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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착공 서두르고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 6년 연기로 돌연 입장을 선회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역민들은 손바닥 뒤집듯 국책사업의 대강이 흔들린 데에 한 번 놀랐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이 없어 한 번 더 놀랐다. ‘2029년 적기 개항’을 믿고 불편을 인내한 부울경 주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이 사태를 어찌 감당할 건가. 유일한 해법은 신속한 재입찰과 착공, 그리고 공기 단축을 위한 기술·행정적 노력으로 2035년 이전이라도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진심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다짐해야 할 것은 애초 취지대로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이 되는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106개월(8년 10개월) 조건으로 재입찰을 공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84개월(7년) 기본계획으로 입찰이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무려 16개월을 허비한 채 다시 원점에 서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진 이유는 우선 우선협상대상자 이탈 이후 국토부가 후속 절차에 굼뜬 탓이 크다. 게다가 연약지반 안정화 등 원래 설계에 반영된 항목들을 뒤늦게 공기 연장의 근거로 포함한 때문이다. 행정 무능과 의지 부족이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공회전은 용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개항을 앞당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순조로운 재입찰 관리와 함께 공기 단축 방안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덕신공항 로드맵은 2029년 개항, 2032년 준공에서 2035년 동시 달성으로 바뀌었다. 개항 지연이 뼈아프지만, 남은 시간을 ‘낭비’가 아닌 ‘축적’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핵심은 글로벌 허브도시에 걸맞은 경쟁력이다. 여객 1000만 명을 돌파한 김해공항의 포화와 위험천만한 선회 비행의 고질을 해소할 설계·운영상의 개선 전략은 필수다. 따라서 2단계로 추진된 활주로 1본 추가, 대형 항공기·화물기 대응을 위한 터미널과 여객 수속 시설의 허브공항급 격상 등을 지금부터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허브공항 도약에 필요한 거점항공사 유치 노력도 재개해야 한다. 공항을 잇는 부울경 광역교통망과 배후 도시 연계 방안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산시도 이번 사태에 자유롭지 않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 데 비해, 실제 사업 관리와 선제적 대응에 무기력했다. 국토부와 부산시의 무책임에 지역 관문공항이 발목을 잡히는 사이 대구신공항은 2030년대 중반 이전에 개항할 채비를 서두르고, 인천공항은 승객 증가세를 근거로 5단계 확장에 나설 조짐이다. 허브공항의 지위를 노리는 가덕신공항에 있어 타이밍은 운명을 좌우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조기 개항해야 한다. 정부·부산시·관계 기관은 남은 신뢰도, 허비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사설] '살얼음판' 응급실, 언제까지 환자 고통 외면할 건가
전공의들의 복귀로 의정 갈등이 봉합됐지만, 부산 주요 병원 응급실의 의료진 부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가 지난 19~21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종합상황판(내 손안의 응급실)을 분석한 결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동아대병원·인제대 부산백병원·부산대병원·고신대복음병원 등 부산 주요 병원 5곳 모두에서 응급의료 제한 과목이 확인됐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선 흉부외과 심장혈관파트, 대동맥 박리 관련 수용이 불가했고, 부산대병원에선 상의되지 않은 외과 신규 환자 진료가 불가했다. 의료진 부족이 특정 환자의 진료·입원·수용 불가로 이어진 것이다. ‘살얼음판’ 응급실 상황으로 환자들만 고통을 당하는 셈이다. 특히, 모든 분야의 소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부산에 전무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소아과 의료진 부족으로 환자 수용이 불가했고, 고신대복음병원에서도 신규·재·초진 소아과 환자 진료가 불가했다. 동아대병원에선 100일 미만 소아과 신규 환자 등의 진료가 불가했다. 이러한 지역 응급의료 체계 공백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부산에서 한 고교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숨졌다. 당시 구급대에서 14차례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소아 환자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지역 응급의료 체계 붕괴로 인해 안타깝고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병원들이 응급실 수용 불가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의료진 부족’이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더라도 응급 처치 후 수술 집도나 후속 진료를 이어갈 의료진이 없다는 것이다. 의료진 부족 문제는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오면서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숫자는 의정 갈등 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부산의 대표 병원인 부산대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64%에 그쳐 훨씬 저조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아예 돌아오지 않은 부산의 병원도 있었다고 한다. 만성적인 지역 의료진 부족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위기에 처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대책인 ‘지역의사제’ 도입과 정착이 관건이다. 10년간 의사가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공포 2개월 후 시행돼 2027년 대입부터 적용된다. 이 제도를 통해 지역의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확보해 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지역 의료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적정 인원과 처우 수준 등 세부 실행안 마련을 서두르고, 10년 복무 뒤 지역 이탈이 없도록 세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전향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사설] 가덕신공항 6년 지연 시민 우롱 책임 소재 가려야
부산 가덕신공항 개항 지연 소식에 동남권 주민은 설움과 분노의 감정이 교차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기를 기존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 10개월)로 늘리고, 2035년 개항을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2029년까지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 공항’ 공약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과 연계해 윤석열 전 정부가 2029년 개항을 약속했을 때 부울경 주민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믿음은 국가에 대한 무한 신뢰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토부의 난데없는 ‘6년 지연’ 발표는 국책사업의 권위를 허물고,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토부는 연약 지반 안정화 등 기술적 사유와 건설업계 수용 가능성을 공기 연장의 근거로 들었다. 이 설명은 자기모순적이라서 설득력이 없다. 지난 2023년 자문회의(31회), 업계 간담회(16회)를 거쳐 도출된 84개월짜리 기본계획을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사업 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의 108개월안을 부적격으로 배척했던 국토부가 7개월 시간만 끌다 사실상 유사한 106개월안을 들고나온 모습도 군색하다. 이 대목에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내놓지 않는 국토부의 무책임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건설업체의 구상대로 국책사업의 큰 틀이 좌우되고 있다는 의구심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 늦춰지면 동남권 주민의 불편은 그만큼 더 연장된다. 제대로 된 장거리 노선 하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천공항 이용을 강요당하는 지방 홀대 구조의 지속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통 접근성 불편이 지역 발전 지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개항을 1년 앞당기면 지역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기 단축 방안을 포함한 사업 정상화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기의 재검토다. 그 과정에 공기 지연으로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한 책임 규명은 불가피하다. 지금 국토부에 필요한 것은 국책사업의 신뢰 실추를 만회할 수 있는 책임지는 자세다. 우선 공기 연장안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 부산시는 기존 설계 재활용과 혁신 공법 도입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개항 시기를 1년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해야 한다.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연약지반 계측 결과에 따라 후속 공정을 조기에 연계하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이참에 ‘활주로 2본’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 파행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된다.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리되,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밀물썰물] 천재 피아니스트 한동일
백건우, 임동혁,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세계 유수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 클래식의 저력을 증명한 연주자들이다. 이중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67년 나움버그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보다 앞서 이미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한동일(1941~2024)이다. 대중에겐 다소 낯설지만 음악계에서는 거대한 봉우리로 기억되는 그는 1965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리벤트리트)에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나이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한동일은 세 살에 피아노곡을 흉내 낼 정도였다. 하지만 1946년 러시아군의 북한 진주로 집안이 무너지고 피아노마저 압수되자 가족은 남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다. 1953년 서울로 돌아간 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그는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미군 5공군 기지에서 연습하던 그는 앤더슨 장군의 눈에 띄어 순회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모은 4500달러로 13세에 유학길에 올랐다. 같은 해 CBS ‘에드 설리번 쇼’에서 ‘한국에서 온 피아노 신동’으로 소개되며 미국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와 연주하기도 했다. 1965년 리벤트리트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25개국을 누볐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37년간 후학을 양성하며 교육자로도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19년 65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며 고국으로 돌아왔다.그를 기리는 음악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회상(回想)-대한민국 음악계의 전설 한동일 교수를 그리워하며’라는 제목으로 26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한동일의 음악과 생애를 함께 되새기는 자리다. 고인과의 추억을 토크 형식으로 나누며 기억도 공유한다. 한동일은 생전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내 숨결”이라 했다. 제자들에게는 “음악의 기쁨을 잃지 말라” 당부했다. 제자들은 “그의 연주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작곡가의 숨결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힘을 지녔다”고 회고한다. 이제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 명성의 출발점에 한동일이 있었다. 이제 그는 우리 곁에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한국 음악사의 한 페이지로 빛날 것이다. 이번 추모 음악회는 그 페이지를 손끝으로 더듬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지방 식민지'를 거부한다
‘2024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 수는 28개 사로, 전년 31개 사에서 3곳이 더 줄었다’ ‘지역내총생산에서 동남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6.8% 수준에서 2023년 14.2%로 쪼그라들었다’ ‘지역에 대한 기업대출(36.6%)이나 벤처투자(24.7%) 비중은 지역의 인구(49.4%)나 지역내총생산(GRDP·47.6%)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 최근 본보를 통해 보도된 지역 경제 관련 뉴스들이다. 유사한 지표들이 매일 쏟아지니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 뉴스로까지 올라오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지표도 많다. 지역에서는 “하루 이틀 일이냐”는 냉소와 함께, 패배감까지 쌓여간다. 이 같은 뉴스들이 쏟아지던 때와 같은 시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집값’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도권에서의 삶의 불편을 ‘미끼’로 지역으로의 인구 분산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을 더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또 한쪽에선 수도권에 공급할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지역민에겐 ‘불안 덩어리’인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태풍이나 조그마한 지진에도, 원전 사고 공포에 떨며 아이부터 부둥켜안는 지역민 삶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 덕에 수도권은 원전 위험 부담 없는 싸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또 한번 보장 받았다. 그렇게 해도 전력이 부족한데, 수도권에는 자꾸 뭘 짓겠다고 한다. 그 무렵, 지역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리 인하가 절실한 시점임에도 지역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치솟는 서울집값 때문에 금리는 또 동결됐다. ‘과실은 수도권에, 희생은 지역이’ 식 지역 착취의 굴레가 점점 고착화돼가고 있다. 부조리가 해결되지 않으니 청년들은 지역을 떠난다. 일자리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지만 지난해 부산을 떠난 청년은 8500여 명, 경남의 청년 유출 인구는 1만 400여 명이나 된다. ‘국장 탈출이 지능순’이라 했는데 ‘지방 탈출이 지능순’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1960년 6.5%이던 수도권 인구는 2023년 50.7%가 됐다. 한국 수도권의 인구 집중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일본 34.4%, 영국 24.8%, 프랑스 24.5%(2019년 기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12년 전 부산을 찾은 고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와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일본은 시골이 도시의 식민지예요. 후쿠시마는 도쿄의 식민지이고, 후쿠이는 오사카의 식민지죠.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생각조차 못해요.” 당시 고리원전과 가장 가까운 부산 기장군 신리마을을 찾은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의 상당량을 도쿄 시민들이 사용했지만 문제가 터지자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후쿠시마 주민들이 떠안아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가 지금 부산에 온다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하지만,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민의 삶은 피폐해 지는데, 수도권만 점점 비대해지고 윤택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운동장이 기울어지다 못해 한쪽이 아예 미끄러져버릴 듯 경사도가 커지고 있는데 기울기는 멈출 줄을 모른다. 지난 20일 부산경실련이 주최한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는 지역은행 수신액이 1%만 증가해도 지역내총생산과 사업체수, 근로자수, 중소기업대출액이 모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에 공공기관이 지역은행에 일정 비율 이상 자금을 예치하도록 법제화하고, 경영평가 지표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토론자들은 물론 청중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지역민의 삶이 1%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민 주장에 귀 기울이는 정책 결정권자나 입법권자는 없었다. 5극 3특이니, 지역 차등 금리니, 지역 전용 펀드니 하는 지방균형발전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지역민은 이 같은 ‘시혜성’ 정책들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산업은행 이전의 대안으로 대통령이 공약했던 동남권투자공사도 결국 산업은행 기능을 쪼개 권역별로 ‘뿌려주는’ 여러 투자공사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만 경험은 ‘사탕발림’ 정책의 진정성을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해운대의 한 벤치에 앉아 있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고 받는 ‘괜한’ 얘기를 듣고 말았다. “여기 좋다. 여기 집값 얼마 정도 해?” “30평대인데 찾아보니 10억 정도밖에 안 해.” “정말? 싸다. 우리 하나 살까?” 부산에서 제일 비싼 동네 집값을 두고, 싸다며 ‘가뿐히’ 마트 물건 고르듯 할 정도면 서울집값이 어마무시하긴 한가 보다. 부산 아파트 4~5채를 팔아도 서울에 괜찮은 집 하나를 못 살 정도라면, 살인적인 서울집값은 서울 사람만 괴롭히는 게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노트북 단상] 응답하라 SK
인구 5만 명 남짓의 한적한 농촌 지자체인 경남 고성군이 난데없는 대기업 매각 이슈로 시끄럽다. 논란의 중심에는 3년 전 지역에 둥지를 튼 SK오션플랜트가 있다. SK오션플랜트는 모기업인 SK에코플랜트의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다. 2022년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이듬해 2월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바꿨다. 새 출발 이후 과감한 투자와 시장 공략으로 명실상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 아시아 1위로 발돋움했다. 현재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으로 협력업체와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양촌·용정산단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안했다. 지역민 3600명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경남도로부터 각종 특례가 보장된 ‘기회발전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송전선로·사설항로·공유수면 인허가는 물론 국도 확·포장, 진입도로 개설 등 1672억 원 규모 공공예산 사업과 주거·교육·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도시 ‘SK 시티’ 조성과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건립도 추진 중이다. 앞서 몇 차례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SK에코플랜트는 낭설이라며 부인했다. 그도 그럴 게 SK오션플랜트는 넉넉한 일감에다 높은 수주 경쟁력 그리고 탄탄한 이익 창출과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갖춘 알짜 기업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장점이 매각 대상 선정에는 독이 됐다. 12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자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당장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매물이 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월 자회사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디오션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기업의 뒤통수에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낀 지자체와 지역민들은 매각 저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 우려도 커지자 상공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한목소리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강경했던 SK그룹도 ‘매각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이번 매각 사태와 관련 마련한 현장 간담회에 배석한 SK 이경남 부사장은 “주민이 많이 반대하고, 회사가 어렵더라도 (SK가) 끝까지 하라고 하면 다른 대안 없이 유지해야죠”라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생색내기용 출구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27일 디오션컨소시엄과의 협상 기간을 4주 연장했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1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노앤파트너스가 컨소시엄마저 이탈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과 맞물려 무산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 어차피 안 될 거 지역 목소리를 들어줬다는 인상이라도 심어주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협상 결렬 책임을 지역 여론으로 돌리기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역 사회의 요구는 단순 명료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해 달라는 거다. 이제 SK가 답할 차례다.
[구모룡 칼럼] 개항 150주년을 맞는 부산항의 기억
내년이면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는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조선은 쇄국을 걷고 해역으로 나라를 열게 되었다. 이즈음이 범선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기선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사실도 기억돼야 한다. 중일 간의 기선 항로를 두고 영국, 미국, 프랑스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일본도 1875년에 요코하마, 고베, 시모노세키, 나가사키와 상해를 잇는 항로를 개설했다. 이러한 사정에서 조선의 부산이 네트워크의 주요한 결절지로 인식됐다. 메이지 정부는 이미 쓰시마 소씨(宗氏)로부터 조선 외교의 권한을 박탈하고 1872년 외무성 관리를 왜관에 파견해 관리했다. 조선 정부는 소씨에서 메이지 정부로 왜관을 빌리는 주체가 바뀌는 정도로 간주했다. 일본이 요구한 개항은 초량 왜관에서 쓰시마로 향하는 항로를 나가사키나 시모노세키로 돌리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항로의 변경으로 쓰시마는 주식인 쌀 등을 수입할 수 없어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한편 왜관의 7000평 규모 선유장은 기선의 정박을 감당하기엔 이미 힘든 상황이었다. 증기선은 외항에 정박할 수밖에 없었는데 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한 시설을 설비하기 위한 매축과 매립이 시급했다. 개항 이후 접안시설이 미비한 상태는 1906년 부산항 잔교 부두 설치까지 지속한다. 1905년 취항한 관부연락선조차 외항에 정박하고서 선박과 물량을 통선이 실어 나르는 형편이었다. 조선 정부로부터 북빈(北濱, 지금의 부산 북항) 매축이 허가 난 해는 1897년이다. 공사는 1902년 부산매축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1908년 9월까지 실현돼 부산역, 부산세관 등의 공공시설과 해운회사, 운송회사, 창고, 여관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선박 정박과 물자 수송을 위한 잔교 부두가 1906년 준공되면서, 이 시설은 주로 관부연락선의 거점으로 활용됐다. 이렇게 부산항은 어느 정도 근대적인 면모를 갖추어 갔으나 아직 본격적인 부두 건립은 시작되지 않았다. 1910년 조선을 병합한 일본은 본격적인 식민 지배를 위해 조선총독부 토목국을 통해 부산항 매축에 박차를 가한다. 1909년 영선산을 깎아 경부선 철도와 부두를 연결한 착평 공사는 1917년까지 진행된 부산진매축공사로 더욱 확대된다. 이를 통해 철도 관련 시설과 창고 그리고 화물 시설 등이 늘어난다. 축항 공사는 부산항의 준설과 방파제 축조, 연안 무역 설비 등을 확충해 부산 항만시설을 크게 변화시켰다. 돌제(突堤) 매축 부두 남측에 제1잔교가 1912년 2월에 만들어지고 북측에 제2잔교가 1917년에 완공된다. 1936년부터 일제가 패망하는 1945년까지 축항 공사가 이어지며 제3부두, 제4부두, 중앙부두가 건설돼 1940년 당시 요코하마, 다롄, 기륭 등을 포함한 일본제국의 14개 무역항 가운데 나고야, 고베 등에 버금가는 항구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부산항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다시 커진다. 조선인 귀환자와 일본인 귀환자가 1945년 하반기부터 1946년 상반기까지 넘쳐났다. 1944년 5월 당시 부산 거주 인구는 33만여 명인데 이중 20%가 일본인이었다. 부산항이 미군정당국에 접수된 1945년 9월 23일 이후에 연락선을 이용해 귀환이 진행됐다. 해방은 부산항을 신생 한국의 제일 국제항만이 되게 했다. 이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더욱 그 위상이 중요하게 부각한다. 1950년 7월 말 미군은 전쟁에 대한 확신이 뿌리째 흔들려 차라리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자문하면서 아직 투입하지 않는 새 병력을 되돌려 보낼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가 보낸 함정과 통보함 등이 도착했고 마침내 8월 2일 미 해병을 가득 실은 첫 번째 빅토리호가 부산항으로 들어오게 된다. 물자를 실은 거대한 증기선과 군함이 부산항 제1·2부두를 내왕하면서 전시 상황이 전환하게 된다. 이로써 부산이 세계적 토포스(topos)의 위상을 갖는다. 1955년부터 1959년까지 제1부두에서 제4부두에 이르는 정비 공사가 진행됐다. 이때 조명과 급수시설이 복구되고, 도로 포장과 간선도로 정비도 함께 이뤄졌다. 특히 국제개발처의 원조로 제1부두 남측에 4000평 규모의 어시장 부지를 정해 1963년 부산종합어시장이 열리면서 운영되다 1971년 명칭이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바뀌었고 1973년 남부민동으로 이전했다. 제1부두 북측은 그대로 무역 부두로 사용되었으나 남측은 1974년부터 진행된 부산항 제1단계 개발 사업에 따라서 콘크리트 잔교, 국제여객선터미널 건물, 컨테이너 야적장 등이 새로 만들어졌다. 1980년까지 진행된 국제여객터미널 건립으로 제1부두의 본래 기능을 회복했다. 하지만 2015년 국제여객터미널이 중앙부두로 이전하면서 국제항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말았다. 현재 1부두는 피란수도 유산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돼 조사와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편집국에서] '해머' '김 부장' 그리고 '태풍' 속 우리
무용수가 객석으로 난입한다. 의자 위까지 점령한 29명의 다국적 무용수들은 관객들에게 스마트폰을 켜고 자신을 촬영하라며 포즈를 취해 준다. 합법적으로 공연을 촬영할 수 있게 된 관객들이 신이 나서 동영상을 찍고 ‘셀카’를 찍어 대던 것도 잠시. 자아도취에 빠진 무용수들은 다른 사람 말고 오로지 자신만 찍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광기 어린 그들의 몸짓에 넋이 나갈 때쯤 1막의 무대는 정신 없는 카메라 플래시 조명과 함께 막을 내린다. 지난 21일과 22일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일보 주최로 열린 무용극 ‘해머’ 공연은 무엇이 진실이고,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은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해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젊은 관광객 1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친구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모두들 카메라와 상관 없이 행동하는 듯 보였지만 안무가의 눈에 비친 모습은 달랐다. 무리의 머릿속엔 온통 카메라 생각밖에 없다는 게 에크만의 눈엔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SNS에 전시할 멋진 나의 모습과 일상을 포착하는 데 혈안이 된 현대인들은 점점 더 ‘나, 나, 나’를 외친다. 다른 사람의 처지나 의견, 어려움, 감정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내가 더 근사해 보일까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기와 기만, 가식이 지배하는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묵직한 한 방. ‘해머’는 진짜를 향한 여정,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망치질을 의미한다. 요즘 화제가 되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외우기도 힘들 만큼 긴 제목은 그 자체가 허울이다. 서울에 자가를 가지고 있고 대기업에 다니는 부장쯤 되면 사는 게 만만하고 여유로울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인생 내리막길에 접어든 50대 김낙수의 삶은 찌질하고 비루하고 짠하기만 하다. 그나마 그런 그의 노고를 이해해 주고, 처지를 헤아려 주는 가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퇴직금을 상가 사기로 날릴 처지가 된 그에게 찾아온 것은 공황 증상. 그러나 정신과 진료를 권하는 의사에게 그는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되레 화를 내며 현실을 부정하기 바쁘다.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중에도 일부는 반감을 드러낸다. 애초에 상위 5% 인생인데 힘겹다는 서사를 씌우는 게 억지스럽다는 반응도 있고, 대부분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날로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들 입장에선 ‘김 부장 이야기’가 누릴 것 다 누린 기성세대의 넋두리로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 주고자 한 진짜 현실은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인생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 발버둥의 연속이라는 점일 것이다.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가 커진다고 했던가. 불황과 단짝이라는 복고 트렌드가 최근 대중문화 속에 스며들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 상사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태풍상사’의 인기가 그 예다. 이에 앞서 막을 내린 드라마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버스 안내양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바 있다. 그때 그 시절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잠시라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유는 ‘그래도 사람 사이의 정이 살아 있었구나’ 느낄 수 있는 장면들 덕분이다. ‘태풍상사’ 속 남자 주인공 ‘태풍’의 어머니가 여자 주인공 ‘미선’의 집에 얹혀 살며 초등학생 막내 ‘범이’를 자식처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어느새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돼 버린 그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해머’로 돌아가 보자. 카메라에 비친 근사한 나의 모습에 도취해 성형과 꾸밈에 중독된 현대인을 비꼰 이 무용극은 관객들에게 쓴웃음을 남겼다. 객석까지 쳐들어와 나를 봐 달라고 소리치는 무용수들의 과장된 몸짓에 몸서리치다가 가족과 사람의 중요성을 말하는 주말 드라마에 잠시나마 위로를 받는다. 스마트폰에 고정된 우리의 시선이 화면 속 반짝이는 나와 누군가가 아니라 내 주변의 너, 그리고 현실에 발을 디딘 동료와 이웃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셀카’를 찍던 렌즈의 방향을 공동체로 돌려 보는 건 어떨까. 가령 본보가 매주 금요일 연재 중인 ‘사랑의 징검다리’ QR코드에 카메라를 갖다 대 보자. 번거롭더라도 댓글 한 줄만 남기면, 나를 대신해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해 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연말이 다가온다. 태풍 같은 험난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허세’라는 보호막으로 위장하고 치열하게 달려 왔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이제는 진짜 나 그리고 우리와 마주할 때다.
[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사과가 부재한 시대
정치인에게 구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본인은 물론 가족 관련 비위 의혹으로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 의혹이 사실과 달라 억울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정사의 주요 지도자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변명이나 정당화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대중에게 더욱 진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거 10주년을 맞은 고 김영삼(YS) 대통령이 그러했다. 1997년, 퇴임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차남 현철 씨가 한보 특혜대출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YS는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며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 김대중(DJ)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2002년 차남 김홍업 씨와 3남 김홍걸 씨가 비리 의혹에 휩싸였을 때, DJ는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을 통렬하게 느껴왔으며,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두 사례는 어찌 보면 국가 지도자로서 당연한 처사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이런 ‘당연함’을 기대하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 버렸다. 최근 부산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한 전직 A 구청장이 각종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심지어 주요 인사가 불참할 경우, 그 자리에 대신 앉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구정 공백을 초래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대 진영 인사를 ‘포용한다’는 명목으로 직원을 채용한 B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뜨겁다. B 정치인은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아무런 불만도 듣지 못했다”, “누가 문제를 제기하느냐”며 긴 시간을 따져 물었다. 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정 인사 C 씨를 지원하기 위해 C 씨의 친형과 가까운 인물을 영입했다는 소문을 그 또한 들었을 텐데도 말이다. A의 경우는 법적 사안이고 B의 경우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지만, 둘 다 떳떳해 보인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공직선거법 위반 정도는 정치를 하다 보면 일상다반사라 생각할 수도 있고, 인사(人事)의 문제로 시비를 거는 일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이미 그 대가를 치렀으니 뭐가 문제냐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치인이라면 떳떳함을 내세우기에 앞서 우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정치인이 응당 가져야 할 정치적, 도덕적 책임의 무게가 법적 책임 이상으로 무겁기 때문이다. 국민이 그들에게 바라는 정치적 혹은 도덕적 기준이 범부의 그것에 비해 다소 높다고 해서 “억울하다”는 소리부터 나온다면, 단언컨대 그에게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오션 뷰] 해사법원, 이젠 경쟁력 갖춘 설계 필요하다
2015년 처음 제기된 해사법원 설치 논의가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최근 제출된 여섯 개 법안을 검토한 뒤, 박찬대 의원안을 중심으로 단일안을 마련했다. 남은 몇 가지 쟁점만 정리되면 올해 안에 해사법원 설치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크다. 논의가 장기간 이어진 만큼, 이제는 해사법원의 구성과 기능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의의 가장 큰 변화는 명칭에서 드러난다. 해사법원은 해사국제상사법원으로 명칭이 확대돼 논의되고 있다. 이는 해사 사건뿐 아니라 국제상사 사건까지 포괄하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국제거래전담부 등에서 처리해 온 국제상사사건을 해사법원의 기능과 결합해 사건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로, 21대 국회에서 한국해사법학회와 이수진 의원이 처음 제안한 모델이기도 하다. 새롭게 구상된 해사국제상사법원은 해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과 국제상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함께 설치돼 두 축으로 운영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1심 재판은 부산과 인천이 분담해 맡게 된다. 토지관할 구역을 나누어 부산은 영남·호남·제주 지역을, 인천은 수도권·충청·강원 지역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해사국제상사법원 사이는 전속관할이 아닌 임의관할이기 때문에 원고는 부산해사법원과 인천해사법원 중 보통재판적이나 특별재판적이 인정되는 곳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해사법원 내에서의 합의관할이나 변론관할도 허용된다. 두 해사법원은 각각 단독부 3개, 합의부 1개, 항소부 1개로 구성될 것으로 추측된다. 해사법원을 둘러싼 쟁점도 남아 있다. 해사법원은 1심 사건만을 전담하며, 별도의 해사고등법원은 설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은 일반 사건과 동일하게 처리된다. 부산해사법원에서 나온 항소 사건은 부산고등법원이, 인천해사법원 사건은 서울고등법원(또는 향후 설치될 인천고등법원)이 맡게 된다. 다만 국제상사사건에 한해 서울고등법원의 전담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전속관할’이다. 해사법원은 해사사건에 대해 전속관할을 갖게 돼, 앞으로 상법 해상편 손해배상·책임제한·선박충돌 등 해사민사사건과 각종 해사행정사건은 모두 부산·인천해사법원에서만 다뤄진다. 다만 전속관할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부 사건은 중복관할을 인정했다. 소액사건, 등기 가능한 선박 외 재산에 대한 집행·보전처분, 일부 선원법 적용 사건 등이 그 대상이며, 등기 외 소형선박에 대한 가압류처럼 현장에서 빠른 처리가 필요한 사안은 일반 지방법원 지원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법률안에 포함된 국제상사사건 범위도 쟁점이다. 국제상사사건이 해사국제상사법원의 전속관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떤 사건을 그 범주에 넣을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법무부는 ‘해사국제상사법원에 관할합의를 한 사건만’ 전속대상으로 보자는 입장으로, 당사자가 서울중앙지법 관할로 합의했다면 그 사건은 기존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된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국제상사사건을 ‘외국적 요소가 있는 상사법률관계’ 자체로 파악해 관할합의 요건을 두지 않으려 한다. 이 경우 해당 사건은 모두 해사국제상사법원으로 이송되거나, 서울중앙지법은 소를 각하해야 한다. 해사법원은 2030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설치 배경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해사·국제상사 분쟁을 국내에서 처리해 외화유출을 막고, 동시에 국민이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청구권을 강화하려는 데 있다. 2030년까지 해사법원이 실질적인 선택을 받는 전문법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충분히 사건 기반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건 수 확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해운회사와 조선소 역시 분쟁 해결을 부산해사법원에서 진행하도록 약정을 체결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해상운송약관이나 용선계약서에도 해사법원을 관할로 하는 조항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사건이 해사법원으로 모일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해사법원은 신속성과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전문 해사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육성할 체계 마련이 핵심 과제다. 압류 선박을 휴일에도 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등 실무 대응력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해상법 강의가 거의 없는 로스쿨 현실을 고려하면 전문 인력 양성은 더욱 시급하다. 결국 해사법원이 성공하려면 법률 수요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신뢰할 만한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오랜 염원이었던 부산해사법원의 설치가 우리 해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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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차 드래프트 최충연-김주완-김영준 선발
2년간 350억 ‘헛돈’ 쓴 롯데, 올해 FA 시장 뛰어드나
김효주· 황유민·최혜진 “설레고 기다려지는 대회입니다”
‘빛바랜 손흥민 멀티골’… LAFC, MLS 서부 결승 진출 실패
양정모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 사상 처음 예비문화유산 선정돼
이강인 리그 1호 골 폭발, 태극 전사들 소속팀 맹활약
백송홀딩스·부산일보 채리티 매치 대진표 확정
박지현 아나운서 남편 스펙도 '어마어마'
순우리말 '얄라차' 뜻은?
문희준 다이어트, 17kg 감량…뚜렷해진 턱선 눈길
양현석 귀가, 검은모자 검은마스크 얼굴 가린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 한가인, '애정의 조건'서 세일러문 변신… 오는 5월 둘째 출산 예정
구하라 인스타그램, 마지막 게시물은 '잘자'
유민상vs쯔양, 치킨 최대 몇마리?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윤아, 전 남친 이승기와 결별 이유도 역시...
이다해 성형의혹 부른 근황사진…데뷔 때랑 비교해 보니
'책 읽어드립니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 과학으로 해석한 인류문명…문가영 '집안 대청소를 부르는 책'
'20년째 열애 중' 오나라♥김도훈 커플, 언급만 했다 하면 실검 장악
교복 입은 학생에 버젓이 ‘몇 분에 얼마’…부산시는 “예방 교육이 중요”
[단독] 조경태, ‘친명’ 보좌관 채용… 적과의 동침?
[영상] 정청래표 ‘1인 1표’에 양분된 민주당…이언주 면전서 공개 반기
‘YS 10주기’ 추모식인데…코빼기도 안 비친 민주당 지도부
국힘, ‘지선 승부처’ 부산서 장외투쟁 시작
전재수 시장 출마하면… 조국, 부산 북갑으로?
부산시장 여야 후보군 ‘대리 여론전’ 팽팽
‘하루 이용객 240명’ 김해공항 리무진, 예견된 실패…이복조 “졸속 행정”
[단독] 부산 동구, 전국 인구감소지역 중 유일하게 청년 늘어난 이유는?
부산 찾은 정청래 “해수부 이전 특별법·북극항로 지원법 연내 처리”
여권 부산시장 선거 구도 '출렁'
제명된 조병길 사상구청장 “지방선거서 구민 심판 받겠다”
부산 원도심 여관·빈집에 MZ 줄 선 이유?
'요즘 한화만 돈 번다'… M&A 승부사의 질주 [비즈앤피플]
'약속 어겼다' 공사기간 연장에 들끓는 지역 민심 [6년 늦어진 가덕신공항 개항]
이례적 금요일 브리핑 택한 국토부, 부울경 시민 여론 뭉개려 시도했나 [6년 늦어진 가덕신공항 개항]
부산 주요 철강업체 3분기 성적표 ‘울상’
환율 당국 개입에 19원 ‘급락’…코스피 4100선 ‘붕괴’
패딩 사려면 지금! 롯데·신세계 부산점 최대 70% 겨울 세일 시작
‘빛의 다리’ 광안대교, 12년 만에 새 옷 입었다
원달러 환율 1477.1원 ‘7개월 만 최고’…코스피 하락 마감
금융시장 ‘에브리씽 폴링’… 내 자산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GM, 한국서 사실상 철수?… 직영서비스센터 모두 매각
[단독] 해수부 부산 대이동 12월 8일부터 시작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24일 월요일(음력 10월 5일)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MBC '명랑운동회' 변웅전 전 아나운서 별세…3선 국회의원 역임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월요일(음력 9월 14일)
“독재 타도!” 46년 만에 다시 거리에 선 백발의 청춘들
부산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음악회 연다
부산에 가볼 만한 목욕탕은
밀양강 따라 절벽 잔도, 11월엔 황금빛 은행나무 금시당
'방송 패널 활약' 백성문 변호사, 암 투병 끝 별세…향년 52세
K팝, 그래미 본상 첫 지명... 美 언론 '드디어 주류로 인정'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1월 15일~ ]
'지방분권에 한 평생' 황한식 부산대 명예교수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