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辛)조선’으로 만난 한국 청년들의 1인칭 기록
일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한국인 사진가 양승우가 모국의 청년 세대를 정면으로 응시한 작업으로 부산을 찾았다. 일본의 권위 있는 사진상인 ‘도몬켄상’(土門拳賞)을 외국인 최초이자 유일하게 수상한(2017년) 그는 12일까지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는 사진전 ‘신조선’(辛朝鮮)을 통해 한국 청년들의 현재를 기록한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양승우는 그동안 일본을 기반으로 거리의 인물과 사회의 가장 낮은 층위를 집요하게 포착해 온 사진가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 그는 대상을 일방적으로 관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들과 동등하게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함께 기록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50여 명의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고르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드러낼 소도구를 직접 선택해 카메라 앞에 섰다.“그동안 한국에서 찍은 작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1996년 일본으로 건너가 30년째 일본에서 살면서 한국 사회와 청년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도 한국인인데 싶어서 한국 관련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한국 젊은이들을 찍기 시작했습니다.”전시장의 청년들은 처방 약 봉투를 몸에 붙이거나, 분홍색 넥타이로 억압을 드러내고, 정육점 한가운데서 돼지머리 탈을 쓰는 등으로 각자의 정체성과 감정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 결과 ‘신조선’은 단순한 초상 사진의 나열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청년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적 문서가 된다.양승우는 이번 작업이 이전보다 편하게 진행됐다고 말하면서도, 서둘러 발표한 데 대해 지금은 다소 후회가 남는다고도 말했다. 원래는 10년 뒤 같은 인물을 다시 찍으려 했지만, 참여자 중 한 명이 “10년을 버텨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5년 뒤로 계획을 앞당겼다. 이 약속은 단순한 촬영 일정이 아니라, 청년들의 생존과 시간을 함께 견디겠다는 작가의 응답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예쁘게 찍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기록하는 자신의 태도는 유지했다”고 설명했다.그는 “한국, 그중에서도 부산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히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했다. “아무래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요. 가끔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많아요. 한 번은 여자 셋이 술을 마시는데 소주 빈 병이 6개나 되더라고요. 그 친구들한테 왜 술을 마시는지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었어요.” 일상 속 사소한 장면에서도 찍고 싶은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고 했다.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이방인의 시선이 이제는 다시 한국 사회의 표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전시 제목 ‘신조선’(辛朝鮮)은 맵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조선이자 새로운(NEW) 조선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는다. 작가는 “‘辛’을 지옥 같은 조선, 고통스러운 현실의 조선으로 읽어도 되고, ‘신(NEW)’으로 읽어도 좋아요. 그리고 ‘辛’ 자에 선 하나를 더 그으면 ‘幸’이 되잖아요. 쉽게 말해 행복이 된다는 뜻인데, 그게 결코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 선 하나를 각자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동시에 ‘세상에 진짜 매운맛 한번 보여주자’는, 일종의 응원이기도 해요.”
양산부산대병원 ‘세계 자폐인의 날’ 캠페인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발달장애인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는 제19회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아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이해 증진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세계 자폐인의 날은 매년 4월 2일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차별 없는 사회 조성을 위해 지정한 기념일로, 매년 파란 조명을 밝히는 ‘블루라이트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병원 1층 로비에서 내원객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했으며, 자폐스펙트럼의 특성을이해할 수 있는 안내 패널을 전시했다. 또 관련 내용을 다루는 OX 퀴즈 이벤트로 열고, 블루라이트 포토존을 운영해캠페인의 의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지훈 행동발달증진센터장은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발달장애 인식 개선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발달장애인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를 2016년 9월에 개소해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춘 체계적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 관광지 연계 부산형 웰니스 융합 관광상품 공모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웰니스 관광자원을 결합한 체험형 관광상품 개발 지원에 나선다. 5개 상품을 선정해 최대 2500만 원씩 지원하며,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연계해 해외시장 진출도 돕는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오는 20일까지 부산형 웰니스 융합 관광상품 개발·운영 지원 공모를 한다. 이번 사업은 부산의 웰니스 관광자원과 지역 특화 관광자원을 연계한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추진된다. 글로벌 관광 플랫폼(OTA)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것도 목적으로 한다. 관광상품은 부산 웰니스 관광지 17곳 중 1곳 이상을 포함해야 하며, 의료·뷰티·미식·전통시장·해양·자연·문화 체험 등 지역 특화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으로 구성하면 된다. 부산 웰니스 관광지는 아홉산 숲, 부산어린이대공원, 서프홀릭, 해운대 리버크루즈, 국립 부산 승학산 치유의숲, 클럽 디오아시스, SMB Wellness, 힐스파, 크레이지서퍼스, 홍법사, 놀핏, 빛으로 힐링 에콜, 하버요가&무브먼트, 비비비당, 범어사, 내원정사, 파크하얏트 부산 등이다. 시는 5개 상품을 선정해 상품 개발비, 운영비, 홍보·판촉비 등 상품당 최대 2500만 원을 지원한다. 크리에이트립(creatrip) 등 글로벌 OTA와 연계한 기획전에 참여하거나 광고 기회를 준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이번 공모는 지역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치료받고 치유하기 좋은 부산, 삶의 쉼표가 있는 도시’로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미야게 상자 보고 사투리 과자 떠올렸어요”
재팬레일클럽의 ‘오미야게 과자 상자’ 언박싱 행사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SNS에 올라왔다. 지난해 ‘빵타스틱 마켓(부산일보 2025년 7월 4일 자 14면 보도)’을 열어 부산 남천동에서 불기 시작한 빵 바람을 서울 성수동까지 몰고 간 빵타스틱 기획단이 올린 내용이었다. JR 동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재팬레일클럽 오미야게 과자 상자는 해외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매달 테마에 맞춰 일본 전역의 과자를 상자에 담아 보내주는 구독형 서비스였다. 연간 매출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철도 기업이 겨우 과자 상자를 만들어서, 일본은 배제하고 해외로 서비스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부산 수영구 남천동 에브리싱글 골프앤라이프에서 열린 언박싱 행사에 참여했다. 술도 아니고 과자 때문에 밤마실 나가는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지역과 전통이 상자 안에 가득히 빵타스틱 기획단이 준비한 지난 1~3월의 오미야게 과자 상자 가운데 1월 상자부터 공개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의 풍미’라는 주제로 모두 9개의 선물이 들어 있었다. 병오년을 맞아 가나가와현에서 만든 붉은 말이 그려진 사탕이 먼저 눈에 띄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다이시라는 절 주변에는 사탕 가게가 많다. 이 절이 액운을 지운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 지역 사탕 역시 액운을 자르는 사탕으로 알려져 있다. 입안에서 붉은 말 사탕이 녹으며 올해의 액운까지 같이 사라진 느낌이다. 두 번째는 니가타에서 만든 오미쿠지 센베이다. 오미쿠지는 일본의 절이나 신사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다. 고소한 된장 맛 쌀과자 센베이 안에 제비뽑기가 한 장 들었다. 이날 오미쿠지에서 나온 ‘외출해서 돈 쓰지 마라’라는 운세는 올해 내내 명심할 생각이다. 눈이 많이 오는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쌀 품종 고시히카리의 본고장이다. 쌀 품질이 좋으니, 가공식품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식 쌀과자 센베이를 만드는 기업들도 대부분 니가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 번째 선물은 보석처럼 빛나는 베코 앰버 사탕이다. 앰버 사탕은 한천을 녹여 설탕과 섞은 뒤 굳혀 만든 일본 전통 과자다. 한 봉지 안에 각각 봄을 상징하는 벚꽃, 눈이 덮인 후지산, 오른발을 들고 있는 복 고양이 마네키네코, 달마 인형, 스모 선수 모양 사탕이 골고루 들었다. 장인들이 정성 들여 수작업으로 제작한 사탕이라 입에 넣기가 아깝다. 네 번째는 니가타의 눈 저장고에서 한 달간 숙성시킨 원두로 만든 유키무로 드립백 커피다. 니가타는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될 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수백 톤 눈으로 채워진 눈 저장고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원두의 산패가 억제되고 신선함이 오래 간다. 눈 저장고에서 ‘스노 에이징(Snow Aging)’ 방식으로 숙성시키면 갓 볶은 원두의 날카로운 신맛이나 강한 쓴맛은 부드러워지고, 커피 본연의 단맛이 살아나고 바디감은 깊어진다. 눈 저장고에 들어가면 까칠한 사람조차 성숙해질지도 모르겠다. 니가타에 가보고 싶어진다. 다섯 번째로 ‘가나자와역 오뎅’이 들었다. 가나자와는 일본에서 일 인당 오뎅 소비량이 가장 많은 ‘오뎅의 성지’다. 또 이시카와현의 관문 가나자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중 하나로 꼽히는 명소다. 왜 하필 ‘가나자와역 오뎅’이라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에서 어묵 하면 무조건 부산어묵인데, 어묵을 과자랑 한 데 묶어 선물 세트에 넣은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여섯 번째 ‘테라푸드 구운 감자’는 튀기지 않고 구워 내는 특별한 공법으로 만든 감자칩이다. 일반 감자칩보다 지방 함량이 60% 적어 한 봉지를 다 먹어도 138칼로리에 불과하다. 살찔 걱정 없이 막 먹어도 되는 감자칩, 이런 거 좋다. 이 밖에도 연유 쿠키, 우유 모찌, 우유 푸딩이 들어 있다. 2월 오미야게 과자 상자는 히로시마의 명물 오노미치 라멘의 맛을 재현한 라멘칩이 인상적이었다. 3월 상자에 든 나마하게 감자스틱 패키지를 보고 나마하게를 찾아봤다. 나마하게는 섣달그믐날 밤에 게으름뱅이나 악한 사람을 혼내준다는 험상궂게 생긴 요괴다. 사람이든 과자든 외모만 보고 함부로 평가하면 곤란하다. 훈제한 단무지 맛이 나는 이부리갓코칩은 술안주로 그만일 것 같았다. 오미야게 과자 상자는 참 일본다운 선물이었다. ■일본에 가고 싶고, 일본과 이어지고 재팬레일클럽 오미야게 과자 상자에는 일본 전역에서 엄선된 8~10가지의 귀한 과자들이 매달 담겨 있다. 과자 종류도 화과자, 양과자, 스낵 등 다양하다. 대부분이 일본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지방에 찾아가서 유명 관광지를 방문해야 구할 수 있는 귀한 과자들이 상자에 담겨 있으니, 마치 일본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 과자를 통해 일본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게 기획되었다. 봄에는 딸기의 풍미가 가득한 디저트, 여름에는 상큼한 감귤 계열의 스낵, 가을에는 밤과 고구마 같은 제철 재료를 사용한 과자를 위주로 담는다. 과자 상자의 테마가 매달 달라지니 질릴 틈이 없다. 각 지역의 특산품과 현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유명 과자를 제대로 선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3·6·12개월 단위로 구독할 수 있으며, 12개월 플랜의 경우 월정액 34.80달러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까지 무료 배송이다. JR 동일본은 과자 해외 구독 서비스를 대체 왜 하는 걸까. 재팬레일클럽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과자 구독, 여행 스토리, 각종 여행 상품을 통해 일본 여행을 유도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간 오미야게 과자 상자를 구독하면 잘 알려진 브랜드부터 소규모 독립 생산업체에 이르기까지 일본 현지 제조업체를 지원하게 된다. ‘도호쿠의 맛있는 과자’ 같이 지역에 특화된 테마도 포함되니, 일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사를 전공하고 교토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요시카와 아야코 씨가 이날 오미야게 과자 상자에 대한 해설을 맡아 줬다. 요시카와 씨는 “첫째는 외국인과 일본 각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외국인들은 잘 모르는 지역의 매력을 과자로 전달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한 일회성 일본 관광을 넘어서서 일본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오미야게 과자 상자를 선물로 받으면 일본에 가고 싶어지고, 일본에 다녀온 경험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예술문화를 공부한 오초량 김은희 매니저는 “일본은 오버투어리즘 해결을 중요시하고 있다.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외의 다른 지역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철도를 이용해 알리고 있다. 또한 지역과 계절을 순환하면서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을 홍보하는 역할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패키지, 같이 만들어 봐요 “코레일도 맨날 천안 호두과자만 팔지 말고,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이런 시도를 해주면 좋겠다.” 지난해 외국인 철도 이용객은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과거 외국인들이 주로 서울만 보고 돌아갔다면, 이젠 철도를 통해 지방까지 이동하는 시대이니 너무나도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이날 모인 카페, 빵집, 요리 스튜디오 대표 등 F&B 관계자 10여 명이 오미야게 과자 상자를 보고 느낀 다양한 소감이 이어졌다. “제철을 재해석하는 노력이 계속 있어야 해.” “제품을 단순히 그냥 모아 놓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기획이 진짜 중요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끝까지 밀고가 제품화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아틀리에 스미다 김태희 대표는 “서울은 연대라는 개념이 없지만 부산은 서울과 달라서 부산을 같이 띄워주는 문화가 있다. 부산의 재료를 활용해 부산의 유명 셰프들이 레시피 개발에 참여한 ‘부산 패키지’를 만들면 이것보다 반응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빵타스틱 마켓을 만든 시선커뮤니케이션 최윤형 대표도 “JR 동일본은 월간이지만 우리가 만약 부산 패키지를 만든다면 일 년에 한두 번, 혹은 절기에 한 번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가세했다. 참신하고 맛깔나는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방송인 타일러가 만든 한글과자는 미국을 넘어 호주 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K푸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글과자가 나왔으니 부산 사투리 과자가 나올 때도 되었다. 마를 이용한 마 과자를 만들어 사직 야구장에서 판매하면 어떨까. “마! 쌔리라!” 일본의 제과 업체 칼비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감자칩을 자주 만든다. 후쿠오카 지역 한정으로 돈코츠라멘 맛 감자칩도 나왔다. 부산 돼지국밥이나 밀면칩은 어떨까. 부산이 가득 든, 부산 패키지 선물 상자가 기다려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나홍진 감독 '호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韓영화 4년만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호프', '군체' 를 포함한 제79회 영화제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한국 제작사가 만든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칸영화제 공식·비공식 부문을 합쳐 한국 장편영화가 한 편도 초청되지 못하며 위기감이 커졌지만, 올해는 다시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 올해 영화제는 다음 달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열린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항구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과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출연했다. '호프'의 경쟁부문 초청으로 나 감독은 장편 연출 작품 전부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의 데뷔작 '추격자'는 2008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황해'는 2011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곡성'은 2016년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경쟁 부문 초청은 '호프'가 처음이다.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번져 건물이 봉쇄되고, 감염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좀비 영화다. 연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2016)과 '반도'(2020) 속 좀비들과는 달리 '군체'에 등장하는 생명체는 지성을 공유하며 마치 진화하듯 '업데이트'하는 게 특징으로 알려졌다. 배우 전지현이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생존자 그룹의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또 구교환, 지창욱, 고수, 신현빈 등이 출연한다. 연 감독은 전작 '돼지의 왕'으로 2012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부산행'으로 2016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다.
“K다큐 이끌 신진 창작자 발굴합니다”
K다큐멘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지원금과 유명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현역 PD들의 지도가 제공된다.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5일 오후 2시까지 ‘2026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Do Docs 다큐멘터리 신진 창작자 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할 교육생을 모집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진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정원은 22명이다. 1편 이상의 방송, 영화,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거나 연출한 경험이 있는 만 19~34세 사람으로 지원 자격이 정해졌다. 프로젝트에 선발된 교육생은 현직 PD들의 지도를 받게 된다. EBS 대표 콘텐츠 ‘위대한 수업’을 제작한 김민지 PD, 뉴스타파 ‘개성공단’을 만든 박정남 PD 등 모두 11명의 전문가가 교육생을 지도한다. 이들은 주제 선정, 카메라 연출, 제작 단계별 현실 등을 교육한다. 또한 선발 교육생은 매달 15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받는다. 현업 전문가의 교육과 지원을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끝나는 오는 11월 15일까지 각자 1편의 다큐멘터리 기획안과 약 5분 분량의 트레일러 영상 등 개별 창작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단 프로젝트 기간 중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안 된다. 지원자는 신청 마감 전까지 자기소개서, 다큐멘터리 기획안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 접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자세한 사항은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로 문의하면 된다.
[부산 기장 아홉산숲 기행] 시공간 사라진 무념의 세계에 댓잎 소리만 귓가 스쳐
세상이 온통 꽃 천지다. 매화와 산수유꽃. 이제는 벚꽃이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꽃 만큼이나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마음껏 꽃 구경을 하려 해도 미세먼지가 말썽이다. 미세먼지를 피하고, 들뜨고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 놓기에 숲 만한 곳이 없다. 화려한 꽃 세상인 요즘 울창한 숲은 또 어떤 모습일까.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숲에 다녀왔다. ■소박한 첫인상의 반전, 장엄한 금강송·맹종죽 부산 기장군에는 아홉산(361m)이 있다. 봉우리가 9개로 이뤄져 있다고 해서 아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아홉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아홉산숲이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힐링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홉산숲의 첫인상은 소박했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 완만한 능선은 마치 마을 뒷동산 같았다. 능선에서 보이는 도로변 벚꽃나무를 바라보다 바람결에 실려온 향긋한 봄 꽃 향기에 취했다. 장성한 아들이 함께 걷고 있는 나이든 아버지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모습이 정겹다. 훈훈한 가족의 뒤를 따라 걸으며 “별 것 없는데…”라고 느끼는 순간, 엄청난 반전이 벌어졌다. 향긋한 소나무 향기와 함께 장엄한 금강송 군락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아홉산숲이 미소지었다. 성인 한 사람이 안지도 못할 정도로 굵은 금강송. 목을 한껏 꺾어 위를 올려 봐야만 보일 듯한 소나무의 자태가 웅장했다. 하늘을 뚫을듯한 기세로 솟아있는 금강송들 밑에는 ‘누운 주목’들이 잔디처럼 깔려 있다. 바닥에 누워 옆으로 자라는 누운 주목과 금강송의 조화는 신비로웠다. 영남 지방에서 보기 힘든 아홉산숲의 금강송들은 수령이 400년을 넘었다. 100그루가 넘는 금강송들은 모두 기장군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금강송 군락지에 잠시 앉았다. 솔향이 코를 스치더니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버텨 온 그들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단전이 묵직해짐을 느끼고 일어서려는데 또 다른 광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맹종죽숲이다. 맹종죽은 키 10~20m에 지름 20cm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다. 2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와 심어진 것으로 아홉산숲의 대표적인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은 과거 마을에서 굿을 하는 곳이어서 지금도 ‘굿터’로 불린다. 안쪽에 공터가 있는데, 번식력 좋은 대나무가 유독 여기만 자라지 않아 신령스러운 땅으로 여겼다. 그러다 2020년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이곳에 세워진 돌기둥은 당시 드라마 세트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린다.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돌기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기념샷을 남기려다 줄이 길어 포기했다.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숲과 만평대숲 굿터를 지나니 왠지 모르게 시원함이 전해진다.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에 마주보고 있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서 ‘바람의 길’로 불린다. 시원한 바람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바람의 길 끝에 영화 ‘대호’ 촬영 때 지은 서낭당이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숲, 오른쪽 길은 평지대밭으로 이어진다. 편백숲으로 길을 잡았다. 편백숲에 오면 늘 머리가 맑아진다. 피톤치드 덕분이기도 하지만 곧고 일정한 크기의 편백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안정감이 든다. 편백숲을 지나면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진달래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성급한 진달래는 이미 꽃을 피웠다. 몇 주 뒤면 활짝 핀 연분홍 진달래 무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달래 군락을 지나면 평지대밭을 만난다. 아홉산숲의 또 다른 맹종죽숲인 ‘만평대숲’이다. 그 면적이 1만 평(3만 3000㎡)에 이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0~1970년대 숲지기가 동래 지역 식당을 돌며 잔반을 얻고 시내를 오가는 분뇨차를 끌고 와 밭에 비료로 주면서 숲을 가꿨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만평대숲에 들어서자 자연스레 눈이 감긴다. 도시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에 흩날리는 댓잎 소리만 귓가에 스친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는 추임새다. 시·공간이 사라진 무념의 세계. 숨소리조차 잊었다. 맹종죽 숲을 한 바퀴 돌고 지름길을 따라 입구 쪽으로 내려오면 100년 된 은행나무와 ‘관미헌’이라는 이름의 전통 가옥이 있다. 관미헌은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숲을 지키는 남평 문씨 일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고택 주변에는 거북 등딱지처럼 생긴 대나무 ‘구갑죽’‘이 눈길을 끈다. 구갑죽은 짧고 굵다. 맹종죽이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한다면, 구갑죽은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봐야 한다. 겸손해지는 법을 깨우치게 한다. 1950년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여온 뿌리를 이식한 것이 작은 정원을 이뤘다. 구갑죽을 보면 어느새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있다. 총 탐방로 3.2km 구간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숲속 산책이 금방이다. ■400년간 고집스레 가꾸고 지켜온 명품숲 아홉산숲은 사유지다.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숲이다. 금강송, 참나무, 편백, 대나무가 뒤덮고 있다. 숲의 규모는 자그마치 52만㎡(15만 7000여 평)나 된다. 이 숲의 시작은 1592년 임진왜란 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 살던 남평 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왔다. 이후 자손이 번창한 문씨 일가는 이 지역에 적잖은 전답과 임야를 소유하게 됐고, 이웃을 도우며 함께 살아 왔다. 문씨 일가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이치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실천하며 400년 전부터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곳에 대나무와 금강송·편백·참나무 등을 심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여러 차례 위기도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였다.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집안의 쇠젖가락까지 빼앗아 간 일제가 아홉산숲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친 것이다. 이때 문씨 일가 어른이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킨 것처럼 놋그릇을 내주고는 아홉산숲을 구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의 무수한 위기를 넘긴 아홉산숲은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 1990년대 지자체에서 내건 ‘테마가 있는 임도’ 정책으로 아홉산숲에 행락객들이 몰려들었고, 대나무와 야생난, 희귀식물들이 뿌리채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숲을 폐쇄하고 숲 살리기에 나섰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집안 신념을 살려야 겠다고 생각한 문씨 일가는 2003년부터 학술적 탐방 등을 위해 부분 개방을 했다. 아홉산숲은 이듬해 산림청으로부터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에도 선정됐다. 자연상태 그대로의 숲을 지켜오던 문씨 일가는 영화와 매체 등에서 아홉산숲이 알려지고, 관람객들의 개방 요구가 잇따르자 2015년 3월 일반에 공개했다. 현재 연간 1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남평 문씨 종손 문백섭 대표는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21세기에 들어서도 결코 숲을 개방하지 않았던 고집이 자연 생태를 그대로 살린 지금의 숲으로 지켜졌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맑고 건강한 자연을 오롯이 전해주고자 개방했다.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숲은 사람과 하나다”고 밝혔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다’는 변화지 않는 진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졌고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실천돼 왔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제4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확정
이달 열리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각 부문에 굵직한 영화계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영화제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를 맡을 11명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부분 경쟁영화제로 매년 전 세계에서 출품된 작품을 예심을 통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한다. 영화제 기간에는 본선 심사를 통해 총 4개 부문에서 12편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우선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은 도미니크 카브레라 감독, 예지원 배우, 주올롱 샨으로 정해졌다. 프랑스 거장 도미니크 카브레라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들며 칸·베를린 등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활약해왔다. 주올롱 샨은 2022년 칸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작 ‘물이 속삭인다’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인물이다. 예지원 배우는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독보적인 연기 세계를 구축한 배우로 평가받는다.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은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의 그레구아 루쉬 선정위원, 애니메이션 ‘워터 걸’로 에밀 레이노 상과 세자르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산드라 데마지에르 감독, 장편영화 ‘휴가’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이란희 감독이 맡았다. 넷팩(NETPAC) 심사위원은 몽골 국립영화위원회 위원이자 프로듀서인 노문줄 투르뭉흐, ‘소풍’, ‘스윙키즈’ 등을 기획·제작한 (주)로케트필름의 박은영 총괄이사, 일본 주요 단편영화제에서 큐레이터이자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타카시 혼마 예술감독이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오퍼레이션 키노 심사위원은 두 명으로 부산을 기반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나비와 바다’, ‘밀양아리랑’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온 박배일 감독과 ‘양양’으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은 양주연 감독으로 구성됐다. 국내 최초의 단편영화제인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로 출범해 2년마다 열린다. 2000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 2010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확대됐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공식 인증 영화제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영화제 위상 덕분에 매년 접수되는 작품 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국제경쟁과 한국경쟁 부문에는 124개국 총 5966편의 출품작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121개국 5350편)보다 3개국, 616편 증가한 수치다. 제4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중구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단편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제는 ‘시네마 & 뤼미에르’(Cinéma & Lumière)로, 영화의 기원이자 본질인 빛의 미학을 조명한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영화의 탄생지이자 인상주의 발원지인 프랑스가 주빈국으로 선정됐다.
[잠깐읽기]‘디지털 이민’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SF소설
수십 권의 책 사이에서 ‘디지털 이민’이라는 단어가 눈을 사로잡았다. SF소설 ‘바람이 되기에는 아직’은 미래를 배경으로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질병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디지털로 옮기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디지털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정보 인격’ 혹은 ‘디지털 이민’이라고 지칭된다. 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적절하면서도 참신한 소재,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묘사 덕분에 소설에 몰입하는 것은 쉬웠다. 이 소설은 각자 다른 6개 이야기를 묶은 연작 소설이다. 표제작 ‘바람이 되기에는 아직’은 현실 세계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살아 있는 신체를 빌리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설에서는 체격이 비슷해야 ‘동기화’할 수 있다는 제약부터 디지털 세계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않으면 정보 인격이 소멸한다는 기술적 한계 등 작가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디지털에 재현된 인격이 정말로 나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들에게 사유하는 시간을 자연스레 선물한다. 다른 5개의 이야기도 저마다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매력은 SF소설이지만 디지털로 인격을 옮기는 기술 외에는 현실과 흡사하기에 세계관 이해에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 등단한 작가 사사하라 치나미 씨는 이 작품으로 2022년 제13회 소겐SF단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주말 인간과 소멸,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SF소설은 어떨까. 사사하라 치나미 지음/유태선 옮김/요다/372쪽/1만 8000원.
아끼고 또 아끼고 ‘워플레이션’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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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케이블·원전·해수 ‘삼박자’ 부산, 데이터센터 최적지 [부산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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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카운티 3채, 무순위 청약 재분양… 당첨 땐 수억 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