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공공건축의 걸작 멕시코시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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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학적인 도서관으로 불리는 멕시코시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이상훈 제공 가장 현학적인 도서관으로 불리는 멕시코시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이상훈 제공

멕시코시티 북부, 부에나비스타 역 근처에 위치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Biblioteca Vasconcelos)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여겨진다. 멕시코의 철학자이자 작가, 교육자였던 호세 바스콘셀로스의 이름을 딴 이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06년 문을 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평범한 회색빛 콘크리트의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반전이 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서가들이 철골 구조물에 매달려 있고, 유리 바닥 사이로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방문객은 책의 숲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건축가 알베르토 칼라치는 이곳을 지식의 정원으로 구상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도서관은 주변의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고, 내부에는 식물과 자연광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1층 로비 중앙에는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거대한 고래 골격 조형물이 매달려 있는데, 인간의 지적 탐구와 자연의 유한함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한다.

도서관의 구조는 언뜻 보면 혼란스럽다. 철제 통로와 계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 층마다 서가가 미로처럼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 복잡함은 의도된 질서다. 책을 정연하게 배열하기보다, 탐색과 발견의 경험을 유도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세상에서 가장 현학적인 도서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장면이 이 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 정부는 2000년대 초반, 낙후한 멕시코시티 북부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도서관을 세웠다. 단순한 문화시설 건립이 아니라, 지식의 민주화를 위한 도시적 선언이었다. 책과 문화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사회적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철과 유리,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재료가 시민의 일상 속에서 따뜻한 문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도서관의 진정한 주인공은 건축이 아니라 사람이다. 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는다. 노년의 독자는 신문을 넘기고, 외국인도 조건 없이 방문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독서는 개인의 행위임과 동시에 공동체의 문화로 확장된다.

멕시코시티는 흔히 혼돈과 소음의 도시로 묘사된다. 그러나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안에서는 그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춘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유리 바닥에 비친 책의 그림자, 그리고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외관. 이상훈 제공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외관. 이상훈 제공
오로스코의 고래 골격 조형물. 이상훈 제공 오로스코의 고래 골격 조형물. 이상훈 제공
공중에 부유하듯 매달려 있는 서가. 이상훈 제공 공중에 부유하듯 매달려 있는 서가. 이상훈 제공
지상층에서 바라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내부. 이상훈 제공 지상층에서 바라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내부. 이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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