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 운동 50주년… 부산서 춤판 벌어진다
‘마당극 운동’ 50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활동 중인 극단 자갈치가 마당극 2편을 무대에 올린다.극단 자갈치는 오는 11일 오후 5시 부산 금정구 부곡동 신명천지 소극장에서 마당극 ‘환생굿’ 공연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다음 달에는 ‘신새벽 술을 토하고 없는 길을 떠나다’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올해는 1970년대부터 연극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마당극 운동’이 50년째를 맞는 해다. 마당극은 탈춤, 풍물, 판소리 등 전통공연예술을 연극과 접목한 연극장르다. 연극계에서는 1974년 서울 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진행된 ‘소리굿 아구’(이종구, 김민기, 김지하 공동창작)를 마당극의 시초로 꼽는다.1인극 ‘환생굿’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씻김굿을 배운 초짜 무당 고만자는 억울한 망자를 환생시킬 수 있다는 환생굿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죽음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만자는 군부독재에 맞서다 희생당한 여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직접 굿판을 벌이게된다. 고만자 역은 30년 차 마당극 전문 배우 지정남이 맡았다. 지 배우는 전라남도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50호 ‘화순 능주씻김굿’ 보유자 조웅석 선생으로부터 씻김굿을 익혔다.오는 6월에는 마당극 ‘신새벽 술을 토하고 없는 길을 떠나다’ 공연이 진행된다. 1996년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신라 고승 원효대사의 행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연극으로 꾸민 작품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절에 맡겨진 초등학생 선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연출은 마당극 운동을 이끌어온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이 맡았다.‘신새벽 술을 토하고 없는 길을 떠나다’ 공연은 오는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열린다. 평일 공연은 오후 8시, 토요일 공연은 오후 5시에 진행된다. 두 공연의 티켓 가격은 2만 원으로 예매 문의는 극단 자갈치(051-515-7314)로 하면 된다.1986년 창단된 극단 자갈치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마당극 전문 극단이다. 1986년 작품 ‘태백산맥’을 시작으로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현장을 파헤친 작품 ‘복지에서 성지로’, 지난해 구운몽을 재해석한 ‘CLOUD NINE’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5월 8일 수요일(음 4월 1일)
5월 8일 수요일(음 4월 1일)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전진하기보다 때로는 뒤돌아 자기반성을 해보아야. 84년생 남과 같은 생각으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드니 앞을 내다봐야. 72년생 승승장구로 발전하는 흐름이다. 60년생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자기 힘으로 나아감이. 48년생 타의에 의한 원하지 않은 이동 변동이 있을 수도. 36년생 모든 것이 뜻한 대로니 즐거운 하루.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충동적인 생각이나 즉흥적인 행동은 피해야. 85년생 분수를 알고 목표를 세워 나가야 좋을 듯. 73년생 중요한 일일수록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해결해야 유리할 듯. 61년생 걱정 없는 마음, 가벼운 자세가 더 도움이 될 듯. 49년생 감언이설에 넘어가기 쉬우니 냉정하게 판단함이. 37년생 의외의 소득이 생겨 즐거움이 크다.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고민은 혼자 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봄이 좋을 듯. 86년생 예민한 감각을 살려 흐름을 체크함이. 74년생 주변의 변동으로 여러 가지 변화의 양상이 커질 듯. 62년생 적당한 선에서 부드럽게 타협하는 것도 좋은 방법. 50년생 지나친 간섭은 주위와 융화되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38년생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믿어라.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전문가의 얘기를 잘 들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 87년생 모처럼의 기회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75년생 잘못 처리하기 쉬우니 매사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63년생 정석대로 나가면 매사 문제가 없을 듯. 51년생 애쓰지 않아도 얻을 거리는 충분한 시기가 될 듯. 39년생 이웃이나 지인과의 교제가 행운을 부를 수도.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불리한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호전될 수도. 88년생 일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내면 대응책이 보일 수도. 76년생 원활히 잘 진행되는 일도 점검이 필요할 수도. 64년생 서서히 진행되는 일이 더 알찬 결과를 낼 듯. 52년생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관대함을 베풀어라. 40년생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약.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면 결과는 좋을 듯. 89년생 눈앞의 즐거움에 끌려 안이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77년생 행동부터 앞서지 말고 충분히 생각해 봄이. 65년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존경과 신임을 얻을 수도. 53년생 남의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도록 하라. 41년생 받을 복이 많으니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를.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을 듯. 90년생 처음에는 좋아도 점점 기대에 벗어날 수 있으니. 78년생 매일매일의 노력이 인정되어 좋은 결과를 낳을 듯. 66년생 일을 벌이는 것보다 지금의 일을 잘 끌고 나가야. 54년생 나간 만큼 들어오니 여유를 가져라. 42년생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니 과욕은 금물.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자신의 의욕적인 모습이 높이 평가될 수도. 91년생 시간을 적절히 잘 활용해야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듯. 79년생 바늘은 잃지만 도끼를 낚는 격이라 작은 것을 잃고 큰 것을 얻을 듯. 67년생 매사에 공평한 눈으로 판단해야. 55년생 기대한 것보다는 효과가 약할 수 있다. 43년생 편안히 쉴 수 있는 기회가 따르니.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불안해하지 마라. 반전의 기회이다. 92년생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으니 주위를 잘 살펴봄이. 80년생 충동적으로 분야 밖의 일에 관여하기 쉬우니 본업에 충실해야. 68년생 묵은 것을 청산하고 새것이 생기는 운세라 즐거움도 함께. 56년생 외부내빈이라 남 보기만 좋아 보인다. 44년생 작은 실수는 눈감아주는 아량을.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윗사람에게는 정중한 자세를 잊지 말아야. 93년생 성공적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빈틈이 있는지 확인을. 81년생 가정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뒤탈이 없을 듯. 69년생 남의 일에 참견하면 좋은 뜻도 오해가 생길 수도. 57년생 어른으로서 경륜과 지혜를 보여 주기도. 45년생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즐거움이 따를 듯. 금전○ 애정△ 건강◎ 개 94년생 주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우니 나서지 마라. 82년생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해라. 70년생 마음만 조급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니 경험자에게 조언을. 58년생 배우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46년생 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얻는 것이 좋을 듯. 34년생 자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 83년생 앞만 보고 전진하면 어려움이 있다. 71년생 물러나 다시 한 번 점검해야 방향을 잃지 않을 듯. 59년생 무리하지 말고 상황을 잘 분석함이 좋을 듯. 47년생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35년생 낡은 관습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생각해 봄이. 금전△ 애정△ 건강○
최휘웅 시인, ‘꿈의 방정식’으로 미래를 그리다
부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최휘웅(80) 시인이 8번째 시집 <꿈의 방정식>(작가마을)을 출간했다. 2019년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출간 이후 5년만이다. 최 시인의 시집을 받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인데 첫째는 ‘놀랍다’이고 두 번째는 ‘당신은 참 젊다’이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는 표제작인 ‘꿈의 방정식’만 읽어도 이해가 된다. ‘가상현실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 와요. 영혼이 없는 인간이 영혼을 저장한 AI의 품에 안겨요. 기둥이 사라진 밤을 AI가 지켜요. 감정 없이 뱉은 AI의 언어가 더 감정을 자극해요. 전쟁은 이제 AI끼리의 두뇌 싸움이 될 거예요. 언제부턴가 인간을 위한 꿈들은 AI를 위한 꿈으로 자리를 옮겨 가겠지요.’ 이 시에는 AI로 시작해서 드론, 가상화폐, 파생상품, 튜링머신, 가상현실, 로봇 람다와 루다가 등장한다. 오늘날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과 거의 대등한 가치로 되어 있다면, 미래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상현실이 현실을 지배하게 될 거라는 서사가 담겼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심지어 SF 영화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 팔순의 시인이 과학을 문학의 세계로 승화시킨 부분에 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1~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양념처럼 골고루 뿌려져 있다. 1부 ‘어긋난 드라이브’에 나온 한 대목은 매우 시사적이다. ‘상황은 변한다.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말이 된다. 그렇게 변한다. 기억은 불확실성의 가역반응을 일으키고,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사물들도 사라진다.’ 사과만 했으면 벌써 끝이 났을 ‘바이든이 날리면’ 사건이 문학 작품으로까지 박제되고 말았다. 최 시인은 이 대목에 대해 “우리 삶은 시사성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나는 이걸 가지고 모순과 역설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부각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이 했던 말을 가지고 왔다”라고 말했다. 2부 ‘시간의 공전’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늙으니까/편견에 사로잡혀 머리가 센 친구들이 있다//늦게 배운 폰, 유튜브를 드나들며/열심히 퍼 나르는 일에 몰두한다/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좌우 어느 한쪽 주장만 고집한다.’ 이 시의 끝은 ‘잇몸이 웃는다/이빨은 이미 승천했다//무픞관절의 신음소리가 간절하게 들려온다’이다. 최 시인은 또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나는 젊은 시인들을 더 좋아한다. 거기에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시의 생명은 새로움이다”라고 강조했다. ‘꿈의 방정식’ 같은 시가 나온 배경이 이해가 간다. 3부에서는 코로나에 걸려 음압병동에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코로나’가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우리 지구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4부는 짧은 형식의 단시를 모았는데 ‘아내의 폐경’이나 ‘매춘’ 같은 시에는 시인 특유의 직관력이 촌철살인 방식으로 들어 있다. 최 시인은 시집 맨 마지막 시론에서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인(囚人)이다. 언어의 수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존재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는 시의 언어를 획득할 수 있을까 고심해 온 과정이 나의 시 쓰기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공짜로 잘 수 있는 교도소, 양심껏 즐기면 되는 골프장 [세상에이런여행] ⑰
세계지도를 펼쳐놓았다. 날짜변경선이 태평양을 좌우로 나눈다. 선을 따라 진파랑색의 통가 해구가 보인다. 해구 왼쪽엔 통가, 오른쪽엔 니우에가 놓였다. 통가와 니우에는 통가 해구와 날짜 변경선을 사이에 두고 인근인데도 날짜는 하루가 차이 난다. 통가가 1월 1일이라면 니우에는 12월 31일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여행할 당시 니우에 인구는 1624명이었다. 2017년 태풍이 닥치기 전에는 4000명 정도였으나 유례없는 거대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많은 주민이 통가나 뉴질랜드로 대피해 인구가 반절로 줄었다. 인구가 1000여 명인 나라는 어떻게 운영될까? 니우에의 수도 알로피의 국제공항은 외부와의 경계인 철책이나 담 하나 없는 매우 작은 공항이다. 공항 밖에 나가서 황당했던 건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다는 점이었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었다. 아무 차나 사람을 태워주면 택시가 되는 곳이었다. 이런 알로피에 덩그러니 혼자 놓였다. 묘한 감정을 재미있어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미난 일이 생길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바누아투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다 잃어버려 거지나 다름없으면서 이리 웃다니, 뭘 믿고 이러나 싶을 정도다. 저만치 주차한 차들이 보인다. “시내로 가시면 좀 태워주세요.” 돈이 없으니 트렁크에 태워줘도 좋다며 웃으면서 애원했다. 서너 번 거절당했으나 도전은 계속된다. 낡은 트럭 운전석에 덩치 큰, 그래서 더 무서워 보이는 한 남성이 앉아서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타란다. “렌터카 가게까지 태워주겠습니다.” 이름은 니케이며 나이는 50대라는 그는 렌터카 가게에 데려다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집에선 차를 빌리는 건 물론 환전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여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잘 알려줄 겁니다.” 렌터카 가게에서 니케와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헤어졌다. 한 장의 사진에는 친절이라는 니우에의 첫인상이 담겼다. 아쉽게도 렌터카 가게 문은 닫혔다. 20분쯤 걸어가니 니우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20대 안내직원은 당황하며 묻는다. “숙소도 안 잡고 왔다구요? 어디서 오셨지요?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안내소를 빠져나와 도미토리에 갔더니 2인 1실의 작은 방이 무려 100뉴질랜드달러(약 8만 원)라고 한다. 작은 시골마을 같은 곳 어디에서나 인심, 정을 기대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한국에서 송금받기 위해 방법을 찾으러 간 은행에서 또 다른 사람 로날드를 만났다. 그는 나를 친구의 집까지 바래다주며 “내 집보다 나은 친구 집”이라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순간 바누아투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잃었을 때 화를 내던 내가 머릿속에 불쑥 나타났다.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로날드의 환대를 만날 수 있었을까? 로날드의 친구는 노동일을 하는 왓데다. 부인은 교사인 제이니다. “어서 오세요, 불편할 텐데 괜찮으시다면…….” 남편은 일하러 나갔고, 방학이라 쉬는 왓데의 아내 제이니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잘 안 되는 영어지만 마음이 통하니 척하면 척이다. “캥거루 아시죠?” “그럼요.” “캥거루의 뜻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뜻이 있어요?” “예, 잘 모른다.” “레미도 모르면서 물어본 거예요?” “잘 모른다니까요.” “그러니까요.” 호주에 처음 도착한 서양인이 원주민에게 저 동물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원주민의 대답은 ‘캥거루’였다. 캥거루는 호주 원주민이 쓰는 언어로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 “하하하, 레미는 말도 참 재미나게 하시네요.” 싱글벙글 웃음을 그칠 줄 모르던 제이니가 니우에 음식으로 보답하겠다며 주방으로 갔다. 나는 맛난 음식을 먹으며 ‘사랑해’란 노래를 우리말로 가르쳤다. 교사라 그런지 이내 따라 부른다. 서툴지만 천천히 ‘사랑해’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제이니가 대답을 듣고 얼굴을 붉힌다. “아이 러브 유. 이따 왓데가 집에 오면 제이니가 노래를 가르쳐 주며 ‘아이 러브 유’ 하세요.” 나는 진심으로 며칠 이곳에서 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찌 이 순간을 잊을 수 있겠어요.” 이튿날, 잠자리는 바뀌었어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에는 통행금지 시절이 있었다. 그때 얻은 습관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루 4시간을 자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제이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왓데가 출근 준비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내가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왓데가 아침인사를 건넨다. “불편하진 않으셨어요?” “내 집처럼 편했어요.”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고, 매우 적은 수의 국민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니 차를 빌려준단다. “정말요?” 차를 내주는 일은 쉽지 않은데 선뜻 마음대로 타고 다니며 마음껏 구경을 다니라고 하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차에서 내리며 습관처럼 차창 문을 닫으려 하자 왓데는 그럴 필요가 없단다. “니우에에는 교도소가 있지만 죄수는 없어요. 죄를 짓고 살 일이 없어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진짜? 정말로?” “하하하, 기회 되면 한 번 가보세요.” 왓데의 말을 확인하고 싶어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차를 직접 몰고 간 곳은 바로 교도소였다. “죄수가 없다는 교도소를 보고 싶어요.” 내 뜻을 알아차리고 경찰이 ‘하하하’ 웃더니 손가락으로 교도소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차를 몰았지만 그 집이 그 집 같아 찾기 힘들다. 교도소라면 높은 담이 있을 터이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곳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교도소라고 가리킨 곳은 작고 잡초가 무성한 빈 가정집 같았다. 앞장서서 나를 안내하는 경찰을 따라갔다. 낡은 철창이 있고 그 안에 침대 하나와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방이 나왔다. 다른 방에는 일상의 잡동사니가 꽉 채워져 있다. 쓰지 않는 곳, 쓸 이유가 없는 곳임을 직감하게 된다. 창고로 쓴다는 경찰의 말이 ‘죄수 없는 나라 니우에’라는 말로 들린다. 버려진 교도소를 보니 살짝 장난기가 일어났고 실제로 그러고 싶어 물었다. “저 교도소 방을 내가 한 달 동안 써도 될까요?” 내 발로 찾아가는 교도소? 물으면서 나는 웃었다. 장난기에도 경찰의 대답은 매우 진지하다. “예, 물론이지요. 마음대로 언제라도 써도 됩니다. 봐서 알겠지만 정리는 직접 하셔야 합니다. 경찰이 지켜주니 어떤 곳보다 안전할 겁니다. 교도소니까요.” 니우에에 내 집을 공짜로 얻다니…. 다시 꼭 와서 한 달 이상은 머물고 싶다. 차를 몰고 가는 도중 바람도 불지 않는데 길가의 돌이 흔들린다. 차를 세우고 돌을 들어보니 그 안에 몸보다 더 길고 굵은 큰 집게를 가진 게가 숨었다. 단단한 코코넛을 집게로 깨서 먹고 산다는 ‘코코넛크랩’이다. 계곡에서 가재 잡던 동심으로 돌아가 코코넛크랩 잡이를 시작했다. 왓데 가족에게 신세만 지는 게 미안해서 오늘 저녁거리는 내가 준비할 생각이었다. 왓데가 퇴근해 집에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렀다. 덕분에 네 명이 적당히 먹을 만큼 잡을 수 있었다. “구경은 않고 저녁준비를 하신 거예요?” 제이니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코코넛크랩이 든 봉투를 건네받아 삶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내 질문에 대답하는 왓데의 코코넛크랩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비행기가 운항하는 니우에에 태풍이 들이닥쳤다. 2주 동안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나는 이 작은 섬에도 골프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보기로 했다. 골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관리자도 없었다. 공짜? 둘러보니 ‘양심 상자’라는 게 있다. 사용료는 뉴질랜드화폐로 20달러(약 2만 원)라고 적혔다. 이 돈으로 하루 종일 쳐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한국에서 골프공 제조업을 하는 나는 ‘양심 상자’가 놓인 니우에 골프장을 바라보며 후회한다. “이걸 알았으면 내 골프공을 잔뜩 갖고 와서 이곳에 놔둘 걸. 물론 공짜로!” 관리가 안 돼 엉망인 잔디를 다듬으며 혼자서 다짐한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집이 생겼고, 골프장에 내 골프공을 선물해야 하니 니우에에는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참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니우에다. 도용복 오지여행가
화난 소년들과 불안한 소녀들…청소년 섭식장애도 '껑충'
5월은 푸르지만 어떤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다. 국내 소아와 청소년 100명 중 16명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고, 이 중 7명은 현재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가 실시한 첫 전국 조사 결과다. ■남성 청소년 12%는 현재 증상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전국 6~17세 소아·청소년 6275명(6~11세 2893명·12~17세 3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주관 하에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 표본 가구를 방문해 소아·청소년 또는 부모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 진단에는 30개국에서 사용되는 온라인 기반의 국제적 도구를 사용했다. 정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성인 대상으로는 2001년부터 5년마다 실시됐지만, 소아·청소년 대상의 전국 단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소아 14.3%·청소년 18.0%)였다. 평생 유병률은 현재와 과거 중 어느 한 시점이라도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경우다. 조사 시점에 증상을 보인 현재 유병률은 7.1%로, 청소년(9.5%)이 소아(4.7%)보다 배 이상 높았고, 청소년 중에는 남학생(11.6%)이 여학생(7.2%)보다 높았다. 장애 유형별로 현재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2.7%), 틱장애(2.4%), 섭식장애(1.1%) 순으로 나타났다. 평생 유병률은 특정공포증(5.8%), 적대적 반항장애(4.1%), 분리불안장애(3.8%), 틱장애(2.4%), 섭식장애(1.7%) 순으로 높았다. 주요 유형을 보면 적대적 반항장애는 청소년의 유병률(현재 3.7%·평생 5.7%)이 소아(1.7%·2.4%)보다 배 이상 높았다. 또 청소년의 경우 남학생의 평생 유병률(6.9%)이 여학생(4.5%)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분노·과민한 기분, 논쟁적·반항적 행동 또는 보복적 특성이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개월간 증상이 4개 이상 나타나는지 등을 측정한다. 특정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소아(7.0%)가 청소년(4.6%)보다 1.5배 높았고, 청소년에서는 여학생(6.0%)이 남학생(3.2%)보다 1.9배 높게 나타났다. 불안장애에 속하는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한해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할 때 진단한다. 섭식장애는 청소년 유병률(현재 1.6%·평생 2.3%)이 소아(0.5%·1.0%)보다 월등히 높았고, 청소년 중 여성(현재 2.0%·평생 3.0%)이 남성(1.1%·1.8%)보다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김붕년 교수는 이에 대해 2010년대 일부 권역에서 실시한 소아청소년 대상 조사 결과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0.5%도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서비스 이용률 높여야 정신장애가 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진 비율은 미미했다.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지난 1년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 평생 한 번이라도 이용한 비율도 6.6%에 그쳤다. 이밖에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소아의 비율은 0.3%, 청소년은 4.2%였다. 김붕년 교수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향후 보험 가입, 입시, 취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비중 있게 나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제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 항목에 게임중독, 학교폭력 경험 등 도구와 부모와 소아·청소년의 다양한 위험 요인도 포함한 만큼 추후 주기적 조사와 더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난해 청소년쉼터, 소년원 등 기관의 12~17세 1561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의 정신장애 현재 유병률은 40.5%, 평생 유병률은 53.3%에 달했다. 특히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응답자 중 71.3%는 자살 사고, 53.9%는 자살행동을 해봤다고 답해 정신장애가 자살과 자해의 위험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이 필요한 소아·청소년은 자살예방상담전화(109), 청소년상담전화(1388), 카카오톡 채널 '다들어줄개'로 상담할 수 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와 위(Wee)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오프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모바일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살예방 SNS 상담도 개통할 예정이다.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 확대·철분 주사제 건보 적용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수혈 대체 고함량 철분주사제 신약에 새롭게 급여를 적용한다고 6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골다공증 상태에서 투약 후 골감소증 수준으로 호전되더라도 여전히 골절 고위험군임을 감안해 기존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 적용 기간을 늘린다. 추정 대상 환자 수는 4만 5000명 정도다. 특히 폐경기 여성 골다공증 환자의 골절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임산부, 투석 중인 만성신부전, 암 환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고함량 철분 주사제 신약을 새롭게 건강보험에 적용한다. 이번에 등재되는 신약은 산부인과 제왕절개, 다양한 여성암 수술, 정형외과 수술 등에 수혈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상 환자 수는 약 14만 3000명이다.
[알림] 제217회 동의건강교실 무료강좌
부산일보사는 시민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동의의료원과 공동으로 '동의건강교실 무료강좌'를 개최합니다. 이번 강좌는 동의병원 김선경 과장이 ‘말기암 환자의 통증관리 및 혈액질환’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질의응답을 통해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일 시 : 5월 16일(목) 오후 2시 ■장 소 :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도시철도 1호선 부산진역 하차) ■강 사 : 동의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선경 과장 ■문의처 : 동의의료원 051-850-8679, 부산일보사 문화사업단 051-461-4437 ■주 최 : 부산일보사, 동의의료원
좋은병원들, 진료·업무에 스마트병원 솔루션 도입
은성의료재단 좋은병원들(좋은문화·좋은삼선·좋은강안병원)이 다양한 스마트병원 솔루션(사진)을 도입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환자는 모바일 진료 예약, 수술·입원 정보나 의약품 성분·복용법 알림톡, 사전 신용카드 등록을 통한 간편 후불 결제를 이용한다. 병원 내에서는 AI 기반의 흉부·유방 엑스레이 분석 보조 시스템인 ‘루닛 인사이트’, 딥러닝 MRI 가속화 솔루션 ‘스위프트MR’, 심전도 진단 홀터 ‘모비케어’ 등이 진단을 돕는다. 또 다양한 질환 치료에 로봇 수술을 도입하고 무선생체신호시스템 ‘바이탈 케어’로 환자의 데이터를 관리한다. 좋은병원들 구자성 부이사장은 “선도적인 의료 AI 업체들과 연구 단계부터 협업해 국내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에서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2024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에서는 명의 특강 외에도 건강 관리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만날 수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는 국제복지재활시니어전시회와 부산국제항노화엑스포, 부산화장품뷰티페스티벌을 통합한 종합 전시·체험 행사다. 올해는 150개사의 400개 부스 규모 전시회에 더해 유통 상담회, 미용경진대회, 메이크업쇼, 건강체험관, 잡(JOB)구하는 날 등을 준비했다. 복지·재활 분야에서는 부산 기업인 닥터큐메딕스(발목 펌프 자동 운동기기 아이로봇풋), 제너럴네트(요실금 치료기 바디닥터) 외에 리뉴메디칼(치과용 임플란트 재료), 닥터대니(냉동이온영동요법 활용 홈케어 기기 쿨이온), 월딘코리아(반신욕기·골반교정기), 동의대 바이오헬스혁신융합대학, 부산대 컬러변조 초감각 인지기술 선도연구센터, 인제대의 교수창업기업 시니어텍솔루션(인지 증진 프로그램) 등이 참여한다. 항노화 분야에서는 미가교역(국내 최초 ‘바늘 없는 주사기’), 디유티코리아(기능성 매트리스·베개), 아산에스엔테크(고열전도성 소재인 그라파이트를 적용한 기능성 인솔(깔창)), 올인원진텍(해조류에서 추출한 PDRN(재생의료소재)), 타이거인공지능(관절과 체형을 인식해 적합한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체력단련장비) 등 부산 기업들이 눈에 띈다. 화장품·뷰티 분야 전시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고 체험도 할 수 있다. 제이케이아이앤씨는 맞춤형 화장품 자동조제기 ‘스킨MBTI’로 즉석에서 화장품을 조제해 제공하고, 헤솔은 염모제 ‘자연에믈드리다’ 전시와 함께 두피 탈모 테스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오는 18일에는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주관으로 메이크업, 헤어, 네일아트 분야의 미용 경진 대회가 열린다. 전문가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투명한 빛의 ‘윤광’과 공기 같은 질감의 베이크 메이크업을 시연하고 사용법도 알려주는 메이크업쇼는 사흘 내내 마련된다. 이 밖에 부산남구체력인증센터의 건강체험관에서는 체력을 측정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오는 16일과 17일 ‘잡(JOB) 구하는 날’을 개최해 헬스케어 분야 15개 사 안팎이 참여하는 구직 상담을 운영한다. 또 지정된 부스를 방문해 도장을 찍는 스탬프 투어에 참가하면 추첨을 통해 갤럭시 워치, 종아리 마사지기, 자동 마사지건 등 600개 경품을 준다. 글로벌 헬스케어 위크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을 하거나 행사장에서 현장 등록을 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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