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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형 BuTX 민자 적격성 통과, 부울경 30분 시대 첫발
부산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고 가덕신공항의 접근성을 높여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구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의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민자 도입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박형준 시장의 핵심 공약인 BuTX는 가덕신공항에서 명지, 하단, 북항, 부전, 센텀, 오시리아를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총길이는 54.43km로, 사업비 4조 7692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개통할 예정이다. 동서 부산권을 15분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부울경 30분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은 고무적이다. 국내 최초로 수소 철도차량을 도입하는 BuTX 사업은 부산이 친환경 수소 첨단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 부산이 미래 친환경 수송 수단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시범 모델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친환경 수소 차량은 지하 대심도 터널을 통과해 가덕신공항에서 북항까지 18분, 오시리아까지 33분 만에 주파한다. 교통 혼잡 완화,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대, 탄소 저감과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시는 민자 적격성 조사 과정에서 수소 열차의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심도를 달리는 수소 열차로는 첫 운행 사례인 만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BuTX는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시는 BuTX 도심 구간과 연계해 가덕신공항에서 각각 울산 태화강(A 노선), 울산 신복(B 노선), 창원(C-1 노선)을 잇는 구간과 창원~부전~태화강 구간(C-2 노선)까지 동남권 광역 연계 구간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년)에 반영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협의 중이라고 한다. 부산 도심 구간의 종점인 오시리아역에서 기존 동해선 선로를 타고 울산 태화강역까지 가는 A 노선 정도라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된다면 울산과 부산 간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부울경이 지리적으로 한층 가까워지는 것이다. 부울경 광역 교통망은 초광역권의 필수 기반이자 가덕신공항으로 촉발될 남부권 상생 발전을 완성할 핵심 열쇠다. BuTX가 광역 교통망 형성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는 실로 크다. 이를 발판으로 수도권에 대적할 유일한 경제권인 부울경은 BuTX의 광역화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GTX)가 된다. 수도권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GTX는 수도권 1극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울경은 제대로 된 광역 교통망조차 없다. 부울경이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과 연계해 BuTX 광역화와 부울경 30분 생활권을 꼭 이뤄내길 바란다.
[사설] 한일 정상 첫 부산 회담 지역 균형발전 협력 초석 되길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양국 최초로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천명해 한일 셔틀 외교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지역 문제 해결을 주된 의제로 삼았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 등 공통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더욱이 이번 회담이 수도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해양수도 부산에서 열린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부산 회담이 양국 지역 문제 공동 해결을 통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국 공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공통 사회문제 해결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지난 8월 도쿄 회담에서 수도권 집중 및 지역 발전 과제에 대한 공동 협의체 출범을 공동발표문에 담은 바 있는데, 이번 합의에서 이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회담 장소를 부산으로 정하고, 회담의 주제를 지역에 둔 것은 현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은 이제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사회문제에 대한 연계와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협력도 당부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 연내 부산 이전을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북극항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양수도로 발돋움시켜 우리나라를 해양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홋카이도를 북극항로의 중간 거점이자 환적 허브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새롭게 열리는 북극항로와 관련, 한국과 일본은 경쟁 관계다. 하지만 한일이 적극적으로 공조한다면 더 큰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이것은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북극항로 시대를 맞아 한층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길 기원한다. 일본은 현재 도쿄 일극주의 탈피를 위해 ‘지역창생’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집중화 부작용에 시달리는 우리나라가 내놓은 지역 균형발전 전략과 유사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부작용을 경험했다. 특히 일본 제2도시인 오사카의 광역화는 현재 논의 중인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미래형이다. 한국과 일본은 사회 구조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 정상이 부산 회담을 통해 밝힌 지역 문제 해결 의지가 형식적인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 경험과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지역과 북극항로 문제 등에 공동 대응, 시너지를 극대화하길 바란다.
[사설] 수도권 일극에서 '5극 3특' 재편 균형발전 성패 시험대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확정하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핵 구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 중심으로 경제·생활권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경수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30일 세종에서 첫 본회의를 열고 권역별 메가시티 육성과 함께 세종 행정수도 완성, 지역별 60분 생활권 구현,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 방식 자체의 재편이다. 지방정부가 정책 설계의 동반자가 아니라 수혜자로 머무는 한 국토균형발전은 요원하다.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명시,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 확대, 지방정부의 국정참여 강화, 혁신적 지방세제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 2017년 제19대 대선 직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제시한 지방분권 대선 공약이다. 망국적인 일극주의 폐해 해소의 해법이 제시됐지만 어찌 된 셈인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서울 공화국’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 시대’ 구호가 내걸렸지만 번번이 미완의 과제로 남은 탓이다.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메가시티’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는 과정은 지방민에게 ‘희망 고문’이었다. 국토균형발전 패러다임은 변화가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원회와 지역 모두의 실행력이 중요하다. 우선 위원회는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통합하고, 예산과 제도를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처 칸막이와 시도 경계를 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예산 사전 조정권, 정책 영향평가, 포괄보조금 확대 등 실질적 수단을 확보하고 지방이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가 정부의 지침에 의존하는 종래의 사업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산업과 인재, 정주 여건을 설계하고, 타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공동 생존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는 ‘5극 3특’ 거버넌스 구축과 예산 확대, 광역연합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국토균형발전은 중앙의 시혜가 아니라 지역 주권의 회복일 때 의미가 더해진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주권정부의 취지에 비춰 보아도 지역민이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주권 행사다. 부산을 위시한 동남권은 해양, 물류, 에너지, 금융 등 다핵적 산업기반을 골고루 갖췄다. 부산·울산·경남은 현재의 행정 통합에서 나아가 미래 산업과 인재 육성을 통한 공동 발전 전략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반과 조건이 갖춰진 동남권이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의 유력한 대안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한 각오가 필요하다.
호작도 호돌이 더피
단군신화에는 호랑이와 곰이 등장한다. 두 동물은 인간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어야 했다. 곰은 이를 완수해 인간으로 변하지만, 호랑이는 실패해 동굴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단군신화를 고조선의 전신인 단군조선의 권력자들이 만든 토테미즘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다른 곳에서 이주해 온 환웅은 하늘을 숭배하던 세력을, 웅녀는 곰 토템을 숭배하던 토착 부족을, 호랑이는 호랑이 토템을 숭배하던 토착 부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곰은 농경 부족을, 호랑이는 수렵 부족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단군신화에서 호랑이는 곰에 밀렸지만, 우리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에서는 용과 함께 영물로 신성시되었다. 조선 중기부터 호랑이는 신령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익살스럽고 개성이 돋보이는 형태로 변모한다. 조선 후기 민화에서는 해학과 익살, 재치가 물씬 풍기는 독창적인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호랑이와 까치를 같이 그린 그림인 ‘호작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19세기 ‘호작도’는 ‘피카소의 호랑이’로 불린다. 단순한 선과 해학적인 표정, 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호작도’의 호랑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됐다. 황호(黃虎)인 호돌이는 올림픽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당시 대한민국의 열망을 담았다. 머리에 남사당패 상모를 쓰고, 목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메달을 건 모습이다. 30년 뒤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호돌이의 맥을 이어 백호(白虎)를 상징한 캐릭터 ‘수호랑’이 등장했다. 호돌이가 ‘성장하는 한국’을 대표했다면, 수호랑은 ‘성숙한 한국’을 보여줬다. 두 마스코트가 세대를 이으며 세계에 한국을 알린 셈이다.호랑이는 이제 한류의 기세를 타고 글로벌 스타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호랑이 ‘더피’(Duffy) 덕분이다. 더피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가 데리고 다니는 파란색 호랑이인 청호(靑虎)다. ‘케데헌’의 매기 강 감독은 한국 문화 배경의 차별화된 마스코트 캐릭터를 위해 ‘호작도’ 호랑이에서 착안해 ‘더피’를 만들었다고 한다. 호랑이는 비록 단군신화에서는 패배자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K컬처 열풍의 아이콘이 됐다. 오늘 개천절을 맞아 호랑이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상윤의 세상톡톡] 기자는 기도하는 직업
언론중재법은 그냥 놔두자는 대통령의 언급 이후 주춤하긴 했지만 집권 여당은 여전히 언론 관련 법을 들여다 보며 손질을 모색 중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다 문득 트라우마 같은 민사소송 피소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비판하다 800억 원대 민사소송을 당했던 사내 선배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도 못 미치지만 소송 이후 기사 쓸 때마다 멈칫거리던 경험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였다. 사회부 경찰기자로서 매일 경찰서의 사건과 사고를 챙기는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경찰서를 방문해 각 과를 돌며 오전 일과를 마무리지으려던 오전 9시 30분께.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경찰이 지나가며 한마디를 던진다. “어제 저녁에 모 국회의원이 수사과에 온 모양이던데요.”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 지역 국회의원이 수사과에 조사받으러 온 것은 당연히 큰 뉴스지만 순간 기자는 망설인다. 당시 석간이었던 〈부산일보〉의 기사 마감 최후 마지노선은 오전 10시 30분께. 1시간 남짓 시간 안에 취재가 가능할 것인가. 내일로 미루는 것이 더 낫지 않나. 그러는 사이 다른 기자가 낌새를 채지는 않을까. 10초도 안 되는 순간 숱한 고민이 머리 속을 오간 끝에 결국 당일 취재 송고를 결정한 기자. 뛰다시피해 달려들어간 수사과에서는 해당 의원이 다녀 간 사실만 인정할 뿐 혐의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렇게 시작해 경찰서 내 간부들에게까지 크로스체크를 하며 진행된 좌충우돌 취재는 1시간 만에 겨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건의 윤곽을 밝히는 데 이르렀다. 모자라는 취재를 보충하려고 부산지검에 선을 넣어 검찰이 입건 장부에 해당 사건 번호를 부여한 사실까지 확인한 뒤 급히 ‘모 국회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 입건’ 내용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어렵사리 송고한 기사의 결과가 해당 국회의원으로부터의 민사소송 피소였다. 이유는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짧은 취재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기자는 기사를 ‘허위사실’이라 규정한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해당 국회의원은 보도 시점에는 경찰 조서에 본인이 아직 날인하지 않았기에 입건이라 표현한 것은 중과실로 인한 허위라 주장했다. 그런 이유로 기자는 5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민사소송 피고가 됐다. 상식적으로 검찰 입건 장부에까지 번호가 올라간 사건에 대해 입건 여부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일단 제기된 민사소송은 1년 가까이 진행됐다. 결국 승소를 했지만 그 사이 가슴에 돌 하나를 올려놓은 듯한 고통이 남긴 생채기는 깊었다. 민주당이 한때 고려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악의나 고의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회악이다. 프레임을 짜놓고 거기에 퍼즐을 맞추듯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유튜브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엄히 다스려야 옳다. 하지만 민주당은 악의나 고의 없이 중과실만으로도 징벌적 배상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려 했다. 심지어 공인에 해당하는 정치인과 공직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언론을 상대로 징벌적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법 적용 대상 범위를 최대한 넓히려 했다. 기자가 보도한 기사의 당사자인 국회의원은 기사의 가장 지엽말단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중과실로 인한 허위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인인 국회의원의 형사사건 입건 사실 보도조차 이처럼 얼마든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팩트의 진실을 다투는 사안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최근 들어서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안조차 혐의를 부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팩트를 다투는 보도는 거의 100% 중과실로 인한 허위사실 보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매일 피가 마르는 마감으로 인해 취재 시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기자의 숙명이다. 거기에다 검찰이나 경찰처럼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니 취재가 수사를 앞서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진 언론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취재로 진실임을 신뢰할 근거가 있을 때 법적으로 면책을 해주는 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장치로도 보호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듯하다. 수습기자 시절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검사처럼 강력한 수사권도 없고 교수처럼 충분한 시간도 없는 너희들이 해야 할 건 기도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취재하고 기사를 쓴 뒤 사실에 부합했기를 기도하라는 말이다.” 앞으로 그런 기도조차 통하지 않게 되는 현실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상호의 오픈 스페이스] 문화도시는 세계적인 꿈을 꾸어야 하는가!
‘제2의 도시’는 ‘제1의 도시’를 꿈꿔야만 하나. ‘문화의 불모지’ 부산시는 민선 8기 시정 슬로건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를 내세우며 부산 엑스포 도전을 선언했다. ‘119 대 29’ 전대미문의 참패였다. 객관적인 희망의 데이터는 처음부터 찾아보기 힘들었다. 2022년 1월 19일, 현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 퐁피두센터 관장과 만나 부산 분관 설립을 합의했다. 2024년 7월 22일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에 이를 제안해 비공개로 심의했다. 비공개 이유는 퐁피두 측과 비밀리에 협의한다는 합의 때문이었다. 결국, 같은 해 10월 14일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업무협약(MOU) 체결 문서가 공개되며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228명의 대학 교수까지 성명에 동참하면서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설립은 지난달 9일 부산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26년도 정기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를 통해 진통 끝에 통과되었다. 합의 내용을 몇 개만 살펴보자. 제2조 ‘사업 설명’에 ‘퐁피두센터 부산’을 퐁피두 측이 5년 동안 점유한다고 되어 있다. 즉 땅과 건물, 유지 보수, 퐁피두 센터 인력 등 모든 것은 부산시가 부담하는 것이다. 또한 ‘기획전 혹은 일부의 콘텐츠가 전 세계의 타 문화 시설에 제공될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5조 ‘재무 조건’에는 상설전, 기획전, 교육비와 브랜드 사용료를 합친 연간 120억 원과 세금, 운반비, 보험료 등의 모든 비용을 부산시가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제9조 ‘언어와 준거법’에 따르면, 부산시와 퐁피두센터 양측은 이 기밀 문서를 프랑스어와 영어로만 작성하기로 하고, ‘본 양해각서는 프랑스법에 따른다’라고 협약했다. 기밀 협약 문건을 만들어 가며 ‘세계적인 미술관’ 분관을 부산에 세운다? 여기에는 어떠한 비밀이 내재되어 있을까. 곧 한화그룹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퐁피두 분관을 개관하는데, KTX로 불과 2시간 30분 남짓 거리에 서양의 근대 미술을 추종하며 부산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급하는 퐁피두 분관 유치. 그 까닭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문투성이다. ‘지역 문화 주권 시대’라는 말은 정치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실제 지역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싸늘하기 짝이 없다. 왜 지역은 세계적인 꿈을 꾸어야만 지방이라는 촌스러움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요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지 싶다.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와 미술 생태계가 비교되어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세계적인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8월까지 관람객 수가 400만 명을 넘었고, 연말까지 600만 명에 달할 거라는 예상을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세계 박물관 순위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수치다. 한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 매일 줄을 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 혹은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역’을 보고 싶어 한다. 굳이 부산에서 ‘퐁피두센터’를 만날 이유가 없다. 파리에 가면 된다. 굳이 ‘퐁피두’라는 이름을 빌려 서구적 세계화에 종속관계의 빌미를 만드는 일을 후세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화 사대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공공 행정과 욕망을 시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인정 욕망의 과잉 시대를 추종하듯 관의 주도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예술가와 시민들 각각의 삶을 존중하며 각자의 모습을 담아내는 도시가 되어야 세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산다운 도시로 살아간다. 이미 부산은 산과 바다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로 소문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또한 많은 예술가도 문화 이민을 오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함에도 예술인복지센터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생태계의 숙주와도 같은 문화 생산자들의 유입을 받아들일 장치 하나 없는 셈이다. 제일 우선시 되는 문제는 이것이다. 지금 기후위기 앞에서 무슨 발상인가! 앞으로 닥칠 자연의 엄청난 재앙에 속수무책이다. 여태껏 잘 지켜온 천혜의 이기대 숲은 64%나 훼손될 우려가 있다. 콘크리트 건물 9개가 들어서면 숲은 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무리한 일정으로 환경영향평가나 절차 없이 이 사업을 굳이 밀어붙이는 부산시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올해 말까지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고 한다. 부디 없던 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예술가들은 지금도 자기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작두 타듯 하는 삶을 살아가기에도 벅차다. 이들이 더 이상 거리로, 현장으로 나가 모질음을 쓰게 하지 말자. 투명하고 상식적인 도시에 살고 싶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와 바이올린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이라 불리는 토머스 무어는 1805년 초가을에 젠킨스타운 공원을 거닐다가 마지막으로 매달려있는 장미 한 송이를 보게 되었다. 애처로운 그 모습과 시간의 무심함을 담아 시를 썼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홀로 피어있네. 곱디고운 친구들 모두 시들어 사라져버렸네. 한때 친구이던 꽃도 없고 꽃망울조차 볼 수 없네. 붉게 빛나던 시절을 그리며 그저 한숨을 쉬고 또 쉴 뿐이네…. 이윽고 나 또한 그들을 따라가리니. 오! 이 황량한 세상에 누가 홀로 머무르려 하랴!” 무어의 시는 낭만주의 시대에 큰 인기를 얻었고, 아일랜드 민속 멜로디에 실려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은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자 클래식 작곡가들도 이 노래를 편곡하거나 변주했다. 멘델스존의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작품15에서 이 선율을 들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는 1847년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가 만든 오페라 ‘마르타’에서 여주인공 마르타가 부르는 아리아로 쓰이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체코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Heinrich Wilhelm Ernst, 1751~1829)도 이 노래를 주제로 한 바이올린 곡을 작곡해서 자신의 명성을 알렸다. 에른스트는 단순한 민속 선율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초절 기교 변주곡으로 편곡했다. 주제선율이 나온 후 6개의 변주가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더블 스톱, 왼손 피치카토, 하모닉스 등 바이올린의 각종 테크닉을 화려하게 선보이는 난곡이다. 에른스트는 오늘날 체코의 땅 모라비아에서 태어난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다. 빈음악원에서 요제프 뵘과 요제프 마이세더에게 배웠고, 일찌감치 탁월한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던 중 1828년에 빈을 방문했던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파가니니의 뒤를 잇는 명인이 되기 위해 미친 듯이 연습했다. 심지어 파가니니 연주회를 따라다니며 그가 묵던 숙소 옆에 방을 잡고서 훔쳐 들으며 주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파가니니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으며, 그를 잇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가를 얻었다. 1844년에 런던으로 이주하여 요제프 요아힘, 헨릭 비에니아프스키, 카를로 피아티와 함께 베토벤 현악4중주단을 결성하여 활동했고, 이후에는 프랑스 니스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곡 외에 ‘엘레지’ ‘오텔로 환상곡’ ‘론도 파파게노’ 등 멋진 바이올린 곡을 남겨놓았다. 인생도 계절도 뜨겁던 한 시절을 보내고 서늘하게 반추하는 시기를 맞게 된다. 그럴 즈음에 시와 함께 들어볼 만한 곡이다.
[데스크 칼럼] 해양수도 부산, 해양부시장이 필요하다
“부산에 분명 기회가 왔고, 실행해 옮겨야 할 타이밍인데 위원회 만들고 계획만 세우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계획이 없는 게 아니에요.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에요.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계획들이 다 있어요. 계획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실행할 사람이 없는 거죠.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온다고 해도 엄밀히 말해 해수부나 유관기관들은 전국구거든요. 해수부나 기관들이 직접 부산을 위해 뭘 해줄 수는 없어요. 부산시가 알아서 잘 활용하고 부산 것으로 만들어야 부산이 진짜 해양수도가 되는 거죠.”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거듭나려면 부산시 내에 ‘해양부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맞이한 만큼, 해양 관련 전문성과 결정 권한이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부산이 가진 하드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 세계 2위 환적 허브라는 물리적 위용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양 관련 기능들이 부산을 중심으로 집적돼 있어 부산이 가진 여건을 부러워하는 나라와 도시들도 많다. 하지만 부산항이 세계적인 물동량을 처리하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사이, 정작 그 화물과 선박에 얽힌 부가가치는 다른 도시나 해외로 고스란히 흘러가고 있다. 예컨대 해양금융의 주도권은 여전히 서울과 해외에 있고, 해양보험이나 법률 서비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땀 흘려 화물을 나르고 있지만, 그 과실은 다른 도시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이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이유로 부산이 가진 훌륭한 하드웨어를 구동할 강력한 운영체제, 즉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을 드는 이들이 많다. ‘부산시 고위직에 얘기했더니 한 귀로 흘리더라. 몇 번 얘기했는데 해양엔 전혀 관심이 없더라’며 아예 입을 닫아버린 전문가도 있다. 하물며 민간기업들도 해수부 이전에 맞춰 발 빠르게 해양 관련 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키우는 판에 부산시는 ‘해양농수산국’ 틀에 아직 갇혀 있다. 해양산업은 항만물류, 해운, 해양금융, 해양관광,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친환경 선박기술, 스마트 항만 등 도시의 경제, 산업, 일자리와 직결된 거대 산업이다. 항만 재개발은 도시 계획과, 해양금융은 금융 정책과, 해양 스타트업 육성은 창업 지원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국 단위 조직은 다른 실·국과의 수평적 협력을 이끌어내고, 해수부, 부산항만공사 등 유관기관을 아우르는 수직적 조율을 해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부서 칸막이에 막혀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고, 좋은 계획들은 서랍 속에 잠들게 된다. 해양부시장은 이 칸막이를 허물고 흩어진 역량을 한데 모으는 ‘사령관’이 돼야 한다. 부시장의 책상에는 부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해양 신산업 육성 로드맵이, 머릿속에는 글로벌 투자 자본을 유치할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부산항만공사와 머리를 맞대고, 때로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규제 혁신을 설득하며, 부산의 해양 자산을 어떻게 ‘돈’과 ‘일자리’로 바꿀 것인지를 현장에서 지휘하고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 항만도시들과 교류하고, 국제 해양박람회 등을 유치하며 해양수도 부산의 브랜드 가치도 높여야 한다. 부산의 해양산업, 인재, 재정, 국제협력까지 지원할 수 있는 해양수도특별법 제정도 이끌어내야 한다. 국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순환보직으로 수시로 바뀌는 국장이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전략을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조직 규모나 예산도 턱없이 적다. 이는 결코 자리 하나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는 ‘항만·경제 부시장’을 중심으로 항만공사, 정부, 기업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세계 2위 해양도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도 해양부시장을 중심으로 단순 물류 허브를 넘어 해양금융, 연구개발, 법률 서비스가 어우러진 고부가가치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해야 한다. 이는 단순 항구도시와 해양수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다. 해수부, 해양 관련 기관들의 부산 이전은 그저 ‘손님맞이’로 끝날 이벤트가 아니다.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양에서 찾을 수 있는 다시 오기 힘든 ‘골든 타임’이다. “한강이 바다를 이길 수 있겠나! 부산 함 놀러 온나.” 한 달 전 제5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 휘문고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쥔 경남고 야구부 선수가 환희에 차 방방뛰며 한 말이다. 부산 시민들은 이 정도로까지 벅차 있다. 부산시도 이 정도는 돼야 해양수도 타이틀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
[중앙로365] 청년 담론에 가려진 중장년의 비애
한국 사회에서 저항(86세대)과 자유(X세대)의 상징이었던 청년이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의 청년 문제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했다. ‘치솟는 등록금에 시급 3000~4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대학을 졸업했더니 눈앞에 주어진 일자리라곤 비정규직뿐이었다’라는 이야기는, 개인의 별난 경험이 아니라 세대 전반이 마주한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시기가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때였기 때문이다. 방아쇠를 당긴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우리 수출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한국 경제를 뜨겁게 달궜던 중국발 호황의 열기가 식어갔다. 2000년대 중반까지 5%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2~3%대로 주저앉았다. 상대적 소득 높아 각종 정책에서 제외 가난한 '4050' 냉혹한 현실에 방치돼 40대 사망 원인 암 아닌 자살이 1위로 반면 정부·지자체 청년 위한 정책 경쟁 사회 약자라는 공감대 온갖 지원 나서 세대별 정책 현실 맞게 재조정 나서야 인구구조도 유리하진 않았다. 당시 청년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였다. 이들은 부모만큼 인구수가 많아 ‘에코 세대’라고도 불렸다. 2000년대에 태어난 요즘 20대 초중반은 나이마다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1990년대 초반에는 매년 약 70만 명이 태어났다. 많은 수가 일자리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청년들은 노동시장에서 ‘슈퍼 을(乙)’일 수밖에 없었다. 청년을 착취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열정페이’가 유행했다. 2015년 ‘헬조선’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그즈음이었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2015년을 전후해 청년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다양한 청년 정책들이 속속 도입됐다. 부산에서도 2015년 청년취업지원팀이 신설된 이래 청년 지원 전담 조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2017년엔 부산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가 제정되며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정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청년 정책은 양적으로 꽤 많이 성장했다. 일자리·주거·참여 등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분야에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도입되었다. 구직 비용을 지원하는 건 기본이다. 일정 기간 주택 월세를 보조해 주는 곳도 적지 않다. 부동산 중개보수나 이사비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말 그대로 ‘없는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청년은 사회적 약자’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반대로 중장년은 상대적 강자로 인식된다. 아마 이 시기가 개인의 생애주기에 있어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가장 높은 때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3년 국민이전계정’에서도 한국인은 45세 때 노동소득이 가장 높은 걸로 나타났다. 이때 정점을 찍은 개인의 ‘흑자’는 점점 줄어 61세부터는 쓰는 돈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은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날 발표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는 또 다른 장면을 보여주었다. 4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이 암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40대에서 자살이 1위를 차지한 건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특히 40대 남성의 자살률이 2023년 대비 2024년 18.8%나 증가해 다른 집단을 압도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원인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의 핵심 주체로 활동할 나이이지만, 그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느끼게 될 압박감과 상실감도 더욱 클 거란 이유에서다. 전체 고독사에서 중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인층을 압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간 청년층은 약자로서 시혜적 지원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많은 지자체가 이들을 하나라도 더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 결과, 당사자들조차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정책이 넘쳐나게 됐다. 반면 중장년층은 생산성이 높은 시기라는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소외된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에서도 “왜 청년 정책만 있고 4050 정책은 없냐”는 중장년들의 넋두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집단이 소득·자산에 있어서 평균적으로 청년·노인보다 여유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평균이다. 개개인의 사정을 따져보면 그럴 수 없다. 어쩌면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중장년들이 직면한 현실은 청년들이 처한 것 이상으로 냉혹할 것이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체성은 계층이 가지는 문제를 가리곤 한다. 중장년층이 겪는 위기가 다른 집단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거다. 40대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통계는 그 현실에 경고음을 울리는 것만 같다. 세대별 정책에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필요한 때다.
[시론] 사회적경제를 넘어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
부산은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었던 성과들에 대한 유지·발전과 함께 고용불안·지역 쇠퇴·양극화라는 사회문제 해결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포용적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연대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용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히 이윤, 성장만을 추구하는 경제가 아니다. 유엔과 OECD 그리고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이 길을 앞서 걷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연대경제법을 제정해 사회목적기업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세제 혜택과 공공 조달 정책들을 연계했다. 스페인은 사회연대경제를 국가 경제의 독립 부문으로 인정했다. 우루과이, 튀니지 등도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을 제정해 고용과 지역개발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다양한 국제기구와 국가들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사회적경제’ 용어를 유엔, ILO 등 국제기구 공식 용어로 통용 중인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로 통일하기로 했다. 또한,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사회목적기업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도입하려 한다. 여기서 사회목적기업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묶은 사회적경제 기업뿐만 아니라 소셜벤처, ESG 친화 기업까지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기존 사회적기업 제도가 취약계층 고용과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협소하게 운영되었다면 사회목적기업은 기후 위기, 고령화, 지역 소멸 같은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광범위한 기업 및 비즈니스모델을 아우른다. 민간 혁신기업과 사회적경제 조직이 제도권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적 틀이 마련되는 셈이다. 부산은 해양·항만·관광 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돌봄·환경·문화예술·청년창업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목적기업을 키워낼 수 있다. 지난 8년여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인 ‘부산경제활성화지원기금(BEF)’은 선제적으로 지역 내 사회목적기업에 대한 지원·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왔다. 오늘도 많은 사회목적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역 대학, 연구소,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앞세운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면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부산 경제의 새로운 성장 디딤돌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법적 기반 확립이다. 사회목적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창출된 사회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내 생태계 조성이다. 부산시 차원의 사회연대경제지원센터를 강화하고, 구·군 단위 생활밀착형 실험 공간을 확산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금융의 활성화다. 사회 투자 펀드, 지역 기반 임팩트 금융을 확대해 기업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구축이다. 행정·기업·시민이 함께 사회문제 해결의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치 모델이 필요하다. 나의 이익이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거버넌스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비즈니스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었던 최초의 도시가 부산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정책에 부응하는 광역 단위의 최초 연구 또한 부산에서 진행되었다. 부산시는 ‘사회적기업 육성계획(2026~2030)’의 수립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 기관을 선정하고 사회적기업과 함께 사회연대경제를 동시에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을 시작했다. 사회연대경제에서도 부산이 앞장서서 모범적인 정책과 비즈니스모델을 발굴,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연대경제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지원금 의존적 비즈니스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율성과 혁신, 지역공동체의 힘을 기반으로 한 ‘사회연대경제 도시 부산’으로 거듭날 때,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키워내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산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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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스퀘어에 켄지 미디어아트 뜬다
롯데 야구 '역대급 몰락’, 이유 있었다
레이예스·감보아 ‘아리송’… 벨라스케즈 ‘계약 불가’
“최고 인기스포츠 야구 심판이 돼 보세요”
선수 훈련 환경 좋아지고, 시민 생활체육 편의성 높아져 [25년 만의 체전, 다시 뛰는 부산]
최악 기록 수두룩 롯데, 한국시리즈 우승 애당초 무리
홍명보호, 세계 최정상 브라질 선수와 격돌
'3할 100타점' 레이예스, 홈런 덜 친다고 방출하라고?
KCC 이상민 “통합우승 목표”
[인사] 부산일보사 기자 및 미디어경영직
전국소년체육대회 육상 사전경기서 부산 금 3개
김태형 감독 “올해는 무조건 가을야구 갑니다”
롯데, 관중 3000만 명 돌파 기념 ‘팬스티벌’
전유성 딸 전제비 결혼식에 진미령이 참석하지 않았던 이유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박중훈, 이영자·전유성과 어떤 인연 있길래…
배정남, 반려견 도베르만 학대 의혹… '귀 두번 잘랐다' 비판 왜?
이상아 딸 윤서진, SNS 보니…팔로워 6만 9천 거느린 '핫'셀럽
김미진 아나운서, 한석준과 이혼 6년 만에 양용은과 재혼
'2TV 생생정보' 오늘방송맛집, 9900원 장어정식(구이&탕)…진주 초전동 '통영산장어' 초저가의비밀
강경헌, 파격 노출 '거미숲' 촬영 뒤 소신발언
'복면가왕' 해수욕장=최희, 손아섭 소환… 과거 '썸타던 사이?
'억'소리 나는 신혼집 클라라, 아버지는 '원조 한류스타' 코리아나 이승규
전제비, 아버지 전유성 '결혼하지 말았어야 되는 사람' 왜?
‘브로맨스’ 이어 ‘워맨스’ 뜬다!
추석 밥상 오를 '김현지 논란'… 악재 맞은 대통령실
친명 김영진 “당정 지지율 최저… ‘조희대 청문회’ 한 사람들 성찰해야”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자제하자” 무색… 여야 무더기 소환
민주 이재성, 부산시장 선거 출사표… 경선 경쟁 '후끈'
이 대통령, '반중 시위'에 '백해무익 자해행위 완전히 추방해야'
야 '김민석 총리 수사'… 여 시의원 종교 단체 동원 의혹 확산
‘방탄 보직이동’ 부담됐나… 김현지 국감 출석으로 기운 여권
지지율에 불안한 여, 현역 아성 흔들리는 야
민주당 유동철·박영미 부산 시당위원장 도전
[단독] ‘소비쿠폰 잔치’의 뒤끝, 부산 부담액 966억 원에 ‘허리 휘청’
“요동치는 민심 잡아라” 내년 지방선거 ‘샅바 싸움’ 본격화
변성완도 출사표… 부산시당위원장 ‘4파전’ 유력
‘르엘 센텀’이 쏜 신호탄… 부산 분양시장 판도 달라졌다
[속보] 코스피, 사상 첫 3500 돌파… 삼성전자 9만 원 터치
부산지방국세청장에 강성팔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선임
2026년 10월, 전세계 해사 리더들 부산에 모인다
포스코, 잇단 사망사고에 ‘실적 쇼크’… 장인화 체제 6분기 연속 ‘역성장’
부산에 생색내더니… 권역마다 ‘투자공사’ 뿌린다는 정부
비트코인, 미국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4% 급등
지방에 본사 옮겨 법인세 감면받은 기업, 충청 183곳, 부산 달랑 19곳
황령산 케이블카 2단계 조성 사업까지 탄력 받는다
‘빈 건축물 특별법’ 만든다…빈집 외에 빈 건축물도 모두 포함
DN솔루션즈, 부산 첨단제조센터 건립 첫 삽 (종합)
16개국 언어로 정보 전하는 AI 기반 소통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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