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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km 막막해… 1km부터 달리다 보면 만만해 [직장인 마라톤 풀코스 도전하기]

42.195km 막막해… 1km부터 달리다 보면 만만해 [직장인 마라톤 풀코스 도전하기]

‘42.195km를 뛸 수 있을까.’ 모처럼 퇴근길에 러닝화 끈을 묶다가 걱정이 앞섰다. 괜한 걱정부터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새삼 러닝화 끈을 묶는 손끝에 힘을 더한다. 퇴근 후 가끔 5km, 날씨 좋은 주말 이따금 10km. 지난 2년을 드물게 달린 직장인에게 풀코스 마라톤은 다른 세상이다. 아예 달리지도 않는 직장인이 더 많다며 자신을 위로하고는 겨우 뜀박질에 나섰다.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직장인 풀코스 완주 인증 글이 홍수를 이룬다. 같은 직장인이지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기록 앞에 오늘도 의문의 1패를 기록했다.질 수 없다는 마음에 소셜미디어를 탐독했다. 폭발적인 러닝 인기에 각종 훈련법을 제시하는 계정은 넘쳐나지만, 뭔가 허전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직장인인 내가, 지금 일상을 유지하면서,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계정과 콘텐츠는 찾을 수가 없다. 전문 서적으로 눈을 돌리자니 복잡한 훈련 이론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엘리트 체육인도 아니고 겨우 직장인인데….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에 눈길이 갔다. 30여 년을 크고 작은 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달리며 풀코스 완주를 이어왔다는 저자 소개를 읽으며 점점 동공이 커졌다. 그래, 바로 이거다.■달리기, 어떻게 시작할까우선은 ‘현실 진단’부터다. 책 <963 직장인 마라톤> 저자 곽원철 씨는 달리기가 처음인 직장인에게 먼저 ‘1km 달리기’를 권한다. 장소는 가까운 운동장. 보통 운동장은 한 바퀴 400m다. 두 바퀴 반을 달려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한다. 운동장이 없다면 산책로를 달려도 무방하다. 일상에서 쉽게 달릴 주로를 확보하자. 다른 이들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헬스장 트레드밀(운동 기구)을 활용해도 좋다.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매일이 아니라도, 일주일 한두 번이라도 반복해 기록하기를 권한다. 숨이 살짝 가쁜 수준으로 속도를 유지해 1km를 완주하고, 어제와 오늘의 기록을 비교해 보자.조금씩 성장해 1km에 적응했다면 거리를 조금씩 늘린다. 남성은 2.5~3.5km, 여성은 2~2.5km 거리를 25~30분 정도 달려보자. 다음 목표는 5km 대회 출전이다. 곽원철 씨는 5km를 “일상을 유지하며 달리기의 즐거움과 성취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단위”라고 소개한다.당신의 달리기는 5km를 지나 언젠가는 10km, 하프 마라톤(21.0975km), 풀코스 마라톤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쨌든 시작은 한 걸음부터, 1km로 달리기를 시작하자.■인생도, 달리기도 ‘누적치’“반면 마라톤은 폭발적인 힘이나 순간의 집중보다, 누적된 동작의 총합이 중요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만 번, 수십만 번 반복되고 그 과정이 최소 수개월간 쌓여서 비로소 42.195km라는 결과물이 완성된다.”(<963 직장인 마라톤> 53쪽 중)곽원철 씨는 달리기 초보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최소 9개월, 10km 이상 달린 경험이 있다면 6개월, 숙련된 러너라도 최소 3개월의 누적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특히 9-6-3 구조는 직장인 평균 주기에 알맞다. 기업 실적을 평가하고 전략을 수정하는 최소 단위가 분기니까, 3개월은 직장인에게 익숙한 기간 단위라고 곽원철 씨는 설명한다. 3개월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계절 주기와도 어울린다.중요한 것은 달리기 초보 직장인이 풀코스 마라톤을 목표로 9개월을 달릴 때 반드시 270일간 연속해 달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3개월을 하나의 주기로, 한 주기의 성공 경험을 세 번 반복한다고 가정하자.첫 3개월은 5km나 10km 달리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적응하는 과정, 다음 3개월은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늘리는 훈련을 거쳐 몸이 지방을 주 연료로 쓰도록 전환하는 단계다. 남은 3개월은? 마지막 실전 점검 기간이다.■완주 목표는 긴 여정의 이정표<부산일보>와 전화 대담에서 곽원철 씨는 “밥 먹고 양치질을 하듯 달릴 수 있도록 ‘정체성’을 몸에 새겨야 오래 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책에 쓰인 것처럼 “꾸준한 이들은 의지의 변덕스러움을 알기에, 의지 없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루틴이라는 ‘장치’를 세팅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습관은 신호, 반복 행동, 보상 3단계로 확보한다. 보상은 특히 즉각적이어야 한다. 매일 달린다는 행동에 보상을 연결하되, 보상은 잘게 쪼개야 한다는 것이 곽원철 씨 지론이다.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성취를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지속의 비결인 셈이다. 가령 전날 꺼내 둔 운동복과 조깅화는 신호, 새벽 달리기는 반복 행동, 시원한 샤워와 성취감은 보상이다.습관과 적절한 보상 끝에는 ‘완주’가 기다린다. 그런데 곽원철 씨는 완주 개념을 대회 당일에 한정하지 않았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곽원철 씨는 “반복을 거쳐 조금씩 나아지는 우상향이 산업공학 기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42.195km를 달리는 행위도 누적치가 필요한데, 그 과정 자체가 곧 완주”라고 설명했다. 사실 잘 준비했다면 당일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처음 시작은 완주가 목표일지라도 지나면 그저 과정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더 긴 여정을 밟기 전 이정표일 테니까.■잭 다니엘스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까지여전히 달리기가 고민된다면, 책에서 영감과 동력을 얻는 것은 어떨까. 곽원철 씨는 크게 두 가지 분류에서 각 한 권씩 책을 추천했다.러닝이나 운동이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경우가 한 부류인데,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루키가 마라톤을 중심으로 문학과 삶을 설명하는 회고록으로, 일 년에 한 번은 풀코스를 달린다는 초로의 소설가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영향받을 것이다.다른 부류는 달리기 전문가가 이론과 실천적 지침을 알려주는 책으로, 잭 다니엘스 박사가 쓴 <다니엘스의 러닝 포뮬러>다. 곽원철 씨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러너의 명불허전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고. 대부분 달리기 이론은 이 책을 인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여기에 <963 직장인 마라톤>까지.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도전할 시간이다. 달리고 나서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중요한 것은 ‘누적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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