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전국서도민전] “대상작, 장법 정확하고 기초 단단하다는 평가”
2026년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의 영광은 한글 부문 김명희 씨에게 돌아갔다. 한글 부문 대상은 2021년 41회 이후 5년 만이다.부산일보사(사장 손영신)와 (사)한국서도예술협회(회장 이강옥)가 공동 주최하는 제46회 전국서도민전 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이강옥)는 25일 2차 휘호 심사를 마친 현장에서 한글 부문 김명희 씨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상은 김명희(한문 해서)·진소연(문인화) 씨, 특별상은 정태겸(한문 전서)·우필선(한문 행초서)·황선영(캘리그라피) 씨가 각각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는 상금 500만 원, 우수상과 특별상은 각 100만 원이 수여된다.제46회 전국서도민전에는 모두 454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출품작은 부문별로 해서 64점, 예서 59점, 전서 24점, 행초서 84점, 한글 63점, 문인화 101점, 소자 3점, 전각 3점, 서각 6점, 캘리그라피 47점이었다. 이 중 345점이 입상했다.전국서도민전 심사위원단은 지난 23일 1차 심사를 거쳐, 25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2차 현장 휘호 심사를 진행했다. 2차 휘호 심사는 명제를 추첨했다. 한글과 캘리그라피 명제는 △정호승의 ‘이 시를 가슴에 품는다’ △노천명의 ‘푸른 오월’ △양광모의 ‘마음 꽃’, 한문 명제는 △이규보의 하일즉사(夏日卽事) △이제현의 어기만조(漁磯晩釣), 문인화 명제는 △사군자에 제시한 화제 글로 제시됐다.전국서도민전 류영희 심사위원장은 “46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전국서도민전이 1차는 점수제로, 2차는 현장 휘호 심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대상 수상작 ‘옥원중회연’(玉鴛重會緣, 옥원듕회연)은 궁체 고문 정자 로 쓴 작품으로 장법이 정확하고 자음과 모음의 조화가 잘 어울리며 세로획이 단정하고 골라 기초가 아주 단단하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또한 한문 해서 우수상 수상작 ‘왕유시 종남별업’(王維詩 終南別業)은 “결구와 획 기본이 잘돼 있고, 획이 힘차고 먹도 아주 맑고 깨끗하게 잘 처리했을 뿐 아니라 북위해서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문인화 우수상 수상작 ‘청매’는 “구도와 짜임새, 먹의 농묵이 잘 처리된 작품으로 여백의 활용이 좋고 화제 또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됐다.특선은 한글 부문에 남윤경 선백규 송유종 윤진영 씨가 선정됐다. 한문 부분은 예서에 박경옥 박진숙 송미숙 씨, 전서에 전용규 씨, 행초서에 김남석 이승례 정상전 씨가 뽑혔다. 전각 특선은 이은정 씨, 문인화 특선은 강대순 권태복 신재안 이영숙 전장렬 씨, 캘리그라피 특선에 김미정 김예린 이지은 씨가 각각 수상했다.이강옥 운영위원장은 “서예 인구가 줄면서 출품 작품 수도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국서도민전만큼은 예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힌 뒤 “특히 2차 휘호 심사는 단순히 본인 확인 수준을 넘어서 출품작과 다른 서체를 보여줘야 하는 등 실력이 탄탄한 분을 수상자로 선정할 수 있어서 자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제46회 전국서도민전 입상 작품 전시는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7일간 부산시청 1·2·3 전시실에서 연다. 시상식은 전시 첫날인 4월 27일 오후 5시에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한편, 올해 심사는 류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류영희 김후분 정희금(한글) △장영호 곽정래 김승수 김승옥 김영희 김정희 손영숙 이경애 장민근(한문) △고창희 김석권 김준오 남중모(문인화) △장영호(소자·전각·서각) △김후분 임선유(캘리그라피) 초대작가가 맡았다.[제46회 전국서도민전] 입상자 명단▲대상: 김명희(한글)▲우수상: 김명희(한문 해서)▲우수상: 진소연(문인화)▲특별상: 정태겸(한문 전서) 우필선(한문 행초서) 황선영(캘리그라피)▲특선 △한글(4명)=남윤경 선백규 송유종 윤진영 △한문(7명)=박경옥 박진숙 송미숙(예서), 전용규(전서), 김남석 이승례 정상전(행초서) △전각(1명)=이은정 △문인화(5명)=강대순 권태복 신재안 이영숙 전장렬 △캘리그라피(3명)=김미정 김예린 이지은▲입선 △한글(44명)=강미숙 강미숙 고재봉 고재봉 구영순 김규리 김규리 김명희 김미희 김수연 김숙경 김여옥 김여옥 김재성 류미영 류미영 류미영 류필옥 박미숙 박미숙 박수련 손해영 송유종 심은희 윤진영 이경란 이명주 이명주 이석민 이석민 이은남 이청재 이현주 임응교 장상수 장상수 장혁진 정진문 정창동 진미리 최종희 최종희 최진운 최진운 △한문(해서 47명)=김경연 김남석 김미향 김보미 김영호 김은숙 김정우 김현수 김현우 김희정 박경옥 박무용 박연옥 박영민 박외숙 박재수 박정영 성 경 손경현 송미숙 우춘구 우필선 유봉재 윤세은 이규언 이수진 이승례 이윤환 이은정 이혜진 임정묵 임창남 장지혜 전한비 정미주 정성화 정윤숙 조병선 조형순 최근무 최기석 최봉주 최영민 표세환 하은정 한기선 홍종욱 △한문(예서 42명)=고수형 김명숙 김미향 김민주 김보미 김선영 김선화 김옥자 김정우 노은숙 박광서 박병열 박상필 박연옥 박영민 박외숙 박재수 박정영 박주섭 변경숙 안현미 옥기연 이윤환 이재우 이종순 이춘택 이해숙 임창남 장지혜 전민경 전정규 정미주 정태겸 조선희 최도경 표세환 한기선 한선희 한진규 황만도 이수진 최봉주 △한문(전서 16명)=고수형 김남석 김동국 김명숙 김모화 김미향 김영배 김영효 박경희 박주섭 우윤기 우윤진 유성순 윤세은 장예규 황만도 △한문(행초서 59명)=권재식 김명희 김성목 김영남 김영효 김옥자 김재성 김현수 남기송 노은숙 박경옥 박광서 박병열 박위자 박정영 박주섭 변경숙 서도영 서정숙 성 경 손현옥 송우진 심경숙 안명식 옥기연 우순자 유경율 유봉재 윤성철 이경훈 이근주 이성철 이윤환 이정란 이종찬 이해숙 이형두 장예규 전용규 정두남 정순만 정윤숙 조병선 조선희 조점주 차숙이 최도경 최말순 최상련 최숙점 최영민 최외희 최윤서 표세환 한진규 허 정 홍종욱 홍종희 황만도 △전각(2명)=김현희 박선주 △소자(3명)=박미숙 장혁진 허병수 △서각(6명)=강수근 김종채 김종채 박건욱 박건욱 장성희 △문인화(71명)=강원자 강을석 강향재 강향재 권을미 권을미 김문생 김미연 김미정 김병호 김소정 김수진 김수진 김숙경 김옥자 김옥자 김종선 남근식 류지우 류지우 박복자 박복자 박은희 박재옥 박재옥 박재형 박희운 서선자 서선자 설진희 설진희 손옥경 손옥경 송윤순 신재안 오영순 오재석 옥은숙 옥은숙 우순자 유소자 유충호 유충호 윤은숙 이명주 이명주 이명주 이수복 이승희 이승희 이영애 이옥경 이옥경 이윤두 이윤두 임향연 장영주 장지선 장지선 전일수 전장렬 정미향 정미향 제정군 조예록 진소연 차은영 최동순 최상련 허 종 황 경 △캘리그라피(29명)=김경호 김경호 김명희 김미정 김예린 김유나 김희경 김희경 김희경 김희정 남 현 남 현 박다혜 박미영 박숙경 배명화 배시진 서혜숙 안옥경 오도영 유수정 윤영화 이경희 이지은 정미선 최화자 허영미 황선영 황선영※총입상작 : 345점※이름 중복 표기는 출품작 복수 입상에 따른 것임.
‘깊이를 마주하다’… 조성진 협연으로 막 오른 통영국제음악제
2026년 통영국제음악제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무대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전석 매진으로 출발한 개막 공연에서 관객들은 공연 내내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27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 I’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포문을 여는 무대였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시작된 국내 대표 음악제다.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은숙 예술감독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는 “전쟁 등으로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음악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이 같은 경험이 쌓여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깊이를 마주하다(Face the Depth)’라는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진 예술감독은 “매년 다른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음악제는 유럽에서도 드문 사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 ‘DG 스테이지 플러스(DG STAGE+)’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카네기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주요 공연장과 음악제를 위주로 연주 실황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통영국제음악제가 포함되며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공연은 전석 매진 속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는 첫 곡으로 윤이상의 ‘예악’을 선보였다. 1966년 작곡된 이 작품은 종묘제례악의 구조와 분위기를 서양 현대 관현악 기법으로 재해석한 대규모 관현악곡이다. 이날 공연도 전통 타악기 ‘박’의 울림으로 시작돼 동서양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이어 조성진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를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등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그는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연주를 마친 뒤 앙코르 곡까지 선보이며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장식했다. 무대에 오른 90여 명의 단원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사운드와 로버트슨의 나는 듯한 격정적인 지휘가 어우러지며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오는 30일에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으며, 이 역시 전석 매진됐다. 같은 날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리사이틀도 열린다. 통영국제음악제는 5일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TFO,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의 협연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환율 고공행진’에 한은 지난해 순이익 역대 최대
지난해 한국은행이 1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외환매매 이익과 유가증권 매매 이익 및 유가증권 이자를 중심으로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급증했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의 당기순이익(세후)은 15조 3275억 원이다. 전년(7조 8189억 원)보다 배에 가까운 7조 5086억 원 증가한 규모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2021년 기록인 7조 8638억 원을 배 가까이 넘어섰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환율과 금리 변동이다. 한은 자산 대부분은 외화 채권과 주식으로 구성돼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 환율이 오르며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수익이 대폭 늘었다. 특히 연말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과정에서 발생한 외환매매익이 결정적이었다. 시장 개입 당시 매도와 매입 환율 차이가 컸던 점이 수익으로 연결됐다. 구체적으로 유가증권이자와 매매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조 6449억 원, 9조 5051억 원 증가했다. 외환매매익도 6조 3194억 원 늘었다. 반면 총비용은 12조 7544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 3663억 원 줄어들었다. 수익 규모가 커지며 국가 재정 기여도가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한은은 역대 최대치인 5조 4375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또 한은법에 따라 이익금의 30%인 4조 5982억 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쌓았다. 232억원의 임의적립금을 제외한 10조 7050억 원은 정부 세입으로 냈다. 이번 수익은 향후 정부의 대외 정책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재원으로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은 측은 실제 가용 재원은 손실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와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보]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것은 최돈미 시인이 번역해 2023년 출간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제목 'Phantom Pain Wing)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매년 영어로 출판된 최우수 도서를 선정해 소설, 논픽션, 전기, 자서전, 시, 비평 등 6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미국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평론가들이 엄격한 잣대로 분야별 최고 도서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퓰리처상 및 전미도서상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 이준호 '세계디자인수도' 부산 홍보대사 위촉
부산시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홍보대사로 배우 겸 가수 이준호 씨를 위촉했다고 27일 밝혔다. 위촉식은 이날 오후 3시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리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협정식에서 개최된다. 이준호 홍보대사는 월드비전 홍보대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고 '모두를 포용하는 도시,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이라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주제를 전달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시는 밝혔다. 이준호 홍보대사는 "홍보대사로 위촉돼 매우 뜻깊다"며 "부산의 매력과 디자인의 가능성을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홍보대사는 WDC 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홍보 영상, 시민 참여 캠페인, 국제행사 연계 프로그램, 포스터·쇼트폼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어르신 이어주는 노인교구 ‘마음의 영양소’ 아시나요?
이 모(87) 씨는 지난해 연말 10년도 넘게 돌보던 아내를 요양원에 보냈다. 대신 집과 멀지 않은 요양원에 있는 아내를 보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면회하러 간다. 하지만 지극정성의 이 씨도 인지가 거의 없는 상태의 부인과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동안에는 주로 예전 사진을 가지고 가서 이야기를 건넸다. 어느 날부터 아내는 지겨워졌는지 사진을 보지 않으려 했다. 이 씨는 궁여지책으로 장난감을 구해서 들고 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 장난감이 팔순의 노인과 잘 맞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아이는 미래지향적이고, 노인은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가족 면회를 하러 가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인지력이 떨어진 노인과의 소통을 도와줄 뭔가가 없을까. ■요양원에도 봄은 찾아오고 부산 남구 그랜드자연요양병원은 입원 노인들에게 ‘노인교구’로 수업한다고 했다. 아직 세상에 낯선 노인교구가 궁금해서 찾아갔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성 노인 8명이 휠체어를 타고 모였다. “안 오려고 하다가 당신 보고 싶어서 왔다.” “당신 나이가 몇 살이고? 88세면 나보다 한 살 적네. 한 살이나 두 살 차이면 친구 아이가.” 낯이 익은 분들 사이에서 반가운 인사가 오고 갔다. 마스카라를 예쁘게 하고 온 분도 있었다. “오늘이 며칠인가요?” 하혜연 노인교구 지도사는 날짜를 물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의외로 대답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 인지 능력 중 시간, 장소, 사람을 인식하는 능력을 지남력(指南力)이라고 한다. 인지 기능이 약해질 때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가장 먼저 손상되기 때문이다. 몸풀기 체조로 볼 돌리기부터 시작했다. 손에 힘이 있어야 밥도 잘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은 노인교구 중 ‘세상이야기’로 수업하는 날이었다. 세상이야기는 반원 모양의 크기가 다른 8개 원목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 개를 모으니 원이 된다. 하 지도사의 말에 따라 세상이야기를 만지고, 개수를 확인하고, 눕히고, 세우고, 뒤집었다. 쌓고, 배열하고, 곡선을 만들어 이었다. 세상이야기는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과 다리로도 변신했다. 노인들은 교구를 가지고 놀 줄 알았다. 순간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각자가 머리를 써야 하니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앞사람과 짝지를 해서 서로 상대의 얼굴을 만들라고 했다. 얼굴이라면 눈, 코, 입, 귀가 있어야 한다. “반원 모양의 원목 8개로 얼굴을 어떻게 만들라고….” 지켜보던 기자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반면에 이미 교구가 손에 익은 노인들은 거침이 없었다. 이내 활짝 웃는 얼굴이 여기저기서 탄생했다. 어디선가 “내 눈이 왜 짝짝이고”라며 타박이 터져 나왔다. “교구가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라고 설명해도, “나는 코를 오뚝하니 예쁘게 만들었는데 저게 뭐꼬”라며 불만이다. 아예 자기 교구까지 건네면서 새로 만들어 달라니 난감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아얀 그때 꿈을~.” 이 상황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노래 ‘얼굴’이었다. 치매가 진행되더라도 노래는 가장 마지막까지 뇌에 남는 아주 특별한 기억 중 하나라고 한다. 가족의 이름은 잊어도 젊은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와 멜로디는 기억한다는 사실이 신비하면서도 슬프다. 수업은 자기 얼굴 만들기 순서로 이어졌다. 누가 누가 예쁘게 만드나 경쟁하는 초집중 시간이었다. 다 만든 뒤에는 칭찬하기다. “OOO야, 이만하면 예쁘다”, “한국에서 안 빠진다”, “복스럽고 예쁘고 좋다”, “이 중에서 제일 예쁘다”…. 하 지도사는 “어르신들,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열심히 잘사셨다.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하면서 안아 주라”라고 말했다. 여전히 예쁜 자신에게 꽃다발도 만들어 선사했다. 어느덧 수업을 마칠 시간이다. 같이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는지 묻자, ‘나의 살던 고향(고향의 봄)’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봄이다. 비록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요양병원에도 울긋불긋 봄이 오고 있었다. 그랜드자연요양병원은 일주일에 한 번 노인교구 수업을 한다. 이날 모인 분 중에는 귀가 잘 안 들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분도 있었다. 일반 경로당에 가면 노인교구를 이용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단다. 그랜드자연요양병원 이지영 팀장은 “지금은 잘하시지만 처음에는 낯설어서 손도 못 대던 분들도 있었다. 그냥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교구로 수업을 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1~2주 전에 있었던 일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래서 노인교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산이 개발한 노인교구 전국구로 노인에게 놀이와 보드게임이 보급되고 있지만 노인교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노인 교육이 아직 제대로 된 교육 과정으로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 연제구에 있는 노인생활과학연구소(소장 한동희)가 개발한 노인교구 ‘마음의 영양소’는 이 분야의 선구자다. 일선 현장에 도입된지 벌써 10년이 넘고, 지난해까지 총 600명 이상의 노인교구 지도사를 배출했다. 노인교구 ‘마음의 영양소’는 균형의자 이야기, 담벼락 이야기Ⅰ·Ⅱ, 바느질 이야기Ⅰ·Ⅱ, 자석한글 이야기, 자석숫자 이야기, 세상이야기, 칠자 이야기, 마음의 영양소 볼 등 총 10가지로 구성되었다. 교구는 건강한 노인부터 치매 노인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건강한 노인은 치매 예방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치매 노인은 교구를 통해 치매 상태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처음에는 교구를 거부해도 호기심으로 만지고 뭔가를 만들어 자신의 세계를 설명하고, 이야기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교구의 이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인에게 마음의 영양소를 공급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산에서 만들어진 노인교구는 꾸준한 지도사 배출로 부·울·경, 대구·경북, 서울·경기 지역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액티브에이징혁신센터(ACAI)에서 소개되어 관심을 모았고, 일본과 태국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노인이 많은 도시 부산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노인교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11일 노인생활과학연구소에서 열린 노인교구 ‘마음의 영양소’ 지도사 발대식은 특별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전국 최초로 배출하는 노인교구 지도사들이기 때문이었다. 신중년 일자리 사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이상적인 ‘노노(老老)케어’의 모습이었다. 이날 새롭게 지도사가 된 18명은 모두 연제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이었다. 3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면접에 합격한 뒤 40일가량 교육을 이수하고 지도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것이었다. 이들은 보수가 많지 않지만, 사회에 봉사하는 일자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노인을 가까이 해보지 않아 그동안 노인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지만 사실 노인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교사 출신의 김진휘 씨는 “교구로 실습을 하며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처음엔 노인교구가 단순한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서 얘기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잘 만든 도구였다”라고 말했다. 또 김미옥 씨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놀다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교구를 배우며 스스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덜 알려진 노인교구를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지만,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장한다. 노인 한 분 한 분에게 찾아가서 손을 잡아주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도록 돕는 것이 어떤 보약보다도 귀한 처방이다. 여러분이 이웃과 마을을 지키는 그런 모형을 만들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경주 대릉원 봄나들이] 천년 왕릉, 이 고요… 흐드러진 목련인들 어찌하랴
봄이 북상하고 있다. 꽃들이 봄 소식을 먼저 전한다. 섬진강 일대에는 매화가 꽃을 피워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고, 전남 구례에서는 노란 산수유꽃들이 봄 풍경을 만들고 있다. 화려함 보다는 차분함을 전해주는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 나면 봄의 자리는 화려한 벚꽃이 차지한다. 벚꽃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시간만 다를 뿐 전국 어디서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왕릉과 벚꽃의 만남. 경주 대릉원돌담길의 벚꽃 길을 다녀왔다. ■경주 대릉원돌담길에 찾아온 봄 기운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대릉원은 ‘천마의 영혼을 담은 언덕’으로 불리는 곳으로 경주 왕릉의 대표적인 고분군이다. 40만㎡(12만 평) 규모의 대지에 크고 작은 봉분만 23기에 이른다. 대릉원 전체를 둘러볼 생각으로 차량으로 대릉원 외곽을 돌았다. 이게 뭔가? 대릉원돌담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나무에 아직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다.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양 앙상한 가지만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나무에는 꽃망울이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화려한 벚꽃은 아니었다. 봄 소식이 남쪽에서 시작됐지만 아직 이곳까지 도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대릉원돌담길 축제(4월 3~5일)도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연기돼 있었다. 실망감은 잠시, 대릉원돌담길은 자체만으로도 고즈넉하고 좋았다. 벚꽃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 돌담길은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기에 충분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명상하듯 걷는 돌담길이 심연으로 이끌었다. 차들이 간간이 지나며 고요를 깨뜨리기도 했지만, 걱정할 게 없다. 축제 기간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화려한 벚꽃이 만개하며 흩날리는 대릉원돌담길은 생각만으로도 황홀했다. 특히 야간에 조명 아래의 벚꽃은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대릉원 담장 안은 또 다른 풍경이다. 들어서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반긴다. 포근함이 전해진다. 왕릉도 분명 무덤인데, 마을 뒷동산 같다. 누렇게 변한 봉분 잔디와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 다정하고 편안하다.포토존 이정표가 보인다. 따라봤더니 목련 포토존이다. 반가웠다. 벚꽃 대신 목련이라니. 완만한 곡선의 고분 사이에 풍성하게 핀 목련이 우아함을 자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목련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았다. 목련 포토존 인근에는 노란 산수유도 간간이 볼 수 있다. 때를 잘 맞추면 풍성한 목련과 사랑스런 산수유, 화려한 벚꽃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주의 대표적인 봄 축제인 ‘대릉원돌담길 축제’ 때는 벚꽃의 절경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 체험, 먹거리 등이 가득하다. 마임과 댄스, 서커스 등 다양한 거리예술은 물론 매일 밤 벚꽃 터널을 화려하게 수놓는 ‘벚꽃라이트’, 아이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떠나 함께 놀이를 즐겨볼 수 있는 ‘도로 위 놀이터’ 등이 마련된다. ■가장 핫한 젊음의 거리, 황리단길 대릉원 인근에는 경주에서 가장 핫한 젊음의 거리인 황리단길이 있다. 황리단길은 경주의 황남동과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합쳐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내남사거리 대릉원 서쪽 담에서 황남초등학교 사거리까지 약 1km의 구간 양쪽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1960~19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다. 8년 만에 찾은 황리단길은 많이 변해 있었다. 활기가 넘쳤다. 점포 수가 늘어났고, 다양해졌다. 예전에도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캐리커처, 기념품 가게, 심지어 타로 업소들도 여럿 보였다. ‘1978년 개업’이라고 버젓이 적어 놓은 문구 가게는 그대로였고,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린 흑백사진 전문관도 아직 성업 중이다. 이곳 가게들은 예나 지금이나 외관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개성이 넘쳐났다. 과거와 현재, 복고와 유행의 묘한 배합이 곳곳에 묻어 있다. 평일인데도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 황리단길을 찾았다.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국 전통 음식인 육회 비빔밥을 먹으며 연신 땀을 닦아내는 외국인이 친근하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김밥을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그리 낯설지 않다. 기와집을 개조한 카페 마당에 가족들이 봄 햇살을 맞으며 편안한 한때를 즐기는 모습은 유럽의 어느 거리 풍경보다 인상적이다. 황리단길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0년 전쯤이다. 상인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릉원 등 경주의 역사 유적지 사진을 소개하며 황리단길을 알렸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경주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봉분 내부 개방된 금관총과 오아르미술관 황리단길의 시작지점 중 하나인 내남사거리에서 북쪽 맞은 편 노서동 고분군에 가면 금관총이 보인다. 경주 왕릉을 볼 때마다 옛 신라 사람들은 어떻게 커다란 왕릉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무덤의 내부를 직접 관람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았다. 금관총은 신라 이사지왕의 무덤이다. 신라시대 유물의 대표 격인 금관이 최초로 발견되면서 ‘금관총’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서는 금관총 금관을 비롯해 금제 관식, 금제 허리띠 등 유물 4만여 점이 출토됐다. 1921년 일제의 최초 발굴 이후 2015년 3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재발굴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무덤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보존전시공간을 마련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금관총 안으로 들어가니 당시 이사지왕이 묻혔던 형태와 봉분을 쌓아 올린 방법까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금관총은 돌무지덧널무덤 형태다. 관이 묻힐 자리를 잡은 뒤 커다란 통나무를 서로 엮어 빼대(덧널)를 만든 뒤 사람이 안아 옮길 수 있는 크기의 돌로 틈새를 메운 뒤 흙으로 덮는 형태였다. 돌들이 나무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10m 이상 높이의 봉분이 견고해진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며 금관총을 나오니 신기한 미술관이 보인다. 오아르미술관이다. 1년 전 경주 출신의 개인 컬렉터 김문호 관장이 2005년부터 수집한 개인 소장품 약 600점을 가지고 설립한 사립 미술관이다. 미술관 외곽 정면 창(가로 30m, 세로 12m)으로 고분군 풍경이 사진처럼 반사돼 보인다. 미술관이 고분을 품은 듯한 모습이다. 미술관 안에서 밖을 내다 봐도 마찬가지다. 창틀 없이 유리로만 만들어진 유리창은 고분군을 액자에 넣고 가둔다. 미술관 전시품에다 고분군의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오아르미술관은 개관 1주년을 맞아 ‘오아르미술관, 경주에 스며들다’란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제46회 전국서도민전] “다양한 한글 서체 매력 전하고 싶어요!”
“글이 많이 부족한데 대상으로 뽑아 주셔서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지도해 주신 석하 한현숙 선생님께서 한글을 쓰면 ‘옥원중회연’(玉鴛重會緣, 옥원듕회연)은 꼭 써 봐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시작했는데 좋은 성과가 난 것 같습니다. 석하 선생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외유내강의 품격을 표현한 궁체 정자(正字)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옥원중회연’ 정자로 제46회 전국서도민전(이하 서도민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명희 씨는 2차 휘호 심사가 끝났는데도 계속 떨린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상 수상작은 궁체 고문 정자에서 나왔지만, 김 씨는 한글 판본체 ‘산 넘어 남촌에는’도 함께 출품했다. “처음 서예를 시작했을 때는 한자도 썼어요. 3, 4년 정도 했으려나 한자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한글이 정말 예쁘다 싶었어요. 정자, 반흘림, 진흘림, 흘림, 봉서, 판본체 등 다양한 한글 서체를 연습하며 한글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요. 옛날 걸 알아간다는 재미도 커요. 2차 현장 휘호 심사는 1차 출품작과는 다른 서체를 써야 하는 서도민전 규정으로 현장 시제 중 노천명의 ‘푸른 오월’을 선택해 제가 좋아하는 흘림으로 쓰긴 했지만, 너무 떨어서 실력 발휘를 못 했다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뻐요.” 그는 2015년 어느 날 사상구청에서 열린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씨의 강연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를 듣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취미나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서예를 떠올렸고, 이후 엄궁동 주민센터에 개설된 ‘서예 교실’에 등록하면서 서예 인생을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다. 춘당 이황우 선생을 사사하다 지금은 석하 선생한테 배우고 있다. “10년 넘도록 부산여성문화회관(학장동 소재)에서 서예 수업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정규반으로 시작해 숙련반을 거쳤고, 3년 전쯤 예술단까지 올라왔어요. 타고난 소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예를 시작한 뒤로는 심심할 겨를이 없어요. 늘 ‘숙제’를 해야 하고, 대회가 잡히면 연습 또 연습에 매진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니까요. 이번 수상작도 1편을 쓰기 위해 무려 4시간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김 씨는 (사)한국서가협회 부산지부가 주최하는 부산서예전람회에선 특선 4회, 입선 4회로 지난해 초대작가가 되었다. 서도민전은 재작년 처음으로 도전장을 냈는데 첫해는 ‘입선’이었고, 지난해 재도전에서 또다시 ‘입선’이었는데 3년 만에 대상을 거머쥐었다. “입선을 2회 하고 곧바로 대상을 받아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서도민전은 초대작가가 되려면 특선을 포함해 총점 12점을 받거나 특선 없이 15점을 득해야 하는데, 이제 7점(대상 5점, 입선 각 1점)을 받았으니 열심히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서도민전에서도 꼭 초대작가가 되어 ‘졸업’하고 싶습니다.”
2026년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의 영광은 한글 부문 김명희 씨에게 돌아갔다. 한글 부문 대상은 2021년 41회 이후 5년 만이다. 부산일보사(사장 손영신)와 (사)한국서도예술협회(회장 이강옥)가 공동 주최하는 제46회 전국서도민전 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이강옥)는 25일 2차 휘호 심사를 마친 현장에서 한글 부문 김명희 씨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상은 김명희(한문 해서)·진소연(문인화) 씨, 특별상은 정태겸(한문 전서)·우필선(한문 행초서)·황선영(캘리그라피) 씨가 각각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는 상금 500만 원, 우수상과 특별상은 각 100만 원이 수여된다. 제46회 전국서도민전에는 모두 454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출품작은 부문별로 해서 64점, 예서 59점, 전서 24점, 행초서 84점, 한글 63점, 문인화 101점, 소자 3점, 전각 3점, 서각 6점, 캘리그라피 47점이었다. 이 중 345점이 입상했다. 전국서도민전 심사위원단은 지난 23일 1차 심사를 거쳐, 25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2차 현장 휘호 심사를 진행했다. 2차 휘호 심사는 명제를 추첨했다. 한글과 캘리그라피 명제는 △정호승의 ‘이 시를 가슴에 품는다’ △노천명의 ‘푸른 오월’ △양광모의 ‘마음 꽃’, 한문 명제는 △이규보의 하일즉사(夏日卽事) △이제현의 어기만조(漁磯晩釣), 문인화 명제는 △사군자에 제시한 화제 글로 제시됐다. 전국서도민전 류영희 심사위원장은 “46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전국서도민전이 1차는 점수제로, 2차는 현장 휘호 심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대상 수상작 ‘옥원중회연’(玉鴛重會緣, 옥원듕회연)은 궁체 고문 정자 로 쓴 작품으로 장법이 정확하고 자음과 모음의 조화가 잘 어울리며 세로획이 단정하고 골라 기초가 아주 단단하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문 해서 우수상 수상작 ‘왕유시 종남별업’(王維詩 終南別業)은 “결구와 획 기본이 잘돼 있고, 획이 힘차고 먹도 아주 맑고 깨끗하게 잘 처리했을 뿐 아니라 북위해서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문인화 우수상 수상작 ‘청매’는 “구도와 짜임새, 먹의 농묵이 잘 처리된 작품으로 여백의 활용이 좋고 화제 또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됐다. 특선은 한글 부문에 남윤경 선백규 송유종 윤진영 씨가 선정됐다. 한문 부분은 예서에 박경옥 박진숙 송미숙 씨, 전서에 전용규 씨, 행초서에 김남석 이승례 정상전 씨가 뽑혔다. 전각 특선은 이은정 씨, 문인화 특선은 강대순 권태복 신재안 이영숙 전장렬 씨, 캘리그라피 특선에 김미정 김예린 이지은 씨가 각각 수상했다. 이강옥 운영위원장은 “서예 인구가 줄면서 출품 작품 수도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국서도민전만큼은 예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힌 뒤 “특히 2차 휘호 심사는 단순히 본인 확인 수준을 넘어서 출품작과 다른 서체를 보여줘야 하는 등 실력이 탄탄한 분을 수상자로 선정할 수 있어서 자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제46회 전국서도민전 입상 작품 전시는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7일간 부산시청 1·2·3 전시실에서 연다. 시상식은 전시 첫날인 4월 27일 오후 5시에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심사는 류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류영희 김후분 정희금(한글) △장영호 곽정래 김승수 김승옥 김영희 김정희 손영숙 이경애 장민근(한문) △고창희 김석권 김준오 남중모(문인화) △장영호(소자·전각·서각) △김후분 임선유(캘리그라피) 초대작가가 맡았다. [제46회 전국서도민전] 입상자 명단 ▲대상: 김명희(한글) ▲우수상: 김명희(한문 해서) ▲우수상: 진소연(문인화) ▲특별상: 정태겸(한문 전서) 우필선(한문 행초서) 황선영(캘리그라피) ▲특선 △한글(4명)=남윤경 선백규 송유종 윤진영 △한문(7명)=박경옥 박진숙 송미숙(예서), 전용규(전서), 김남석 이승례 정상전(행초서) △전각(1명)=이은정 △문인화(5명)=강대순 권태복 신재안 이영숙 전장렬 △캘리그라피(3명)=김미정 김예린 이지은 ▲입선 △한글(44명)=강미숙 강미숙 고재봉 고재봉 구영순 김규리 김규리 김명희 김미희 김수연 김숙경 김여옥 김여옥 김재성 류미영 류미영 류미영 류필옥 박미숙 박미숙 박수련 손해영 송유종 심은희 윤진영 이경란 이명주 이명주 이석민 이석민 이은남 이청재 이현주 임응교 장상수 장상수 장혁진 정진문 정창동 진미리 최종희 최종희 최진운 최진운 △한문(해서 47명)=김경연 김남석 김미향 김보미 김영호 김은숙 김정우 김현수 김현우 김희정 박경옥 박무용 박연옥 박영민 박외숙 박재수 박정영 성 경 손경현 송미숙 우춘구 우필선 유봉재 윤세은 이규언 이수진 이승례 이윤환 이은정 이혜진 임정묵 임창남 장지혜 전한비 정미주 정성화 정윤숙 조병선 조형순 최근무 최기석 최봉주 최영민 표세환 하은정 한기선 홍종욱 △한문(예서 42명)=고수형 김명숙 김미향 김민주 김보미 김선영 김선화 김옥자 김정우 노은숙 박광서 박병열 박상필 박연옥 박영민 박외숙 박재수 박정영 박주섭 변경숙 안현미 옥기연 이윤환 이재우 이종순 이춘택 이해숙 임창남 장지혜 전민경 전정규 정미주 정태겸 조선희 최도경 표세환 한기선 한선희 한진규 황만도 이수진 최봉주 △한문(전서 16명)=고수형 김남석 김동국 김명숙 김모화 김미향 김영배 김영효 박경희 박주섭 우윤기 우윤진 유성순 윤세은 장예규 황만도 △한문(행초서 59명)=권재식 김명희 김성목 김영남 김영효 김옥자 김재성 김현수 남기송 노은숙 박경옥 박광서 박병열 박위자 박정영 박주섭 변경숙 서도영 서정숙 성 경 손현옥 송우진 심경숙 안명식 옥기연 우순자 유경율 유봉재 윤성철 이경훈 이근주 이성철 이윤환 이정란 이종찬 이해숙 이형두 장예규 전용규 정두남 정순만 정윤숙 조병선 조선희 조점주 차숙이 최도경 최말순 최상련 최숙점 최영민 최외희 최윤서 표세환 한진규 허 정 홍종욱 홍종희 황만도 △전각(2명)=김현희 박선주 △소자(3명)=박미숙 장혁진 허병수 △서각(6명)=강수근 김종채 김종채 박건욱 박건욱 장성희 △문인화(71명)=강원자 강을석 강향재 강향재 권을미 권을미 김문생 김미연 김미정 김병호 김소정 김수진 김수진 김숙경 김옥자 김옥자 김종선 남근식 류지우 류지우 박복자 박복자 박은희 박재옥 박재옥 박재형 박희운 서선자 서선자 설진희 설진희 손옥경 손옥경 송윤순 신재안 오영순 오재석 옥은숙 옥은숙 우순자 유소자 유충호 유충호 윤은숙 이명주 이명주 이명주 이수복 이승희 이승희 이영애 이옥경 이옥경 이윤두 이윤두 임향연 장영주 장지선 장지선 전일수 전장렬 정미향 정미향 제정군 조예록 진소연 차은영 최동순 최상련 허 종 황 경 △캘리그라피(29명)=김경호 김경호 김명희 김미정 김예린 김유나 김희경 김희경 김희경 김희정 남 현 남 현 박다혜 박미영 박숙경 배명화 배시진 서혜숙 안옥경 오도영 유수정 윤영화 이경희 이지은 정미선 최화자 허영미 황선영 황선영 ※총입상작 : 345점 ※이름 중복 표기는 출품작 복수 입상에 따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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