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카지노’ TV서 본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가 7월부터 MBC에서 방송된다. MBC가 디즈니+ 작품을 편성하는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무빙’을 선보인 데 이어 두 번째다.29일 방송가에 따르면 MBC는 ‘카지노’ 시즌 1·2 전편을 오는 7월부터 특별 편성한다. 시즌1은 7월 한 달간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10시에, 시즌 2는 8월부터 매주 일요일 밤 방송할 예정이다. OTT에서 시즌별로 휴지기를 두고 공개된 것과 달리, 지상파에선 연속 편성을 통해 몰입감을 높인다는 전략이다.디즈니+에서 2022년 시즌1이 공개된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계를 주름잡던 차무식과 그의 뒤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형사 오승훈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최민식이 차무식을, 손석구가 오승훈을 연기했다.MBC 관계자는 “검증된 작품을 엄선하는 전략적 큐레이션을 통해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혀드리고 싶다”며 “드라마, 예능, 교양 등 기 계획된 자체 제작 콘텐츠의 편성은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이 작품은 원작 기준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유지해 방영할 예정이다. 다만 방송 심의 기준에 따라 작품의 핵심 메시지와 완성도는 유지하되, 일부 표현을 편집할 수 있다.
[마음산책] 상사가 이유 없이 폭언 퍼붓는다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글을 쓴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개인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직장 상사와 트러블로 고민 중인 40대 직장인입니다. 앞선 직장 상사들과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직장 상사는 달랐습니다. 다른 팀에 비해 실적이 그리 낮은 편이 아닌데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어 화를 내고 폭언을 퍼붓습니다. 실적 관련한 발표 자리에서도 다른 팀장에겐 별 말 안하던 상사가 제 발표 순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쏟아내며 공격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선 몰아붙여 미안하다고 해놓고는 다음날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턱대고 화를 내기 일쑤여서 상사를 만나는 게 고역입니다. 상사 전화만 와도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힙니다. 한바탕 욕을 퍼붓고 회사를 그만두는 상상도 하지만 실행할 만큼의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요? A. 상사와의 갈등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례의 사연을 보면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이번 사례와 정반대의 이유로 내원하셨는데 어쩌면 이번 사례의 그 상사가 아닐까하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 여러 명의 팀장이 있는데 그중 한 팀장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거슬려서 그가 무슨 말만 하면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고 비판하고 화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 후에는 자신이 상사답지 못하게 보일 것 같아서 신경 쓰이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분에게는 동생이 있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말을 잘해서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합니다. 그 동생과 같이 있을 때 본인은 항상 후순위였고 그래서 늘 동생이 미웠다고 합니다. 거슬리는 팀장과 여동생이 닮은 점이 있는지 묻자 즉각적으로 팀장은 남자인데 어떻게 여동생과 서로 비교하느냐며 반문하다가 “그 팀장이 말을 할 때 입모양이 동생과 닮았다”면서 웃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그 팀장에게 그럴까?’하는 의문의 웃음이겠지만, 심리적으로는 팀장의 말하는 입모양이 본인에게 여동생과의 불편했던 어린 시절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 용어 중에 ‘전이(transference)’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나 자신에게 중요했던 다른 인물들에게 느꼈던 감정이 현재의 어떤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됩니다. 과거의 인물과 현재 인물 간에 우리가 의식할 수조차 없는 아주 사소한 유사점만 있어도 이러한 전이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어른거리기만 해도 센서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이에는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있는데 전자는 이유 없이 그냥 상대방이 좋고, 후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냥 밉게 보이는 것입니다. 당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데도 직장 상사가 유독 당신과의 관계에서만 갈등을 일으킨다면, 당신의 어떤 한 부분이 상사를 자극해 그의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신으로서는 무척 억울하겠지만 상사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중요했던 누군가에 대한 감정으로 당신을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당신이 취할 태도에 대한 실마리가 있습니다. 상사는 당신을 공격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내면의 기억 속 어떤 사람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가 어떤 마음에서 그러는지 알게 되면 상사의 행동에 상처 입기보다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사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한 당신의 분노는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입니다. 당신이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다면 상사가 비난의 돌을 던질 때 당신은 흙이 돼 그 돌을 품는다는 마음 자세로 이번 일을 잘 겪어나가 보십시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그의 행동은 당신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견뎌 나가십시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상사는 당신의 내적 성장과 성숙을 돕는 촉진제가 될 것입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1회 국악의 날·국악주간' 공연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이 31일부터 6월 14일까지 '제1회 국악의 날, 국악주간'을 기념해 다채로운 공연 및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국립부산국악원을 비롯해 부산역 광장, 부산시민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부산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며 국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민들이 직접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는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부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국악왔데이-DAY'를 시작으로, 공연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행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국악체조와 명상을 접목한 ‘정중동 국악명상체조’를 비롯해 ‘국악 놀이터’, ‘울려라!황금징’, ‘영남 국악자랑‘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월 5일 국악의 날에는 ‘길놀이 한마당’이 열려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아울러 6월 5일부터 7일까지 '전통이음무대'가 진행되며, 소리꾼 장사익과 부산고분도리걸립보존회의 공연에 이어 악단광칠, 박범훈류피리산조보존회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또 국악 영재들의 '미래꿈나무 이음무대'와 젊은 예술인들의 '청년국악인 이음무대',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창작연희 The늠의 '예술단체 상생무대'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 이정엽 원장은 “제1회 국악의 날을 기념하여 마련한 이번 공연 및 다양한 체험행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국악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모든 좌석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공연 관람은 '예스24' 및 전화(051-811-0114)로 가능하다.
칸 초청작 애니 ‘안경’ 국내 스크린 걸린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30일 영화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정유미 감독의 신작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을 다음 달 11일 단독 개봉한다. 이 작품과 함께 단편 ‘파라노이드 키드’를 연속으로 볼 수 있다. 관람료는 두 작품 묶어 3000원이다. 전국 메가박스 31개 지점에서 관람할 수 있다. ‘안경’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다. 세밀한 연필 드로잉과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15분 분량의 작품이다. 정유미 감독은 영화에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화해하는 내면 성장 서사를 담았다. 함께 상영되는 ‘파라노이드 키드’는 7분 분량의 단편이다. 정 감독이 직접 쓴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45일간의 불면의 밤 동안 그린 그림일기를 소재로 한다. 배우 배두나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정 감독은 “단편은 영화제 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데 좋은 기회로 극장에서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관객분들이 극장에서 더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메가박스에 전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수도권 외 지방 첫 ‘플로빅토 치료’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지난 29일 플로빅토 치료에 돌입했다고 30일 밝혔다. 플로빅토 치료가 도입된 곳은 수도권 외 지방에선 처음이다. 30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차세대 표적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다. 전립선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전립선특이막항원(PSMA) 단백질을 훨씬 많이 발현하는데, 플로빅토는 이를 찾아내 선택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해 죽인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플루빅토는 ‘방사선 유도 미사일 치료’로 불리며,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평가 받는다. 플루빅토는 2022년 3월 미국 FDA에서 PSMA 표적 치료제로 최초 승인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유럽 EMA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수도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이홍제 과장은 “이번 치료는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암 치료 분야에서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환자들에게 공평한 치료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전립선암의 특성상 장거리 이동 부담이 줄어들어 치료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만족도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9월부터 PSMA 표적 진단용 방사성의약품(Ga-68 PSMA-11)을 직접 생산해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플루빅토 치료의 전제 조건인 표적 발현 여부 확인과 전신 전이 상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금연보조 껌·사탕 씹으며 커피 마실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흡연자를 위한 ‘금연보조제의 올바른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마련했다. 30일 식약처에 따르면 금연보조제는 금연을 보조할 수 있는 금연보조 의약외품(흡연욕구저하제품, 흡연습관개선제품)과 의약품 등으로 분류된다. 금연보조 의약외품은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담배 대용으로 불을 붙이지 않고 담배를 피우듯이 입에 물고 공기를 흡입했다가 천천히 배출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편의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 가능하다. 의약외품의 경우 담배 대용으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니코틴액, 가향물질 등 다른 물질을 혼합해 사용해선 안된다. 청소년과 임산부·수유부, 구강이나 후두부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와 흡연습관개선보조제에 착향제나 용제로 첨가된 프로필렌글리콜에 과민하거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은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금연보조 의약품은 니코틴을 공급해 흡연 욕구와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니코틴 의존성을 완화해 흡연량을 줄이는 전문의약품으로 나뉜다. 주성분이 니코틴인 일반의약품은 입안에서 씹어 의약품의 주성분이 방출되도록 만든 ‘껌’, 사탕처럼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서 먹는 ‘트로키제’,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는 ‘경피흡수제’ 등으로 나뉜다. 껌과 트로키제는 입안의 점막을 통해 니코틴이 흡수되므로, 니코틴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나 주스, 청량음료 등은 약물 복용 최소 15분 전부터 마시지 않아야 하며 약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제품을 동시에 여러 개를 씹거나 복용하면 니코틴이 과량 흡수돼 떨림이나 정신혼동, 신경반응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투여량은 흡연량에 따라 설정하되, 하루 최대 투여량(껌은 하루 15개, 트로키제는 25정(1mg 기준))을 넘겨선 안된다. 경피흡수제는 하루 1회 1매를 엉덩이, 팔 안쪽 등 털이 없는 부위에 부착하고, 매일 부착 부위를 바꾸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면 니코틴 혈중 농도가 증가해 심장질환·고혈압·두통·구토·두근거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은 부프로피온이나 바레니클린을 주성분으로 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재흡수를 방해하거나 니코틴 수용체에 영향을 끼쳐 니코틴 의존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흡연 욕구를 줄인다. 부프로피온 제제는 목표 금연일 2주 전부터 투여를 시작하며, 통째로 삼켜야 한다. 바레니클린 제제는 목표 금연일 1주 전부터 투여를 시작해 1주 동안 서서히 증량하고 충분한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이들을 복용할 때 불면증과 입마름·구역·비정상적인 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기분 변화가 심하거나 자살 충동이 일어나는 경우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졸림과 어지러움·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조작은 피해야 한다. 식약처는 “금연보조제를 구매할 때는 의약품·의약외품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불법으로 안전성 등을 담보할 수 없어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외품은 온라인 판매사이트에 게시된 제품이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품목과 동일한 제품인지 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접흡연 사망자 7만 명 넘어섰다… 직간접 사회경제 손실 13조 넘어
2022년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만 2689명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22년이 처음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13조 원을 훌쩍 넘겨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은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직접흡연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 수와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0년 6만 1360명, 2021년 6만 3426명, 2022년 7만 2689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남성은 2020년 5만 3930명, 2021년 5만 5722명, 2022년 6만 3452명으로, 여성 역시 2020년 7430명, 2021년 7704명, 2022년 9237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2022년 기준으로 흡연자의 사망위험은 비흡연자보다 남성은 1.7배, 여성은 1.8배 높았으며, 과거에 흡연자였지만 현재는 흡연하지 않는 과거 흡연자의 사망위험 역시 남성 1.1배, 여성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역시 2020년 12조 8912억 원, 2021년 12조 9754억 원, 2022년 13조 6316억 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2022년의 경우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가운데 간접비에 해당하는 조기 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7조 1549억 원(52.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직접비에 해당하는 의료비(4조 7886억 원, 35.1%)가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 지영미 청장은 “흡연은 각종 암과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건강 위해 요인인 만큼 개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금연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담배규제정책과 금연사업 등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빈, 커피에 다른 향미 나는 모차르트 매직
지난 1월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다녀온 데 이어 이번에는 ‘카페와 음악’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빈을 1주일간 여행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5대 작곡가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프란츠 슈베르트 등 빈의 음악가들과 그들과 관련 있는 카페 이야기를 3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모차르트하우스비엔나 잘츠부르크 출신인 모차르트는 스물다섯 살이던 1781년 빈으로 올라가 10년간 살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그는 빈의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거처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낭비벽이 심해 한 번도 자택을 소유한 적은 없었고 모두 셋집이었다. 여행의 출발지는 모차르트가 빈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독일기사단궁전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그가 잘츠부르크 대주교 콜로레도의 억압에 시달리다 쫓겨났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실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당시 콜로레도는 계몽주의자였으며 낭비와 사치에 물들어 붕괴 직전인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근검절약과 근면성실, 교육발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회개혁을 외쳤다. 전임 대주교 슈라텐바흐의 특혜를 받으며 자유분방하게 살던 모차르트에게는 이 같은 개혁이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은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돈을 더 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에서 나가야 했다. 그가 돈을 벌겠다면서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사직서를 낸 곳이 바로 독일기사단궁전이었다. 궁전에는 아무나 들어가서 간단히 둘러볼 수 있는데 중정을 둘러싼 건물 모습이 딱 숙소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독일기사단 본부여서 관계자들이 숙소로 이용했고 지금은 호텔 겸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된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요금을 내면 숙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모차르트 등을 주제로 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잘츠부르크의 월급쟁이 악사 노릇을 그만둔 모차르트는 장모가 운영하던 밀히가세의 하숙집, 지금은 명품가게가 들어간 그라벤거리의 셋집 등 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독일기사단궁전에서 나와 그라벤거리로 가면 파란 돔 지붕이 인상적이며 빈에서 가장 오래된 장크트페터교회가 나타난다. 교회 옆으로 돌아가면 그가 빈에서 처음 살았던 하숙집 건물이 나온다. 건물 벽에는 모차르트 이야기를 설명하는 명패가 붙었다. 마침 관광객용 마차 두 대가 하숙집 앞을 지나간다. 마부가 힐끔 건물을 쳐다보는 걸로 판단해 보건대 손님들에게 집의 내력을 설명해주는 모양이다. 하숙집에서 다시 그라벤거리로 나오면 명품 ‘토드’ 상점이 1층에 입점한 건물이 보인다. 모차르트가 빈에서 첫 히트작이었던 오페라 ‘후궁 탈출’을 작곡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그는 장모로부터 인정을 받아 콘스탄체와 결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차르트는 여러 면에서 아버지 레오폴트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레오폴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잘살겠다며 어머니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가족을 버리고 잘츠부르크로 갔는데, 모차르트도 혼자 성공하겠다며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빈으로 간 것이었다. 또 레오폴트는 어머니의 허가도 얻지 않고 가족 중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잘츠부르크대성당에서 결혼했는데 모차르트도 똑같이 아버지 승낙을 받지 않고 아버지, 누나가 불참한 가운데 슈테판대성당에서 결혼했다.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아들을 보는 레오폴트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차르트는 슈테판대성당에서 결혼하고 음악가로 성공해 큰돈을 벌자 여러 집을 거친 뒤 독일기사단궁전 바로 앞 돔가세 5번지 고급주택으로 이사 가 방이 4개인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살았다. 많은 사람이 가진 두 번째 오해는 그가 ‘평생 빈곤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1980년대 영화 ‘아마데우스’도 그런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이것도 사실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연간 1000굴덴만 벌면 고소득자로 치부되던 당시에 10년간 연평균 1만 굴덴을 벌었다. 월세가 잘츠부르크에서 받던 연봉과 비슷할 정도로 비쌌던 돔가세 고급저택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돈벌이가 엄청난 덕분이었다. 그가 그런데도 말년에 쪼들렸던 것은 귀족에게 기죽기 싫어 사치를 부린 데다 당구 도박에 빠져 돈을 많이 잃은 게 이유였다. 여기에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했다. 돔가세 저택은 모차르트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작곡됐기 때문에 ‘피가로 하우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가 떵떵거리며 살던 곳은 지금은 ‘모차르트하우스비엔나(이하 모차르트하우스)’라는 박물관으로 바뀌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1개 층만 빌려 썼지만 박물관은 건물 전체에 걸쳐 조성됐다. 그가 쓰던 물건이나 악보 등 다양한 흔적을 살펴보면서 그의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놀랍게도 모차르트하우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덕분(?)이었다.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나치는 정권을 장악한 민사당을 앞세워 모차르트 사망 150주년이었던 1941년 ‘제국 독일 모차르트 주간’ 행사를 열었다. ‘게르만 우월주의’를 과시하는 데에 음악 분야에서 모차르트만 한 인물은 없었다. 이 행사 때 모차르트하우스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고 박물관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다. ■카페 프라우엔후버 모차르트는 낭비를 일삼아 재산을 탕진한 데다 인생 말년에 오스트리아-투르크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연주회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해 금전적으로 매우 쪼들렸다. 그의 궁핍한 마지막을 상징하는 공간이 모차르트하우스 인근에 있다. 바로 빈 중심가인 케른트너거리의 슈테플백화점 뒤편에 있는 ‘카페 프라우엔후버’다. 이곳은 원래 은퇴한 궁정 요리사가 운영하던 작은 식당이었는데 20세기 들어 카페로 바뀌었다. 모차르트는 한창 잘나갈 때에는 대형 공연장에서 귀족 수백 명을 모아놓고 연주회를 열어 한 번에 수백 굴덴을 버는 게 일상적이었지만 세상을 떠나기 수년 전부터는 한 푼에도 쩔쩔맸다. 그래서 이곳처럼 작은 식당에서도 연주회를 열곤 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 연주회를 열었던 곳도 여기였다. 그가 연주한 곡은 피아노 협주곡 27번이었다. 그가 죽은 뒤 완성된 유작 ‘레퀴엠’이 초연된 곳도 여기였다. 카페 입구 벽에는 모차르트의 사연을 담은 명패가 붙어 있다. 카페 프라우엔후버의 사연을 아는 관광객들은 끊이지 않고 이곳을 찾아온다. 미국에서 온 두 부부는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한 젊은이가 앉은 구석자리 벽감에는 모차르트 동상이 보인다. 피아노도 한 대 보이지만 그가 사용했던 것일 가능성은 1%도 없다. 삐걱 하며 문이 열리더니 일본 여성 관광객 10여 명이 들어온다. 일흔은 넘어 보이는 노직원은 그들을 보자마자 카페 가장 안쪽에 비워둔 자리로 데려간다. 일찌감치 예약한 손님들인 모양이다. 할아버지 같은 노직원이 웃으며 가져다준 메뉴판에서 발견한 ‘모차르트커피’를 주문한다. 빈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멜란지커피인데 이름만 모차르트라고 붙인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이름이 달린 커피를 마셨다는 게 어딘가. 아직 입안을 감도는 커피 맛을 느끼며 카페 프라우엔후버에서 나온다. 이제 모차르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장소로 가야 한다. 카페 바로 앞은 슈테플백화점 뒷길이다. 관광객들이 백화점 벽 한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저곳이 바로 모차르트가 ‘마술피리’는 물론 유작이나 마찬가지인 ‘레퀴엠’을 작곡한 건물이 있던 자리다. 그리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에 걸린 그가 서른다섯 살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날 때 있던 건물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백화점이 들어섰다. 백화점 측은 벽에 ‘모차르트가 눈을 감은 곳’이라는 안내판을 붙였는데 그걸 보러 매일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해서 다시 사람들의 오해가 등장한다. 영화 ‘아마데우스’ 때문에 널리 퍼진 내용이기도 한데, 그가 ‘질투에 사로잡힌 라이벌 살리에리에 의해 독살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음악사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한다. 빈에서 존경받으며 부유하게 살던 살리에리가 친하게 지냈던 모차르트를 독살할 이유도 없고, 시신에서 독살 흔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갓난아기일 때 어머니에게서 모유를 먹지 못해 체력이 허약했던 데다 각종 병에 걸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탓이었다. 그는 인생 말년에는 죽음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오래 전부터 혀끝에서 죽음의 맛을 느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장크트미하일러교회 슈테플백화점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를 위해 잠시 고개를 숙이고 다시 슈테판대성당으로 간다. 그는 전염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오해를 받아 성당에서 정식 장례 미사를 치르지 못했다. 대신 슈테판대성당 바깥의 십자가 경당 앞에서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간단한 장례식만 거행할 수 있었다. 십자가 경당 안에는 그가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패가 붙어 있다.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과 장례 미사 이야기가 생각난 김에 슈테판대성당에서 그라벤거리~콜마르크거리를 지나 호프부르크왕궁 쪽으로 향한다. 왕궁 앞에는 미하엘러플라츠광장이 있고 광장 구석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성소 장크트미하일러교회가 보인다. 모차르트가 장례 미사를 치르지 못한 사실을 아쉬워 한 지인들은 추도 미사라도 열기로 했다. 그들이 고른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다. 교회가 자발적으로 미사를 개최한 것은 아니었고, ‘마술피리’를 초연한 공연기획자 슈카네더가 교회에 장소 대여비를 지불했다. 유작 ‘레퀴엠’이 완성된 뒤 초연된 것은 카페 프라우엔후버였지만 미완성 유작이 초연된 것은 이날 추도 미사 때였다. 교회 안쪽 벽에는 모차르트의 데스마스크와 추도 미사, 레퀴엠 초연 사실을 새긴 동판이 붙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대작곡가의 불운을 안타까워하면서 잠시 휴식을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 앞에는 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모차르트’가 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3년 뒤인 1794년 문을 연 곳인데, 1869년 카페 바로 앞에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지자 이름을 ‘카페 모차르트’로 바꿨다. 그 덕분에 오페라하우스 가수, 작곡가 등 음악인은 물론 빈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대거 찾는 명소가 됐다. 모차르트가 간 곳은 아니었지만 그의 이름을 붙인 명소니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서도 모차르트커피를 주문하고 곁들여 모차르트토르테도 하나 시킨다. 맛이야 다른 커피, 토르테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이름 하나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마침 옆자리에 대만 여성 둘이 앉아 음식을 먹는다. 그들은 상세한 내용은 모르고 모차르트라는 이름만 듣고 일부러 찾아온 모양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재미있게 지내다 가면 되는 게 여행 아닌가. 음악여행을 온 김에 꽤 수준 높은 연주회를 감상할 기회를 기대했지만 여러 사정상 일정이 맞지 않는다. 고민하던 터에 오스트리아관광청 지원을 받아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하는 쇤브룬궁전 오랑제리 콘서트에 가게 됐다. 그러지 않아도 오랑제리를 꼭 둘러보고 싶었다. 빈에서 요제프 2세 황제의 사랑을 받게 된 모차르트가 황실오케스트라 악장이던 살리에리와 ‘음악 대결’을 벌인 곳이 오랑제리였다. 쇤브룬궁전 콘서트 입장객은 3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번 음악여행에서도 절실히 느낀 것이지만 음악과 관련된 장소에는 일본인이 꽤 많다. 이곳에도 50여 명에 이르는 일본 단체관광객이 자리를 채워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인은 개별적으로 찾아온 서너 명에 불과했다. 둘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연주를 들어본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솔직히 간이 연주회여서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모차르트가 직접 작곡한 오페라를 공연했던 오랑제리에서 음악을 들었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빈(오스트리아)=남태우 기자 leo@busan.com
“고택은 비움의 공간, 욕망 채우면 철학이 사라져”
일 년 365일 중 300일을 밖으로 나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전국의 전통 사찰과 궁궐, 고택, 고목 사이를 거미줄처럼 잇고 다녔다고 했다. 통도사에는 1000번도 넘게 갔고, 그래서 부처님이 자기 발걸음 소리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방송에 나와 자신이 지구와 함께 자전 중이라는 이상하고도 당연한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11월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단청(丹靑)’을 주제로 한국 문화 전시회를 열었던 노재학 사진작가 이야기다. 어떻게 유럽의 가톨릭 수도원에서 한국 불교 단청 전시가 열렸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그가 쓴 두꺼운 책 <한국 산사의 단청 세계>, <한국의 단청 1>, <산사 명작>을 살폈다. 사진작가라기보다 불교 인문학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절집으로 향할 때 단 한 번도 정장 차림이 아닌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절집은 부처에게 가는 길이기에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단청은 목조 건물에 오방색으로 칠해진 장식이다. 그는 주로 절집 ‘천정(‘하늘의 우물’이란 뜻으로 천장 대신 이 표현을 강조했다)’의 단청 문양을 찍는다고 했다. 한 번도 사진을 배운 적이 없다니 어떤 사정으로 사진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다. 지난 15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에서 인문학당 큰수레(회장 최복룡) 주최로 열린 ‘오래된 아버지의 집, 한국의 고택’ 시민특강에 선 그를 만나러 갔다. 그의 사진에서 고택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5월부터 여름까지의 푸르름 속에서 고택은 아름다워진다. “비가 오면 고택에 가라”는 말은 시의 한 구절 같았다. 노재학 작가는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자기 집 이름이 ‘학락재(學樂齋)’라고 소개했다. ‘학이시습지 (學而時習之)’와 ‘불역낙호(不亦樂乎)’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지은 것이다. 글자 순서를 바꾸면 ‘재학이와의 즐거움’이란 뜻도 된단다. 이런 식의 집 이름이 당호(堂號)다. 그는 이날 모인 사람들 중에서 자기 집 이름을 가지고 있는 분, 손 들어보라고 했다. 캐슬(Castle)이나 팰리스(Palace) 같은 아파트 이름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무도 없었다. 하긴 사람의 호도 없는 세상에 집의 호가 있을 리가 없다. 그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살던 고택은 비움과 여백의 공간이었는데, 아파트로 인해 집이 마구 채우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예전에 사람들은 건축물에다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이름을 붙였다. 경주 양동마을의 서백당(書百堂)은 참을 인(忍) 자를 하루에 100번씩 쓴다는 의미를 담았다. 함양 ‘일두고택’은 자신은 한 마리 좀벌레에 불과하다는 통렬한 반성을 담았다. 경주 독락당(獨樂堂)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감추어 혼자 사색을 즐기겠다는 뜻이다. 전 재산을 털어 지금의 영남대를 세운 경주 최씨 고택에는 ‘둔차(鈍次)’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자신은 둔하고 이류’라는 말이 큰 울림을 준다. 하지만 집이 욕망을 채우는 곳이 되면서 자신만의 철학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은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 아닌가. 폐쇄적인 아파트에서 제대로 된 나를 기를 수가 없는 법이다. 그는 집에 돌아가면 고민해서 당호를 하나 지어서 써 붙이라고 조언했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강 전에 잠깐 인터뷰를 하고 이후 몇 번 연락했다. 그때마다 서로 다른 지역에 있었으니,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분이었다. -일 년 중 300일을 밖으로 나다닌다고 해서 당연히 가족이 없는 줄 알았다. “옆에서 잔소리 안 하고 알아서 떨어져 나가 있다가 어쩌다 한 번씩 오니 어찌 보면 아주 훌륭한 남편 아닌가. 나는 부산대 수학교육과 82학번으로 캠퍼스 커플이었다. 교사인 아내는 방학 때면 항상 같이 다니며 반사판을 들어주거나 기록을 맡아서 해 준다. 딸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단청을 가르친다. 사위는 불화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통도사 불화반에서 만났으니 이 또한 인연인 듯 싶다. 내가 2017년 통도사에서 달력용 사진 작업할 때 뒷모습을 사위가 찍었는데, 마음에 들어 지금도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어떻게 독일 수도원에서 단청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게 되었나. “상트 오틸리엔은 한국과 굉장히 깊은 인연을 가진 수도원이다. 2005년에는 국보급인 겸재 정선 화첩을 우리에게 영구 대여 방식으로 반환하기도 했다. 수도원의 초대 원장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는 1911년과 192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와서 한국의 생활 풍습과 단청 등을 찍어 1시간짜리 다큐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 신부님이 한국에 다녀간 지 100주년 기념으로 한국의 단청을 주제로 한 저의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학생운동으로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고 들었다.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조직사건으로 서울 구치소에 들어갔다가 안양교도소를 거쳐 마지막에 제주교도소로 갔다. 안양교도소에서는 임수경 방북 사건으로 들어와 있던 문익환 목사와 만나 많이 소통했다. 당시 맞은 편 병동에 수감된 문 목사와 운동 시간에 만나 매일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나가면 지리산 산악회라도 조직하자고 했다. 그런데 거기서 단식 투쟁을 하면서 내가 옥중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가 보복성으로 제주교도소로 보내졌다.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제주교도소에서의 생활은 어땠는가. “제주교도소는 한라산 자락 해발 300m 위치에 있었다. 0.75평에 4중 창살의 방이었다. 목장에서 나는 소 울음소리만이 유일하게 자유를 느끼게 해 주던 곳이다. 사방에서 구더기가 나와서 돌아다니다 죽은 번데기가 겹겹이 쌓였다. 한 달 있으니까 냄새가 지독해서 정신병이 오려고 했다. 그때 창살 밖의 칸나꽃을 만났다. 키가 큰 칸나의 붉은 꽃과 초록의 잎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다. 개미가 칸나꽃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에서 경이로움을, 생명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경험이 사진작가가 된 계기가 되었나. “결정적이었다.” 그는 1991년 출소한 뒤 마음을 다스리려 전국의 들판을 쏘다니다가 폐사지에 빠지게 된다. 그 뒤 석탑, 마애불, 석등, 고목, 창호로 관심이 이어지다 꽃살문을 열고 사찰 법당의 천정 단청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단의 스승도 없었지만 집 밖이 학교이자 수행장이었다. 사진 작업을 하지 않는 날에는 도서관에 가서 불교경전, 건축, 미술사학 등의 자료를 찾고 공부했다. 산사에서 단청으로 공부가 점점 깊어졌다. -어떻게 단청에 빠지게 되었나. 단청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인지 몰랐다. “우연히 경복궁 근정전의 천정을 올려다보았는데 거기에는 완벽하게 좌우 대칭된 프랙털(Fractal) 도형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부분이 전체에, 전체가 한 부분에 있었다. 크기는 달라도 반복되는, 자기 유사의 반복 세계였다. 수학에서는 비례가 중요한데 그 비례의 미감이 탁월했다. 한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에 한국 궁궐의 단청이 잠깐 소개되며 외국인들도 단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단청은 고구려 고분 벽화, 고려 불화를 잇고 민화로 계승됐다. 우리의 단청이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져 화가나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모티프와 영감을 제공하고, 감명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 범어사와 통도사는 부산 사람들에게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질서와 자유분방함을 뜻하는 예악(禮樂)이 종합화되어 있는 곳이다. 다른 사찰은 200~300년 된 불교 미술의 단청이 한두 곳에 불과하지만 통도사는 11곳이나 남아 있다. 통도사는 벽화의 보고, 불교 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통도사에 버금가는 곳이 범어사다. 통도사 11곳 단청을 압축하면 범어사 단청을 만들 수 있다. 불교의 극락세계를 표현하는 장엄 (莊嚴) 미술은 고구려에서 시작해 경기와 충청을 거쳐 경북과 전남 지역에서 꽃을 피웠다. 경북은 고전주의, 전남은 낭만주의 경향이 뚜렷하다. 통도사 장엄미술은 그 두 흐름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고 있다. 범어사 대웅전 단청은 고전주의, 팔상전 단청은 낭만주의 양식의 정수를 보여 준다.” 수많은 사진 속 이야기 중에 뒤늦게 한 토막이 생각났다. “고택에 가면 방문 고리에 자물쇠 대신 걸려 있는 게 있다. 때로는 숟가락, 때로는 나무토막을 꽂아 둔다. 사람들이 그걸 무시하거나 쑥 빼서 훔쳐 가도 되지만 그렇게 안 한다. 문이 닫혀 있으니 열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리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정말 선하고 위대하지 않나?” 알고 보면 달리 보인다더니, 잠이 들기 전 쳐다본 아파트 천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우리는 눈앞의 물질적 이익에만 치우쳐 정말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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