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초겨울 북극 해빙: 항로 개발 과제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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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해빙, 계절·기후 요인 따라 급격히 변동
항로 안전·운항 가능성 좌우 핵심 요소
국제 협업으로 효율적 예보 체계 구축을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면서 북극 해빙은 한층 깊어지는 한겨울 조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다. 10월에는 여름철 최소 해빙 면적에서 회복되는 초기 단계로, 북극해 곳곳에 여전히 얇은 신생 해빙이 넓게 분포하고 상당한 지역이 부분적으로 얼어 있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11월에 접어들면 지속적인 한랭화와 일사량 감소의 영향으로 해빙의 확장과 두꺼워지는 과정이 가속화된다.

북극에서 해가 지기 시작하면 태양 복사가 사라지면서 해빙 성장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일사량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해양-대기 시스템이 복사 냉각에 지배되며, 바다는 지속적으로 장파복사를 우주로 방출해 표층 온도를 급격히 낮춘다. 표층수가 어는점에 도달하면 이후의 열 손실은 곧바로 해빙 형성으로 이어진다. 차고 안정한 경계층 대기는 전도에 의한 열 손실을 강화하여 새로 형성된 얼음이 빠르게 두꺼워지도록 돕는다. 이 시기에는 해빙이 하루에 몇 센티미터씩 두꺼워질 뿐 아니라, 해빙 면적도 빠르게 증가하여 2주 동안 약 180만㎢, 즉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광대한 해역이 새롭게 얼음으로 둘러싸일 수 있다.

그러나 초겨울에 증가하는 해빙의 양은 해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은 이전 해빙 융해철 동안 북극해 상층에 저장되는 태양 에너지를 조절하는 해빙-알베도 양의 피드백 세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바다가 더 많은 열을 보유한 경우, 해빙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 초과 열이 먼저 방출되어야 하므로 해빙 성장의 시작과 속도가 지연된다. 하지만 이 저장된 열이 얼마나 빠르게 방출되는지는 구름양, 폭풍 활동, 바람, 해양 혼합 등 다양한 대기 및 해양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그 결과, 초겨울 해빙 성장은 단순한 계절적 냉각의 결과만이 아니라, 해양-해빙 시스템에 작용하는 여러 기상·기후 과정의 통합적 영향을 반영하게 된다.

변화무쌍한 초겨울의 해빙 변화를 보면서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추진할 북극항로 개척 사업 추진의 도전적인 면모를 떠올리게 된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해상 운송 축으로서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기술적·환경적 도전 과제가 공존하는 복합적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북극 해빙의 변화이다. 해빙은 계절과 기후 요인에 따라 급격하게 변동하며, 이러한 변동성이 항로의 안전성과 운항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북극항로 개발의 모든 논의는 결국 해빙 변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예측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해빙의 두께와 면적을 시간에 따라 정확하게 예보하는 일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해빙 예보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포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확률적으로 정의된 한계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예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보의 목표는 실제로 배를 운항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결정된다. 우선 해빙의 존재 여부와 두께에 따라 선박의 안정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보가 도달해야 하는 정확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해빙을 효율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연료 절감 효과와 경제적 이익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외적 요건과 수요자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예보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이 북극항로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결국 실효성 있는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기, 해양, 그리고 항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합 연구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상 관측과 지상 관측, 인공위성 데이터 분석, 지역 상세 기상 모델 및 해빙 모델의 통합이 필수적이며, 동시에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항해 시스템 전문가의 참여가 요구된다. 더불어, 인공지능 예측 모델의 개발과 활용을 위해 AI 모델 전문가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문가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기후 시스템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북극 해빙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해빙의 변화는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을 위해서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측이나 단기적 예보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뚜렷하며, 체계적 연구와 국가·국제 차원의 협업을 통해 장기적·종합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양한 모델과 관측 자료를 통합한 실효성 있는 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북극항로 개발의 성공은 해빙 변화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예측하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한 전략적 접근과 협력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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