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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이사 들썩이는 지역사회 해양수도 기대감 높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출발한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9일 부산 임시 청사에 도착한 것이다. 임시 청사인 부산 동구 수정동 IM빌딩 앞에 도착한 20여 대의 5t 트럭에서는 이삿짐 박스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짐 대부분은 10일 부산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해운물류국 관할이다. 해수부는 오는 21일까지 실·국별로 단계적 이전을 완료하고 즉시 업무에 돌입한다. 23일 ‘해수부 부산 시대’ 개막을 알리는 공식 개청식도 연다. 해수부 이사에 지역사회가 모처럼 활기를 띠며 들썩이고 있다. 해양수도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해운물류국 관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해운물류국은 해운정책과, 항만물류산업과 등 해운·항만물류 관련 6개 부서와 1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해양수도 조성, 북극항로 개척 추진 업무 등을 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이다.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탈바꿈시키는 초석이다. 북극항로가 부울경 지역 전후방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를 담당하는 해운물류국이 가장 먼저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해수부 부산 이전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청사 주변 시민들은 ‘해수부 부산 시대’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사 인근 상인들은 해수부 이전으로 침체된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 점심 때 식당 예약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한다. 해수부 직원 800여 명의 식사, 회식 등 고정 수요는 물론 민원인 방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수부 공무원 노조는 부산 동구청 노조로부터 수정동 맛집 리스트를 받아 직원에게 공유할 정도라고 한다. 인근 상가와 사무실 등 임대 문의도 잇따르면서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띤다. 해수부 이전이 인근 상권부터 활성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부산 지역 경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해수부 부산 청사 입주는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다. 세계적 물류 거점이자 해양 현장인 부산에 해수부가 자리함으로써, 정책 결정 속도와 현장 밀착도가 크게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해수부 이전의 가치를 높이고,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 완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다. 실질적인 해양정책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한 해수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또 해양 행정·사법·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HMM 등 해운물류 기업 본사의 신속한 이전을 통해 해양수도권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해수부 이전을 동력으로 삼아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완성하도록 지역사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금정산 국립공원 관리 공백기 메울 대책이 필요하다
금정산의 국립공원 승격은 부산 시민에게 뜻깊은 성과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크다. 국립공원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통해 체계적인 보전과 활용의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정산 국립공원은 내년 예산과 관리 체계가 불분명해 첫해부터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립공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예산 공백 탓이다. 탐방로 정비, 안전 안내 인력 배치, 공원 시설 보완 등 국립공원 본연의 사업 예산은 2027년에 확보된다. 이대로라면 명품 도심형 공원을 기대하고 온 방문객들에 큰 실망감을 줄 것이 뻔해 대책이 시급하다. 금정산 국립공원 공식 지정일은 내년 3월 3일이다. 이날을 기해 법적 지위가 발생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내년에 국비 34억 원으로 금정산 자연·생태·환경 기초 현황 조사를 계획하고 있고, 부산 지자체는 기존 관리 업무에 초점을 맞춘 예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면모를 갖추는 데에 필요한 신규 사업·시설은 2027년 2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확보돼야 본격화된다. 승격 첫해인 내년에는 예산이 없어 신규 서비스와 관리가 공백 상태에 놓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37년을 기다려 실현된 국립공원 승격 효과를 시민들이 체감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예산의 엇박자는 과도기적이지만, 기존 시설과 조직, 예산이 없이 공원이 출범하는 점에서 관리 체제가 안착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도립공원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전환되지만 금정산만은 비보호지역에서 곧장 승격된 드문 사례다. 백지상태에서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운영 체계를 설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점은 행정으로서는 난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도, 조직도 없어서 도리가 없다’면서 팔짱을 낀 채 방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역의 첫 국립공원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방문할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립공원공단과 부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부산 최초의 국립공원이 출범 첫해부터 시민에게 실망을 안겨선 안 된다. 국립공원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체제의 변화와 시민의 체감도다. 시행착오와 행정 혼선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국립공원공단과 부산시는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효율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비 예산이 확보되는 2027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첫해부터 국립공원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 의견을 반영한 금정산 맞춤형 관리 계획으로 예산 확보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공단과 부산시는 신속한 협의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설] 자율주행 시대 선도할 부산의 실증 도시 도전 주목한다
부산시, 부산법인택시조합, 포니AI의 국내 파트너사인 포니링크가 부산 지역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도입 논의에 나섰다고 한다. 부산시가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지역을 우선 선정하고 ‘부산형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모델’을 실제 택시를 운행하는 조합과 기술력을 갖춘 포니링크가 구축하는 것이다. 시와 택시업계는 운행 지역, 요금 체계, 기사(운수종사자) 역할, 안전관리 기준 등 세부 도입 방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자율주행 택시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적극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율주행 실증 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흐름에서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할 부산의 실증 도시 도전이 주목된다. 국내 현행법상 자율주행은 기사가 운전석에 탑승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레벨3 수준이다. 현재 세종시, 서울 강남구를 포함해 17개 지역에서 버스, 트럭 등 471대가 인가받아 132대가 운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자율주행 택시가 지난해부터 심야에 운행 중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택시를 유력한 자율주행 실증 도시 주행 모델로 본다. 부산의 경우 에코델타시티, 오시리아에서 이미 자율주행 버스가 달리고 있다. 최근 미국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도 시연한 바 있다. 부산이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베드’로서의 도시 가치를 이미 입증한 셈이다. 부산이 시범도시 지정을 통해 선제적인 자율주행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자율주행 실증 도시는 전국 지자체 47곳이 운영 중인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 내 일부 구간으로 실증 구간이 제한돼 자율주행 기술의 원천인 데이터 축적에 제한이 많다. 미국과 중국은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무대로 삼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구글사 웨이모의 실증에 돌입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억 6000만㎞, 운행 대수는 2500대에 달한다. 중국은 바이두, 포니AI 등이 전역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주행 실적을 쌓고 있다. 자율주행 산업에 뛰어든 국내 전체 기업을 모두 합해도 누적 주행거리 1306만㎞, 운행 대수는 132대에 그친다. 우리도 대규모 실증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부산 법인 택시업계가 자율주행 택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경영난과 택시 기사 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자율주행 택시 확산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가 부산을 자율주행 택시의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운행 실적을 쌓아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국내에 자율주행 택시 도입을 위해서는 관제 센터 설립 등을 통한 차량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기반 인프라이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법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규제 완화, 데이터 개방, 실증 지역 확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레이더 조사
1996년은 미국과 영국 해군 주관 아래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 해군 훈련인 림팩 훈련이 있던 해였다. 림팩 훈련의 지휘는 미국 하와이 근처에 있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주로 맡는다. 당시 림팩 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도 참가했는데 훈련 과정에서 큰일이 터지고 말았다. 미국 해군 항공기가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의 근접 사격을 받고 격추돼 버린 것이다.당시 미국 해군 A-6E 공격기는 표적지를 예인하던 중이었다. 일본 구축함 유우기리호는 항공기를 표적지로 오인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사(겨냥해 비춤)한 뒤 곧바로 근접방어무기(CIWS) 사격을 개시해 A-6E 공격기를 격추시키고 말았다. 이 사고는 일본의 즉각 사과로 미국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아 조용히 마무리됐으나 전시가 아닌 때에 사격용 레이더 조사가 항공기 격추라는 실제 무력 사용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고 이후 미국과 일본은 교전 규칙과 항공기 식별 및 사격 통제 절차를 새로 마련하고 레이더 운용 규정까지 뜯어고치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2013년엔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호위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유다치호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사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일본 측 주장도 있다. 당시엔 즉각적인 사격이나 격침이 없었지만 일본은 중국 호위함의 행위를 ‘발포 직전 행위’로 규정하고 항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한국과 일본도 레이더 조사 논란으로 양국 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다. 2018년 12월 동해에서 북한 선박의 구조 신호를 받고 출동한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대잠초계기가 근접 비행을 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본 측은 한국 함정으로부터 사격용 레이더 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국방부는 일관되게 사격용 레이더 조사는 없었다고 맞섰다. 이후 논란은 묻힌 모양새지만 한동안 양국 사이의 앙금으로 남았다.지난 6일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오키나와 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으로 레이더 조사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다행히 실탄 발사 행위나 충돌은 없었지만 언제라도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는 점이 불안하다. 특히나 바닷길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중국과 바닷길을 막고 선 모양새인 일본은 일촉즉발의 관계라 더욱 그렇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12월, 잔인함과 빛 사이에서
영국 모더니스트 시인 T.S. 엘리엇은 장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일반적으로 봄은 생명과 희망의 계절로 여겨지지만,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의 현실 속에서 봄의 재생이 오히려 고통을 드러내는 역설로 묘사했다. 겨울은 절망을 덮어 숨기지만, 봄은 죽은 땅에서 억지로 생명을 일깨워 황폐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의미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잔인한 달을 꼽으라면, 기자는 12월을 말하고 싶다. 12·12 군사반란과 12·3 비상계엄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 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1979년 12월 3일 전국 비상계엄 확대와 12월 12일 군사반란은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은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권력 공백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신군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계엄 확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군부의 계산이었다. 헌법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국회는 무력화되었으며, 언론은 입을 봉쇄당했다. 이어진 12·12 군사반란은 더 노골적이었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권력을 탈취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한 반역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침묵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신군부의 총탄에 스러진 수많은 희생은 한국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켜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기억은 꺼지지 않았다. 결국 1987년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의 분노는 군부 독재를 무너뜨리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와 눈물 위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또다시 혼돈에 빠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민주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리려 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이 국회를 지켜냈다. 시민들은 장갑차 앞에 맨몸으로 서고, 경찰의 봉쇄를 뚫어 국회의원들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장면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빛의 혁명’이라 명명하며, 과거 12월의 어둠과 현재의 빛을 대비시켰다. 군홧발로 민주주의가 짓밟힌 과거와 시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은 현재를 연결해, 민주주의의 본질이 국민 주권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을 기념하며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국민이 헌법의 주인임을 확인한 역사적 선언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의 용기와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숨쉰다. 과거 12월의 사건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후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현재의 ‘빛의 혁명’은 민주주의가 시민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의 오만을 경계하고, 시민의 지속적 참여와 감시, 역사적 기억의 계승이 필수적이다. 12월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잔인한 달이자 동시에 가장 빛나는 달이다. 과거의 군사반란과 현재의 시민 저항은 대비되며,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와 용기로 살아 숨쉰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제도에만 달려 있지 않다. 국민이 끊임없이 주권을 확인하고 행동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굳건히 서게 된다. 올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2025년은 비상계엄을 극복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시간은 억압과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그 속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자유를 잃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는 법이다. 이제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분열을 넘어 연대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비상계엄은 단순한 제도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교훈이다. 권력의 집중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체험했다. 따라서 극복의 의미는 단순히 과거를 벗어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민주적 가치와 인권을 지키는 사회, 책임과 교훈을 잊지 않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2025년의 극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희망을 품고 더 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바로 지금이다. 매년 12월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시민을 억압한 기억 속의 잔인한 달이 아니라, 봄과 희망을 준비하는 인고의 시간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중앙로365] 일본과 중국의 세력 전이와 정당성 경쟁
약 한 달 전부터 이어진 일본과 중국의 대립은 이제 군사적 충돌 가능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행한 “대만 유사 상황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해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보수 우익적 신념에 따라 역대 내각이 유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을 걷어낸 것이다. 일본의 중도 보수 진영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발언 변경을 요구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75%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를 거부하며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요나구니섬의 육상자위대 기지를 시찰했고, 필리핀·호주 등 중국의 해양 진출에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을 신속하게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즉각 발언 철회를 요구했으며, 이어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중단, 2년 만에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의 재금지 등 일련의 보복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12월 6일에는 중국군 전투기가 오키나와 인근 공해 상공에서 일본 F-15기를 향해 두 차례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중일 양국의 갈등이 외교·문화·경제 영역을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대립이 단순한 외교적 충돌을 넘어, 멀게는 19세기 말, 가깝게는 2010년 센카쿠 사건 이후 지속돼 온 양국 간 세력 경쟁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중국을 본격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전환점은 2010년 센카쿠 충돌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센카쿠 섬들을 국유화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여기에 중일 국내총생산(GDP) 순위의 역전이 겹치면서 청일전쟁 이후 약 100년간 유지되어 온 ‘일본 우위’ 구조가 무너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2년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중국을 사실상 ‘주적’으로 상정하며 대중 억지 전략을 전면화했다. 아베 내각은 미일 동맹을 심화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 등 해양 민주국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자 했다. 특히 2015년 제정된 ‘평화안보법제’는 일본의 안보 상황을 중요 영향 사태, 존립 위기 사태(이번 논란의 핵심), 무력 공격 사태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후방지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나아가 자국 방위의 전면 대응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민주국가들이 구축한 규범과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중국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자’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한편, 중국은 1949년 국가 수립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 문제를 국가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특히 청일전쟁을 ‘근대 중국 치욕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그는 한때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청나라가 일본에 패배함으로써 대만의 일본 식민지화, 오키나와의 일본 병합, 센카쿠 열도의 일본 편입 등이 이루어졌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시진핑에게 ‘대만 통일’은 단순한 영토 회복을 넘어 굴욕의 근대사에 대한 복수이자 역사 회복의 과업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중국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곧 과거 군국주의 침략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일본의 자위권 행사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아베 내각이 사용했던 프레임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1월 24일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미국은 80년 전 파시즘과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웠다”고 언급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성과를 수호하기 위한 미중 연대를 강조했다. 즉 중국은 자신을 근대 일본이 힘으로 변경해 놓았던 질서를 바로잡는 정의로운 ‘질서 수호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는 일본과 역사와 민족주의 서사를 강화하는 중국 간 대립은 미국의 관망 기조 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강대국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죄우된다는 점은 변함없으며, 이미 중국의 GDP는 일본의 약 4~5배에 달한다. 이러한 복합적 혼란 속에서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부치는” 조정자이자 책임있는 중견국으로서 고도화된 위기관리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시론] 부산!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기회의 도시’로
2024년 부산은 청년 순유출 부문(수도권, 세종, 대구를 제외한 12개 광역자치단체 비교)에서 경남, 경북에 이어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닌 도시 경쟁력 하락의 구조적 신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호가 고령화, 산업 성장 둔화, 서비스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유출 문제는 “도시의 미래가 매력적이지 않다”라는 청년 세대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산업구조가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지 않으며, 도전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더욱 역동적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 유출은 산업 변화 속도가 늦고, 기회의 폭이 좁은 도시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다. 현재 부산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디지털 기반 신산업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항만·물류·조선·자동차 등 지역 주요 산업은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빠른 글로벌 산업 재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직된 일자리 생태계 역시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부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마이크로 일자리’, ‘플랫폼 기반 전문직’,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등은 지역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AI 데이터 트레이너, 콘텐츠 검수자, 기술지원 프리랜서 등 디지털 기반 직무가 수만 개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도 이러한 구조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지역 내 디지털 산업 기반과 관계없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컴퓨터공학과 등 IT 관련 연간 졸업생이 5000명 정도인데 업계 수요는 1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3400명 정도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부산의 특화 산업인 제조업, 항만, 물류 등에서 AI 일자리 수요가 생기면 좋지만, 아직 전환이 더디다. 당장의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의 원격 근무 채용 연계 등이 부산의 청년 인재 유출을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부산의 주력 산업에서 신산업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노력이다. 항만 자동화, 물류 데이터 분석, 조선·제조업 AI 품질관리, 스마트 안전 시스템 등 부산 산업의 현장에서의 AI 적용 수요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원과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이 AI 수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AI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고, AI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신산업 수요 창출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도시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로 보아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부산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산업 성장의 가장 확실한 기폭제이며,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생태계의 중심이다. 부산은 다양한 산업군과 자연환경,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타 시도와 유사한 지원 정책과 유입 노력만으로는 그 잠재력은 발휘되기 어렵다. 보다 전문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의 성지”라는 명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의 부산은, 위기이자 동시에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변화된 고용 형태의 발 빠른 포용, 적극적인 디지털전환 수요 창출,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부산은 ‘기회의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나아가 외부 인재가 찾아오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미래 도시이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의 모습일 것이다.
[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게 한 그림
연말이 다가와 그런지, 일상이 첨단화될수록 정서에 닿는 것을 더 찾는 것 같다. 요즘 문자와 카카오톡으로 대신하지만, 예전에 있었던 크리스마스카드, 문안 편지가 그리운 시절이다. 눈이 오려는 이 계절, 마음에 닿는 그림으로 허전한 맘 한구석을 달래 보고 싶다. ‘눈보라 속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연인들’, 긴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스즈키 하루노부(1725?~1770)가 1769년 제작한 우키요에이다.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에서 상업이 번창해 탄생한 신흥 부자인 상인들의 유흥문화로 등장한 미술 산업의 핵심 품목이었다. 책에 실린 삽화인 목판화가 인기를 얻자, 반쪽짜리에서 한 페이지로 그리고 단색에서 다색 판화로 기술이 발전하며 독립된 그림책 출판산업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그 인기가 일본만 아니라 유럽까지 펴져 일본의 대표적 문화수출 산업이 되었다. 그래서 수준 높은 우키요에 작품이 유럽과 미국 미술관에 엄청나게 많이 수집된 이유이다. 대부분 스승 이름을 물려받아 활동한 우키요에 작가들과 달리 자신의 본명으로 활동한 스즈키 하루노부에 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지만, 1765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시기에 제작법이 획기적으로 분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는 이, 목판을 파는 이, 찍는 이, 제작 단계별로 기술자를 모으고, 게다가 자본을 끌어오고 유통과 판매만을 담당하는 기획자까지 두어 우키요에 제작을 체계화했다. 지금으로 치면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체계 속에서 스즈키 하루노부는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자 신흥 부자인 상인을 대상으로 최고급 목판화를 제작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했다. 두세 종 판목에서 열 개 이상 판목으로 늘려 색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여러 번 찍을 수 있도록 질긴 종이도 개발하고, 각 판목에 종이 위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가늠 표시도 개발한다. 게다가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게 되니까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엠보싱 기법도 개발한다. ‘눈보라 속에서 우산을 쓰고 걷는 연인들’은 하루노부가 개발한 판화 기법이 전부 들어 있는 최고 작품이다. 눈 덮인 나뭇가지 아래 흑백 옷으로 차려입은 연인이 각자 한쪽 손으로 우산대를 잡고 상대방으로 쳐다보는 눈에는 애틋함이 묻어있다. 섬세한 무늬가 새겨진 옷을 차려입은 연인들에게서 절절한 사랑이 드러난다. 바닥에 높이 쌓인 눈을 엠보싱 기법으로 표현하여 이들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또 이들 배경으로 눈보라가 흩날리는 장면이 그 사랑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게 한다. 부디, 이들의 사랑이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기를….
꽃무늬 김장 조끼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겨울철만 되면 어머니들의 유니폼처럼 등장하던 꽃무늬 조끼가 요즘 가장 힙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시선을 사로잡고, 활동성도 좋으면서 보온성까지 갖춘 누비 조끼, 이른바 ‘김장 조끼’다. 패션 플랫폼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보면 김장 조끼 판매량이 최근 급증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특히 2030세대의 주문량이 많이 늘어났다. 비슷한 디자인을 차용한 문구류, 생활용품을 모은 기획전이 마련되는가 하면 일부 유아용·반려견용 김장 조끼는 품절 사태까지 빚었다. 친구끼리 드레스 코드(Dress Code)로 맞춰 입은 뒤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놀이 문화도 퍼졌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와 에스파 카리나 등 K팝 스타들의 김장 조끼 입은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해외 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김장 조끼는 과거 촌티 패션이 유행했을 때만 해도 몸빼(일바지), 깔깔이(방한 내피)와 함께 의도적으로 촌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한 장난기 섞인 스타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의 김장 조끼 열풍은 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김장에 옷 스타일을 뜻하는 외래어 ‘룩(look)’이 결합한 ‘김장룩’과 촌(村)에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가 더해진 ‘촌캉스’라는 신조어도 일상에 녹아든 지 오래다. 그 바탕 위에 촌스럽지만 귀여운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의 감성을 재미있게 받아들였다는 것. 패션업계에서는 이를 ‘그래니시크(Granny-chic)’ 또는 ‘그랜마 코어(Grandma Core)’ 등으로 부른다. 지드래곤이 착용해 화제가 된 러시아식 스카프인 바뷰슈카를 비롯해 군밤장수 모자로 불리는 방한모도 비슷한 예로 꼽힌다. 어쩌다 젊은 층이 어르신들의 옷장을 뒤지게 된 걸까. 일각에서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심리와 연결 짓기도 한다. 무한 경쟁 대신 안정감을 원하는 마음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품 같은 옷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앞서 제과업계나 카페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전통 차(茶)나 옛날식 다방 같은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와도 맞닿는 구석이 있다. 한편으로는 김장 조끼의 부활이 과잉 생산과 빠른 소비를 부추기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흐름과 상반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본디 누비 조끼가 시골에서 일을 할 때 입던 옷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 원 이하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에 몇 년씩 입을 수 있는 내구성은 기본이다. 여기에 추운 날씨에 체온을 지켜주는 보온성과 더불어 부모님 세대와의 감성적 연결까지 제공하니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기고] 해운대의 밤 바다
최근 미국 하와이에 가서 와이키키 해변을 구경했다. 그동안 주위에서 와이키키 해변과 우리나라 해운대의 해변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어왔기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와이키키 해변의 길이는 해운대 해변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였지만 백사장의 폭은 해운대 백사장 폭의 거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와이키키 해변은 수심이 얕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꽤 먼바다까지 나가서 즐겁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바닷가의 수온이 일년 내내 수영하기에 적당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었고, 또한 백사장과 바로 인접한 이면 도로에는 세계적인 명품숍들과 화려한 호텔 및 리조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과연 하와이라는 이름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키키 백사장의 한쪽 끝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시면서 자연스레 와이키키 해변과 해운대 해변을 서로 비교해보았다. 해운대 해변은 백사장 폭도 와이키키보다 훨씬 더 넓으며 주위에는 송정 바다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전경의 해안 산책로가 있고, 또한 반대쪽으로는 아름다운 동백섬이 바로 옆에 있는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어느 곳의 해변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오래도록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았다. 지난 여름, 낮에는 너무 더워서 저녁을 먹은 후 운동 삼아 해운대 바닷가 해변도로로 산책을 자주 나갔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외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 처음 산책을 하는 날에 웨스틴조선부산 호텔을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가니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요즈음 가끔 들을 수 있는 ‘버스킹’이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걸어갔는데 얼마 안가서 또 다른 노래가 반주에 맞추어 들려왔다. 두 개의 노래가 섞여 들리면서 조금은 소란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계속 걸어갔는데 곧이어 또 다른 노랫소리가 반주에 맞추어 이제는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들려왔다. 그러한 상황은 해운대 바닷가의 거의 절반 정도 갔을 때까지 짜증스럽게 반복되었다. 그렇지만 짜증을 조금씩 달래며 미포 입구까지 걸어갔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소란스러운 노랫소리에 시달려야만 했었다. 그날 이후 여러 번 해운대 밤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었지만 지난번과 거의 똑같은 상태의 반복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의 밤 바다는 백사장에 불빛이 별로 없어서인지 어두움 그 자체인 것 같았다. 그러나 해변에 인접한 이면 도로에는 거리 곳곳의 기둥에 설치된 조그만한 횃불들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밤의 하와이를 즐기며 크게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거리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지만 해운대 밤 바다처럼 그렇게 소란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두 해수욕장을 비교해보면서 해운대 밤 바다의 소란스러운 노랫소리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혜의 해수욕장이 밤에는 왜 이렇게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되어가고 있는지, 더위를 피해 밤 바다에 조용히 산책하러 나온 많은 시민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또한 해운대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외국인들은 해운대의 밤 바다를 거닐면서 과연 어떠한 인상을 받을 것이지. 비록 와이키키 해변의 인위적인 화려함에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해운대 해변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소중히 잘 보살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해운대 밤 바다를 즐거운 마음으로 걸으면서 더위도 식혀보려는데 짜증스럽게 겹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버스킹이라는 좋은 이름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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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끊었다간 더 큰 위험 부르는 ‘침묵의 혈관질환’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0일 수요일(음력 10월 21일)
서점 문이 닫히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번 주말 벡스코 책잔치에 초대합니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9일 화요일(음력 10월 20일)
'원조 걸크러시' 영화배우 김지미 85세 일기로 별세 [종합]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2월 1일~ ]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1일 목요일(음력 10월 22일)
하정우 '욕심 덜어내니 이야기 살아나, 19금 코미디 속 작은 울림'
의사 김원묵의 삶으로 되새기는 '의술의 의미'
‘시간을 견디는 사진의 힘’ 보여준 강운구 사진전
청소년 2명 중 1명 아침 굶어… 담배 중복사용 증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