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내년 지방선거,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 병행을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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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제왕적 대통령제 바꿀 개헌론 대두
지방분권 위한 개헌 목소리도 고조

지방자치는 헌법에 손발 묶여 ‘반쪽’
지자체들 재정권 없어 정부에 종속

실질적 균형발전에 지방분권 절실
지방선거를 개헌 기회로 만들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시작된 2025년이 한 달 반가량 남은 시점에 개헌이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을 탄핵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적 참담함과 국가적 불행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면,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을 달라진 현실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정해야 마땅하다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를 위기에 빠트린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다. 특히 올해가 지방자치 30주년인 데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2025 지방자치 정책대회’에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의 시대를 열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대한민국헌정회가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분권형 권력구조 헌법 개정 대토론회’에서도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서두르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재정분권 추진 방안이 보고됐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비수도권 지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방분권과 재정분권 개헌론이다. 1995년 단체장 직선제 도입을 통해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국민의 주권의식이 높아지고 민의를 중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착근했다. 그런데 헌법이 지자체의 손발을 묶어놔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 조문은 117조, 118조 단 2개뿐이고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를 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까닭에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종속되고 정부 부처의 권한에 눌려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문제는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는다. 다수 지자체는 자체 수입보다 정부가 배분하는 교부세와 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구조로는 지자체가 지역에 맞는 창의적 정책이나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힘들며,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소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다.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하고 지자체 대신 중앙정부와 대등한 개념의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쓸 것을 요구하는 개헌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정부의 재정·입법·조직·행정권을 보장하는 근거를 헌법으로 마련해야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 실현이 가능할 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기간에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 조성’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이어 2018년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헌 투표가 이뤄지기는커녕 개헌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당시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득실을 따지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지방분권은 현재까지 제도적으로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

최근 전국 시민단체와 광역·기초의회, 자치단체장들은 이번에는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 개헌에 합의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주문한다. 복잡다단한 권력구조 개편이 정치적 셈법에 밀려 난항이 예상된다면, 국민 숙원인 지방분권만이라도 먼저 확립하기 위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실시되길 바라고 있다. 중앙집권적 정부 체계는 1970년대 권위주의 경제개발 시대에는 유효했으나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이 절실한 지금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방분권 강화 없이는 ‘반쪽짜리’ 혹은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분권 개헌 시대를 열겠다는 우원식 의장의 발언이 허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등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앞서 이재명 정부도 123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로 개헌을, 52번째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치분권 역량 제고’를 제시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줄곧 표명해 온 이 대통령과 여당은 지방분권 개헌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우리나라의 체질 개선과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시대적 과제다.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려는 ‘5극 3특’ 정책의 성패도 지방분권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지역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자치권과 재정권을 갖는 지방분권 개헌이 필수적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고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 성장이 시급하며,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최적기다. 지방선거에서 분권 개헌 국민투표를 병행해 지방자치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치 그리고 비수도권에 희망을 싹 틔우려면, 여야정이 이번 골든타임을 놓쳐선 절대 안 된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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