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랑의 온도탑, 올해도 많은 시민들 동참을
내달 1일부터 62일 동안 ‘희망 나눔캠페인’
송상현광장에 기부액 표시한 온도계 설치
지난해 나눔 온도 124도, 역대 최고 수준
팬덤·QR코드·키오스크 기부 등 늘어나
매년 겨울이 되면 불을 밝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의 온도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랑의열매는 매년 12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31일까지 62일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희망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나눔 캠페인은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으로 시작한다. 캠페인 기간 동안 사랑의 온도탑 나눔 온도는 모두의 관심사다. 100도 달성 여부에 따라 우리 사회 마음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나눔 활동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사랑의 온도탑은 외환 위기의 칼바람으로 우리 사회가 꽁꽁 얼어붙은 2000년 ‘희망2001 나눔캠페인’ 때 처음 등장했다. 모티브가 된 것은 당시 사랑의열매 중앙회에서 일하던 김휘관 과장이 미국공동모금회(United Way)의 모금액을 표시하기 위한 온도계 조형물을 사용하는 데서 착안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대형 온도계 모양으로 제작한 탑 형태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워졌으며, ‘이웃사랑 체감온도탑’이라 불렀다. 등장과 함께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오늘 사랑의 체감온도는 몇 도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연일 쇄도할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자체가 시민의 참여와 공동체 의식의 척도, 그리고 지역의 나눔 수준을 보여주는 온도계가 된 셈이다.
온도탑은 모금 참여 독려 및 나눔 분위기 조성의 도구로 활용이 되기도 한다. 모금 진행 상황을 시각화함으로써 ‘우리 지역이 얼마나 나누었나’, ‘얼마나 더 나눠야 하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언론에서 우리 지역 사랑의 온도탑의 현재 온도와 달성 시기 등을 보도함으로써 운동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아울러 기업·단체·개인의 기부 참여가 누적되는 방식이기에, ‘내가 참여하면 온도가 올라간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사랑의 온도탑은 현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자치단체의 시청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나눔 캠페인 확산에 동참하려는 구·군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서면교차로에 위치하다 부산역을 거쳐 지금은 송상현광장에 설치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나눔 목표액의 1%를 채울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올라 목표액에 도달하면 100도가 된다. 이 작동 원리를 보고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글 한 편을 내놨다. 글 제목은 ‘이상한 온도계’이다.
‘이상한 온도계가 있다 / 바람은 자꾸 추워지고 / 길은 얼음으로 위태로운 한겨울에도 / 자꾸만 높은 눈금으로 올라가는 온도계가 있다 / 지하철 매표소와 은행 창구의 모금함마다 / 이웃을 위해 나누는 따듯한 온정이 /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세운 / 사랑의 체감온도탑을 뜨겁게 한다 / 한 번도 신문에 나지 않은 / 저 400만 명의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기에 / 한겨울 차가운 거리에서도 / 자꾸 높이 오르는 희망의 온도계가 있다.’
이 전 장관의 글에서 보듯 온도탑의 나눔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밖에 없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사랑의열매는 작년에 이어 올해 12월 1일에도 송상현광장에 ‘희망2026 나눔캠페인’을 위한 사랑의 온도탑을 세울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 동안 목표액인 108억 6000만 원이 모이게 되면 나눔 온도 100도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경우 부산 지역 모금액은 약 134억 7000만 원에 달했고, 나눔 온도는 124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시민들은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기부 참여가 가능하고. 부산에 있는 모든 주민센터에 이웃돕기 성금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어 주민센터를 방문해도 참여가 가능하다. 특정 장소를 방문하지 않고 가장 간단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1통에 3000원을 기부하는 ARS(060-700-0077)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현금 뿐만 아니라 쌀, 라면과 같이 물품 기부도 가능하기 때문에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사랑의열매 사무국(051-790-1400)으로 전화를 해도 된다.
최근 주목할 점은 시민들의 나눔 참여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팬덤 기부로 나눔 온도를 높이기도 하고, 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나눔 교육의 일환으로 아나바다를 운영해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또 기념일 기부, 송년회를 대신한 나눔 활동, 기부의 매체를 다각화한 QR코드 기부, 부산시청과 남구청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한 기부 등도 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므로 올해도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사랑의 온도탑 나눔 온도를 높이는 데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
변현철 문화부 독자여론팀장 byunhc@busan.com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