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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결정적 위기신호’ 있었지만…울산 일가족 5명 숨진 채 발견

두 차례 ‘결정적 위기신호’ 있었지만…울산 일가족 5명 숨진 채 발견

울산의 한 빌라에서 어린 자녀 4명을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가정은 사건 발생 전 지자체와 경찰의 방문 조사를 여러 차례 거쳤던 것으로 나타나, 위기 가구 발굴과 관리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19일 울산경찰청과 울주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인 18일 오후 2시 30분께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가장 A 씨와 7세·5세·3세·1세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안 결과 일가족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6일 저녁 9시 전후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이번 사건은 공적 시스템의 관리망 안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취재 결과 해당 가정에는 두 차례 결정적인 위기 신호가 있었다.첫 신호는 지난 1월 5일 오전 10시께 포착됐다. 첫째 아이의 담임교사가 “(초등 1학년인) 아이가 예비소집에 오지 않고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1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 씨와 아이들을 직접 면담했으나 신체 상태와 양육 환경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연락 두절이 학교 측의 번호 입력 오류로 인한 해프닝으로 결론 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두 달 뒤인 이달 6일 오후 4시께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담임교사가 또 “아이가 나흘째 무단결석 중이며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이날 경찰과 울주군청 아동학대 전담팀이 합동 투입돼 조사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A 씨는 “건강 악화와 생활고로 아이를 등교시키지 못했다. 네 자녀를 홀로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생계를 책임지던 A 씨의 아내는 개인적인 사유로 2025년 12월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당국은 A 씨의 양육 의사가 확고하고 등교 거부가 고의적 학대가 아닌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고 판단해 지자체 복지 지원을 연계하기로 했다. A 씨가 당시 “3월 중 아이를 돌봐줄 천안의 친인척 인근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당국은 복지 지원 외에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튿날 경찰과 지자체의 추가 확인 절차가 있었고, 첫째 아이는 9일부터 13일까지 학교에 정상 등교했으나, 조사팀이 다녀간 지 불과 열흘 만에 일가족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학교와 지자체, 경찰의 구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층 조사와 심리 상담이 병행되지 않은 점은 비극을 막을 기회를 놓친 요인으로 지적된다.사건 현장은 고립된 생활상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빌라 꼭대기 층에 위치한 A 씨 집 현관에는 전날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개방하며 뜯어낸 손잡이와 잠금장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층 우편함에는 지난 17일과 18일 발행된 ‘우편물 도착 안내서’ 2장이 나란히 붙어 있어 며칠 전부터 인적이 끊겼음을 짐작게 했다. 무직인 A 씨는 이 빌라에 월세를 얻어 네 자녀와 살았다. 인근 상인은 “밤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 활기찬 집인 줄로만 알았지 이런 위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며칠 전부터 엄마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 씨는 최근 인근 가게에서 음식과 과자 등을 외상으로 가져갈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지자체의 지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울주군청은 이 가정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관리하며 매월 아동수당 등 140만 원 상당의 공적 급여를 지급했다. 최근 1년간 5차례의 생필품 지원과 806만 원의 긴급 생계비 지원도 이뤄졌다. 울주군 관계자는 “A 씨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안내하기도 했으나, (A 씨가) 신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아내의 부재 속에 A 씨가 고립된 육아와 심리적 한계에 내몰리면서, 당국의 물질적 조치만으로는 비극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던 셈”이라며 “위기가구 발굴과 사후 지원 체계 등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심리적·가사적 도움을 포함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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