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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실납부가 존중받는 사회로…사회보험료 징수체계의 전환 필요하다
사회보험은 질병, 실업, 노령, 산업재해 등 국민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함께 나누는 제도이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으로 이어지는 4대 사회보험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안전망이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공정한 부담과 성실한 납부라는 원칙이 현장에서 충분히 구현돼야 하며, 부담과 납부의 균형을 살펴봐야 한다.
다수의 국민과 사업자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제도의 사각지대나 납부 회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제도 운영상의 이슈를 넘어, 성실납부에 따른 이점이 국민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소득 파악 체계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경제 환경 변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보완의 여지가 있다. 근로소득은 비교적 투명하게 반영되지만, 사업소득이나 플랫폼 기반 소득 등 다양한 소득 형태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반영 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체납 관리 역시 사후 대응 중심의 성격이 강해 예방적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성실납부에 대한 체감 가능한 유인이 충분히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작용하면서, 납부가 ‘의무’에 머무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의 초점을 한 단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징수 강화에 머무르기보다 납부 행태를 개선하는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핵심은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소득 기반 부과체계를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소득 정보를 합리적으로 연계하고, 변화하는 경제 환경을 반영한 부과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는 공정한 부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출발점이다.
둘째, 체납 관리의 방향을 예방 중심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데이터 기반 분석을 활용하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전제로, 체납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전 안내와 분할납부 지원 등 맞춤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제재 중심이 아닌 지원 중심의 관리 방식이다.
셋째, 성실납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성실납부 이력이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신뢰를 보여주는 참고 요소로 활용되거나, 행정절차 간소화, 금융·신용 측면의 우대 등 실질적으로 체감 가능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실한 참여를 장려하는 방향의 제도적 보완이다.
넷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도 중요하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 조회와 납부, 맞춤형 안내, 디지털 상담 기능 강화 등을 통해 납부 과정의 불편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사회보험 수급권은 개인의 권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성실납부는 이러한 권리와 책임을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참여다. 공정한 부담과 성실한 납부가 함께 작동할 때 제도에 대한 신뢰는 유지된다. 따라서 성실납부가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이러한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최근의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의 가속화, 의료 이용 증가, 경제 구조의 변화는 사회보험 재정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제도의 안정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징수 체계의 정교화와 납부문화 개선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성실납부가 당연한 사회를 넘어, 성실납부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성실함이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사회 전반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사회보험 제도는 더욱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이제 그 변화를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시작해야 한다.
2026-04-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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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정산의 아틀라스
피지컬 AI(인공지능)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던진 충격은 과거 산업혁명 때와 결이 다르다.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다. 기계는 더 빠르고 강했지만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었다.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고 결정한다.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노동으로 소득을 얻는 사회의 기본 구조 자체를 흔든다. 이것이 ‘아틀라스 충격’의 본질이다. 물론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에게서 아뢰야식(阿賴耶識)을 찾는 일은 가망이 없다.
특별하게 바위들로 설계되어 가득 채워진 듯한 돌무더기의 그 한가운데 자리한 금정산의 금샘은 어떤가. 불끈 솟구친 바위덩어리가 영하의 칼바람 속에서 끄떡도 하지 않고 억겁의 시간을 잘 견디고 있다. 허공을 어깨로 턱하니 떠받쳐 치켜든 신화의 아틀라스가 바로 이곳에 그 모습을 나투어 보이신 것임에랴. 그래서 금샘은 작지만 바로 신(神)이다. 예전엔 신은 ᄀᆞᆷ 곰 금 등으로 표기되곤 했던 경우를 보면 더 그렇다. 금정산의 이름, 범어사의 이름을 생성해낸다. 금샘이 없는 금정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일찌감치 아틀라스가 이렇게 여기에 와 계셨음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이제야 알았으니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이다. 허공을 받쳐든 채로 기꺼이 임무를 완수해 내고 있는 장면에서 바야흐로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강림하신 것을 감지한다.
그렇다면 이는 국립공원 금정산이 어떻게 설계, 운영되어야 하는가의 총론을 고스란히 밝혀준 길잡이로 오신 것임을. 시작부터 애당초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일하도록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이렇게 또렷하고 명확하게 말해 주고 있음을 그래도 모르겠단 말인가. 물론 이 일이 단지 몇 줄의 문장으로 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얼마나 야심차게 그리고 분투하면서 해야 할 일인가는 몇 마디 말로 될 일도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또 갖춰야 할 설비나 건조물 등등 과제가 산적, 산적 또 산적해 있다. 진행의 시작점에서부터 잘 준비해서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 것은 두 말이 필요 없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언제나 시작이 있었기에 과정이 있고 그리고 진전과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너무 망설이고 지체하면 날씨도 변화무쌍하고 산속의 길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듯 그렇게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단코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금정산 금샘의 엄숙한 명령이다. 이러한 요구를 과감하게 반영해서 국립공원 금정산이 그야말로 AI 기반 피지컬 아틀라스들의 일자리로 새롭게 나야 한다는 말이다. 새롭고도 획기적인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인력들, 즉 두뇌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학협력의 시스템을 구축해서 우수한 두뇌들이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일 수 있다. 우리가 최초이기에 준비단계에서부터 세밀하고 정교하게 설계해서 현장을 바꿔 나간다면 세계는 곧 이곳에 관심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제 출발선에 선 금정산이야 말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힘차게 끌고 갈 수 있는 역동적 현장이다.
금정산은 도심에 자리해 있고 강과 바다로 마주해 있다. 많은 인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뛰어난 교육기관이 금정산 자락에 포진해 있다. 반도체와 전력 산업 등이 이미 잘 준비된 곳이다. 주저할 게 없다. 세계의 국립공원을 우리 방식대로 운영체계나 방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새롭고도 야심찬 출발점에서 우리의 시도가 곧 성공임을 믿어도 괜찮을 것 같다. 금정산의 아틀라스는 부산의 근대화 여명과 함께했다. 부마항쟁의 우렁찬 젊은 피가 새 역사의 길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을 그때의 시작점에서 웅혼한 기백과 기세를 나눠주었던 그 성스러움의 장소다. 우리가 못 한다면 세계의 그 어떤 나라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열려가고 있음을 이곳에서 깨닫게 된다.
2026-04-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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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 위기, ‘슬기로운 전기생활’로 일상 속 해답을 찾다
“중동 아닌 한국서 전쟁?” 중동 전쟁으로 인해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을 빗댄 말이다. 분석보고서에서는 에너지와 산업용 원자재 등 우리나라의 자원 대부분을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었다.
세계 지도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찾아보면 부산에서 약 7000㎞ 이상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매우 먼 지역이지만, 우리 시민의 일상과 기업 활동에 직결되어 경제적으로는 가까운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 안정과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일 자원안보위기 ‘경계’ 단계를 발령하며 국가적 대응을 강화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같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통해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위기 대응에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다만 에너지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을 준수하는 것과 더불어, 국민과 기업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 함께 마련되어야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3월 한국전력(한전)이 새롭게 오픈한 에너지 절약 플랫폼 ‘슬기로운 전기생활’은 유용한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 ‘슬기로운 전기생활’은 한전, 한국에너지공단, 전력거래소 등 7개 기관에 분산된 39종의 에너지 절약 정보와 다양한 지원제도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합리적으로 전기를 사용하여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체감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산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축되었다. 그간 에너지 서비스 정보 확인을 위해 각 기관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내 “내 혜택 찾기” 기능에 가구원 수 등 조건만 간단히 입력하면, 놓치고 있던 에너지 복지 혜택을 한눈에 확인하여 신청 페이지로 바로 연결해 준다. 또한, ‘전기요금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하면 전력 사용 시간대를 이전했을 때의 요금 절감 효과를 미리 계산해 볼 수 있다. 나아가 태양광 발전 등으로 전력공급이 많은 시기에 자발적으로 전기를 더 사용하면 인센티브를 받는 ‘플러스 DR' 제도와 예상 수익 정보 역시 상세하게 안내한다.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 차량 5부제와 같은 방식이 사회 전체의 이해와 양보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적 접근이라면, 슬기로운 전기생활은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 선택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접근으로써, 두 방식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민과 기업이 일상 속에서 정부의 절약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전기 사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제도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 극복은 결코 거창한 구호나 획기적인 신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절약을 향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다. 시민 모두가 ‘슬기로운 전기생활’ 접속을 통해 에너지 절약의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길 제안해 본다.
2026-04-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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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양회를 이해하고 발전 기회를 포착하자
중국의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국제사회가 중국의 발전과 정책 방향을 관찰하는 중요한 창구이다. 올해 중국 양회는 얼마 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으며, 주요 성과 중 하나인 ‘제15차 5개년 계획(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 요강이 심의 통과되었다. 이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간 중국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이 세계에 발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첫째, 중국 경제 발전은 안정 속에서 전진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5.4%였으며, 세계 경제 성장 기여율은 약 30% 수준을 유지해 서방 7개국(G7) 전체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 성장해 총규모가 140조 1900억 위안(약 19.63조 달러)에 달했으며, 증가분은 5조 위안을 넘어 중진국의 경제 규모에 맞먹는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4.5~5%로 제시되었으며, 향후 5년간 중국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흐름을 유지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기여자이자 안정판 역할을 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 과학기술 혁신이 질적 향상과 효율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고품질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혁신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고,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AI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은 연평균 7% 이상의 R&D(연구개발) 투자 증가 등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집적회로, 항공우주, 바이오 의약품, 저고도 경제 등 신흥 주력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미래에너지, 양자 과학기술, 피지컬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6G 등 미래 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수조 위안, 나아가 그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글로벌 혁신 지형에 중국의 지혜를 더할 것으로 본다.
셋째, 대외 개방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150여 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17년 연속 세계 2위의 수입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국은 협력과 상생을 지속하며 대외 개방을 한층 확대할 것이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과 개방 분야를 확대하고, 부가가치 통신 서비스, 생명공학, 외자 단독투자 병원 등 분야에서 개방 시범을 한층 확대하며, 디지털 분야의 개방도 질서 있게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거대 시장을 세계와 공유하고, 개방의 성과가 각국 국민에게 더 잘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중국을 선택하는 것은 곧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며,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제15차 5개년 계획 요강은 향후 5년간 중국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기회와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은 불과 두 달 사이에 상호 방문을 실현하며 중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최근 들어 필자는 관할 지역 각계가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뚜렷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한 교역액은 3312억 4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인적 교류는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볼 때, 중국 측은 한국과 함께 제15차 5개년 계획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발굴하고 적극 활용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 발전의 혜택을 함께 나누며 상호 성취와 공동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필자는 관할 지역의 대중국 협력 전망에 대해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
2026-04-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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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의 창업, 부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성장의 방식
창업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성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담은 프로젝트다. 창업을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창업의 문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부산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모두의 창업’ 부산지역 대표 운영기관으로서 지역의 다양한 창업 주체를 연결하고, 실질적인 성장 경로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창업기업 몇 곳을 선발해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기술을 가진 사람, 경영 역량을 가진 사람, 자본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함께 팀을 이루고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창업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모두의 창업’이 중요한 이유는 창업의 출발점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사업으로 연결할 사람과 자원, 실행 기반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발굴 단계부터 아이디어·기술 제공자를 중심으로 자본가, 경영가, 마케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팀 빌딩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모델과 기술의 고도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창업은 더 이상 혼자 버티는 도전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이 모여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협업의 과정이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촘촘한 성장 지원이 중요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예비·초기 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중심대학 등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한편, 자체 플랫폼인 ‘프리-바운스’를 통해 지역 전략산업과 초격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육성하고 있다. 상시 멘토링, 월간 프로그램, 후속 연계 지원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이 시장 검증과 성장 기반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초기 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투자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직접 투자와 투자 연계, 프리-팁스(TIPS)와 팁스 추천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B.스타트업 PIE’ 프로그램은 지역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활성화와 스케일업을 위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유망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성장 단계에서는 시장과 연결되는 실증 기회가 절실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현장 검증(PoC)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공급계약, 후속 투자유치, 공동연구, 조인트벤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성장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인 ‘플러그 인 부산’을 통해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과의 연결을 강화하며 스타트업의 해외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이 가진 지리적·산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 스타트업이 부산에서 시작해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모두의 창업’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창업기업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실패의 부담을 줄이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그 도전이 대학·기업·투자자·지원기관과 만나 하나의 팀이 되고, 다시 지역 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창업은 한 사람의 도전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 전략이 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으로도 ‘모두의 창업’ 부산지역 대표 운영기관으로서 아이디어 발굴, 비즈니스 모델 확립, 성장 지원,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 후속 투자에 이르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가겠다. 창업이 일부의 도전이 아니라 모두의 가능성이 되는 길, 그 길을 부산이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2026-04-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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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도 못 할 후보는 출마 말아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도시를 바꾸겠다는 비전,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선언까지 공약도 화려하다. 그러나 필자는 출마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를 공약할 수 있는가?” 이 작은 실천조차 확답하지 못하는 후보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호언장담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구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폭염과 홍수,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먼 미래에 일어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상이 된 재난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서면 기후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Tipping Point)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시대에 정치와 행정이 보여줄 리더십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공공기관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다.
ESG 시대는 단순한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의미한다. 지방정부 역시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청사 안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행정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동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산광역시는 ‘ESG 시민운동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시민과 행정이 함께 실천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ESG 시민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활 속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부산의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전 직원 ESG 교육과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발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특정 기관에 머물지 않고 모든 공공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이 먼저 변할 때 시민의 행동 변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사실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는 막대한 예산이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정책적 의지와 조직의 결단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관이 ‘불편함’이나 ‘민원인 예외’를 이유로 시행을 주저한다. 말로만 ESG를 외치고 실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만적인 ‘ESG 워싱’에 불과하다.
이제 행정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청사에서 일회용품을 퇴출하는 일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선 상징적 정책이다. 이는 행정이 기후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시민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정부 국무회의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이 정착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지자체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청사 하나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겠는가.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회용품 남용과 기후위기의 비용은 결국 다음 세대가 짊어질 몫이다. 지금의 편의를 위해 환경 부채를 떠넘기는 것은 행정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의식의 문제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당의 공천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후보자 평가에는 ESG 실천 의지가 포함돼야 한다. 청사 내 일회용품 금지를 약속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는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 기준이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당선 시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를 시행하겠는가?”라는 질문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는 후보의 환경 인식과 행정 철학을 검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제 유권자도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말로만 ESG를 하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가.” 작은 실천이 도시의 문화를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조차 금지하지 못 할 후보라면 출마를 고민하기 전에 자신의 주변과 일상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2026-04-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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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필연 기술로 부산 ‘고용의 봄’ 꿈꾸다
벚꽃이 만개하는 요즈음, 부산 경제에도 반가운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자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고용 지표는 그간의 침체를 벗어나 잠재력이 결실을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부산의 30대 고용률이 최근 5년 사이 무려 10%P나 상승하며 전국 최고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실업률 또한 7대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수치상의 개선을 넘어 구인·구직 간의 고질적인 ‘미스매치’가 해소되면서 혼인율과 출생아 수 또한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반등하고 있다.
이는 부산이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사람이 머물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성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이러한 소중한 성과는 그간 지역 사회가 합심하여 구축해 온 지·산·학 협력 체계와 산업 혁신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청년 맞춤형 고용 정책이 실질적인 지표의 변화를 끌어낸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기분 좋은 반등의 기세를 몰아,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과학기술 허브’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청년의 지역 유출 속도는 완화되고 있지만, 인재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딥테크 기업’ 육성과 이를 통한 역외 인재의 유입 가속화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현재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 95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산의 순위를 국가 혁신 위상에 걸맞게 끌어올려야 한다. 훌륭하게 갖춰진 도시 인프라가 단순한 거주 기능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 창업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더 단단히 다져야 할 때다.
그 도약의 핵심 열쇠는 부산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필연 기술(Inevitable Tech)’에 있다. 필연 기술이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기술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도시의 산업과 일자리가 유지될 수 없는, 부산의 미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주도권을 쥐어야 할 핵심 기술 영역을 의미한다.
첫째, 부산의 뿌리인 제조업에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새 옷을 입혀야 한다. 산업 맞춤형 AI와 로봇이 결합한 첨단 제조 현장은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일터가 될 것이다.
둘째, 최근 착공한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도심융합특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양자 특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양자 분야는 부산의 기존 주력 산업과 융합할 지점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인 항만 인프라에 양자센싱과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양자항만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면, 부산은 북극항로 거점도시의 심장을 넘어 기술의 메카로 격상될 수 있다.
셋째, 고령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역설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 데이터와 실용화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복지 모델은 부산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미래형 초고령사회 대응 모델 도시로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 유래 바이오 소재와 에너지 안보를 결합한 ‘블루 이코노미’의 확장은 부산을 바다를 통해 에너지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초연결 도시로 진화시킬 것이다. 이 거대한 희망의 여정에서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은 든든한 ‘성장판’이자 ‘혁신 파트너’가 될 것이다.
지금 부산이 맞이한 ‘고용의 봄’은 끝이 아닌 위대한 시작이다. 지난 5년간 정성껏 뿌린 씨앗이 이제 막 싹을 틔웠을 뿐이다.
이제 ‘필연 기술’이라는 따뜻한 햇살과 ‘혁신 생태계’라는 풍요로운 토양을 더해, 부산의 미래를 활짝 꽃피워야 한다. 대한민국 혁신의 중심축으로서, 부산이 그려갈 ‘과학기술로 시민이 행복한 도시’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확신과 설렘으로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
부산의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이자 가장 큰 도약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26-04-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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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도 할 수 없는 일, 이순신 전적지 탐사
학승이자 대강백인 종범 스님의 법문을 우연히 듣다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법문의 요지는 이렇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가장 고집이 센 사람은 학자들이다. 식당에 와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인이 다가가, 단체 손님이 온다고 자리를 옮겨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옮기는데 학자들은 절대 말을 안 듣는다. 그리고 학자들은 자기 주장이 최고인 줄 알고 남과 타협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런 학자들의 고집과 권위가 ‘빛의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질문만 잘 하면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해답을 내놓는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AI 열풍 앞에 학자들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사학자는 통역가와 번역가 다음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직업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명확한 답이 있고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연과학 분야는 비교적 논란이 덜한 편이지만 인문학 분야는 학자들 간에 주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서로 다투면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단고기가 위서인가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료가 풍부하지 못한 상고사는 학자들 간의 논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임진왜란 역사와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이 여수인가 아니면 한산도인가를 놓고 편을 갈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지역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어 민망할 뿐이다.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인가 진해 학개인가를 놓고도 해묵은 논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으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하러 갔던 합천의 권율 원수진이 어느 동네인가도 연구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유독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인 인신공격이나 비방도 예사로 한다. 지식 카르텔을 형성하여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태는 모두 충무공의 영전에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는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따라 20년 이상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해전 현장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 편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출판사 사장은 필자를 두고 발로 뛰는 ‘바다의 고산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호다. 서재에서 문헌만 연구하는 것은 나의 자유분방한 성정과도 맞지 않다. 역사기행 수필가나 시인이 내게는 더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그동안 350회 이상 이순신 전적지를 답사하면서 태풍에 갇혀 섬에 고립된 적도 있었고, 날이 저물어 외딴 암자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섬은 거의 다 섭렵했고 결국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오곡도라는 작은 섬에 내 영혼의 짐을 내려놓았다. 섬마을 토담집을 수리하여 이순신 전적지 답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하나 마련했다.
종범 스님의 법문은 AI 시대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AI가 역사학자들을 능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문헌학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먼저 AI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AI가 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낭 하나 메고 이순신 장군의 해전 현장을 다니면서 역사의 진실을 캐고 구전설화를 채록하며, 별빛 쏟아지는 밤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시 만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2026-04-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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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천마산에 심은 미래, 부산에서 시작된 청소년적십자(RCY)
피란수도 부산. 6·25전쟁의 한복판에서 전국의 산야는 황폐해졌고, 삶의 터전을 잃은 국민들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피란지와 같았던 그 시절,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은 이어졌다.
1953년 4월 5일 식목일, 대한적십자사 서영훈 청소년과장(훗날 대한적십자사 총재 역임)의 인솔 아래 청소년적십자(RCY) 간부 단원들은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전쟁으로 헐벗은 산을 되살리기 위한 이 식목 활동은 단순한 환경 복원이 아니라 상처 입은 공동체를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날이 청소년적십자(RCY)의 창립일이 되었다.
RCY는 1953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출범하였다. 1917년 미국에서 RCY가 창설될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미국적십자사 명예총재)이 특별 선언문을 통해 RCY의 출범을 격려한 사례와 같이,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 명예총재 자격으로 우리나라 RCY 조직을 재가한 것은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국가적·사회적·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전쟁 직후 RCY 활동은 우리 사회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되었다. 캐나다 적십자사에서 지원한 원조금 3만 5000달러를 재원으로 서울과 부산의 여자고등학교 학생 5000여 명이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된 국군 장병을 위한 환자복 1만여 벌을 제작했다. 또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전개했고, 방학 기간에는 농어촌 봉사활동을 통해 낮에는 농사를 돕고 밤에는 농어민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에 기여했다. 배움과 봉사를 결합한 이러한 활동은 초창기 RCY 정신의 기틀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호주·캐나다 청소년들이 보내온 ‘우정의 선물상자(각종 학용품 등)’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현재 RCY 단원들은 우정의 선물상자를 제작해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국제적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부산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도시로, 시민들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의 흔적인 태종대 ‘유엔 의료 지원단 참전 기념비’, 서면 일대 ‘스웨덴 적십자병원 터’, 대신동 ‘독일 적십자병원 터’ 등은 전쟁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제사회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이는 부산이 단지 피란의 도시가 아니라 인도주의의 현장이었음을 상징한다.
160여 년 전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돕고자 한 열망에서 출발한 국제적십자운동은 현재 192개국이 참여하는 범세계적 인도주의 운동으로 성장했다. RCY는 그 정신을 이어갈 미래 세대의 주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배움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배려와 봉사, 사랑의 가치를 체득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RCY 1953년 전쟁 이후 새로운 희망을 심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나무를 심으며 출발한 그 정신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 4월 5일 창립의 의미를 되새기며, 부산에서 시작된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앞으로도 인도주의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2026-04-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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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마민주항쟁, 헌법에 새겨야 할 이름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의 거리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유신독재의 어둠을 흔들었다. 청년 학생과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외친 “유신철폐, 독재타도”의 외침은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의 언어였다. 그것이 바로 부마민주항쟁이다. 18년에 걸친 박정희 군사독재와 유신 체제 종식을 이끌어낸 위대한 시민항쟁이자 민중항쟁. 이 항쟁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예비했고, 1987년 6·10민주항쟁의 바람이 되었으며, 결국 2016년 ‘촛불혁명’으로, 그리고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의 마중물이었다. 무엇보다 부마민주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최초의 항쟁’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전환점이자, 민주공화국 정신의 뿌리였다.
1987년 6·10항쟁의 승리로 우리는 ‘87년 헌법체제’를 갖게 되었고, 그것의 정치적 결과물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또한 그것은 유신 체제 이후 오랜 기간 빼앗긴 ‘국민주권을 되찾은 민주화 역사의 시발점’이었다. 또한 6월 항쟁의 승리는 헌법전문에 ‘임시정부’와 ‘4·19혁명’을 새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후 우리 역사는 여러 번 굴곡을 겪었고, 마침내 2016년 ‘촛불혁명’과 2024~25년 ‘빛의 혁명’을 거치면서, 다시 대두한 반헌법·반민주 세력으로부터 ‘형해(形骸)화’된 국민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 사태는 우리 민주주의의 허약한 토대와 시민 항쟁의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헌법정신과 가치의 명시적 선언이 바로 헌법전문이라는 점에서 6·10민주항쟁의 또 하나의 성과는 헌법전문에 새겨진 ‘임시정부’와 ‘4·19혁명’이었다. 이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민주항쟁의 성과물은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헌법전문에 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헌법전문에는 아직 그 이름들이 없다. 국가의 근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명시하는 헌법전문에 4·19혁명과 함께 이들을 새기는 것은 민주주의 연대기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한 페이지를 제대로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마민주항쟁’을 헌법에 새기는 일은 단지 지역의 명예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서사를 완성하는 일이다. 헌법전문은 한 나라의 정신적 좌표다. 거기에는 국민이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어떤 자유를 쟁취했는지가 새겨져야 한다. 부마민주항쟁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시민의 용기,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던 시민의 각성이 응축된 사건이다. 이 항쟁이 있었기에 유신의 종말이 가능했고, 민주주의의 새 아침이 올 수 있었다. 따라서 부마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원형을 복원하는 헌정사적 책임이다.
문재인 전대통령, 후보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같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와 각 지방의회,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가 이미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해 5월 18일 개헌입장 발표문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며 “부마항쟁과 6·10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문화일보’, 2025.5.18.). 그리고 더 나아가 최근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5·18을 헌법전문에 넣고 동시에 “부마항쟁도 헌정사에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 형평성도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6.3.17. 한겨레).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부마민주항쟁은 민주주의의 원형이며, 우리 헌법의 서두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마이뉴스’, 2015.10.13.).
우리가 헌법 속에 부마민주항쟁을 새기는 순간, 국가는 당시 시민의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그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게 될 것이다. 부마민주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억압에 맞서는 양심의 목소리로 살아 있다. 역사는 잊힌 이름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4·19, 5·18, 6·10과 함께 헌법 속에 새겨진 부마민주항쟁의 이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역사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26-03-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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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산의 문제는 역시 일자리였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를 방문했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을 보고, 애리조나주립대학(ASU)에서 반도체·배터리 분야 교육 현장도 살펴보았다. 그곳을 둘러보며 내내 떠오른 도시는 뜻밖에도 부산이었다.
애리조나는 따뜻한 기후와 넓은 정주 공간, 빠르게 확장되는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은퇴 이후 머물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에서 부산과 닮은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본 애리조나는 부산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이 모여드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공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었다. 장비, 물류, 유지보수, 품질관리, 협력업체, 교육훈련 체계까지 함께 형성되며 산업 생태계와 정주 기반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국 사람은 미래가 보이는 곳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미래는 대개 일자리의 형태로 가장 먼저 나타난다.
ASU 방문에서는 더욱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엔지니어를 양성할 수는 있지만, 테크니션 교육은 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전문대학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말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의미는 컸다. 첨단산업은 연구개발 인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 공정을 운용하고, 배터리 생산설비를 다루며, 장비를 유지보수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숙련된 테크니션이 있어야 산업이 움직인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에는 이미 5년 전부터 전문기술석사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나는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제 우리가 길러야 할 인재는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다. 첨단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설비를 운용하며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고숙련 인재, 곧 ‘슈퍼 테크니션’이다. ASU의 제안은 한국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부산을 다시 떠올렸다. 부산은 흔히 자조적으로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불린다. 바다는 아름답고, 기후는 온화하며, 정주 여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청년의 눈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술을 익히고 미래를 설계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도시인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부산의 인구 문제를 말할 때 우리는 낮은 출산율, 고령화, 수도권 집중을 이야기한다. 모두 맞는 진단이다. 그러나 조금 더 근본으로 들어가면 부산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였다. 정확히는 청년이 남고, 외부 인재가 들어오고, 기업이 미래를 걸 수 있을 만큼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부족이었다. 사람은 바다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설계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부산은 전력도 있고 물도 있다. 항만과 물류의 강점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전기와 물만 보고 오지 않는다. 숙련된 기술인력이 있고, 협력업체가 연결돼 있으며, 대학이 산업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산업 입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과 교육의 수준에서 완성된다.
이제 직업교육은 단순히 취업을 돕는 교육이 아니다. 지역의 산업을 만들고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부산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뒷받침할 기술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다. 지역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이 학습 단계에서부터 산업현장을 경험하며, 졸업과 동시에 지역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애리조나에서 내가 본 것은 사막 위의 공장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산업이 도시를 바꾸고, 교육이 산업을 지탱하며, 일자리가 결국 인구를 움직인다는 현실을 보았다. 부산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였다. 그리고 그 해법은 기술인재 양성과 직업교육에 있다. 부산이 더 이상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2026-03-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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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력은 곧 국력이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국민적 구호였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환경을 돌아보면, 이제 그 구호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해양력은 곧 국력이다.”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 결정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해양국가로 재정의하려는 선언이며,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대 해양사의 출발점이다. 부산포라는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부산은 1876년 개항 이후 일본과의 교역은 물론, 동아시아 해양 네트워크의 핵심 관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바다를 통해 문물이 들어오고, 기술과 인력이 오갔으며, 새로운 세계 질서가 부산을 통해 유입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부산을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닌 ‘해양 교류의 플랫폼 도시’로 성장시켰다. 오늘날 부산항이 세계적인 환적항으로 기능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축적된 해양 경험과 지리적 이점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의 해양적 가치는 전쟁의 위기 속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존속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부산항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군 병력과 군수 물자, 식량과 장비는 바다를 통해 부산으로 들어왔고, 부산은 이를 전선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해상 교통로 (Sea Line of Communication), 즉 국가의 생명선 역할을 수행했다. 만약 부산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해양 통제력과 항만 운영 능력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국가 생존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부산이 해양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약 17년여 전, 해군작전사령부가 진해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당시에도 핵심 배경은 분명했다. 해양작전의 중심은 항만·물류·연합작전 환경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부산에는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뿐만 아니라, ‘주한미해군사령부(CNFK)’가 함께 위치해 있다. 이는 부산이 단순한 국내 해양 거점이 아니라, 한미 연합 해양안보의 핵심 노드임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이러한 군사·안보·산업 인프라와의 결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 시선은 미래로 향해야 한다. 기후 변화와 글로벌 물류 재편 속에서 북극항로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로서 북극항로는 해운, 조선, 에너지, 안보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산은 이 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도시다. 세계적 항만 인프라, 조선·해양산업 기반, 해군과 연합 해군의 존재, 그리고 해양수산부 이전이라는 정책적 결단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국가 해양 전략과 인재 양성, 그리고 해양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실질적 기능 강화다.
부산의 해양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자산이며 미래의 가능성이다. 개항의 기억, 전쟁의 교훈, 해군 전략의 축적, 그리고 북극항로라는 미래 비전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를 ‘해양력의 시간 항로’라 부르고 싶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그 항로 위에 놓인 중요한 이정표다. 이제 부산은 질문받고 있다. 우리는 해양수도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이전을 받아들였을 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대한민국 해양력의 미래이자, 국력의 방향이 될 것이다.
2026-03-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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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렌드를 읽고 취향을 입다, ‘나다운 옷’의 시대
‘오늘 무엇을 입을까’라는 질문은 매일 아침 마주하는 작지만 설레는 선택이다. 하루의 옷차림을 정하는 행위는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단계를 넘어 타인에게 건네는 첫인사이자, 스스로를 정의하는 기분 좋은 의식이다. 이처럼 패션은 개인의 가치관을 투영하며 일상을 완성하는 가장 가까운 매개체가 된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솔직한 언어이자 그날의 기분과 일상의 활력을 결정짓는 가장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패션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리의 풍경을 보면 그 시대가 지향하는 가치와 대중의 심리가 고스란히 읽힌다. 최근 패션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과거에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선택지로 여겨졌으나, 지금의 소비자들은 획일화된 유행만을 좇지 않는다. 지난 겨울, 보온성을 우선시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벗어나 각자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퍼스널 패딩’이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옷을 비롯해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 ‘나의 취향’이라는 필터를 거쳐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올봄 패션계에 등장한 다채로운 스타일들 또한 트렌드보다 개인의 감각이 우선시되는 ‘취향의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시인처럼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포앳코어(Poet-core)’부터 선명한 색감의 대비로 활력 넘치는 ‘컬러 블로킹(Color-blocking)’까지 상반된 트렌드가 동시에 사랑받는 중이다. 유행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본인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소비자들에게 트렌드는 참고용 데이터이고, 마지막 선택을 내리는 결정값은 ‘나의 취향’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공간이 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각자의 스타일을 공유하며 취향은 더욱 세밀해졌고, 소비자들은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이는 패션 소비의 기준이 ‘나’를 중심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답안을 거부하고 스스로 스타일의 주인공이 된 소비자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성껏 큐레이션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역시 이 같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기존 시즌별 컬렉션과 함께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론칭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필자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브랜드 방향성에 녹여내고 있다. 올해 봄 컬렉션 ‘Time to Bloom(타임 투 블룸)’과 캠페인 메시지 “당신만의 분위기를 입으세요”에도 이런 고민을 담았다. 단순히 브랜드가 제안하는 신제품을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옷이 내 고유한 분위기와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나다움’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나다움’의 기준은 이제 패션을 넘어 삶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24년 말 ‘OVLR’이라는 신설 법인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OVLR은 올리비아로렌을 필두로 여성의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파트너로 나아가고자 한다. 패션부터 일상을 채우는 모든 선택에 취향이 투영될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설계하는 시기다. 가벼운 아우터 하나가 일상의 온도를 바꾸듯, 이맘때야말로 ‘나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때다. 우리는 고객들이 올리비아로렌을 통해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이 먼저 만족하는 ‘취향의 옷’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기업에게 트렌드를 읽는 것이 생존의 문제라면, 유행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브랜드 본연의 가치와 고객 취향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견고한 취향이다. 올봄, 모든 여성이 나만의 확신과 취향으로 일상을 채워가며 저마다의 삶 속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2026-03-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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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년의 꿈 실현하는 교육으로 전문가 대한민국 만들자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가 장래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꾼다. 대통령이 꿈으로도 등장하고, 의사, 판검사, 소방관, 경찰관 등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유년시절에 흥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런 꿈들은 본인의 자질에 맞는 희망이기보다는 부모나 주위의 상황에 의해 그 꿈이 재단된 것이다. 따라서 꿈만 꾸는 유년시절을 지나면 이러한 꿈들은 사라진다. 여태까지의 교육과 진로지도는 자신의 꿈과 자질은 도외시되고 40, 50세가 되어서야 본인에게 맞는 적성을 깨닫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본인에게 맞는 꿈을 일찍 발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사회구성원들도 하는 일에 만족하여 더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 백년대계는 본인의 자질에 맞는 꿈을 꾸고 의지를 갖추어서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꿈을 실현하는 교육의 첫 번째 단추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동화 속에 있는 막연한 꿈에 맞는 각 분야의 은퇴전문가를 만나게 하여 그 꿈을 체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아무 꿈이 없어도 좋다. 막연한 직업상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는 체험을 다양하게 해보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면서 구체적인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막연한 꿈에 대해 학년별로 다양한 분야의 체험을 해나가다 보면 초등학교 마칠 때쯤에는 상당히 그 꿈이 벼려지고 또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겠다는 자기 주도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본인의 자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진로를 정하고 강요한 측면이 많았다. 또한, 학생들도 미래를 정하는 데 있어서 자기 주도적으로 되지 못하니까 학습하는 데 있어서 더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꿈 없이 그냥 사회의 시류에 밀려 학습했던 과거보다는 꿈의 현실적 체험으로 훨씬 나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학교에서 지도하시는 분들도 선생님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의 양상에 학생의 미래를 맞추기보다는 학생의 자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등학교 마칠 때까지 이와 같은 체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해나가면 고등학교 진학 무렵에는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진로를 알아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가일층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대학을 나와서 직업을 택하면서도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층도 많다.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다.
은퇴한 전문가의 활용이라는 측면도 경제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길어진 기대수명과 맞지 않게 우리 주위에는 일찍 은퇴한 전문가가 많이 있다. 은퇴전문가의 활용도 인구절벽을 맞이한 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은퇴전문가를 자라나는 새싹들과 연결하여 본인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기여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은퇴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신구세대가 함께 노력하는 조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소중한 우리 미래세대들이 본인에게 맞는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뒷받침해준다면 선순환으로 미래세대가 늘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유년의 꿈을 체계적으로 실현하여 국민 전체를 전문가로 만드는 교육은 꼭 필요하다.
2026-03-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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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 사고 대응, 훈련의 질이 생존 좌우한다
대형 재난에서 인명 피해 규모는 장비 수준이나 매뉴얼 완비 여부보다, 대응 타이밍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안동 일대 대형 산불은 강풍으로 불길이 급속히 확산되며 현장 통제가 어려웠고, 그 결과 피해가 빠르게 확대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과 판단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산불 전개 양상은 밀폐된 환경에, 대피 수단도 제한된 선박 화재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선박 화재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연기와 고열로 현장 접근이 급격히 제한되며, 이후에는 피해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선박에서 소화 훈련을 할 때 절차 위주 훈련에 머무르기보다, 초기 대응 한계를 얼마나 신속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느냐가 인명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40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 약 200여 명은 반복되는 화재·침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평상시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비상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채병근 교육본부장은 “선박 화재 현장에서 조기 대응 실패 시 즉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으로 전환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현실과 괴리된 훈련은 단순 절차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기관실을 밀폐하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구역 내에 인명이 잔류하면 치명적이고, 주요 설비 손상을 일으키므로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을 주저한 채 선원을 중심으로 한 화재진압을 반복 시도하다 결정적인 대응 전환 시점을 놓쳐 선박 전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연기 확산과 시야 상실, 고온 노출로 선원 안전이 위협받고, 현장 철수나 대응 방식 전환에 대한 판단이 지연되며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단순한 초기 대응 실패가 아니라, 판단 전환 지연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KR)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선박 화재 대응 선원 비상훈련’ 교육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화재 진압 시도 이후 실패 인지, 현장 재평가, 즉각적 퇴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 결정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흐름을 단계적으로 구현해, 선원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화재를 조기에 격리·차단하는 과정을 실제 상황에 가깝게 보여준다.
이 영상은 공개 이후 국내외 해운사와 유럽 항만국통제(PSC) 관계자들로부터 실효성 높은 교육 자료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내 정기 교육과 PSC 수검 대비 자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재난은 그 특성상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교육을 통해 인명 피해와 사고 규모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정 강화나 장비 보강 못지 않게, 현장 판단력을 강화하는 교육의 질이 생존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평상시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체득해야만, 위기의 순간 본능처럼 작동할 수 있다.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 중심 훈련에서 벗어나, 실제 사고 상황을 전제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반복되는 해양사고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 기반한 교육훈련이 해양 안전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2026-03-15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