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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경 “40여 년 활동하면서 영화상 받을 줄 상상도 못 해” [부일영화상 2025]
“사실 제가 부산과 큰 인연이 없는데, 작년 부산영화제 때 많은 사랑을 받고 이번에 또 부일영화상을 받게 되니 부산은 정말 제게 행운의 도시인 것 같아요.”
‘아침바다 갈매기는’에서 판례 역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양희경의 배우 인생 첫 영화상 타이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16년 만에 찍은 영화로 ‘덜컥’ 받은 트로피다. 1980년대 연극을 시작으로 방송 드라마, 라디오 등에서 40여 년 활동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은 그였지만, 여태 영화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도 “영화는 아예 접고 살았는데 영화로 상까지 받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양희경은 ‘아침바다 갈매기는’에서 아들을 삼킨(것으로 믿고 있는) 바다를 하염없이 지켜보며 묵묵히 삶을 이어 가는 판례 역을 맡아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사실 당시 무릎이 그다지 좋지 않아 출연을 망설였는데, 다행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장면이 있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유모차 때문에 또 촬영이 쉽지 않기도 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잘 굴러가지도 않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오히려 ‘짐’이 될 정도였다고.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지난해 BIFF 3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이 영화는 양희경 개인에게도 고희를 맞아 스스로에게 건넨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작년에 에세이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를 낸 것과 영화를 찍은 게 70 인생을 기념하는 두 가지로 남았어요.”
2025-09-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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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청춘의 진짜 얼굴 보여준 점이 좋은 평가 받은 듯” [부일영화상 2025]
“‘재희’라는 인물이 주는 공감이 여우주연상 수상 결실로 이어진 것 같아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진짜 얼굴을 작품 속에서 솔직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던 점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우 김고은은 자신에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젊은 시절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인 재희와 흥수가 겪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는 저 역시도 지나왔고, 제 친구들도 겪었던 시간이었다”며 “사회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이 부딪히고, 내면의 갈등과 복잡한 생각들이 계속 교차하는 때였다”고 이번 작품의 의미를 되짚었다.
특히 “‘대도시의 사랑법’은 저에게 정말 간만에 만난 신선한 이야기였다”면서 “대본을 처음 받아본 게 벌써 2년 반 전인데, 제법 긴 시간이 지나서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꼭 만들어지기를 바랐던 작품이라서 정말 기뻤다”고 우여곡절을 되돌아봤다.
자신과 작품 속 ‘재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저도 대학 시절 재희 처럼 자유로운 영혼이긴 했던 것 같다”면서도 “재희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또 잘 놀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잘 놀지는 못했고, 조금은 겁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뭔가를 오래 고민하거나 계산하기보다는,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이건 내가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며 “그건 재희와 조금 닮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고은은 “앞으로도 어떤 배역이든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잘 해내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고 또 다른 얼굴, 다른 결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2025-09-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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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공정하게 심사하는 부일영화상 수상, 남다른 의미” [부일영화상 2025]
“그동안 보지 못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이 작품은 액션보다 감정적인 드라마로 다가왔어요. 감정의 변화가 큰데 그걸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영화 ‘전, 란’으로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박정민 배우. 데뷔작 ‘파수꾼’으로 부일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몇 차례 후보에 포함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일영화상을 받기엔 아직 부족한가’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마침내 수상자로 호명돼 더 기뻐요.”
더욱이 그는 조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 수상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고 영화 규모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심사한다고 알려져 배우와 영화 관계자들에겐 부일영화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네티즌 리뷰를 보면 그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물오른 박정민 연기” “현 시국과 맞아떨어져 소름 돋았다” “아직도 친구냐고 묻는 박정민의 대사에 눈물이 쏟아진다” 같은 글이 이어진다.
사극 연기가 처음이라 수염 관리도 어렵고 의상, 야외 작업 환경 등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는 박정민은 “앞으로 5년간 사극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5년 안에 사극을 한다면 그 작품은 어마어마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올들어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도 활약 중인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얼굴’도 제 배우 인생에서 꼽힐 만큼 좋은 작품이라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5-09-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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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 시대정신, 현재 한국영화에 필요한 메시지 [부일영화상 2025]
어둠이 짙을수록 별 하나하나가 더 빛이 난다. 한국영화 역대 관객 수는 전성기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한국영화 시장 전반이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때로 위기는 본질을 마주할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부일영화상 최종 심사는 이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올해 심사에는 대중, 장르 영화부터 독립, 작가영화까지 다양한 방향의 영화들이 한 테이블 위에서 모인 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심사위원들의 논의를 거쳤다.
최우수 작품상은 <장손>이 선정되었다. 오정민 감독의 <장손>은 핏줄과 밥줄로 얽혀 3대째 가업을 이어온 대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수작이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과감히 최우수 작품상으로 뽑은 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명료한 시대정신 때문이다. <장손>보다 규모와 프로덕션 면에서 더 앞선 작품, 검증된 거장의 왕성한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작,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흥행작 등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도 이 비범한 데뷔작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한국영화에 필요한 메시지와 방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우수 감독상은 <야당>의 황병국 감독에게 돌아갔다. <야당>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올해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이었을 뿐 아니라 충무로에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영역을 다져온 황병국 감독의 저력을 증명하는 영화다. 고른 완성도와 완급 조절은 물론 전반적인 밸런스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중심을 잡는 연출자의 무게가 작품 전체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적확한 사례라 할 만하다.
남우 주연상은 <승부>의 이병헌 배우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치열한 토론과 각축이 이어졌던 것과 달리 남우 주연상만큼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였다. 여우 주연상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김고은 배우가 차지했다. 여러 배우들에게 지지가 고르게 흩어졌지만 결국 김고은 배우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남우 조연상은 <전,란>의 박정민, 여주 조연상은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양희경 배우가 선정됐다. 두 배우 모두 작품 전반을 지탱하는 대체 불가한 존재감이라는 점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올해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다른 영화들이 고르게 수상했다. 당연히 의도한 분배가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빛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2관왕을 차지한 영화가 세 편 있는데, <아침바다 갈매기는>, <여름이 지나가면>, <하얼빈>이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여우 조연상과 함께 각본상(박이웅 감독)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시골 어촌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한국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깊이가 돋보인다.
또 다른 2관왕의 주인공 <여름이 지나가면>는 신인감독상 장병기 감독, 신인 남자 연기상 최현진 배우가 뽑혔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어린 남자아이들 사이에 조성된 긴장과 흠모,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에 심사위원들의 찬사가 모였다. 무엇보다 익숙한 성장영화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새로운 개성의 탄생에 박수를 보낸다. 신인 여자 연기상은 <빅토리>의 이혜리 배우는 기존의 발랄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살리되 배우로서도 대체할 수 없는 안정감을 증명했다는 평을 얻었다.
규모가 큰 대중 상업영화들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 역시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성취다. 안중근 의사를 다룬 대작 <하얼빈>은 촬영상(홍경표)과 미술, 기술상(박정우)을 받았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작에 어울리는 완성도와 기술적 성취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이다. 마찬가지로 기발한 한국형 히어로물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 특유의 음악이 중심이 된 시퀀스가 눈길을 끈만큼 음악상이 돌아갔다. 2025년 부일영화상은 한 마디로 다양한 개성과 방향, 색깔과 가능성의 지도를 펼쳐 놓았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영화의 단면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 영화들을 이정표 삼아 앞으로의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들을 제대로 응원할 수 있길 기대한다.
2025-09-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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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부일영화상] 부일영화상 남녀주연상 이병헌·김고은, 최우수작품상 ‘장손’
2025 부일영화상 영광의 주인공이 공개됐다. 올해 남녀주연상의 영예는 영화 ‘승부’의 이병헌과 ‘대도시의 사랑법’의 김고은에게 돌아갔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부일영화상 시상식에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 최우수작품상의 주인공은 영화 ‘장손’이었다. 최우수감독상은 영화 ‘야당’을 연출한 황병국 감독에게 돌아갔다. 남우조연상은 영화 ‘전, 란’의 박정민, 여우조연상은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양희경이 차지했다.
신인감독상은 ‘여름이 지나가면’의 장병기 감독이 수상했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최현진은 신인남자연기상을 받으며 겹경사를 맞았다. 신인여자연기상은 영화 ‘빅토리’의 이혜리에게 돌아갔다.
올해 유현목영화예술상의 영예는 배우 장동건에게 돌아갔다. 오랜 연기 인생을 이어온 그는 한국 영화사 속에 진정성 있는 흔적을 남긴 배우로 평가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각본상은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박이웅 감독에게 돌아갔다. 촬영상은 영화 ‘하얼빈’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수상했고, 같은 작품의 조명감독 박정우가 미술·기술상을 받았다. 음악상은 영화 ‘하이파이브’의 김준석 음악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 시상식은 배우 김남길과 천우희의 사회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매끄러운 호흡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축하공연은 가수 치즈가 맡았다. 치즈의 감미로운 무대가 시상식장을 물들이며 수상자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본시상식 전에는 지난해 수상자인 배우 김금순, 정우성, 임지연, 이준혁, 신혜선, 김영성, 정수정 등이 함께한 핸드 프린팅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핸드 프린팅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배우 이병헌, 염혜란, 정우성, 임지연, 이준혁, 신혜선, 정우, 정수정, 김금순, 박정민, 양희경, 장동건, 한지원,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 박찬욱 감독, 김성수 감독, 이환 감독, 황병국 감독,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홍정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 등 콘텐츠 업계를 이끄는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1958년 시작된 부일영화상은 2008년 부활 이후 18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영화상이자 영화계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으로 꼽힌다.
2025-09-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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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연기 35년차, 이제 조금 배우 된다는 생각이 들어” [부일영화상 2025]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로 배우 이병헌이 2025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병헌의 부일영화상 수상은 올해로 네 번째다. 2년 전인 2023년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그보다 앞서 ‘내부자들’(2016), ‘남산의 부장들’(2020)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58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으로 출발한 부일영화상은 1973년 중단된 후 2008년 부활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숱한 은막의 스타를 배출했지만, 4회 이상 수상자는 그리 많지 않다. 유현목 감독이 감독상 5회, 김진규 배우가 남우주연상 5회이고, 허장강 배우가 남우조연상 4회로, 동률이다.
수상자 사전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기라성 같은 대선배의 기록에 감히 도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어떤 목표가 생기는 기분”이라며 반겼다. 그는 또 “부일영화상과 유독 인연이 깊은 듯해 늘 감사한 마음이고, 좋은 후배 배우들도 많은데 제가 상을 받게 돼 염치없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18일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이병헌은 “부일영화상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승부’를 만들어주신 김형주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바둑이라는 소재는 저부터도 뭔가 지루하고 정적인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 어떤 전쟁보다도 처절하고 치열한 종목이고, 드라마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바둑을 인생과 비교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또 부일영화상과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2년 전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 받으니까 금을 부상으로 주시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행복하게 시상식을 끝냈는데, 이제 네 번째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아닙니다. 이걸로 만족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해 객석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또 “부일영화상 역사를 보니까 1958년 시작했다가 긴 시간 멈췄다가 올해가 34번째 부일영화상이던데, 저도 영화는 30년간 했지만 방송까지 치면 35년차가 된다”며 “부일영화상과 거의 비슷한 나이로, 앞으로도 부일영화상과 제가 응원하며 자주 보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말로 훈훈한 마무리를 했다.
■실존 인물 연기한 ‘승부’와 ‘올인’
사실, 이병헌은 얼마 전 폐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극찬을 받고,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보인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도 주연을 맡은 덕에 올 3월 개봉한 영화 ‘승부’에서 열연은 살짝 묻힐 뻔했지만, 이번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다시금 기억을 되살렸다.
‘승부’는 1990년대 초, 사제 관계이자 바둑 통산 우승 횟수 1, 2위를 다투는 한국의 대표 기사인 조훈현과 이창호가 치렀던 승부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의 바둑 영화이다. 이병헌은 조훈현 역할을 열연했다. 실존 인물을 맡은 데 대한 배우로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은 당연히 있습니다. 더욱이 생존해 계시면서 현역으로 활동까지 하시니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어요. 기댈 데가 있는 거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어떤 부분에 대해선 직접 만나서 여쭤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자료로만 한 인물을 연구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데 직접 만나서 그분의 눈빛이라든가 말투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되게 도움이 되었어요.” 조훈현은 ‘승부’ 시사회에도 참석했는데 그분이 이병헌에게 남긴 피드백도 재밌다. “나 다행히 안 졸았어요!” 유머가 있는 찬사였다.
이병헌은 또 다른 실존 인물로 출연한 드라마 ‘올인’(2003)의 실제 모델이었던 차민수(극 중 배역 김인하) 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때 차민수 씨가 직접 포커도 가르쳐 주시고, 프로 갬블러와 카지노의 세계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차민수, 조훈현 두 분은 어릴 적 함께 바둑을 두며 지내온 절친한 사이라는 거예요. 두 사람 모두를 연기한 저로선 아주 ‘묘한 인연’이다 싶었어요.” 그러면서 이병헌은 “아무래도 자료를 통해서 얻은 정보로, 상상에만 맡기고 연기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들이 배우인 저한테는 확실히 도움이 되죠”라며 “연기에 좀 더 확신을 준다고나 할까요. 마음이 훨씬 놓였다”고 부연 설명했다.
■올해로 영화배우 생활 30년 차
이병헌은 올해로 연기자 인생 35년 차가 된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첫 영화(‘런어웨이’)는 1995년 찍는다. 17일 밤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사회를 맡아 펼친 모두 발언에서 그는 “첫 영화를 찍은 이래 올해로 30년 차 영화배우가 됐다”면서 “공자가 말한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배우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을 표했다. 지금까지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표작만 수십 편에 이른다. 폭넓은 연기력으로 멜로, 액션, 드라마, 사극, 조폭물 심지어 코믹 장르까지 소화한다. 그는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이 되었다.
근년 들어선 TV보다 영화 쪽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린 활동을 보여주는 듯해서 연기자 관점에서 두 매체의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 그리고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집중력으로 인해 영화와 TV는 굉장히 차이점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옛날엔 TV도 작았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완벽하게 집중한 상태로 관람하는 게 아니어서 밥 먹고 대화하면서 힐끗힐끗 보는 분들한테도 전달이 되도록 약간은 오버하는 듯한 연기가 필요했거든요. 반면 스크린은 굳이 표현하지 않고, 그 감정만 있어도 전달이 되어서 좋았어요. 지금 시대는 TV도 대형화하고, 픽셀도 너무너무 좋아져서 극장 이상의 화질을 보여주고, 서라운드 홈 스피커도 등장하는 등 TV와 스크린 간극이 확실히 줄어들었어요. 결론은 구별을 두지는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작품만 좋으면 그게 TV가 되든 영화가 되든, 심지어 넷플릭스 시리즈가 되든 상관없어진 거죠. 하지만 이왕이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큰 소리와 대형 화면을 통해 보이는 표정의 감정 디테일을 따라가는 데는 여전히 굉장히 차이가 있긴 하죠. 웬만하면 2시간 동안 화장실도 안 가고 집중하잖아요. 이런 부분은 영화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거거든요.”
■연기 열정뿐 아니라 ‘질문 많은’ 배우
출연 영화를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 그는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내가 재밌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재미라는 기준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어떤 영화는 시종일관 오락성을 띠지 않고 우울한 느낌으로 가는데 그 우울한 감정이 나한테 너무 강하게 와 닿아서 충격을 주거나 해도 재미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남한산성’(2017) 경우엔,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서글픈 이야기죠.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내게 어떤 감정의 울림이 있었다면 이것 또한 재미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즉, 다시 말해 그에게 감동을 안겨주거나 새로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킬 때 그는 출연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배우로서 열정이 생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이든 우리처럼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이든 열정이 없으면 활동을 못 하겠죠.”
연기 열정뿐 아니라 이병헌은 ‘질문이 많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질문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시나리오를 아무리 정독했어도 애초에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나 감독의 연출 의도 같은 것들을 충분히 다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요. 나는 당연히 이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읽었고, 또 그걸 표현하려고 현장에서 했는데 의외로 감독님은 그런 의도로 쓴 거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이병헌의 태도는 카메라 앞에서 최종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의 무게감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전에 좀 많이 디테일하게 물어보는 편이에요. 저는 최종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초에 작가의 의도나 연출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일치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일까, 이병헌은 같은 감독이랑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서로 잘 알면 편하기도 하고, 익숙해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성남 ‘이병헌관’에 얽힌 에피소드
이병헌과 계속된 대화에선 확실히 영화 쪽에 약간 더 힘을 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영화관을 드나든 ‘영화 키드’였다. “저는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1970년생인데 남들보다 한참 일찍 극장을 경험했어요. 네 살 때인가 처음으로 본 영화가 ‘빠삐용’인데, 그때는 극장이 좌석제도 아니고 사람이 많으면 맨 뒤에 그냥 서서 보는 시스템이었어요. 겨우 네 살이니 아버지 무등을 탄 채 그 영화를 본 기억이 있어요. 빠삐용이 마지막에 탈출하는 장면 등 커트 커트 몇 장면이 기억나요.”
그의 영화 사랑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집 바로 앞에 영화 포스터 게시판이 있었어요. 매번 영화가 바뀔 때마다 극장에 데려다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지요. 그게 잘 안될 땐 친구들을 꾀어서 장을 들락날락했어요. 그게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인가 그래요.”
그때 그 시절, 극장 시설이 좋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도 이병헌은 극장에 들어서면 맡게 되는 냄새부터 좋았다고 했다. 오징어·땅콩 굽는 냄새에다 찌든 담배 향과 심지어 오줌 지린내까지 뒤섞인 냄새였다. “처음 극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막 설레기 시작한 거예요. 아마도 극장에 들어갔을 때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이런 추억 덕분에 2019년 롯데컬처웍스가 이병헌에게 롯데시네마 상영관 하나를 ‘이병헌관’으로 만들어주겠다며 골라 보라고 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어릴 때 추억이 오롯이 남아 있는 ‘성남중앙’ 지역을 선택했다. 그가 영화 촬영 당시 실제로 사용한 소품과 의상, 대본, 핸드프린트 등이 전시돼 있다. 심지어 영화 ‘승부’ 무대 인사를 돌 때는, 일부러 슬쩍 끼워 넣기도 했단다. “성남의 이병헌관이 생각보다 손님은 많지 않나 보더라고요. 원래 무대 인사는 사람 많은 곳을 공략하는데 저한테는 남다른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분당·수지 지역 돌 때 슬쩍 넣어 달라고 했어요. 저한테는 꿈을 이룬 것 같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몇몇 있거든요. 제가 어릴 적에 영화를 봤던 그 공간에 제 이름을 단 공간을 만든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가진 힘에 새삼 놀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타’ 이병헌으로 넘어갔다. 이병헌은 스티브 소머즈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지.아이.조’ 시리즈(2009, 2013)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알 파치노, 앤소니 홉킨스 같은 저명 배우와 함께한 범죄드라마 ‘미스 컨덕트(2016)’, 전 세계 매출 1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100억 원)를 기록하며 흥행한 서부 액션물 ‘매그니피센트7(2016)’ 등에도 출연한 ‘원조 할리우드 진출 배우’였다. 하지만 그때도 실감하지 못한 글로벌 인기를 지금 구가하고 있다.
“저도 너무 한꺼번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상황을 마주해 어리둥절했습니다. 할리우드 작품은 20년 전쯤에 처음 시작했지만, 이렇게까지 호응을 받고 사랑받는 경험은 처음이라서요.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귀마 역 목소리)가 한꺼번에 기록을 깨는 상황이 생기고, 다음 작품인 ‘어쩔수가없다’는 세계적인 거장인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프로모션을 할 수 있었고,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직접 팬들을 만나는데 현실감이 없더라고요.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생기고 놀라웠어요.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TV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진 힘, 그 전파력이 무엇인가 알 것 같았어요.” 그는 이번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2000), ‘쓰리 몬스터-컷 편’(2004)에 이어 세 번째로 박찬욱 감독과 함께했다.
이전에도 몇몇 감독이 이병헌과 좋은 케미를 보였다. 특히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으로 이병헌은 처음으로 칸 영화제를 경험했으며, 칸에서 그를 눈여겨본 미국 에이전트가 연결되었다. “이 작품이야말로 제가 ‘글로벌’을 경험하게 된 첫 단추였고, 제 영화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입니다.” 그 뒤로도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과 ‘악마를 보았다’(2016)를 함께한다. 이 작품은 이병헌이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새롭게 추가할 필모그래피가 이번에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가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TV 드라마로는 tvN의 ‘미스터 션샤인’(2018) 최유진 역과 역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 이동석을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쩌면 아주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이병헌을 보면서 “천상 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병헌은 “캐릭터로선 평범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영화적으로는 어떤 드라마틱한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이 오고, 그때 그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나 변화를 연기하는 것이 배우로서는 더 현실감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병헌 본인이 뽑은 인생 영화와 드라마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배우로서 가지는 바람이 있는지 물었다. “현재는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많은 사람에게 응원받고 사랑받는 게 오래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의 열정은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열 살과 두 살, 두 아이 아빠니까 가장으로서 좋은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할 겁니다. 사실 요즘 너무 바쁘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긴 한데, 아이들한테도 뭔가 결핍이 생기지 않도록 애쓰는 편입니다.”
혹시 다른 베테랑 배우들처럼 연출 욕심은 나지 않는지도 슬쩍 질문했다. “이번에 박찬욱 감독님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출은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걸요. 박 감독님이 워낙 꼼꼼하셔서 모든 것을 다 머릿속에 넣어놓고 일을 하시는 편인데, 감독으로서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은 게 ‘와~ 나는 정말 못 하겠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다른 한편으론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서도 걱정을 털어놨다. “저만 해도 TV 시리즈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혜택을 보고 있어 어떤 처지에서 이야기해야 될지 요즘에는 좀 난감해요. 그런데도 한국의 영화 산업과 지금의 극장 세태는 너무너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화인들이 어떻게 해야 이전처럼 회복시킬 수 있을까 고민인 거죠. 요즘은 영화인끼리 만나면 이 이야기가 제일 화두입니다. 이 문제는 제가 당장 한두 작품을 더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토양이고 문화의 문제니까요.”
차기작은 현재 밝힐 수 없지만, 여러 편의 시나리오와 대본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일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2025-09-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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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목영화예술상 배우 장동건 수상 [부일영화상 2025]
장동건이 올해 부일영화상에서 유현목영화예술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그는 “부일영화상은 긴 역사와 함께 무엇보다 공정성과 전통을 지켜온 상이고, 그 중에서도 유현목영화예술상은 한국영화예술의 초석을 다지신 거장의 이름을 기리는 상”이라며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무겁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2년 데뷔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자로 살아온 장동건은 데뷔 초의 설렘과 두려움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영화 ‘친구’ 개봉 당시를 언급하며 “첫걸음이었던 그때 그 작품의 관객과 평단의 반응이 아직도 특별하게 기억된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최근작 ‘보통의 가족’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만약 당신이라면? 겪어보지 않고 남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는 짧지만 묵직한 문장을 남겼다.
장동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과 표현의 폭도 달라지겠지만, 한국 영화사 속에 진정성 있는 흔적을 남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2025-09-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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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작품상 ‘장손’ 오정민 “50년 뒤에도 청춘들에게 유효한 영화이길 바란다” [부일영화상 2025]
오정민 감독이 영화 ‘장손’으로 올해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오 감독은 “큰상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들뜨지는 않는다”며 “그저 하루하루 잘 버티며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손’은 가업의 존폐를 둘러싼 3대 대가족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오 감독은 “가부장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모습을 바꿔 살아남는다”며 “그 핵심은 피가 아니라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가부장제의 그늘을 직시하면서 청년세대의 시선을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윗세대는 역사의 평가를 받았다”며 “청년세대는 현재진행형이라 그 시선에서 윗세대를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년 뒤에도 이 영화가 청춘들에게 유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작품 곳곳에 유머를 배치해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했다. 할머니가 장손에게만 에어컨을 켜주는 장면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 대표적 장면이다.
엔딩의 롱테이크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오 감독은 “조부모 세대는 일제강점기, 전쟁, 독재, 민주화를 모두 겪은 유례없는 세대”라며 “저는 이들이 시대에 휩쓸려온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경 시인의 글을 인용해 “30년에 300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라는 구절을 전하며 한 세대의 퇴장을 장중하게 담고자 한 의도를 밝혔다.
첫 장편 데뷔작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오 감독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국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09-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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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감독상 ‘야당’ 황병국 “신문 기사서 출발… 사회 문제점 조명하고 싶었죠” [부일영화상 2025]
황병국 감독이 영화 ‘야당’으로 부일영화상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배우로도 활동해 온 그는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번 작품으로 올해 최고의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황 감독은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14년 만의 작품이자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라서 더 많은 분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현장에서 수많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동료 영화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두고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은 2020년 1월 신문 기사에서 출발했다. 황 감독은 “수원지검 기사에서 ‘야당’이라는 존재를 처음 접했다”며 “경찰도, 투약자도 아닌 중간자의 위치가 영화적으로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검사, 변호사, 기자는 물론 마약을 끊은 사람들까지 만나며 취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마약 업자로 오해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겪었다. 그는 “합법적 취재만으로는 부족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집요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황 감독은 방대한 자료 조사로 영화의 디테일을 채웠다. 황 감독은 “구 검사 캐릭터는 현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한명숙 사건, 채널A 사건 등 실제 사례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은 기본”이라면서 “사회의 문제점 역시 작품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황 감독에게 인생 그 자체다. 그는 “책상 위에서 떠올린 생각이 배우와 스태프의 힘으로 구현되는 순간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5-09-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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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남우주연상 이병헌 “계속 친해지고 싶은 상” [부일영화상 2025]
부산의 밤을 시네마천국으로 수놓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의 열기가 이튿날 해운대 시그니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5 부일영화상’ 시상식은 BIFF 개막식을 화려하게 빛낸 스타들의 대잔치였다.
■레드카펫부터 쏟아진 환호
시상식에 앞서 지난해 부일영화상 수상자의 핸드프린팅 이벤트와 근황 토크가 진행됐다. 지난해 남녀주연상 주인공인 배우 정우성과 김금순을 비롯해, 여우조연상 임지연, 올해의 스타상 이준혁·신혜선, 신인상 김영성·정수정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어 레드카펫 행사가 펼쳐졌다. 사회를 맡은 김남길과 천우희는 ‘깔맞춤’을 한 듯 블랙 수트와 블랙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김남길이 “기존 시상식의 판도를 바꾸겠다”라고 하자 공동 진행을 맡은 천우희는 “(남길 씨가)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든든하다”라고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이병헌과 장동건이 등장하자 레드카펫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유현목영화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장동건은 “어느 상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상”이라며 “책임감을 느낀다”라는 묵직한 소감을 남겼다. ‘여름이 지나가면’으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장병기 감독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수상자 못지않게 눈길 끈 시상자
‘소방관’의 이준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스타상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신혜선이 품었던 여자 스타상은 ‘빅토리’의 이혜리가 이어받았다.
화제의 시상자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BIFF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짱구’를 연출한 신인감독 정우가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30회 BIFF 개막작 주인공인 ‘어쩔수가없다’ 감독과 배우도 부일영화상을 찾았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 임지연과 함께 남녀 조연상 수상자로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배우 염혜란은 박동호 화승네트웍스 대표와 함께 유현목영화예술상 시상자로 나서 장동건에게 상을 전달했다.
■재치와 감동, 재미 안긴 소감
시상식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박정민이 “다음에는 인기스타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김남길이 “인기스타상은 제가 받고 싶은데 양보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어 큰 웃음을 안겼다.
여우조연상을 받은 양희경은 “스트레스와 큰 책임감이 따르는 주연보다 조연이 훨씬 좋다”고 외친 뒤 “세상의 모든 조연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배우로도 활동하는 황병국 감독은 전작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야당’으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황 감독은 “긴 시간 묵묵하게 기다려 준 가족에게 감사하다. 잘하겠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승부’로 남우주연상 주인공이 되며 네 번째 부일영화상 시상대에 선 이병헌은 자신의 연기 인생과 부일영화상이 걸어온 길이 비슷해 “친구 같은 상”이라며 “앞으로도 부일영화상과 제가 응원하며 자주 보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 부일영화상과 계속 친해지고 싶다”는 재치 있는 소감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우수작품상은 ‘장손’에게 돌아갔다. 오정민 감독은 “태어나서 받은 상 중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며 감격한 뒤 “한국영화가 위기라는 소문이 있는데, 제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시상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2025-09-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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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 2025] 각본상 박이웅 감독 “18년간 놓지 않은 시나리오 평가받아”
“18년간 시나리오를 놓지 않은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서 서게 됐습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으로 각본상의 주인공이 된 박이웅 감독은 “서른 살에 ‘세상 망하라는 심정’으로 쓴 시나리오가 오늘 엄청난 영화인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첫 장편 ‘불도저를 탄 소녀’(2022)로 차세대 대형 신인 감독의 탄생을 알린 박이웅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아침바다 갈매기는’ 역시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시골 어촌마을에서 탈출을 꿈꾸는 젊은 어부의 위장 죽음을 둘러싸고 가족과 주변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13분의 러닝타임 속에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놓치지 않은 울림을 꼼꼼히 전한 각본으로 호평을 받았다.
박이웅 감독은 “여러 지역의 영상위원회 등 각 기관에서 지원해 준 덕분에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열연을 펼쳐준 배우, 스태프와 함께 영광을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2025-09-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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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 2025] 최우수작품상 ‘장손’ 오정민 “한국 영화 위기 아님을 증명할 것”
2025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은 오정민 감독이 제작한 영화 ‘장손’이 차지했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부일영화상 시상식의 맨 마지막 순서는 최우수작품상 발표였다. 시상자로 나선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장손을 호명했다.
장손은 가업의 존폐를 둘러싼 3대 대가족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부장제의 그늘을 직시하면서 청년세대의 시선을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영화는 또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가족사의 확장성을 강조하며, 3막 구조와 계절 변화에 맞춰 촬영과 미술, 조명에 세심한 고민을 반영했다.
장손의 메가폰을 쥔 오정민 감독은 1989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그는 단편 영화 ‘연지’ ‘림’ ‘CUT’ ‘백일’ ‘성인식’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오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태어나서 받은 상 중에 가장 명예로운 상인 것 같다”며 “배우와 스텝이 인정해줘서 더욱 뜻 깊고, 그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또 “장손은 가족 영화지만 아쉽게도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병상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얼른 쾌차하시기를 바란다”며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5-09-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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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 2025] 최우수감독상 ‘야당’ 황병국 “많은 분들에게 감사…덕분에 연출”
영화 ‘야당’을 연출한 황병국 감독이 2025 부일영화상 최우수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황병국 감독은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4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날 시상은 지난해 영화 ‘서울의봄’으로 이 부문을 수상한 김성수 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가 너무 어려운 시절을 건너고 있다”며 “힘겨운 시절을 영화인들이 어깨를 부둥켜안고 잘 건너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아주 훌륭한 한국 영화가 많이 나왔고, 저도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면서 “올해 어떤 감독님이 영예를 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해 수상자를 확인한 뒤 “제가 이 감독님의 이름을 호명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 뒤 황병국 감독을 호명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황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다.
황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을 김성수 감독님한테 받으니까 소회가 남다르다”며 “제가 감독님의 작품인 ‘태양의 없다’와 ‘무사’의 연출부였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올라오니 고마운 분이 많이 생각난다”면서 “좋은 분들이 좋은 기회에 감독 제의를 해주셨고, 헤아릴 수 없게 훌륭한 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해줬으며 동료들이 제가 마음껏 연출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영화의 내용이 민감한 소재였는데 투자와 배급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한 뒤 “긴 시간 묵묵하게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잘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부일영화상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2025-09-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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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 2025] 남우주연상 '승부' 이병헌 “부일영화상과 자주 보는 관계 됐으면”
배우 이병헌이 ‘2025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주인공으로 ‘승부’의 이병헌이 호명됐다. 이병헌은 회색 줄무늬 수트 차림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을 맡은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정우성과 가볍게 포옹했다.
이병헌은 먼저 “부일영화상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승부’를 만들어주신 김형주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바둑이라는 소재는 저부터도 뭔가 지루하고 정적인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 어떤 전쟁보다도 처절하고 치열한 종목이고, 드라마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바둑을 인생과 비교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또 부일영화상과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2년 전인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그보다 앞서 ‘내부자들’(2016), ‘남산의 부장들’(2020)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년 전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 받으니까 금을 부상으로 주시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행복하게 시상식을 끝냈는데, 이제 네 번째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아닙니다. 이걸로 만족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해 객석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부일영화상 역사를 보니까 1958년 시작했다가 긴 시간 멈췄다가 34번째 부일영화상이던데, 저도 영화는 30년간 했지만 방송까지 치면 35년 정도 된다”며 “부일영화상과 거의 비슷한 나이로서 앞으로도 부일영화상과 제가 응원하며 자주 보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말로 훈훈한 마무리를 했다.
이와 함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가 다음 주면 관객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2025-09-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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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 2025] 여우주연상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좋은 기억이 남는 영화”
2025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배우가 받았다.
김 배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상식장에 참석하지 못해 BH엔터테인먼트 최영훈 팀장이 대리 수상했다. 김 배우는 참석하지 못한 대신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김 배우는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은교 이후 오랜만에 상을 받아 더 기쁘다. 이 영화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감독과 씩씩하게 촬영했다. 좋은 기억이 남는 영화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너무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해 아쉽다. 다음 번에 꼭 불러주면 가겠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되겠다. 지켜봐 주시고 예쁘게 봐 주시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2025-09-18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