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실버 라운드’, 스마트 스윙으로 시작하자
김재현 인천대 상임감사·전 대한체육회마케팅위원장
김재현, 인천대 상임감사 2024.01.02 부산일보DB
부산은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3%다. 거의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특히 영도구와 서구 등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돼 도시 활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노년층 건강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전략적 복지 설계가 시급하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어르신 건강을 지키면서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스마트 복지 모델을 구축하면 부산은 전국이 주목하는 고령친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핵심은 파크골프다.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생활체육인 파크골프는 60대 이상이 주로 즐기며 건강 복지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 지형과 날씨 때문에 야외 운동시설 접근성이 낮다. 이를 해결할 전천후 실내 스포츠, 스크린 파크골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설치가 경제적이고, 세대 간 교류와 디지털 학습까지 가능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부산시는 올해 사회복지시설 유휴 공간 활용 공모사업을 통해 몰운대·해운대 종합사회복지관과 남구장애인복지관 3곳을 선정했다. 이들 시설은 이미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열고 주민 대상 교육·동아리, 건강관리 프로그램, 장애인 친화형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21일 '해운대 스크린파크골프센터'(3타석)를, 남구장애인복지관은 지난달 17일 장애인 친화형 골프장(2타석)을 열었다.
다른 지방 사례도 찾을 수 있다. 경남 하동군은 전통시장 빈 점포를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바꿔 방문객을 30% 이상 늘렸고, 충북 제천시는 공실을 생활체육 거점으로 전환해 하루 100명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강원 화천군은 파크골프 인프라 하나로 연간 30만 명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다.
부산 원도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실 점포, 복지관과 주민센터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면 적은 예산으로 어르신 건강, 지역 상권 회복, 커뮤니티 재생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석삼조 효과다. 부산시는 '언제나 편안하고 활기찬 노인 행복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세대 통합형 고령친화 도시 조성에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노인 인식 개선과 세대 간 화합을 위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스크린 파크골프와 같은 스마트 체육 인프라를 결합하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어르신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부산이 만들어야 할 것은 단순한 체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세대와 세대가 교차하며 활력을 나누는 부산형 실버 라운드가 필요하다. 유휴 공간을 활용한 스크린 파크골프 보급은 그 출발점이며, 부산이 준비해야 할 스마트 스윙, 미래 복지의 첫 티샷이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 이 문장은 어르신의 행복한 한 번의 스윙에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