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첫 삽, 글로벌 마리나 거듭나야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를 꿈꾸는 부산의 대표적 해양레저 시설로 꼽혀온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마침내 첫 삽을 뜨게 됐다. 2008년 민간투자사업 제안 접수 이후 무려 17년이 넘는 기간 동안 표류해 온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1986년 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조성된 이후 노후화가 심각해지면서 2008년 당시에도 재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난무할 정도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해당 사업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 아직도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어서다. 논란 처리 여부에 따라 이 공간은 갈등의 공간이 될 수도, 글로벌 마리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은 2008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현 아이파크마리나)이 부산시에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내면서 공식화했다. 이후 2014년 1600억 원 상당의 실시협약이 맺어지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재개발지에 들어설 호텔을 둘러싼 경관과 일조권 문제를 비롯해 학교정화구역 논란이 불거지자 부산시는 2016년 사업자 지정을 취소했다. 결국 장기간 행정소송에 돌입한 끝에 2018년 사업자가 부산시에 승소했으나 사업은 끝없이 지연됐다. 이후 아이파크마리나와 부산시가 호텔을 짓지 않는 것 등으로 합의하고 논의를 진행한 끝에 1월 변경 실시협약을 맺으며 사업이 재가동됐다. 지난 24일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 착공식이 열리면서 해당 사업은 공식화했으나 착공식 당일 민원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민원 제기 주체는 인근 주민이 아니라 요트경기장에서 요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영세 사업자들이다. 사업자들은 해당 재개발 사업 시공사가 당초 7개월 예정이었던 해상공사 기간을 20개월로 늘려잡는 바람에 요트 계류장 장기간 폐쇄로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아우성이다. 시는 재개발 사업이 또 다시 차질을 빚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시가 서둘러 착공식부터 열 것이 아니라 사업자 설득 같은 사전 정지작업을 먼저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표류하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의 착공은 영세 요트 임대사업자들의 생계 위협 논란 이외에도 아직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더 남아 있다. 민간이 1600억 원 상당의 돈을 들여 재개발을 하는 대신 30년 동안 6000억 원에 이르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면제받는 것이 합당한가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레저 산업 인프라의 재개발 본격화에 마냥 박수만 보내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해당 사업이 실질적인 글로벌 마리나 공간 마련으로 이어지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민간 수익의 공익 재투자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은 그 시작이 될 터이다.
[사설] 치솟는 환율에 속수무책… 지역 경제 직격탄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부산 지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은 지난달 초 1400원대에 진입한 뒤 한 달 반 만에 1470원대로 치솟았다. 머지않아 1500원대에 육박할 기세다. 부산 경제가 고환율 위기에 유독 취약한 이유는 ‘가공 무역’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다. 부산본부세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산 지역 수입 물량 중 원자재 및 중간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올해 10월까지 부산 지역 누적 수입액 123억 6500만 달러 가운데 원자재 수입액은 46억 99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38%에 달했다. 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우려가 크다. 수입 원자재 세부 품목별로는 철강재가 19억 300만 달러로 가장 비중이 컸으며 화공품(7억 9400만 달러), 비철금속(4억 2500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들 품목은 부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기계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들이다. 특히 철광석, 유연탄 같은 핵심 원료를 100% 수입하는 철강업계는 고환율, 미국발 관세 폭탄,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발과 의류·섬유업계도 고환율로 인해 아우성이다.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해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산업 생태계의 주축인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환율 수준이 지역 기업들이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트럼프발 악재’로 지난 2월 환율이 1450원 수준으로 치솟았을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제시한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1334.6원이었다.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대다수 중소기업이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지역 중소기업들은 환리스크를 관리할 전담 부서나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선물환이나 옵션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한 ‘환헤지’(위험 회피)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공산이 크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과 국내 증시 활황세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존의 환율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기업의 해외 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구조적 변화가 주요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고환율이 고착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납품 지연, 손해 만회를 위한 원가 절감, 투자 축소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줄도산할 수도 있다. 정부가 고환율로 피해를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과 수출입 물류비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사설] 가덕신공항 착공 서두르고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 6년 연기로 돌연 입장을 선회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역민들은 손바닥 뒤집듯 국책사업의 대강이 흔들린 데에 한 번 놀랐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이 없어 한 번 더 놀랐다. ‘2029년 적기 개항’을 믿고 불편을 인내한 부울경 주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이 사태를 어찌 감당할 건가. 유일한 해법은 신속한 재입찰과 착공, 그리고 공기 단축을 위한 기술·행정적 노력으로 2035년 이전이라도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진심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다짐해야 할 것은 애초 취지대로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이 되는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106개월(8년 10개월) 조건으로 재입찰을 공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84개월(7년) 기본계획으로 입찰이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무려 16개월을 허비한 채 다시 원점에 서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진 이유는 우선 우선협상대상자 이탈 이후 국토부가 후속 절차에 굼뜬 탓이 크다. 게다가 연약지반 안정화 등 원래 설계에 반영된 항목들을 뒤늦게 공기 연장의 근거로 포함한 때문이다. 행정 무능과 의지 부족이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공회전은 용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개항을 앞당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순조로운 재입찰 관리와 함께 공기 단축 방안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덕신공항 로드맵은 2029년 개항, 2032년 준공에서 2035년 동시 달성으로 바뀌었다. 개항 지연이 뼈아프지만, 남은 시간을 ‘낭비’가 아닌 ‘축적’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핵심은 글로벌 허브도시에 걸맞은 경쟁력이다. 여객 1000만 명을 돌파한 김해공항의 포화와 위험천만한 선회 비행의 고질을 해소할 설계·운영상의 개선 전략은 필수다. 따라서 2단계로 추진된 활주로 1본 추가, 대형 항공기·화물기 대응을 위한 터미널과 여객 수속 시설의 허브공항급 격상 등을 지금부터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허브공항 도약에 필요한 거점항공사 유치 노력도 재개해야 한다. 공항을 잇는 부울경 광역교통망과 배후 도시 연계 방안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산시도 이번 사태에 자유롭지 않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 데 비해, 실제 사업 관리와 선제적 대응에 무기력했다. 국토부와 부산시의 무책임에 지역 관문공항이 발목을 잡히는 사이 대구신공항은 2030년대 중반 이전에 개항할 채비를 서두르고, 인천공항은 승객 증가세를 근거로 5단계 확장에 나설 조짐이다. 허브공항의 지위를 노리는 가덕신공항에 있어 타이밍은 운명을 좌우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조기 개항해야 한다. 정부·부산시·관계 기관은 남은 신뢰도, 허비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탈화석연료 위험과 기회
첨단 기술의 총아인 스마트폰은 석유 없이 만들 수 없다. 케이스, 버튼, 내부 절연체 등이 나프타 가공품이라서다.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으로 가공되어 합성수지와 합성 섬유·고무의 원료가 된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간 원유는 대략 500mL다. 500mL 페트병 하나에도 40mL 전후 석유가 들어간다. 의류, 타이어, 의료용품 등 우리의 일상은 석유화학의 마법으로 지탱된다. 석탄도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철광석을 녹이려면 1500도 이상 고온이 필수인데 전기로는 안 되고 석탄 가공품인 코크스로만 가능하다. 건설의 필수품 시멘트도 석회석을 석탄이나 중유로 태워야 얻을 수 있다.전기차는 친환경을 대변하지만, 탄소 발자국 측면에서 보면 족적이 거대하다. 외부 철골 차체는 물론 내부 마감재를 화석연료 없이 만들 방법이 없다. 전기차의 심장 이차전지야말로 석유화학의 결정체다. 배터리 셀 내 분리막, 음극·양극재, 배터리 팩 외장, 절연체는 내열성·내구성·절연성이 뛰어난 특수 플라스틱 덕분에 제 기능을 발휘한다.교통·발전·난방 등 연소용 연료는 줄이거나 전기·수소·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만 재료로서의 화석연료는 대체 불가능하다. 탄소 중립의 최대 딜레마다. 연료 사용 감소가 온실가스 해법이라는 게 상식이지만 실은 재료까지 대체되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연료 감축 단계에서 헛돈다. 최근 브라질 벨렝에서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맹탕으로 끝난 게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의 몽니 탓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 섭씨 1.5도 이하 억제라는 목표에 ‘이행 가속화’ 조건을 달았지만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재탕이다. 인류는 지난 10년간 가공스러운 기후 재앙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한국은 이번 COP30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2024년 발전량 비중에서 석탄·LNG(각각 28.1%)가 절반을 넘는 구조에서 석탄 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도전이다. 재료로서의 화석연료 탈피는 문명사적 전환이라 시련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 기반 화학, 이산화탄소 기반 합성소재 등 소재·화학 혁명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전환의 기회로 삼는다면 반전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에 맞서 변화를 주도할지 뒤따를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사랑의 온도탑, 올해도 많은 시민들 동참을
매년 겨울이 되면 불을 밝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의 온도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랑의열매는 매년 12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31일까지 62일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희망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나눔 캠페인은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으로 시작한다. 캠페인 기간 동안 사랑의 온도탑 나눔 온도는 모두의 관심사다. 100도 달성 여부에 따라 우리 사회 마음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눔 활동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사랑의 온도탑은 외환 위기의 칼바람으로 우리 사회가 꽁꽁 얼어붙은 2000년 ‘희망2001 나눔캠페인’ 때 처음 등장했다. 모티브가 된 것은 당시 사랑의열매 중앙회에서 일하던 김휘관 과장이 미국공동모금회(United Way)의 모금액을 표시하기 위한 온도계 조형물을 사용하는 데서 착안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대형 온도계 모양으로 제작한 탑 형태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워졌으며, ‘이웃사랑 체감온도탑’이라 불렀다. 등장과 함께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오늘 사랑의 체감온도는 몇 도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연일 쇄도할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자체가 시민의 참여와 공동체 의식의 척도, 그리고 지역의 나눔 수준을 보여주는 온도계가 된 셈이다. 온도탑은 모금 참여 독려 및 나눔 분위기 조성의 도구로 활용이 되기도 한다. 모금 진행 상황을 시각화함으로써 ‘우리 지역이 얼마나 나누었나’, ‘얼마나 더 나눠야 하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언론에서 우리 지역 사랑의 온도탑의 현재 온도와 달성 시기 등을 보도함으로써 운동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아울러 기업·단체·개인의 기부 참여가 누적되는 방식이기에, ‘내가 참여하면 온도가 올라간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사랑의 온도탑은 현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자치단체의 시청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나눔 캠페인 확산에 동참하려는 구·군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서면교차로에 위치하다 부산역을 거쳐 지금은 송상현광장에 설치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나눔 목표액의 1%를 채울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올라 목표액에 도달하면 100도가 된다. 이 작동 원리를 보고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글 한 편을 내놨다. 글 제목은 ‘이상한 온도계’이다. ‘이상한 온도계가 있다 / 바람은 자꾸 추워지고 / 길은 얼음으로 위태로운 한겨울에도 / 자꾸만 높은 눈금으로 올라가는 온도계가 있다 / 지하철 매표소와 은행 창구의 모금함마다 / 이웃을 위해 나누는 따듯한 온정이 /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운 / 사랑의 체감온도탑을 뜨겁게 한다 / 한 번도 신문에 나지 않은 / 저 400만 명의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기에 / 한겨울 차가운 거리에서도 / 자꾸 높이 오르는 희망의 온도계가 있다.’ 이 전 장관의 글에서 보듯 온도탑의 나눔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밖에 없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사랑의열매는 작년에 이어 올해 12월 1일에도 송상현광장에 ‘희망2026 나눔캠페인’을 위한 사랑의 온도탑을 세울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 동안 목표액인 108억 6000만 원이 모이게 되면 나눔 온도 100도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경우 부산 지역 모금액은 약 134억 7000만 원에 달했고, 나눔 온도는 124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시민들은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기부 참여가 가능하고. 부산에 있는 모든 주민센터에 이웃돕기 성금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어 주민센터를 방문해도 참여가 가능하다. 특정 장소를 방문하지 않고 가장 간단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1통에 3000원을 기부하는 ARS(060-700-0077)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현금 뿐만 아니라 쌀, 라면과 같이 물품 기부도 가능하기 때문에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사랑의열매 사무국(051-790-1400)으로 전화를 해도 된다. 최근 주목할 점은 시민들의 나눔 참여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팬덤 기부로 나눔 온도를 높이기도 하고, 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나눔 교육의 일환으로 아나바다를 운영해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또 기념일 기부, 송년회를 대신한 나눔 활동, 기부의 매체를 다각화한 QR코드 기부, 부산시청과 남구청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한 기부 등도 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므로 올해도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사랑의 온도탑 나눔 온도를 높이는 데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 변현철 문화부 독자여론팀장 byunhc@busan.com
[중앙로365] 사람을 살리는 AI, 죽이는 AI
윤이형의 단편소설집 〈작은 마음 동호회〉에는 ‘수아’라는 SF 단편이 실려 있다. ‘수아’는 수많은 여성형 로봇의 이름이다. 가사를 돕는 지적이고 상냥한 ‘수아-687’은 도서관 사서로 재배정되어 일을 하다가 이용자들의 성적 착취, 혐오, 만연한 차별을 겪고 사라졌다. 이후 ‘수아’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들의 세상을 향한 테러가 시작된다. ‘수아’는 원래 주인이었던 인물에게 다가가 위협하며 “네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봐”라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을 시험하는 시대에 이 말은 불길한 울림을 남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AI는 산업과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을 바꾸고 있다. 최근 등장한 ‘피지컬 AI’처럼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은 상상 속의 미래가 아니라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지금, 기술이 보여주는 놀라운 가능성에 비해 우리가 그것을 다룰 정신적 성숙은 충분히 이루어졌을까? AI기업들이 슬며시 성인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몇 년 전 읽은 '수아'가 떠올랐다. 실제로 AI 성인용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내놓은 챗봇 그록이 ‘스파이시 모드’를 도입했고, 메타의 성인용 대화 기능에 이어 오픈AI는 ‘에로티카’라는 이름의 성인용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은 “우리는 세계의 도덕 경찰이 아니다. 사회가 R등급 영화의 경계를 설정하듯 우리도 비슷하게 하겠다”고 했다. 기업이 성인용 콘텐츠에 진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적 판타지와 감정 노동만큼 상업화하기 쉬운 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수익은 우리가 내고, 책임은 사회가 져라”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해외 매체들이 올트먼의 논리를 전통적인 포르노 산업이 사용해온 자유시장주의 논리와 유사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AI가 특정한 성적 상상력과 역할을 거부감 없이 무한히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청소년이 챗봇과의 성적 대화나 자해 관련 대화 이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플로리다주의 14세 소년이 캐릭터AI 챗봇과 성적 대화를 나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16세 청소년이 챗GPT와 자해 대화를 나눈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유족이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 자체 통계에서도 매주 약 120만 명이 자살 관련 대화를 나누고, 56만 명이 정신질환 증상을 보였다는 보고가 있다. 취약한 이들이 AI에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문제는 이미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한국 사회가 겪는 디지털 성범죄 현실은 또 다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는 제작·유포만큼이나 삭제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른다. 온라인에 무한 복제되는 피해 영상은 수작업으로 삭제하기 어렵고, 삭제 지원 활동가들은 끊임없는 2차 피해와 심리적 소진에 시달린다.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는 AI 기반 자동 탐지·삭제 기술을 도입하며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기술이 폭력을 만든 시대에, 폭력을 막는 데도 기술이 필요한 역설적인 상황이다. 현재까지 다른 글로벌 AI 기업들은 성인용 콘텐츠에 명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는 노골적 성적 행위나 성폭력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을 금지하며, 미성년자를 위한 필터 모드에서는 유해한 역할극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역시 성적으로 부적절한 대화가 반복되면 자동 종료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기술의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결국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여기에는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AI라는 도구를 이용해 사람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시대는, AI가 폭력을 배우는 시대이기도 하다. 기술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동시에, 상상 이상의 위험을 드러내는 지금, 우리는 어떤 윤리로 이 도구를 다룰 것인가. AI가 사람을 해치는 기술이 될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될지는 결국 사람인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적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기술이 돈벌이에 이용되는 순간, 특정 성을 향한 폭력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 AI가 구현하는 세계는 결국 우리가 만든 세계의 조합이다. 인간이 인간답지 못한 사회라면, AI 역시 인간을 닮아 그 폭력을 되풀이할 것이다. 11월 25일부터 시작된 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현재의 기술은 어떤 세상을 배우고 있는가, 그리고 사람인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대상화가 남아 있는 한, AI 역시 그 폭력을 학습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사람다움’을 증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샤워 후 문 열어두기 부담스럽다면… 환풍기 켜두세요 [궁물받는다]
샤워 후 뿌연 수증기와 집 안에 은근히 퍼지는 음식 냄새,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담배 냄새까지…. 일상 속 ‘공기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쉽게 찾는 도구는 바로 환풍기입니다. 하지만 막상 켜두고 있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집 구조나 생활 패턴에 따라 문을 닫고 환풍기만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생활 속 환풍기의 실제 효과에 대해 환기가전 전문기업 힘펠에 문의해 봤습니다. - 샤워 후 환풍기 사용, 내부 습기 제어에 도움이 되나? “습기 제거와 냄새 제거 모두에 효과적이다. 환풍기는 실내 공기와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해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일정 수준의 제습이 가능하고, 곰팡이·습한 공기·배변 등으로 인한 불쾌한 냄새도 외부로 배출한다. 특히 화장실은 바닥, 벽면 등에 수분이 남아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샤워 후 환풍기를 일정 시간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샤워 후 축축해진 화장실을 빠르게 말리기 위해 온풍·건조 기능이 결합된 ‘욕실 복합 환풍기’를 설치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바람 온도, 타이머 설정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있다.” - 다른 집의 담배 냄새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환풍기를 계속 켜두면 도움이 될까. “화장실 배관은 여러 세대가 연결돼 있어 외부 냄새가 유입되기 쉽다. 배관이 오래됐거나 틈이 있는 경우, 또는 냄새가 강하게 유입되는 구조라면 환풍기만으로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정기적인 배관 점검과 환풍기 성능 점검, 교체 등이 진행돼야 한다. 이중으로 외부의 오염 요인을 방어하는 전동 댐퍼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집에서 올라오는 담배, 곰팡이 냄새 등이 화장실 내부로 역류하여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주방 후드가 집 안의 냄새 제거에도 도움이 되는지. “주방 후드는 조리 중 눈에 보이는 연기(유증기)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같은 유해가스와 음식 냄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기 제거에는 빠른 효과가 나타나고, 일정 시간 사용하면 냄새도 배출된다. ‘요리가 끝난 후 5~10분’이 골든타임인데, 조리가 끝났다고 바로 끄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잔류 유해가스가 실내에 남을 수 있어 일정 시간 추가로 작동 시키는 것이 좋다. 힘펠 주방 후드 제품의 경우 '포스트 퍼지' 기능이 있어 전원을 끈 후에도 약 30초간 더 작동돼 연기뿐 아니라 음식 냄새와 조리 후 잔류 유해가스까지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방을 포함해 내부 공간 환기가 필요할 때에도 주방 후드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 환기 가전의 사용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화장실을 집중적으로 환기하고 싶을 때는 해당 공간의 문을 닫고 환풍기를 작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샤워 후에는 30분 이상, 조리 후에는 5~10분 정도 환풍기를 더 작동시켜 내부 공기가 완전히 순환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야 잔여 습기나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환풍기 필터나 팬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 흡입 및 배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 필터 교체 등 장치 점검 등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집 내부 공간의 환기 시에는 필요에 따라 창문을 함께 열어 자연환기, 기계환기를 함께 진행하면 공기 순환이 더욱 원활해져 환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창문을 열고 환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환풍기 관련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면. “환풍기는 집 내부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설비, 장치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환풍기도 소모품으로 교체가 필요하며, 청소·관리가 없으면 기능이 저하된다. 장기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터 관리, 댐퍼 틈새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냄새 배출과 습기 제거 성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역류가 더 빈번해지고 곰팡이 냄새가 날 수 있다. 특히 환풍기는 작동시킨 후 바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공기를 배기시키는 장치이므로 일정 시간의 누적 작동이 필요하다. 또 배관 길이, 굽이 수, 외부 풍압, 건물 구조 등 설치 환경에 따라 실제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zoohihi@busan.com)로 알려주세요.
[시론] 먼저 보는 만큼 성장하는 우주항공
우주와 하늘은 그 자체가 거대한 담론이며, 국가 차원의 지리·정치·경제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20세기 초 최초 동력 비행을 시작으로 인간의 시선이 하늘과 우주로 향하게 된 것이 지리적 관점의 결과라면,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삼는 것은 정치·경제적 전략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지리·정치·경제적 기반의 사고 전환은 학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패러다임 전환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A+B+C=0이라는 평범한 방정식을 A+B=(-)C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난제 해결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세 항 중에서 C 항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을 국가의 미래 주력 성장 동력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 속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지리·정치·경제적 시야가 중요하다. 미국에 매년 약 300조 원의 경제적 이익과 330만 개의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위성 기반 GPS도 지리적 시야에서 시작하였다. 미 해군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선박과 잠수함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는데, 근해 바다를 넘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차대전 후, 프랑스가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 툴루즈를, 중국이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서부 시안을 우주항공 중심 도시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작년에 경남 사천에 설립된 우주항공청과 곧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수산부를 국가 우주항공·해양의 중심축으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지리적 이점에 대한 과신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프랑스 툴루즈 남쪽에는 우주항공이 주력 산업인 스페인이 위치하여 협력에 유리하지만, 우리의 남쪽은 바다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먼저 보고, 선점하고, 하면서 배우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우주항공 시스템은 워낙 복잡하므로 모든 것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핵심 사안이 해결되면 먼저 비행을 시작하고 도전해야 한다. 시애틀의 보잉과 같은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들이 수년간의 비행 시험이 가능한 비행장 근처에 있는 이유이다. KAI와 KASA가 사천에 자리 잡게 된 주된 이유도 비행장과 접근이 용이한 수송 인프라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작년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제정하고 ‘우주항공 2045 비전’을 발표하였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새로운 임무 수행을 위해 곧 전남 고흥에서 새벽에 실시될 예정이다. 지금은 점유율이 낮지만, 우주항공의 속성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추진한다면, 20년 후 세계 우주항공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현재 우주항공을 주도하는 미국도 2000년대에 대형 발사체가 부족하여 경쟁국이었던 러시아로부터 발사체를 구매하는 협상을 해야 하는 굴욕스러운 상황을 당한 적이 있다. 이를 타개한 이들이 바로 30대 초반의 ‘화성 마니아’ 일론 머스크와 NASA 국장 재직 시 기존 ‘우주법’을 민간 주도 중심으로 혁신한 마이크 그리핀 박사이다. 이 두 사람의 불굴의 의지와 비전 덕택에 20년 후 스페이스-X는 등유 연료를 사용하는 팰컨 9 로켓 1단 부스터의 31회 재사용 기록과 8800기가 넘는 스타링크 위성 구축이라는 드라마와 같은 반전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지방 소멸과 미래 먹거리 동력 부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년 후 우주항공을 주도할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할 때이다. 한국형 GPS를 독자로 개발하는 노력과 함께 항공과 우주 경계에서 움직이는 초저궤도 위성 비행체를 개발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인간성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주탐험도 이미 알려진 임무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시도되지 않은 영역을 탐험하는 세계 최초, 최고의 탐사를 목표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주항공 산업의 국가 산업 주력화를 위해서는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 시장에서는 기술력에 앞서 수요 창출과 안전성 입증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만들려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므로, 바다 건너 지리·정치·경제적 전략 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이젠 그리움이 된 눈 오는 시골 정취
한겨울 정취가 그리운 시절이 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정취는 상상 아니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어스름한 저녁 굵은 눈발이 날려 몇 채밖에 없는 초가집 지붕을 덮고 앞마당에서 촌부가 두엄을 뒤적일 때 강아지 한 마리가 촐랑거리는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림이 있다. 이런 시골 정경을 한국적인 대표적인 이미지로 만든 작가는 유천 김화경이다. 그는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이당 김은호의 화실에 들어가 동양화를 배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기도 했지만, 이내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온다. 해방 이후에는 천안 등지에서 미술 교사로 지내며 이당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1960년께 서울에 상경해 2002년 57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도여자사범대(현재 세종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화풍은 서울로 올라온 시기부터 문인화법과 채색화법을 병행하는 것으로 변화한다.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1960년, 61년 4·19와 5·16이라는 큰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당시 미술계도 변화를 요구받고 또 변화하려고도 노력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화경은 이당에게 배운 채색화법과 전통적인 수묵화법을 혼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법을 시도했다. 그의 작품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술 교과서에 실려 한국의 정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양화로 꼽혔다. 하지만 생을 일찍 마치는 바람에 그의 작품에서 창작적 변화를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화경의 대표작 중 하나가 동양화치곤 꽤 큰 작품인 ‘천산비설도’이다. 화제가 대부분 없는 그의 작품과 달리 이 작품에는 긴 화제가 쓰여 있는데, 초가 마을이 이루는 정취와 글씨가 만드는 분위기가 제법 어울린다. 제호는 ‘하늘에 흩날리는 눈 그림’ 정도가 될 것이고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옛 문인들이 눈 오는 경치를 그려 속세를 떠난 고고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는데 매번 이를 따르고 싶었으나 부족함만 느꼈다. 우연히 옛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촌락을 그리던 중 눈이 몇 척이나 내렸다. 종이를 꺼내 도상을 탐구하다 흥이나 붓을 적셔 촌락에 쌓인 눈을 그렸으나 일시에 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다시 그렸다. 붓 쓰기는 졸렬하여 선인들의 만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정결한 그 뜻은 마땅히 덜어지지 않는다. 신해년(1971) 시월 상순 유천이 그리고, 청사(안광석)가 제목을 달고 시를 지었다.’ 올겨울은 초가집은 몰라도 흩날리는 눈이라도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기고] 부산의 ‘실버 라운드’, 스마트 스윙으로 시작하자
부산은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3%다. 거의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특히 영도구와 서구 등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돼 도시 활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노년층 건강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전략적 복지 설계가 시급하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어르신 건강을 지키면서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스마트 복지 모델을 구축하면 부산은 전국이 주목하는 고령친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핵심은 파크골프다.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생활체육인 파크골프는 60대 이상이 주로 즐기며 건강 복지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 지형과 날씨 때문에 야외 운동시설 접근성이 낮다. 이를 해결할 전천후 실내 스포츠, 스크린 파크골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설치가 경제적이고, 세대 간 교류와 디지털 학습까지 가능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부산시는 올해 사회복지시설 유휴 공간 활용 공모사업을 통해 몰운대·해운대 종합사회복지관과 남구장애인복지관 3곳을 선정했다. 이들 시설은 이미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열고 주민 대상 교육·동아리, 건강관리 프로그램, 장애인 친화형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21일 '해운대 스크린파크골프센터'(3타석)를, 남구장애인복지관은 지난달 17일 장애인 친화형 골프장(2타석)을 열었다. 다른 지방 사례도 찾을 수 있다. 경남 하동군은 전통시장 빈 점포를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바꿔 방문객을 30% 이상 늘렸고, 충북 제천시는 공실을 생활체육 거점으로 전환해 하루 100명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강원 화천군은 파크골프 인프라 하나로 연간 30만 명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다. 부산 원도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실 점포, 복지관과 주민센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 어르신 건강, 지역 상권 회복, 커뮤니티 재생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석삼조 효과다. 부산시는 '언제나 편안하고 활기찬 노인 행복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세대 통합형 고령친화 도시 조성에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노인 인식 개선과 세대 간 화합을 위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스크린 파크골프와 같은 스마트 체육 인프라를 결합하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어르신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부산이 만들어야 할 것은 단순한 체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세대와 세대가 교차하며 활력을 나누는 부산형 실버 라운드가 필요하다. 유휴 공간을 활용한 스크린 파크골프 보급은 그 출발점이며, 부산이 준비해야 할 스마트 스윙, 미래 복지의 첫 티샷이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 이 문장은 어르신의 행복한 한 번의 스윙에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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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부산시 외국인 지원 체계, 한 곳서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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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법사위 수용'에 민주 '논의'… '항소 포기 국조' 새 국면
부산서 올해 1~9월에 태어난 아기 1만 명 돌파했다
“생활권 기반 운영·지역별 맞춤 설계 필요”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끈적한 바닥, 퀴퀴한 냄새… 박스 들추자 바퀴벌레 튀어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