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동거
남수우(1991~)
정확한 문장으로 잠꼬대를 하면
입가에 마침표 같은 점이 생긴대,
일기장을 꾹꾹 눌러쓰던 너를 눕히며
어디까지 읽다 말았니
백사장에 그린 그림들을
파도가 쓸어 모아 어느 섬에다 부려 놓는 이야기
바다를 본 적 없는 네게 바다를 들려주었다
책장을 넘기다 손끝이 베인다
누군가 밑줄을 그으며 우리를 읽는 거랬다
무릎 아래서 네가 막 잠꼬대를 시작한다
시집 〈미도착〉 (2025) 중에서
함께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입가에 점 하나 없는 걸 보면 나는 살아오는 동안 잠꼬대마저 정확하지 않았구나 생각해봅니다.
종이에 베인 상처가 누군가 우리를 읽는 동안 그어놓은 밑줄이라는 것, 오물오물 입속에 굴려봅니다. 함께 산다는 건 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바다를 들려주는 것일까요. 소소한 일상을 파도가 어느 섬에 부려 놓듯 시인이 부려 놓은 담담한 문장들을 가만히 따라가 봅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은 인간의 경험과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의미 있는 곳이어서 장소와 구별됩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기억들을 파도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백사장 같은 내 무릎도 누군가 잠꼬대를 할 수 있게 빌려주고 싶어집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