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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 덮친 통일교 폭탄,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야
통일교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다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2018~2019년 전 장관(당시 국회의원)에게 현금 4000만 원과 까르띠에·불가리 등 명품 시계 2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일교로부터 금품 등을 지원받은 민주당 전·현직 인사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심각한 상황 전개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통일교 폭탄이 여권까지 덮치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들은 이 의혹의 진실에 대해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전재수 장관은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전부 허위 사실”이라며 “허위 보도와 악의적 왜곡에 대해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전 장관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면 자진 출두해서 조사받으면 된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돼 온 전 장관이 통일교 유착 의혹에 휩싸이면서 판세가 요동치게 됐다. 해수부 부산 이전 작업이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기로에 선 전 장관의 운명이 부산 지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김건희 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9일 민주당에 대한 통일교의 금품 지원 의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윤 본부장으로부터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확보한 이후 내부적인 검토를 한 결과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사 번호만 부여한 상태에서 3개월간 사건을 묵힌 것이다. 정치자금법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7년의 공소시효가 임박하면서 사건을 넘겨받은 국수본도 시간에 쫓기듯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중기 특검이 ‘민주당 사건 뭉개기’라는 편향된 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이 직무 유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통일교 리스크가 여권으로 옮겨붙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여야,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여권 인사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민주당과 정부로 확산하는 통일교 논란에 선을 긋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을 겨냥한 이 대통령은 9일 종교 단체 해산 시사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게 명명백백하게 정치와 종교의 유착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수사를 펼쳐서 국민 앞에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수사 과정에서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설] 가덕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항공 계획 반영 당연하다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성장을 위해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시설과 관문기능을 갖춘 가덕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10일 발표한 ‘제4차(2025~2029년) 항공정책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한국 항공산업의 방향을 그릴 최상위 전략이다. 여기서 항공회담을 통해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을 대폭 확대하고 외항사 취항을 적극 유도해 지방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부산·울산·경남이 꾸준히 요구해 온 가덕신공항의 관문공항 육성과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가덕신공항이 국제 관문으로 도약할 토대가 마련될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신공항 건설과 지방공항 운항 항공사에 대해 인센티브 강화 등 공항 운영 개선에 나선 것은 국가 항공망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신호다. 특히 “공항이 지역 산업과 관광의 거점이 돼야 한다”는 기본계획의 방향은 가덕신공항이 맡게 될 위상과 역할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가덕신공항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관문공항으로서의 기능을 구축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요구해 온 지역의 오랜 숙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과 K 컬처를 중심으로 한 국제 수요를 감안하면, 남부권에도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또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면 인바운드 수요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무비자 입국 제도를 손보고, 무비자 적용 공항을 지방까지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 지방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기본계획에서 인천공항 5단계 확장사업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이 계속 커질 경우 지방공항의 잠재 수요가 흡수돼 지역 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설령 인천공항 확장이 필요하더라도 그 효과가 지방의 성장 동력을 잠식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시민의 발이자 국가 물류·관광·산업 경쟁력을 뒷받침 할 관문공항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토부 기본계획이 이 방향을 공식 문서로 확인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정부는 이미 2023년 8월 가덕신공항건설 기본계획안에서 사실상 관문기능을 갖춘 공항 추진을 제시했고, 부산시도 그 취지에 “남부권 관문공항의 위상에 걸맞은 공항 시설 규모 반영”이라며 환영을 표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 확대 등을 담은 이번 계획을 정부가 흔들림 없이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제 가덕신공항의 관문공항 육성은 지역 염원을 넘어 국가 항공정책의 당연한 방향이 돼야 한다.
[사설] 해수부 이사 들썩이는 지역사회 해양수도 기대감 높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출발한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9일 부산 임시 청사에 도착한 것이다. 임시 청사인 부산 동구 수정동 IM빌딩 앞에 도착한 20여 대의 5t 트럭에서는 이삿짐 박스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짐 대부분은 10일 부산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해운물류국 관할이다. 해수부는 오는 21일까지 실·국별로 단계적 이전을 완료하고 즉시 업무에 돌입한다. 23일 ‘해수부 부산 시대’ 개막을 알리는 공식 개청식도 연다. 해수부 이사에 지역사회가 모처럼 활기를 띠며 들썩이고 있다. 해양수도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해운물류국 관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해운물류국은 해운정책과, 항만물류산업과 등 해운·항만물류 관련 6개 부서와 1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해양수도 조성, 북극항로 개척 추진 업무 등을 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이다.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탈바꿈시키는 초석이다. 북극항로가 부울경 지역 전후방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를 담당하는 해운물류국이 가장 먼저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해수부 부산 이전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청사 주변 시민들은 ‘해수부 부산 시대’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사 인근 상인들은 해수부 이전으로 침체된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 점심 때 식당 예약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한다. 해수부 직원 800여 명의 식사, 회식 등 고정 수요는 물론 민원인 방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수부 공무원 노조는 부산 동구청 노조로부터 수정동 맛집 리스트를 받아 직원에게 공유할 정도라고 한다. 인근 상가와 사무실 등 임대 문의도 잇따르면서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띤다. 해수부 이전이 인근 상권부터 활성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부산 지역 경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해수부 부산 청사 입주는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다. 세계적 물류 거점이자 해양 현장인 부산에 해수부가 자리함으로써, 정책 결정 속도와 현장 밀착도가 크게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해수부 이전의 가치를 높이고,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 완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다. 실질적인 해양정책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한 해수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또 해양 행정·사법·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HMM 등 해운물류 기업 본사의 신속한 이전을 통해 해양수도권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해수부 이전을 동력으로 삼아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완성하도록 지역사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韓 전력 약점” 손정의 오판
‘ASI 시대, 한국의 약점은 에너지.’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초인공지능’(ASI) 시대의 전력 공급 능력을 지적했다. 한국이 가진 AI 국가로서의 비전과 잠재력에 비하면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규모가 너무 작고, 이를 키우는 데 전기 부족이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뼈아픈 지적’이라며 원전 확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논리라면 지방에 추가 원전을 지어 수도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송전 채비를 갖춰야 한다. 이는 전기 생산(지방)과 소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더 악화시키는 나쁜 처방이다.한국은 전력 부족 국가가 아니다. 11월 전국 기준 예비율은 44%로 발전 용량이 수요를 초과한다. 문제의 본질은 전기를 대량 사용하는 시설이 수도권 내륙에 쏠린 지리적 불일치다. 동·서·남해안의 원전·화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경기도가 끌어다 쓰는 구조는 막대한 송전 비용과 주민 수용성 저하로 한계에 이르렀다.미국 사례를 보면 명확하다. 구글은 오리건주 컬럼비아강 주변과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는데, 지척의 수력·풍력 발전소를 보고 찾아간 것이다.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한 이유도 가까이 원전·화전이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워싱턴주 퀸시의 수력 발전소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차렸다. 일본은 정반대다. 첨단 인프라는 도쿄 주변에 몰린 반면, 발전소는 수도권과 먼 지방의 해안가에 있다. 오사카와 도쿄의 전력 계통 차이 등으로 장거리 송전이 어려워 수도권은 전력 공급이 벅차지만, 규슈에서는 전기가 버려지는 모순까지 발생한다.손정의 회장의 조언은 ‘수도권의 약점은 에너지’라고 고쳐서 이해해야 유용하다. ASI 시대의 최대 위험 요인은 전기 부족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다. 발전소가 있는 지방에 반도체와 AI 시설이 들어서는 게 옳다. 마침, 10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는 방침이 발표됐다. 지방시대위원회가 한미 관세 협정 이후 대기업이 약속한 국내 투자 1400조 원이 지역 성장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 투자로 지방에 AI·반도체 혁신 벨트가 형성되면 지역 대학과 산업 생태계 혁신,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면서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전기 부자’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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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일요일 오전 ‘쿠팡’으로부터 두 번째 문자가 왔다.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관해 재안내 드립니다.’란 제목의 메시지였다. 11월 29일 첫 번째 문자의 제목은 ‘쿠팡 개인정보 노출 통지’였다. 최근 문자의 주요 내용은 ‘예상 범행 수법’과 ‘조치 방법’으로 세분했다.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접근하더라도(지인일 것 같아도) 피싱범일 수 있음에 유의하란 문장이 가장 무서웠다. 3370만 개(대한민국 15~64세는 3591만 명)의 고객 계정이 유출돼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이 털린 이 초유의 사태는 초정보화 시대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한 희대의 사건이다. 사회적 파장도 어마어마해 호사가들은 연이어 터진 연예인 과거 사건 등과의 관련성을 유추하기도 한다. 이른바 ‘쿠팡 사태’의 화제를 돌리기 위한 여론공작설 주장이다. 여러 말들이 많아도 당연히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기업의 허술하고 안이한 개인정보 관리 문제이며, 이것을 단죄하고 또 예방하는 것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에 관해 연만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포털에서 검색하듯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회원 가입해서 유료 버전을 써 보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분이 질문했다. “혹 그렇다면 똑똑한 AI에게 내 개인정보를 다 주게 되면 나중에 신상이 노출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위험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메일 주소 정도로 신상이 다 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안이 잘돼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얻는 게 더 많다”라고 했지만 더 마땅한 답이 없어 서둘러 대화를 마쳤다. 어느덧 ‘라떼족’이 되어 말을 꺼내기가 죄송하지만, 한때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는(도시도 엇비슷했겠지만) 농협에서 만든 전화번호부가 집집마다 있었다. 면, 동, 리 작은 마을 단위로 세분화된 책자에는 주민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세세하게 적혀 있다. 그 뒤로 휴대폰의 보급이 늘자 발 빠르게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재한 농협전화번호부는 인기였다. 아무도 그 개인정보의 공유에 대해 시비 걸지 않았다.(아파트 사는 데 태양광 설치하라는 광고전화가 가끔 오긴 한다) 집집마다 걸려 있었던 문패도 어찌 보면 개인정보의 버젓한 노출이다. 요즘 분위기라면 아파트 현관문에 부부의 이름이 게시되는 걸 좋아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은 그랬다. 문패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20대 때 이야기다. 같이 술을 먹던 친구가 최근 다투고 헤어진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단 한 번 집 근처까지 바래다줬단다. 대여섯의 청년들이 부산 남구 어느 주택가를 샅샅이 뒤졌다. 여자친구가 희성이라 문패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술 취한 우리들만의 착각이었다. 몇 군데 초인종을 눌렀다가 호되게 야단만 맞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114 전화번호부의 효용성을 당시 알았다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국 인명 전화번호부가 예전엔 흔했다. 12월 31일 밤 친구들과 둘러앉아 서울 전화번호부를 무작위로 펼쳐가며 전화비를 축낸 장난을 한 적도 있다. 오로지 서울 말씨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그날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로 모르는 사람과도 통화할 수 있었다. 현재의 시점으로 본다면 다분히 미친 짓이다. 30도만 각도를 틀어도 화면의 차폐 기능이 작동하는 보안필름을 장착한 휴대폰이 대세인 시절이니 격세지감이다. 이제는 개인정보가 무척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정보의 가치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손안의 모바일로 주식 거래도 하고 예금도 하고, 인출도 하고, 상거래도 하는 세상이어서 개인정보는 절대 노출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전화번호조차 말이다. 취재원에게 흔히 명함을 주는 기자지만 어쩌다 모르는 전화가 오면 긴장한다. 특히 항의성 전화이면 ‘이 번호(나의 개인정보를 강조)를 어떻게 아셨냐’고 되받아 호통친다. 사실상 전국민의 정보가 유출되는 디지털 사회. 끔찍하다. 범죄를 저지른, 예방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단죄는 기본이다. 그런데 모든 사기 범죄가 그렇지만, 개인정보는 가공의 과정을 거쳐 범죄에 사용된다.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전화받는 이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뒤 사기친다. 보이스피싱이 그렇고, 최근 끔직한 전모가 드러난 해외 신용 사기 스캠 범죄가 그렇다. 범죄의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취약성 때문에 사기당하지 않을 현명함도 이제는 필요하다. 걱정된다고 폰뱅킹을 하지 않거나 아파트 월패드를 가리는 등 마냥 빗장만 걸고는 살아갈 수 없다. 누가 몰래 들여다보아도 떳떳한 삶, 허위와 기만에 속지 않을 강단. 그래 제발 속지 말자. 그리고 천만금 공돈을 준대도 흔들리지 않을… 그래 내 정보 잘 훔쳐가라 이 나쁜 놈들아. 이재희 디지털국 국장 jaehee@busan.com
[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12·12로 보는 건축 단상
1979년 12월 12일에 일어났던 군 내부의 반란은 전두환 군사 정권 탄생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2·12 반란의 주모자들은 군과 정보 조직을 장악하고 국가 실권을 장악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권력이 한순간에 전복된 날이다. 총칼로 정당성을 대신했던 그날 이후,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권위’라는 이름의 질서 속에서 재편되었다. 독재 정권이나 정당성 없는 권력은 늘 스스로를 과장하거나 정당화해 왔다. 그들은 자신의 위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건축물을 이용해 왔다. 불안한 정권일수록 건축을 향한 욕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만든 시대를 ‘눈에 보이게’ 남기려는 욕망 때문이다. 이를 역사적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주의 건축’은 20세기 이탈리아, 독일, 소비에트 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무솔리니는 고대 로마 제국의 위엄을 재현한다는 명분으로 기념비와 대규모 축선을 도시 위에 그었고, 히틀러 역시 세계를 지배할 경우 그에 어울리는 수도인 ‘게르마니아’를 상상하며 알베르트 슈페어에게 설계를 맡겼다. 1939년에 리모델링된 히틀러의 신총통 청사는 히틀러가 청중들에게 연설할 수 있도록 발코니를 추가해 히틀러가 크게 만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총통 관저는 긴 면에 출입구를 두는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건물의 좁은 측면에서 진입하게 만들어져 긴 복도를 지나게 되어 있다. 기능적으로는 별 쓸모가 없던 건물이지만, 겉모습과 내부 공간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나치의 전체주의에 아주 잘 부합하는 건물이었다. 건축의 형식은 고전주의였으나 내용은 권력과 권위주의의 과시였다. 건축이 통치의 도구가 되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함께 ‘국가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공간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고속도로, 산업단지, 수출을 위한 항만이 건설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도시계획은 사회적 합의라기보다 위계적 명령에 가까웠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도시 불균형의 일부는 그 시절의 결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를 재정비한다는 명목으로 거대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이는 공공성을 토대로 한 도시개발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권력의 안정성을 위한 ‘장식적 규모’가 우선이었고 도시는 이벤트를 위해 조정되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거대한 도로망, 고층 업무시설 등은 효율과 근대화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시민 개개인의 삶이 권력 맞춤형으로 재편된 결과이기도 하다. 택지개발과 대규모 아파트 중심의 주거 공급은 기존의 마을, 골목 등 삶의 공동체를 해체했다. 원주민, 세입자, 철거민들은 새로운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에겐 과도한 부담이었다. 결국 그들은 삶의 공간을 내어주고 더 구석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도시 재편은 지역 간, 계층 간 격차를 만들었고, 공간의 불균형은 사회적 불평등의 표현으로 나타났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건축은 여전히 힘의 함수로 움직인다. 특정 개발 사업이 여론보다는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따라갈 때나 초고층 건물이 도시의 상징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지금의 도시 정책과 건축이 반영한 자본의 욕망이다. 건축이 시민의 삶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권력의 메시지를 담은 기념비가 될 때 도시는 특정 집단의 공간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대규모 개발, 고층 빌딩, 재개발, 뉴타운, 신도시 등은 단순히 주거 해결책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결합으로 나타나기 쉽다. 그럴 때마다 도시의 공간성은 정치적 선택의 결과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축과 도시는 한 번 완성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권력이 남긴 흔적은 도시 속에 박제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과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비판하고 감시할지가 중요하다. 사회적 공감과 공공성의 원칙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2·12 사태 후 전두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국민들의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1980년 8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공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광주로 갔다. 지난해 12월 3일에도 공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했다. 만약, 그날 비상계엄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시공간을 맞이하고 있을까.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우리가 다시 서로를 돌아보게 되는 이유는 도시도, 기억도 사람의 온기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부디 새해에는 우리의 도시와 건축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공공선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거장의 황혼,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1890년, 브람스(1833~1897)는 자신의 인생이 후반부에 이르렀으며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현악 5중주 2번을 끝으로 이제 더는 작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음악적 영감이 다했다고 판단한 그는 편지 형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해서 출판사 사장인 짐로크에게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에 마이닝겐 궁정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게 되었는데, 그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 리하르트 뮐펠트(Richard Muhlfeld, 1856~1907)의 소리를 듣고 감격하게 되었다. 당시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다. 뮐러, 뵘 등에 의해 새로 개량된 클라리넷은 과거보다 훨씬 민첩해졌고, 짙고 어두우면서도 실크 같이 미묘한 음색을 가능하게 했다. 그 색다른 음색에 매료된 브람스는 연이어 4개의 클라리넷 곡(두 개의 클라리넷 소나타, 한 개의 3중주, 그리고 한 개의 5중주)을 잇달아 작곡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와 협주곡에 슈타틀러라는 연주자가 있었고, 베버의 협주곡에 베르만이 있었다면,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와 5중주 곁에는 뮐펠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클라리넷 5중주 작품115는 모차르트의 작품과 함께 이 분야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곡이다. 1891년 12월 12일, 베를린 징아카데미 홀에서 뮐펠트의 클라리넷과 요아힘 4중주단이 공식적인 초연 무대를 가졌다. 참석한 음악가들은 한결같이 “브람스 최고의 실내악 중 하나”라고 극찬했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를 잇는 걸작이라 평했다. 이 평가는 시대를 건너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 1악장, 흐릿하게 시작하는 첫 주제부터 쓸쓸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온다. 2악장 아다지오에선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주고받는 모습이 가히 몽환적으로 아름답다. 대비되는 감정선이 교차하는 가요풍의 3악장을 거쳐, 4악장에선 주제에 의한 5개의 멋진 변주가 이어진다. 이 변주를 통해 작품 전체를 회고하다가 실구름처럼 하늘하늘 꺼져가며 사라진다. 후에 남긴 몇 개의 소품을 제외하자면, 이 곡이 사실상 브람스의 마지막 곡이나 다름없다. 작곡 시기로든, 곡의 성격으로든, 늦가을을 연상시키는 추억과 체념과 고독의 정서가 가득하다. 클라리넷 5중주를 쓴 후, 그의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기 시작했다. 누나 엘리제, 지휘자 한스 폰 뷜로, 평생의 친구인 엘리자베트 헤르초겐베르크, 아끼던 가수 헤르미네 슈피스…. 그러다가 1896년, 평생 사랑해 온 클라라 슈만마저 죽었다. 그 이듬해 브람스도 세상을 떠났다. 쓸쓸한 늦가을에 들어도 적적하게 어울리겠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들으면 가슴 아리는 곡이 된다.
[데스크 칼럼] 12월, 잔인함과 빛 사이에서
영국 모더니스트 시인 T.S. 엘리엇은 장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일반적으로 봄은 생명과 희망의 계절로 여겨지지만,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의 현실 속에서 봄의 재생이 오히려 고통을 드러내는 역설로 묘사했다. 겨울은 절망을 덮어 숨기지만, 봄은 죽은 땅에서 억지로 생명을 일깨워 황폐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의미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잔인한 달을 꼽으라면, 기자는 12월을 말하고 싶다. 12·12 군사반란과 12·3 비상계엄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 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1979년 12월 3일 전국 비상계엄 확대와 12월 12일 군사반란은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은 사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권력 공백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신군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계엄 확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군부의 계산이었다. 헌법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국회는 무력화되었으며, 언론은 입을 봉쇄당했다. 이어진 12·12 군사반란은 더 노골적이었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권력을 탈취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한 반역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침묵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신군부의 총탄에 스러진 수많은 희생은 한국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켜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기억은 꺼지지 않았다. 결국 1987년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의 분노는 군부 독재를 무너뜨리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피와 눈물 위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또다시 혼돈에 빠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민주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리려 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이 국회를 지켜냈다. 시민들은 장갑차 앞에 맨몸으로 서고, 경찰의 봉쇄를 뚫어 국회의원들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장면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빛의 혁명’이라 명명하며, 과거 12월의 어둠과 현재의 빛을 대비시켰다. 군홧발로 민주주의가 짓밟힌 과거와 시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은 현재를 연결해, 민주주의의 본질이 국민 주권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을 기념하며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국민이 헌법의 주인임을 확인한 역사적 선언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의 용기와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숨쉰다. 과거 12월의 사건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후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현재의 ‘빛의 혁명’은 민주주의가 시민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의 오만을 경계하고, 시민의 지속적 참여와 감시, 역사적 기억의 계승이 필수적이다. 12월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잔인한 달이자 동시에 가장 빛나는 달이다. 과거의 군사반란과 현재의 시민 저항은 대비되며,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와 용기로 살아 숨쉰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제도에만 달려 있지 않다. 국민이 끊임없이 주권을 확인하고 행동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굳건히 서게 된다. 올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2025년은 비상계엄을 극복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시간은 억압과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그 속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자유를 잃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는 법이다. 이제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분열을 넘어 연대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비상계엄은 단순한 제도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교훈이다. 권력의 집중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체험했다. 따라서 극복의 의미는 단순히 과거를 벗어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민주적 가치와 인권을 지키는 사회, 책임과 교훈을 잊지 않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2025년의 극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희망을 품고 더 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바로 지금이다. 매년 12월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시민을 억압한 기억 속의 잔인한 달이 아니라, 봄과 희망을 준비하는 인고의 시간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중앙로365] 일본과 중국의 세력 전이와 정당성 경쟁
약 한 달 전부터 이어진 일본과 중국의 대립은 이제 군사적 충돌 가능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행한 “대만 유사 상황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해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보수 우익적 신념에 따라 역대 내각이 유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을 걷어낸 것이다. 일본의 중도 보수 진영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발언 변경을 요구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75%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를 거부하며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요나구니섬의 육상자위대 기지를 시찰했고, 필리핀·호주 등 중국의 해양 진출에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을 신속하게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즉각 발언 철회를 요구했으며, 이어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중단, 2년 만에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의 재금지 등 일련의 보복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12월 6일에는 중국군 전투기가 오키나와 인근 공해 상공에서 일본 F-15기를 향해 두 차례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중일 양국의 갈등이 외교·문화·경제 영역을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대립이 단순한 외교적 충돌을 넘어, 멀게는 19세기 말, 가깝게는 2010년 센카쿠 사건 이후 지속돼 온 양국 간 세력 경쟁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중국을 본격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전환점은 2010년 센카쿠 충돌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센카쿠 섬들을 국유화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여기에 중일 국내총생산(GDP) 순위의 역전이 겹치면서 청일전쟁 이후 약 100년간 유지되어 온 ‘일본 우위’ 구조가 무너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2년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중국을 사실상 ‘주적’으로 상정하며 대중 억지 전략을 전면화했다. 아베 내각은 미일 동맹을 심화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 등 해양 민주국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자 했다. 특히 2015년 제정된 ‘평화안보법제’는 일본의 안보 상황을 중요 영향 사태, 존립 위기 사태(이번 논란의 핵심), 무력 공격 사태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후방지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나아가 자국 방위의 전면 대응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민주국가들이 구축한 규범과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중국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자’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한편, 중국은 1949년 국가 수립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 문제를 국가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특히 청일전쟁을 ‘근대 중국 치욕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그는 한때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청나라가 일본에 패배함으로써 대만의 일본 식민지화, 오키나와의 일본 병합, 센카쿠 열도의 일본 편입 등이 이루어졌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시진핑에게 ‘대만 통일’은 단순한 영토 회복을 넘어 굴욕의 근대사에 대한 복수이자 역사 회복의 과업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중국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곧 과거 군국주의 침략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일본의 자위권 행사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아베 내각이 사용했던 프레임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1월 24일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과 미국은 80년 전 파시즘과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웠다”고 언급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성과를 수호하기 위한 미중 연대를 강조했다. 즉 중국은 자신을 근대 일본이 힘으로 변경해 놓았던 질서를 바로잡는 정의로운 ‘질서 수호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는 일본과 역사와 민족주의 서사를 강화하는 중국 간 대립은 미국의 관망 기조 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강대국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죄우된다는 점은 변함없으며, 이미 중국의 GDP는 일본의 약 4~5배에 달한다. 이러한 복합적 혼란 속에서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부치는” 조정자이자 책임있는 중견국으로서 고도화된 위기관리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시론] 부산!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기회의 도시’로
2024년 부산은 청년 순유출 부문(수도권, 세종, 대구를 제외한 12개 광역자치단체 비교)에서 경남, 경북에 이어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닌 도시 경쟁력 하락의 구조적 신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호가 고령화, 산업 성장 둔화, 서비스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유출 문제는 “도시의 미래가 매력적이지 않다”라는 청년 세대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산업구조가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지 않으며, 도전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더욱 역동적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 유출은 산업 변화 속도가 늦고, 기회의 폭이 좁은 도시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다. 현재 부산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디지털 기반 신산업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항만·물류·조선·자동차 등 지역 주요 산업은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빠른 글로벌 산업 재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직된 일자리 생태계 역시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부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마이크로 일자리’, ‘플랫폼 기반 전문직’,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등은 지역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AI 데이터 트레이너, 콘텐츠 검수자, 기술지원 프리랜서 등 디지털 기반 직무가 수만 개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도 이러한 구조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지역 내 디지털 산업 기반과 관계없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컴퓨터공학과 등 IT 관련 연간 졸업생이 5000명 정도인데 업계 수요는 1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3400명 정도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부산의 특화 산업인 제조업, 항만, 물류 등에서 AI 일자리 수요가 생기면 좋지만, 아직 전환이 더디다. 당장의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의 원격 근무 채용 연계 등이 부산의 청년 인재 유출을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부산의 주력 산업에서 신산업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노력이다. 항만 자동화, 물류 데이터 분석, 조선·제조업 AI 품질관리, 스마트 안전 시스템 등 부산 산업의 현장에서의 AI 적용 수요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원과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이 AI 수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AI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고, AI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신산업 수요 창출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도시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로 보아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부산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산업 성장의 가장 확실한 기폭제이며,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생태계의 중심이다. 부산은 다양한 산업군과 자연환경,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타 시도와 유사한 지원 정책과 유입 노력만으로는 그 잠재력은 발휘되기 어렵다. 보다 전문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의 성지”라는 명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의 부산은, 위기이자 동시에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변화된 고용 형태의 발 빠른 포용, 적극적인 디지털전환 수요 창출,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부산은 ‘기회의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나아가 외부 인재가 찾아오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미래 도시이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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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기적의 2승, 저력의 지역 골프단
여자핸드볼 세계선수권 23위 충격… ‘우생순 신화’ 끝나나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봉준호 기획의도 ''기생충' 인간에 대한 예의·존엄에 관한 이야기'
'2TV 생생정보' 오늘방송맛집, 두부해물전골…김포 고촌읍 '김구원선생두부' 장사의신
김범수, '미우새' 스페셜MC로 출연…30일 방송
'2TV 생생정보' 대나무 막창 순대, 담양읍 청운식당…전설의맛 (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썸바디 최종커플' 서재원♥ 한선천 나이·직업은? '댄싱9' 박효신 닮은 얼짱 춤꾼
마라탕 위생불량 적발 37곳, 대부분 서울 위치
김윤동 어깨 부상, 롯데는 극적 역전승
영화 '해바라기' 허이재, 배우 박희본과 닮은꼴로 유명
한지일 '김지미 '지' 신성일 '일' 따서 이름 지었다'
[경건한 주말] ‘대작’ 없는 이번 주…‘스파이 코드명 포춘’과 ‘한 남자’ 봤더니
'그날을 추억하며'…정준, 사춘기 멤버들과의 만남 공개
“사실무근”이라지만 구체적 정황 잇따라… 전재수 수사 불가피 [통일교, 전재수 금품 로비 의혹]
정부 발목 잡는 '인사 논란'.. .장관·차관·비서관 줄줄이 구멍
[영상] 전재수 “이재명 정부 흔들려선 안 돼” 사의… 의혹에는 “사실무근”
통일교, 전재수 등 여권에 로비 의혹…李 “엄정 수사”
전재수 이어 정동영도 “금품수수 사실무근”
‘돌발 악재’에 내년 부산시장 선거 판세 ‘요동’ [통일교, 전재수 금품 로비 의혹]
조국 '온 국민 싸울 때 침묵한 법원장 회의… 이제서야 '위헌'이라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사의… 李 대통령, 면직안 재가
[속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사의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민주당, 정년 연장 입법 착수
이 대통령 '전력 생산지 전기 요금 더 낮게 해야'
정치권 판도라 상자된 ‘한일해저터널’
정부 “가덕신공항, 관문 기능 갖춘 신공항으로 추진”
예상대로 미 연준, 금리 0.25%P 인하… 내년엔 파월 의장 교체
부산 녹산국가산단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들어선다…7100억 원 투입
줄어든 술 소비… 주류업계 저도주·무알콜로 '송년회 공략'
차기 부산은행장 인선 속도… 빈대인 2기 전략 수행 능력 관건
해수부 이전 시작했는데 HMM 노조는 여전히 반대 입장
기아, 2세대 ‘디 올 뉴 셀토스’ 세계 최초 공개
2028년 유엔해양총회 한국에서 열린다
다시 시작된 가덕신공항 공사 입찰… 조속한 진행 ‘관건’
‘단체 관광객 비자 면제’ 항공업계 중국 특수, 인천공항에 몰렸다
이사 첫날 터진 ‘통일교 의혹’에 해수부 노심초사
부산 영도 ‘베리베리굿봉산센터’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수상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1일 목요일(음력 10월 22일)
“연말, 그림 한 점 어떠세요!”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2일 금요일(음력 10월 23일)
부산의 크리스마스 시즌, 마법을 더하다
‘시간을 견디는 사진의 힘’ 보여준 강운구 사진전
약 끊었다간 더 큰 위험 부르는 ‘침묵의 혈관질환’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4일 일요일(음력 10월 25일)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2월 1일~ ]
'원조 걸크러시' 영화배우 김지미 85세 일기로 별세 [종합]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알림]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바다와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문학으로 빛나다'
이번 주말 벡스코 책잔치에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