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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프랭크 게리'

아디오스 '프랭크 게리'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스타타 센터(Stata Center) 건물은 특이하다. 어떤 것은 비틀어져 있고, 또 어떤 것은 찌그러져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벽체지만 마치 건물이 숨 쉬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건물이 춤춘다고 한다.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변에 우뚝 서 있는 한 건축물은 실제 건물 이름이 춤추는 집을 뜻하는 댄싱하우스다. 건물 외벽이 마치 연인이 춤추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 흔들리는 커튼처럼 느껴진다. 두 건물을 설계한 이는 해체주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1929~2025)다.그의 건축은 처음 보면 불가능해 보일 만큼 파격적이다. 기하학적 곡선과 티타늄 금속처럼 공업용 재료를 과감히 활용해 작품에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이나 시카고의 ‘프리츠커파빌리온’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타타 센터나 댄싱하우스처럼 유머를 통해 건물이 주는 무거운 느낌을 되도록 없애려 했다. 그 정점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쇠퇴한 산업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가 랜드마크 건축에 나서는 계기도 됐다. NYT는 “땅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은빛 형상의 건물 외관은 감정적으로 충만한 새로운 건축의 도래를 알리는 듯했다”고 평할 정도였다.게리는 영화 ‘심슨 가족’에서 종이를 구겨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로 등장할 만큼 대중적 명성도 누린, 그야말로 건축계의 슈퍼스타였다. 건축비평가 폴 골드버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라며 견줄 이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1989년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주요 건축상을 휩쓸었다. 그는 종종 한국을 찾았는데 종묘를 방문해 “세계 어디에서도 이토록 장엄한 공간을 찾을 수 없다”고 감탄한 일화는 유명하다. 2019년에는 수원화성과 동래학춤에서 영감받은 ‘루이뷔통 메종 서울’을 설계하기도 했다.그런 그가 최근 별세했다. 게리의 건축을 두고 조각에 가깝다는 등의 여러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는 도시의 표정을 바꾸는 건축의 힘을 실증해 보였다. 자신의 건축을 통해 이전에 없던 도시 표정을 새롭게 선사한 것이다. 그는 이제 가고 없지만 그가 남긴 건축물이 여전히 살아 숨 쉬며 다음 세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 아디오스(Adios)!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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