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치
경제해양
외국어·운세
오피니언
문화
라이프
스포츠
사람들
경남울산
회사소개
펫플스토리
[사설] 신규 원전 계획대로 건설,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속도 내야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당시 수립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수정 없이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하고 0.7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은 2035년까지 만든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이재명 정부는 당초 이 계획이 국민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고 공론화를 거쳤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충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인공지능,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인 입장 선회로 보인다. 당장 재생에너지만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성환 장관도 이날 “전력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기후 대응과 에너지 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효율성·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결합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함을 인정한 셈이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소식에 원전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은 착잡한 심경이다. 원전 사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불안을 늘 안고 살지만, 차등 전기료와 같은 경제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올 상반기 도입이 예고됐다. 하지만, 어느새 ‘도입 검토’로 후퇴했고, 시행 시기도 올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과 ‘지산지소’ 대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시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수도권에는 전기 생산 시설이 부족해 필요한 용량 상당 부분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온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 비용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부담한다. 원전 밀집 지역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따른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수도권은 차등 전기료 도입에 딴지를 걸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오죽하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서울과 수도권에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차등전기요금제가 시행된다면 AI 산업과 같은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부울경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기회가 된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 차등전기요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설] 코스닥 지수 1000 돌파, 신산업 생태계 혁신 계기 만들자
코스닥 지수가 4년여 만에 1000선을 돌파하며 이른바 ‘천스닥’ 시대를 다시 열었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70.48포인트(7.09%) 급등한 1064.41로 마감하며 4년 5개월여 만에 1000선을 다시 돌파했다. 장중에는 급등세로 약 9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 바이오·이차전지 등 성장주 강세,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동반 매수세가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부가 ‘코스닥 3000포인트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코스닥 지수를 달군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수 1000돌파는 오랜 정체를 겪어온 코스닥 시장에 분명한 전환 신호로 읽힌다. 이번 천스닥은 과거와 결이 좀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경 대응과 연기금 진입 여건 개선,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 첨단 기술기업 상장 활성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업종 구성도 IT 편중에서 벗어나 바이오·이차전지·소재·게임 등으로 고르게 확장됐다. 거래소가 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우주산업을 핵심 기술로 지정해 맞춤형 기술심사를 도입한 점 역시 변화를 뒷받침한다. 대형주 조정 국면에서 중소형 성장주로 수급이 이동하는 흐름은 시장 체력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번 상승을 거품이 아닌 회복으로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코스닥 지수가 천스닥 고지를 밟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외국인 투자 유입이 필수적이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서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상장사의 실적 가시성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544조 원 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9.87%에 그쳤다. 2020년 이후 줄곧 9%대에 머물며 코스피와 대비된다. 불안 요인은 또 있다. 실적이 불투명한 기업, 테마 쏠림, 개인 중심의 변동성 구조다. 디지털자산이나 모험자본이 해법처럼 거론되지만 자본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으로 향한다. 코스닥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1000선 돌파는 코스닥 역사에서 손에 꼽힐 장면이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체질 변화를 단정하긴 이르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20년간 1000선을 넘지 못했던 기억도 여전하다. 증권업계는 그동안의 코스닥 부진이 위험자산 선호가 대형주에 쏠린 결과라며 모험자본이 유망 산업과 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관건이라고 본다. 단기 부양책보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 설계가 중장기 반등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무관용, 상장·퇴출 기준의 엄정함, 혁신기업이 성장할 생태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렇다고 제도 개선만으로 성과를 담보할 순 없다. 바이오와 이차전지에서 실적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천스닥은 다시 신기루로 끝날 수 있다.
[사설] 수도권 부동산 규제 원칙 지키고 얼어붙은 지역에 온기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비롯한 세제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SNS에 올린 글에서 5월 9일에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다만, 지방은 장기 침체 국면인 점에서 투 트랙 접근법이 필요하다. 과열 지역에는 확실한 규제 메시지를 보내되, 침체 지역에는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일괄 적용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는 정책 감각이 절실한 대목이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된 양도세 중과는 전임 정부 시절인 2022년부터 유예가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를 떨어뜨렸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해친 결과는 매물 잠김, 가격 급등, 투기 심리 확산이라는 악순환이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차익 실현 자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교란할 위험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수술’,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등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불합리한 기대 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일 때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투자 목적의 주택 매물이 부작용 없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유인책을 적극 구사해야 한다. 정부가 강력한 세제 정책을 도입하면 투자처를 찾는 자본이 침체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부산 등 지방에 몰리는 풍선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부산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분양 7727호, 준공 후 미분양 2655호로 건설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 이러한 부진은 건설 수주액과 고용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자본이 지방 부동산에 유입되면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지역 내 온도 편차까지 포함한 세밀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부산에서도 해운대·수영·동래는 과열 조짐이지만 나머지 권역은 냉기만 감돌기 때문이다. 또 투기성 자금이 전월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소지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처방전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수도권 과열은 잡고, 지역 침체는 살려야 한다. 이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병행할 수 있는 정책 목표다. 조정대상지역의 양도세 중과는 원칙대로 시행하되, 단기 매매나 갭투자에 추가 가산을 도입해 투기적 수요를 걸러 내야 한다. 반면 지방은 얼어붙은 심리를 녹일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도입해 정상적 거래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미분양관리지역이나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 대한 한시적 세제 혜택을 검토할 수 있다. 실수요 중심 거래나 공공성을 충족한 정비사업에 대한 한시적 인센티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로소득과 단기 차익에는 칼을 대되, 지방의 건설 경기와 일자리, 실수요는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실효성이 중요하다.
스포츠 기증 릴레이
스포츠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에서는 체조를 즐겼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창과 원반던지기 흔적이 유적에서 발견된다. 고대 그리스에선 기원전 9세기경부터 올림피아 제전을 연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승마 실력을 겨루는 마숙(馬叔)과 현재의 축구와 비슷한 축국이 있었다. 그만큼 스포츠는 우리 삶과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고, 한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반영했다.한국의 스포츠 문화 유산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국립스포츠박물관’이 올 하반기 문을 연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기존의 서울올림픽기념관과 통합해 지상 3층, 연면적 1만 819㎡의 규모로 개관한다. 반가운 일이다.국립스포츠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스포츠 전문 박물관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들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발전 과정과 역사적 순간도 생생하게 전시한다. 스포츠박물관은 스포츠 과학과 기술의 진보, 대중 스포츠 문화의 확산 등 시대적 변화 속에서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고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국립스포츠박물관이 개관에 앞서 의미 있는 일로 관심을 끈다. 바로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 기증 릴레이’가 그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는데, 한국 여자 역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제2차관이 스타트를 끊었다. 장 차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올림픽 메달 전체와 열정이 담긴 선수복, 역도 벨트, 역도화 등 소장품 88점을 기증했다.이후 스포츠 스타들의 기증 릴레이는 계속됐다. 김임연(사격), 박태환(수영), 양정모(레슬링), 안바울(유도), 이해곤(탁구), 김정환(펜싱) 등이 동참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6일 ‘한국 유도의 영웅’인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 등 소장품 총 130점을 기증했다.스포츠 스타들의 소장품은 그들의 땀과 희생, 신념이 담긴 삶의 흔적이고, 개인적으론 뜻깊은 유물들이다. 스포츠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나누겠다고 선뜻 내놓는 그들의 선행에서 올림픽 등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볼 때 감동만큼이나 가슴 벅참을 느낀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강윤경 칼럼] '5극 3특'이라고 뭐가 다를까
연초부터 국가균형발전이 화두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앞세우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병오년을 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며 다섯 가지 국가 대전환을 제시했는데 그 첫째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이었다. 수도권 1극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전환은 지방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행정 통합을 통한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관성과 기득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자리에서다. 수도권 ‘몰빵’을 바꿔 5극 3특으로 재편하려는데 관성과 기득권의 저항이 너무 크다며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일관된 균형발전 메시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행보라는 회의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해 첫 타운홀미팅 장소를 울산으로 정한 것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찌 됐든 수도권 쏠림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늘 그랬듯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은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도 균형발전에 진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후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국민 모두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균형발전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라고 했다.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특구 정책도 앞세웠다. 무엇보다 서울·부산 두 바퀴 성장 전략은 지역의 심장을 뛰게 했지만 2030월드엑스포, 한국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균형발전에서 가장 뒷걸음질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지역 성장이 곧 국가 성장이라며 지역 특화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고 동남권 수송 기계, 수도권 지식정보, 충청권 의약 바이오, 대경권 IT 융복합, 호남권 신재생에너지 등 권역별 특화 전략을 내세웠다. 5극 3특에서도 동남권 자동차·조선·항공, 수도권 글로벌 금융, 충청권 바이오, 대경권 이차전지, 호남권 AI 등을 성장엔진으로 추진 중이다. 이쯤 되면 5극 3특이 5+2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행정수도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며 균형발전 기조가 불가역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결기까지 보인 그였다. 하지만 후임 정부를 이어오는 동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했고, 그에 따른 초저출생과 고령화가 국가적 재앙으로 닥쳤다. 국가 성장 에너지를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수도권 구심력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를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수도권 생산성이 비수도권을 압도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수도권에 개발이 집중되면 혼잡 비용 증가로 투자 효율이 낮아지고 지역으로 투자가 분산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수도권 효율을 유지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GTX를 깔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공급하고 지역 전력을 끌어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따위의 정책 이야기다. 문제는 해법인데 KDI는 비수도권 소수 대도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거점 대도시에 집중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일찍이 한국은행도 비수도권 소수 거점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2024년 부산에서 진행된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군데에 분산하는 전략보다 소수 거점 대도시에 집중하는 게 인접 중소도시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았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수도권이라는 한 그루의 과일나무에 모두가 매달려 살벌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각자가 과일나무를 키우려면 노력과 자원이 분산돼 열매를 얻기 어려우니 좋은 과일나무 몇 그루를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지역적 갈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국토를 이리 나누고 저리 나누고 하면서 온 게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전략이었다. 현실은 수도권과 같은 과일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키우는 성공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5극 3특의 전략 속에는 이런 고민과 현실적 방안이 내재해 있을까.
[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미국의 동맹들은 무임승차한 적 없다
2026년은 붉은 말의 질주를 연상시키는 병오년(丙午年)이다. 지난해 12월 칼럼에서 필자는 새해만큼은 갈등보다 협력이, 불안보다 신뢰가 앞서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그 소망이 헛된 기대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국제질서는 다시 한 번 한 지도자의 발언과 선택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국제질서는 원래 느리게 움직이는 구조다. 규칙과 관행, 동맹과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경험 이후, 세계 각국은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자주의적 국제질서를 구축했다. 유엔, 국제법, 집단안보 체제, 동맹과 협력의 규칙은 강대국의 선의가 아니라, 전쟁 비용을 뼈저리게 경험한 인류가 선택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 질서가 지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 불안정성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지도자가 있다. 트럼프는 국제질서를 규칙의 체계가 아니라 거래의 결과로 바라본다. 그의 외교는 일관되기보다 즉흥적이고, 축적되기보다 단기적이다. 그 결과 국제질서는 한 국가의 전략이 아니라 한 지도자의 언행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줄곧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해 왔고, 유럽은 ‘무임승차’해 왔다고 주장했다. 방위비 분담 문제를 숫자의 논리로만 환원한 이 주장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유럽은 미국의 전쟁을 구경꾼처럼 지켜본 적이 없다. 한국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참전해 피를 흘렸다. 걸프전에서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유럽 동맹국들은 병력을 파견했고, 막대한 재건 비용을 분담했다. 이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전후 국제질서를 함께 지탱하겠다는 유럽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금태환을 담보로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질서를 구축했다.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다. 그러나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일방적인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이 체제는 붕괴했다. 국제 통화질서의 근간이 한 국가 대통령의 선언으로 무너진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유럽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 체제의 안정을 선택했다. 미국 재무부의 지난해 11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전체 미 국채의 약 40%에 해당하는 약 3조 63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이 8880억 달러로 가장 많고, 벨기에(4870억 달러), 룩셈부르크(4260억 달러), 프랑스(3760억 달러), 독일(1100억 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이는 유럽이 안보뿐 아니라 금융 차원에서도 미국 중심 질서를 떠받쳐 왔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본 한 나라만 해도 약 1조 20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도 6830억 달러(홍콩 보유분 2560억 달러 별도)를 들고 있다. 아시아 국가 전체가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약 3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신뢰와 협력 위에서 작동해 왔다. 이 대목에서 오늘의 상황은 더욱 선명해진다. 과거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은 질서 유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트럼프식 외교는 그 신뢰를 당연한 전제로 여기지 않는다. 동맹의 기여는 평가절하되고, 협력은 비용 계산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단기적 압박 효과를 넘어 장기적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질서에서 신뢰는 가장 값싸게 얻을 수 있으면서도, 가장 비싸게 잃게 되는 자산이다.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몇 차례의 발언이면 충분하다. 만약 유럽과 다른 동맹국들이 더 이상 미국을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면, 미국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 온 동맹 협력 네트워크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그 순간부터 미국의 힘은 마모되기 시작한다. 강대국의 진짜 힘은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함께 서고자 하는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다. 적토마처럼 질주만 하는 힘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국제질서의 변화는 더 빨라질 수는 있어도 더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질서가 한 지도자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리는 시대에, 중견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 역시 안보는 동맹에 기대면서도 통상과 경제에서는 압박에 노출돼 있다. 규칙이 무너지는 순간, 의존은 곧 취약성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일한 낙관이 아니라, 동맹의 변동성까지 감안한 냉정한 국가 전략이다.
[데스크 칼럼] 병오년, 인간과 AI의 켄타우루스적 협력
병오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병오년은 불과 말의 기운이 겹치는 해다. 불은 변혁과 에너지를, 말은 질주와 도약을 상징한다. 이 상징적 해석은 단순한 운세 풀이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기술·사회적 전환을 설명하는 은유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확산과 인간과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병오년의 기운과 맞물려 강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루스는 반인반마의 존재로, 인간의 지혜와 말의 속도를 동시에 지닌 상징이다. 체스 분야에서 ‘켄타우루스적 사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간의 직관과 AI의 계산을 결합한 팀이 단독 인간이나 단독 AI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개념은 이제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넘어, 센서·로봇·자동화 장비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한다. 즉,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이 현실의 물리적 행위로 이어지는 단계다. 제조업의 자동화, 물류의 최적화, 의료 현장의 로봇 보조, 우주 탐사의 위성 제어까지 피지컬 AI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이 주력인 경남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전통 제조’를 ‘AI 제조’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경남도는 올해를 AI 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피지컬 AI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경남형 피지컬 AI 기술개발 및 실증’ 예산 666억 원을 투입하고, 자동차 부품 데이터를 활용한 제조 챗-GPT 시범사업으로 국비 197억 원을 확보했다. 또한 ‘AI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구축(73억 원)’을 통해 5년간 600명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위성개발혁신센터와 우주환경시험시설을 구축해 전국 유일의 첨단위성 글로벌 혁신특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선다.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지만, 동시에 노동의 구조적 전환을 불러온다. 단순 반복 업무는 이미 AI가 대체하고 있으며, 제조·운송·서비스업에서도 인간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경남도의 전략은 기술 도입과 함께 인간적 삶의 가치 보호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은 ‘누가 고삐를 쥐고 있느냐’이다. 인간이 주도권을 잃는 순간 AI는 도구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차원에서 인간 주도권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법적 울타리를 마련해 AI 오남용을 방지하고, 인간이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비판적 사고와 질문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질문은 방향을 정하고, 해석은 의미를 부여한다. 미래 세대가 AI의 종속적 소비자가 아닌 주체적 활용자가 되도록 질문과 토론 중심의 학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피지컬 AI가 확산되더라도 인간이 빛나는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창의, 돌봄, 공감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 능력이다. 제조업에서는 인간의 직관적 설계와 AI의 데이터 분석이 결합될 수 있고, 의료와 돌봄에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과 AI 진단 보조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인간의 질문 능력과 AI의 맞춤형 학습 지원이 결합해 새로운 학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남도의 투자 방향은 바로 이 영역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혁신과 인간적 삶의 풍요로움, 공동체적 가치가 병행될 때 비로소 AI 전략은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병오년은 변화와 도약의 해다. 경남도의 AI 전략은 켄타우루스적 협력, 즉 인간과 AI가 함께 나아가는 길을 상징한다.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AI는 답을 제시하며, 다시 인간은 그 답을 해석한다. 이 순환 속에서 경남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풍요로운 인간적 삶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확장하는 도구다. 경남도의 선택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언이다. 병오년의 불과 말의 기운 속에서 인간과 AI, 그리고 피지컬 AI가 함께 달려야 할 길이 이제 경남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노트북 단상] 학폭 낙방!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한다. 학폭(학교 폭력) 피해자가 평생 어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드라마 특성상 다소 과장된 장면도 있었지만, 피해자의 복수심·좌절·체념·분노와 같은 감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얻었다. 미성년기에 입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그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로 지워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성장 과정 자체가 흔들리고, 관계·학업·자존감이 함께 무너진다. 학폭이 단순한 ‘사춘기 일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궤도를 바꾸는 사건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올해 대입 전형에서 나타난 변화는 상징적이다. 학폭 가해자 대다수에게 사실상 철퇴가 내려졌다는 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2026학년도 수시 전형 학폭 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70곳에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수험생 3273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2460명(약 75%)이 불합격했다. 특히 서울 주요 11개 대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원자 151명 중 단 1명만 합격하고 150명이 탈락했다. “학폭 가해자는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말이 입시에서도 현실적인 위험 요소가 된 셈이다.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정부는 2023년 ‘학폭 무관용’ 기조를 내걸고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 전형에서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하도록 했다. 대학들은 감점 기준을 마련해 입시에 적용했다. 대입은 1~2점,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린다. ‘학폭 감점’이 상징적 문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합격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작동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정시 전형에서도 학폭 감점이 적용되는 만큼 불합격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폭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사회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어릴 때 그럴 수도 있지”, “몇 대 맞은 것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말로 묻히던 폭력이 이제는 “기록으로 남아 가해자의 인생을 따라다니는 문제”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학폭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의지가 ‘학폭 낙방’ 시스템으로 구현된 셈이다. 물론 진정한 반성·재발 방지 등 실질적 노력이 학폭 근절 대책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 이뤄져야 하지만, 학폭을 ‘지나가는 일’로 두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변화가 학교 담장 안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는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학폭 못지않게 심각한 직폭(직장 내 폭행·폭언)은 어떠한가. 현실에서는 직폭 가해자 다수가 여전히 직장을 다니는 반면, 피해자 10명 중 7명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수치심 탓에 휴직·이직·퇴사를 고민한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더욱 선명해진다.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학폭 낙방’은 가해자의 몫이 되지만, 성인인 직장인에게 ‘직폭 퇴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몫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인이라면 ‘학폭 낙방’과 같은 강제적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어른의 자세가 아닐까? 학폭 낙방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의지를 통해 현실이 됐듯이, 이제는 직폭 퇴사 역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 되도록 사회적 의지가 작동해야 할 시점이다.
[중앙로365] '돈로주의'와 한국의 외교안보
2026년 새해 벽두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두 개의 사건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달아 발생했다. 하나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움직임이다. 먼저 1월 3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다. 미국은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밀매 및 국제 범죄 연루 혐의를 들어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서 신병을 확보한 뒤 미국으로 압송했다. 미 법무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해 온 상태였으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사법 절차를 근거로 단행됐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이자, 2000년대 초 이후 중국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남미 주요 거점 국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작전의 핵심은 서반구를 미국의 배타적 세력권으로 설정하고 외부 강대국, 특히 중국이 이 지역의 상업·자원·핵심 자산에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재삼 밝히며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병합 이유로는 러시아 해군을 차단할 수 있는 교두보, 희토류와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북극항로와의 연계를 제시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덴마크는 강하게 반발했다. 덴마크를 선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자, 미국은 이에 대응해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NATO 동맹국 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이후 1월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을 계기로 덴마크의 통치권을 형식적으로 존중하는 선에서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건설과 안보 협력 강화를 포함한 미국 주도의 합의 틀이 마련되며 사태는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렇듯 서로 다른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일어난 이 두 사건은 미국의 서반구에서의 우선적 권리와 영향력을 주장해 온 전통적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한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즉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특정 국가의 지도자도 단독 행동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에서는 주권이나 동맹 관계 역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통상 새 행정부 출범 시 작성되는 미국의 최상위 외교·안보 전략 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과 이를 군사적으로 구체화한 문서인 국가방위전략(NDS) 역시 트럼프의 ‘돈로주의’를 토대로 구성돼 있다. 2025년 12월 4일 발표된 ‘2026 NSS’는 서반구와 인도·태평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지역은 미국의 핵심 이익과의 연계성에 따라 관여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동맹국도 자동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방위 능력과 산업·기술 역량, 공급망 안정성 등 실질적 기여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에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어 1월 23일에 발표된 ‘2026 NDS’는 북한, 특히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포함한 미사일 전력이 한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차원에서의 역할 분담은 보다 분명히 했다. 즉 한국의 국방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북한 억지의 주도적 책임자로 설정했고, 일본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포함해 중국 억제의 전방기지로 규정했다. 그리고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한반도 방어의 기본 구조를 ‘미국 주도’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방향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안보의 ‘1차 책임 국가’라는 역할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방위 부담을 전담한다는 차원을 넘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위기관리와 억지, 나아가 한반도 평화 추진의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안보 전략 전반을 재설계할 수 있는 한국의 역량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 자율성의 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이 한미 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요구하는 동맹의 현대화는 협력의 심화가 아니라 위험의 일방적 이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집국에서] 올해는 '천만 영화' 탄생할까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 영화 ‘국보’(2025)를 뒤늦게서야 관람한 이유다. 이미 멀티 플렉스에선 찾아보기 힘들어진 뒤라 리클라이너 상영관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175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가부키 분장을 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인간 국보’를 향한 이들의 광기에 가까운 예술 열정은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넘어오기 전 영화관을 찾은 것은 역시 잘한 결정이었다. 물론 생소한 발성과 몸짓의 가부키 공연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영화 ‘패왕별희’(1993)의 경극이나 드라마 ‘정년이’(2024)의 여성 국극이 그러했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 장르를 새롭게 접하는 즐거움이 오히려 더 컸다고 할까. 재일 교포 이상일 감독이 만든 이 영화가 일본 영화의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관객 1370만 명, 흥행 수입 193억 엔을 넘어섰다. 일본 실사 영화 흥행 수입 1위 기록을 이미 지난해에 갈아 치운 바 있다.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173억 엔)가 세운 기록을 22년 만에 뛰어넘어 화제가 됐다. 일본 현지에선 가부키 공연을 찾는 관객까지 늘고 있을 정도로 이 영화의 파급효과가 크다고 한다. 반면 한국 영화의 최근 성적표는 처참하다. 지난해 1000만 관객 영화는 전무했고, 관객 5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좀비딸’(2025) 단 한 편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범죄도시2·3·4’(2022·2023·2024) ‘서울의 봄’(2023) ‘파묘’(2024) 등 ‘천만 영화’는 꾸준히 나왔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 ‘가능한 사랑’도 영화관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택해 영화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일부에선 이를 ‘극장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탈한 관객은 회복될 조짐이 없다. OTT 플랫폼이 급성장한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객의 취향은 더욱 더 세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은 관객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 투자 위축, 제작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개봉 편수마저 눈에 띄게 줄었다. 관객이 즐길 만한 다양한 콘텐츠 공급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나마 새해엔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2025)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2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만약에 우리’는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19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이 영화는 이미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110만 명)을 넘긴 바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관객 200만 명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멜로 영화가 200만 관객을 넘긴 것은 2019년 ‘가장 보통의 연애’(292만 4000여 명)가 마지막이었다. 젊은 세대에게 두 남녀의 연애와 성장 스토리가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정통 멜로 장르의 부활에 대한 희망마저 읽힌다. 영화계에선 특정 장르에 편중된 투자,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국 영화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실험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적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된 과감한 시도와 신인 감독들의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높아진 극장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제도를 매주 수요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OTT처럼 구독료를 내고 극장에서 일정 횟수를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구독형 영화 패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거장 감독의 신작 개봉이 잇따라 기대를 모은다. 먼저 설 연휴를 앞두고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가 관객과 만난다.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도 7월 개봉을 예고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기대작이다. ‘천만 영화’로 상징되는 ‘대박 영화’에 대한 바람은 우리 영화산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검증된 감독들의 대작을 만나는 기쁨도 크지만, 관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작품을 만나고 싶은 갈망도 크다. 소위 말하는 ‘대박’ ‘중박’ 영화가 골고루 나오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독립·예술영화도 더 풍성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살찐 고양이, 귀여워도 '자율급식' 안 돼요~
영무파라드, '제1회 파라드 펫페스타' 개최
‘반려동물과’의 모든 것, 무엇이든 물어보개
대선소주, 앞으로 스마트팩토리서 생산
복지문제에 앞장선 동원개발, 부산시장 표창
아이오니아에너지, 가상발전소로 '제2 도약'
해운대구 헌혈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가르칠 교수·장비 없는데 정원만 늘리면 뭐 하나”
커져만 가는 ‘김건희 리스크’
“적자 보느니 세워 두는 게 낫다”… 결국 전면 휴업 선언한 택시회사
“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박형준 시장 ‘용인술’ 주목
MZ세대 ‘탈부산’ 월 33만 원 때문에…
손실보전금 미끼 보이스피싱 기승… 소상공인 두 번 운다
부산항 부두 내 쌓인 화물처리에 분주… 항만 기능 빠른 회복세
'기적'서 연기 가능성 다진 임윤아 “다채로운 변신 응원해 주세요”
[BIFF] “‘오징어 게임’ 흥행은 봉준호 감독 ‘1인치 장벽’ 무너진 순간”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누구든지 공짜로 끼리 묵고 가이소'… 공공 카페 '끼리라면' 2·3호점도 연다
부울경, 더이상 ‘수도권 전기 공장’ 될 순 없다
[단독] 부산 북구청 신청사 부지에서 신원 미상 무덤 다량 발견 (영상)
‘정체 해소’ 위한 만덕~센텀 대심도, 다음 달 10일 개통
울산 태화강 억새밭에 불 지른 50대 남성 긴급체포
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 연봉 9500만원 맞벌이도 수급권
[영상] 강서구에 이슬람풍 정원?… “이국적” 기대 vs “종교 거점” 우려
SMR 서울 한복판에 지을 수 있다… 원전 전문가 “가능하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영상] 부산 내성교차로~중동 구간, 심야 자율주행버스 달린다
개장 앞둔 ‘자갈치아지매시장’ 부적격자 논란
[영상] 태화강 방화범 “자전거 타고가며 라이터로 억새밭 불 질러”
부산 북구 상가 3층 주차장에서 추락한 만취 운전 차량
롯데, 가을야구 위한 담금질 시작했다
슈퍼팀의 무너진 수비, KCC 4연패 ‘수렁’
‘손’ 떠난 빅리그 EPL 오현규·김민재 뛰나
‘철기둥’ 김민재, 프리미어리거 되나
[부산바다마라톤] 광안대교, 1만 러너 건강 웃음으로 푸르게 물들다
‘복덩이' 롯데 전민재 첫 억대 연봉
내달 동계올림픽 선수 71명 출전
생활체육 동호회 가입 1위는 ‘축구·풋살’
10년째 2부리그 아이파크, 1부 승격 준비 완료
신진서, 농심배 최초 '끝내기 6연승’
김시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3R 선두
롯데 나균안 “논란 빚어 구단·감독·선수들에게 죄송”…외도 의혹은 부인
'이덕화♥' 69세 동갑 아내 김보옥·딸 이지현, 눈부신 미모 '눈길'
박지현 아나운서 남편 스펙도 '어마어마'
린 댓글로 불거진 이수 성매매…16살인데 '미성년인지 몰랐다'?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아는형님' 이엘리아 국적·본명·나이·혀마중·박서준 연관검색어 총정리
기은세 성형전 연관검색어 비웃는 10년 전 맥심 화보
'생방송 오늘 저녁' 40년 수제 축구화 장인, 퇴계로 신창스포츠…우리가 몰랐던 맞춤형 축구화(JOB학사전)
'박보검 연인' 고윤정 누구?…전지현·김태희·탕웨이 닮은꼴로 유명세
배우 김민 “‘리바운드’는 선물 같은 작품…청춘인 내게 힘과 용기 주었어요”
'2TV 생생정보' 훈제란&구운란 생산공장, 안성 '농업회사법인 세양'…불후의명작
부산 출신 배우들 스크린·안방극장 종횡무진
뉴욕 런던 파리 이어 부산도 '보라해'…보라색, 방탄소년단 상징색 된 이유
靑 해양수산비서관에 이현 전 전재수 장관 정책보좌관
부산 민주 예비 후보군 잇단 출사표
[영상]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 채비… 단일대오 뭉친 여 vs 특검 외친 야
[영상] 전재수, 사실상 부산시장 출마 움직임…국민의힘 화력 집중
이번엔 60조 잠수함 수주 ‘잭팟’?…강훈식, 캐나다로 출국
트럼프 관세 기습 인상… 여야 책임 공방 확산
이 대통령, ‘코스피 5000’에도 지지율 제자리… “이혜훈·합당 논란 악재” [리얼미터]
이혜훈 지명 철회 후에도 여진 계속…“각종 의혹 수사 이어져야”
행정통합 좋지만 여권 ‘속도전’ 온당한가… 떠오르는 신중론
국힘, 의총서 ‘쌍특검’ 압박 전략 논의…한동훈 제명안 언급 가능성도
李대통령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동남아 현지에 적극 알려라'
수도권 양도세 중과 부활, 부산 부동산 미소 짓나
“거의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글로벌IB의 충격 보고서
오천피 다음은 삼천스닥?… 코스닥, 바이오·이차전지 앞세워 급등
[단독]홈플러스 차장급 이상 희망퇴직 접수… 위로금 급여 3개월치
코스닥, 6% 급등에 ‘포모’온 개미… 레버리지 ETF 교육 사이트 ‘마비’
이젠 코스닥 3000?… 정부 정책 신뢰감에 높아지는 기대치
李대통령 ‘하락’ 언급 맞았나… 환율, 20원 가까이 급락
진에어, 얼리버드 프로모션 등 할인 행사
부산 커피 물류 ‘블록체인 정산’ 혁신 시동
북극항로 상업화 대비 ‘범정부 추진체계’ 법제화
현대로템 ‘영업익 1조 시대’ 연다… K2 수출 잭팟에 최대 실적 랠리
“대형 원전 2기 계획대로 추진”… 소형모듈원전 1기도 건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아파트로 채워진 도시, 사람 사는 향기는 어디로…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26일 월요일(음력 12월 8일)
부산 독립영화 28편, 몰아보기 해 볼까?
청양 칠갑산 알프스마을의 ‘겨울왕국’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이어 예술회관 공연장도 휴관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28일 수요일(음력 12월 10일)
접질렸다고 방치는 ‘금물’… 2~3일 뒤에도 안 나으면 병원으로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1월 15일~ ]
생명공학과 AI가 손잡으면 인류 역사 바뀔까
‘제로 슈가’니까 괜찮다고? 더 먹고 살찔 위험 ↑
‘궁리정담’ 연계 한성1918 부산예술인지원센터 개소식
부산 술, 부산에 살맛 나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