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다시 생각한다
윤태호 부산대 교수
공공의료 확대 민선 7·8기 대표 공약
지역 형평성 문제 건정심 통과 난항
동부산권 주민 의료 이용·건강 위한
필수의료·응급의료 기능 확보 핵심
의료안전망 차원서 반드시 관철돼야
부산시가 보험자병원 등 공공병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정구 침례병원. 부산일보DB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침례병원이 폐업한 지 8년의 세월이 지났다. 옛 침례병원을 활용해 취약한 부산의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것은 민선 7·8기 부산시장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구체적으로 부산을 서부산권, 중부산권, 동부산권으로 나누고, 서부산권은 서부산의료원 건립, 중부산권은 부산의료원, 동부산권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통해 부산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애초 부산의료원 금정분원, 국립병원, 보험자병원 등 다양하게 검토되었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방안은 보험자병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산시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건강보험 일산병원과 연계하면 의료 인력 채용이 용이한 점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를 위하여 부산시는 예산 499억 원을 투입하여 침례병원 부지를 확보하였다. 하지만, 보험자병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회의적이었다. 특히, 건정심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험자병원 확충에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왜 부산에 설립해야 하는지 근거가 부족하며, 부산에 설치하면 그보다 취약한 지역에서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 등이 주된 이유였다. 부산시의 재정 지원 규모 등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반대 논리에 직면하면서 부산시는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거쳐 종합병원인 보험자병원에서 ‘회복기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수용하였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운영하는 종합병원(건강보험일산병원), 요양원(서울요양원)은 있지만, 회복기병원은 없으므로 건정심을 통과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4년 12월 부산시에서 준비해 간 회복기병원(안)도 건정심 소위에서 재논의 판정을 받았다.
이 시점에서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본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는 지역의 필요로 제안된 것이고, 따라서 지역에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회복기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 필요한 병원에 가깝다. 회복기병원은 종합병원에서 수술 등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에게 기능 회복을 하게 한 다음 집으로 퇴원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종합병원의 입원 기간을 줄임으로써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필요한 공공병원의 기능은 필수의료·응급의료를 제공하며, 금정구와 동부산권 주민의 의료 이용과 건강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현행 의료 정책과 연결하면, ‘포괄2차 종합병원이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회복기병원에서는 수행하기 어렵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환·증상에 대한 포괄적 진료역량”을 갖춘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하였다. 동부산권에 속하는 4개 지자체(금정구·해운대구·수영구·기장군) 중에서 금정구만 제외되었다. 책임의료기관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질의 필수의료를 제공하며, 지역별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보건의료기관 등과의 연계·조정 등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병원으로 전국 70개 진료권 중에서 56개소가 지정되어 있는데, 부산은 3개 진료권 중에서 중부산권(부산의료원)이 유일하다.
부산시는 보험자병원에 약 25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건정심에 보고한 바 있다. 3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인 서부산의료원의 총사업비가 1641억 원이고, 2025년 부산시 보건 분야 예산 규모가 2100억 원 수준이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면서도 금정 구민과 부산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병원이 들어서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의 핵심은 누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어떤 기능을 하는 병원인가에 있다. 부산 시민의 건강 수준은 여전히 전국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해양수도 부산의 명성에 걸맞는 시민의 든든한 의료안전망으로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동부산권에도 이에 걸맞은 공공병원이 들어서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더군다나, 현 정부는 공공의료체계 강화와 지역 격차 해소를 보건의료 부문의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