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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그럴 수 있지” 농담 뒤 주검으로…트라우마 겪는 위기개입팀

“술 먹고 그럴 수 있지” 농담 뒤 주검으로…트라우마 겪는 위기개입팀

속보=울산 자살 예방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24시 위기개입팀’이 열악한 근무 환경(부산일보 10일 자 10면 보도)에서 일하고 있는 것에 더해 요원 상당수가 ‘대리 외상’의 늪에 빠져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마친 대상자의 사망 소식을 접하거나 돌발 상황이 반복되며 심리적 지지선마저 위태로운 모습이다.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위기개입팀 요원들이 겪는 심리적 내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추석, 자살 소동을 벌이던 50대 남성 A 씨의 사례는 현장의 압박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A 씨는 “술 먹고 실수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호방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과 위기개입팀은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해 그를 귀가 조치했으나, 이튿날 상황이 뒤바뀌었다.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상담사는 심한 자책과 무력감을 토로했다. 현장 요원들은 이러한 대리 외상을 호소하며 “(전화만 오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대상자가 또 시도할까봐 늘 걱정된다”고 고백한다.신분 노출에 대한 우려도 상담사를 위축시킨다. 상담사 B 씨는 지난 2월 말 출동 현장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던 대상자가 면식 있는 동네 주민임을 알았다. 당시 흉기를 든 대상자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 심리적 거리가 급격히 무너졌다. 센터는 이후 마스크 착용과 명찰 가리기 등의 임시방편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과중한 업무와 감정 노동도 고충을 더한다. 지난해 접수된 정신건강 위기 전화는 5770건으로 하루 평균 16건에 달했다. 일반상담(2672건) 외에도 자살상담 2078건, 정신응급상담 509건 등 고수위 위기 상담이 2587건이나 쏟아졌다. 실제 정신응급 합동대응센터를 통한 현장 대응 사례도 272건에 이른다. 이 중 93건은 응급 입원으로 이어질 만큼 상황이 긴박했다. 한 상담사는 “출동 현장이나 상담 과정에서 폭언을 듣는 일이 일상이나, 112나 119와 달리 처벌 규정조차 없어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처지”라고 성토했다.요원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센터 내 사후 지원 제도는 최근에야 운영에 들어갔다. 실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회복 지원사업’이 명목상 존재해 왔지만, 신청 사례는 지난해까지 한 건도 없었다. 센터 관계자는 “출동 건수가 60건 정도였던 2024년까지 신청자가 없었으나, 출동이 급증한 지난해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올해 처음으로 요원 4명에 대한 지원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은 요원들을 물리적 한계로 내몬다. 지난해(9월 기준) 울산지역 응급입원 거부율은 11.6%로, 10명 중 1명 이상(42건)이 지역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입원 거부 사유의 64.3%(27건)는 ‘병상 부족’이 차지했다.울산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양산(18건), 대구(11건), 영천(4건) 등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3시간 50분으로, 울산에서 입원할 때보다 40분가량 더 지연됐다. 특히 잦은 입원 이력이나 거친 행동 등으로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하는 중증 대상자, 이른바 ‘블랙’ 사례를 마주할 때 실무자들의 고충은 배가 된다.지난해 5월 10일에는 새벽에 구조한 ‘블랙’ 대상자의 병상을 찾지 못해 대구까지 이송하고 오전 11시 20분이 되어서야 상황이 종료된 사례도 있었다. 위기개입팀은 이송 차량에 직접 탑승하지 않더라도 영남권 전역의 병상을 수배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 부하를 겪는다. ‘원거리 이송’에 인력이 묶이는 사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응급 상황에는 기민한 대처가 불가능한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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