도 적극 고려하면 좋겠다. 방파제는 해상공항 건설의 출발점이자 든든한 보호막이다. 가덕도는 전체 부지의 59%가 해상에 자리를 잡아 있고, 연약지반 깊이가 최대 60m에 달하는 복잡한 조건을 지녔다. 이 같은 해양 환경에서는 파랑과 조류, 지반침하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제어해야만 본격적인 매립과 활주로 시공이 가능하다. 방파제가 없다면, 모든 공정은 해상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방파제 없이는 파랑(波浪)으로 인해, 해저 연약지반 개량도 할 수 없고, 국수봉을 절취(折取)한 사석을 해저 지반에 투석할 수도 없고, 케이슨 공법도 제대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1차 방파제 시공에만 5년을 들였고, 홍콩 첵랍콕공항 또한 파랑 차단을 위한 방파제 완공 후 본격적인 매립에 착수했다. 이런 해외 사례는 방파제가 얼마나 중요한 선행 공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작 분리 발주했다면 방파제는 상당 부분 진척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덕신공항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있는 격이다. 다음은 시공 방식의 유연성이다. 과거처럼 턴키(Turn-key)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설계·시공 분리 발주를 통해 다수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네 차례 유찰을 거쳐 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단독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구 분할을 통해 여러 전문 건설사가 동시에 투입되면, 공사 일정 지연 리스크(risk)는 줄이고 기술적 최적화는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유사 사례인 스페인 알리칸테공항(ALC)은 공구 분할과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을 동시에 이뤄낸 사례다. 가덕신공항 역시 발주 시스템의 혁신 없이는 성공적 추진이 어렵다. 또한 해상공항 건설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감독기관 또는 사업관리(CM) 회사에 해상공항 경험이 있는 사업관리자(Project Manager)를 기술고문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민감한 요소는 연약지반 처리다. 가덕도 해역은 인천공항보다도 깊고, 울릉공항보다도 복잡하다. 부등침하를 막기 위해서는 심층혼합처리공법(DCM)을 적용해 지반을 개량한 후, 대형 케이슨을 해상에서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공법은 나고야 주부 센트레아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고, 2025년 현재, 싱가포르의 차세대 항만 프로젝트인 투아스 메가포트(Tuas Megaport) 건설 공사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상공항이 아닌 거대 항만이지만, 유사한 해양 환경에다 케이슨 공법 적용 역시 흡사하기에 가덕신공항의 해상활주로 공사에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1단계 공사는 국내 건설업체인 DL ENC(옛 대림산업)가 수행했고, 2단계는 현대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1단계 공사의 경우, 애초 계약 공기를 7개월 이상 앞당긴 바 있다. 2025년 5월 현재, 국내 울릉공항 공사에서도 케이슨공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가덕신공항 프로젝트는 해상활주로 공사만이 시급한 건 아니다. 활주로 공사 이외에도 절대 공기를 좌우하는 단위 공사들, 즉 주요 공정선(Critical Path) 상에 있는 ‘현장 진입도로 및 가설 시설 설치’, ‘해상구조물(케이슨) 육상 공장 설치’, ‘국수봉 절취 및 토사 운반용 컨베이어벨트 설치’ 등등, 단위 공정끼리 서로 간섭되지 않게 조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은 결단의 시점이다. 방파제 공사는 단순한 선행 작업이 아니고,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추진력을 결정짓는 ‘키스톤’이다. 이 공정이 착수되어야만, 이후 모든 절차가 일관성과 속도를 갖고 전개될 수 있다. 가덕신공항 2029년 조기 개항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회복과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언제까지 도돌이표 같은 대책 회의만 거듭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파제를 착공하지 않는다면, 활주로는 절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실행의 시간이다.
역대급 사전투표 열기… 이재명-김문수 누가 웃을까
부산대 - 부산교대 ‘한 식구’ 된다…2027년 3월 ‘부산대학교’로 통합
아예 언급 없거나 모호하거나… 대선 공약 가덕신공항 ‘홀대’
3년 전 대선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소용돌이’ 치는 PK 대선 민심
내란 종식 vs 방탄 독재 ‘프레임 전쟁’… 정책·비전 경쟁 실종
"지방정부, 행정·재정·입법 권한 가져야… 개헌 불가피" [새 대통령이 바란다]
수련병원 곳곳 전공의 모집 연장… 정부는 인턴 수련기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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