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존재 떠나보낸 모든 생명에 위로와 희망을…"
부산의 고등학생 2명이 쓴 동화책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소재로 쓴 동화책 <맑음이>다. 지난 2일 저자 현로아·양현수 양을 만났다.“나는 맑음이! 특기는 ‘기다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듯 얌전히 자리 잡고 앉아 해맑게 웃는 강아지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견주인 희망이가 손바닥을 내미는 걸 보고 기다리면, 아빠는 소시지를 주고 엄마는 등을 쓰다듬어 준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맑음이다.“얼른 와야 해! 여기 있을게.”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는 노란 가방을 메고 가족 여행을 나선다. 비행기를 타야 해서 함께 갈 수 없지만, 금방 다녀올 거라며 손바닥을 내밀어 기다리라고 말한다. 맑음이는 희망이 내복 위에 웅크리고 누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며칠이나 지나도 희망이네 가족의 귀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책 출간의 시작은 제주항공 참사로 견주 가족이 모두 떠난 뒤 집에 홀로 남아 그들을 기다리는 ‘푸딩이’ 사연을 접하면서였다. 여객기 사고 소식에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둘은 강아지 ‘푸딩이’ 시점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 둘 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둘은 출간 비용을 마련하려 인터넷에 펀딩사이트를 개설하고 자신들의 구상을 알렸다. 가수인 현수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수와진과 팬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원더박스)와도 인연이 닿았다.8월께 내려던 구상과 달리 책은 연말이 돼서야 세상에 나왔다. 각각 고2, 고3 학생으로 학업이 우선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고와 그림을 수정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글과 그림 모두 처음 구상과 많이 바뀌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우리 생각이 좀 투박하기도 하고 과한 표현도 많았던 거 같다”라고 말한 둘은 길어진 출간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기간이라고 입을 모았다.로아 양은 “처음엔 많은 얘기를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힘을 빼면서도 견주인 희망이가 (어떤 모습으로든)늘 맑음이 가까이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현수 양도 “간결한 선과 여백, 그리고 색감으로 가족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강아지의 입장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림은 강아지가 구분할 수 있는 파랑과 노랑으로만 그렸다.둘은 책이 나온 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저자로 초대받아 사인도 하고, 대형 서점에 진열된 자신들의 책을 찾아보는 등 ‘작가 경험’을 살짝 즐기기도 했다. 로아 양과 현수 양의 학교에서도 책을 전시해 주는 등 관심과 부러움이 섞인 응원을 받았다. 아무리 의욕이 많다고 해도 10대에 책을 낼 결심을 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들이 용기를 낸 배경에는 스스로 개척해 온 궤적들이 있다.중학교 때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일기에 표현하기 시작한 로아 양은 고등학교(부산진여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힘을 쏟았다.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그는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시를 쓰는 작가의 길을 걸으려 한다. 그림을 맡은 현수 양은 큐레이터를 꿈꾸는 예비 미술학도. 입시용 그림 그리기가 싫어 예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성모여고)에 진학했지만, 2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전시회를 연 화가이기도 하다.얼마 전 제주항공 사고 1주년을 가슴 아프게 보냈다는 둘은 <맑음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닿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쓴 책이지만, 소중한 이를 가슴 아프게 떠나보낸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미안해하며 힘들어할 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고 맑게 개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어요.” 책 제목을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푸딩이’ 대신 ‘맑음이’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재범, 가요계 은퇴 선언…40주년 전국투어 끝으로 마침표
가수 임재범이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가요계에서 은퇴한다. 5일 소속사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임재범은 현재 진행 중인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를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난다. 그는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많은 시간을 두고 고민해 왔다”며 “제 모든 것을 불사르고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을 때 내려오는 것이 팬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지금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해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1986년 밴드 시나위 1집으로 데뷔한 임재범은 특유의 거칠고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솔로 전향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며 록발라드 전성기를 이끈 존재로 평가받아 왔다. 임재범은 은퇴 결심과 관련해 “40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며 “은퇴 발표에 팬들이 너무 놀라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제가 떠나더라도 다른 모든 음악 하는 분들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남아있는 40주년 전국투어 마지막 무대들에서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과 남아있는 힘과 마음을 여러분께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재범은 지난해 11월 대구를 시작으로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공연은 오는 17~18일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리며 이후 5월까지 부산, 수원, 고양, 광주 등에서 전국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임재범은 현재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 4’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민 배우’ 안성기 별세… 부산국제영화제와도 인연
한국 영화계의 중심을 지켜온 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안성기는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쓰려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대중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안성기는 여섯 살 때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1957) 아역으로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부친 안화영 씨가 김 감독과 친구였던 인연이 연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약 70편에서 주로 개구쟁이 역할을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찍은 ‘젊은 느티나무’(1968)를 끝으로 10년 정도 활동을 멈췄다. 이후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뒤, 영화 기획 일을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계몽영화 ‘병사와 아가씨’(1977) 조연을 하며 다시 배우가 됐다. 훗날 그는 복귀 무렵을 술회하며 “기왕 하는 거 평생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다짐을 지켰다. 본격적인 배우의 길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1980)’로 시작했다. 1950년대에 출발해 2020년대를 아우르는 그의 출연작은 180여 편이 넘는다. 원본이 유실된 작품까지 합하면 약 200편으로 추정된다.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칠수와 만수’(1988)’ ‘개그맨’(1988) ‘하얀 전쟁’(1992) ‘투캅스’(1993) ‘태백산맥’(1994) ‘실미도’(2003) ‘라디오 스타’(2006) 등 수많은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다 . 안성기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1997년에는 BIFF 재정난 해소를 위해 차인표, 김혜수, 신현준, 최지우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의류 CF에 출연해 출연료를 영화제에 기부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으로 영화제 운영에 참여했고, 2005년부터는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는 영화제의 자율성과 관객의 선택을 강조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항암 치료 중에도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영화인 자녀 장학사업,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일정에 힘껏 참석했다. 병마의 위기를 넘기고 나서는 “환자들이 친구처럼 다가왔다”며 치료 중이던 강남성모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치료를 이어갔고, 투병 중에도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 등에 출연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오소영 씨와 장남 다빈 씨, 차남 필립 씨가 있다.
AI로 복원한 사랑도 현실의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재)부산문화회관의 2026년 기획공연이 시작된다. 첫 공연은 오는 16~17일 열리는 연극 ‘시뮬라시옹’이다. 배경은 자율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근미래인 2035년.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선욱’이 AI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아내 상아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상아 님을 AI 기술로 복원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전상아 님의 디지털 기기가 있다면 저와 연결해 주십시오.” 테마파크 어트랙션 엔지니어인 선욱은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가상현실 재현 프로그램 ‘시뮬라시옹’을 통해 AI 상아를 만난다. 부재했던 그녀의 존재를 경험하며 시뮬라시옹은 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다. 그러나 데이터러닝으로 점점 더 실제화되는 AI 상아를 통해 선욱은 복원하려 하지 않았던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연극 ‘시뮬라시옹’은 눈앞 현실로 다가오는 인공지능 일상화 시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람은 복제할 수 있어도 감정의 공유까지 복원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아내를 복제했지만, 그와의 사랑까지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연극 '시뮬라시옹'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는 극장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창작공장 콤마엔드가 제작한 ‘시뮬라시옹’은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워크맨' 등에서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최양현 작가와 이태린 연출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송철호(선욱), 신사랑(상아), 유연, 안창현, 임지영, 송예준 등이 무대에 선다. ‘시뮬라시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과 대학로극장 ‘쿼드’의 2025년 쿼드초이스 ‘재연을 부탁해’ 선정작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기술과 감정의 경계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 “SF적 상상력이 인간의 감정으로 귀결되는 보기 드문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62회 동아연극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관객들은 특히 천장과 조명 등을 활용해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는 후기를 많이 남겼다. 연극 ‘시뮬라시옹’의 첫 지방 무대인 부산 공연은 오는 16일(오후 7시 30분)과 17일(오후 3시) 두 차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전석 5만 원으로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해수부 임직원 포함 부산시민 20% 할인 혜택이 있다. 예매 부산시민회관 홈페이지. 문의 051-607-6000.
부산의 고등학생 2명이 쓴 동화책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소재로 쓴 동화책 <맑음이>다. 지난 2일 저자 현로아·양현수 양을 만났다. “나는 맑음이! 특기는 ‘기다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듯 얌전히 자리 잡고 앉아 해맑게 웃는 강아지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견주인 희망이가 손바닥을 내미는 걸 보고 기다리면, 아빠는 소시지를 주고 엄마는 등을 쓰다듬어 준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맑음이다. “얼른 와야 해! 여기 있을게.”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는 노란 가방을 메고 가족 여행을 나선다. 비행기를 타야 해서 함께 갈 수 없지만, 금방 다녀올 거라며 손바닥을 내밀어 기다리라고 말한다. 맑음이는 희망이 내복 위에 웅크리고 누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며칠이나 지나도 희망이네 가족의 귀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책 출간의 시작은 제주항공 참사로 견주 가족이 모두 떠난 뒤 집에 홀로 남아 그들을 기다리는 ‘푸딩이’ 사연을 접하면서였다. 여객기 사고 소식에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둘은 강아지 ‘푸딩이’ 시점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 둘 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둘은 출간 비용을 마련하려 인터넷에 펀딩사이트를 개설하고 자신들의 구상을 알렸다. 가수인 현수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수와진과 팬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원더박스)와도 인연이 닿았다. 8월께 내려던 구상과 달리 책은 연말이 돼서야 세상에 나왔다. 각각 고2, 고3 학생으로 학업이 우선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고와 그림을 수정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글과 그림 모두 처음 구상과 많이 바뀌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우리 생각이 좀 투박하기도 하고 과한 표현도 많았던 거 같다”라고 말한 둘은 길어진 출간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기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아 양은 “처음엔 많은 얘기를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힘을 빼면서도 견주인 희망이가 (어떤 모습으로든)늘 맑음이 가까이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현수 양도 “간결한 선과 여백, 그리고 색감으로 가족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강아지의 입장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림은 강아지가 구분할 수 있는 파랑과 노랑으로만 그렸다. 둘은 책이 나온 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저자로 초대받아 사인도 하고, 대형 서점에 진열된 자신들의 책을 찾아보는 등 ‘작가 경험’을 살짝 즐기기도 했다. 로아 양과 현수 양의 학교에서도 책을 전시해 주는 등 관심과 부러움이 섞인 응원을 받았다. 아무리 의욕이 많다고 해도 10대에 책을 낼 결심을 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들이 용기를 낸 배경에는 스스로 개척해 온 궤적들이 있다. 중학교 때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일기에 표현하기 시작한 로아 양은 고등학교(부산진여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힘을 쏟았다.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그는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시를 쓰는 작가의 길을 걸으려 한다. 그림을 맡은 현수 양은 큐레이터를 꿈꾸는 예비 미술학도. 입시용 그림 그리기가 싫어 예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성모여고)에 진학했지만, 2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전시회를 연 화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제주항공 사고 1주년을 가슴 아프게 보냈다는 둘은 <맑음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닿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쓴 책이지만, 소중한 이를 가슴 아프게 떠나보낸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미안해하며 힘들어할 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고 맑게 개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어요.” 책 제목을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푸딩이’ 대신 ‘맑음이’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각 장인’ 남정구의 예술 세계를 만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전각은 참 생소한 분야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연령대가 높아져도 전각은 대중적인 예술은 아닌 듯싶다. 이런 시대에 서각, 현판, 인장을 모두 아우른 운경 남정구 예술 세계를 회고하는 작품집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타계 37년 만에 선생의 자손들이 뜻을 모아 낸 책으로 선생의 모든 작품 사진과 평론, 당시 전시회 리플릿 등이 담겼다. 남정구 선생의 아들인 남선광 씨는 “생전에 지인분들도 한두 분씩 떠나시고 기억이 희미해짐에 따라 더 이상 회고집을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아 2년 전 자식끼리 뜻을 모아 책을 내기로 했다. 막상 시작하려니 지식도 얕고 관련 자료와 정보가 부족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소개했다. <구름에 밭 갈듯 새기다>라는 작품집은 예술사적이나 문화사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경남 산청 출신인 남정구 작가는 1960~80년대 부산, 대구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고, 개인전을 11회 열었다. 경주 불국사, 부산 충렬사 등 주요 사적지와 사찰에 수많은 현판 작품을 남겨 아직도 남 작가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각은 나무나 석재, 금속, 보석에 서화를 새겨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예술로 다른 말로 칼로 쓴 글씨라는 뜻에서 ‘도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각 역사는 추사 김정희를 시작으로 우선 이상적, 위창 오세창, 운여 김광업으로 이어졌으며 남정구 작가의 스승이 바로 운여 김광업이다. 그래서 남 작가의 전각은 추사 김정희로부터 내려오는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통성을 이어받았지만, 남 작가의 전각은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양맹준 전 부산시문화재위원장·부산박물관장은 “그동안 궁중, 민간 현판은 바탕 마감을 편평하게 처리해 왔지만, 운경은 편액과 판각에 파도 무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유려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해준다”고 평가했다. 김동환 문화평론가도 “평생 자연과 한 몸으로 살아온 예술가이며 변화무쌍한 자유로움과 조형예술의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 기존 화단의 흐름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운경의 작품 세계는 새롭게 평가되어야 하며 미술사적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책 제작은 운경 자제들과 양맹준 전 부산시 문화재위원장, 김부한 전 부산시 문화재 국장, 정경주 전 경성대 교수, 동진숙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장, 이현주 부산시 문화유산 위원 등이 힘을 보탰다. 비매품으로 전국 국공립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
한일 오가는 크루즈 여객선에서 즐기는 신년음악회
부산의 클래식 공연 기획사인 ‘부산문화’가 새해 첫 무대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 위에서 즐기는 ‘선상 음악회’로 준비했다. 부산문화는 오는 11~12일 두 차례에 걸쳐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운행하는 크루즈 여객선 팬스타 미라클호에서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무대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 성악가 테너 김준연과 소프라노 박현진, 김은희가 출연하여 한국가곡,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명곡을 노래한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국내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준연은 가곡 ‘뱃노래’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등을 부른다. 부산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다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객원 솔리스트로 뛰었던 박현진은 가곡 ‘내 맘의 강물’, 오페라 '라 보엠'의 ‘내가 거리에 나가면’ 등을 열창한다. 이탈리아 국립음악원과 독일 함부르크 시립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김은희는 가곡 ‘꽃 구름 속에’와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지난해 취항한 팬스타 미라클호는 VIP라운지를 겸한 공연장과 조깅 트랙, 야외 수영장 등 5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승객 정원은 355명이다. 김현겸 팬스타 회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실력 있는 성악가들과 함께 새해를 맞아 배 위에서 멋진 무대를 펼치게 됐다”며 “언제 어디서든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5일 월요일(음력 11월 17일)
2026년 1월 5일 월요일 박청화 철학원 (음력11월17일) 051-863-8306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위험이 따르는 실천보다 경험자의 도움을 받음이 좋을 듯. 84년생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은 인정하고 옳은 일은 실행해야. 72년생 역지사지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60년생 내 것이 아니라도 내 손을 거쳐야 할 금전이 많을 수도. 48년생 분배 문제는 정확히 해야 이득을 볼 수 있다. 36년생 여유와 적당한 양보가 필요한 날.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매사 박력이 넘치는 하루. 85년생 동료와 나눈 정보를 잘 살펴라. 흥미로운 결과가. 73년생 외부내빈이라 남 보기만 좋아 보인다. 61년생 휴식이나 편안히 쉴 수 있는 기회가 따르니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49년생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듯. 37년생 식복이 있는 날이니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을 수.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기회는 이어지니 또 다시 힘을 내야. 86년생 발 빠른 행동에 앞서 신중히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 74년생 부부사이에 인생관 차이가 나니 마음이 답답할 뿐. 62년생 속마음과 달리 행동이 나와 걱정. 주의가 필요한 날. 50년생 아랫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38년생 금전 운이 좋으니 매사가 즐거운 날.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이상도 좋지만 실현가능한 일을 꿈꾸는 것이. 87년생 친한 친구 사이라도 비밀 이야기는 주의하는 것이. 75년생 지나친 자존심은 시비를 가져올 수도. 63년생 재물의 단속이 있어야 할 듯. 궁리보다는 실천의 미덕을. 51년생 귀인이 나타나도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보아야. 39년생 어른으로서 경륜과 지혜를 보여주기도.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너무 강한 고집을 세우면 도리어 고생이다. 88년생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으니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쓸 것. 76년생 계획된 것을 차근차근 준비하면 새 일도 감당될 듯. 64년생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에 시달릴 수도. 52년생 사람이든 일이든 편견 없이 대해야. 40년생 정보를 이용한다면 작은 행운을 잡을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 하니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어야. 89년생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으니 마음을 비우는 것이 나을 듯. 77년생 마음이 싱숭생숭, 늦바람을 조심. 65년생 얻어먹는 자리인 줄 알았더니 돈은 내 지갑에서. 53년생 동반자와 갈등이 해소되는 양명한 운. 41년생 어른 대접받고 즐거운 일이 생길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약속을 잘 지키고 신용 관리는 철저히 해야. 90년생 의식주 투자는 좋으나 금전이 묶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78년생 바쁘게 움직여라. 결과가 좋을 것이다. 66년생 직선적인 말보다는 부드러운 한마디가 통함을. 54년생 성급한 마음 때문에 놓치는 실수를 대비해야. 42년생 음식물 주의. 소화불량을 주의해야.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해야 좋을 듯. 91년생 먹는 즐거움을 뒤로 하고 운동으로 관리를. 79년생 금전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양이라. 67년생 유비무환의 자세를 명심할 것. 매사에 신중과 조심을. 55년생 남 좋은 일 시키고 실속은 다소 박할 수도. 43년생 의심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확인해 보아라.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약속이 늦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라. 92년생 더디더라도 해야 할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듯. 80년생 불행인 줄 알았던 일이 행복으로 전환되기도. 68년생 자기 힘에 부치는 일을 무리해서 하지 말고 협조를 구할 것을. 56년생 요행을 바랬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44년생 필요 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해결 못할 고민은 말라. 책 속에서 길을 찾는 날. 93년생 동기간의 신뢰가 우선이 될 듯. 81년생 남의 일로 바쁜 날. 즐겁게 도와주어라. 69년생 많이 들어오고 또 나가는 날이니 일희일비하기도. 57년생 번잡하고 시끄러운 것은 피해야. 조용히 내실을 기를 때. 45년생 감정의 기복이 있더라도 잘 챙겨 먹어야. 금전-△ 애정-○ 건강-△ 개 06년생 마음의 동요로 안정이 안 되니 스스로 다스려라. 94년생 대인 관계에 있어서 관계 발전을 위한 계기가 생길 수 있을 듯. 82년생 능력이 돋보이는 날. 자랑할 일이 생기기도. 70년생 새로운 일에 대한 뜻을 세워보기도. 58년생 집안에 경사가 있고 문서 운도 길한 편. 46년생 마음의 감동이 오는 쪽으로 움직여 보라.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낙담하지 마라. 반전의 기회이다. 83년생 스스로 성실하면 화를 입어도 오히려 복이 되는 것을. 71년생 포기할 때 다시 주어지는 행운을 맛보게 될 듯. 59년생 구관이 명관이니 옛것을 그리워하기도. 47년생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새 단장하면 기분도 새로워질 듯. 35년생 콩 한 쪽이라도 나누는 마음으로. 금전-△ 애정-○ 건강-◎
'다문화'라는 말 속에 똬리 튼 경계와 배척
제주에 사는 ‘나’와 아버지는 북카자흐스탄에서 관광 온 고려인 재종숙 부부를 반나절 동안 안내하기로 한다. 촌수로 따지자면 남이나 다름없지만 아버지는 그들 또한 ‘괸당’이니 잘 대접해야 한다고 말한다. 괸당은 집성촌이 발달한 제주의 끈끈하고 촘촘하게 결속된 친인척 관계를 뜻하는 방언이다. 실제로 ‘나’의 괸당들은 고려인 강제 이주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아픔을 매개로 재종숙 부부와 정을 나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재종숙 부부가 제 부친의 뼈를 고향 땅인 제주에 묻고자 노동 비자를 얻으러 왔다고 고백함과 동시에 괸당들은 그들을 경계 너머로 배척한다.(성해나 작가의 ‘괸당’) ‘왜 우리는 누군가에겐 관대하면서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매정해질 수밖에 없는지’를 묻는 단편 소설 6편을 묶은 소설집 <경계 없는 소설>에 실린 작품 중 하나다. 책에 수록된 6편은 모두 우리 경계 밖의 낯선 곳, 낯선 이와 만나는 이야기들이다. 조해진 작가의 ‘문주’는 해외로 입양된 주인공 ‘문주’가 다큐멘터리 촬영 요청을 받고 한국에 머물면서 자기 이름의 뿌리를 찾으려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김다은 작가의 ‘내 이름은 프리’는 한국에 사는 ‘나’와 미국에서 여행 온 ‘변’이 언어 장벽과 숨기고 있는 아픔으로 소통하지 못하다가, 조각 작품을 함께 만들며 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이환 작가의 ‘고양이의 마음’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우후루에 내전이 벌어지면서 주인공 ‘장 사장’이 귀국을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한소은 작가의 ‘국경’은 여섯 명의 사람이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려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버스 뒷좌석 좁은 비밀 공간에 숨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이 잘 그려졌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은 조선족 전춘화 작가의 ‘블링블링 오 여사’였다. 한국에서 소설가가 되려는 딸을 위해 느지막이 한국으로 이주해 간병인으로 일하는 조선족 오봉선의 일상을 그린 소설이다. 2003년 호밀밭에서 나온 작가의 첫 소설집 <야버즈>에 수록됐다. 야버즈는 오리의 목에 붙어 있는 고기로 중국에서는 친숙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베이징오리구이와 달리 생경하기만 하다. 전춘화의 소설은 야버즈처럼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 조선족의 자리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웃의 자리로 옮겨 놓은 작품이다. 이처럼 소설집 <경계 없는 소설>에 실린 여섯 작품에는 제목과 달리 우리 사회 곳곳에 그어진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이런 결속력이 때로는 높고 배타적인 벽으로 작용한다. 책은 그런 벽을 넘나들어야 하는 이들과 낯선 곳에서 새 터전을 일구는 존재들, 그리고 뿌리를 찾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와 ‘다문화’라는 말의 의미를 되묻는다.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열네 번째로 묶인 이 책은 경기도 안산시의 학교에서 다문화 업무를 하는 한 교사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단순히 이질적인 문화의 물리적 공존을 뜻하는지, 누구의 관점에서 이질적인지, 이질적이라는 말에 혹여 일방적인 의미가 내포된 건 아닌지, 그리고 다문화를 교육한다는 건 어떤 형태로 가능한지 등을 고민하던 인근 지역 교사 다섯이 뜻을 같이했다. 여섯 명의 교사는 다문화 교육이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거나 공존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차이에 고정 관념을 갖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문화적으로 공감하는 능력과 태도인 ‘다문화 감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곧이어 이들은 다문화 감수성을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소설을 찾아 여러 차례 토의를 거쳐 여섯 편을 선정했다. 작품들은 각각 다른 시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단행본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다. 출간을 허락한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힌 창비교육 관계자는 “이 책이 ‘진짜 ‘우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성해나 조해진 김다은 전춘화 김이환 한소은 지음/창비교육/216쪽/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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