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현대인 풍자… 파격적 현대무용 ‘해머’ 부산 온다
세계 각국에서 충격적인 스펙터클을 선보이며 20대에 이미 ‘천재 안무가’란 칭호를 얻은 알렉산더 에크만(41). 그가 북유럽 최정상급 무용단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를 이끌고 부산에 온다. 14~16일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에 이어 21~2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해머’(Hammer)라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2022년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초연한 ‘해머’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다.에크만의 무대는 늘 대담하면서도 혁신적인 것을 기대하는 현대무용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는 대담한 시각적 연출과 유머,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작품 스타일로 유명하다. 고전 발레를 해체하고, 현대무용의 움직임과 새로운 음악을 넣음으로써 발레단 고유의 DNA를 확장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16세에 무용수로 데뷔한 에크만은 21세에 스웨덴 유명 현대무용단인 쿨베리 발레단과 작업하며 안무가로 전향했다. 그동안 전 세계 유수의 무용단과 협업해 50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노르웨이 국립 발레단과 ‘백조의 호수’ 초연(2013) 땐 무대에 5000L의 물을 채워 호수를 구현했는가 하면,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 플레이’(PLAY)를 초연(2017)할 땐 4만 개의 녹색 볼풀 공을 무대로 쏟아내 충격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스웨덴 왕립 발레단 작품 ‘한여름 밤의 꿈’ 초연(2015)에선 볏짚에 눕고 뒹굴면서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원래 고전 발레단으로 출발했으나, 2010년대부터 방향을 전환해 현재는 대담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현대 무용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에크만과 이 무용단과 협업은 세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작이 ‘해머’이고, 2010년 메디 발레스키와 공동 안무한 ‘라 라 랜드’(예테보리 발레단 시절 공연), 2009년 댄스 필름 형태로 제작한 ‘40m 아래’(예테보리 발레단)가 있다. 이 중 ‘해머’가 가장 최신작인 동시에 대형 흥행작이 됐다. 예테보리 댄스컴퍼니의 뛰어난 무용수들이 그의 혁신적인 안무를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가다.12일 서울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가진 에크만은 “늘 관객을 놀라게 하고, 감명을 주고, 몰입시키는 요소를 무대에 구현하려 노력한다”며 “무용이 가진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좋아한다. 엔터테인먼트는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고, 관심을 사로잡는다는 뜻의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머’에서도 ‘힙스터’ 같은 무용수들의 예측불가능한 퍼포먼스, 웅장한 조명과 화려한 스타일링 등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소셜미디어(SNS) 이용자가 화면을 스크롤 하는 것처럼 장면을 수시로 전환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한편, 개인주의와 타인의 시선에 갇힌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해머’는 에크만이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한 레스토랑에서 겪은 경험에서 출발했다. 젊은 관광객 중 한 명이 자신들을 영상으로 촬영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자연스러운 척하면서도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을 포착하고 ‘인류가 스스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무대에는 유럽 현대무용의 최전선에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출연한다. 댄스컴퍼니에 소속된 한국 출신 무용수 김다영과 정지완도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정지완은 부산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하고,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이 무용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해 지난해 7월부터 활동해 왔다. 입단 이후 첫 해외 투어를 한국 서울과 부산에서 하게 돼 “너무나 감격스럽고 기대가 크다”는 정지완은 “‘유니크하고 감각적인 안무가’ 에크만은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걸 감각적으로 무용수들에게 잘 전달하더라”면서 “그와의 작업이 참으로 유쾌했다”고 전했다.‘해머’ 부산 공연은 21일 오후 7시 30분, 22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VIP석 10만 원,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으로 14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예매는 (재)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전화(051-607-6000)로 가능하다.
식재료를 알면 맛의 신세계가 열린다
쌀 채소 과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밥상의 중심인 이런 식재료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예전부터 내려오던 식재료에 관한 정설은 과연 맞는 말일까. 30년차 식품 MD(식품 관련 재료 선정과 관리, 주문까지 담당하는 직업)로 일하는 저자는 그야말로 식재료에 관해선 전문가이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후 백화점 식품 MD로 취업했고 이후 관련 책도 여러 권 쓰고, 주방에서 요리까지 하고 있다. 30년 동안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식품과 관련한 상식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환경과 기술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고정관념은 요지부동이고 심지어 잘못된 정보가 여전히 정설로 통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품종에 관해 언급한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치는 동안 농축산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양이었다. 쌀이든 고기든 많이 생산해서 넉넉하게 먹는 데 중점을 두고 재배·사육했다. 그랬던 시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해진 지금에도 여전히 소비자는 통설에 따르고 있다. 맛에 초점을 두면 정말 다양한 품종이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그 같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식품 전문가로서 쌀 과일 돼지고기 닭고기의 다양한 품종과 그에 따른 맛을 자세하게 비교 설명해 준다. 심지어 맛도 좋고 가격도 훨씬 싸지만, 소비자는 몰라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품종을 알면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고, 포화 상태인 외식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식당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저자는 익숙하지 않은 품종을 어떻게 조리하면 맛있는지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가격이 싼 육우나 2등급 이하 한우를 구매해 한 달 정도 숙성하면 최고의 고기로 변신할 수 있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냉장고를 이용해 숙성하는 방법도 소개하며, 숙성 과정조차 하기 싫다면 숙성육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블링에 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마블링은 말 그대로 대리석 무늬처럼 고기에 낀 하얀 지방을 뜻한다. 말은 대리석 무늬지만, 사실 점점이 박힌 지방이다. 원뿔, 투뿔이라고 부르는 한우 등급은 마블링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이 때문에 소비자는 마블링이 많으면 무조건 고급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사실 쇠고기에 마블링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건 1927년 미국이다. 원래 풀만 먹던 소에게 당시 남아도는 옥수수를 사료로 먹였고, 이전보다 지방이 많이 낀 쇠고기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축산업자들은 마블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마케팅에 사용했고, 정부 관계자에게 로비를 벌여 마블링이 낀 쇠고기에 가장 높은 등급을 매기게 했다. 소는 풀을 먹는 초식 동물이다. 풀이 안 나면 짚이나 콩깍지를 끓여 여물을 만들어 먹였다. 그러나 축산이 산업이 되며 풀만 먹여서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기름을 짠 후 남은 찌꺼기인 옥수수박, 대두박 등으로 만든 배합 사료를 먹이게 되었고 당연히 마블링을 만드는 데 효과가 컸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풀만 먹이는 소, 여물을 먹이는 소 등 농장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소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기존과 다른 방식을 채택한 쇠고기는 마블링 쇠고기보다 더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과일과 생선의 제철에 관한 문제도 중요하게 지적한다. 과일은 조금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익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수확한다. 생선은 살이 다 차지 않았지만 잘못된 통념을 기반으로 제철보다 일찍 잡아 비싸게 유통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정확한 제철을 알게 되면, 맛있는 과일과 생선을 오히려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조리법에 관한 고정 관념 역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거나 토종닭은 푹 고아 먹어야 한다는 말은 틀린 사실이다. 소비자가 맛에 좀 더 민감해지면, 생산자는 좋은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요리사는 좀 더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시도할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결국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진영 지음/따비/224쪽/1만 7000원.
감기로 코 막혀 냄새 못 맡는 줄 알았는데… 파킨슨병 의심을
감기로 코가 막혀 냄새를 못 맡는 줄 알았다면? 단순 감기 후유증이 아닌 파킨슨병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후각기능이 떨어졌다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13일 의학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로, 뇌의 중뇌 부위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몸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행동이 느려지고 걸음이 불편해지는 운동 증상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변비, 우울증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도 동반된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만 5927명에서 2024년 14만 3441명으로 13.9% 정도 증가했다. 60대 이후 발병률이 크게 늘기 시작하며 70대와 80세 이상 환자가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운동 증상의 하나로 알려진 후각 기능의 변화가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예측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가톨릭대병원(서울성모·여의도성모·의정부성모)과 충남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등 5개 병원이 2021년부터 국립보건연구원의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에 참여해 파킨슨병 초기 환자 203명을 5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환자의 86%가 후각 기능 저하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후각 기능이 정상에서 저하로 전환된 환자군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다른 군보다 빠르게 나타났다는 데 있다. 반면 운동 기능이나 심장 자율신경 기능 저하는 후각 기능 저하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환자의 단순한 증상이 뇌 속 도파민 신경과 인지기능 악화를 감지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인 만큼 약물 치료와 함께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일상 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증상 호전을 위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운동 증상이 개선되면서 삶의 질도 높아진다. 걷기, 수영, 스트레칭 등의 운동도 균형 감각과 유연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과 함께 하루 한시간 정도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신체는 물론 정신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단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채소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로 적정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닥터 파킨슨앱’을 활용할 만하다. 신체 증상 변화를 쉽게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으로, 운동과 약물 복용, 생활습관의 추적관리는 물론 조기진단 등도 돕는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서 운영 중인 ‘파킨슨TV’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제대부산백병원 김상진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예방법도 아직 없는 만큼 나이 들어 갑자기 냄새를 맡기 어렵게 되고 잠꼬대가 심해진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 의료진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발견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음 산책] 환상·현실 괴리에 감당 힘든 고통 오기도…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개인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저는 어렸을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보육시설에 맡겨졌습니다. “곧 찾으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을 희망 삼아 하루하루를 이겨냈습니다. 보육시설을 떠날 무렵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기쁨도 잠시. 자립 지원금을 가져간 아버지는 그 길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깊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보다 더한 역경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잊으란 말에 더 분노가 치밉니다. 학업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저를 두 번이나 버린 아버지가 증오스럽습니다.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며 복수하고 싶지만 몸과 마음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돈이라도 돌려받으면 회복할 수 있을까요. 자포자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이번 사례는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배신에 관한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삶과 환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상이 깨어졌을 때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혹은 인간의 삶에서 환상이 어느 정도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 환상은 희망과 동의어입니다. 사례 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이중의 배신을 당했습니다. ‘곧 찾으러 오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과 자립 지원금을 가져간 후에 소식이 끊겨버린 것,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두 번이나 버린 아버지가 증오스럽다고 말합니다. 증오를 안겨준 특정 대상이 사라져 버리면 그 증오는 자신과 불특정 다수를 향하게 됩니다. 자신을 향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밖으로 향하면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그녀)가 절망감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아버지’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에 기대어 살아왔을 것입니다. “곧 찾으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은 환상을 심어주는 씨앗이 되었을 겁니다. ‘어린 나를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틀림없이 있었을 거야.’ ‘내가 괴로운 만큼 아버지도 매일 괴로울 거야.’ ‘어떻게 하던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엄청 노력하고 계실거야.’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만큼 아버지도 나를 사랑하실 거야.’ 이런 환상이 없었다면 힘든 삶을 버텨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환상에는 언제나 욕망이 개입됩니다. 욕망은 환상을 통해 발현되고 환상은 욕망을 위장하는 옷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 주인공의 욕망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함께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환상과 욕망은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내게 만든 절대적인 힘이 되었을 겁니다. 그(그녀) 스스로도 아버지의 약속을 희망 삼아 하루하루를 이겨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환상의 탑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는 자신을 아버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두 팔 벌려 맞아줄 거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나 버렸습니다. 욕망도 함께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환상과 욕망을 충족시켜 줄 ‘아버지’는 사라지고 대신 자립 지원금을 가져가서 소식이 끊겨버린 ‘괴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글 곳곳에서 고통스러운 감정이 전해집니다. 배신감, 분노, 증오, 복수, 자포자기 등…. 아버지로부터 두 번이나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글쓴 이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극의 강도가 자신이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그리하여 마음속이 온통 흙탕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위로의 말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흙탕물 속의 흙이 밑으로 가라앉아 어느 정도 맑은 물이 되어야 사람들의 위로나 조언이 귀에 들어옵니다. 삶을 지탱하는 3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하나는 건강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힘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 3개의 기둥이 삼각대처럼 삶을 받쳐주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잃게 되면 삶을 지탱하기가 어렵습니다. 역으로 3개의 기둥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나머지 2개의 기둥을 다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지지해 주는 사람과 돈을 잃은 경우입니다. 하나 남아있는 건강도 많이 손상된 상태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제일 시급하게 복원해야 할, 또는 복원 가능한 기둥은 건강입니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만 회복하면 나머지 잃어버린 두 개의 기둥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처럼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고통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원칙은 적용됩니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17일 월요일(음력 9월 28일)
2025년 11월 17일 월요일 박청화 철학원 (음력9월28일) 051-863-8306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현실과 이상에 대한 고민에 힘이 빠질 수도. 84년생 상대방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게 될 듯. 72년생 남의 고기 한 점 먹고 내 고기 열 점 주는 격이라. 60년생 과욕만 부리지 않으면 매사 순조로운 날. 48년생 소일거리를 만들거나 취미 생활을 가져보기. 36년생 기분 좋고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루.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목표를 억지로라도 달성시키려 하면 결과는 좋을 듯. 85년생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해야 뒤탈이 없을 듯. 73년생 이미지가 좋아지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운. 61년생 급하게 결정 내리기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49년생 많이 움직이고 성과가 없을 수 있으니. 37년생 주위에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나도 모르는 행동으로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 86년생 처음은 조금 힘들어도 결과는 괜찮은 편. 74년생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거나 남에게 대접받을 일이 따를 듯. 62년생 지금 당장 투자한 만큼의 소득을 얻기는 힘들 듯. 50년생 어딘가에 나를 반겨줄 곳이 있으니 즐겁다. 38년생 하나를 주면 둘을 받을 듯.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모처럼 활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흐름. 87년생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쓸 수 있으나 한 가지에 집중을. 75년생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마음의 평화가. 63년생 상대방의 의중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 51년생 작은 것이라도 규칙을 준수해야. 39년생 앞에 나서지 말고 대세를 따르면 무난.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사회는 아마추어를 원하지 않는다. 프로다운 행동을. 88년생 벽에 부딪쳤다면 심호흡하고 냉정해져라. 76년생 쉬운 일도 난관에 부딪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64년생 자식에게 지나친 간섭은 삼가라. 52년생 주위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편안하니. 40년생 유혹이나 감언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내키지 않아도 매사에 의욕적으로 임해라. 89년생 매사 웃는 얼굴로 밝게 대함이. 77년생 밀고 당기기를 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65년생 시간이나 돈이나 둘 중 하나는 허비하게 될 수도. 53년생 남에게 작은 도움을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말 것. 41년생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약속하지 말아야.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미래를 위하여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90년생 순간의 실수를 조심하고 자기 것을 잘 챙겨라. 78년생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고 남 일보다 자기 일에 집중하라. 66년생 친구들과 친목 도모하기에 좋을 듯. 54년생 땅 파다가 은을 얻는 격이라 의외의 소득을 기대해 보아도. 42년생 나의 것을 소모시키거나 빼앗길 수 있는 날.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폼내고 싶은 마음이 드니 외모에 관심을 갖는 모양. 91년생 평소의 기본적인 일을 착실히 하라. 79년생 자신의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허세나 허영을 가지면 곤란. 67년생 분별을 잘하지 못하면 헛돈 나갈 일이. 55년생 권위를 내세울 필요가 있을 듯. 43년생 시달리는 일이 있어도 잘 극복해 나갈 듯.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요령을 부리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우직하게 하는 것이 길. 92년생 자존심을 너무 의식하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80년생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나 시비를 조심. 68년생 계획을 바꾸어서 진행해도 무난할 듯. 56년생 지금 상황을 행복으로 생각하라. 44년생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용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편하고 쉬운 길을 가려고 하면 함정이 숨어 있을 수도. 93년생 남의 떡이 항상 더 커 보이는 법이다. 81년생 지인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일이 있을 듯. 69년생 예상이나 직감이 적중할 일이. 57년생 좋은 일은 여러 사람에게 알리도록. 기쁨이 두 배. 45년생 외출은 자제하고 호흡기 관리에 신경써야. 금전-△ 애정-△ 건강-△ 개 06년생 부딪치면 해결이 빠르다. 두려움을 버려라. 94년생 성취욕이 큰 만큼 능력을 기르고자 애쓰는 모양. 82년생 일의 처리는 빠르나 미비함이 따를 수 있으니 신경 써야. 70년생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새 일을 맞이하는 시기. 58년생 상황 파악을 잘하여 현실에 맞출 필요가. 46년생 자식 덕에 기쁜 일이 있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열심히 했지만 더 앞선 사람이 있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 83년생 노력하고 바쁜 가운데 실속도 따르는 운. 71년생 외화내빈이라 혼자서만 답답할 듯. 59년생 타인의 점심값 또는 찻값을 계산. 기쁜 마음으로. 47년생 작은 일은 이루어지지만 큰일을 구하기엔 다소 무리. 35년생 쓰던 물건을 다시 손 볼 일이. 금전-○ 애정-○ 건강-△
펫로스케어, 경남정보대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과정 특강
부산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로스케어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경남정보대학교 반려동물학과에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 과정’에 대해 특별 강의했다. 이번 교육은 경남정보대 정은겸 전임교수의 초청으로 펫로스케어 조중헌 대표가 강사로 참여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론 강의, 필기시험, 실습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강은 반려동물 장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들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서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올바른 장례 절차와 실무 과정을 직접 배우며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서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취지도 있다. 조중헌 대표는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장례문화 전문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미래 수의·반려동물 분야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올바른 장례문화를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에 어울리는 부일시네마 11월 상영작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오는 25일 열아홉 번째 상영회를 개최한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행사다. 시즌2의 다섯 번째 작품은 핀란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이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두 외로운 남녀가 우연히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주인공들은 우울한 캐릭터다. 여자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고, 남자도 하루하루를 술로 달래며 살아간다. 둘은 어느 날 밤 우연히 마주쳐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서로의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한 채 유일하게 받아 적은 전화번호마저 잃어버린다. 영화는 이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조금씩 연결되는 과정을 무미건조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냈다.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전문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023년 올해의 영화 5위로 선정했다. 국내 개봉 당시엔 3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아 독립예술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주연 배우들이 배급사 '찬란' 공식 SNS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실관람객들은 “무심한 듯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쓸쓸함 속에서 추구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을 부른다” “삭막하고 진지한 분위기에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코믹하다” 등 호평을 남겼다. 이동진 평론가는 “삶이 전쟁이고 세상이 전장이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낭만과 유머”라는 평과 함께 5점 만점에 4점을 매겼다. 부일시네마에선 영화 상영 뒤에 관람객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이어진다. 11월 부일시네마 상영회는 오는 25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응모하면 매달 50명을 추첨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응모기간은 오는 18일까지이며, 당첨자는 19일 추첨으로 발표된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행복한 라짜로’(2019) △‘크레센도’(2023) △‘타인의 삶’(2007) △‘너와 나’(2023) △‘퍼펙트 데이즈’(2024)가 상영될 예정이다.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 전문에 담아야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으로,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부마민주항쟁은 4·19 혁명 정신을 이어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으로 연결하는 민주화 대장정의 큰 역할을 했지만, 오랫동안 다른 민주화운동보다 조명받지 못했다. 부마항쟁기념재단 출범도 2018년으로 늦었고, 국가 기념일 지정도 2019년 문재인 정부 때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나머지 세 항쟁에 비하면 정부의 관심도 작았고, 영화나 드라마 등 기념사업도 태부족했다. 부마민주항쟁은 두 지역에서 벌어진 항쟁이기에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도 부산과 창원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짝수년도 기념식은 부산에서, 홀수년도 기념식은 창원에서 치러진다. 당면 과제는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이다. 부산·경남 시민단체 80곳이 연대한 ‘부마민주항쟁 헌법전문 수록 범시민추진위원회’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 출신 조진웅 배우는 최근 지지 영상에서 “현재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컬처 기반에는, 바로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가 있다. 부마민주항쟁이 4·19, 5·18, 6월 항쟁과 함께 헌법 전문에 수록되어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진실이 바로 설 수 있다”라고 밝혔다.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6년 전 여름 전남 담양군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하늘을 푸른 잎으로 덮은 메타세쿼이아랜드의 키 큰 나무터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나무 숲이 온 세상을 시원한 그늘로 만들어 준 죽녹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메타세쿼이아랜드는 물론 죽녹원이 가을에는 훌륭한 단풍 풍경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주저하지 않고 담양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환상적인 메타세쿼이아랜드 메타세쿼이아랜드는 1972년 도로로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공원으로 바뀐 곳이다. 2000년 도로 확장 공사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몰렸지만 지역주민들이 보존 운동을 벌인 덕분에 관광 명소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체험관, 개구리생태공원, 장승공원, 어린이프로방스 같은 시설이 새로 만들어졌다. SNS에서는 ‘가을이 되면 메타세쿼이아랜드가 붉게 변한다’고 돼 있었다. 지난 6일 찾아간 메타세쿼이아랜드의 나뭇잎들은 아쉽게도 아직 그 정도까지 깊이 물들지 않았고 노란 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한두 주 정도는 더 지나야 SNS 사진에서 보던 짙은 갈색 터널이 될 것 같았다. 원하던 수준의 단풍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메타세쿼이아랜드 가을 풍경은 훌륭하다. 나뭇잎이 노란 것인지 하늘이 노란 것인지 온 세상은 노란색 천지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은 온몸을 감싸 돌면서 익어가는 단풍 향기를 뿌려놓고 간다. 무성한 노란색 잎을 뚫고 쏟아지는 가을햇살은 여행객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마음은 상쾌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평일 낮인데도 메타세쿼이아랜드를 찾은 사람은 적지 않다. 꽤 넓은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가로수길 총길이는 왕복 4km다. 천천히 걷는다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니 한가로운 가을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담양군이 2년여 전 가로수길을 마사토 흙길로 조성한 덕분에 맨발로 걸으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도 있다. 메타세쿼이아랜드 입구에서 단체 여행객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설치된 조명이 겨울도 멀지 않았다는 걸 알려준다. 여성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같은 마을 사람인지 학교 동창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 가로수길에서는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여성 친구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계속 깔깔거린다. 손을 꼭 잡고 밝게 웃는 젊은 두 연인의 얼굴은 그야말로 ‘하트 뿅뿅’이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40년 이상 해로한 것처럼 보이는 노부부는 급한 것 하나 없이 느긋하다. 갓난아기가 탄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느릿한 여유를 마음껏 즐긴다. 나무터널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에 큰 연못이 보인다. 환한 햇빛을 받아 연못 수면에 비치는 잔상이 또한 환상적이다. 파란 가을하늘이 연못에 풍덩 빠지는 바람에 수면은 파란색으로 변했고, 짙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크고 작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연못 아래에 뭐가 있는지 구경하려는 듯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연못 주변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가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연못 뒤편에는 전시관, 생태관으로 구성된 개구리생태공원이 있다. 아주 훌륭한 시설은 아니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라면 개구리를 주제로 한 이색시설인 만큼 한 번 둘러볼 만한 곳이다. 생태관에는 세계 곳곳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개구리, 양서류, 파충류가 전시돼 있어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가로수길 중간에는 담양에서 키운 딸기로 만든 주스를 판매하는 찻집이 나온다. 시원한 딸기주스와 딸기요구르트는 상당히 맛있다. 가로수길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는 어린이프로방스가 나온다. 곳곳에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데다 곤충박물관도 있어 역시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찾아가볼 만하다. ■빨간 단풍 물든 죽녹원 메타세쿼이아랜드 주차장 인근의 소규모 쇼핑몰 메타프로방스에서 점심을 들고 죽녹원으로 향한다. 이전에는 담양관광정보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문으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반대쪽인 후문으로 들어간다. 정문으로 입장하면 대나무 숲부터 만나게 되지만 후문으로 들어가면 ‘죽녹원시가문화촌’부터 둘러보게 된다. 고려, 조선시대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학자들이 이용하던 담양 곳곳의 정자, 즉 별서를 재현해놓은 공간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사랑채 같은 집은 면앙정이다. 조선 전기인 15세기 성리학자 송순이 중앙정치의 권력 투쟁에 실망해 낙향한 뒤 지은 별서다. 그는 이곳을 배경으로 ‘면앙정가’라는 가사를 지었다. ‘하늘도 땅도 풍성하여라/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구나/ 인간 세상을 떠나왔지만/ 몸은 한가로울 겨를이 없어라’ 면앙정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지금 한창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못 주변에는 대나무 숲을 따라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다. 대나무 숲이 산책객의 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귀여운 새 울음소리 외에 소리라고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마음도 덩달아 조용해지고 차분해진다. 데크 맞은편에 정말 황홀할 정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나무 아래에는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형 벤치가 설치됐다. 벤치에 잠시 엉덩이를 걸쳐본다. 환상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그마한 사랑방인 면앙정, 그 앞으로 펼쳐진 대나무 숲과 나무 데크 그리고 아직은 파란 잔디 위에 점점이 뿌려진 갈색 나뭇잎. 그야말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다. 송순은 영산강 지류 하천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훌륭한 작은 언덕 숲속에 면앙정을 지었는데, 죽녹원에 설치된 이 면앙정의 가을 풍경을 보게 된다면 ‘왜 이렇게 짓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면앙정을 지나면 환벽당, 소쇄원 광풍각, 식영정, 송강정 등 여러 별서가 차례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한옥체험관을 지나면 대나무 숲, 즉 죽림으로 들어가게 된다. 정문으로 들어가 걷는 코스와는 정반대지만 분위기는 똑같다. 곧바로 세상과의 단절이다. 온통 화려한 색깔의 세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오직 대나무의 푸른색과 흙색뿐이다. 가을이어서인지 푸른색이 약간 바랜 탓에 느낌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근본은 여전히 푸르다. 대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대나무 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마치 대나무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방금 메타세쿼이아랜드에서 분 바람은 선선했지만 이곳의 바람은 약간 차갑다. 그래서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천천히 1시간 이상을 걸어도 따라다니는 것은 대나무뿐이다. 죽림 바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서서히 무관심해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푸른 대나무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급하게 걷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느긋하게, 천천히 대나무와 대화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윤선도 ‘오우가’)‘
부산과 후쿠오카, 경제 협력·미래 세대 교류 머리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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