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의 디지털 광장] 당신의 AI 생활, 안녕하십니까?
챗GPT 국내 출시 2년 훌쩍 넘어
영상·음악용 AI 솔루션 우후죽순
AI 결과물 맹신 말고 반복 검증
이용자 ‘자기 주도적 활용’ 중요
사라질 직업에 대한 공포보다는
삶에 여유 주는 동료로 인식을
챗GPT 3.5버전이 국내에 소개된 지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라는 낯선 이름과 달리 친근한 대화 방식으로 궁금증을 해소해 주던 AI는 이제 텍스트, 음악, 목소리, 이미지, 영상 등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글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제미나이(Gemini)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마치 친근한 조언자가 생긴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AI 경쟁에 최근에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도전장을 내밀며 파란을 일으켰고, 수많은 업체의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험 삼아 AI를 이것저것 활용해 보는 기자의 컴퓨터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새로 등장한 AI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사와 영상이 자주 뜹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아무 아이디어 없는 사람도 AI만 잘 활용하면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수익도 적잖이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하는 내용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요. 너무 많은 AI 속에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AI에 대한 인식을 정립해 보고 싶었던 기자는 최근 구글이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AI 강좌를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구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AI를 알면 알수록,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정보 수준과 명확한 의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롬프트에 써넣는 질문이나 명령의 수준이 AI가 내놓는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프롬프트 질문이나 요청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요구 사항을 최대한 상세히 넣어줘야 이용자가 원하는 선에 근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경력 20년이 된 디자이너입니다”하는 식으로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질문으로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있다고 해서 내가 만든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면 윤리적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내놓은 답을 참고로 본인의 독창적인 관점이나 창의력을 더해야 최선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만일 AI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AI 활용 사실을 명시해야 합니다.
AI 서비스는 내 일을 도와주는 비서나 동료일 뿐, 결코 나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자기 주도적 활용’입니다. AI가 내놓은 1차 결과물에다 계속 질문과 요청을 더해가며 최선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정과 첨삭을 반복해야 합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AI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지만, 인간이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결과물의 품질과 업무 효율 모두를 높여줄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용자가 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구글 강의를 들으면서 기자는 세부 정보를 아는 것보다, 맥락을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식보다는 지혜인 것입니다. 내 일과 관심사에서 AI를 어떤 조력자로 활용할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프롬프트에도 얻고자 하는 결과물의 맥락을 감안해 질문과 요청을 써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주도적 활용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관심과 경험이 누적되면서 지혜는 저절로 쌓일 테지요.
AI가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고,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면 지금까지 고소득 전문직으로 여기던 변호사, 프로그래머, 회계사 등의 직업군에서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말합니다. 업무 속에 잠재된 패턴이 확실한 직업일수록 AI로 대체하기가 쉽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비즈니스 용도뿐 아니라 창작 영역에서도 AI가 쓴 소설이 출판되고, AI가 그린 그림이 경매에 나오는 시대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일, 사람끼리의 온전한 감정과 손길이 오가야 하는 일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미 이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는 쪽과, 전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쪽이 나뉜다는 점입니다. 이 칼럼을 보면서도 이미 다 아는 얘기라고 시시하게 생각하는 쪽과 그 반대쪽이 있을 것입니다. 일과 생활의 여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로 받아들이고 조금씩이라도 활용해 보면서 친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더 충만하게 할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AI는 좋은 동료가 될 것입니다.
이호진 모바일국장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