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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해양수도 밑그림에 해양산업 기능 강화 담아야
해양수산부가 올해 3월까지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 초안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인 동남권 해양클러스터 구축 계획안을 1분기 내에 확정하기로 했다. 김성범 해수부 장관 직무대행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청사 부지는 올해 선정하고, 9월에는 부산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선언과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던 해양수도 전략이 행정 일정 속에 확정된 것은 반가운 진전이다. 부산을 중핵으로 한 동남권 해양클러스터는 해양수도 도약의 산실이어야 한다. 전략 수립 단계에서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시작일 뿐이고 후속 조치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업, 물류, 인재가 융합된 신성장 거점이 되려면 핵심 기관·기능은 반드시 집적돼야 한다. 하지만 당초 이달 중 발표 예정이었던 해수부 소속 기관들의 이전 로드맵 공개는 미뤄지고 있다. 해수부는 산하 기관과 민간 기업의 이전 일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대기업 해운사 HMM 이전의 불확실성을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각 산업과 부문별 집적을 위한 세부 로드맵이 필요한 건 불문가지다. HMM을 비롯해 해운조합, 해사법원, 해양연구기관 등이 언제,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이에 따른 재정·세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제시돼야 한다. 해양클러스터 역시 입지, 참여 주체,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 해양수도 전략은 구호 수준을 벗어나 실사구시적이어야 한다. 해수부 이전으로 정책·예산·인사 권한도 함께 내려오는지, 해양클러스터가 부산항·연구기관·산업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따져야 할 때다. 지난 연말 해수부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촉박한 일정 탓에 조선·해운·플랜트·친환경 에너지 등의 이관으로 해수부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져 ‘반쪽 특별법’에 그쳤던 것을 보완하는 해양수도특별법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에는 진정한 해양수도를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 계획이 담겨야 한다. 해양수도는 간판이 아니라 기능의 집적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실질적 권한과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해양수도권 전략은 실행 단계에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기관 이전과 재정 지원이 지연되면서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기능 강화와 재정 지원 방안 법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북극항로 운항, 스마트 항만 조성,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을 통해 부산이 글로벌 해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수도권 육성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사업인 ‘5극 3특’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세밀한 로드맵 제시와 확고한 실행 의지를 당부한다.
[사설] '역대 최고액' 부산 고향사랑기부 효능감 높여야 할 때
좋은 도시가 되려면 그곳에 사는 주민과 출향인들의 아낌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 지역을 기억하고 발전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도시는 생기를 되찾고 활성화된다. 반면 잊힌 도시는 어김없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부산 지역 고향사랑기부액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는 것은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소식이다. 기부금의 사용처를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와 다채로운 신규 답례품들이 흥행을 견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세액공제 등 고향사랑기부제 혜택에 대한 한층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다양한 기부 참여자들의 효능감을 높이는 창의적인 대책들도 시급하다. 지난해 부산시와 16개 구·군의 고향사랑기부제로 모금한 금액은 58억 39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모금액 19억 4489만 원과 비교하면 약 3배로 증가했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데는 지난해 부산시가 새롭게 시작한 지정 기부가 한몫을 했다. 지정 기부는 용도와 목표액 등이 정해진 사업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답례품도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산 지자체들은 지난해 100종이 넘는 답례품을 신규로 개발했다. 2023년 제도 시행 이후 답례품 만족도가 높은 곳을 찾아 기부하는 이른바 ‘가성비 기부’가 대세로 자리 잡은 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고향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현재 지역 지자체의 상당수는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분권이 미뤄지면서 국고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역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답례품 매출이 올라가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된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가 지난해 총 105억 9074만 원을 모금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산품으로 구성한 답례품 매출액도 31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고향사랑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수도권 일극주의 때문에 인구 감소 위기에 몰린 지역을 선순환시키는 마중물이기도 하다. 부산은 현재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강국의 꿈을 견인하는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덕신공항 등 대규모 도시 인프라 구축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부산의 인구는 이제 32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부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향사랑기부는 그 도시를 생각하는 뜨거운 사랑의 표출이다. 부산이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도시 매력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 지자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단순히 애향심에만 호소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부자와 지자체가 서로 상생하려면 기부 만족도를 높일 현실적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사설] 찬성 여론 압도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이제 속도 낼 때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 찬성 의견이 반대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23~29일 양 시도 주민 4047명(부산 2018명, 경남 2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통합 여론조사 결과 찬성(필요) 의견이 53.7%, 반대(불필요) 의견이 29.2%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2023년 5~6월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찬성(35.6%) 의견은 절반에 못 미쳤고, 반대 의견은 45.6%였다. 행정통합의 성패가 시도민 공감대 형성에 달렸다는 점에서 찬성 의견이 크게 증가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공론화위는 오는 13일 마지막 회의를 하고 이번 조사와 특별법 초안 등 연구 용역 결과를 포함한 최종 의견서를 시도지사에게 전달한다. 주민 찬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양 시도가 행정통합 절차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타 지자체와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다. 대전·충남에 이어 전남·광주까지 6월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광역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광주·전남 초광역 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안’을 3월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의 ‘5극 3특’ 체제의 지방 주도 성장 정책 추진과 맞물려 부산·경남도 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 2023년 1월을 목표로 추진하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무산되자 부산·경남은 2024년 1월 행정통합 추진을 합의했다. 메가시티와 관련해 부산의 ‘빨대 효과’를 우려한 경남과 울산의 반발로 부산·경남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양 시도는 메가시티 실패 이후 상향식 통합 원칙에 따라 공론화를 추진해 왔다. 용역 보고서에서는 통합 잠정 명칭을 ‘경남부산특별시’로 하고 광역지자체간 대등한 통합과 현행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는 ‘자치 2계층제’ 모형을 확정·제시했다. 1개의 글로벌 허브, 3개의 도심 거점, 7개의 로컬 허브 등으로 공간을 재편해 빨대 효과 우려 해소에 역점을 뒀다. 양 시도가 쟁점에 대한 견해 차이를 최대한 좁혀 통합 명분과 실익 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민주당 대전·충남 의원과의 오찬에서 지역 간 행정통합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이다. 양 시도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준비된 지역 우선 지원’ 방침을 감안해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통합의 특례를 담은 특별법 처리를 위해 지방의회 찬성과 주민투표 생략 등으로 절차와 시간을 줄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 소멸을 막고 지속 성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뭉치는 것은 필연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경험을 토대로 ‘광역통합 1호’라는 상징성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린란드 'FAFO'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한 구성국이면서 독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치령이다.기원전 2500년 무렵부터 인간이 살았다는데, 덴마크와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721년 덴마크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한스 에게데 일행이 그린란드를 탐험했고, 그 이후 덴마크 군대가 그린란드 남서부 연안에 고트호프 요새를 건설하면서 덴마크령이 된 것이다.1953년 덴마크의 한 주로 승격됐고, 주민들은 덴마크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린란드는 끊임없이 자치권 보장을 주장했고, 1979년 덴마크 의회가 자치권을 인정했다. 이후에도 더 많은 자치권을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2008년 자치권 확대 투표를 거쳐 이듬해 독자적인 정부와 사법·입법 기관을 구성하고 사실상 독립을 선언했다. 다만 덴마크가 여전히 국방이나 외교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모호한 주권 상황 때문인지 그린란드는 서방 세계에서 패권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공공연하게 그린란드에 야욕을 드러냈다. 미국으로의 편입을 방해하면 덴마크에 최고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사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뿌리 깊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6년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덴마크에 제안했다. 1950년 덴마크는 미국의 툴레 공군 기지 건립 제안을 받아들여 건설을 허가했다. 1953년 완성한 툴레 기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중요한 방어 전략 중심지이다.지리적으로도 그린란드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동쪽에 붙어있다. 유럽 대륙 보다 미국에 더 가깝다. 석유 때문에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잡아온 트럼프가 그린란드의 풍부한 철광석과 희토류를 모른 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사태 직후 인터뷰에서 “그린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그러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역사적 동맹국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성공으로 한창 신이 난 트럼프가 귓등으로나 흘려들을지 의문이다.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사태 직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FAFO”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까불면 다친다’(Fuck Around and Find Out)는 뜻의 미국 속어다. 트럼프가 또다시 “FAFO”를 외치면 남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대혼란이 올 것 같다.박석호 선임기자 psh21@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상윤의 세상톡톡] 쿠팡 정치학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약 3370만 개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쿠팡의 한 분기 기준 구매 이력 활성고객 2470만 명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쿠팡은 ‘셀프 조사’ 결과 유출 규모는 3000명 수준이라 뒤늦게 해명했지만 믿는 이는 드물다. 정보 유출 소식이 나온 지 일주일쯤 지나자 쿠팡의 이용자는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하루 활성고객 수가 10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의 공포가 대규모 고객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쿠팡의 경쟁사 활성고객이 덩달아 늘어나면서 쿠팡은 조만간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확인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주간 활성고객 수는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보다 오히러 4.1%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를 맞으면서 경쟁업체 가입자가 일부 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쿠팡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해 보인다. 쿠팡이 고객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키고도 이처럼 이용자 수에 큰 변화가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업계는 대안 플랫폼 부재를 첫손으로 꼽는다. 쿠팡에게는 네이버쇼핑이나 11번가, G마켓 등 유사한 유통업 경쟁자가 있지만 전국 단위 익일·새벽 직배송 등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곳은 쿠팡 이외에는 없다. 오프라인과는 달리 플랫폼 유통 구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공정거래 제도와 대형사가 압도적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물류 인프라가 이 같은 현실을 만들었다. 결국 대안 플랫폼 부재로 인한 독점 구조는 소비자를 쿠팡의 생태계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놓는 강력한 ‘잠금 효과’를 낳게 됐다. 이후에도 쿠팡이 국회 청문회에서 고자세를 보이는 등 버젓이 활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최근 들어 세상 일이 대부분 이와 비슷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쿠팡처럼 대안 부재를 이유로 불이익을 얻기는커녕 반사이익을 얻는 존재가 되레 세력을 불려가는 곳이 있다. 국내 정치권이 대표적이다. 국내 정치판은 플랫폼 독점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공정거래 제도처럼 승자독식으로 인한 거대 정당의 싹쓸이를 막지 못하는 선거제도로 인해 거대 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소수 정당이나 신생 정당은 제대로 자리를 잡을 틈이 없다. 최대 득표자 1인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병폐를 지적해도 소선거구제의 과실을 최대한 향유해 온 거대정당 두 곳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유권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대정당 중 한 곳을 지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정치철학에 맞는 후보가 있다고 해도 사표가 되면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기에 ‘최악 막으려 차악을 찍는’ 선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유권자조차 정치공학적인 선택을 하다 보니 거대정당 양당 체제는 더욱 공고화하고 이들 정당은 유권자를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가둬 놓는 강력한 ‘잠금 효과’를 누리게 됐다. 쿠팡의 무책임한 행위에도 소비자들이 꽁꽁 묶여있는 것처럼 입법 폭주나 계엄 옹호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에도 거대정당들의 지지자들이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팬덤 정치’라는 분석을 하기도 하지만 팬덤보다는 최악 기피 성향에 따른 ‘잠금 효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무리 못 해도 너희가 지지하는 정당보다 못 하겠느냐”는 심리다. 애초에 건설적인 입법이나 정책 마련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현행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위 득표자가 아니라도 당선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상식적인 투표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정치 지형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쿠팡이 누리는 견고한 대안 부재 플랫폼의 지위도 정권의 개입이 시작된 이상 어떻게든 변화를 맞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쿠팡에 대해 “처벌이 두렵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는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으니 개입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치판에서 거대정당들이 차악으로서 누리는 지금과 같은 지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정당에 ‘잠긴’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심판이 두렵지 않은 그들이 떨 수 있게 선거제도부터 바꾸도록 강도 높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판이 더 곪지 않도록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백진규의 법의 창] 2026년! 해양수도의 과제
2000년 12월 18일, ‘해양수도 부산’이 공식적으로 선포된 지 25년이 지났다. 당시 이 선언은 수도권 일극 구조를 넘어, 세계적 항만과 해양산업 역량을 갖춘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해양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재, 해양수도 부산은 제도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비전은 제시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사법 체계는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2025년은 이러한 한계를 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해양수도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양수도는 더 이상 선언이나 계획의 영역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된 국가적 책무가 되었다. 이는 해양수도가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점에서 2025년을 ‘부산 해양수도 원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률의 제정이 곧바로 제도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은 방향을 제시할 뿐이며, 그 방향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정(재정)적 설계와 사법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도는 행정과 사법이 동시에 기능할 때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 행정 측면에서 보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큰 진전이다. 그러나 물리적 이전만으로 해양수도의 중심 기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해양 정책의 기획과 예산 조정, 국제 해양 협상, 해양 안전과 환경, 해운·조선·물류 산업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과 조직 역량이 함께 이전·강화되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가 해양 전략의 조정·집행 기관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해양수도의 실효성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도의 완성에 또 다른 시급한 과제는 사법 영역에 있다. 해양수도가 제도적으로 완결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마지막 축은 해사법원이다. 현재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늦어도 2026년 상반기에는 입법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는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반이다. 해사 분쟁은 일반 민사·상사 사건과 성격을 달리한다. 선박 충돌과 해양 사고, 해상 오염, 용선·운송계약 분쟁, 해상보험과 선박금융 등 각종 해양사건에는 국제조약과 국제관행, 항해·기관·보험·금융에 관한 전문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사건을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 없이 일반 법원 체계에서 처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상당수 해사 분쟁을 해외 법원이나 국제 중재기관에 의존해 왔다. 이는 소송비용 부담을 넘어, 해양 법질서 형성과 해사 판례 축적 과정에서 국내의 역할이 제한되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지역 균형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주요 해양사건이 발생하고, 해운·조선·물류 산업과 해양 행정·연구 시설이 집적된 도시에서 해사사법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사법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특히 본원 기능과 항소심까지 연계된 체계를 부산에 구축하는 것은 해양수도의 기능적 완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2026년 해양수도의 과제는 이제 보다 분명해졌다. 첫째, 해양수도 이전 특별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관련 법령의 정비와 단계별 이행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이전 대상 기관의 기능 범위와 권한 이전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해양수산부 기능의 실질적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해양 전략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정책·예산·국제 협상 권한을 부산에 집적시키는 구조적 개편이 요구된다. 셋째, 해사법원 설치를 중심으로 한 해사사법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 법관 양성, 해사 전문 변호사·감정인·중재인 풀(pool) 조성, 국제 해사중재와의 연계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해양산업 클러스터와 해양금융 기능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해양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선박금융, 해상보험, 해양파생상품 등 금융 기능이 해사사법과 연계될 때 부산은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국제 해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다섯째, 북극항로와 녹색항로, 해양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산업 전략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법적 준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조율할 범정부 차원의 상설 기구, 예컨대 ‘국가해양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해양수도는 국가 전략이기 때문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을 위해, 2025년이 법적으로 방향을 확정한 해라면, 2026년은 그 방향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할 시간이다. ‘일이관지’(一以貫之)의 태도로 처음 세운 국가적 결단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부산을 통해 해양 강국으로 완성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데스크 칼럼] 남포동에서 본 '300만 명'의 그림자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 크루즈 기항 확대와 항공 노선 회복, 콘텐츠를 통한 도시 인지도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남포동을 찾기 전,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그려졌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북적이고, 오래된 가게 앞에서는 한국어와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오가는 풍경이었다. 현실은 조금 달랐다. 골목의 오래된 유명 식당은 과거엔 부산 사람들이 줄을 서던 곳이었지만, 이날 한국인 손님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들이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문제는 국적의 변화가 아니었다. 음식의 내용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부실한 재료는 예전 기억과 거리가 멀었다. 한 번 먹어보고 사진을 남기면 충분한, 이른바 ‘관광용 음식’의 모습이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북적이는 공간을 기대했기에 더 씁쓸했다. 관광객이 늘었다는 사실이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지역 손님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인들이 발길을 끊은 공간은 결국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오래 남을 장소가 되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 역시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나면 가장 먼저 ‘현지인 맛집’을 찾는다. 현지인과 여행객이 함께 북적이는 공간에서 먹는 한 끼야말로 그 도시를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부산 모습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남포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국제시장·자갈치시장과 가깝고, 크루즈가 들어오는 국제여객터미널도 인근에 있다. 부산에 처음 발을 디딘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 중 하나다. 그래서 남포동의 변화는 개별 상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기억하는 ‘부산의 첫인상’과 직결된다. 남포동에서의 한 끼 식사는 단순한 개인의 소비를 넘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경험이 된다. 부산에서의 첫 식사, 첫 골목, 첫 인상은 관광객이 이 도시를 다시 찾을지, 다른 이에게 추천할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관광객 수 증가라는 성과가 신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성장은 오래가기 어렵다. 물론 이 변화를 개별 식당이나 자영업자의 선택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급등한 임대료와 인건비, 짧아진 관광 소비 주기 속에서 당장의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인 압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반복될수록 상권은 단기 수익에는 강해질지 몰라도 오래 머무는 신뢰와 기억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2024 부산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부산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로 ‘음식·맛집 탐방’이 자연풍경 감상과 함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일본 관광객의 경우 음식 탐방을 선택한 비율이 90%를 넘었다. 외국인에게 음식은 부수적인 체험이 아니라 부산 여행의 핵심 동기라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남포동에서 마주한 ‘관광용 음식’의 풍경은 더욱 아쉽다. 외국인이 부산에 기대하고 온 경험과 실제로 제공되는 경험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포동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런 변화는 관광지 곳곳에서 반복돼 온 흐름이다. 남포동의 현재는 명동과 이태원, 제주 등 유명 관광지들이 먼저 지나간 경로와 닮아 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남포동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광객은 많지만 체류는 짧고, 사진은 남지만 기억은 희미할 것이다. 도시의 대표 관광지일수록 ‘얼마나 많이 오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포동은 원래 관광객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밥을 먹고, 가족 외식과 약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생활의 중심지였다. 외국인이 많지 않던 시절에도 늘 사람이 있었던 이유는 이곳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상이 빠져나간 자리에 관광만 남았을 때 공간은 더 화려해질지 몰라도 덜 살아 있는 곳이 된다. 부산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의 다음 목표는 더 많은 숫자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는 일일 것이다. 관광객 수보다 중요한 것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머무르고, 함께 소비하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다. 관광은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 위에 쌓일 때 지속된다.
[노트북 단상] 울산 정치의 '적대적 데칼코마니'
해를 넘기기 직전이던 지난달 22일. 울산 정치를 관통하는 두 장면이 동시간대 교차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민중기 특검에 출석해 11시간 고강도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명품 가방이 당 대표 당선을 도와준 대가성 선물로 지목된 탓이다. 불과 수년 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피해자로 정권 교체의 주역이자 그 기세로 집권 여당의 당대표까지 지낸 그가 아니던가. “터무니없는 비과학 소설”이라며 카메라를 향한 언짢은 눈빛은 과거 ‘하명 수사’의 부당성을 항변하던 2018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이번엔 거꾸로 권력 유착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 공수가 뒤바뀐 처지라는 점만이 냉혹한 현실을 대변했다. 정치사의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시각, 하명 수사 사건으로 김 의원과 대척점에 섰던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6·3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기소돼 5년 7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 짓고 정치적 재기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회견장에서 고령을 문제삼는 질문에 시 ‘논개’를 인용,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며 “내란 극복과 울산 사랑에 나이는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의미’를 찾는다면 사사로운 울분을 내세우기 보다 시대적 화두를 꺼내 든 그의 행보에 담겨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운명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정반대 궤적을 그렸다. 김기현 전 대표가 52.9%의 압도적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며 정치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2023년 3월 8일, 송 전 시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지난한 법정 공방에 갇혀 “검찰이 쓴 소설”이라 항변했다.1심 징역 3년의 실형 선고에서 항소심 무죄 확정까지, 송 전 시장은 가히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심정이었으리라. 새해 벽두, 법정의 족쇄가 풀린 노정객은 재기를 노리는 반면, 권력의 한복판에 섰던 위정자는 수사기관의 포토라인으로 내몰렸다. 시간과 장소, 이유는 달라도 두 정치인의 방어 기제는 묘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온갖 정치적 수사가 누군가에게는 진실을 가리기 위한 방패였고, 누군가에게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창이었을 것이다. 울산 정치가 그려낸 이 서늘한 ‘적대적 데칼코마니’는 권력이 얼마나 덧없는 모래성인지를 다시 한 번 웅변한다. 무엇보다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프레임은 김 의원과 송 전 시장의 운명을 뒤흔든 전장이자, 우리 정치 양극화의 대리전이었다. 비록 법정에서의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시민들의 마음 속엔 여전히 갈라진 진영 논리가 상처처럼 남아 있다.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 김 의원이 지난해 이재명 정부를 겨냥해 SNS에 올린 이 글귀는 여야 가리지 않고 작금의 상황을 절묘하게 꿰뚫고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언제든 권력의 배를 뒤집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준엄한 경고다. 하명수사 프레임이 걷힌 지방선거가 이제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울산을 무대로 한 기나긴 정치적 혼돈이 남긴 양극화의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수없이 교차하는 영욕의 세월 속에서 이들은 또 어떤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 있을까.
[중앙로365] '균형발전' 공약, '무상급식'만큼 히트하길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동네는 요즘 꽤 시끌시끌한 상태다. 재개발·재건축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동네에서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시작된 사업장은 10여 곳에 이른다. 이미 6개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곳곳에 높은 가설울타리가 처져있고, 수많은 덤프트럭이 시도 때도 없이 출입구를 드나든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약 1만 3000가구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교통지옥이 되겠다”고 우려한다. 도로 등 기반 시설은 그대로인데 주거지의 밀도만 높아지는 이유에서다. 사정은 대로 건너 옆 동네도 다르지 않다. 5층짜리 주공아파트가 밀린 자리에는 30층 넘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다. 한강 변을 따라 세워진 아파트들의 행렬을 보면, 서울의 풍경이 언젠가 홍콩처럼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따라 부쩍 서울이라는 도시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열차를 두세 번은 보낸 뒤에야 겨우 몸을 끼워 넣을 수 있고,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길목은 족히 수백 미터는 줄을 서야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명동·홍대 등의 번화가들은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붐비고 있다. 사실 서울 인구 자체는 줄고 있다. 서울은 1988년 등록 인구가 1029만 명을 넘어 ‘천만 도시’가 되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2020년 말 10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현재는 930만 명 수준이다. 다만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서울 외곽에 자리 잡으며 배후 도시들이 급성장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2005년 30만 명 정도였던 인구가 2023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하남·시흥·남양주시 등도 10년 새 1.5배~2배가량 인구가 증가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많은 직장인이 서울로 출퇴근하다 보니 당연히 도시 밀도는 높아진다. 인구 감소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수도권만큼은 예외인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지역고용학회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2025년 겨울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역(시도) 간 인구이동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을 이동할 사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은 예외였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시도 간 이동률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건 지역을 옮겨가며 사는 청년들이 늘었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들이 향한 곳은 두말할 것 없이 수도권이었다. 물론 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지역 안에서 이동이 가장 활발했지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비수도권에 거주하던 19~34세 청년의 수도권 전입은 충청남도가 1만 6178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광역시(1만 5240명), 경상남도(1만 4624명), 강원도(1만 35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긴 이유로는 ‘직업’이 압도적이었다. 25~29세 남성 76.9%, 여성 76.9%, 30~34세 남성 73.7%, 여성 65.4%가 ‘직업’ 때문에 지역을 이동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청년인구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중은 2000년 49.1%에서 2025년 54.5%로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30년 54.7%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사람이 미어터지는데 비수도권은 광역시마저도 홀쭉해져 가는 현실은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은 지역대로 사람이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과도한 경쟁과 주거비 상승으로 삶의 질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인구 위기는 국가적인 문제이기에 개별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여러 광역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협조를 구해야만 한다. 지방선거는 중지를 모을 중요한 기회다. 안타깝게도 지방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았는데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양극단으로 치달은 중앙정치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마저 정쟁으로 물들인다. 2022년 지방선거도 그랬다. 당시의 핵심 이슈는 지역 현안이 아닌 정권 심판, 검찰 수사권 박탈(검수완박)과 같은 것들이었다. 올해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인구 변화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비수도권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지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의 야권 후보들은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선거를 주도했다. 올해 지방선거는 균형발전으로 장식되어야만 한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선 균형발전 해법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오가길 기대한다.
[편집국에서] 정치적 불쾌감에 얼룩진 한일해저터널
지난해는 ‘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격랑의 시간이었다. 정치판은 더욱 그랬다. 불법 계엄의 후유증과 어수선함으로 한 해를 시작해 1년 내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시끌벅적하더니, 연말에는 통일교 의혹이 다시 정국을 흔들었다. 연말에 만난 한 국회의원은 평소 즐겨 마시던 이른바 ‘보리콜라’조차 마시려니 눈치가 보여 손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제조사가 통일교 산하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괜한 정치적 오해를 살까 두렵다는 것. 물론 농(弄)으로 한 말이었지만, 마냥 농으로만 웃어넘기기엔 이 시절이 하수상하다. 통일교로부터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일단 다들 아니라고 주장하시니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그렇다고 치고), 그저 통일교 행사에 얼굴을 내민 것만으로도 뭇매를 맞는 세상이다. 그러니 통일교 기업이 만든 음료 사랑을 숨기는 것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게 ‘통일교’는 낙인이 됐고, 해가 바뀌었어도 그 ‘주홍글씨’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보리콜라’를 양껏 마시지 못한다는 모 의원의 사정도 딱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공포가 개인의 기호를 넘어 지역의 백년대계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입을 막은 그 음료처럼, 부산의 미래를 논할 때 더 이상 언급해서는 안 될 단어가 생겼다. 바로 통일교단이 그토록 원한다는 ‘한일해저터널’이다. 통일교가 이슈의 중심에 서기 전에도 한일해저터널은 ‘뜨거운 감자’였다. 부산과 규슈를 잇는 이 거대한 구상은 부산 선거판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저터널이 필요한가’라는 논의는 없고 ‘누가 해저터널 이야기를 꺼냈는가’라는 질문만 남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누가 통일교와 연관되어 있는가’라는 사상 검증과 다르지 않다. 정치적 불쾌감이 정책적 판단을 압도해 버린 셈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전제하자면, 나는 통일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한일해저터널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부산이 살아남기 위해선 바다 건너 부산과 근접한 일본 규슈와 손잡고 새로운 경제권역을 창출해야 한다고 믿어 왔다. 이는 지난 20년간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지켜온 두 도시의 학계·경제계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물론 한일해저터널을 바라보는 그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일해저터널은 부산과 규슈가 만들 새로운 경제권역의 혈맥을 잇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터널이 뚫리면 부산의 부품·조선기자재 산업은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닿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기술직·서비스직·연구개발직 등의 일자리도 늘 것이다. 일본으로부터의 단기 부산 방문이 늘면서 의료, 뷰티 산업의 시장이 확대될 수도 있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부산 패싱’이다. 일본의 자본과 사람이 부산을 건너뛰고 서울로 직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물류가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철도로 빠져나가고, 부산 시민들은 접근성이 좋아진 일본에서의 소비가 잦아지면서 부산 상권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패싱’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다. 후쿠오카나 오사카에서 비행기를 타면 서울은 지척이다. 부산과 비교해 비행시간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울행 항공편이 더 많아 오히려 부산보다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해저터널 유무와 상관없이, 서울로 갈 사람은 이미 가고 있다. 그나마 육로(정확하게는 육로가 아니라 바다 밑길이지만)가 생기면 오히려 부산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터널 그 자체가 아니라, 터널이 뚫렸을 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리의 패배주의다. 더욱 답답한 점은 대게 그것이 부산이 아닌 중앙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언제 연결될지도 모를 ‘유라시아 교통망의 종착지’라는 개념에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다. 대륙의 종착지 역시 그 이후로 뻗어나갈 수 없다면 그저 변방의 막다른 골목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종착지’가 아니라 ‘허브’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성과가 없지 않았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부산은 지금 북극항로의 기점을 꿈꾸고,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한다. 그러면서 고작 해저터널 하나에 경쟁력을 잃을까 전전긍긍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의 선박이 일본 화물까지 가득 싣고 북극을 지나려면, 오히려 해저터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 글이 반드시 터널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부산에는 반전이 필요하고, 혹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카드를 단순히 ‘누가 추진했느냐’라는 꼬리표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해선 안 된다는 거다. ‘실사구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용과 경제적 기대 효과에 대해, 과거의 데이터가 아니라 변화한 현재와 미래의 비전에 맞춰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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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서 연기 가능성 다진 임윤아 “다채로운 변신 응원해 주세요”
[BIFF] “‘오징어 게임’ 흥행은 봉준호 감독 ‘1인치 장벽’ 무너진 순간”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영상] 부산·경남도 행정통합 추진 본격화(종합)
“아내도 구속돼 있고 집에 가서 뭘 하겠나”…尹 최후진술에 정청래 '노답인생'
부산 고교생 3명 비극 뒤… 법인 이사회, 교장·행정실장 해임 결정
[단독]“양주 먹이고 3시간 방치해 숨져”… 부산 유흥주점 종사자 5명 법정행
학기 시작 두 달 앞두고 깜짝 폐원 통보에 학부모 ‘발 동동’
빨라진 행정통합 시계… 통합 단체장 선출 시점 관심 [부산·경남 행정통합]
“안 나가져요”… 부산 대중교통 모바일 교통카드 오류
부산 오륙도선 트램, 자체 용역 단계서 ‘난항’
해수부,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안 3월까지 초안 완료
지방정부는 가칭 '경남부산특별시', 현행 시군구 유지 혼란 방지
HJ중공업, 미국 해군 함정정비협약 최종 관문 통과
부산 첫 장애·비장애 통합 유치원, 에코델타시티에 3월 개원
“부상자 복귀까지 최대한 버텨야”… 4연패 KCC 최대 위기
내실 택한 롯데, 팀 내 유일 FA ‘홀드왕’ 김상수의 운명은
대만야구 중신 브라더스 이대호 객원 타격코치 선임
한국 축구, 아시안컵 우승으로 ‘월드컵의 해’ 연다
부산아이파크, 1부 승격 향해 전력 보강
롯데, 올 시즌 코치진 구성 완료
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2월 부산서 데이비스컵… 한국-아르헨티나 격돌
롯데, 2차 드래프트 최충연-김주완-김영준 선발
“변칙 발차기·얼굴 공격 경계…근접전서 득점 노려야”
[부산바다마라톤] 광안대교, 1만 러너 건강 웃음으로 푸르게 물들다
홍명보호 마지막 월드컵 평가전… 내년 6월 북중미 지역서 개최
안성기 명대사 계보…실미도·부러진 화살 이어 사자에서도
박중훈, 이영자·전유성과 어떤 인연 있길래…
진영·바로(차선우), B1A4 탈퇴한 이유
박진영 집, JYP 하우스는 어떤 모습?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안다성 '사랑이 메아리칠 때' 열창… 올해 90세, 송해보다 3살 어려
이것은 대선인가 교황 선거인가…치밀한 정치 스릴러 ‘콘클라베’ [경건한 주말]
'놀라운 토요일' 샤이니 '아미고' 가사 정답과 아미고 뜻은 뭐?
'매회가 레전드' 스카이캐슬 18회 시청률 무려 22.3%, '도깨비' 넘어섰다
백지연, 불운의 결혼 생활… 이혼한 두 명의 전남편 스펙 '눈길'
전유성 딸 전제비 결혼식에 진미령이 참석하지 않았던 이유
무료로 볼 수 있는 웰메이드 독립영화들…‘해야 할 일’과 ‘장손’ [경건한 주말]
경남은 여당, 울산은 야당 오차범위 내 ‘엇갈린 민심’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영상] 경남지사 지지도… 다자대결 김경수 선두, 박완수·김태호 경합 [6·3 지방선거 경남·울산 여론조사]
울산시장 지지도… 다자대결 1위 김두겸에 김상욱 맹추격 [6·3 지방선거 경남·울산 여론조사]
장동혁 지도부 징계 강행 수순에… 한동훈 “제거할 수 있으면 해보라”
민주 지지층 85% ‘전재수 지지’, 국힘 지지층은 68%만 ‘박형준 지지’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민주당,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6월 ‘충청특별시’ 출범 추진”
'통일교 의혹' 전재수, 비방 현수막에 “명예훼손” 법적 대응
[영상] 12·3 비상계엄 사과한 장동혁 “당명 개정 포함 쇄신 추진”
''시진핑과 셀카'는 이 대통령 아이디어'… 방중 전 샤오미 폰 개통
전재수 43.4% vs 박형준 32.3%… 오차범위 밖 격차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여 “李 실용외교로 ‘신 벽란도 시대’”, 야 “‘줄 잘 서라’ 경고 들은 이벤트성 회담”
경남교육감 ‘무주공산’ 속 박빙… 울산은 ‘현역’ 천창수 강세 [6·3 지방선거 경남·울산 여론조사]
해수부 부산 신청사 부지 올해 확정
[단독]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기 또 연장
더 벌어진 ‘동서 집값 격차’… 수해동 오를 때 강사사 내렸다
부산-로테르담 북극항로 9월 첫 운항… 신청사는 북항 ‘유력’
코레일, 설 연휴 승차권 예매…모든 국민은 19~21일 사흘간 진행
북극항로 선박에 연료 공급한다…부산 남구 석유저장시설 ‘종합보세구역’ 지정
하나은행, 나라사랑카드 혜택 극대화
정부, 한은 ‘마통’ 5조 쓰고도 국방비 미지급 논란
풀체인지부터 고성능까지… 국산·수입차 역대급 ‘신차 보따리’
부산 R&D 기관들 '해양'으로 재정비
가덕신공항 핵심 기관 ‘안착’… 활기 넘치는 에코델타시티
사람 대신 가사·노동… ‘피지컬 기술 대전’ [AI 로봇 각축장 CES 2026]
'지방선거 논란 될라' 낙동아트센터, 개관 공연 닷새 앞두고 유료 전환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6일 화요일(음력 11월 18일)
5시간도 못 자는 노인, 6시간 이상 자는 노인보다 낙상 위험 높아
‘대홍수’ 김다미 “연기, 한 시절의 모습 담겨 매력적”
“몇 달간 바다 생활 선박 무대로… 어떤 사건 이야기 그려봤죠”
[해양문학 공모전-일반부 해양소설 대상] 적도의 침묵 / 이동윤
‘꽈당’이 고관절 골절까지… 주머니 손 넣기 금물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1월 1일~ ]
올해 한국영화 20편 남짓 개봉… '천만 영화' 나올까
“도파민은 생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에요”
[2026 신춘문예-시] 셰어 하우스 / 박은우
인형극·음악극·뮤지컬… 방학 맞은 어린이도 골라 보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