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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지역에도 국립 예술단체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6일 중장기 문화 비전인 ‘문화한국 2035’을 공개했다. 핵심 전략으로 ‘지역 문화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첫 번째 추진 과제로 ‘국립 예술단체·기관의 지역 이전 및 협력 모델 재구축’을 제시했다. 문화예술로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이전에도 국립 예술단체를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이야기는 간간이 있었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의견으로 무시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기득권의 반발이 거셌다. 예술단체 지역 이전이 단체 자체를 와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단원들이 오랫동안 서울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든 기반이 서울 중심이라 당장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광주 이전을 발표한 서울예술단 외에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전용극장도 없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입주해 사무실만 운영한다. 심지어 대관이 안 될 때도 있다. 그 외 2개 국립 예술단체는 국립정동극장과 국립극단이다. 그에 비해 지역엔 음악 전용홀, 오페라하우스 등 좋은 공연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반대급부로 양질의 콘텐츠가 고민이다.
국립 예술단체 역할은 국가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며, 예술의 수준을 높이고, 예술을 통한 사회적 공감과 소통을 끌어내는 데 있다. 그렇다고 꼭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인적자원 등 지역 여건이 열악한 것도 맞지만, 과도기를 거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프랑스나 독일을 보더라도 대표 예술단이 모두 수도에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1980년대 초 실질적으로 진행된 지방분권화 정책의 결과로 지방에 국립 문화기관이 속속 설립됐다. 리옹, 마르세유, 몽펠리에, 스트라스부르 등 지역 기반에서 성장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국립 예술단체가 상당하다. 연방제 국가 독일은 일찌감치 문화 중심을 분산했다. 베를린을 비롯,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뮌헨, 함부르크 등 각 도시가 독자적 예술 기관으로 성장했다. 이들 도시의 교향악단과 오페라하우스는 수준급이며, 제작극장 시스템도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5년간 8개 국립 예술단체 공연 10건 중 8.6건은 서울에서 열렸다.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 지역에 사는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역에서도 국립이란 최고 예술단체가 만드는 작품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국립 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서 문화예술 생산의 근본을 재설계하는 전략이 되면 좋겠다. 부산시도 이런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5-04-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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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집피지기] 밑빠진 미분양에 세금 붓기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이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반 미분양이야 입주 전까지 해소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파트가 다 지어졌는데도 들어와 살 사람이 없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역사회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시행사는 빚더미에 앉고, 건설사들은 공사대금을 받을 길이 묘연해진다. 지역 경제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이 휘청인다는 건 서민들의 밥벌이가 위협받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지난달 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세대를 매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대책에 시큰둥하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나 지방 스트레스 DSR 3단계 유예 등 실질적인 수요 진작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 보증 기준 완화나 개발 부담금 한시 감면 등 업계에서 줄곧 요구해 왔던 규제 완화책이 빠져있다고도 한다.
원자잿값 인상이나 고금리 장기화 등 건설사들이 어찌할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시장 악화에 큰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건설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는 단지를 살펴보면 좋지 않은 입지에 소비자의 눈높이를 훨씬 웃도는 분양가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원가율 등을 이유로 분양가는 내리지 않으면서, 정부에 고강도 대책만 주문하는 오래된 방식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탈피하기 어렵다.
LH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다는 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민간 기업의 재고 소진을 돕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입주하는 아파트 대다수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전후 추진된 개발 사업의 산물이다. 제대로 된 수요 분석 없이 경기에 휩쓸리듯 사업에 뛰어들어 발생한 투자 리스크를 정부가 전적으로 대신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건설 경기는 10년 사이클을 돈다’며 앞으로 3~4년 뒤를 바라보고 주택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건설업 위기 때마다 정부가 업계 입맛에 맞는 대책을 내놔왔던 학습효과와 이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건설업계도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플랜이 필요하다. 허허벌판에라도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값이 오르던 시대는 어쩌면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기형적인 수준으로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레버리지를 정상화하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의적절하게 시행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봐야 소용이 없듯, 건설업계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특단의 ‘수선’이 필요하다.
2025-03-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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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공유숙박의 명암
16년 전인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비앤비라는 생소한 개념의 여행 공유숙박 시스템이 등장하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집주인은 빈 방을 놀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고, 여행객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했다.
성장세가 얼마나 가팔랐던지 불과 16년 만인 지난해 에어비엔비 총매출액은 110억 달러를 넘었다. 전 세계 220개 국가, 10만 개 이상 도시에서 500만 명 이상의 집주인과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2022년 한 해 이용자는 3억 명을 상회했다.
에어비앤비의 폭발적 성장세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관광이다. 방이 풍부해지고 호텔보다 싼 값에 숙박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외국 여행객이 나라마다 급증했다. 2010년 전 세계 여행객은 9억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억 5000만 명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에어비앤비 덕분에 각국 관광산업은 활성화됐지만 지역 주민의 삶에는 부정적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라면 지역 주민에게 임대됐을 방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돌아가는 바람에 각 도시마다 ‘방 부족’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임대료도 이전보다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물가가 크게 뛰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빌려줄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부동산 투기까지 설쳐 집값이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공유숙박이 에어비앤비와 집주인 배만 불리 지역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각 나라는 에어비앤비 규제책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에어비앤비로 인한 관광 활성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총 외국인 관광객 3500만 명, 총 관광수입 220억 달러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에어비앤비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하겠다는 뜻에서 창고나 지하 공간, 과거 산업시설이었던 곳은 등록하지 못하게 규제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빌려줄 수 있는 연간 일수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10만 유로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파리에서 에어비앤비 등록 방이 9만 5000여 개인데 과거에는 학생, 저소득층 등이 임대하던 곳이었다. 매년 26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에어비앤비로 인한 주택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시청은 2028년까지 10만 개 이상의 방에 내준 에어비앤비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에어비앤비의 현실은 공유경제라는 이상적인 개념이 현실세계에서는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연 이 악몽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5-03-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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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행사가 뭐길래
정치인들에게 있어 지역 행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의 장이다. 이 자리에서의 말과 행동은 비용이 발생하는 광고 문자·전화보다 구전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에 마이크를 둘러싸고 배석자 간 얼굴이 붉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손발을 맞춰야 하는 국회의원과 구청장간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부산 A구에서는 구청장이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발언하면서 참석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국회의원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30분가량 자신의 구정 활동과 관련한 PR을 쏟아냈다. 반면 국회의원 발언 시간은 6분 남짓이었다. 이에 해당 국회의원은 현장에서 바로 불쾌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주변 참모들에게 간접적으로 구청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일 때문에 두 사람이 독대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B구의 국회의원과 구청장의 불화설은 지역 정가에 파다한 소문이다. 한때는 영혼의 단짝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던 두 사람이지만 매 행사마다 국회의원 조연 역할만 맡으며 바람잡이로 전락한 구청장은 언젠가부터 동석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회의원의 호출, 구청장의 거부가 반복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지방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지금은 잠시 봉합됐다는 게 B구 지역 상황에 밝은 한 인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이들 2곳을 제외하고도 같은 정당의 국회의원과 구청장 간 불편한 동침이 이어지고 있는 부산의 기초단체는 또 있다. 대부분 지역 역점 사업의 치적을 둘러싼 갈등이 대다수다.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국회의원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주장과 구청에서 실무 작업을 철저히 한 덕분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는 형태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게 정치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최근 이러한 기류가 다수 감지되는 것은 22대 총선을 거치며 새로 지역구를 맡은 현역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된 지역들 중 일부는 현역 교체가 이뤄지지 않기도 했지만 파열음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경우 대규모 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 구청장들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지역 발전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주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탄핵으로 멈춘 상황에 지역에서는 같은 정당 소속인 두 사람이 싸우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 소멸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부산시민으로서 개탄스러울 뿐이다.
2025-03-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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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함께 축구 즐기는 세상 [골 때리는 기자]
"그렇게 무례한 질문인지 몰랐다. 미안하다."
'골 때리는 기자'라는 제목으로 약 1년간 초보 '여성' 풋살러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을 담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풋살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좌절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칼럼을 통해 처음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공감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같이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로부터는 공감을 얻었고, 아직 풋살을 접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어디서 하냐', '초보도 받아주는 팀이 있냐' 등 기분 좋은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많은 피드백 중에 '정말 그렇게 느끼는지 몰랐다'는 한 남성 독자의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성임을 부각해 쓰는 칼럼에 대한 반응은 남녀 갈등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잦다. 칼럼을 시작할 때도 당연히 갈등을 부추기는 반응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 반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는 고마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오프사이드를 알아?(<부산일보> 2024년 5월 31일 자 29면 보도)'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유독 여성에게만 축구룰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오프사이드 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성도 많은데, 유난히 여성들만 해당 질문을 반복해서 듣고 이는 결국 여성들을 축구와 멀어지게 만든다는 게 칼럼의 골자다. 기사를 출고하면서 '댓글창은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건전한 비판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칼럼의 취지와 여론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 기자로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다.
하지만 한 남성 독자로부터 칼럼을 읽고서야 자신이 무례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는 반응을 들었다. 축구를 즐기는 여성이 신기한 마음에 가볍게 건넨 농담과 같은 질문이 여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댓글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어쩌면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를 애써 거부했던 지난날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용기를 내 글을 통해 갈등을 수면 위로 이끌어 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남성들도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정보가 정말 부족했겠구나'하는 이해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축구를 즐기지 않는 남성'들로부터 받은 반응도 재밌었다. 사실 본인들도 축구룰을 잘 모르고, 억지로 축구 시합에 끌려가면 '세모발'이라 핀잔을 듣는다는 것이다. '남성이면 으레 공과 친하겠지'라는 편견에 남성들도 고통받는다는 의미인 셈이다.
성별을 떠나 어떤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 무시당할 조건이 될 수 없다. 편견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세상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기자에게는 '공놀이'가 그런 존재였다. 칼럼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내가 본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봤길 바라본다. 더 많은 여성이 공을 차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면 남녀가 더 자유롭게 축구를 즐기는 날이 올 것이다.
2025-03-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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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만능통장 ISA
이달 연말 정산 결과를 받아든 직장인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예상보다 많은 돈을 환급 받은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이맘때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절세다. ‘어떻게 하면 절세를 할 수 있을까’.
절세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것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ISA란 한 계좌로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계좌다. 절세 혜택은 덤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떤 계좌로도 투자를 할 수 있지만 ISA의 최대 장점은 절세다. 여건에 따라 비과세 한도를 차등하는데 일반형, 서민형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일반형은 직전 연도 총급여가 5000만 원을 넘거나 종합 소득이 3800만 원을 초과한 경우가 대상이다. 200만 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ISA 가입 기간에 200만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300만 원을 벌었다면 100만 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ISA는 비과세 혜택 초과 금액에 대해서도 9.9%(지방소득세 포함)로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예·적금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원천징수되는 소득세가 15.4%임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이율이다. 해외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외에도 고배당 주식이나 리츠, 인프라펀드 등도 대표 상품이다. 다만 애플, 테슬라 등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다.
연간 한도 외 의무 가입 기간 3년이란 제약도 있다. 3년 의무 보유 기간이 있기에 우선 계좌부터 만드는 것이 무조건 이득인 상품이다. 혜택이 큰만큼 ISA에는 납입과 운용 금액에 한도가 있다. 납입 금액은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최대 누적 1억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대신 2000만원을 다 못 넣는다면 다음 해에 이월해서 납입도 가능하다.
은행과 증권,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ISA 계좌를 가지고 있거나 신규 가입 의향이 있는 총 2482명 중 증권사 선호가 65.8%, 은행을 선호하는 쪽은 34.2%(신탁형 22.8%·일임형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투자 계좌로 ISA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모두가 적극적 투자를 하더라도 개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가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증권사, 은행에서 운영하는 ‘투자 성향 자가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일단 가입이라도 해두자. 가입하는 자 만이 절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2025-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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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타임 아웃] 트레이드를 향한 마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24시즌이 끝난 직후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두산 베어스와의 3 대 2 트레이드였는데요. 당시 롯데는 불펜 투수인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오는 대신,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두산에 내줬습니다. 롯데의 이번 트레이드는 약한 불펜진의 보강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롯데가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던 ‘허약한 불펜진’을 올 시즌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특단의 조치였지요. 두산으로서도 외야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고졸 신인 첫해 100안타’를 때려낸 젊은 기대주 김민석(21)을 데려오면서 미래를 굳건히 했습니다. 결과는 올 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네요.
시즌 중에 트레이드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프로농구에서 많이 이뤄지는데요. 프로농구 부산 KCC와 안양 정관장이 지난달 10일 주축 외국인 선수를 맞교환하는 ‘빅 트레이드’를 강행했습니다. 극약처방이었죠.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양 팀의 희비는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트레이드는 스포츠에서 둘 이상의 팀이 이해관계에 따라 소속 선수를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드래프트, 즉 신인 선수 선발 제도가 있는 리그에서 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트레이드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1 대 1 맞교환이 아닌 패키지 트레이드가 있는데요.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전설적인 패키지 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3년 자신과 무려 8명의 선수와 맞바꾸는 ‘1 대 8’ 트레이드의 장본인이었습니다. 선수 시절 황 감독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레이드 된 선수의 연봉은 어느 구단에서 책임질까요? 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드에 있어 연봉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먼저, 구단은 맞바꿀 선수의 연봉부터 봅니다.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다른 선수를 추가로 받거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합니다. 1 대 2, 2 대 3 등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구단은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의 연봉을 조금 올려줍니다. 이사 등 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기부여 차원입니다.
지역 연고를 기점으로 탄생한 국내 프로 스포츠는 트레이드에 부정적인 기류가 많았습니다. 해당 선수는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트레이드에 반대하며 은퇴를 선언한 선수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덜 합니다. 트레이드가 워낙 빈번한 데다 동료 선수와 구단이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팀을 옮기는 문제가 해당 선수에게는 녹록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팬들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2025-02-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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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의 그림책방] 개와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사람을 믿는 마음의 크기만큼 기다림의 시간도 길 것이다.
박이룬 작가 <기다려>(느림보)에는 반려견 럭키와 베스가 등장한다. “기다려”라는 말만 남기고 아빠가 사라졌다. 럭키는 뒷다리가 저리도록 멈춰 서서 아빠를 기다렸다. 엄마는 베스를 아가라고 불렀다. 껌딱지처럼 엄마에게 붙어서 사랑받는 베스는 럭키와 달라 보였다. 여기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췌해진 럭키가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가던 날, 베스는 엄마와 놀러 간 공원에서 “기다려”라는 말을 들었다. 럭키 아빠와 베스 엄마는 같았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개를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럭키는 새 가족에 입양돼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럭키가 서 있던 자리에서 이제는 베스가 엄마를 기다린다.
기다리라는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 그 말을 믿고 기다리는 반려견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원희의 <들개>(롭)는 반려견이 들개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구성됐지만 내용의 울림은 더없이 크다. 사람이 펫숍에서 강아지를 데려왔다. 귀엽다고 예뻐하던 강아지가 성견이 되니 귀찮다고 유기한다. 거리를 방황하던 개는 사람에게 내몰려 산으로 가고, 다른 유기견과 만나 무리를 이룬다. 야생화된 개들이 가축을 습격하자 사람들은 포획에 나선다. 도망치던 개의 목줄이 끊어지는 장면에서 인간과의 영원한 단절이 느껴진다. 들개의 시작점이 사람에게 있음을 확인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개를 버리는 것도 사람이지만, 개를 구하는 것도 사람이다. 민주인권그림책 <호두와 사람>(사계절출판사)도 조원희 작가 작품이다. 뒷다리를 다친 개가 보호소에 들어왔다. 사람1은 개를 데려와 호두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호두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다리 수술을 받았다. 사람2는 호두의 회복을 돕는 다음 보호자를 자처했다. 뒤이어 사람3, 사람4, 사람5가 호두에게 더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데 동참했다. 작가는 호두가 자신에게 오기까지 1년 4개월의 이야기를 통해 개를 구하는 데 함께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베스에게 따뜻한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5-02-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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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젊어지는 국내 오케스트라
흔히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얼굴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와 협연자 선정, 즉 프로그래밍이 지휘자의 손에 달려 있다. 좋은 지휘자를 갖추면 혁신적인 프로그래밍이 따라올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협찬과 매표 수입 증가로 직결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연초부터 속속 전해지는 국내 오케스트라 새 지휘자 선임 소식에 부산의 클래식 음악 팬까지도 들썩한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은 울산시향은 직접 가 봐도 좋겠다. 울산시는 러시아 출신의 니콜라이 알렉세예프 지휘자가 떠난 후 1여 년간 공석이던 울산시향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로 사샤 괴첼(55)을 지난달 선임했다. 괴첼은 튀르키예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에서 12년간 예술감독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프랑스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다음 달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에서 괴첼은 하이든 교향곡 39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김규연 협연),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홍석원 지휘자가 부산시향으로 옮겨오면서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 된 광주시향 지휘자엔 지난 연말 인천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내려놓은 이병욱(50)이 설날 직전 위촉됐다. 광주시향은 한때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역임한 뒤 지난해 9월 학기부터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 조교수로 임용된 최수열(46) 지휘자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병욱 지휘자와 인연이 닿았다. 오는 14일 취임 연주회를 개최한다.
문화재단1963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회’ 야외 오페라 무대 지휘를 위해 두 해 연거푸 부산을 찾은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37)는 이번에 강남심포니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연주회는 오는 18일 열린다.
부임 7개월째를 맞은 부산시향 예술감독 홍석원(42)을 비롯해, 내달 취임 1주년을 앞둔 포항시향 예술감독 차웅(40), 이제 1년을 넘긴 경기필 예술감독 김선욱(37) 외에도 지휘자 정명훈의 셋째 아들인 정민(41·강릉시향), 안두현(43·과천시향), 김건(44·창원시향), 정나라(45·공주시충남교향악단) 등 국공립 오케스트라 절반 이상이 3040 지휘자로 채워지고 있다. 또 한국인 최초 카라얀 콩쿠르 우승자 윤한결(31), 한국 최초 브장송 콩쿠르 수상자 이든(37), 말코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승원(35), 클래식과 영화·게임음악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진솔(38)의 객원 지휘도 기대된다. ‘백발의 노장 지휘자’는 이제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청중 소통과 과감한 프로그래밍으로 주목받는 이들 젊은 지휘자들이 클래식 음악 지형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궁금하다.
2025-02-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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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집피지기] 좁으니까 청춘이다?
한때 임대주택은 ‘님비’의 전형이었다. 임대주택이란 말만 나오면 인근 주민들은 물론 지역 정치권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반대를 하곤 했다.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요즘은 임대주택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입구부터 건설사 로고를 박은 문주를 설치하고, 단지 외관도 세련되게 꾸며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임대주택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들도 임대주택에 사는 걸 전혀 숨기지 않는다. 저렴한 임대료에 전세사기 당할 염려도 없어 오히려 인기가 날로 치솟는다. 지난해 11월 청약을 진행한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 1단지의 경쟁률은 9.1 대 1이나 됐다.
하지만 임대주택 정책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대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은 이곳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다. ‘닭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좁디 좁은 면적 때문이다. 곧 입주가 시작될 시청 앞 행복주택 1단지도 총 589세대 중 전용면적 26㎡가 총 278세대로 비중이 가장 높다. 전용 26㎡는 8평 남짓으로 원룸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자녀가 이곳에 청약을 넣었다는 부산시 한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는 “아들이 독립해서 차근차근 돈을 모으겠다며 행복주택에 청약을 넣었던데, 비좁은 방을 실제로 둘러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시의 정책 결정에 관여하던 사람으로서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르겠으나 솔직히 청약에서 떨어졌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자녀 1명을 출생하면 20년, 2명 이상을 출생하면 평생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지난해 11월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꿈꾸기 힘든 좁은 집에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으면 한다는 게 청년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시선이다.
부산은 물론 전국에는 전용면적 60㎡(약 24평)가 넘는 임대주택을 찾아보기 어렵다.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이 60㎡를 넘어가면 정부가 임대주택 건립에 국비로 보조하는 지원금이 확 줄어드는 탓이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감히 20평 대를 원하느냐’는 삐딱한 시선과 ‘임대주택 수만 호를 수년 내 공급하겠다’며 공급 세대 숫자에만 매몰된 정치적 구호가 결합한 결과가 아닐까 추측한다.
이유나 과정이 어찌 됐든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은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터와 집터를 구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낳아 기르게 하는 것이 지자체 청년 정책의 목적이라면 닭장 같은 임대주택은 임시변통조차 되지 못한다. 몸만 간신히 구겨 넣어 잠을 청하는 집에서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수는 없다. 20평 대 임대주택 건립에 국비 보조금을 확대하고, 지자체는 보다 현실적인 주거 혜택을 지원하도록 고심해야 한다.
2025-01-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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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우리도 플릭스버스처럼
유럽에서 버스여행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 기후위기 방지에 기여하면서 값싼 표로 각국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회사는 2011년 문을 연 플릭스버스다.
버스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이라는 사실이다. 2022년 EU 조사에 따르면 버스 승객 1인이 1km를 여행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6g으로 개인 자동차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항공기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가격은 얼마나 싼 것일까. 회사, 노선마다 다르지만 플릭스버스의 경우 가장 싼 노선 버스표는 불과 3.50유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3시간 거리 요금이 15~21유로(2만 2000~4만 5000원)다. 체코 프라하에서 빈까지 4시간 거리 요금도 20~26유로(3만~3만 9000원)에 불과하다. 기차, 항공기와 비교할 경우 2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기차도 버스처럼 탄소를 덜 배출하면서 장거리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기차에는 항공기만큼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잦은 파업이다. 게다가 기차 요금은 항공기보다 저렴하기는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것은 아니다.
버스여행 인기는 2011년 독일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플릭스버스의 성장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지금 유럽 최대 버스회사로 성장했다. 플릭스버스는 유럽 40개국 5600개 노선에서 버스를 운영한다. 2023년 이 회사 총 이용자는 8100만 명에 이르러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총 매출은 20억 유로에 이르렀다. 불과 13년 만에 유럽에서 가장 크고 노선이 많은 버스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플릭스버스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네트워크’다. 유럽에서 안 가는 곳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이용하기에 무척 편리하다. 북유럽인 스웨덴에서 서유럽인 프랑스, 남유럽인 스페인, 동유럽인 세르비아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지역인 터키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 버스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 다닌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섬나라인 영국에서 버스가 운영되지 않았지만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북미와 남미는 물론이거니와 아시아에도 진출했다. 플릭스버스 네트워크의 장점은 대도시 사이에서만 운영되는 게 아니라 작은 도시 간에도 다닌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여행을 담당하면서 가끔 버스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버스 회사가 많지만 불편한 게 정말 많다. 가장 큰 불편은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것이다. 특정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편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우리나라에도 플릭스버스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가 등장하거나, 여러 지역 버스회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2025-01-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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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정치의 '집단 극화' 활용법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한민국은 경기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며 우울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베스트 셀러 ‘신경끄기의 기술’의 저자인 마크 맨슨은 지난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12월 3일 있었던 비상계엄은 우리를 다시 한번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내 말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그릇된 자기 확신이 이제는 집단화되며 더욱 극단주의화 되는 ‘집단 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정치 신념에 경도된 일반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인들이 내뱉은 발언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탄핵 찬성 여부를 떠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체포 순간에도 200자 원고지 44매에 달하는 분량을 통해 부정선거론을 띄우며 자신의 계엄을 정당화했다.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단일대오를 지킨 대다수의 보수층 대신 자신의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보태준 극우 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권을 탈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데칼코마니 같다. 자신의 재판은 최대한 늦추면서도 대통령 탄핵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그는 모든 일정의 초점을 대권에 맞추고 있다. 또한 국회 다수석을 무기 삼아 ‘탄핵중독증’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탄핵을 남발하면서 각종 정책 혼선은 물론이고 경제는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으며 본회의장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른바 개딸, 강성 지지층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집단 극화가 양산하는 수많은 문제에도 정치인들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도 “과대망상”이라 반박한 민주당 전용기 의원, 1980~1990년대 군부 독재 정권 상징인 백골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청년 조직을 국회에 세워놓고도 ‘해당 단체가 백골단인지 몰랐다’는 국민을 기만하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등이 있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 갈등지수는 수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또 한 번 열린 광장민주주의지만 성숙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극단적 진영 정치가 세계적 추세라고는 하지만, 경이로운 경제 성장과 선진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5-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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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여성풋살러는 서럽다 [골 때리는 기자]
여성들 사이에선 '공차는 여성'은 더 이상 감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여성 '풋볼러'들도 늘었고, 여성 풋살 레슨이나 동호회도 SNS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름과 '여성 풋살'을 조합해 검색하면, 각종 여성 풋살 동호회, 수준별 레슨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동호회가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대회도 생기고, 동호회 간 실력 차도 생길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 여성들에게 '풋살'이나 '축구'는 손에 닿기 어려운 스포츠다. 일단 공을 차는 여성 인구 자체가 수도권에 비해 적다. 여성들은 공을 차는 데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주변 다른 여성의 경험이나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에 비해 공을 차본 여성 자체가 지방엔 적으니 당연히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아무리 미디어에서 공차는 여성이 늘었다 떠들어도 지방에선 막상 구장에 발을 들이기는 참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동호회를 쉽게 찾기 힘든 지방에선 풋살이나 축구 '레슨'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슨도 지역의 경우 많아야 한두 개다. 그마저도 소위말해 돈이 되는 '유소년 클래스'와 함께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풋살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몇 개월씩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서울·수도권 지역에는 지역이름과 함께 레슨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만 수백 개다. 레슨 후기와 레슨 방향 등 정보가 쏟아진다. 공을 한 번도 안 차본 여성이라도 이 같은 정보를 접하면 '나도 차 봐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정도다. 반면 지방은 이런 정보들이 SNS상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거의 모든 지역별로 동호회가 결성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 심지어는 직장 내에서 여성 풋살팀이 꾸려진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풋살은 팀의 분위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도권의 동호회는 가입하기 전 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팀의 분위기를 먼저 엿보기도 좋다. 자신의 성향이나 수준에 맞는 팀을 사전에 쉽게 탐색할 수 있는 셈이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여성일수록 이런 정보는 입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방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동호회 수가 적다 보니 레슨에서 만난 이들과 자연스럽게 풋살팀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풋살팀 수가 적다 보니 팀원들과 불화가 생겨 팀을 옮기고 싶어도 워낙 지역 내 팀 수가 적어 옮기기 부담스러운 상황도 펼쳐진다. 이리저리 팀을 전전하다 그냥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지방의 여성들도 공을 차 봤으면 좋겠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공놀이는 즐겁다. 레슨도 등록해 보고, 팀원들에게 다른 동호회 분위기도 물어보면서 나와 맞는 팀을 찾아보자.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드리블로 두세 명을 제치고, 팀원에게 패스해 골문 앞에 서 슈팅을 때리는 순간, 턱끝까지 차오른 숨에 그간의 불편함은 희열로 바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그 환경을 개척해 저변을 넓혀봤으면 좋겠다.
2025-01-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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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홀수해에는 반등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코스피의 종가는 2399.49였다. 2400대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코스피는 장 막판 2400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678.19를 기록하며 700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1월 2일과 비교해 코스피는 -9.63%, 코스닥은 -21.64%였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약세는 더 도드라진다. 먼저 미국에선 한때 코스피와 비슷한 등락을 보였던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은 28.64%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88%를 각각 기록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유로스톡스50 지수는 8.28%,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100 지수는 5.69% 각각 상승했다.
연말 랠리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비상계엄 사태, 고환율 등에 맞닥뜨리며 힘을 못쓰는 증시를 하릴없이 지켜봤다. 한 투자자는 “추가 자금을 투입해 물타기를 하기도 무섭다”며 강제적으로 관망하려고 주식 앱을 지웠다. 1500원을 향하는 환율 랠리 속에 미국 주식, 코인 투자로 짐을 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20억 5556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680억 2349만 달러보다 65%가량 증가한 액수다. 예탁결제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대치다.
2025년은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상저하고’를 말한다. 국내 주요 증권사 9곳의 코스피 예상 범위는 2250~3000이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2800대 진입이 불가능은 아니라고 예상한다. 1~2분기 본격화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금리 변동에 증시가 악영향을 받겠지만 하반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리스크는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환율 급등을 일으킨 어수선한 정치 상황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것도 하반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다만, 이같은 예상은 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와닿지는 못한다. 이대로 됐으면 좋겠지만 지난해 초에도 용의 해를 맞아 코스피가 3000을 갈 수 있다는 예상을 한 전문가는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어떨까. 1997년 이후 코스닥 지수가 연초 대비 연중 30% 이상 하락한 해는 총 6차례였다.1998·2000·2002·2008·2020·2022년이었다. 모두 짝수 해였는데, 흥미롭게도 이듬해인 홀수 해에는 최대 241%에 달하는 상승 장을 보였다.
지난해 코스닥 지수는 1998년 이후 역대 7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홀짝에 기대야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홀짝이라도 기대고 싶은 것이 개인 투자자의 마음이다. 2025년 홀수 해. 반등은 가능하다.
2025-01-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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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타임 아웃] 시간 활용은 농구처럼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체감하는 정도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구기종목을 보면 시간 제한 경기가 많습니다. 주로 영역형 스포츠가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는 상대 팀 영역에 침범해 제한된 시간 내에 몸이나 도구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축구, 농구, 핸드볼, 아이스하키, 럭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시간 제한 경기에서 시간 활용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시간의 활용적 측면에서 보면 농구는 특별합니다. 그 특별함은 시간 활용의 세밀함에서 나옵니다. 농구는 경기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공격 제한 시간을 24초로 정했습니다. 24초 내로 슛을 쏘지 않으면 공격권이 상대 팀에게 넘어갑니다. 이 때문에 시간에 쫓겨 ‘엉뚱한 슛’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농구의 또다른 볼거리 중 하나죠. 시간에 쫓긴 ‘엉뚱한 슛’보다 짜릿한 건 버저비터(buzzer beater)입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선수가 날린 슛을 말하는 건데요. 농구에서만 사용했는데 얼마 전부터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슬쩍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프로농구 부산 KCC는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버저비터 한 방으로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2시간 가까운 혈투가 버저비터로 희비가 엇갈린 것입니다. 경기 막판, 앞서가는 팀은 버저비터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추격하는 팀은 버저비터를 기대하며 몸을 던집니다. 그만큼 버저비터는 짜릿합니다.
농구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1쿼터와 2쿼터 사이, 3쿼터와 4쿼터 사이에는 2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이 시간 경기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관중이 경기장에 내려와 슛 대결을 하고, 관중의 휴대전화 플래쉬를 이용한 응원전도 펼쳐집니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대중 가요 ‘부산 갈매기’의 떼창도 빠질 수 없죠.
타임아웃(작전타임)에서의 상황은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감독이 전반전 두 차례, 후반전 세 차례, 연장전은 1회 타임아웃을 쓸 수 있습니다. 타임아웃의 시간은 회당 90초입니다. 그런데 90초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펼쳐집니다. 치어리더 공연은 당연하고요. 키스타임, 마스코트 공연, 사인볼 증정, 경품 추첨, 심지어 치어리더들이 관중에게 치킨·피자·음료를 직접 전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많은 일들이 단 1초도 어긋나지 않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경기 종료 10초 전에도 공수가 수차례 바뀌고, 1초가 남았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다가오는 새해 ‘1초의 무게’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농구장을 찾으면 어떨까 합니다.
2024-12-26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