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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직원 평가의 본질…납득 가능한 평가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곧 4분기, 2025년을 돌아보고, 조직과 개인에 대한 회고와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부산 지역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대표님들과 인사담당자들은 또 다시 '평가'라는 숙제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 늘 구성원의 불만과 논란에 직면하게 될까?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제도를 설계하지만, 정작 보상 시즌만 되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오늘은 그 본질적인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평가,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나는 25년 동안 인사 업무를 하며 삼성, SAP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평가와 보상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마주했다. 심지어 최고의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이들 기업조차 평가의 난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평가와 보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의 문제이고, 둘째는 운영 단계에서의 문제이다. 설계는 대표와 인사의 책임 영역이며, 운영은 실제 평가를 수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리더의 책임 영역이다.
우리는 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라는 목표에 집착한다. 그러나 평가 제도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완벽한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제 우리는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용성, 즉 납득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진정으로 좋은 평가는 피평가자가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평가이다. 보상 시즌마다 뒷말이 무성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에 대한 리더의 평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피드백 수용성이 낮아지는 걸까? 이는 리더가 인지하는 구성원의 성과와 구성원 스스로 인지하는 성과 간의 불일치, 즉 서로 간의 인지 부조화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바로 평가 운영단계의 문제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인지 부조화는 리더가 잘못 전달했거나, 구성원이 잘못 이해했거나, 또는 둘 다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경험상, 리더가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는 리더가 몰라서 또는 어려워서 제대로 피드백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인간적인 선의나 어려움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경우의 결과값은 똑같다. 결국, 리더와 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구성원 입장에서 납득 가능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첫째, 평가 주기를 짧게 가져가 즉각적이고 주기적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분기 단위 목표 설정 및 리뷰가 확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과거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하는 대신, 최근의 성과를 명확하게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리더가 피드백을 주기가 훨씬 용이하며, 구성원 또한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인지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리더는 싫은 소리라도 할 말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선하고 약한 마음에 싫은 소리를 회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리더에게나 구성원에게나 독이 된다. 구성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 간의 다른 이해를 막기 위해 피드백 내용을 기록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중요해 진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나아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셋째, 보상과 연계된 상대적 평가의 현실을 인정하고 구성원의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보상을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리더는 평가 과정에서부터 구성원의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잘한 부분은 확실히 인정하고 격려하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개선을 위한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위치와 보상의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평가의 본질은 객관적인 점수 부여나 등급 매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견인하는 데 있다. 납득 가능한 평가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사팀보다는 리더에게 있다. 그래서, 인사팀은 리더가 이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코칭하는 역할로 변해야 한다.
4분기 평가와 보상의 준비 시즌을 맞아, 부산의 모든 기업들이 형식적인 평가를 넘어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평가 문화를 정착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2025-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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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샷초동맹’이 던지는 교훈…지방대학 연합과 혁신
1866년. 일본의 근대화를 연 주춧돌 하나가 놓였다. 그 이름은 ‘샷초동맹(薩長同盟)’. 당시 일본의 유력 번(藩)이었던 사쓰마(薩摩)와 조슈(長州)가 손을 맞잡은 이 동맹은 도쿠가와 막부라는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기폭제가 됐다.
사적 이해와 정치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쓰마와 조슈는 일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동의 위기의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이들의 연대는 단순한 정치적 동맹이 아닌 과감한 자기혁신과 체제 해체를 동반한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결단이었다.
158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지방대학은 똑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과연 이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아니면 해체 수준의 수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 최근 정부는 “지방대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며 구조적 개혁과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무기력하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외 지역대학 상당수는 존폐 기로에 섰고 몇몇은 이미 문을 닫았다. 이제는 본질을 묻고 답할 시간이다. 샷초동맹처럼 우리는 우리 시대의 ‘유신’을 준비하고 있는가?
샷초동맹의 핵심은 ‘위기 앞에 비상한 연대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사쓰마와 조슈는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념적 차이도 컸다. 그러나 ‘도쿠가와 체제’라는 공통의 장벽을 넘기 위해 연합을 택했다. 오늘날 우리 지방대학의 모습은 이와 정반대다. 지방대 간의 연합이나 협업은커녕 오히려 정원 경쟁, 지원금 경쟁, 지역 인재 쟁탈전으로 서로를 깎아내리고 있다.
지방대학을 살릴 외부적 전략은 분명 존재한다. 지역산업과의 연계 강화,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 확대, 지역대학 출신 의무 채용제 도입, 국가 차원의 예산 집중 투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샷초동맹이 단순히 정치적 타협이 아니었듯, 외부의 물적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내부의 자발적 변화, 혁신 의지다.
조슈는 유신 이전 이미 ‘하구 번정 개혁’을 통해 낡은 사무라이 체제를 혁파하고 신분제를 완화하며 서양의 군사·교육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했다. 사쓰마 또한 서양과 교역을 확대하고 군제 개편을 단행하며 국제 감각을 갖춘 인재를 길러냈다. 그 결과 당시 ‘지역 소국’에 불과하던 이들은 일본 전체를 바꿀 중심축이 됐다.
우리 지역대학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여전히 내부 혁신은 더디고 변화를 주도할 리더십도 부족하다. 지역산업과 연계한 실질적 교육은 드물고 지역 주민과 소통도 거의 없다. 학생들은 지방대에 들어왔다가 다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할 방법만 찾는다. 이런 구조 속에선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
해법은 혁신이다. 교원시스템을 새로 짜고 수업 방식을 전면 개편하며 지역과 함께하는 ‘사회적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동시에 각 대학은 서로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인식하고 샷초동맹식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내 대학이 뭉쳐 공동학위제를 도입하고 강의와 인력을 교류하며,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실질적인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변화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대학에 대해선 서울대 수준의 전폭적 투자를 하고 변화 없이 낡은 구조만 유지하려는 대학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 효과와 지속 가능성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그 자체로 거대한 국가 전략이다. 단지 명문대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인재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분산되고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출발은 오늘의 지방대 위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리는 것이다. 샷초동맹은 불가능해 보였던 연합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 결단’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정부·지역사회 등의 새로운 동맹. 실용을 위한 타협이 아닌 혁신을 위한 연합이 요구된다. 모든 구조적 변화는 한순간에 온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연합과 혁신’으로 시작됐다.
2025-09-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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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수도 부산 25년, 미래 25년은 ‘해양AI 부산’
올해는 ‘해양수도 부산’ 선언 2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지난 25년간 부산시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선·해운·항만·물류·해양 기자재 등 해양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집적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해양산업 중심지이자 동북아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2024년 기준 부산항은 총 244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며 세계 6~7위 규모를 기록했고, 환적 물동량은 1350만TEU로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 이는 부산이 단순한 국내 항만 도시를 넘어, 글로벌 해양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한다.
또한 부산은 500여 개의 중소 선박 건조, 수리기업과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이 밀집한 국내 최대 조선해양산업 집적지이다. 울산과 거제가 대형 선박 건조 중심지라면, 부산은 중소형 선박 건조와 기자재 산업, 항만 운영, 물류 서비스 등 해양 밸류 체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개발, 생산, 물류, 교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부산의 산업 생태계는 ‘해양산업 복합 허브’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또 해수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산학연 해양클러스터 생태계를 조성해 해양 중심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부산은 이와함께 물류와 금융, 첨단산업, 관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물류와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금융특구 지정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해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해양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해양산업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조선, 자율운항 선박, 무인 항만, 빅데이터 기반 물류 최적화, AI 기반 해양 방산 기술 등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부는 ‘AI 3대 강국’을 국가 전략으로 선언하고, 산업과 공공 전반에 걸친 AI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은 해양과 AI, 두 분야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해양AI 도시’로의 전환은 지역 전략이자 국가 전략의 교차점에 놓여있다. 더불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이 아니라, 정책·산업·기술 삼중 거점이 부산으로 집결함으로써, 지역의 전략적 위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부산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해양산업과 AI 기술이 융합된 ‘해양AI’ 선도도시로의 전환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나 산업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부산 경제의 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전략이다. 특히 북극항로 확대 등 기후 및 지정학적 요인으로 해상 물류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부산은 AI와 해양산업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국제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라는 서열적 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주요 도시는 도시의 순위보다 고유한 기능과 미래 비전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상하이는 ‘아시아의 글로벌 금융 허브’, 오사카는 ‘물의 수도’(Aqua Metropolis), 함부르크는 ‘세계로 가는 관문’(Gateway to the World)이라 불린다. 도시의 정체성은 위계가 아닌 기능과 방향성에서 비롯된다.
해양수도 선언 25주년을 맞은 지금, 부산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다. 전통 산업과 혁신 기술이 만나는 이 전환의 시점에서, ‘해양AI 도시’로의 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AI·IT 산업 육성 전문기관으로서, 해양산업과 AI 기술을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부산의 이 도전이, 곧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다.
2025-09-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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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 혁신 중소기업도 ESG 경영에 관심을
어떤 결말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대공황은 극심한 부의 불평등과 시장의 비효율성이 초래한 결과였다. 당시 미국의 상위 1%가 국부의 60%를 차지했으며, 기업들은 단기적 경기 호황에 집중해 무분별한 과잉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소비는 생산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세계 경제는 붕괴했다. 이는 기업이 경제적 역할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오늘날 기업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단기 수익에만 몰두할 경우,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혁신 중소기업에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ISO 26000을 통해 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존중, 법치 존중, 국제 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의 7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ESG 경영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도 ESG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수출기업은 ESG 성과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투자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2020년 연례 서한에서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며, ESG 기반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 역시 ESG 경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1992년 리우 유엔기후변화협약부터 2015년 파리협정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위해 협력해왔다. 한국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대응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원부자재 사용 절감, 에너지 효율 향상, 폐기물 및 오염물질 배출 감소 등 환경 이슈를 기업 경영 전략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ESG 경영은 단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업 이사회는 ESG 안건을 정기적으로 상정하고, 심의 및 의결 과정을 통해 ESG 전략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ESG는 중소기업에게도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인텔과 IBM은 절전 기술을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고, 월마트는 포장 축소 및 배송 경로 최적화로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했다. 네슬레는 커피 생산지에 농업, 금융, 물류 기업을 유치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들의 ESG 실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중소 가구업체는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친환경 원목을 사용하고, 폐목재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역 혁신 중소기업 역시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ESG 경영을 도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친환경 소비자의 증가, ESG 평가의 기업 신용 및 정부 지원 연계 등 환경 변화는 ESG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 그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2025-09-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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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인도네시아 외교, 전환점에 서다
최근 며칠 사이 한-인도네시아 외교관계 지평에 지각 변동에 비유될 수 있는 대형 외교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는 지난 6월 중순께 한국에서 자카르타로 들어 오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TV 뉴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개최되고 있는 G7정상 회담에 참석해 서방 지도자들과 정상 외교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자카르타 숙소에 도착하여 현지 TV를 통해 프라보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G7회의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개최하고 있는 SPIEF 2025에 참석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의 단합을 논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물론, 프라보우 대통령이 참석 배경에 대해 "G7과 SPIEF 양쪽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SPIEF로부터 먼저 초청을 받아 참석한 것이니, 너무 비약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독립 후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노선을 견지해 온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가 참가한 G7과 대립관계에 있는 SPIEF에 참가한 사실"에 대해 우리 외교 당국은 배경 분석과 함께 향후 한-인도네시아 관계에 미칠 여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라보우 대통령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면에는 최근의 국제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친 측면과 함께 그의 담백한 퍼서낼리티(Personality)와 관계가 있다고 분석된다. 인도네시아와 종교 외교적으로 각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에 의해 1년 반에 걸친 무력 침공을 받아 5만여 명의 인명 희생을 겪고, 사회 인프라 대부분이 처참하게 파괴 당한 모습,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제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위를 이중잣대에 의한 심각한 반인도주의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독립 후 비동맹을 일관되게 시그니처 외교 기조로 유지해온 인도네시아가 어느 한 쪽 진영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한-인도네시아 관계의 하모니를 염원하는 필자가 우려하는 대목은, 양국 간 외교 관계 보다 경제 분야 협력에 미칠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외교 정책은 경제, 국방, 교육, 문화 정책보다 상위 개념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인도네시아가 중-러에 밀착할 경우, 우리와의 통상, 투자, 문화 등 분야에서 특히 우리의 자원외교, 방산 수출, 대형 국책건설 부문에서 이미 중국에 비해 열세인 상황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마 한-인도네시아 양국의 외교 노선의 차이점이 명백히 노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양국 지도자들이나, 학자들은 양국 외교 노선의 차이점을 인지하면서도 애써 외면해 온 측면도 있다. 드러내 놓고, 차이점을 얘기하면 우호 협력 분위기를 깰 것을 염려하여 의도적으로 그렇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를 포함해 최근에 목격된 외교적 상황들, 이를 테면 정상외교를 중시하는 프라보우 대통령이 동북아 3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패싱한 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정상 간 취임 축하 통화가 다른 아세안 나라들보다 지연된 점 등을 볼 때, 이제는 솔직히 차이점과 그 배경을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입장을 강구하며, 나아가 양국이 공통적으로 협력을 필요로 하는 통상, 투자, 관광, 문화, 교육, 인력 등 분야의 협력 강화에 보다 비중을 두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대통령 프라보우의 파워가 외교는 물론 통상 등 전 영역에 걸쳐 절대적인 점, 그의 퍼서낼리티가 매우 강한 점, 그가 국방장관 시절 우리나라와 불편한 현안들이 있었다는 점 등을 유념하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위기에 처한 양국 관계를 이끌어갈 차기 주인도네시아 공관장은 특별히 프라보우 정부 인사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사를 중용하길 바란다.
2025-08-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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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복지사의 길, 사회복지의 달에 돌아보다
요즘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와 금리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회복은 더디고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잦아지는 재난,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돌봄 공백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가장 먼저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한다. 특히 부산은 전국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장애인구의 증가, 1인 가구 확대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대에 최소한의 온기를 불어넣고, 무너지는 일상을 붙잡아 주는 존재가 바로 현장의 사회복지사가 아닐까. 부산에는 1만 5000여 명의 사회복지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뛰며,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사명감이며, 또한 책임이다.
9월은 사회복지의 달이고,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1999년 9월 7일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신인 생활보호법이 시혜적이고 단순보호 차원의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왔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을 개인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전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자립자활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공포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지정했다는 것은 사회복지가 소외된 계층과 소수의 뜻있는 사람들만의 관심사가 아닌 전 국민이 사회복지의 대상이 되며, 그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복지의 날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을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의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2011년 3월에 명문화하였다. 소위 ‘사회복지사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된 지 14년째이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사의 처우는 열악하다.
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헌신과 희생의 이데올로기와 민간 중심의 전달체계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 앞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책임을 다한 결과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의 연속이다.
부족한 인력을 증원하거나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무료노동을 강요받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확충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반복되는 계약 해지의 덫에 놓여있다.
또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임에도 5인 미만의 소규모시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기본적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임금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임금 인상만큼 사회복지사의 임금을 인상하지는 않고 있다.
고단하다. 여전히 날은 덥고, 갈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지역 깊숙이 스며들어 세상의 그늘진 곳을 밝히는 사회복지사의 남모를 수고와 헌신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근로환경은 언제쯤 조성될까? 고단한 ‘사회복지사의 길’이라는 여정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회복지사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뒷전이어야 할까?
2025-08-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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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hank You for the Movie, 영화로 이어지는 아시아 연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첫 학기 마지막 날, 교수는 아바의 곡 ‘Thank You for the Music’을 틀었다. 팍팍했던 수업과 과제를 버티며 지낸 학생들은 갑작스레 울려 퍼진 그 노래에 환호했고,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이 학교에는 흥미로운 전통이 하나 있다. 수업 전, 그리고 쉬는 시간, 각국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17개국에서 온 20명의 학생들이 돌아가며 자기 나라 음악을 소개한다. 필리핀의 비틀즈를 알게 되었고, 싱가포르와 홍콩 래퍼의 스웨그를 느꼈고,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선율과 현대 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곡에 매료되었다.
노래를 추천하는 친구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설렘이 서려 있었다. K-POP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전, ‘우리 음악도 해외에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하던 그 시절 우리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음악은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통로였다.
올해 3월, 부산 금련산 자락의 이 학교에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20명의 영화 인재들이 입학했다. 일본인 토모미와 몽골인 올길마는 무려 스무 살 차이가 나고,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 친구들은 누구보다도 절친이다. 미얀마에서 의학을 전공하다 영화로 진로를 바꾼 티파니, 베트남 갓 탤런트 톱4 출신의 가수 헤일리는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인기 배우 마노즈는 부산 거리를 걷다 자국 팬들에게 종종 사진 요청을 받고, 그때마다 환한 미소로 응해준다.
말레이시아 최대 미디어 기업 출신 렘, 네팔 최초 아이폰 장편 영화를 연출한 제이슨, 태국에서 영화 작가를 꿈꾸는 붐까지 각자의 이력과 열정을 품은 이들은 서로 경쟁자가 아닌 동료다. 여기에는 세대도, 국경도, 종교도, 정치도 없다. 오직 영화와 음악으로 연결된 우리만 있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영화산업은 지금, 커다란 격랑 속에 있다. OTT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기존 극장 중심의 산업은 침체에 빠진 반면, 콘텐츠 경쟁은 과열되었다. 제작비는 치솟고, 불확실성은 커졌으며, 대형 극장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한편에선 원천 IP를 확보하려는 전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국제공동제작이 아닐까? 아시아에는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정서에서 비롯된 무수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시선과 감각을 지닌 창작자들이 협업한다면, 그 결과물은 더 풍성하고 입체적인 서사를 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 공동제작은 제작비 분산을 통한 리스크 완화, 다양한 국가의 투자 유치, 그리고 보다 넓은 시장 접근이라는 현실적인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국제 공동제작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창작자 간의 협업뿐 아니라, 관련 제도와 정책의 지원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국가 및 지방 차원에서의 정책적 관심과 적절한 예산 지원이 조금씩 확대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동제작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법률·제도 정비와 아시아 각국의 환경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 양성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시민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국제 공동제작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은 아시아 각국과의 교류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 공동제작을 꾸준히 준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갖추어가고 있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서로 다른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얼마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던 갈등과 균열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새 대통령은 ‘통합’을 약속했다. 그리고 시대는 지금,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해’다. 그리고 영화는 그 이해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부산에서 시작된 특별한 배움의 여정은, 영화가 세대와 국경,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그리고 국제 공동제작은 어쩌면 산업적 선택을 넘어, 인류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Thank you for the movie.
2025-08-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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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회용품 사용 장면, 방송 금지해야
기후위기와 자원고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이러한 위협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의 편리함’이라는 명목 하에 사회적으로 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정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더 이상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노출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재활용을 독려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없애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방송, 유튜브,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는 출연자가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대화하거나, 플라스틱 생수병을 마시고, 배달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는 등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용기 등의 사용 장면이 아무 여과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이건 괜찮은 선택’, ‘당연한 일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이런 무의식적인 모방은 곧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일회용품 사용을 습관화시키는 시각적 사회 교육이 되고 만다. 이러한 잘못된 교육은 누구의 허락도 없이, 누구의 책임도 없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각적 영향력의 파급력은 이미 다른 사례에서도 입증되어 엄격한 법 적용을 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송법에서 음주, 흡연, 사행 행위 등 유해 행위의 노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흡연이나 음주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으며, 나올 경우 모자이크 블러 처리를 하거나 사전 안내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방송 매체에서 일회용품 노출 장면은 여전히 규제의 예외로 남아 있는가? 이제는 환경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일회용품 노출 제한’을 포함한 미디어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경고, 제작 지원 배제 등의 실질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기도 하다. 방송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단순한 오락이나 정보 전달을 넘어 시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사회적 도구다. 특히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은 ESG시민운동의 촉진자로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공영방송의 긍정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KBS의 다큐멘터리 ‘쓰레기 대란의 경고’는 해외에 수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을 집중 조명하여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이후 환경단체, 교육기관의 문의가 급증하고, 지역자치단체의 자원순환 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방송이 얼마나 강력한 사회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서울특별시 민영방송국인 TBS는 지역 카페와 협력하여 ‘일회용 컵 Zero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지역 사회의 참여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실천적 시민운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다.
이제 방송은 단순히 ‘보도하는 매체’를 넘어, 시민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이 ESG 실천의 본보기를 보이는 것은 제도와 문화를 동시에 바꾸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방송이 바뀌면 시민이 바뀌고, 시민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정부는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고, 방송은 실천의 본보기를 제시하며, 시민은 참여를 통해 행동으로 응답할 때 비로소 ‘일회용품 Zero 사회’는 실현이 가능하다.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당연한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동력은 바로 방송 매체와 시민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5-08-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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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MICE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
부산은 2016~2017년 UIA 국제회의 도시 순위에서 세계 10위권에 들며 글로벌 MICE 도시로 비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 회의와 전시회에만 기대며, 학회·협회 등 국제회의 유치를 사실상 놓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신규 MICE 행사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발성 행사로 종료되며, 부산 MICE 산업의 체계적 성장은 요원한 상태다. 이 같은 침체의 핵심은 전문가 그룹의 과점 구조와 혁신의 부재다. 소수 인사들이 장기간 MICE 산업을 주도하며 네트워크는 폐쇄 안정화되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트렌드 선도 기능은 사라졌다. 이러한 고착화된 구조 속에서 코로나 이후 급격히 변하는 글로벌 MICE 혁신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부산은 매년 1000명 이상의 관광·MICE 전공자를 배출하지만, 지역 산업은 여전히 영세하고, 중간관리자급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낮은 처우 탓에 지역업체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정부 공모사업에서 ‘끼리끼리’ 용역만 맡으며, 국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도 이를 실천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현장 실무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어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기획할 동기부여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MICE 산업에는 기회가 남아 있다. 세계는 다시 국제회의 확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탄소중립·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키워드가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첫째, 부산컨벤션뷰로와 벡스코의 핵심 보직을 단기 순환이 아닌 전문 경력자 중심의 장기보직제로 전환하고, 책임경영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전문성과 연속성 확보만이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비딩 경쟁력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둘째, 공공·산업·학계가 모두 참여하는 개방형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글로벌 기획자와 외부 전문가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그린MICE, 말레이시아 KLCC의 베뉴 혁신, 도쿄 마루노우치의 지역 MICE 사례는 개방형 협업이 실질 성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셋째, 부산 지역 대학과 MICE 산업체를 연계한 산학 인턴십과 채용 보조금, 경력 관리자 프로그램을 강화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고, 중간관리자급 전문 인력 확보와 유지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넷째, 벡스코에만 의존하던 행태를 벗어나 호텔·대학·문화공간 등을 활용한 다변화된 MICE 베뉴를 확보하고, 벡스코 3단계 확장과 함께 AI·메타버스 기반의 회의 인프라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다섯째, 부산만의 강점인 해양·영화·한류·IT를 활용한 주제형 국제회의와 ESG·그린MICE 콘텐츠를 기획해 지속가능하고 차별화된 행사 모델을 선도해야 한다. 특히 지역 문화와 연계한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 개발은 외국인 참가자의 체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부산 MICE 산업의 재도약은 단순히 산업 발전이 아니라, 지역 대학생들이 부산에서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커리어를 꿈꿀 수 있는 기회다. 이 기반 위에서 부산은 글로벌 MICE 허브 도시로 다시 우뚝 설 수 있다. 부산은 이미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부산 MICE 산업의 장밋빛 미래는 우리 모두가 선택하고 실천함으로써 현실이 된다.
2025-08-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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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난의 항구’ 부산, 난카이 대지진 준비해야 할 때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난카이 해곡 거대 지진’ 피해 시나리오는 가정이 아니라 예고된 미래다. 시즈오카현부터 미야자키현 앞바다까지 이어진 해구를 따라 발생할 초대형 지진은 규모 9.0에 달하며, 약 100~150년 주기로 반복돼 왔다.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 내 80% 확률로 이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피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직접 사망자는 최대 29만 8000명, 재해 관련 사망자는 5만 2000명에 이른다. 또 건물 235만 동이 붕괴되고 피난민은 무려 1230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토목학회는 경제적 피해가 1466조 엔(한화 약 1경 3800조 원)에 달하며, 피해 복구에는 약 22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충격이 결코 일본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난카이 해곡은 부산에서 불과 220km 떨어져 있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규슈 남부에서 가까운 부산은 가장 유력한 피난지 중 하나가 된다. 수십만 명의 생존자가 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는가? 지금까지 우리의 재난 대응은 대부분 단기적이며, 국내 중심의 수습에 그쳤다. 그러나 난카이 해곡 지진은 장기 이재민의 국제적 이동을 수반하는 초국경적 복합재난이다. 이제는 ‘국제 재난 대응체계’ 구축과 ‘장기 이재민 수용 전략’이 부산이라는 도시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부산은 김해공항과 부산항, KTX 등 접근성이 뛰어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더불어 도심에는 리모델링 가능한 빈집과 저이용 공공시설이 1만 8000채 이상 분포해 있다. 이 중 절반만 활용해도 약 2만 5000명, 전면 활용 시 5만 명 이상의 장기 체류자를 수용할 수 있다. 또 부산은 의료거점 도시로서 감염병 전문병원, 외상센터, 다언어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 등의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트라우마 회복과 감염병 대응 역량도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
가능성이 곧 준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에 작동하는 재난 완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첫째, 한일 간 조기경보 시스템과 UN 재난정보 공유시스템(API)을 확보해 신속한 정보 연계와 초동 대응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민·관 협력 체계를 정비하고, 재난 수습이 정치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평상시 도심 빈집과 차량숙박(차박) 가능 구역을 관리하고, 비상시 커뮤니티형 이재민 주거지로 전환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한편, 도시형 스마트팜을 연계한 자립형 회복 모델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수용성과 예산의 투명성이다. 재난 수용 기반은 일방적 행정이 아닌, 시민사회와의 공감과 참여 속에서 조율돼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일 공동 재난회복력 특별기금’ 조성을 제안한다. 빈집과 차량 기반 시설의 리모델링, 의료장비 확보, 재난심리 전문가 양성 등에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국제 NGO와 유엔기구의 참여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기반도 병행돼야 한다. ‘재난대피 및 국제 이재민 임시주거 지원 조례’ 제정과 함께,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한 ‘재난 임시비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등 일본 지자체와 부산·울산·경남 간 ‘지방정부 간 재난 협정’을 체결해 피난 경로, 인적 자원, 이송 체계 등을 사전 공유해야 한다. 김해공항과 부산항에는 ‘국제 인도지원 게이트’를 설치하고, 정례적인 한일 공동 훈련과 정보 공유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재난을 ‘국경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선언이며, 동북아 재난 거버넌스의 새 지평이 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부산은 수백만 피난민을 품은 ‘피난의 항구’였다. 다가올 초대형 재난 앞에서 부산은 ‘재난 회복과 연대의 항구’, ‘아시아의 재난 거점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2025-08-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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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영을 넘어, 다시 민주주의
작년 여름, 우리 대학 독서토론대회 도서로 민주주의 위기를 다룬 책을 제안했다. 책은 선정되지 않았지만, 그 제안은 교육 현장에서 민주주의 재건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무렵 나는 양당 정치에 대한 깊은 회의 속에서 진영 정당을 탈출해 제3지대 정치를 모색하고 있었다. 여당의 일방통행 폭정에 못지않게 야당의 팬덤 정치와 반민주적 작태 또한 시민으로서, 교육자로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겨울, 반헌법적인 12·3 계엄이 선포되었다. 의원들이 국회로 몰려들었고 시민들도 국회 밖에서 밤새 촛불을 밝혔다. 계엄은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빛의 혁명’,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의 승리인가. 내 눈에는 민주주의가 승리한 사건이 아니라, 양당의 극단적 진영정치, 반민주세력 끼리의 충돌이 빚어낸 정치 붕괴의 현장으로 보였다.
올해 4월 4일, 계엄 넉 달 만에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며칠 뒤 교수노조에서 ‘새로운 공화국을 향한 시국선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이 왔다. 나는 1987년 체제를 넘어 제7공화국을 수립해야 한다는 대의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첫째,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명시된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둘째, 야당을 민주주의 수호세력으로 상대 진영을 극우 폭동세력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분법적 시각이다. 셋째, 민주당 역시 헌정질서 파괴의 공범으로 민주주의 재건의 주체로 볼 수 없다.
그리고 다음의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첫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한 분명한 비판. 둘째, 대선 이전 공정한 재판과 선고 촉구. 셋째, 개헌안에 삼권분립, 헌재·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 명문화. 넷째, 다당제 실현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의회독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 물론 이 답신은 메아리 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이후 교수노조에서 탈퇴했다.
6월 3일,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대선 기간 나는 제3지대에서 독재국가의 탄생을 저지하고 제7공화국을 수립하기 위한 개헌 운동에 시민으로서 참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사법부 독립이 흔들리며, 언론통제와 입법 독주가 이어졌다. ‘정치 개입’ 프레임으로 대선 이후로 연기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은 6월 9일, 다시 무기한 연기되었다. 국민 63.9%가 대통령 당선 뒤에도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사법부가 권력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절대권력, 무소불위 독재국가가 현현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며, 나는 1987년 ‘독재 타도, 호헌 철폐’를 외치던 거리 한가운데 다시 내던져진 듯한 현기증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총칼도 군화도 없다. 그 대신, 더 정교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법과 제도를 무기 삼은 ‘합법적 탈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오염시키고 압살하고 있다. 더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민주주의 난장판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정치 효능감을 만끽하며 상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민주주의에 인사를 건넨다. 이 인사가 민주주의의 건재함을 기뻐하는 축사가 될지, 민주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고별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것은 거리에 다시 내던져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내 위대했던 역사를 기억한다. 주춤하는 개헌 논의를 다시 추진하면서 19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제7공화국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설계, 진짜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진영을 뛰어넘은 시민들의 성찰과 연대 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부디 시민들의 직시, 지혜, 용기, 그리고 힘찬 연대로 민주주의가 진영의 감옥에서 벗어나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안녕’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정한 ‘빛의 혁명’은 그제서야 완수될 수 있을 것이다.
2025-08-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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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심이 사라지면, 존재도 사라진다
부산에 발령받아 근무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가장 큰 변화라면, 나훈아의 ‘애인이 생겼어요’ 가사처럼 내 마음을 빼앗아간 새로운 존재가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 ‘소나무 분재’다. 이제는 감히, 소나무를 어떻게 다듬어야 멋진 분재로 키워낼 수 있을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초 황금연휴 동안 돌보지 못한 탓에, 부산에 두고 온 분재들 대부분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일부는 이미 운명을 달리했고, 몇 그루는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금요일 저녁이면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고, 서울 집에 있는 사랑스런 짝꿍이 기다리고 있어 보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 순간부터 내 관심은 오롯이 서울 아파트 베란다의 소나무 분재에 쏠린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이 맞는 건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건지, 부산에 있는 분재는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러다 월요일 새벽, 다시 부산행 열차에 오르면 그제야 비로소 부산 분재들이 떠오른다. 시든 가지와 마른 흙이 눈앞에 아른거릴 때쯤이면 늦었음을 깨닫는다. 관심이 멀어지면 존재조차 흐려지는 것, 그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 소소한 경험은, 우리가 소방안전관리자를 대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제도는 명목상 ‘있다’. 건물마다 지정되어 있고, 서류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건물 안에 ‘존재’하는 경우는 우리가 들어봄직한 건물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건물의 유령 소방관’이다. 관심이 멀어지면 존재조차 지워진다는 진리는, 분재만이 아니라 제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많은 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민간 자율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지 못하는가”라고…. 답은 이미 여러 연구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첫째, 한국 사회는 높은 법 의존성과 강한 정부 주도 성향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다. 둘째, 단기성과 위주 행정문화와 결과주의는 안전처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가치와 배치된다. 셋째, 기업과 개인은 아직도 안전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넷째, 안전을 신뢰가 아닌 통제로 접근하는 문화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간 자율 안전관리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첫째, 공공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으며, 둘째,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장기적인 시민의식 함양이 일관되게 이루어졌고, 셋째, 정부는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책임으로 위임하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넷째, 위반 시에는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 실효성을 담보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간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캠페인과 규제에만 의존해 왔다. 단기성과 중심의 홍보, 보여주기식 행사, 형식적인 서류상 교육이 반복된 결과는 자명하다. OECD의 안전의식 조사(2023)에 따르면 한국은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아무리 ‘캠페인’과 ‘홍보’를 해도, 자율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정책 설계에서도 유사한 오판이 반복된다. 마치 예비군 훈련을 애국심의 발로로 좋은 교육기관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설계하듯 말이다. 주지하듯 피교육자 입장에서 교육의 내실과 무관하게 ‘가까운 곳에서 빨리 끝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점을 간과하면, 정책은 늘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는 공허함에 그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에서는 CEO가 방문한다고 하면 일단 현장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현장 정리만 잘 되어도 사고 가능성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말처럼, 책임자가 직접 챙기는 현장은 그 자체로 달라진다. 한 언론에 따르면,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진이 안전관리에 발 벗고 나서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한다.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와 집행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소방안전관리자 제도 또한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효적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소방안전관리자는 단지 법에 명시된 존재가 아니라, 화재 예방과 화기 취급 감독, 피난 유도 등 현장의 위험을 감시하고 조율하는 실질적 책임자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야간, 주말, 휴일엔 관리자가 없고, 자위소방대 또한 실효성이 없다. 자율안전관리체계라는 이름 아래, 실상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제는 ‘소방안전관리자가 건물에 실제로 존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또 다른 규제를 만들자는 거냐고. 하지만 이는 ‘감독의 강화’가 아니라 ‘실질적 존재를 위한 조건 마련’이다. 건물의 크기와 위험도에 따라 법적으로 상주해야 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비용 부담은 감면·지원 등의 방식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진짜 책임지는 사람’이 그 공간 안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관심과 책임이 사라지면, 존재도 흐려진다. 건물의 안전 또한 마찬가지다. 소방안전관리자 제도는 이대로 방치되어선 안 된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을 때 손을 써야 한다. 그간 나의 부재와 어리숙함으로 운명을 달리한 소나무에게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
2025-08-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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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 대륙붕 협정 50년, 다시 해양주권을 묻다
지난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양국이 우호 동반자 관계를 다져온 이 해에, 동아시아 해양질서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바로 1978년 발효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2028년 종료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 협정은 제주도 동남방 약 8만 4000㎢에 달하는 대륙붕, 이른바 7광구를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이 구역은 양국의 주권적 권리가 중첩된 지역으로, 국제법상 '중첩 대륙붕' 개념이 적용된다. 그러나 해양법의 변화와 일본의 비협조로 인해 공동개발은 사실상 중단되었고, 협정의 유효기간 50년이 끝나는 2028년 이후 협정은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일 대륙붕 해양경계, 2028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한다면,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외교전이 시작된다. 이는 한일 간 해양경계획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재 국제법 흐름은 해양경계획정에 있어 '자연연장론'보다는 '등거리·중간선 원칙'을 우선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협정 종료 이후 이 지역에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준비를 해왔고, 한국은 자연연장론에 기반한 기존 주장을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륙붕 협정 종료로 동아시아 해양질서가 요동친다. 협정이 종료되면 해양경계 협상에 제3자인 중국이 본격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오키나와 해구까지 자국 대륙붕이 연장된다고 주장하며, 한일 공동개발구역 대부분에 대한 관할권을 요구할 태세다. 이미 동중국해에서 일방적 해양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며 해양 패권을 확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양 패권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일 간 해양경계 분쟁이 국제법정으로 가기 전, 정부는 외교적·법적 대응 방안을 세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중국 변수를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중국이 협정 종료 후 한중일 대륙붕에서 단독 탐사 및 개발을 추진할 경우, 동중국해는 새로운 갈등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협정은 끝나도 바다는 남는다. 지금이야말로 한일 관계와 우리의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첫째, 일본과의 조속한 협상을 통해 7광구의 공동개발 또는 경계획정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단독 개발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미중 해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및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지자체와 해양 산업계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부산 등 해양도시들은 7광구 개발에 대비한 해양과학기술 연구와 해양 인프라를 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석유·가스 개발, 해양에너지 활용을 위한 지역 기반 조성을 통해 협정 종료 이후의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다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해양주권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가적 이해가 걸린 이 사안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절실하다. 해양주권 수호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다.
2025년, 한일 해양분쟁의 신호탄이 울린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다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결코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종료는 끝이 아니라, 해양질서 재편의 시작이다. 동아시아 바다를 지키기 위한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25-08-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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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실이 아프다
최근 발생한 교실 폭행 사건을 접한 후 학교 교육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 교실에서 고3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해당 교사는 물론이고 현장의 교사들은 충격에도 속수무책이다.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한 것은 수업권과 학습권을 단숨에 침해받는 행위이며 학생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돌발행동으로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어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아 공교육의 붕괴를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다. 수업 중에 폰 게임을 하던 학생을 지도한 여교사를 폭행해도, 다른 학생들은 방관과 비웃음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이런 사태가 항상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가르치고 길들이지 않으면 인간도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출생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취학 전에 이미 아이는 인성과 도덕성이 형성되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와 역할이 무력화되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동시에 무너지는 건 바로 공교육의 붕괴이다.
인성은 가정에서 시작하여 학교에서 다듬어져야 한다. 가정에서 우선 인성과 품성이 길러지고 훈육되지 않으면 사회에서, 학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설사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SNS에 정제되지 않은 영상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의 실상이 너무나 놀랍고 충격 그 자체이다. 교육의 영역 밖 상황이라 논쟁거리로 삼지도 못하며 이에 성인들의 반응도 예상 밖이다.
가정은 아이가 규칙과 공동체를 경험하는 최초의 사회이다. 공동체 의식이 질서와 배려, 양보, 봉사 등등이라는 개념이 몸에 배도록 하는 가정교육과 청소년기의 의식이 평생을 좌우하는 학교 교육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실행해야 교육의 기본이 되고 공교육이 존재하는 가치와 근거가 된다.
또 회초리는 사라지고 교사의 수업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은 당연히 지도해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어 수업이 정상화되는데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현장에서 다른 학생들의 반응이 더욱 끔찍하기만 하다. 다른 학생들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선뜻 나서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웃고 촬영까지 한다는 사실에 분노와 비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교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공교육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입장이 점점 뚜렷해진 것이 현실이다.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교육의 근본이 파괴된다.
공교육의 붕괴는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불평등과 분열로 이어지며, 미래세대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다. 공교육의 붕괴를 막기 위해 첫째,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균형과 이를 유지하는 확실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보호한다지만 교사는 수업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와 교사의 수업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된다는 당연한 논리를 거부해서는 답이 없다.
둘째,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를 롤모델로 삼자.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교사의 수업권, 학생의 학습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학부모는 공동협력자의 역할을 아끼지 않으며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계된 공동체 교육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번 교사 폭행 사건은 단순 사건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 방치하고 방임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훈계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교육이 절실하다. 가정에서부터 배움이 출발하여 학교로 배움이 연결되어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가정교육,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여, 교사들이 자신 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이 다시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협력하여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제대로 배우는 교실’이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2025-07-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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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형준 시장의 ‘고래와 참치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부산의 오랜 숙원사업인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하는 발표와 함께 한국 최대의 선사인 HMM 본사 부산 이전과 부산 이전이냐 아니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산업은행 대신 동남투자은행을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래와 참치는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17세기경 보험시장의 상징인 로이즈(Lloyd.s)의 시작이 런던항이었듯이 글로벌 금융도시는 대형 항만과의 공존 발전이 필연적이다.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가 그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금융도시로서의 최적의 입지와 천혜의 환경을 두루 갖춘 도시다. 세계 2위의 환적물 화물항과 세계 6위의 직항 화물항을 보유한 글로벌 항만 물류의 핵심도시이다.
더불어 인근 지역에는 타 금융도시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및 산업 클러스터들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부산은 러시아, 중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의 관문이자 환태평양의 경제권과 북항개발, 대륙철도 연결이 본격화될 경우 그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처럼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춘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글로벌 허브 금융도시로서의 위상을 실현하지 못했다면 이는 관련 책임자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부재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1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문현동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설립했다. 부산을 동북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당시 지방으로 이전한 153개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글로벌, 즉 국제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도시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 육성시키겠다는 포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해 볼 때 과연 그 비전이 실현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제로 외국계 금융회사와 국제금융기관이 얼마나 입주해 있는지,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부산국제금융센터도 국내 금융 비즈니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치 금융공간으로 채워져 중앙의 금융기관을 보조하는 브릿지 역할로 전략한 것은 아닌지….
산업은행 유치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 금융기관으로 외형적 상징적 의미는 클 수 있으나 장기적 확장성에 있어서는 극히 제한적일 수가 있다. 불확실한 제로섬 게임에 갇혀 에너지를 소진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은행 유치보다 동남투자은행 설립이 장기적 전략적 측면에서는 활용만 잘한다면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가 지원하는 3조의 투자금과 민·외자 유치의 유연성과 함께 자본 외형을 확대시키고 부산국제금융센터와 연계한 새로운 AI 생태계의 미래형 금융플랫폼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부산은 새로이 도약하는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유럽은 이미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전면 재구조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한국 역시 SK에서 아마존과 손잡고 울산에 AI 산업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어차피 금융도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AI의 변화의 배 위에 승선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불확실 할 수 있는 위기의 시대에 온 것 같다.
다행히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1960년대부터 누적되어 온 방대한 실물산업생산 데이터의 보고(寶庫)이다. 해운, 조선, 자동차, 기계, 섬유, 방산, 수소바이오, 수산, 푸드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실물산업의 기록 데이터들이 원석과 같이 쌓여 있다.
이것들을 정형화시키고 데이터 라벨링 및 표준화와 반복된 AI 학습 훈련을 금융과 연계시킨다면 부산에 맞춤형 거대한 AI 금융데이터센터가 탄생되는 것이다.
물들어 올 때 노 젖는다고 박형준 시장의 고래와 참치론을 인용하자면 정부에다 고래는 포기할테니 AI 금융데이터센터 부산 설립이라는 ‘튼실한 참치 한 마리’를 달라고 역발상 제안을 해보자.
부산을 AI기반 금융데이터 베드로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동남투자은행이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 미래형 AI 플랫폼 금융도시로 다시 태어난다면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를 넘어서는 이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의 첫 출발을 부산에서 시작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5-07-30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