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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천재 피아니스트 한동일

[밀물썰물] 천재 피아니스트 한동일

백건우, 임동혁,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세계 유수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 클래식의 저력을 증명한 연주자들이다. 이중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67년 나움버그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보다 앞서 이미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한동일(1941~2024)이다. 대중에겐 다소 낯설지만 음악계에서는 거대한 봉우리로 기억되는 그는 1965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리벤트리트)에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나이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한동일은 세 살에 피아노곡을 흉내 낼 정도였다. 하지만 1946년 러시아군의 북한 진주로 집안이 무너지고 피아노마저 압수되자 가족은 남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 1953년 서울로 돌아간 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그는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미군 5공군 기지에서 연습하던 그는 앤더슨 장군의 눈에 띄어 순회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모은 4500달러로 13세에 유학길에 올랐다. 같은 해 CBS ‘에드 설리번 쇼’에서 ‘한국에서 온 피아노 신동’으로 소개되며 미국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와 연주하기도 했다. 1965년 리벤트리트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25개국을 누볐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37년간 후학을 양성하며 교육자로도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19년 65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며 고국으로 돌아왔다.그를 기리는 음악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회상(回想)-대한민국 음악계의 전설 한동일 교수를 그리워하며’라는 제목으로 26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한동일의 음악과 생애를 함께 되새기는 자리다. 고인과의 추억을 토크 형식으로 나누며 기억도 공유한다. 한동일은 생전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내 숨결”이라 했다. 제자들에게는 “음악의 기쁨을 잃지 말라” 당부했다. 제자들은 “그의 연주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작곡가의 숨결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힘을 지녔다”고 회고한다. 이제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 명성의 출발점에 한동일이 있었다. 이제 그는 우리 곁에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한국 음악사의 한 페이지로 빛날 것이다. 이번 추모 음악회는 그 페이지를 손끝으로 더듬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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