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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대 AI 통번역 안경… 지역 대학 혁신 시도 주목한다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를 이끌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부산의 산업 기반은 무척 허약하다. 지역 대학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그 성과물로 지역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대거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AI 통번역 안경을 시범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산이 4차 산업시대를 주도하는 도시로 거듭나려면 대학들의 이런 과감한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부산대는 AI 기술을 교육·연구 전반에 실증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교수진과 주요 부서에 AI 통번역 안경 20대를 배치해 시범 운영한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이 안경은 착용자의 시야에 실시간 자막을 띄워 외국어를 바로 번역해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20여 개 언어를 지원한다. 강의나 회의, 세미나, 국제교류 현장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AI 등 4차 산업시대를 맞아 혁신의 물결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부산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마침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착수했다. 지역 대학들에겐 절호의 기회다. 더욱 적극적인 혁신 추진과 기술 개발을 기대한다. 이미 지역 대학에서는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미래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두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지역 연구·개발(R&D) 센터인 부산대 블록체인 플랫폼 연구센터는 최근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의대 인공지능 그랜드 ICT연구센터는 AI와 블록체인, 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산업 현장에 전할 혁신 기술을 연구 중이다. 부산에 이런 센터들이 더 많아지고 정부와 부산시의 다양한 지원도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지역의 대학과 기업들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AI 시대로의 대전환에 대비해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I 분야에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실증 추진을 통해 AI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할 계획이다. 거점 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부산은 이 기회에 낙후된 제조업 위주 산업 기반을 고도화할 혁신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 혁신이 지역에서 일어나면 미래형 일자리도 대거 창출된다. 결국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해법은 지역 대학 등의 혁신 의지에 달렸다. 정부와 부산시가 지역 대학 R&D 혁신에 대한 한층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길 바란다.
[사설] 정년 65세 연장 논의 부작용 최소화할 사회적 숙의 필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65세 정년 연장을 연내 입법하라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과 법정 정년(60세) 사이의 5년 공백으로 고령층이 무연금 상태에 놓이는 현실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년 연장 입법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단순한 연령 조정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세대 간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 없이 정치권과 노동계의 압박만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노동계의 ‘연금 공백’ 우려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평균수명은 늘고 연금 수급 시기는 늦어지면서 고령층의 생계 불안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구조, 기업 경쟁력, 세대 간 고용 균형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임금피크제나 직무급제 등 보완책 없이 정년만 늘리면 부담은 기업과 청년층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고령 근로자 1명 증가 시 청년 고용이 최대 1.5명 줄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는 줄고, 세대 갈등은 더 깊어질 우려가 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물론이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정년 연장 논의를 미루자는 것은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연금 수급 연령 상향은 새로운 사회적 해법을 요구한다. 연금 수급 공백을 해소하려면 일정한 고령자 고용 보장이 필요하지만, 법정 정년 연장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점진적 재고용제 도입, 임금피크제 보완, 산업별 맞춤형 고용연장 모델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사회적 숙의다. 노동계의 권리, 경영계의 지속 가능성, 청년층의 기회, 국가 재정의 안정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가 지난 7개월간 각계와 논의를 이어왔지만, 그 결과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고 보긴 어렵다. 제대로 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은 국민 모두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과제다. 핀란드가 수차례 노사정 합의를 통해 고령사회 해법을 찾아낸 것처럼, 우리도 대립이 아닌 숙의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 체계를 합리화하거나, 청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병행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연내 입법보다 부작용 최소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성급한 입법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완성도와 사회적 신뢰다. OECD 다수 국가는 정년을 높이되 고용 유지 책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근로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노사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숙의 없는 속도전은 갈등이나 혼란을 부를 뿐이다.
[사설] 부산 강서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신산업 유치 호기로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지산지소)하는 개념의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마침내 본격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4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을 최종 확정하면서다. 5월 최종 후보지에 오른 7곳 가운데 부산 강서를 비롯해 경기 의왕, 전남(전역), 제주(전역) 등 4곳이 분산특구로 지정된 것이다. 이들 4곳은 최종 후보지 발표 당시부터 ‘신산업 활성화 유형’으로 분류됐던 곳이어서 정부가 잡아놓은 새 에너지 정책의 확고한 방향성을 엿보게 한다. 단, 동남권으로서는 미포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분산특구 지정을 준비했던 울산이 결정 보류지가 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에 지정된 부산의 분산특구는 에코델타시티를 비롯한 강서권에 면적만 1500만 평을 훌쩍 넘는 규모다. 부산시는 분산특구 지정 사업에 참여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소위 ‘ESS팜’을 조성해 전기요금에 민감한 신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목표로 삼았다. ESS팜 조성을 통해 분산특구 내 저장이 가능한 전력량은 4만 2000가구의 하루 사용량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차등화하면 전력 소비가 많은 항만부터 AI 관련 데이터센터 분야 등에서 신산업 위주의 기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SS 이외에도 에너지관리시스템과 AI 기반 기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구축도 병행될 예정이다. 분산특구 지정이 가지는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우선 분산특구 내 기업들이 한전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거래함으로써 중개비용 등 부대비용을 줄이고 실질적인 요금 인하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전기요금만 절감해서는 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인세 감면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제공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 임대료 인하 조치나 각종 인프라 구축 등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지산지소를 추구하는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구축은 분산특구 지정으로 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을 아우르는 보편적 새 에너지 생태계 구축이 아니라 일부 지역을 토대로 하는 시범사업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산지소의 완성은 아직도 논의만 거듭하면서 실시 여부가 오리무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반값 전기료) 적용이 현실화한 때라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AI시대에 하루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역설한 바 있다. 지역 신산업 활성화도 반값 전기료 적용 같은 보편적 인프라 조성이 하루 늦어지면 한 세대가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더 필요하다.
선물 상호주의
외교를 할 때 국가 간에 동등한 조건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을 ‘상호주의’라고 한다. A 나라가 B 나라 국민에 대해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면, B 나라도 A 나라 국민을 무비자로 받아준다. 외교관을 추방시키면, 상대국도 똑같이 외교관 추방으로 맞선다. 관세나 시장 개방, 범죄인 협정 등에서도 똑같이 반영되는 현대 외교의 기본 원리다.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상호주의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금 190돈(712.5g·약 1억 4000만 원)이 들어간 ‘무궁화 대훈장’과 금박을 두른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만족해 했지만 답례품만 놓고 보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트럼프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인 딜런 크루스의 사인이 새겨진 야구방망이와 자신의 인장이 찍힌 야구공을 주고 갔다. 대통령실은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야구를 전한 역사와 한미 문화적 유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지만 “선물의 격이 안 맞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사인의 주인공이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평범한 프로 2년 차 선수였기 때문이다.우리에게만 그런 건 아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트럼프에게 황금 골프공과 아베 신조 전 총리(2022년 사망)가 사용했던 골프채를 선물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요원들을 제거하는 데 썼던 원격 폭탄이 탑재된 ‘삐삐’(무선호출기) 모형에 금을 입혀 선물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추천서를 황금 액자에 넣어 전달했다.트럼프는 황금 삐삐를 선물한 네타냐후 총리에겐 함께 찍은 사진에 자신의 사인을 해줬고, 밀레이 대통령에겐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 사인을 해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에게 뭘 줬는지는 아예 공개되지도 않았다.이쯤 되면 트럼프와의 선물 교환은 상호주의는 커녕 ‘조공 외교’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다들 참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안에서 동맹국으로서 누리는 안보·경제적 혜택이 황금 선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2기에서는 선물의 의미가 국가 간 우호의 상징에서 힘을 과시하거나 이미지를 연출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외교의 기본인 상호주의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힘을 잃고 있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상윤의 세상톡톡] 오타니가 낫나, 최동원이 낫나
지난해 전인미답의 경지인 50홈런-50도루 클럽 가입을 이루고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해 연속 일궈낸 오타니 쇼헤이는 천재다. 지난해 오타니가 인간이 다시 넘보기 힘든 호타준족의 극치를 보여줬다면 올해 오타니는 리그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한 경기 1승 3홈런을 기록해 야구의 문법을 새로 정립하고 있다. 인간이 투타 겸업을 할 수는 있지만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모두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베이브 루스 등 몇몇 전설들이 투타 겸업으로 호성적을 보인 바 있으나 지금과는 야구 수준이 천양지차라 비교가 불가능하다. 오타니는 그의 천재성으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본질을 새로 묻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당분간 야구 팬들은 오타니가 이끄는 새로운 문법의 야구에 열광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84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한국에서도 오타니처럼 야구 팬들을 흥분시킨 존재가 있었다. 야구도시 부산을 만들고 그의 이름만 들으면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부산 팬들의 피가 끓게 만드는 그 존재는 바로 자이언츠의 최동원이다. 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역대 최고 선발 원투 펀치라 불린 라이온즈의 김시진-김일융을 상대로 혼자 4승을 일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야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당시 야구에 낯선 요즘 세대들은 그가 일곱 경기에서 혼자 투수로서 4승을 이끌었다고 조금 놀라지만 그런 그가 일곱 경기 중 다섯 경기 마운드에 올라 1패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심지어 당시 최동원은 전성기조차 지난 상태였기에 그는 던져서 이기는 투수가 아니라 ‘이길 때까지 던지는 투수’라는 투혼의 상징이 됐다. 오타니의 한 경기 1승 3홈런이나 시즌 50-50 클럽 가입과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1패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가. 두 선수가 뛴 리그의 수준이 다르고 41년의 세월이 사이에 있는 만큼 야구의 양상도 많이 다르기에 단순 비교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이가 위대함의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는 있으리라 본다. 오타니의 기록은 야구가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천재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재능이 과학과 체계적인 조화를 이룰 때 어떻게 폭발적으로 꽃을 피우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반면 최동원의 기록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어디까지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에 가깝다 할 것이다. 그의 기록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투혼이 새겨져 있었기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산이라는 도시가 야구 이야기만 나오면 피가 끓도록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자이언츠 강병철 감독이 무리하게 나홀로 등판을 맡겼을 때 “마, 한 번 해 보입시더”라는 말만 남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적셔진 그의 이 말은 투박해 보이지만 용기와 헌신, 책임감, 도전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언사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역시나 그렇게 드러나는 덕목들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과도 대부분이 겹친다 할 수 있다. 리더는 용기, 헌신, 책임감, 도전정신을 토대로 설득을 해내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추종자들의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내고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추종자들이 리더에게 동의하고 참여하며 적극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리더가 얼마나 그런 덕목들을 충실히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야구를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부산 팬들은 최동원이 보여준 덕목에 설득을 당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산을 기어이 야구도시로 만든 최동원의 전설적 리더십을 보노라면 부산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 같은 리더십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특히나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비꼼이 팽배할 정도로 갈수록 활기를 잃고 있어 다시금 도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할 리더십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해양수도와 금융중심도시 실현 같은 도시의 미래 구축부터 가덕 신공항 건설 같은 인프라 마련에 이르기까지 부산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불리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동원이 누가 봐도 패배가 유력한 환경을 나홀로 이겨냈듯이 부산을 이끄는 혹은 이끄려는 이라면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런 이들이 “마, 한 번 해 보입시더”를 외치고 진짜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야 부산은 야구도시를 넘어서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배학수의 문화풍경] 갤러리에 가야 할 이유
전시회에 왜 가야 하는가? 이것은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는 물음이다. 사람들은 문화적 소양을 쌓기 위해서, 또는 미학적 감동을 얻기 위해서라고 응답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걸 쌓거나 얻어서 어디다 쓸 것인가? 화가에게는 그림을 만들 이유가 나름대로 확실히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아니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쨌든 작품을 창작하는 이유는 예술가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게도 어떤 혜택이 있어야 한다. 전시장을 들르면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휴 갤러리(남구 용호동)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유진구의 전시회를 둘러보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보통 회화 작품은 붓으로 물감을 화지나 캔버스에 그려서 만든다. 반면 유진구는 캔버스에 자개를 잘라 붙여서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은 그림은 아니지만 정교하게 자개 조각을 연결하여 마치 붓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캔버스에 잉어 같은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 위에 자개를 붙였는데, 이번 전시회의 작품은 모두 오로지 자개 작업으로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형태가 어떤 사물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추상화이다. 이런 작품을 보면, 감상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작품이 암시하는 의미 상상할 때 감상자의 인식적 지평 확대되고 능동적 존재로서의 자신 느껴져 작품에는 표층과 심층, 층위가 두 개 있다. 표층은 작가가 묘사하여 감상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시각적 내용이다. 고흐의 신발 그림은 농부의 낡은 작업화를 묘사한다. 이것이 작품의 표층이다. 여기에는 작품이 감상자에게 주는 가치가 없다. 과일과 꽃을 그린 정물화는 감상자에게 아름다움의 쾌감을 주지만, 이것은 우리가 갤러리를 방문하기에는 너무나 시시한 혜택이다. 유진구 작품의 자개 조각은 실내의 빛을 무지개 빛 섬광으로 회절시켜 머리를 기울일 때마다 여러 가지 빛깔로 변화하는 초현실적 경험을 감상자에게 준다. 색채들이 공중에 떠서 날아다니는 듯한 경험은 신비스럽지만, 이것이 작품의 가치라고 하기에 너무 사소하다. 감상자에게 작품의 가치는 표층이 아니라 심층에 있다. 심층은 묘사를 통하여 작품이 표출하는 것인데, 표층이 암시하는 의미라고 해도 좋다. 고흐가 묘사하는 농부의 신발 한 켤레는 작품의 표층이고, 이것은 그 신발을 신고 살아가는 농부의 세계, 즉 고난과 환희, 희망과 두려움을 암시한다. 이것이 작품의 심층이다. 심층은 육신의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의 눈에 들어온다. 하이데거는 작품의 두 층위를 구별하여, 표층을 작품의 대지, 심층을 작품의 세계라고 부른다. 그의 용어를 사용하면, 작품의 세계는 대지 위에 건립되어 있다. 작품의 표층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림을 운반하는 택배사 직원, 그림을 분석하는 비평가, 숙제하러 갤러리에 들른 초등학생, 모두에게 고흐의 그림은 동일하게 보인다. 그러나 심층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예 심층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에게 고흐의 작품은 단순히 신발을 묘사한 물체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이 표출하는 농부의 세계는 은폐되어 있다. 심층은 감상자의 눈에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상상력이 능동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동일한 작품을 보더라도 감상자는 지식, 배경, 삶의 태도에 따라 작품의 심층을 서로 다르게 투사한다. 동일한 악보를 연주자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하듯이, 동일한 작품의 심층을 감상자가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유진구 작품의 심층은 처음에는 필자에게 드러나지 않았다. 10여 점의 전시를 다 둘러볼 즈음, 자개 조각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수평의 선들이 마치 호수의 물결처럼 보이면서, 어린 시절 연못에 돌을 던지며 파장이 일어나는 것을 즐기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추억은 필자에게 고요한 보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세상의 조건에 휘둘리는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능동적 행위자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표면에 묘사되어 있는 물결은 자유와 주체성을 건립하는데, 이것이 심층이다. 필자는 심층을 상상으로 투사하며 내가 능동적 존재임을 확인한다. 심층은 작가가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각자의 상상력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개의 물결이 구불구불한 선과 다양한 색채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만물은 유전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통찰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에게 작품의 심층은 존재의 무상성이다. 작가의 의도는 작품의 감상과 무관하다. 에코는 텍스트(또는 예술 작품)에 작가가 부여한 고정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단호히 거부한다. 대신, 모든 작품은 해석이 열려 있으며, 그 의미는 독자나 시청자에 의해 창조된다. 이것이 감상자의 인식적 지평을 확대할 때, 그에게 작품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작품은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감상자를 부르고, 거기에 감상자는 응답한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공공건축의 걸작 멕시코시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멕시코시티 북부, 부에나비스타 역 근처에 위치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Biblioteca Vasconcelos)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여겨진다. 멕시코의 철학자이자 작가, 교육자였던 호세 바스콘셀로스의 이름을 딴 이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06년 문을 연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평범한 회색빛 콘크리트의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반전이 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서가들이 철골 구조물에 매달려 있고, 유리 바닥 사이로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방문객은 책의 숲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건축가 알베르토 칼라치는 이곳을 지식의 정원으로 구상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도서관은 주변의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고, 내부에는 식물과 자연광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1층 로비 중앙에는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거대한 고래 골격 조형물이 매달려 있는데, 인간의 지적 탐구와 자연의 유한함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한다. 도서관의 구조는 언뜻 보면 혼란스럽다. 철제 통로와 계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 층마다 서가가 미로처럼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 복잡함은 의도된 질서다. 책을 정연하게 배열하기보다, 탐색과 발견의 경험을 유도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세상에서 가장 현학적인 도서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장면이 이 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 정부는 2000년대 초반, 낙후한 멕시코시티 북부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도서관을 세웠다. 단순한 문화시설 건립이 아니라, 지식의 민주화를 위한 도시적 선언이었다. 책과 문화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사회적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철과 유리,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재료가 시민의 일상 속에서 따뜻한 문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도서관의 진정한 주인공은 건축이 아니라 사람이다. 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는다. 노년의 독자는 신문을 넘기고, 외국인도 조건 없이 방문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독서는 개인의 행위임과 동시에 공동체의 문화로 확장된다. 멕시코시티는 흔히 혼돈과 소음의 도시로 묘사된다. 그러나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안에서는 그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춘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유리 바닥에 비친 책의 그림자, 그리고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기고] 천안문 망루 정상회담의 의미…반미·반서방 전선
시진핑은 지난 9월 3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천안문 망루정상회담을 꾸몄다. 여기에 그는 북·중·러 정상을 중앙석에 위치시켜 66년 만에 반미 전선을 굳건히 했다. 이로서 김정은은 시진핑, 푸틴과 동등한 지위를 얻은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북한은 반미·반서방전선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세 지도자 간 중요한 행위자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김정은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귀국했다. 북·중·러는 힘을 역전시켜 새로운 3자동맹의 성격을 띠울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형성할 전망이다. 시진핑은 반미·반서방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 이 같은 힘의 급격한 변화를 필요했다. 이 변화에 김정은과 푸틴을 중심부에 세운 것은 전략적인 배려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시진핑은 베이징 망루의 짧은 연설에서 “인류는 다시 평화냐, 전쟁이냐의 선택에 직면했다”는 매우 도전적인 발언을 했다. 또한 “중국인민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인류문명의 진보의 편에서 평화 발전의 길을 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0년 전의 2차세계대전을 회고하면서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를 가르는 결투에 직면한 중국은 적과 맞서 싸웠다”고 선언했다. 세인들이 그의 이러한 선언을 들을 때 중국이 진보주의 외피를 쓰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느낄지 모른다. 그래서 트럼프가 비개입주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인상을 그들에게 풍길지 모른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법에 기초한 국제질서 건설·수호할 능력이 본질적으로 없다. 중국은 자유주의와 그 가치들을 체질적으로 지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천안문 망루의 세 지도자들을 트럼프가 어떻게 비개입주의를 통해 저지하고 대항할지 서방세계는 심히 의심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이번 망루 정상회담은 정상 간 단순한 우의를 다지는 수준을 크게 넘어 분명히 반미·반서방 연대를 구축한 것으로 보여 새로운 냉전 시대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북한과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열병식에 중국은 세계 전역 사정권을 갖는 DF-61 미사일, 항모킬러 양지-21, 초대형무인잠수정 AJX-002 등 첨단무기를 과시한 것은 바로 새로운 세력균형을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는 새로운 기로에 섰다. 트럼프는 한미동맹 관계를 경시하면서 무자비한 관세를 부과하는 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세계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희생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는 비개입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비개입주의로 인해 나토 세력이 약화되는 동시에, 한미동맹도 이완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현대-LG 합작으로 주지아주에서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그들의 전액 투자로서 건설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서투른 비자 발급으로 빚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전문 기술자들을 초청하고도 불법이란 죄목을 씌어 수감을 채운 채 감금하는 유치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72년의 혈맹 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한국은 대미 외교를 강화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동맹 파트너십을 재형성하고, 동북아 지역 평화 역할과 인도·태평양의 평화를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또 국제관계가 더 다원화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헤이그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은 서방외교에 대한 마이너로 작용한다. 따라서 미국과 역할 분담을 스스로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 즉 스마트파워외교(smart power diplomacy)를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이러한 외교 자세로 신냉전이라 불리는 북·중·러의 새로운 전선에 지혜롭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윈스턴 처칠 총리의 국제정치에 대한 ‘현실주의 감각’(sense of realism)이 새삼 떠오른다.
[데스크 칼럼] 유권자의 망각을 먹고 사는 무책임 정치
‘목불인견’.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였다. 우리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에 틈입한 병증이 ‘말기’에 이르렀다는 절망감이 들 정도다. 그 졸렬한 행태를 다시 열거해 국민적 화를 돋우고 싶지 않다. 사실 이런 비판마저 그들에게는 훈장이다. 야당 의원의 질의를 방해하기 위해 옆자리서 째려보는 황당한 기행을 벌인 최혁진 의원에게는 이후 후원금이 쇄도했다. 강성 팬덤 정치가 저질 의원을 영웅으로 만드는 꼴이다. 최근 팬덤의 총애를 받는 의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주인공들이다. 반대로 팬덤이 세운 콜로세움의 검투사 역할을 거부하는 정치인들은 민주당에선 ‘수박’이라고 배척 당하고, 국민의힘에서는 ‘당성’이 부족하다고 질타 받는다. 정치인들의 생멸이야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권력쟁투일 뿐이라고 치부하자. 문제는 ‘유튜브 쇼츠’로 재미나 보겠다는 무책임한 정치 속에 우리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검찰 개혁에 대해 많은 양식 있는 법조인들이 “보완수사권이 없어진 상태에서 경찰이 1차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불송치 증가, 수사 지연, 피해자 보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쏟아냈다. 그 중에는 소위 진보 인사들도 적지 않다. 성향을 막론하고 이런 부작용을 예견한다면, 그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일 테다. 그러나 이런 후유증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고, 그 때 쯤에는 피해의 기원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그 책임을 묻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의원들은 이런 허점을 잘 안다. 난장판 국감 중에 이런 문답이 있었다. 법사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미현 검사는 “(검찰 개혁으로) 부작용이 크게 일어나면 책임을 지셔야 할 분들은 무리하게 입법을 하신 분들이 된다”고 했다. 안 검사는 과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중단 압박을 폭로한, 굳이 분류하자면 여당 성향 검사다. 그런 사람이 ‘입법 부작용의 책임은 입법한 사람에게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하자, 여당 의원들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그게 말인가. 그러니까 검사답다는 소리를 듣는 것”, “입법자가 책임지라는 건 어디서 나온 자세냐”고 쏘아붙였다. 책임질 생각이 전혀 없다가 정곡을 찔릴 듯하다. 이들이 책임에 무신경한 데는 쌓인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유례 없는 집값 폭등을 일으키면서 주거 사다리 붕괴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명백한 정책 실패였다. 이런 요인이 겹쳐 문 정권은 다음 대선에서 야당에 권력을 내줬지만, 당시 관련 정책 입법에 앞장섰던 의원들 대부분은 22대 국회에서도 건재했다. 정권은 심판해도, 그 정책을 뒷받침한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투표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당장 ‘혁진 기행’의 장본인이 탄생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1대 국회에서 여권의 일방적인 선거법 개정으로 탄생한 비례위성정당이 발단이었지만, 이를 강행한 여당 지도부가 누군지 알고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결국 무책임 정치의 최대 동력은 유권자들의 망각이다.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바꾸겠다는 속이 빤히 보이는 ‘언어 혼란 전술’을 밀어부치는 데에는 대선 전만 해도 ‘신속한 재판’을 원했던 여론이 과반이었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잊어버렸다고 믿기 때문일 테다. ‘입법 폭주’도 마찬가지다. 정가에서는 여권이 연말까지 각종 입법을 마무리한 뒤 지방선거 시즌인 내년부터는 중도 실용 모드로 급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망각의 힘(?)을 믿는 건 국민의힘이라고 다르지 않다.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을 걱정하던 후배 의원에게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 1년 후면 다 찍어주더라”며 유권자의 ‘기억 시한’을 제시한 바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다”고 양당 체제의 쇄신을 외친 지 20년이 지났다.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틈만 나면 ‘객토’니, ‘전면 쇄신’ 같은 말들을 쏟아냈지만, 실행 의지 없는 허망한 말의 잔치였다. 죽을 듯 싸우는 여야지만, 자리 보전에는 ‘찰떡궁합’이다. 대통령도 적용되는 탄핵은커녕, 지자체장·지방의원에까지 적용되는 주민소환제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선거 외에는 저질 의원들을 쫓아낼 방법이 없다. 그러니 기억하자. ‘기만의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적 행위’라고 했다. ‘국민은 잊는다’는 오만한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시대에 기억은 정치를 조금이나마 변호시킬 동력이다. 특히 ‘국감 중 딸 결혼식’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최민희 의원이 올해 초 “정치권의 더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대표발의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두자.
[중앙로365] 국정감사, 실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한 이 제도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입법부의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다. 국정감사에 무슨 큰 기대를 거냐고 냉소적일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성과를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의 예산 낭비, 공공기관 채용 비리, 가습기 살균제 사건, LH 직원의 내부 정보 이용 문제 등은 국감 질의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고, 이후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감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했을 때, 국가의 부패를 막고 행정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는 그 의미를 잃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을 두고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 국감”이라며 F학점을 매겼다. 재작년 C, 지난해 D학점에서 올해는 한 단계 더 떨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평가 절하가 아니라, 해마다 악화되는 국감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감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부적절한 질의와 조롱성 발언이 오간 장면이 논란이 되었고, 여야 의원들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문제를 놓고 막말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최민희 위원장이 자녀 결혼식을 국회에서 올리고 축의금을 받은 일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국감장은 정책 논의보다 사생활 논란으로 가득 찼다. 한 언론은 이번 국감을 “강성 지지층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유튜브 쇼츠용 국감’”이라 표현했다. 짧고 자극적인 장면만 남기려는 ‘보여주기식 질의’가 국민의 피로를 키운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국감이 왜 국민에게서 멀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 검증보다는 여야의 공방이 중심이 되고, 질의는 정치의 언어로 채워졌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자리가 오히려 정쟁의 무대로 전락한 것이다. 행정 감시는 가장 본질적인 국회 권한 하지만 정책 논의 실종 정쟁 무대 전락 시민단체 "역대 최악" F학점 평가 내려 '보여주기' 아닌 책임 있는 검증 아쉬워 현장 잘 아는 실무자 목소리 담아내고 질의 초점을 민생 중심으로 재편하길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달 국감장에서 안미현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완수사권이 전면 박탈돼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을 지셔야 할 분들은 무리하게 입법하신 분들입니다.” 이 한마디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무자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는 법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제도의 변화가 어떤 공백을 만드는지를 직접 목격해온 사람이다. 국감이 국민의 삶을 위한 제도라면, 바로 이러한 실무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실무자의 의견을 배제한 입법은 결국 국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전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일부 상임위에서는 실질적 논의도 있었다.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청년 실태 조명, 선거관리위원회의 보안 문제, 공공기관의 정보보호 인력 부족, 지역재정의 불균형과 비효율적 집행 등 구체적 현안이 질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질의는 상대 공격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행정의 문제를 바로잡는 건설적 논의였다. 국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정쟁 대신 실무와 정책 중심의 질의, ‘감정’ 대신 책임 있는 ‘검증’으로 채워질 때 국감은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국감이 국민에게 의미 있는 제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실무자는 단순한 증인이 아니라, 제도의 작동을 증언하는 전문가로 존중받아야 한다. 입법가와 실무자가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제도의 허점을 진단할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질의의 초점을 민생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복지, 안전, 교육, 지역 경제의 문제는 국감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질의와 답변 과정을 보고,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감은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시작점’이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감사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큰 논의도 공허하다. 후속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국감 이후 기관의 개선 보고를 의무화하며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책임 있는 입법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입법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법이 국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입법은, 선명한 구호로 포장되더라도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입법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입법이 현장의 경고에 귀 기울이며, 실무자가 두려움 없이 소신을 밝힐 때 국감은 비로소 제 이름을 되찾을 것이다. 실무자의 외침이 정쟁의 소음에 묻히지 않고, 책임 있는 입법과 실효적 감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을 위한, 국민을 향한 국정감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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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첫 ‘MVP·사이영상’ 동시 수상 가능할까
제1회 BNK 썸 3x3 농구대회, 부산 가을 달궜다
부산 OK 읏맨, 9일 강서체육관에서 역사적 홈 개막전
롯데 감보아, SNS에 ‘헤어질 결심’?
'도인비' 김태상 '내 자신 믿으라 말해준 아내에게 고마워'[롤드컵]
최홍만, 뇌수술로 거인병은 고쳤지만 '파이터'로서는 내리막길
[부산바다마라톤] 광안대교, 1만 러너 건강 웃음으로 푸르게 물들다
여자일반부 초대 챔피언 ‘웨이드’ “여자 대회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1회 BNK 썸 3x3 농구대회]
부산 선수단 ‘기적의 성적’, 52년 만에 전국체전 종합 2위
롯데 입단 투수 신동건, 올해 ‘대선 고교 최동원상’
탁구 신유빈, 세계랭킹 12위… 톱10 재진입 ‘눈앞’
차세찌 직업은?… 한채아와 결혼 1년 반만에 '음주운전' 관심↑
'2TV 생생정보' 세면대&위생도기 제조업체, 제천 봉양읍 대림바스…불후의명작
김미진 아나운서, 한석준과 이혼 6년 만에 양용은과 재혼
이승철·이문세·변진섭… 올봄 부산 무대 선다
조안, 과거 박용우-오만석과의 떠들썩했던 연애사 재조명
나훈아, 12월 고향 부산서 고별 인사…“고마웠습니다”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열린음악회' 남진-하윤주-알리-우주소녀-리듬파워-그레이시…해병대 창설 70주년 특집
김용진이 소환한 가수 박혜성 근황, 음악감독으로 활약
'생방송투데이' 오늘방송맛집, 수원 영통 구매탄시장 '엄마손반찬'…코다리조림&전 '우리동네반찬가게'
'생활의 달인' 국가 대표 암산의 달인… 12살 서유진 양 10억 자리 숫자까지 '술술', 비법은?
'미운우리새끼' 김지석, 남다른 이름 가질 뻔한 가족 비화…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부산 사직야구장 재건축 ‘급물살’…문체부 공모사업 선정
“누가 봐도 100% 지는 곳” 한동훈에겐 부산이 험지?
‘정년 65세 연장’ 논의 본격화…정청래, 민노총 간담회
G2 정상, 부산에서 만났다… 희토류·관세 등 합의
이 대통령, 시진핑에 '황남빵' 선물…'경주, 정말 인상적'
민관 힘 합치니, 쇠락 상권이 지역 핫플로 떴다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부산 친명계, 정청래 정면 비판… 명청 갈등 본격화?
[영상] 전재수 “해수부 기능·역할 강화, 1~2달 내 성과 있을 것”
[영상] 최민희 딸 SNS엔 ‘작년 8월 결혼’… ‘축의금’ 논란 점입가경
트럼프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미 필리조선소서 건조'
현금투자 10년간 2000억 달러…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단독] 국민의힘, 다음 달 3일 조병길 징계 결정
부산시, 전국 최초 분산특구 확정…4곳 ‘합격’, 울산 등 3곳은 ‘보류’
부산 아파트 거래 ‘신고가’ 행진… 상승장 본격화하나
[단독]SK 최재원 수석부회장 차남, 관계사 ‘리벨리온’ 합류
동해고속도로 포항-영덕 8일 오전 개통…터널에서도 내비 작동
‘새벽배송 전면 금지’ 논란 가열…소비자단체 “소비자권익·생활편익 침해” 반발
‘김해~밀양 고속도로 신설’ 사업 예타 통과…“물류 경쟁력 제고 기대”
젠슨황·이재용·정의선 ‘깐부회동’…다 먹고 결제는 누가?
‘판교 사망사고’ 삼성물산, 전국 현장 작업 중단
수도권 아파트 규제 '풍선효과'… 부산 거래량·가격 상승
홍라희 등 삼성가 모녀,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 매각
“양복에 사인해 주세요”… 경주 찾은 젠슨 황에 시선 집중
‘금 창고’ 틈만 나면 서울로? 자고나면 말 바꾸는 예탁원
부산에 가볼 만한 목욕탕은
밀양강 따라 절벽 잔도, 11월엔 황금빛 은행나무 금시당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7일 금요일(음력 9월 18일)
'방송 패널 활약' 백성문 변호사, 암 투병 끝 별세…향년 52세
부산역 앞 '창비 부산' 20일 운영 종료
부산문화회관 내년 상반기 기획공연 살펴 보니…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30일 목요일(음력 9월 10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월요일(음력 9월 14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8일 토요일(음력 9월 19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9일 일요일(음력 9월 20일)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1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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