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이란 공습… 중동발 경제 리스크 철저히 대비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면서 국제 정세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란이 즉각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한 데 이어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수입 원유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잇단 강경 발언에도 코스피지수가 6000선을 넘어 안착하는 등 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 호조세까지 기대했으나 중동 리스크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이란의 반응은 지난해 6월 미국이 벙커버스터 등으로 핵시설을 타격했을 때와 전혀 다르다. 당시 이란은 우왕좌왕했지만 이번 사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1시간 만에 ‘역대 최대 보복’을 천명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인접국에 주둔한 미군 거점에 대한 동시다발적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선박 통행 불가’ 조치까지 내렸다. 지난해 기준 원유 69.1%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 우회 루트를 활용하더라도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8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교민들의 안전 확보 등을 위한 긴급 상황점검회의 등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가동,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인 시장안정프로그램 시행에 돌입했다. 정부의 신속한 대처는 무척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번 중동 사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정도로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이번 사태가 한층 커지고, 장기화한다면 우리 경제의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 경제 핵심인 에너지 안보 수호를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동의 군사 충돌은 우리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지구촌 국제 안보 환경은 크게 요동칠 예정이다. 미국이 중동에 군사적 역량을 집중하면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한국의 완전 붕괴’를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정밀한 외교, 안보 전략과 함께 한층 세심한 경제정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동발 유가 불안이 물가와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빈틈없는 안보, 경제 대응 체계로 중동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길 바란다.
[사설] 끝내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 국민 피해 누가 책임지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도입, 판검사의 법리 왜곡을 형사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증원안이 그 골자다.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 파괴법’이라 규정하며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수적 열세를 넘지 못했다. 사법제도의 구조를 바꾸는 중대 사안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매듭지어진 셈이다. 민주당은 상고심 적체 해소와 기본권 보장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앞서 사법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사법부를 예속화하려느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관련 법안을 본격 추진해 왔다. 재판소원은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 적체 해소를, 법왜곡죄는 판검사 책임 강화를 내세운다. 민주당 논리대로 명분을 전면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여야 합의나 국민 공청회, 충분한 영향 분석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심지어 법왜곡죄는 본회의 직전 일부 수정됐을 정도다. 사법제도의 뼈대를 건드리는 법안이 그만큼 졸속으로 추진됐음을 내보인 셈이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내용 또한 절대 가볍지 않다.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 효과를 낳아 확정 판결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소송 기간 장기화와 비용 부담 증가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법왜곡죄는 왜곡의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명확성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검사가 형사책임을 의식해 소극적 판단에 머문다면 재판의 독립은 위축될 수 있다. 대법관을 12명 늘리는 방안은 단순 증원이 아니다. 임기 구조상 상당수 대법관을 현직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뒤따른다. 전국 법원장회의의 잇단 소집과 법원행정처장과 같은 사법 수뇌부의 사퇴는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법개혁은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도입을 부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준비없이, 더욱이 전문가들의 반대와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무릅쓰고 강행했다면, 개혁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입법부가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해서 헌정 질서의 구조까지 일방적으로 재편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 재판 지연과 비용 증가, 판결 권위 훼손의 부담은 결국 국민에 돌아간다. 진정한 사법개혁이 되려면 보완과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야당의 주장처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한 진지하게 검토할 사안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입법은 사법개혁이 아닌 사법 불신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사설] 지속가능 수산업 위해 수산진흥공사 설립 적극 검토해야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탁월한 수산업 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동해와 서해, 남해에 서식하거나 회유하던 어종들이 자취를 감춘 데 이어 양식도 종묘 괴사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산업계는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아우성이다. 이대로 가면 어촌 자체가 소멸할 우려도 높다. 수산업계는 현재까지와 같은 소극적인 정부 지원 방식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수산업계가 직면한 현안을 전담할 수산진흥공사를 설립해 대규모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어민 등 전국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달 10일 부산에 집결해 ‘수산진흥공사 창립추진위 설립 및 창립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어장 변화는 물론 친환경 규제에 따른 선박 전환 자금난 등 총체적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수산진흥공사를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규 어선 도입 금융, 어선 현대화 펀드, 민간 투자 연계 등 수산업 구조 전환을 뒷받침할 정책 고도화를 위해 수산진흥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 수협중앙회 등으로 나뉜 수산업 정책 체계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산업은 현재 큰 변화에 직면했다. 예전처럼 연근해 조업과 양식, 원양어업 위주의 정책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종합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수산 발전 계획과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더욱이 K푸드 열풍에 발맞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위판장과 가공시설 등 후방산업을 육성할 대대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이런 현안들을 해결하려면 대규모 자본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수산 정책을 총괄하면서 자금 문제 처리 능력을 갖춘 컨트롤타워를 마련해달라는 수산업계의 요구는 너무나 합당하다. 예전 위기에 처한 해운업을 위해 정부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발 빠르게 설립한 것은 좋은 선례로 꼽힌다. 수산업은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다. 미래에 닥칠 전 세계적 식량 문제를 해결할 대안 산업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국민은 수산물 의존도가 무척 높다. 그러나 만성적인 적자와 친환경 선박 전환에 따른 경제 부담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선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수산업계의 현실이다. 더욱이 수산업은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보니 민간 자본 투자조차 용이치 않다. 수산업계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지속 가능한 수산업 기반 마련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수산진흥공사 설립을 염원하는 수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듀! 등골 브레이커
2010년대 초반 중고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이 불었다. ‘노페 교복’으로도 불린 이 패딩의 가격은 60만~70만 원대였다. 패딩 가격에 따라 계급을 매기는 풍조가 생기면서 고가 패딩은 왜곡된 유행 문화 상징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당시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에서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서 입혔다. 고가 패딩이 인기를 끈 탓에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의미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다. ‘등골이 휘다’에 영어식 표현 ‘브레이커’를 붙인 신조어였다.2013년 이후에는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등 100만 원이 넘는 해외 프리미엄 패딩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두 고가 패딩은 노스페이스보다 훨씬 비쌌던 까닭에 ‘新(신) 등골 브레이커’로 등극했다. 방탄소년단은 2014년 미니앨범을 통해 ‘등골브레이커’라는 곡을 발표했다. ‘수백 짜리 패딩에 으스대지… 21세기 계급은 반으로 딱 나눠져 있는 자와 없는 자… 니가 바로 등골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브레이커’라고 노래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허황된 욕망을 비판했다.한동안 잊혔던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최근 소환됐다. 이번에는 패딩이 아니라 교복 가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교복 구입비가 60만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고가 교복이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라고도 한다더라”고 언급하며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교복 가격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전국 중고등학교 5700곳을 대상으로 교복비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학교별 교복 가격, 구성 품목, 계약 방식, 공급 업체 현황을 종합 점검해 가격 형성 구조의 적정성을 분석할 계획이다.현재 교복비는 매년 상한가를 정한 뒤, 각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금액을 학생에게 지원하는 구조다. 올해 상한가는 34만 4530원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주로 정장형 교복에 맞춰져 있어 생활복, 체육복, 셔츠 등 30만 원 이상을 별도 구매해야 해 학부모 부담이 만만찮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새 학기마다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돼 온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교복을 생활형 교복이나 체육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교복 가격의 거품을 빼고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교복 말고도 사교육비, 스마트폰, 운동화, 가방 등 ‘등골 브레이커’는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기대에 한참 못 미친 부산 프로농구
부산을 연고지로 한 남녀 프로농구팀 부산 KCC 이지스와 부산 BNK썸이 올 시즌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부산의 한 농구 팬은 “2년 전과 지난해 각각 챔피언에 오른 두 팀이 올 시즌에는 이렇다 할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며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두 팀 모두 리그 우승이 좌절된 처지여서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전문가들도 “수비력이 약한 부산 KCC와 높이가 약점인 부산 BNK가 막판 대반전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는 있어도, 챔피언전 정상을 차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슈퍼팀’으로 불렸던 부산 KCC는 2023-2024 정규리그에서 5위로 플레이오프에 향했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부터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허웅과 최준용, 송교창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왔고, 당시 외국인 선수였던 라건아까지 내외곽에서 상대 선수를 맹폭한 결과, KCC는 ‘KBL(한국농구연맹) 역대 최초 정규리그 5위 팀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2025-2026시즌에는 화려한 선수들의 이름값과 달리 성적은 너무 실망스럽다. 현재 리그 5위를 기록 중인 KCC는 올 시즌 국가대표 출신 가드 허훈과 장신 센터 장재석을 영입하고 역시 국가대표를 지낸 이승현을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기존 멤버인 허웅과 최준용, 송교창에 허훈과 장재석, 숀 롱이 가세한 KCC는 ‘역대 최강’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올 시즌 KCC 지휘봉을 잡은 이상민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송교창, 최준용은 잦은 부상으로 밥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숀 롱이 골밑과 외곽에서 분전하며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민 감독은 “왜 우리 팀에 부상이 잦은지 나도 알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슈퍼스타에 의존한 팀 구성으로 인해 주전을 받치는 벤치 멤버가 약하고, 수비 조직력이 취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KCC의 공격력은 10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이다. 팀의 해결사 허웅은 지난달 2일 열린 서울 SK전에서 14개의 3점포를 꽂은 것을 포함해 51점을 터뜨렸다. KBL에서 국내 선수가 50점 이상을 넣은 건 허웅이 역대 세 번째다. 2004년 3월 7일에 당시 인천 전자랜드에서 뛰던 문경은(현 수원 KT 감독)이 원주 TG삼보(현 원주 DB)를 상대로 66점(3점슛 22개)을 쏟아부었다. 같은 날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의 우지원이 창원 LG전에서 70점(3점슛 21개 포함)을 뽑았다. 당시 문경은과 우지원은 3점슛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이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동료들이 두 선수에게 3점슛 기회를 몰아주면서 비현실적인 득점 기록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SK의 빡빡한 수비를 뚫고 51점을 꽂은 허웅이 역대 득점 1위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부산 BNK도 지난달 5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우승팀다운 위용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2024-2025시즌 공수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리그 1위와 챔피언전 우승을 동시에 거머쥔 BNK는 올 시즌 리그 4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의 원인은 수비 조직력의 약화와 높이의 열세 때문이다. 특히 팀의 센터 역할을 하는 변소정과 박성진, 김도연이 지난 시즌에 비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팀의 공수를 지탱하고 있는 베테랑 김소니아와 박혜진, ‘돌격 대장’ 이소희의 분전에 힘입어 길었던 5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김소니아는 올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리바운드에서도 개인 순위 10위권 내에 들며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활동량과 해결사 본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슈터 이소희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이소희도 올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팀의 승부처마다 맹활약하고 있는데, 김소니아와 박혜진이 집중 견제를 받을 때 외곽에서 터뜨리는 이소희의 득점포는 팀 공격의 혈을 뚫어주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BNK 박정은 감독은 “리바운드 등 높이에서 다소 약점이 있지만, 주전 선수 5명을 비롯해 벤치 멤버까지 원팀으로 이기는 모습을 항상 주문하고 있다. 코트에서 수비나 경기 조율 등 리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박혜진과 김소니아 같은 선수가 있다는 게 우리 팀의 믿을 만한 구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슈퍼팀’ KCC와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BNK가 다시 한 번 기적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트북 단상] 동물원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고?
부산 부모들에게 ‘동물원’은 애증의 단어다. 주말이면 아이 손을 잡고 유아차를 밀며 등산을 하듯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했던 부산진구 초읍에 있던 삼정더파크. 그 살벌한 경사도 때문에 유아차 옆에는 늘 시원한 음료가 상비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0년 문을 닫았다. 최근 부산시가 이를 인수해 내년에는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비싼 땅값과 좁은 부지라는 부산의 태생적 한계 속에 그나마 있던 공간도 규모와 시설 면에서 늘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부산의 부모들은 큰마음을 먹고 1박 2일 일정으로 용인 에버랜드행 고속도로에 오른다. 심지어 해외여행에서도 동물원을 보기 위해 하루를 온전히 소비한다. 대형 동물원 하나를 보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이 비효율적인 풍경은 역설적으로 우리 지역이 처한 칸막이 행정과 정치적 불통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까운 경남으로 눈을 돌리면 넓은 땅과 완만한 지형이 널려 있다. 하지만 ‘우리 시’의 예산이 ‘남의 도’에 쓰일 수 없다는 행정의 벽은 그동안 견고했다. 부산 사람은 즐길 곳이 없어 떠나고, 경남은 인프라를 채울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순이다. 최근 부상한 행정 통합 논의가 단순히 정치적 수사가 아닌, 우리 삶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다가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원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게 가로막았던 그 낡은 벽, 그리고 정치적 자존심이라는 더 높은 벽을 허물자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이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늪에 빠져 더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메가시티 파기 이후 추진 중인 행정 통합은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성향과 차기 대권·선거 셈법에 따라 온도 차, 속도 차가 극명하다. “누가 통합 지자체의 수장이 될 것인가” “어느 도시의 위상이 낮아질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기싸움은 시민들의 실질적인 이익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부울경이 하나의 행정 구역처럼 움직인다면 자본을 한 곳에 집중 투입해 에버랜드 부럽지 않은 공간을 우리 곁에 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극 3특의 본질은 이름 합치기가 아니라, 흩어진 자원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원시티’에 대응할 체급을 키우는 결단이다. 실제로 수도권은 워낙 교통이 발달하고 인프라를 공유해 ‘니꺼 내꺼’의 개념이 지역에 비해 약하다. 경제 영역으로 넘어가면 통합의 절실함은 더욱 커진다. 설계는 부산에서, 건조는 거제와 울산에서 이뤄지는 조선업 생태계는 이미 행정 경계를 넘나든다. 이를 뒷받침할 광역 경제권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미래 모빌리티와 물류 산업에서도 수도권이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설계도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원칙은 ‘냉정한 선택과 집중’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모든 지역을 똑같이 개발하겠다는 ‘N분의 1’ 방식은 결국 모두를 고사시킨다. 그러기에 냉정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이를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권한의 이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치적 셈범이 시민의 일상을,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 부울경의 부모들이 넓은 공간에서 유아차를 한 손으로 밀며 여유롭게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중앙로365] 전기가 곧 자본인 시대, 부산의 '에너지 경제학'
우리는 하루를 전기와 함께 시작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고, 밤새 충전된 스마트폰으로 아침을 연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전기는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조용한 에너지가 도시의 위상을 바꾸고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그동안 지연되었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이행을 공식화하며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확정했다.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동해안 벨트는 이번에도 우리 부울경 인근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또다시 수도권을 위한 ‘전기 공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철저한 안전장치와 제도적 혜택이 전제된다면, 역설적으로 이 상황은 부산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수도권의 현실을 볼 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가 필요로 하는 전력만 무려 15GW, 이는 원전 약 10기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력 자급률이 60%에 불과한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다. 송전 과정에서 사라지는 전력 손실 비용만 연간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대두되는 ‘수도권 원전 건설론’은 현 전력 공급 체계의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방증이다. 위험은 지방에 집중되고, 소비는 수도권에 몰리는 이 불균형한 전력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시행하며 “전기는 생산되는 지역에서 쓰이게 해야 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대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송전 거리 비례 요금제(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요금 체계 변화가 아니다. 바야흐로 자본과 기술, 인재가 ‘싼 전기’를 찾아 이동하는 ‘에너지 경제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부산의 경쟁력은 명확하다. 단순히 전기가 남는 도시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공급망을 갖췄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정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특화지역 내에서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한 유연한 전력 운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UPS(무정전 전원장치)를 대체할 ‘ESS 기반 구독형 서비스’는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AI·플랫폼 기업에 이는 매우 강력한 유인책이다. 변화는 이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부산에 유치된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만 12조 7000억 원에 달하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15개사가 부산을 선택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해저 광케이블의 90%가 연결되는 통신 인프라는 부산을 단순한 항구 도시에서 데이터가 흐르는 ‘글로벌 디지털 물류 허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풍부한 전력’과 ‘초고속 통신망’, 그리고 원전 인접 지역의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더 큰 가치는 ‘전기의 양’이 아니라 ‘전기의 질’이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24시간 끊김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CFE)’ 사용을 기업의 필수 조건으로 요구한다. 원전이라는 확실한 무탄소 기저 전원과 수소 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부산은 최적의 대안이다.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가 있는 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그 위에 AI·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뿌리내린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지역 청년들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는 결코 부산만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에 따른 국가적 에너지 비효율을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전기가 있는 곳으로 산업이 이동하는 것은 정책 선택이 아니라 물리적 법칙이자 경제적 순리다. 이 순리를 따를 때, 부산은 수도권의 ‘대안’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는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용을 넘어 주택용까지 포함하는 전면적인 차등요금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지산지소’ 원칙 이행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와 함께 거대한 에너지·산업 시스템을 운용할 혁신 인재 양성도 필수적이다. 이미 지역 대학들은 반도체·에너지 융합 전공 등을 운영하며,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도시는 늘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전기가 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된 지금, 부산은 다른 도시들이 갖기 힘든 최고의 패를 손에 쥐고 있다. 수도권의 전력난이 심화할수록 부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는 지금, 전력 다소비 기업들을 부산으로 이끄는 일은 필연적 선택이자 부산의 재도약을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편집국에서] 지역의사제의 한계
정부가 지역의사제 지원 자격을 내년부터 해당 지역 중학교 출신으로 제한하면서 의대를 노리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또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양성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재입법 예고를 하면서 당초 2033학년도부터 적용하려던 중학교 소재지 요건 적용 시점을 2027학년도로 앞당겼다. 또 비수도권이었던 중학교 소재지 요건은 진학하려는 의대 소재 지역 및 인접 지역인 광역권으로 변경했다. 이는 중학생의 지방 유학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지난달 10일 정부가 의대 증원분을 전부 지역의사제로 뽑는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0일 2027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 정원을 총 3342명,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기존 의대 정원 3058명(2024년 기준)을 초과해 증원하는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등록금 등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복무하는 정책이다. 이로써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정책 방향은 일단락된 셈이다. 의료계의 반발로 중단됐던 의대 증원이 결정된 점,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 등은 정부의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재 지역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갈 길이 멀다.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사실 개선 효과가 전무하다는 냉혹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의료 인력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부산과 울산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지역의사제의 혜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산대, 동아대, 인제대, 고신대, 울산대 등 부산과 울산지역 의대를 졸업한 이들은 경남의 의료취약지역에 배치된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지역의사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부울경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경우 의무복무지는 창원권(창원, 의령, 함안, 창녕), 김해권(김해, 밀양, 양산), 진주권(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통영권(통영, 거제, 고성), 거창권(함양, 거창, 합천) 등이다. 경남지역에서는 직접적인 인력 공급 효과가 나타나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10년간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다. 경남 내에서도 창원, 김해, 진주 등 일부 대도시에만 의사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군·농어촌 등 최말단 지역은 여전히 의료취약지역으로, 의료 공백이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필수 의료의 개선 정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 경남은 소아과 진료 대란, 산부인과 분만 대란, 응급실 뺑뺑이 등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과 의료 인력 부족이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역의사제 혜택을 받는 경남지역조차도 지역의사제 도입만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현재처럼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무복무 10~12년을 유지하는 한, 즉 전공 선택을 강제하지 않는 한 인기 과목 쏠림은 계속될 것이고 필수과 의료 공백은 그대로일 수 있다. 지역의사제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단기적 인력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까지 통상 10년의 교육기간이 필요한데, 당장의 의료 공백 해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의료 공백의 본질은 의사 수의 부족과 필수 의료 인력의 부족이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일정 부분 의사 수의 부족을 메운다 해도, 그 절대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과의 포화로 인해 필수과로 넘어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적다. 특히 지역의사제가 필수 의료과로의 강제 선택을 요하지 않는 이상 필수 의료의 공백도 메우기 힘들다.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의사 수의 대폭 확대와 필수의료의 수가 인상인데, 의사 수의 확대는 의료계의 반발을 부르고, 의료수가 인상은 국민건강보험기금의 고갈을 불러온다. 하지만 의사 수가 대폭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필수과로의 낙수효과는 커질 것이며 지금 같은 고소득을 보장할 수 없게 돼 장기적으로 인재가 의대에만 쏠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지역의사제의 성공을 위해서 정부는 하위법령 개정 등을 통해 좀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고, 나아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의료계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미봉책으로 때웠다면,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진행되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의료 개혁의 출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세헌 편집국 부국장 cornie@busan.com
[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엄흥도와 노무현의 의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후반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엄흥도의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이는 서슬 퍼런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의리가 지금의 국민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리는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임에도 불구, 작금의 시대에선 이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다수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 정치라는 영역에서는 일찍이 실종된 상태다. 어쩌면 이제는 같은 진영 내에서도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최근 부산에서는 ‘정치적 의리’보다 ‘정치적 실리’를 지키는 달라진(?) 지역 정치 문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달 말 부산에서 현 정권의 핵심 인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대통령의 측근이자 분신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니 사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더라도 알법한 인물이다. 우연찮게도 같은 날 불과 한 시간 전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반을 닦아온 한 여권 인사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물리적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것아 불가피했다는 점을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함께 동지로 활동하고 있는 여권 인사들은 이재명 정권의 실세보다는 지역 인사에 힘을 실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 사실이 머쓱했는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인사는 이러한 작태를 비판한 여권 지지자의 게시물에 ‘에구 제가 민폐를 끼쳤군요, 건승을 기원합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본선보다 지저분한 싸움이 벌어지는 게 경선’이라는 이야기가 있듯, 6·3 지방선거 본선행 티켓을 둘러싸고 이젠 상대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과거 가족 관계를 공세 소재로 삼는다. 폭행으로 이혼을 했니,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니 등등의 아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문제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에 있어 이러한 것들이 공직자의 검증 잣대가 될 수 있겠지만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그 방법은 의리를 저버린 것이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국민들에게 가장 호감 받는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은 민주당 지지 여부와 별개로 많은 이들에 안타까움을 낳는다. 정계에 입문도 하기 전부터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고자 한다. “의리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오션 뷰] 드디어, 해양수도 부산!
6·25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입법·사법·행정기관이 부산에 자리했다. 휴전과 함께 찾아온 수도의 지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후 중앙 부처가 부산에 둥지를 튼 적은 없었다. 그런 부산에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이전했다. 73년 만의 중앙 부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컨트롤타워가 비로소 부산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해수부 이전 효과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거대하다. 해수부를 찾아온 수많은 국내외 기관과 글로벌기업 관계자들이 내친김에 부산의 해양기업과 기관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기업 홍보와 사업 협력이 일어나는데, 서울이나 세종에 해수부가 있던 때에는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수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각종 기관과의 타운홀 미팅이 이어지고, 부울경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과 해수부 기능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청사만 나서면 만날 수 있는 해양 현장이 바로 부산이니 민원 해결에 목마른 지역 기업인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지사다. 지난달 25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도 그중 하나다. 해양풍력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간담회에서 대형 구조물 운송 문제를 토로했다. 낮에 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서 심야 운송을 하는데 불법 논란으로 늘 조마조마하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수출하려면 부두가 있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부산항의 시스템 한계를 지적했다. 그 넓은 부산신항 배후 부지에 제조업체가 왜 활성화하지 못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토로와 고민도 과거에는 지방 정부의 민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해수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고 범정부 차원의 논의로 이어갈 수 있으니 부산 기업인의 희망이 커진 것이다. 해수부는 더 이상 여러 부처 중 하나로 머물지 않는다. 부산의 수많은 현장 목소리, 그것이 설령 해양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중앙정부 플랫폼으로 의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수부는 이미 서울과 세종의 타 부처와 다르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지역과 중앙을 잇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이른바 ‘부산 On’ 해수부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부각된다. ‘지역이 곧 국가’라는 인식의 중심에 서 있고 다른 중앙 부처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 ‘부산에 홀로 떨어진’ 부처가 아니라 ‘부산에서 홀로 국가 운명을 짊어진’ 혁신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AI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국가가 규제보다 설루션, 즉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해수부가 이런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물놀이가 해양레저의 전부이던 시대에 설정한 규제 틀로는 한국형 크루즈산업, 바지선 레스토랑, ESG와 결합한 해양레저 산업의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 안전과 환경의 중요성을 ‘모르쇠’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사후 책임을 더 철저히 묻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행정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해양관광을 보아도 바다에서 이뤄지는 관광만이 아니고 해양을 자원으로 삼는 관광산업이라는 관점을 해수부가 주도해야 한다. 소관 업무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부처가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 문제를 해양의 관점에서 수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해양공간을 이용하는 주체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합의해 오라”는 힐난으로 책임을 방기하는 부처가 아니라 조정 기구를 설치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용기를 해수부가 지니게 되기도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통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방과 중앙, 부처와 부처의 벽을 허무는 실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낼 것인가는 부산 시민들의 관심에 달렸다. ‘규제의 도시’에서 ‘해결의 도시’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이번에는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구해 오라고 하지 말고,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갈망하게 하라”는 문장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온다. 꿈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배를 지어도 깊은 바다로 항해를 떠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금 배 짓기에 앞서 어디를 어떻게 항해할지 꿈부터 키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북극항로 개척의 꿈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업도 그런 꿈과 실험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 대통령도 아마 그런 꿈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해수부 장관을 찾고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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