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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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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폭력조직 계보는 6·25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의 칠성다방 앞 피란민 깡패들의 모임이었던 ‘세븐스타’가 부산지역 폭력조직의 시초로 꼽힌다. 이 세븐스타는 1970년대 ‘칠성파’로 이름을 바꾸고 1980년대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한다.칠성파는 이후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등장한 ‘신20세기파’와 쌍벽을 이루며 부산의 밤을 장악했다. 유흥·향락업소 보호비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이들은 영화 〈친구〉의 소재로도 등장했을 만큼 악명을 떨쳤다.1990년대 들어 사정은 급변했다. 노태우 정부가 벌인 ‘범죄와의 전쟁’으로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돼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대형 폭력조직은 와해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강환이 출소하면서 다시 군소조직을 흡수하자 칠성파와 반칠성파 연합 사이 갈등이 재현된다. 그 결과 터진 것이 2006년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 난투극이었다. 새벽을 틈타 반칠성파 연합 50여 명의 조폭들이 둔기를 들고 난입해 칠성파와 패싸움을 벌이던 장면은 느와르 영화를 무색케 할 만큼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는 부산 검찰의 강력부 강화로 이어졌고 이후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두목과 행동대장급들이 줄줄이 잡혀가게 됐다. 당시 검찰은 이들에 대해 범죄단체구성죄를 적극 적용하고 부동산이나 유사금융으로 벌어들인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범죄수익 환수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도 했다.그렇게 기존 조폭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사이 2030세대 위주의 소위 MZ조폭이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토대로 한 기존 조폭의 문화와는 달리 비슷한 세대가 모인 ‘또래형’ 집단을 형성하는 특징을 보였다. 수입원도 허위 투자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주식 투자 유도방을 통한 자본 모집,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등 지능형으로 탈바꿈했다. 2023년엔 부산지역 410억대 투자 사기단 검거 결과 운영진 대부분이 MZ조폭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활동을 숨기기보다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외제차와 명품 등을 과시하며 조직원을 모으는 당돌함도 내비친다.MZ조폭 트렌드와는 별도로 최근 부산 도심에서 잇따라 난투극을 벌이다 잡힌 2030 폭력배들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부산 대표 기존 조폭 집단의 명맥도 MZ세대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었음이 놀라울 뿐이다. 신구 독버섯에 대한 당국의 근절책 마련을 촉구한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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