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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
어느덧 21대 대선도 유권자의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29일과 30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 설치된 3568곳 투표소에서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사전투표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36.93%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투표에서 차지한 비율도 47.9%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1대 대선에서는 전체 투표자의 절반 이상이 사전투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26일부터는 원양어선 등에서 선상 투표가 진행 중이다. 재외국민 투표는 벌써 마무리됐다. 전 세계 118개국에서 등록된 25만 8000여 명의 유권자 중 20만 5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79.5%의 투표율로 역대 대선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유권자의 시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사전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후보들의 구체적 공약은 보이지 않고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깜깜이’ 대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에서야 국민의힘이 겨우 공약집을 내놓았고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정책 경쟁을 이야기하면서도 유권자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검증’과 ‘비판’을 피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TV 토론이 후보들의 생각을 가늠해 볼 기회였지만 네거티브 공방으로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렸다. 핵심 어젠다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은 애초 무리였고 남은 거라곤 ‘커피 원가 120원’ ‘호텔 경제학’ 따위다. ‘진짜 총각’ ‘형수 욕설’ ‘소방관 갑질’ 등 상호 비방의 구태는 도를 더했다. 물론 TV 토론은 내용 못지않게 태도도 중요한 판단 요소라지만 대선 후보다운 논리와 기품을 갖춘 촌철살인의 언어 한마디가 아쉬웠다. 겉돌다 끝나는 맹탕 TV 토론이 될 바에는 차라리 미국처럼 사회자의 돌직구 질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더 심각한 건 이번 대선에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대정신은 사회 구성원들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공동의 가치다. 사회적 토론을 통해 이를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이 대선인데 과거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한다. 찬탄 반탄이 미래 가치를 모색하는 논쟁일 리 없고 내란 극복이 시대정신일 리는 더더욱 없지 않은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혔던 20대 대선에서도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조국 사태와 LH 투기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리면서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이명박 대통령은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와 경제 성장의 화두 속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의 확대로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지금이라고 시대정신이 없을 수 없다. 대선전이 상대를 악마화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극단적 진영 대결로 흐르면서 시대정신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대전환의 시기다.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는 ‘한국 피크론’에 힘을 싣는다. 초저출생과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은 한계에 부딪혔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끝났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라고 한다. 독일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이 영상은 불닭볶음면도, 오징어게임도, K팝도 사라질 거고 2060년이면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출산 장려 등 급진적 변화만이 한국의 장기적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 조언한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 ‘미래를 여는 선택, 새로운 대통령’ 후보마다 슬로건에 변화의 의지를 담았지만 ‘망해가는 한국’의 문제를 통찰하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대정신은 읽히지 않는다. 현재의 우리 사회가 한계에 봉착했다면 지금 당장 낡은 시스템을 갈아엎고 뼈를 깎는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은 방향도 나와 있다.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해체해 국가의 새로운 혁신 동력을 만드는 일이다. 후보들이 고민하지 않으면 주권자인 유권자가 끌고라도 가야 한다. 상대적으로 누가 진정성과 용기를 갖고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우리 사회를 미래로 끌고 나아갈 수 있을지 유권자가 결단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갖는다고 했다. 6월 3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결국 유권자의 안목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악은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2025-05-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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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해수부 옮기고 GTX 만들면 지역 소멸 멈출까
대한민국에서 대표적 희망 고문의 하나가 국가균형발전일 것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세웠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꿈,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말이다. 모든 게 수도권에 쏠려 있고 인구수마저 역전당한 비수도권에서 소멸의 시계를 자력으로 멈춘다는 것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또다시 희망 고문의 계절이다. 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때를 당겨 맞는 선거철이지만 대선은 대선이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줄 리더를 찾아야 하는데 선거운동 전초전을 장식했던 사법 리스크 논란과 단일화 막장 쇼에 눈이 가려진 유권자들로서는 막막함을 넘어 참담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맞는 대선이어서 그 엄중함과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마침, 본격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후보들이 경제를 앞장세워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인공지능(AI) 육성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1호 공약은 ‘일하는 정부’지만 2호로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는 리쇼어링을 내세웠다.
지역으로서는 국가균형발전 공약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에 따른 지역과 국가의 소멸 위기라는 점에서 수도권 집중은 단순히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10대 공약에 이 같은 문제 의식과 깊이 있는 고민이 담겨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후보는 6호에 지역균형발전을 담았다. 세종 행정수도를 완성하고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겠다는 복안이다. 부울경 공약으로 해양수산부 이전과 해사법원, 해운·물류 기업 유치로 부산을 글로벌 해양산업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울산은 미래차 전환 산업지, 경남은 우주·항공·스마트조선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5극 3특’은 이명박 정부 ‘5+2 광역경제권’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 증명돼야 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답하지 않으면서 해수부 이전을 내거는 데 대해서도 시민들은 의아해한다. 해사법원 부산 이전을 공언했는데 인천 분원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경남 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 글로벌 우주항공 중심지’를 ‘K-우주산업 기반’으로 문구를 바꾸며 대전과 전남 눈치를 보는 게 기존 지역 갈등만 부추기는 균형발전 방식과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하다.
김문수 후보는 4호에서 GTX 전국 확대를 내세웠다. 부울경 GTX의 경우 ‘가덕신공항-하단-북항-부전-오시리아’ ‘마산-창원-사상-부전-울산’ ‘울산-정관-김해공항-가덕신공항’을 연결하는 형태다. 국제공항과 관광지를 연계해 산업·물류·관광이 통합된 지역경제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수도권 블랙홀의 상징 인프라인 GTX를 지역 공약 헤드라인으로 내세운 게 재원 조달 방안은 차치하고라도 균형발전 전략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차라리 이준석 후보의 법인세와 최저임금 결정권을 지자체에 부여하겠다는 공약이 참신하게 받아들여진다. 3호와 4호로 반복하며 지역을 강조한 것이나 지역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목은 균형발전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까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지방 이전 요인은 하나도 없다는 현실 인식이나 전국 전기요금이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반갑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관련해 부산의 비전 중 구체적이지 않은 담론은 의미 없다는 지적은 부산시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올해 1.8%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0% 안팎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 진보 등을 반영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여러 진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단이 국가 잠재성장률까지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전국에 수도권 같은 성장축을 1~2곳 더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까지 나와 있다.
이번 대선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국가 위기와 구조 개혁의 시급성을 공유하고 실행 로드맵을 만드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번 기회가 지나면 더 이상 고문당할 희망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게 국책 연구기관들의 한결같은 경고이기도 하다.
2025-05-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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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부산에서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2025년은 부산의 창업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부산지역 창업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창투원은 최근 출범식을 갖고 ‘글로벌 창업 허브 도시 부산’의 깃발을 올렸다. ‘2025 부산창업패키지 지원사업’ 대상 120개 기업도 공개했다. 부산창투원은 기업 성장을 4단계로 나누고, 자금뿐만 아니라 각 단계에 필요한 창업 교육, 투자 유치, 기업 진단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기업 선정부터 교육과 투자 전 과정을 투자자들이 주도하게 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창투원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지자체 산하 창업 행정 전담기구로 아시아 10대 창업 도시를 향한 부산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형준 시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시는 그동안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위한 빌드 업을 차곡차곡 진행해 왔다. 2022년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FLY ASIA) 첫 행사를 시작한 후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2023년부터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의 스핀오프 형태인 부산 슬러시드(SLUSH‘D)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에서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도 운영 중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북항 1부두에는 ‘글로벌 창업 허브’ 조성을 위한 국제건축설계 공모가 진행 중이다. 멋진 공간은 그 자체로 창업 아이디어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시의 이 같은 노력에도 창업 도시 부산의 갈 길은 먼 게 현실이다. 부산의 창업생태계가 빈곤하니 발버둥이라도 치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는 창업조차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 청년들이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창업기업의 60%가 수도권에 있고, 벤처 투자 중 수도권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2023년 국내 유니콘 기업 24개 중 23개 사가 수도권 소재다.
미국 스타트업 연구기관 스타트업 블링크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스타트업 도시 순위’에서 세계 1000개 도시 중 한국에서는 서울만 21위로, 100위권에 들었다. 부산은 366위, 대전 429위, 인천 458위에 그쳤다. 창업의 본질이 혁신이라고 한다면 수도권에 모든 걸 몰빵해서는 국가적으로도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또 다른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 순위를 보면 미국은 1위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이 10위권 내고 덴버 오스틴 솔트레이크 애틀랜타 마이애미가 4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미국이 지난해 2.8%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스타트업 창업 열기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산이 창투원을 중심으로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간다고 해도 결국 지역 혁신 역량 한계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창업 기업을 발굴해 액셀러레이터하고 스케일업하려 해도 창업하려는 젊은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역 혁신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글로컬대학, 라이즈, 국가연구소 등 정책 수단을 총결집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학 간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부산대와 부경대의 부산형 KAIST 추진 같은 게 바람직한 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역 문화와 수용성이 중요한 요인일 수도 있다. 크록스가 세계적 신발 브랜드로 유명해졌지만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라는 작은 도시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도시의 고향 친구 3명이 서핑을 즐기다 보트 슈즈에 대한 아이디어로 창업하게 된 게 크록스다. 이들을 키운 건 창업자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 형성과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볼더의 ‘우리가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는 문화였다. 부산이 전통적 신발 도시인데 이런 신발 관련 유니콘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부산서 두 번째 예비 유니콘이 된 슬래시비슬래시라는 기업이 크록스와 손잡고 크록스의 독창적 감성이 담긴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한다는 사실이 공교롭다. 슬래시비슬래시는 근거리무선통신 기반으로 MZ세대 겨냥 맞춤형 휴대폰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회사다. 2020년 부산서 설립해 매출이 급증하며 예비 유니콘이 됐다. 글로벌 유니콘이 되기 위해 해양을 향하고 있는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는 대표의 포부가 당차다. 부산창투원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가 부산에 몰려들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부산 유니콘 기업 탄생도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2025-04-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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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대선 민심 가를 부산 1호 공약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6·3 ‘장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독주 속에 ‘양김’이 도전하는 3파전, 국민의힘은 ‘8룡 대전’으로 경선 구도도 정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정권 심판의 기치를 들고 3년 전 패배 설욕을 벼르는 민주당과 절대 강자 없는 구도 속에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우위여서 이재명 후보 대세론이 굳어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경선에 김동연, 김경수 후보가 도전하지만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분위기를 꺾기는 역부족이다. 경선 룰도 완전국민경선이 아니라 권리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의 국민참여경선으로 결정되면서 ‘경선’이 아니라 ‘추대’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후보가 ‘3강’으로 꼽히는 가운데 안철수 나경원 이철우 유정복 양향자 후보 등이 1차 관문인 ‘4강행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유력 주자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도 확장을 강조한 유승민 전 의원도 경선에 불참키로 한 가운데 ‘한덕수 대망론’이 변수다. 그러나 여전히 이재명 대세론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50일 뒤면 이들 후보 중 한 명이 21대 대통령이 된다. 본격 선거전의 막이 오르면서 ‘정권 심판’ ‘내란 종식’ ‘의회 독재’ ‘반이재명’ 등 정치적 프레임이 난무하고 있지만 대선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이벤트다. 부산을 생각해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지역의 운명이 갈린다. 망국적 수도권 집중으로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고 이를 돌파할 유력 거점이 부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의 미래와 부산의 미래가 다르지 않다. 국가균형발전 깃발을 들고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이어서 이제 시민들은 무대에 오른 후보를 대상으로 균형발전 의지를 가늠해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각 당에서도 ‘1호 공약’ 선정 등 이번 선거전의 캐스팅 보트를 쥔 부산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정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이뤄온 만큼 부산 현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을 찾은 한동훈, 안철수 후보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나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다.
민주당에서는 부산 1호 공약으로 이재명 후보가 내건 북극항로 개척을 만지작거린다. 이를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부산을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도 발의했다. 그러나 부산의 시급한 현안인 글로벌특별법이나 산은 이전은 제쳐두고 북극항로를 꺼낸 저의는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인호 전 의원이 부산을 한국형 연방 모델인 특별투자자유도시로 만들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부산으로서는 각 당의 공약 경쟁은 반길 일이다. 부산의 시민단체들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글로벌특별법, 산은법, 북극항로특별법은 반드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며 이들 법안의 동시 입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북극항로도 결국 글로벌 허브도시나 산은 이전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동시 추진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문제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국가균형발전으로 설정하고 큰 틀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경수, 김두관 후보 등이 균형발전을 국가적 화두로 던졌지만 거대 양당에서 주도적 목소리가 되지 못한다. 구체적 방법론에서도 기존 거점 또는 권역별 균형발전 전략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정권마다 균형발전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 강화됐다.
현재의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시급한 것은 수도권과 같은 거점을 하나 더 만들어 국가의 혁신 역량과 성장잠재력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수도권의 대척점에 있는 부산이 그 중심일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동남권, 남부권으로 광역경제권을 만들어가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부산-서울 두 바퀴 성장 전략이 옳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등 방법론에서 좌충우돌을 겪었지만 방향은 맞다는 이야기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부산-서울 두 바퀴 성장론 관점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따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5-04-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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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부전역이 뜬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추진된다고 한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사전타당성조사와 사업 기본구상 수립 용역비 10억 원을 추경에 편성키로 하는 등 구체적 행동에 돌입했다. 복합환승센터는 열차 항공기 선박 도시철도 버스 택시 승용차 등 교통수단 간 원활한 연계 및 환승 활동과 상업·업무 등 사회경제적 활동을 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는 10여 년 전 추진하다 중단된 사업이다. 2013년 정부 시범사업에 선정돼 전체 사업비 7070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됐었다. 부전역 일대 7만 7780㎡ 부지에 연면적 27만 6800㎡, 지하 6층 지상 32층 규모 건물을 짓고 교통·상업·문화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무산됐다. 당시 용역에 따르면 사업타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KTX 정차역 설치가 필요했는데 지하 50m에 위치한 플랫폼을 지상과 연결하는 2000억 원 안팎의 비용 부담을 정부와 시가 서로 떠넘기면서 사업이 유야무야 된 것이다. 지금도 KTX가 지나는 부전역 지하 50m 지점에는 정차역 조성을 위한 공간이 확보돼 있다.
표류 중이던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되살아난 건 중앙선과 동해선이 개통하면서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청량리역과 부전역을 연결하는 중앙선 복선 공사가 완공되면서 KTX-이음과 ITX-마음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강원도 강릉에서 부전역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해 ITX-마음 열차가 운행 중이다. 이후 부전역 이용 승객이 4배나 늘었다고 한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인접한 부전시장 일대가 북적인다. 겨울에는 강원도로 눈꽃 구경을 떠나고 봄에는 부산으로 봄꽃을 보러 오는 관광객의 이동도 크게 늘었다.
연말께 동해선에 KTX-이음이 투입되면 강릉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다. 2026년이면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완전 개통하고 시가 차기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1순위로 발표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구상에도 부전역이 포함돼 명실공히 부산의 새로운 관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광역경제권의 핵심이 철도망이라고 한다면 부전역은 부울경 통합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경계를 확장하면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과 동해안 시대의 중심에 부전역이 위치한다. 부산연구원이 2022년 부전역을 동남권의 중심 철도역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는 서면 도심의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도 있다. 2013년 당시에도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부산시민공원과 송상현광장을 연결하는 것으로 설계가 진행됐었다. 부산시민공원은 개장 10년이 지났지만 도심과의 공간적 단절로 유동 인구 유입에 한계를 보인다. 송상현광장은 서울 광화문광장보다 배가량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둘러싸인 ‘도심 속 섬’으로 남아 그 가치를 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계기로 송상현광장 지하 선큰광장에서 도시철도를 지하로 연결하는 사업도 구체화할 수 있다.
서면 도심재생의 큰 그림에서도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문제가 가장 큰 숙제다. 공원과 광장은 물론이고 부전시장과 전포카페거리, 메디컬스트리트 등의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전역 복합환승센터가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부전역을 통해 부산을 찾는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부산시민공원이나 전포카페거리 등으로 발길을 들일 수 있다. 오는 6월이면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한다. 개관을 기념한 시범공연 티켓이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 동남권에서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 부전역을 통해 부산콘서트홀을 찾는 모습도 상상 가능하다. 인근의 국립국악원도 재조명받을 수 있다.
더불어 부전천과 전포천의 물길을 복원해 동천을 살리고 북항으로 연결하면 서면 도시재생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당연히 북항재개발과도 연계되는 그림이다. 정권에 따라 하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사업이 추진과 무산을 반복해 왔는데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계기로 적극 재검토해 볼만하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한 차례 무산의 역사에서 보듯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일이기는 하다. 부산진구청이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도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여전히 KTX 정차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국가철도망 계획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총력을 다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가 단순한 환승센터가 아니라 서면의 공간적 시너지를 폭발시켜 도심 부흥을 이끌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5-04-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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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지역 의사 서울 여자 만나 떠날까 걱정이라니!
세간에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연예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의 한 남성 출연자 이야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25기의 ‘광수’는 자신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일반 의사로 소개했다. 지역 유일의 개원의라고 밝힌 그는 하루 평균 100명, 지난해 2만 6000명의 환자를 봤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나는 SOLO’ 출연에 “동네 분들이 서울 여자 만나 인제를 떠날까 걱정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을 떠날 수 있냐”는 여성 출연자 질문에 “저밖에 없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주말에만 연애가 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광수’의 사연이 화제가 된 것은 의사 한 명에 운명이 달린 지역의료의 열악한 현실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위태위태한 곳이 어디 인제뿐이겠는가. 지금은 의대 신입생 숫자놀음에 정부와 의료계 감정싸움만 남은 걸로 보이지만 애초 의료개혁의 출발점도 지역이었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이 내과 전문의를 구하기 위해 3억 6000만 원 연봉에 다섯 차례나 채용 공고했지만 무산됐다는 사연이 알려진 게 2023년이다. 그즈음 산청군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고액 연봉으로 애원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사회적 이슈였고 이는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명분이 됐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지역의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서울 이송에서 봤듯이 제2 도시 부산의 응급의료 수준마저 무시당하는 게 지금의 우리 의료 현실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의 대부분을 비수도권 대학에 배분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료개혁은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고통만 가중한 채 사실상 정부의 백기 투항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붕괴 속도만 더 빨라지는 형국이다. 읍면보건소 등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만 해도 2022년 1309명이던 게 2024년 716명으로 줄었다.
의정 갈등의 와중에도 의료의 수도권 쏠림은 더 심화하고 필수의료 공백에 따른 타격도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인턴·전공의 1672명 가운데 1097명(65.6%)이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 중으로 비수도권의 2배에 육박했다. 정부는 전공의의 비수도권 비율을 상향해 수도권과 5대 5로 맞추겠다고 공언했지만 격차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정부가 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약속하며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호소하고 있지만 꿈쩍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따라 넓어진 문으로 진입한 2025년도 의대 신입생까지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현실은 의료개혁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꺾게 한다. 이들은 의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도 지원했다. 정부 정책의 수혜 속에 입학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명분으로 정부 정책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한다는 말일까. 이런 현실에서 ‘광수’와 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지역을 지키는 의료인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
2년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의료인 양성시스템이 붕괴되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17일 서울대 의대 일부 교수가 제자의 복귀를 호소하며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의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과 관련해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로서 대접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직격했다.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제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정부를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의료를 개선하는 것인지 물었다.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 교수의 지적대로 의정 갈등의 진짜 피해자는 의사가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다. 그 가족들이다. 의료개혁이 단순히 의사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젊은 의료인들의 문제 제기도 이제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국을 맞기 전에 대학으로, 환자들 곁으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의료개혁 파행이 이공계 교육과 국가의 미래마저 망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어서야 될 일인가.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2025-03-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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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박형준의 선택, 부산의 운명
박형준 부산시장이 대한민국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자유연대’ 창립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밤잠을 아껴 준비 중이라며 소책자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 초안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권 행보로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 시장은 “지금으로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금의 복잡한 여권 상황을 감안하면 그런 해석에 더 힘이 실린다. 아무도 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입에 올리지 않지만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은 이미 분주하다.
대권 주자로서 박 시장에 대한 주목도와 여론 지형은 아직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보수 후보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강경 보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도 확장성의 한계가 여실해 보이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명태균 게이트’로 위태위태하다. 최근 공개 행보를 시작한 한동훈 전 대표는 돌아선 당심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 대선 주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정할 때 이에 대적할 제대로 된 보수 후보로 박형준 시장이 거론되는 이유다. 합리적 보수로서의 확장성 면에서 박 시장만한 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원 경력과 국정 참여 경험은 윤 대통령의 경험 부족에 따른 참극을 상쇄하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 시장의 대권 도전을 자극하는 요인은 균형발전의 대의다. 박 시장도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에서 혁신균형발전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초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며 격차사회를 심화시켜 결국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의 소외라는 것이다.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시대정신이라고들 한다. 조기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시대 교체와 삶의 교체, 법치 회복과 지성 회복, 분열 극복과 통합 등의 담론들이 오가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균형발전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망국적 수도권 집중으로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 발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개헌 논의의 중심인 ‘87년 체제’ 극복도 결국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지방분권으로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 미래가 달린 문제지만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대못까지 박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그 정신을 까마득히 잊었다.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화된 때문이다. 국민의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이라면 국민의힘은 강남권 정당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시장의 선택에 대한 기대는 추락하는 제2 도시 부산의 실낱같은 희망이다. 보궐선거로 부산시장에 당선된 후 재선 시장을 지내며 박 시장 스스로 정치적 한계를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상황에서 변방의 지자체장으로서 좌절도 많았을 것이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담에서는 ‘강남 감각’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했던 그다. 오죽하면 떡을 줄 게 아니라 떡시루를 달라는 이야기까지 했겠는가.
박 시장이 도전에 나서면 지역으로서는 크게 반길 일이지만 실현되기까지 돌파해야 할 장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박 시장은 균형발전의 대업에서도 투사라기 보다는 이론가나 이상주의자 이미지에 더 가깝다. 거대 야당 탓이 크지만 산은 부산 이전이나 에어부산 분리 매각,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에서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부산의 산업생태계 혁신과 관련해서도 박 시장 스스로 혁신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관철을 내세우며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갔을 때 달라진 박 시장의 모습에 대한 기대의 눈길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묻혀버렸다. 지금 박 시장에게 필요한 게 그런 전투력인지도 모른다. 이미 공고해진 수도권 집중의 아성이 그냥 허물어질 리 만무하다. 지역민의 힘을 똘똘 뭉쳐 싸워야 할 일이다. 균형발전의 깃발을 대선 고지에 꽂을 수만 있다면 부산의 퀀텀 점프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2025-03-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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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87년 체제 끝내고 지방분권 시대 열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서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개헌 논의가 불붙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에 따른 대결과 증오의 정치로 점철된 ‘87년 체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87년 체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6·29 선언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구축된 헌정 체제를 말한다. 횟수로 따지면 9차 개헌에 해당하고 통치 구조의 변화로는 제6공화국의 시작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9차 개헌까지 39년이 걸렸는데 87년 체제가 유지돼 온 게 37년 세월이다.
우리는 87년 체제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는 민주주의 제도화에 성공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OECD 국가이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군부독재 체제 종식에 집중해 형식적 민주 체제는 갖췄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본질적 개혁과 민주화 진전에는 한계를 노출하면서 87년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번 탄핵 정국이 아니어도 그동안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차고 넘쳤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과 5년 단임의 권력 구조는 극단적 정쟁을 불러왔다. 3권 분립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은 입법·사법·행정을 압도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사투를 벌이는 고지탈환전 양상으로 전개된 지 오래다. 국회는 선거철이면 대선 고지전 베이스캠프가 되고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보위하는 세력과 끌어내리려는 세력의 극한 투쟁장으로 변한다. 21대와 22대 국회를 이어오며 우리가 목도한 장면이다. 승자 독식의 게임 룰은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유권자들도 감염시킨다.
정치는 권력 투쟁에 빠져 국가의 미래는 온데간데없고 세상의 변화에 점점 무감각해진다. 이 때문에 후진적 정치 체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 계층 세대 젠더 등 모든 분야에서 화해할 수 없는 수준의 갈등을 노출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해야 할 정치는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오히려 확대 재생산한다. 정치인 개개인의 자질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헌법 체계의 문제로 귀결된다. 헌법이 사회 통합을 위한 최고 규범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개헌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개헌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과 대선 주자들의 이해가 엇갈렸다. 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헌보다 자신의 권력을 더 소중히 여긴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달라진 게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개헌 문제를 꺼냈지만 이 대표는 추경 문제를 거론하며 동문서답했다. 탄핵 정국을 물타기 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의 미래를 발목 잡는 낡은 옷을 언제까지 입고 갈 수는 없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과 기후 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완전군장을 하고 국회로 진입하는 계엄군과 휴대폰을 들고 이를 막아선 시민들의 부조화된 모습이 바로 1980년에 머문 정치 체제로 2024년에 맞서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비상계엄과 탄핵 상황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개헌의 방향은 당연히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와 지방시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모든 인재와 자본, 권력을 수도권에 몰빵하는 방식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 망국적 수도권 집중과 그에 따른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은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한국은행은 19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20년 후반 1.8%까지 떨어지고 2040년대에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6%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혁신 거점을 만드는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그 출발점이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전환과 함께 중앙의 권한을 전폭 이양해 지자체를 지방정부 수준으로 만들고 국회도 지역 대표형 상원제를 두는 양원제로 바꿔야 한다. G7 국가 모두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고 GDP 상위 15개 국가 중 양원제를 채택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달 27일 헌정회 주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과 양원제를 결합한 지방분권국가가 개헌 방향으로 제시됐다.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가의 미래에 집중하면 헌법이 가야 할 길이 보이는데 늘 발목을 잡는 게 정치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2024-12-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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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특별함을 잃기 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사법 살인’ ‘법 기술자들의 사악한 입틀막’ 등 격앙된 말들이 오간다. ‘비명계 움직이면 죽이겠다’로 상징된 민주당 내부 균열의 살벌한 조짐은 위태하게까지 느껴진다. 때를 만난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을 입에 올리고 ‘재판지연방지 TF’를 꾸리는 등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정국 반전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사생결단의 정치가 연말 정국을 달구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종심에서 1심 형량이 유지되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무거운 형량이다. 정치인의 선거 중 허위사실 공표에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공직선거법이 낙선자를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서도 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내려진 발언들은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며 한 것이다. 양형에 대한 불만에 앞서 재판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부터 느끼는 게 마땅하다.
정부와 여당이라고 사정이 크게 나을 리 없다. 명태균 씨 사태로 촉발된 김건희 여사 공천·국정 개입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명쾌하게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국정 발목을 잡을 사안이다. 혹여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대충 덮고 가자고 하는 날에는 화를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여당이 혁신할 기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고조될수록 민주당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서로서로 죽이는 게임으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25일은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일이다. 진행 중인 재판만 4건인데 검찰은 법카 사적 유용으로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며 불난 민주당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윤 대통령 국정 후반기 정국의 상수로 자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국가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운 엄중한 시기를 정쟁으로 날을 새우며 보낼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만 위대하게 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공언은 대미 수출에 목을 매는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예고한다.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망국적 수도권 집중과 초저출생으로 상징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외 충격이 아니더라도 안으로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총력을 동원해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윤 정부 출범 초만 해도 서울과 부산의 두 바퀴로 국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균형발전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 그 모멘텀을 위해 월드엑스포 유치에 국가 역량을 총집결했지만 좌초했다. 대안으로 내세웠던 게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인데 이제 극단적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표류 중이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게 1년 전이니 윤 대통령이 글로벌 허브도시를 공언한 지도 꼭 1년인데 특별법은 21대와 22대 국회를 이어오며 잠자는 중이다.
그나마 중앙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복합리조트’가 빠지는 등 각종 특례 조항에 대한 수정이 거듭돼 실효성 논란까지 더해진 마당이다. 벼랑 끝에 선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파격적 규제 혁파가 필요한데 중앙 관료들의 견제에 특별법의 칼날이 무뎌진 것이다. 그래도 글로벌 허브도시의 토대라도 놓자며 시민들이 서명운동까지 해 가며 법 통과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전남특별자치도법, 전북특별자치도법,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 등 지자체마다 유사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부산의 뒷덜미를 잡는다. 이쯤 되면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이 지역별 형평성만 고려해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 판교형 테크노밸리를 만들겠다며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대전에 골고루 도심융합특구를 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 하겠다는 것은 때론 아무것도 제대로 안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혁신의 출발지로 부산을 키워야 하는데 정부의 의지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정치권은 발목만 잡는다. 결국 기댈 곳은 부산 정치권인데 사생결단의 결의가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민의힘 책임이 크지만 부산 민주당의 존재감 부재도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균형발전의 시계추를 되돌리기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2024-11-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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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전기 요금에 담긴 메시지가 중요하다
올여름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전기료 폭탄만 남았다고 아우성이다. 8월 기록적 폭염으로 가정마다 치솟은 전기료에 이어 9월 전기료 폭탄 고지서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늦더위로 9월 전기 사용량이 한여름 수준의 가을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9월 최대 전력 수요 평균이 78GW로 역대 9월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여름인 7월 최대 전력 수요(80.5GW)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택용 전기료에는 사용량이 늘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다만 여름철(7~8월)에는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기료를 감면한다. 하지만 9월부터 전기료 할인 혜택은 사라진다. 에어컨을 똑같이 틀었어도 9월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로 늦더위가 일상인 현실에서 혹서기 전기료 할인을 9월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부가 올 4분기 전기 요금을 동결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악화가 발등의 불인데도 요금 인상을 감행하지 못했다. 정부가 여론 눈치를 보며 전기료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그런데 전기료 인상을 마냥 미적댄다고 될 일일까.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3조 원이다. 판매가격이 원가에 못 미치는 역마진 구조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 규모도 커졌다. 상반기 한전과 자회사가 이자 갚는 데 쓴 돈만 2조 2841억 원, 하루 126억 원꼴이다.
한전은 공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돈이다. 전기 요금을 정치적 이해로만 결정하는 게 전형적 포퓰리즘인 까닭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전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는 결국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에너지 비용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에너지는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과 미래 모빌리티는 막대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기후변화에 맞선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이슈다.
전기료 폭탄이라는 수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기료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반면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낮은 전기 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생각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과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게 더 근본적 문제다. 외국 유명 IT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무슨 대단한 이유에서가 아니다. 전기료가 싸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참여하고 공감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전기료 폭탄을 말하지만 정작 아껴 쓴 만큼 돈을 돌려주는 정부 ‘탄소중립포인트’나 ‘에너지캐시백’에 대한 국민 참여는 미미하다는 사실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전기 요금에 담아야 할 메시지를 가장 잘 반영한 최근 사례가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따른 지역별 차등전기료다. 전기사업자가 송전·배전 비용 등을 감안해 지역별로 전기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다. 전력시스템의 효율성과 원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 등 전기 요금체계 중에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정책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앞선 나라들이 이미 시행 중이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중요한 제도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전력거래소의 ‘지역별 가격제 기본(안)’을 보면 이런 고민을 제대로 담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2026년부터 적용될 이 제도는 전국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3개 권역으로 뭉뚱그렸다. 원전이 밀집된 부산이나 전력 생산이 거의 없는 대전이나 같은 전기료를 적용한다. 초안이라고 하지만 출발이 이래서야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2026년은 지방선거의 해여서 정치적 공방에 휘둘릴 우려도 크다.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차등전기료는 어쩌면 국가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일 수 있다.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제도 취지를 살린 정교한 요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원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영구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대한 논의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수준이다. 제대로 된 지역별 차등전기료 시행이야말로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한 출발이 될 것이다.
2024-10-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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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강남 불패, 대한민국 필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게 2012년의 일이다. 노래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코믹한 말춤과 재미있는 노랫말, 중독성 강한 리듬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신드롬을 불러왔다. 세계인이 ‘오빤 강남스타일~’을 떼창하고 말춤을 패러디하며 공유했다. 그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스타일’ 영상이 제작됐을 정도다. 그즈음 역사상 말로 세계를 정복한 아시아인이 두 명인데 한 명은 칭기즈칸이고 나머지 한 명이 싸이라는 이야기까지 회자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인기는 동시에 강남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자극했다. 한국은 곧 강남이었고 한국 문화가 곧 강남 문화였다. 강남은 대한민국 압축 성장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한강의 기적은 강남 기적의 다른 이름이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강남의 공간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부와 권력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고 쏠림과 집중의 구심력은 더 강화됐다. 서울공화국, 수도권공화국도 따지고 보면 강남공화국의 확장된 버전이다. 그렇게 강남은 지금도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최근 강남을 공론장으로 소환했다. 한국정치학회가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2024 국제학술대회’ 일환으로 진행한 대담 자리에서다. 1970년대 이후 우리는 우수한 경제 관료를 중심으로 정치적 리더십과 자원을 집중해 압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압축 성장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심화시켰고 성장 잠재력 저하와 초저출생, 격차 심화로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국가 경영의 큰 틀을 수도권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주범이 ‘강남’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의 80%가 강남에 살거나 강남권에서 아이를 교육한다. 강남은 엘리트주의의 상징이 됐고 전국이 ‘강남류’를 지향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수직적 구조를 강화했다. 강남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학습한 중앙 관료들은 ‘강남 감각’을 체화해 아무리 지역의 문제를 역설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박 시장의 호소였다.
박 시장 스스로 부산시장 직을 수행하면서 중앙집권적 의식으로 무장한 관료의 벽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지역에 조그마한 권한이라도 넘겨주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관료의 인식 앞에 절망했을 것이다. 돈도 필요 없으니 제발 지역에 권한이라도 제대로 달라는 대목에서는 울분마저 느껴졌다. 우는 아이 달래듯 떡을 나눠 줄 게 아니라 떡시루를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비슷한 시기 한국은행이 국가 통화정책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강남을 지목하고 나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은은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은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며 이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 경쟁이 자리 잡고 있고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서울대의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한은의 금리 조정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은 총재가 교육부 장관이냐는 등의 비아냥도 나오지만 한은의 깊은 고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최근 한은이 보고서 발간과 심포지엄을 잇달아 개최하며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은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초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재앙이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된다며 비수도권에 서울과 같은 거점도시 1~2곳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국가균형발전도 결국 돈의 흐름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한은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먼저 감지하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런 행보의 배경에 대해 국가 통화정책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과정인데 망국적 지역 불균형은 이를 무력화시킨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급등한다고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있는데 정작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이런 상황이다.
국가 자원 배분의 큰 틀을 다시 바꿔야 하는데 강남의 울타리에 갇힌 중앙 관료의 눈에는 대한민국의 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운동장은 기울었는데 지역 자생력 운운하며 땜질 처방만 해봐야 소용없다. 강남 신화도 결국은 국가의 정책 자원을 ‘몰빵’한 결과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눈부신 성취가 이제는 국가 성장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변했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국가 통화정책의 컨트롤타워에서 나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대한민국호는 이미 침몰하기 시작했다.
2024-09-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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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서울 ‘둥지’가 아니라 지역 ‘먹이’가 문제다
서울 집값이 들썩인다고 한다. 최근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 가고 전세가도 6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강남을 중심으로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도 생겼다.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씨는 경기도 과천 성남 하남 용인 광명으로 빠르게 옮겨붙어 수도권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경기도 동탄2신도시 한 아파트단지의 미계약 물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공급에 294만 4780명이 몰렸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런 수도권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비수도권 주민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로또 청약’ 같은 건 애초 딴 세상 이야기다. 전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면 비수도권은 지역을 막론하고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가뜩이나 침체 늪에 빠진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2022년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년 2개월 동안 줄곧 하락세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장기 침체 우려가 높은 상황으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대로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부동산 양극화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벼락 거지’ 소리를 듣게 생겼다.
한국 사회 모순이 집약된 곳이 부동산이다. 한국인에게 집은 생활공간 이상의 의미다. 부동산이 곧 계급이고 복지인 게 우리 사회다. 사회적 불평등도 토지,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다. ‘땀이 아니라 땅으로 잘 사는 사회’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때때로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한국 사회의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투영돼 나타나는 부동산 문제가 바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확대다.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수도권 공급 위주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8·8 부동산 공급 대책’이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호를 공급한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초과 이익 환수를 폐지하는 촉진법도 제정한다. 이를 통해 향후 6년간 수도권에 모두 42만 7000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라며 국민을 내세웠지만 지역민 입장에서 보면 정부 재원과 국가 자원을 쏟아부어 가뜩이나 활황인 수도권 부동산을 부양한다는 이야기로밖에 안 들린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가 국민 주거 안정은커녕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 투기만 심화시켰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결과다. 수도권 집값이 뛰고, 신도시가 발표되고, 인구가 유입되고, 또 집값이 뛰고, 또 신도시가 발표되고, 또 인구가 유입되고, 수도권은 공급이 더 큰 수요를 부르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공간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그린벨트를 헐어 만든 보금자리주택도 일시적 집값 안정이라는 착시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못 잡고 개발이익 사유화와 국토균형발전 저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게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였다.
수도권 부동산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인데 그 좁은 땅덩어리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이 기형적 상황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더라도 우리의 수도권 같은 기형적 집중은 벌써 붕괴해야 했을 시스템이다. 그 기형적 시스템의 버팀목이 정부다.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연결하고 그린벨트까지 풀어 택지를 공급하면서 한계에 이른 수도권 투자 효율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이 시스템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망국적 초저출생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젊은이들이 ‘먹이’를 찾아 수도권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존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생긴 현상이 초저출생이다.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수도권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서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이 우리나라엔 오직 서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도권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의 선택지라는 이야기다. 일자리만 있으면 부산에서 살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결국 핵심은 서울의 ‘둥지’가 아니라 지역의 ‘먹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역에는 재원이나 정책 수단이 없고 정부에는 의지가 없다. 정말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수도권 부동산 공급 확대라는 땜질이 아니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같은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하나 해결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치에서도 이제 비수도권은 ‘마이너’다. ‘수도권부동산공화국’의 자연적 붕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2024-08-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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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대한민국 제2 도시의 소멸이라니!
엄청난 일이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의 소멸위험지역 진입 이야기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 보고서를 통해 부산이 광역시로는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전체 45개 구·군 중 21곳이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는데 그중 절반 이상인 11곳이 부산의 자치구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소멸위험지수는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만든 개념이다. 핵심 지표는 해당 지역에 출산 적령기(20~39세) 여성이 얼마나 사느냐다. 그 인구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나눈 값이 소멸위험지수다.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진입단계, 0.2 미만이면 소멸고위험단계로 구분된다.
부산의 인구는 2024년 3월 기준 329만 명으로 65세 이상이 23%인데 비해 20~39세 여성 인구는 11.3%에 그쳐 소멸위험지수 0.490을 기록했다. 젊은 여성이 노인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제2 도시 부산의 소멸이라니!’ 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소멸위험도시 부산’은 예고된 시나리오다. 부산은 2021년 9월 전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50년이면 부산 인구는 250만 명으로 쪼그라들고 평균 나이가 60세를 넘어 시민의 절반이 노인이 된다는 게 통계청의 인구추계다.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알다시피 일자리다. 지역 소멸의 핵심 지표인 젊은 여성의 이탈이 더 두드러지는 것은 일자리 구조에서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젊은 여성 일자리는 블루칼라도 화이트칼라도 아닌 핑크칼라가 주류다. 이른바 돌봄 직군이거나 파트 타임·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청년이 필요로 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될 일인데 그 해법을 찾지 못해 소멸의 길목에 접어든 게 지금 부산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경로의존성을 벗어나기 위해 부산이 선택한 방향이 글로벌 허브도시다. 물류와 금융을 축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금융기회발전특구 지정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발걸음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의 정부 균형발전 정책은 거창한 레토릭에 그쳤거나 나눠 먹기식 복지정책 성격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의 금융중심지와 블록체인특구 지정이 산업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과감한 정책 집중이 필요한데 변죽만 울린다. 이 과정에는 수도권 중심의 기득권적 시각도 작동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누더기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기회발전특구라고 다를까.
마침 부산의 소멸위험지역 진입 소식이 알려지기 얼마 전 한국은행이 부산에서 지역경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는 초저출생과 이에 따른 성장 잠재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창룡 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행사다. 한국 최고의 경제 싱크탱크가 제시하는 해법은 비수도권 대도시 한두 곳에 투자를 집중해 서울에 비견되는 거점 대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비슷하게 쇠퇴하는 것보다 거점 대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얻는 집적경제의 이득이 주변 지역으로 고루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분석 결과도 덧붙인다.
한국은행이 심포지엄의 첫 개최지로 부산을 정한 것도 이런 기대감의 반영일 것이다. 부산이 기회발전특구 전략의 핵심으로 금융을 내세운 것도 산업생태계 혁신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은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맞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금융 특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새롭게 형성되는 금융 생태계인 만큼 정부의 규제 이슈가 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부산이 씨를 뿌리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전폭적 정책 지원을 통해 산업생태계가 꽃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2 도시가 소멸의 길로 접어드는데 대한민국이라고 무사할 리 없다. 더 이상 균형발전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선택과 집중으로 소멸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폭발할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렸다.
2024-07-02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