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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 부산도 쓰레기 대란 발등의 불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부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제도는 2030년이면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부산은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소각 처리 능력이 폐기물 발생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부산시 추산에 따르면 2031년 하루 생활폐기물은 1766톤에 이르지만, 소각 처리 용량은 1276톤에 불과하다. 제도 시행과 동시에 하루 490톤의 쓰레기가 갈 곳을 잃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도시 기능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지금과 같은 대응 수준이라면 부산의 쓰레기 대란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는 강서구 생곡마을에 하루 800톤 처리 규모의 신규 소각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노후화된 명지소각장을 대체해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7년 첫 구상 이후 9년째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2021년부터 소각장 인근 에코델타시티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건강권 침해와 환경 오염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주민 설득을 통해 올 하반기 생곡소각장 용역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지만, 준공이 빨라도 2033년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제도 시행과 시설 완공 사이, 부산에는 피할 수 없는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그럼에도 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직매립 금지 시행 유예를 환경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제도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고 유예 역시 길어야 1~2년에 그친다. 시는 대구·울산 등 인근 지자체로 쓰레기를 보내는 원거리 위탁 처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소각 여력이 있는 울산·대구·경남 역시 자체 수요 증가를 앞두고 있고, 앞서 물 갈등 등에서 보듯이 쓰레기 반입을 둘러싼 지역 갈등 또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의 쓰레기는 지역 내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낼 여유가 없다. 생곡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을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악취 등으로 주민 반대가 이어진다면 충분한 주민 보상과 지원은 물론이고, 최신 설비 도입, 투명한 환경 정보 공개를 약속해야 한다. 소각장이 왜 필요한지, 기술적 안전성은 어디까지 확보되는지, 환경·건강 영향에 대한 감시와 보상 체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동시에 재활용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중장기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기존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손실률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돼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사설] 관세 압박·금융시장 요동, 경제 불확실성 철저히 대비해야
코스피가 2일 전 거래일 대비 274.69포인트(5.26%) 폭락하며 4949.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7일(-5.57%)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올해 사상 최고치 역사를 써 내려가던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다. 장중 한때 지수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만 200조 원에 달하면서 한국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닥도 51.08포인트(4.44%) 하락한 1098.36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매파적 비둘기’로 불리는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지명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시 쇼크’로 인해 글로벌 금융·자산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유동성은 조이겠다는 ‘매파적 비둘기’ 신호가 동시에 나오자 주말 사이 국제 금 가격은 10% 내렸고, 은 가격도 30% 넘게 급락했다. 반면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미 증시가 하락하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출렁이며 전 거래일보다 24.8원 급등한 1464.3원으로 마감했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고환율은 정부의 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이 다시 불확실성 국면에 접어든 것도 경제 불안 요소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발언을 놓고 벌인 한미 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연중 내내 관세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관세 분야에서 돌출된 한미 간 파열음을 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증시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 등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또 부동산 가격 급등, 한미 간 금리 역전세 지속, 원화 약세 등 많은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더해지면 경제 전체가 금융·실물 복합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전환 시기에는 경제 위기가 빈발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폭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국내외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사설] 행정통합 시도지사 연석회의 자치분권 강화 의지 모으길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극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광역 행정통합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아래로부터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지난주 제안한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전국 시도 단체장 연석회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부산·경남·대전·충남·대구·경북·인천 등 전국 7개 시장·도지사들은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논의를 벌일 방침이다. 이날 회의는 진정한 다극 체제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광역 행정통합의 기준과 내용의 포괄적 확립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데 대해 단체장들이 공감한 결과다.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광역 행정통합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이후 광역 행정통합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포괄적인 광역 행정통합 기준과 내용을 마련하기보다 개별 지자체들이 각자 특별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중이다. 광주와 전남은 대표적으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통합 논의를 가속화한 케이스다.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속도전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광주·전남 이외에 대전·충남과 대구·경북까지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각 지자체들이 각개약진하는 모양새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들 특별법에는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한 재정 이양과 자치권 강화 등의 내용보다 지역 숙원 해결이 담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뒤늦게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에 나선 대구·경북이 통합신공항 관련 문제 특혜까지 법안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역 행정통합은 제한된 정부의 인센티브를 누가 더 많이 따먹느냐는 식으로만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확한 규범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진행된 행정통합이 가져 올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시급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지자체장들이 모여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에 담길 기준과 내용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위로부터 진행된 메가시티 구축 시도의 실패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통합 필요성을 절감한 부산과 경남의 목소리에 전국 단체장들이 호응했기 때문이다. 진작 마련됐어야 할 자리가 이제서야 성사된 것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어려운 첫발을 내디딘 만큼 진정한 자치분권 강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정된 정부의 시혜를 먼저 따먹으려는 방식의 행정통합으로는 자치분권에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자치분권이란 모름지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할 때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
K컬처, 토종과 혼종
H.O.T.의 ‘캔디’가 큰 인기를 누렸던 1997년 대만에서 ‘한류(韓流)’라는 명명이 처음 등장했다. 1999년 중국 매체들 사이에 ‘한류’ 표기가 굳어졌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TV 드라마 인기는 유럽과 미주 대륙으로 거침없이 진군했다. K컬처는 다양한 요소의 집대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팬덤을 키워 왔다. 지난해 해외에서도 선풍을 일으킨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그 사례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로맨틱 사극에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해, K팝·K푸드·K화장품 등 오늘날의 핫한 아이템 코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K콘텐츠의 구심력은 눈덩이처럼 커져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압축 근대화에 비견될 만한 30년의 성공 신화다.‘K’는 토종에만 머물지 않고 혼종되면서 확대 재생산된다. 로컬에서 창작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성공 공식을 넘어서는 변주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토니상 6관왕으로 최다 수상작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인 각본가와 미국인 작곡가가 협업한 결과, 대박이 났다. 한미 합작 듀엣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도 마찬가지다.1일 미국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OST ‘골든’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K팝 사상 최초의 쾌거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이 선전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던 그래미 벽까지 넘은 것이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주류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K컬처의 변곡점으로 평가될 사건이다. 특히 케데헌의 성공은 한국 국적과 자본, 플랫폼 범주 밖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콘텐츠인가, 미국 콘텐츠인가 논란이 무색할 만큼, ‘K’의 경계는 이미 국경 밖으로 확장됐다.서구에서는 17, 18세기 중국풍을 뜻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가 유행했고, 19세기 일본 미학에 심취하는 자포니즘(Japonism)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일시적, 일부 계층의 취향이었지 대중문화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오늘날 K컬처는 가히 글로벌 신드롬이다.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은 선망의 존재, 즉 K컬처는 명실상부한 소프트파워다. 한국인 없는 K팝 그룹처럼 이제 ‘K’는 하나의 글로벌 장르로 자리잡았다. 해외 팬덤은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생산자로도 참여한다. 한국 안팎으로 생산 영역을 넓힌 K컬처가 세계 문화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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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세상톡톡] 진짜 터미네이터는 총을 들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피곤함이 묻은 듯한 월급쟁이 가장의 걸음걸이. 무심한 듯하면서도 ‘고인물’(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달인의 경지에 이른 이들을 이르는 속칭)의 시크함이 묻어나는 약간의 건들거림…. 지난달 막을 내린 CES를 뜨겁게 달군 현대차 자회사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는 이런 동작을 자연스럽게 해 내며 등장했다. 엎드려 있던 모습에서 기괴한 관절 움직임을 통해 일어나는 아틀라스는 이족 보행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잘 구현하면서도 확실히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줬다. 기존 휴머노이드가 사람의 관절 동작을 최대한 흉내내려 했다면 아틀라스는 로봇만이 가질 수 있는 관절의 자유도를 최대한 넓혔다.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이 같은 로봇의 등장에 본능적인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보던 ‘터미네이터’가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쿵푸 동작을 시연하거나 날아차기로 수박을 깨트리는 장면까지 나오는 형국이고 보면 호모 사피엔스의 불안감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장면이 담긴 쇼츠엔 종종 “저런 로봇이 전투에 투입되면 도망갈 수도 없겠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그런 터미네이터의 등장보다는 아틀라스 같은 로봇의 공장 투입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점에 더 큰 불안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공장이라는 시스템이 호모 사피엔스와 엮인 의미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물품 제조를 위한 공장이라는 시스템의 의미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헨리 포드를 앞세우지 않을 수 없다. 컨베이어를 이용한 대량 생산이라는 포디즘의 창시자로만 포드를 기억한다면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없다. 포드의 진정한 혁신은 공장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공장 노동의 가치를 확립했다는 데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공장 노동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도록 했다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 1910년대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해 판매를 시작하자 여론은 비싼 차를 누가 사느냐며 빈정대기 시작했다. 당시엔 자동차를 상류층의 사치품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포드는 “우리 공장 노동자들이 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당을 당시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인 5달러까지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그는 이어 공장 노동자들이 차를 몰고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결국 공장 노동자는 800달러대 가격의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현대 자본주의의 토대가 됐다. 이 같은 포디즘의 핵심은 공장 노동자의 가처분 소득 증대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공산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있다. 중산층의 확대와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도 이런 선순환 속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틀라스를 필두로 하는 공장형 안드로이드 로봇의 출현으로 노동자가 내몰릴 위기에 처하면서 이런 선순환 구조는 근본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봇 투입 생산이 현대차만 가능하다면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현대차가 철저히 누리겠지만 조만간 로봇과 AI의 투입은 전 세계 모든 기업 현장에서 ‘뉴 노멀’이 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각에선 로봇을 투입하는 회사로부터 로봇세를 걷어들이고 이를 재원으로 호모 사피엔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뉴 노멀에 대비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론 머스크 등 휴머노이드 개발에 혈안이 된 기업가들도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다. 기본소득 지급에 우호적인 현 정부가 들으면 솔깃할 주장이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회사가 로봇세 같은 세금을 내기 위해서는 공산품을 팔아 이득을 내야 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밀려난 호모 사피엔스는 공산품을 살 가처분 소득이 없다. 공산품을 팔 곳이 없어진 회사는 수익을 낼 수가 없다. 수익이 없는 회사가 어떻게 기본소득 재원이 되는 세금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 터미네이터는 호모 사피엔스를 절멸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총을 들고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의 터미네이터는 그보다 더 빨리 기업 현장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노동과 가처분 소득을 끝장내버리는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에 반발하는 현대차 노조를 비난만 하고 있기에는 이미 도래한 현실이 너무 위태하다. 대학 시절 한 교수는 “순식간에 변하는 무게중심을 계산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이족 보행을 하는 로봇의 구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불과 30여 년만에 거짓이 됐다. 터미네이터는 창졸지간에 곧 나타날 것이다. 그 전에 노동과 가처분 소득의 영역을 살릴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김대래의 메타경제] 대통령의 '숙제 검사'
얼마 전 어떤 단체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현재의 부산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주요 주제였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먼저 오늘날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리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큰 힘을 가졌던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몇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대체로 단군 이래 가장 전성기의 위상에 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많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에 돌입했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할 수 있었던 나라들은 많지 않았다. 중진국 함정이라는 힘든 코스를 이겨내고 거의 마지막 기차에 한국은 탑승하였다. 우리의 성취가 더욱 화려해 보이는 것은 그런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시장·정부의 상호보완 성공 모델 이익 향유와 분배 구조까지 고착한 시장 다시 유연하게 만들려면 정부 개입 필요 이러한 우리의 높은 성장 경험은 물론 오래 전부터 경제학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 왔다. 외국의 학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는데 그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했는지 아니면 적절한 시장 기능의 작동이 더 성장에 기여하였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정부의 개입을 좌파적 정책으로 보고 무엇이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으로는 경제개발 시대를 평가할 수 없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대였고, 자원의 동원에서부터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까지 정부에 많이 의존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계획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역할은 특히 중화학 공업화에서 결정적이었다. 정통 경제학에서는 당시 한국의 경제환경에서 중화학 공업화는 적절한 정책 방향이 아니었다. 특히 정통 경제학자들이 많이 포진했던 경제기획원은 중화학 공업화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경제학의 대진리 중의 하나로 되어 있는 비교 우위론에 입각해 볼 때 중화학 공업화는 가능성이 낮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화학 공업화를 밀어붙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기획원 대신 상공부와 주로 호흡을 맞추었다. 시장이 받쳐주지 못한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면서 시장 기능을 보완하고 키워나갔다. 중화학 공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은 지대하였는데, 경제 점검 회의는 마치 초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는 것과 같았다. 우리 경제의 규모가 좀 커지고 시장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부의 개입은 줄어들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정부의 역할보다는 시장에 의한 조율이 전면에 등장하였다. 이 시기는 대체로 지방자치의 부활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끊임 없는 중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곳곳에서 정부를 무력화하였다. 산업 정책이 약화되면서 기업들은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시장의 이름으로 수도권의 대형 유통점들은 지방 상권을 잠식하였다. 수도권 집중이 불러온 서울 집값 폭등은 정권을 교체할만한 파급력을 가지면서 정부를 압박하였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시민들의 거처를 중개하는 시장이 아니라 거대한 전국적 투기판이 되어 버렸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소득 수준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세계적인 기업들도 상당수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였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적절히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병폐가 굳어져 버린 탓이다. 실용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돌파한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주식시장을 지켜보아 온 투자자들에는 예상 밖의 빠른 성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인공지능이 불을 당긴 반도체 사이클의 조기 도래라는 시대적 운도 따랐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코리안 디스카운트라는 고질을 이렇게 빨리 극복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비정상 상태로 굳어버린 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산업 정책도 과거보다는 약하지만 부활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도 산업 정책의 틀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모든 논의 과정들이 투명하게 중계되고, 오래 전에 보았던 대통령의 숙제 검사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숙제 검사가 없었다면 해양수산부의 이전도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말한다. 정부와 시장은 보완적인 존재이고, 시장이 실패하는 곳에 정부가 들어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오랫동안 굳어졌던 시장은 이익을 향유하고 분배하는 구조까지도 함께 고착화하였다. 이렇게 굳어진 시장을 다시 유연하고 효율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은 정부가 시장을 이겨야 할 때가 있다.
[데스크 칼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빛과 그림자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초강세장)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자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물음에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주부, 학생할 것 없이 온나라에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2024년 11월에만 해도 4만 6000원이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15만~16만 원대를 맴돌고 있고, SK하이닉스도 1년 전 20만 원대에서 이제 90만 원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상 최대 실적과 코스피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가 이어졌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종가 기준으로 4년 만에 다시 3000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 12월 4000 고지를 넘어 올들어 1월엔 5000 고지도 순식간에 돌파했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증시가 그야말로 ‘불장’이 됐다. 코스피 지수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가 엄청난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화학, 가전 등의 제조업은 정체 내지 불황을 겪고 있고 서비스업도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수년째 경기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우리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산업의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다. 그동안 주요 산업의 ‘슈퍼사이클’은 1~2년새 ‘슈퍼 몰락’으로 이어졌다. 2021년 전기차 바람 속에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2차전지(배터리) 주들이 폭등했다. 모 기업은 “향후 감당해야 할 수주액만 1000조 원이 넘는다”고 자랑했지만 2023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곧바로 추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2차전지 주식들은 아직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조선업과 2011년 태양광, 2021년 석유화학도 호황을 맞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익 급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조선업과 태양광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석유화학은 아직도 수렁에 빠져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5~7년에 한 번씩 찾아왔고 한 번 호황이 시작되면 통상 2년 정도 이어졌다. PC 수요가 급증한 1990년대 중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져 서버 투자가 집중된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된 2010년대 초반, 인공지능(AI) 연구가 본격화된 2017년이 그랬다. 하지만 2021년엔 상반기 반짝에 그쳤다.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AI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범용 D램의 생산을 줄였다. 하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AI 서버 수요 확대 등으로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던 삼성전자가 뜻밖의 호황을 맞은 것이다. SK하이닉스도 HBM 수요 확대로 수익이 급등했다. 이들 두 기업의 경쟁 업체들이 D램 제조업체들을 인수하거나 설비를 다시 정비하는 모습이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내년에나 공급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며 길게는 2028년까지 슈퍼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 증설이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반도체 부품업체들도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방 입장에선 반도체 호황이 강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최근 전라북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건설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단지를 유치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지방은 인구감소와 자영업 몰락 등으로 경기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대선공약에 따라 증시부양책을 편 결과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추세적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2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는 3개월째 하락세다. 설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 경기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반도체 외 제조 분야의 경기 부양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증시와 경기는 다시 내리막길을 갈 것이다. 등산할 때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하다. 코스피 5000에 취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내리막길을 대비하자.
[노트북 단상] 조선업 외노자 논쟁… 노동자는 죄가 없다
“월 220만 원짜리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몇조 원씩 남기며 세계 최강 경쟁력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나?” 지난달 23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선업 활황의 이면을 짚으며 한 발언이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와 저임금 그리고 이로 인한 인력난과 과도한 외국 인력 의존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싸게 고용하는 건 좋은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 생활비 외엔 본국에 송금할 텐데 그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다”라고도 했다. 실제 대표적인 ‘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와 울산시는 최근 폭증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손이 부족한 조선업계 입장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구세주나 다름없지만, 정작 지역 사회는 내국인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산업 성장이 경제와 양질의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해 지역은 되레 쇠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주민들은 급기야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자체도 내국인 중심 기술인력 구조 재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잘 나가는 조선업계가 어쩌다 이런 불편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2000년대를 전후해 초호황을 누리던 조선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부실로 인한 조 단위 손실에다 상선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긴 빙하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혹독한 감원 칼바람에 노동자들은 하나, 둘 짐을 쌌다. 다행히 2020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떠나간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가뜩이나 열악한 저임금이 고착한 데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다. 덕분에 업계는 급한 불을 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경제도 냉골이다. 과거 내국인 노동자로 북적이던 시절엔 소득의 상당수가 지역에서 소비돼 호황의 ‘온기’가 지역 사회에 고스란히 퍼졌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득 대부분을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보낸다. ‘담배가 최고의 사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비에는 인색하다. 그렇다고 그저 열심히 일한 이들을 탓할 수도, 억지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는 2만 3000여 명. 대부분 내국인이 꺼리는 도장·용접 등 공정에서 일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다, 힘들고 험한 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내국인 확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과 6월 지방선거가 맞물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없인 공장 문 닫아야 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지금, 무작정 밀어내기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정책을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중앙로365]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의 가치' 사이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들은 단순한 개별 국가 간 갈등을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국제질서 전반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지경학적 위기와 지정학적 대립이 맞물리며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현지에서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우는 초강수를 두었고, 그린란드를 영토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동북아로 시선을 돌리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정면으로 맞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접근, 그리고 높아지는 북한의 대남 공세 수위는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흐름을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무엇인가. 먼저, 기존 다자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회의와 반발이다. 1945년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국제법과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이는 자유무역과 평화를 제도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 질서 아래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은 안정적인 안보와 무역 환경을 토대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각종 특혜를 누리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으로 이어지자 미국 내부에서는 기존 국제규범이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확산됐다. 국제법과 다자협정이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고 경쟁국의 부당한 이익을 방치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분노와 회의의 집약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단언한 발언은 더 이상 규범과 외교적 수사에 얽매여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다음은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세력에 대한 미국의 타협 없는 견제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원유 결제 대금을 달러화 대신 중국 위안화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후 변화로 열리는 북극항로는 미래 핵심 물류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선점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부터 차단해야 현상 변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그린란드에 매장된 막대한 희토류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무력화할 전략 자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 변화는 동맹 체제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맹조차 미국 국익의 하위 개념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가 동맹을 결속시켰지만, 트럼프의 미국에서 동맹은 비용과 편익으로 계산되는 거래 관계에 가깝다. 미국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동맹국은 언제든 특별 대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냉혹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며, 안보 관련 법 개정과 동맹 현대화 요구에 신속히 화답하고 있다. 관세 협상 역시 빠르게 합의와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물론 일본 내부에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으로 미일 동맹이라는 핵심 가치를 희생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국제정치는 냉엄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형식에 그친 한미 간 신뢰 구축 제스처는 오히려 불신을 키울 뿐이다. 최근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 불만 표명이나 갑작스러운 25% 관세 부과 언급 역시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양보 없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로 더욱 중요해진 ‘한미동맹의 가치’ 사이에 서 있다. 고약한 것은 전자를 만족시켜야 후자가 유지되고, 전자를 거스르면 후자가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동맹의 가치를 낮게 본다면야 별개겠지만, 그것은 국가 운명을 건 거대한 모험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현실주의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이다.
[편집국에서] '건강할 결심' 도와주는 사회
“여윳돈으로 2억 5000만 원 정도 있습니까? 없으면 운동하셔야죠!” 연초에 만난 한 운동 전문가가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은 이랬다. 2023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2억 4656만 원이며, 가장 의료비 지출이 많은 나이는 78세라는 것이다. 억대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건강할 때 운동을 하라는 조언이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공단이 발표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와 본인부담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었다.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병원비가 약 2억 원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됐지만, 불안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지인도 그 불안을 건드려 운동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건강할 결심’을 미룰 수 없는 때라는 생각과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이 든다. 운동할 시간과 장소는 어떻게 확보할까? 비용은 어느 정도 선이 적절할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건강인식조사 보고서’에서 2000명의 응답자가 본인의 건강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 1순위로 ‘수입 및 사회적 수준’을 꼽았다. 실제 응답자의 수입에 따라 건강 정도가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2.4%가 건강하다고 답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절반 넘게 (54.0%) 건강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5.1%인 반면 800만 원 이상은 7.5%에 불과했다. 식단과 운동 등 건강에 투자하는 금액도 소득별로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월 9만 1000원을 사용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20만 8000원을 사용했다.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주 5.3시간, 800만 원 이상은 7.9시간이었다. 건강 불평등의 지표는 각종 조사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헬스장 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에 살면, 굳이 시간을 내어 ‘산스장(산속 헬스장)’에 갈 필요 없다. 운동 기구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게 자신의 몸에 맞는 사용법을 코칭 받는 것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다. 관절에 부담 없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하려고해도 공공 체육시설에 자리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강한 먹거리에도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식재료가 건강하고 신선할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 인공 첨가물을 써서 대량으로 생산된 식재료는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거주 지역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물론 경제적 이유는 때론 운동을 미루거나 나쁜 식습관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된다.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면 맨몸으로 하는 플랭크나 푸쉬업 등으로 근육 운동,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로 유산소 운동, 맨손 체조로 유연성 운동을 할 수 있다.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도 되고 비용도 덜 들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의지 정도가 동일하다면, 접근성 높은 운동 시설과 운동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때 운동을 지속하기 수월하다. 하루 노동 시간이나 건강 정도, 거주 지역에 따라 운동이나 한 끼 식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달라진다.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대목일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 인프라를 구축해 개인들이 의지 박약과 시간 부족이라는 난관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일 말이다. 부산일보는 올해 초 ‘함께 넘자, 80세 허들’ 기획 보도를 통해 수도권과 부산, 부산 내 생활권역별로 기대수명의 차이를 조명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 평균보다 기대수명이 1년이나 짧았으며, 부산 안에서도 생활권별로 기대수명이 최대 6년 차이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권과 계층에 따라 수명 격차는 심화하고 있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다. ‘수명’에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중첩되어 영향을 끼친다. 운동기구가 놓인 소규모 공원을 곳곳에 만드는 수준의 대응을 넘어 복지, 의료, 인구 고령화, 생활 체육 등 다방면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과 연령, 생활 행태별로 건강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려면 포괄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운동이나 식단 관리 등 건강을 챙기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핑계 대기가 민망할 정도로 지역의 건강 인프라가 향상되길 기대한다. 송지연 스포츠라이프부장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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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빛나는 금값, 빛바랜 금은방 골목 [부산 범천동 골드테마거리 르포]
“화장장과 공동묘지 있었다”… 부산 북구청 신청사 부지 무덤 사료 확인돼
‘속도전’ 재개발 공사, 아이들 통학로 막았다
‘허웅-허훈’ 형제 부활 KCC, 이제 연승 모드 간다
롯데, 가을야구 위한 담금질 시작했다
SF 이정후, 올 시즌은 우익수로
10년째 2부리그 아이파크, 1부 승격 준비 완료
한국 배드민턴, 아시아선수권 ‘동반 우승’ 정조준
김시우, 1타 차 준우승… PGA 상금 2000만 달러 돌파
‘우승 없는 상금왕’ 최혜진, 올 시즌 LPGA 첫 승 따낸다
KCC 허웅 ‘3점슛 14개 51득점’ 대기록… 사실상 KBL 역대 1위
이변은 없었다…호주오픈 4강 별들의 전쟁
롯데, 2026년 개막전 삼성과 맞대결
WBC 역대 최고 경기는 2009년 한국-일본 결승전
‘평균 25.3세’ 팀의 막내 4인방 “우리 무기는 ‘젊은 피’…1부 승격 힘 보태겠다”
'이덕화♥' 69세 동갑 아내 김보옥·딸 이지현, 눈부신 미모 '눈길'
트와이스 정연·공승연 아빠 유창준 셰프 '두 딸 덕에 국민장인 됐다'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이세창, ♥정하나 직업은 무엇? 아크로바틱 배우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백지연, 불운의 결혼 생활… 이혼한 두 명의 전남편 스펙 '눈길'
'생방송 오늘 저녁' 백봉오골계백숙, 경산시 용성면 봉림농원…오늘뭐먹지(오늘방송맛집)
박지현 아나운서 남편 스펙도 '어마어마'
'2TV 생생정보' 오늘방송맛집, 불고기전골&솥밥…양산 상북면 '명가창의정육식당' 최강맛집
골든뷰캐슬요양원 실제로 존재하나?… '하나뿐인 내편' 등장, 관심 급증
로꼬, 군 입대 위해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 공개
김선호 '책임질게, 결혼하자' 전 여친과 나눈 반전 카톡 공개돼
만만찮은 결집력 한동훈 지지층… 6·3 지방선거 준비 서두르는 장동혁
“너 나와 인마” vs “나왔다 어쩔래”… 한동훈 제명에 갈등 폭발한 국힘
속도전 내몰린 행정통합, 7개 시도 공동 대응한다 [행정통합 급물살]
6개 시도 “행정통합 공통 특별법 마련” 한목소리
‘초선 무덤’ 해운대구, 재선 구청장 나올까
사상 문재인 vs 장제원 대리전?… 여 서태경 - 야 이대훈 본선 매치업 관심 집중
전임 구청장 지선 출마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민주당
TK도 6월에 통합 단체장 뽑을 기세… ‘PK 고립’ 고심 깊어지네 [행정통합 급물살]
부산 사하구청장 선거 당내 경쟁 벌써부터 '후끈'
오세훈 “‘장동혁 사퇴’ 입장 변함 없어”…‘재신임 투표’ 놓고 갑론을박
전재수, 지역위원장 사퇴…부산시장 출마 초읽기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석좌교수, ‘총리급’ 국가물관리위원장 임명
마침내 완성된 45층 금융타워… 해양금융 거점 날갯짓 채비
제주항공, 최대 할인 프로모션 ‘찜 특가’
“거의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글로벌IB의 충격 보고서
'디지털 금' 영광 어디로…비트코인, 7만 달러대로 '급락'
원달러 환율, 트럼프 ‘워시 지명’ 충격에 11.5원 급등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 방안 연내 마련…1분기 중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치솟던 코스피 ‘워시 날벼락’… 5% 넘게 빠졌다
강남 중소형 아파트 평균 18억… 정부 규제에도 내달리는 양극화
금고 닫고 앱 연다… 은 투자, 디지털로 이동
자고나면 뛰는 대출금리…영끌족 ‘비상’
신규원전 후보지 공모에 부산·울산·경북 유치 경쟁 예고
6년 체증 해소되나… 충장로 지하차도 이르면 3월 말 개통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2월 2일 월요일(음력 12월 15일)
결심은 서고 몸은 눕고… ‘작심삼일’ 올해도 지켰다
케데헌 ‘골든’ 美 그래미 품었다…K팝 작곡가 첫 수상
“힘줄 성분 주입, 콜라겐 패치 붙여 조직 재생” [회전근개 파열 재생치료]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2월 1일~ ]
그래미 트로피 들었다… ‘골든’으로 시작하는 K팝 황금기
부산예술회관 가족콘서트·국악·오페라 무대 올린다
낙동아트센터, BSO와 손잡고 개관 시리즈 공연 이어간다
양산부산대병원, 부산경남 첫 다빈치 로봇수술 6000례
“단순 허브 넘어 예술·시민·산업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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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한국영화 3파전…‘왕사남’ ‘휴민트’ ‘넘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