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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 트램 사업비 수익자 분담, 실용적 방안일 수 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은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2007년 기본계획 고시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랜드마크 시설조차 안갯속이다. 굳이 북항에 가야 하는 이유가 부족하니 민간 투자가 유인되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성을 입증하고 투자 매력을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법률 해석과 재원 논쟁에 발목이 잡힌 트램(노면전차)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가 하세월이 되면서 전체 사업 속도까지 떨어뜨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북항 재개발 수혜 기업이 비용 분담 의지를 밝히고 나서면서 꽉 막혔던 트램 사업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걸림돌이었던 건설비 문제가 해결된다면 트램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1.9㎞의 트램은 재원의 이견으로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다. 부산시가 항만법을, 해양수산부는 도시철도법 적용으로 맞선 탓이다. 항만법을 따르면 국비와 부산항만공사(BPA) 50%씩이고, 도시철도법은 국비 60%와 지방비 40%다. 20일 열린 ‘북항 재개발 활성화와 해양수도 부산 정책토론회’에서 정성기 부산항미래정책연구원장은 “도시철도법에 따라 수익자가 건설비를 일부 부담할 수 있다”고 분담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트램 건설로 지가 상승의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 410억 원 분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재원 논란이 해소되면 해수부 구상대로 도시철도법에 따른 추진이 가능해진다. 수익자의 비용 부담은 도시 인프라 사업의 보편적인 원칙이며, 북항 재개발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실용적인 해법이 제시된 만큼 북항의 미래 교통망은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안된 ‘인정엑스포’ 방식의 2단계 사업 추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2032년 엑스포 유치를 전제로 국비를 투입하고, 민간 투자도 유인하면 사업 추진이 용이해질 수 있다. 1단계 미매각 부지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건폐율 상향과 같은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와 해수부, BPA가 북항 재개발 활성화라는 공동 목표로 협력에 나서야만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산시가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외자를 유치해 세계적인 ‘영상문화 콤플렉스’를 건립하겠다고 한지 1년이 넘었지만, 가시적인 추진 성과는 없다. 부산 시민은 참담하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북항 재개발이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과 불신, 무기력을 극복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 출발선에 트램이 서 있다. 민간 분담이라는 실행 가능한 재원 방안이 제시된 이상, 정부와 부산시는 조속히 실행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해수부가 오고 관련 기관·기업까지 동반 이전해서 탄생할 해양경제권과 북항 재개발의 성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램이 힘차게 달려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사설] 소아전문 응급센터 수도권만 확대, 이게 지역의료 현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정 공모 사업에 고신대복음병원이 신청했지만, 탈락했다고 한다. 반면 서울성모병원(서울)과 성빈센트병원(경기) 2곳이 조건부로 선정됐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나이에 따라 응급 증상이 다른 소아 특성에 맞게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전문 진료 센터를 지정하는 사업이다. 센터로 지정되면 중증 소아 응급환자 최종 치료 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24시간 소아 응급 진료를 의무적으로 하고, 전담 전문의 1명당 1억 원에 달하는 지원 혜택을 준다. 의료 수가도 15~30%까지 늘어난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부산으로선 매우 안타까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은 4월 30일까지 법정 기준 충족 후 현장점검을 거쳐 최종 지정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전국 14곳 가운데 무려 9곳이 수도권에 몰리게 된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2022년 지정된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정부가 지역·필수·공공 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의 수도권 편중은 더 심화하는 셈이다. 지역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라며 지역의사제 등 정책을 추진해 놓고 공모 방식을 통해 경쟁력이 뛰어난 수도권 최고 병원에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중증응급 진료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소아과 진료 붕괴 상황은 심각하다. 출생아가 급격히 줄면서 소아과가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도 급감하고 있다. 진료 강도는 높고, 부모들의 항의가 심한 데다, 자칫하면 소송에 걸리고 경제 보상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은 20.6%로 전체 모집과 중 가장 낮았다. 2년 전 26.2%보다 떨어졌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정원을 거의 다 채운 재활의학과,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와는 대조적이다.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중증응급 진료 기관과 필수과 전공의가 수도권에만 몰린다면 지방 필수과 수련 체계는 붕괴되고 지역 필수의료는 더 취약해진다. 정부는 내달 시행되는 지역의사법에 맞춰 지역의사를 체계적으로 선발·지원하는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확대도 추진 중이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전문의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과목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과 함께 주거, 교통,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시행에 앞서 필수과 기피 등 의료계의 기울어진 지형을 바로잡기 위해 더 세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설] 정부 주도 행정통합 이슈화, 부울경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부가 통합특별시에 20조 원 지원책을 발표하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광주·전남이 통합 시점을 앞당기며 속도를 내고 있고, 대구·경북도 논의가 재점화됐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19일 행정통합 실무협의체 첫 회의를 하고 지자체 입장문과 대정부 건의문 작성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안은 바람직한 분권형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과 주민투표 등 향후 로드맵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맨 먼저 맞섰던 동남권이 작금의 통합 국면에서 선두 주자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후발 주자로 비쳐져서는 안 되고, 분권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재정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정부 방식은 수도권 일극을 극복하는 자치분권과는 거리가 있다. 행정과 재정 분권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저 행정 구역을 합쳐 놓는 것에 그친다. 또 정부가 새 광역권에 적용하는 분권 정책은 표준이 되기 때문에 각 지역의 각개약진에 따라 유불리가 갈려서도 안 된다. 예컨대 정부안에 포함되지 못한 국세·지방세 비율 개편의 경우 어느 한 곳만 적용될 수 없다. 통합을 추진 중인 4개 권역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먼저 통합의 깃발을 들었던 부울경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수도권 1극에 필적하는 4극이 탄생할 방안을 공동 마련해서 정부를 설득하는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정통합은 서두른다고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골든 타임은 있다. 정부 정책과 여론의 성숙, 주민투표 절차 등의 조건도 맞아야 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주민투표라는 동의 절차를 강조했다. 미흡하지만 정부가 통합에 힘을 실은 마당에 부산시와 경남도는 책임 있는 선택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6·3 지방선거 전에 주민투표에 부치지 못하면 2028년 총선, 2030년 지방선거로 넘어간다. 지방 소멸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2030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2028년 총선에 맞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올해 선출되는 단체장이 임기 2년 단축을 수용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의지다. 초광역 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강력한 법제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그리고 지역 정치권의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4극 체제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정부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수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이 아니라 지방이 요구하는 상향식으로 동력을 모아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부울경이 구심력을 발휘해야 한다. 해양수도 도약의 비전으로 해양수산부가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산은 수도권 일극에 대항하는 축이기 때문이다. 행정통합 흐름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가 구조의 판도가 달라진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얼어붙은' 북극항로
지구온난화 탓에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베링해협을 지나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이재명 대통령은 북극항로를 선점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추진본부를 만들었다. 오는 9월께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에서 네덜란드까지 운항하는 북극항로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그런데 자연의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이 정치적으로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빙하의 땅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려는 미국과 이를 막으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해 패권 다툼이다. 거기다 유럽 국가들도 가세했다.북극해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일체의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배제된 곳으로 만들자는 국제적 합의(일명 ‘북극예외주의’)가 통용되던 평화의 바다였다.그린란드의 외교·국방권을 쥐고있는 덴마크 국방정보국의 지난해 12월 정보보고서다. “북극에서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 및 전략적 초점이 북극으로 쏠림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더 가속화할 것이다”, “러시아는 10년 넘게 북극의 군사 인프라를 꾸준히 확장하고 현대화해 왔다”, “중국은 북극의 빙하 아래 미사일 발사용 잠수함을 배치해 러시아 및 미국과 동일한 핵 보복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북극해를 둘러싼 나라들의 해안선 점유율은 러시아가 53.2%다. 반면 미국(알래스카)은 3.8%에 불과하다. 미국으로선 영토의 대부분이 북극권에 들어 있는 그린란드를 내버려 둘 수 없다. 점령이냐 매입이냐 형식만 다를 뿐 병합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유럽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 나라는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냈거나 파견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우리가 북극항로를 제대로 활용하고, 국익을 얻기 위해선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린란드 사태가 보다 심각해지면 이들 국가들이 북극항로를 그냥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북극해는 물리적으로는 녹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얼어붙고 있다. 국제 정세를 보다 면밀히 살펴가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박석호 선임기자 psh21@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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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천영철
[천영철의 사리 분별]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세계는 점점 더 뒤틀려 간다. 균열로 인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지구촌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최근 이란 반정부 시위로 1만 8000명이 사망한 데 이어 4년째로 접어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10만 명 가까운 군인과 민간인이 숨졌다. 가자 지구 누적 사망자도 6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지만 평화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살상과 폭력, 반지성적인 행태들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상황에서 센카쿠 열도, 그린란드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날선 대립까지 이어지면서 국제 정세는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이런 소식에 점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한 채 무덤덤한 일상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뒤틀림과 균열은 어느새 깊고 깊은 틈을 만들어 구조를 약화시킨다. 방치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붕괴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도 ‘헬조선’이라는 뒤틀린 상태를 유지한 채 2026년을 맞았다. 청년 일자리 부족,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비정규직 고용의 일반화, OECD 국가 1위인 자살률, 노후 대책 없이 막막한 노년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영업자들…. 너무 힘들다는 아우성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 상황과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좋은 직장이나 대학에 가면 그때부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갈등과 분쟁의 악순환,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는 인간 내면을 끊임없이 할퀸다. 내면 상처는 우리 사회의 희망인 청소년들까지 직격한다. 서울 지역 자살 학생은 2021년 28명에서 2023년 36명으로, 2025년엔 51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극단 선택을 한 185명 가운데 명문 고교와 학원이 몰린 강남 서초와 강동 송파, 목동이 포함된 강서 양천 지역 학생이 44.9%인 83명에 달한다는 것은 무한 경쟁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10대들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이젠 임계치를 넘었다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지구촌 국가들은 그동안 경제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80여 년의 시간 동안 인류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마찰과 충돌, AI 패권 경쟁 등 갈등이 만연한 지구촌을 날마다 목도하고 있다. 양극화가 초래한 사실상의 계급 사회 도래, 포퓰리즘에 따른 민주주의 후퇴, 권위주의 재부상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휴머니즘의 퇴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류는 문명화 이후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인본주의적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진리에 대한 사랑, 정의에 대한 동경, 지적이고 도덕적인 교육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 등은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는 것은 물론 자유와 평등 등 다양한 가치관의 확산에 기여했다. 더 좋은 세상을 일구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휴머니스트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은 사랑, 존중, 공감, 자유, 평등, 진리, 진보 등에 기반한 이성적 가치관의 세상이었다. 그동안 ‘인간답게’라는 말은 이런 가치관에 기반한 인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인간답게’라는 말에 담긴 휴머니즘적 가치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까. 지구촌에 만연한 거짓과 기만, 폭력, 냉소주의, 국가와 개인 이기주의 등은 인간에 대한 선의와 낙관적 시선을 철회하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반지성적 유형의 지도자들은 휴머니즘에 기반한 인류의 가치관을 거침없이 훼손하고 있다. 인류가 모더니즘을 거쳐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힘들게 쌓아 올린 다양성 등의 성과는 물론 다자주의 등 국제 질서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오로지 욕망과 감정에 충실한 경제적 만족 상태를 일컫는다는 오도된 가치관마저 급격히 확산 중인 상황이다. 국가의 정책 방향은 다양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경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치열하게 곱씹어야 할 때다. 이 땅의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가치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 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 내면의 덧난 상처를 치유하려는 발 빠른 노력도 절실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빚어지는 대다수 문제들은 과거에서 방치·이월한 각종 병폐들의 총합이다. 우리가 이 긴박한 문제들에 대해 최소한의 긴급 처방도 내리지 않은 채 다시 이월시킨다면 머잖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동물 본능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로 완전히 변질될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이 ‘인간다움’을 사수할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한 공감대가 확산되길 기원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송하주의 AI 톡] 아틀라스가 공장에서 가정으로 오려면
새해와 함께 막을 올린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피지컬AI’였으며 그 중심에는 ‘로봇’이 있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톤다이나믹스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보여준 자연스럽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제조 현장에 특화된 구조와 동작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현대차는 양산형 아틀라스를 수년 내 자동차 조립 공정에 실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이미 현실의 문턱에 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규어 2.0 로봇처럼 자동차 제조 과정에 실제 투입되어 테스트를 마친 휴머노이드가 이미 존재하나 아틀라스의 강건한 구조와 부드럽고 효율적인 동작은 제조 현장에 더욱 적합한 것으로 기대된다. CES 행사 이후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작년 하반기 국내에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가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풀리면서, 테슬라 차주들의 국내 사용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는 수년 동안 지지부진한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상황과 대비되면서,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현대차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 CES 이후의 반전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로봇에 환경 맞추는 수준으론 부족 물리 세계 직관 학습하게 만들어야 피지컬AI 새 화두 월드모델 급부상 피지컬AI의 대표적인 사례로 흔히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이 거론된다. 테슬라는 이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CES를 계기로 현대차 역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 이미지를 벗고, 피지컬AI 시대를 이끄는 기술 기업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이뤄진 시장의 눈높이 변화는 그 상징이라 하겠다. 이제 시선을 한 단계 더 넓혀보자.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을 넘어 가정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적 도약이 필요할까. 자동차 제조 현장은 평평한 바닥, 고정된 구조물, 정해진 작업 대상물 등 로봇이 활동하기에 비교적 정형화된 공간이다. 필요하다면 환경 자체를 로봇에 맞게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반면 가정은 전혀 다르다. 집집마다 바닥 재질과 내부 구조가 다르다.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부터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 같은 무겁고 위험한 물건까지 다뤄야 한다. 집 안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의 움직임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을 실제 데이터로 미리 수집해 학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우의 수가 방대할 뿐 아니라,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명적인 상황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월드모델’ 또는 ‘월드파운데이션모델’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여기에 이미지·영상·소리를 더해 멀티 모달 모델로 확장되었다면, 월드모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물리적 공간과 시간, 사물 간 상호작용 그리고 인과관계를 이해하도록 AI를 확장한 것이다. 물체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고, 물은 열을 가하면 뜨거워지고, 뜨거운 것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힐 수 있다는 ‘물리적 상식’을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동작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물리 세계의 직관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AI이다. 이 분야에서는 메타의 JEPA, 구글의 Genie3, 그리고 엔비디아의 코스모스가 대표적인 월드모델 또는 월드모델 개발 플랫폼으로 거론된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를 활용한 자율주행 AI ‘알파마요’를 공개하며 피지컬AI 경쟁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알파마요는 현재 벤츠의 일부 자동차 모델에 적용돼 테스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현대차에도 향후 알파마요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월드모델은 단순히 로봇과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진정한 일반 인공지능, 즉 AGI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핵심 요소로도 인식되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 이해를 넘어,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와 추론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세상을 이해하는 지능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챗GPT로 대표되는 LLM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며 정점에 다다르자, 인공지능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피지컬AI로 이동하고 있다. LLM이 그랬듯, 피지컬AI와 월드모델 역시 막대한 데이터와 계산 인프라를 요구한다. LLM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국내의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강점인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차별화한 접근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데스크 칼럼] 2026년 양산 방문의 해에 거는 기대
2026년 1월 1일 새벽,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2100여 명의 방문객이 천성산(920m) 천성대에 올랐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에서 병오년 붉은 말의 첫해를 맞이한 이들은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다. 이날 천성산 해맞이는 단순히 해마다 치르는 행사가 아니라 ‘2026년 양산 방문의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은 양산이 어떤 도시로 기억되길 바라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양산시는 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올해를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외국인 관광객 51만 명을 포함해 4000만 방문객 시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다소 과한 목표로 보이지만, 양산시가 계획·추진 중인 정책을 보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도시의 체질을 ‘체류형’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양산은 ‘스쳐 가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한 데다 KTX와 고속도로, 국도 등으로 뛰어난 접근성까지 갖췄으나, 오히려 ‘체류’를 막는 요인이 됐다. 쉽게 오고 쉽게 떠나는 구조 때문에 양산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도 소비는 적었다. 실제 지난해 방문객은 3800만 명에 달하지만, 숙박과 체류 측면에 한계를 드러냈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체류형 관광 전략이 없으면 양날의 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양산시 등 낙동강 하류 지역 7개 자치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협의회의 일본 오사카와 와카야마 벤치마킹이 눈여겨볼 만하다. 오사카는 관광이 어떻게 산업으로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의 도시’ 오사카는 7개 강을 활용한 11개 크루즈 노선을 통해 도시의 일상과 관광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단순히 배를 타는 체험이 아닌 도시 풍경과 역사, 야경을 하나로 묶어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결과 오사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10% 이상이 크루즈를 경험할 정도다. 2024년 외국인 관광객은 1463만 명이며, 2025년은 1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크루즈로 승격하려는 논의는 양산 방문의 해와 맞물려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화명공원과 황산공원, 밀양 수산교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노선은 천혜 자원을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기 추진 선박 도입 등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접근 역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염두에 둔 것이다. 파크골프도 주목된다.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사례에서 보듯 파크골프장은 고령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생활형 관광 콘텐츠로 활용된다. 인구 7700명에 불과한 산촌인 기미노정의 파크골프장에 연간 13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낙동강협의회가 파크골프장을 연계해 전국 규모 대회를 검토하는 것도 ‘체류’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양산 방문의 해가 스포츠 관광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워케이션은 덤이다. 와카야마현은 워케이션을 통해 관계 인구(생활 인구)를 늘린다. 일과 휴식, 체험을 결합해 지역과 장기적인 연결고리로 만들어 지역 소멸을 막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낙동강과 황산공원, 통도사와 같은 천혜 자원을 가진 양산시 역시 워케이션을 체류형 관광의 확장 모델로 고민해 볼 대목이다. 관광은 흔히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 대규모 시설 없이도 지역에 사람을 불러들이고, 소비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유치에 한계가 있는 지방 도시일수록 관광은 가장 현실적인 성장 동력이다. 양산은 이미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와 천성산, 낙동강과 황산공원, 배내골과 내원사 계곡 등 자연과 문화 자원이 고루 갖춰져 있다. 계란을 주제로 한 ‘에그야 페스타’처럼 차별화된 콘텐츠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들을 하나의 체류 동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크루즈와 파크골프, 축제와 워케이션이 서로 연결될 때 방문의 해는 비로소 산업으로 작동한다. 양산 방문의 해가 성공하려면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고 먹거리 브랜드를 개발하고 관광 동선과 코스 설계도 병행해야 한다. 방문객이 ‘왜 하룻밤을 더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방문의 해는 일회성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새해 천성산의 첫해처럼 양산 방문의 해는 좋은 출발을 했다. 이 기운을 연말까지 이어갈 전략이 필요하다. 방문의 해가 끝난 뒤에도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낙동강을 중심으로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도시’로 기억되는 것, 그것이 양산 방문의 해에 거는 기대다.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ktg660@busan.com
[노트북 단상] 경찰에게 주어진 9개월
“9개월 동안 우리가 잘해야 ‘검찰 없어도 되겠네’ 소리가 나올 겁니다.” 최근 만난 경찰 수사 부서의 한 경찰관의 표정은 복잡했다. ‘검찰이 해체된 만큼 앞으로 경찰 수사 부서가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만 수십 년간 한 그는 9개월을 강조했다.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이 들어서기 전 까지 세상은 경찰이 수사를 잘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없어진 상황에서 9개월 간 경찰이 하는 각종 수사 결과가 향후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검찰청 해체가 확정된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이목이 경찰을 향하고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루 의혹이 있는 ‘통일교 게이트’, 쿠팡 개인정보 유출·산업 재해 은폐 사건,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공천 헌금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3대 특검이 넘긴 사건의 칼자루를 경찰이 쥐고 있다.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베테랑 수사관의 걱정은 기우는 아닌 듯하다. 사건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과 불신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통일교와 정치권 연루 의혹 수사에서 경찰은 연말부터 연이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확실한 ‘스모킹 건’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본부로 넘어갔다. 쿠팡에 대한 수사가 한창인 지난 1일 로저스 대표가 출국한 지 2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입국 시 통보 요청을 했다. 고발 단계라 출국 금지가 어려웠지만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출국 금지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인사였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14개 혐의를 받는 김병기 의원 수사에서 경찰은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경찰이 김 의원 자택 등 6곳을 압수 수색한 주 목적은 김 의원이 중요 물품을 보관했다던 가로·세로·높이 약 1m 크기의 개인 금고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핵심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11월 초 탄원서 접수 후에도 경찰은 정치인이 연루된 주요 사건을 두 달간 배당조차 안 했다. 압수 수색은 배당 후 2주가 지나서 이뤄졌다. 증거를 빼돌리거나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3대 특검의 수사도 경찰로 넘어갔지만 경찰이 사건을 받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국회는 2차 특검을 통과시켰다. 믿음을 주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증명이다. 경찰은 10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기 전 확실히 증명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지휘 통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검찰의 시대보다 더 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늑장 수사, 뒷북 수사, 봐주기 수사 같은 꼬리표를 떼야 한다. 시작은 권력형 범죄에 대한 빈틈 없는 수사가 될 것이다. 9개월의 시간이 경찰에게 주어졌다. 9개월 뒤 ‘검찰 없어도 되겠네’ 이야기가 나올지, ‘역시 검찰이 있어야 돼’가 될지는 경찰 하기에 달렸다.
[2030 칼럼] '쉬었음'이라는 응답의 뜻
영화 ‘노매드랜드’에는 일자리를 잃은 중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스스로 유랑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선택지가 사라진 끝에 도로 위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삶”이라는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고, 구조조정, 자동화, 그리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사회의 냉정한 판단이 자리한다. 최근 대한민국의 청년 현실을 다룬 몇 가지 뉴스를 읽다가 이 영화가 떠올랐다. 지난해 20~30대 ‘쉬었음’ 인구가 7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조사를 보면 그렇다. 여기서 ‘쉬었음’이란 건강 문제나 학업, 육아 등의 명확한 사유 없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도 많으며,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라고 한다. 단순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숫자다. 일자리가 부족한 수준을 넘어, 청년층의 구직 의욕 자체가 꺾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정부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맞춤형 고용 매칭, 진로 상담 강화, 청년 고용 지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쉬었음’ 인구의 급증은 이미 청년 비활동이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나 일시적 방황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구조적 현상이며, 사회가 청년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쉬어야 했을까?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제시한다. 경력과 스펙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용 구조,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족한 일자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극단적인 격차,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 어떤 분석을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이 모든 조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장에 던져졌다. ‘쉬었음’은 흔히 의지의 문제로 오해된다. “눈을 낮추면 일자리는 있다” “힘들어도 버텨야 경력이 된다”는 말은 여전히 쉽게 던져진다. 그러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양상이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과 과도한 노동 강도를 감수하며 시작한 일자리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목격했다. 어쩌면 선배 세대의 좌절을 보며, ‘일단 들어가면 된다’는 공식이 깨졌음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불안정한 일을 붙잡기보다 차라리 멈추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혹은 기성세대가 생각지 못한 다른 복합적 문제로 인해 청년세대의 사고방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사실은 청년들의 ‘쉼’은 회복이 아니라 유예에 가깝다는 점이다. 사실, 쉬는 동안에는 불안이 쌓이고, 시간은 스펙 공백으로 환산된다. 냉정한 취업시장은 이 공백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나 정작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것은 ‘왜 이토록 많은 청년이 동시에 멈춰 서게 되었느냐’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세대가 집단적으로 쉬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고장이 아닐까. 이제는 개인이 아닌 전체를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청년의 ‘쉬었음’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더 많은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더 촘촘한 상담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진입할 만한 시장인가에 있다. 불안정한 고용,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경력 구조, 생계조차 위협받는 임금 수준 속에서 “일단 들어가라”는 조언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쉬었음’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곧 일자리의 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청년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의욕과 태도만을 문제 삼는 접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청년이 노동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청년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청년의 공백을 ‘낙오’가 아니라 구조적 신호로 읽어내는 감각, 쉬는 시간을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제도의 결함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청년의 이탈을 개인의 선택으로 축소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의 인물들은 떠돌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다. 오늘의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멈춰 서 있는 이유를 끝내 묻지 않는 사회라면, 언젠가 그 ‘쉼’은 회복이 아닌 단절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청년의 쉬었음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이 신호를 정책으로, 구조로, 그리고 태도로 번역해 낼 수 있을지. 지금 우리 사회의 응답이 필요하다.
[편집국에서] 지역 의료 공백 논의는 다시 시작된다
해가 바뀌고 희망의 메시지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에 반가운 소식을 꼽자면 단연 지역의사제 논의다.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에서 내년 이후 의대 증원분 전체를 지역의사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의대 신설과 인력 양성 규모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단다. 지난해 의대 증원을 빌미 삼아 촉발된 의료계의 태업은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으로 갈수록 더 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의사를 못 구해 동네마다 겨우 돌아가던 24시간 응급실이 문을 닫았고, 응급실 뺑뺑이에 어린 목숨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일련의 사태는 정주 환경에 대한 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믿음을 흔들어 댔다. ‘진짜 여기서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입장에서도, 국민의 입장에서도 참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심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균형발전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의 태업은 그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균형발전은 허상에 불과하며, 역시나 수도권을 벗어나 살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라는 조롱만 남겼다. 사실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논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다들 막연한 거부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도시를 벗어나 도농복합지역으로만 가도 그 거부감보다 의료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 지난해 의료계의 태업을 직시하며 여론은 그렇게 싸늘하게 바뀌었다. 김해와 양산은 문을 닫았던 거점 병원 두 곳이 올해 긴 침묵을 깨고 재가동을 준비하자 주민 기대감이 상당하다. 경영난으로 폐업했던 김해중앙병원과 웅상중앙병원이 운영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여전히 복잡한 채무 관계와 의료진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지만 이들 병원의 폐업 이후 오랫동안 원거리 진료와 응급의료 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어온 탓에 주민들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경남도가 지난해 시범운영에 들어간 지역의사제도 반년도 되지 않아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온다. 영입이 쉽지 않은 과목에서도 채용이 이뤄지고 있고, 계약 만료 후 수도권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기간만큼은 진료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까닭이다. ‘내일부터 근무 못 해요’ ‘공고를 띄워 새 의사 구해봐요’라는 식의 철부지 수련의들의 처신에 지역 병원들이 더는 휘둘리지 않게 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그러나 벌써 의료계는 의사 수급 시점과 인원을 놓고 불만을 드러내며 재차 태업 기미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물리적 대응까지 운운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의대 증원이 어떠한 기준도 없이 이뤄졌고 오류투성이’라며 1년을 드러누운 이들이다. 올해 바뀐 정권에서 추계위를 새로 꾸려 재차 증원 수치를 산출했지만 이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며 어깃장을 부린다. 이쯤 되면 어느 쪽의 주장이 비합리적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연초 쏟아지는 메시지와 이슈의 홍수 사이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지역 의료는 벼랑 끝 위기감 속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이슈의 주무대에서 사라진 의대 증원 논의는 장기간 이어진 피로감에 졸속 처리되거나 여론과 동떨어진 수준의 야합으로 결론 날 가능성 역시 높다. 2024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 당 의료인은 서울이 4.7명인 데 반해 경남은 그 절반 수준인 2.6명에 불과했다. 의대 증원 논의가 수도권 의료기관 종사자 수만 늘리는 방향으로 악수를 두지 않도록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교육과 의료는 최소한의 정주 환경을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그리고 그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확장될수록 균형발전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천문학적 비용도 불사하고 ‘사람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기본소득에 집과 일자리까지 지역에 살아만 준다면 뭐든 제공하겠다며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당국의 노력과 시간과 자본도 ‘우리 동네도 응급실 뺑뺑이 발생’ 기사 한 번에 무위로 돌아간다. 일상을 흔들어 정주 환경을 악화시키는 세력이야말로 진정한 균형발전의 적이다. 병오년의 여론은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눈을 치켜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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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동구 일부 지역 한때 KT 인터넷 장애… 7시간 만에 복구
울산시 '행정통합 ‘시민 50% 동의’는 전제돼야”
출국 수속 30~40분 빨라졌지만 직원 차출된 입국장은 혼잡 여전
“중국인이 해운대경찰서로 출근?” 중국 SNS에 업로드된 사진 두고 ‘시끌’
10년째 2부리그 아이파크, 1부 승격 준비 완료
위기의 한국축구 구한 ‘부산 백가온’ 일본 잡고 결승 간다
2월 부산서 데이비스컵… 한국-아르헨티나 격돌
한국, 2027 야구 프리미어12 본선 직행
새해 첫 FIFA 랭킹… 한국 '유지' 일본 '하락'
롯데, 2026년 개막전 삼성과 맞대결
김하성·송성문 부상으로 WBC 불참… 대표팀 ‘비상’
[부산바다마라톤] 광안대교, 1만 러너 건강 웃음으로 푸르게 물들다
부산중학교 야구부, 전국체전 부산 예선 우승
남아공, 네이션스컵 16강 탈락
“김민재, 전 세계 26세 축구 선수 중 최고”
푸른 가을 바다 가르며 부산 광안대교 위를 달려보세요
'박보검 연인' 고윤정 누구?…전지현·김태희·탕웨이 닮은꼴로 유명세
차세찌 직업은?… 한채아와 결혼 1년 반만에 '음주운전' 관심↑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양치승, 근육 저승사자의 곡소리나는 지옥 트레이닝 현장 공개
'인형 미모' 구잘 나이·국적·귀화·결혼 여부는?
[경건한 주말] 국가가 제 역할 못할 때 발휘한 용기…‘플라이트93’과 ‘콘스탄트 가드너’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180도 반전 매력 안보현 “부산은 나를 꿈꾸게 한 곳”
이엘리야, 한국인 맞아?… 이름 뜻은?
'2TV 생생정보' 훈제란&구운란 생산공장, 안성 '농업회사법인 세양'…불후의명작
배우 진경, 나이 48세에 미혼→이혼 정정한 이유 '결혼 얘기 나올 때마다 불편'
개코 부인, 김수미 연예인이야? 모델이야?… 여신 비주얼, 나이와 직업은?
정호영 리즈시절, '이승기 닮았다' 소리 들었던 스타셰프의 놀라운 과거
'전재수' 성과 치하한 李, HMM 부산 이전 현황 점검
부산 민주당 전임 구청장·지역위원장 대거 등판
이 대통령 “세금으로 집값 못 잡아…환율, 한두 달 뒤 떨어질 것”
그린란드로 모이는 병력…미·유럽 갈등 고조
박형준 ‘단식 장동혁’에 “정의로운 투쟁, 호응 얻고 있다”
‘한 지역 두 의원’ 해운대, 구청장 경선 국힘 ‘갑을 전쟁’
“보수 텃밭 뒤집겠다” 부산 원도심 민주당 출마 러시
침묵 깬 전재수, 부산시장 선거 여론전 본격화
[영상] 이재명 대통령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은 국가 생존 전략”
장동혁 단식장 찾은 이준석 “공동 투쟁 방안 마련할 것”
트럼프 “한일 합의로 전례없는 자금 확보'… 알래스카 개발 연관?
EU, 대미 159조 보복 관세 ‘초읽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배 레버리지 ETF 나온다
코스피, 5000선 앞두고 ‘뒷걸음’…삼성전자 3% 가까이 하락
부산도 24평 ‘10억 시대’… 공급·전세 부족 영향
“부산시 급수량 42만t, 낙동강 하류 복류수·강변여과수 기반 공급 추진”
[영상] 부산항, 올해 크루즈 관광객 80만 명 이상 몰려온다…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
[영상] 이기대 입구에 결국 25층 아파트… 시민단체 '감사원 감사 청구'
금융권 ‘추가 자금 수혈’ 개시… 반얀트리 해운대 정상화 수순
미·유럽 그린란드 갈등에 뉴욕증시 급락… 대형 테크 기업 모두 하락
사용후핵연료부담금 13년 만에 현실화…원전 발전원가 kWh당 최대 3원 인상
항공업계 양극화… 대한항공 ‘훨훨’ LCC ‘적자 늪’
해양수도 거점 북항 재개발 동력은 트램·K팝?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화제의 뮤지컬, 부산 온다
접질렸다고 방치는 ‘금물’… 2~3일 뒤에도 안 나으면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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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내밀한 삶, 책으로 남기다
'휠체어 투혼' 임현재, 미국 엘마 올리베이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정상'
‘모범택시’ 이제훈 “올바르게 사는 건 당연한 일…연기에 도움”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1월 15일~ ]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22일 목요일(음력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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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폭력·차별 속 이웃의 ‘진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