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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이사 들썩이는 지역사회 해양수도 기대감 높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출발한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9일 부산 임시 청사에 도착한 것이다. 임시 청사인 부산 동구 수정동 IM빌딩 앞에 도착한 20여 대의 5t 트럭에서는 이삿짐 박스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짐 대부분은 10일 부산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해운물류국 관할이다. 해수부는 오는 21일까지 실·국별로 단계적 이전을 완료하고 즉시 업무에 돌입한다. 23일 ‘해수부 부산 시대’ 개막을 알리는 공식 개청식도 연다. 해수부 이사에 지역사회가 모처럼 활기를 띠며 들썩이고 있다. 해양수도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해수부의 첫 이삿짐이 해운물류국 관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해운물류국은 해운정책과, 항만물류산업과 등 해운·항만물류 관련 6개 부서와 1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해양수도 조성, 북극항로 개척 추진 업무 등을 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이다.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탈바꿈시키는 초석이다. 북극항로가 부울경 지역 전후방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를 담당하는 해운물류국이 가장 먼저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해수부 부산 이전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청사 주변 시민들은 ‘해수부 부산 시대’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사 인근 상인들은 해수부 이전으로 침체된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 점심 때 식당 예약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한다. 해수부 직원 800여 명의 식사, 회식 등 고정 수요는 물론 민원인 방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수부 공무원 노조는 부산 동구청 노조로부터 수정동 맛집 리스트를 받아 직원에게 공유할 정도라고 한다. 인근 상가와 사무실 등 임대 문의도 잇따르면서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띤다. 해수부 이전이 인근 상권부터 활성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부산 지역 경제 전체로 파급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해수부 부산 청사 입주는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다. 세계적 물류 거점이자 해양 현장인 부산에 해수부가 자리함으로써, 정책 결정 속도와 현장 밀착도가 크게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해수부 이전의 가치를 높이고,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 완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다. 실질적인 해양정책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한 해수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또 해양 행정·사법·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HMM 등 해운물류 기업 본사의 신속한 이전을 통해 해양수도권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해수부 이전을 동력으로 삼아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완성하도록 지역사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금정산 국립공원 관리 공백기 메울 대책이 필요하다
금정산의 국립공원 승격은 부산 시민에게 뜻깊은 성과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크다. 국립공원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통해 체계적인 보전과 활용의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정산 국립공원은 내년 예산과 관리 체계가 불분명해 첫해부터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립공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예산 공백 탓이다. 탐방로 정비, 안전 안내 인력 배치, 공원 시설 보완 등 국립공원 본연의 사업 예산은 2027년에 확보된다. 이대로라면 명품 도심형 공원을 기대하고 온 방문객들에 큰 실망감을 줄 것이 뻔해 대책이 시급하다. 금정산 국립공원 공식 지정일은 내년 3월 3일이다. 이날을 기해 법적 지위가 발생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내년에 국비 34억 원으로 금정산 자연·생태·환경 기초 현황 조사를 계획하고 있고, 부산 지자체는 기존 관리 업무에 초점을 맞춘 예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면모를 갖추는 데에 필요한 신규 사업·시설은 2027년 2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확보돼야 본격화된다. 승격 첫해인 내년에는 예산이 없어 신규 서비스와 관리가 공백 상태에 놓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37년을 기다려 실현된 국립공원 승격 효과를 시민들이 체감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예산의 엇박자는 과도기적이지만, 기존 시설과 조직, 예산이 없이 공원이 출범하는 점에서 관리 체제가 안착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도립공원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전환되지만 금정산만은 비보호지역에서 곧장 승격된 드문 사례다. 백지상태에서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운영 체계를 설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점은 행정으로서는 난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도, 조직도 없어서 도리가 없다’면서 팔짱을 낀 채 방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역의 첫 국립공원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방문할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립공원공단과 부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부산 최초의 국립공원이 출범 첫해부터 시민에게 실망을 안겨선 안 된다. 국립공원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체제의 변화와 시민의 체감도다. 시행착오와 행정 혼선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국립공원공단과 부산시는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효율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비 예산이 확보되는 2027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첫해부터 국립공원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 의견을 반영한 금정산 맞춤형 관리 계획으로 예산 확보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공단과 부산시는 신속한 협의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설] 자율주행 시대 선도할 부산의 실증 도시 도전 주목한다
부산시, 부산법인택시조합, 포니AI의 국내 파트너사인 포니링크가 부산 지역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도입 논의에 나섰다고 한다. 부산시가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 지역을 우선 선정하고 ‘부산형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모델’을 실제 택시를 운행하는 조합과 기술력을 갖춘 포니링크가 구축하는 것이다. 시와 택시업계는 운행 지역, 요금 체계, 기사(운수종사자) 역할, 안전관리 기준 등 세부 도입 방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자율주행 택시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적극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율주행 실증 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흐름에서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할 부산의 실증 도시 도전이 주목된다. 국내 현행법상 자율주행은 기사가 운전석에 탑승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레벨3 수준이다. 현재 세종시, 서울 강남구를 포함해 17개 지역에서 버스, 트럭 등 471대가 인가받아 132대가 운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자율주행 택시가 지난해부터 심야에 운행 중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택시를 유력한 자율주행 실증 도시 주행 모델로 본다. 부산의 경우 에코델타시티, 오시리아에서 이미 자율주행 버스가 달리고 있다. 최근 미국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도 시연한 바 있다. 부산이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베드’로서의 도시 가치를 이미 입증한 셈이다. 부산이 시범도시 지정을 통해 선제적인 자율주행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자율주행 실증 도시는 전국 지자체 47곳이 운영 중인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 내 일부 구간으로 실증 구간이 제한돼 자율주행 기술의 원천인 데이터 축적에 제한이 많다. 미국과 중국은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무대로 삼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구글사 웨이모의 실증에 돌입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억 6000만㎞, 운행 대수는 2500대에 달한다. 중국은 바이두, 포니AI 등이 전역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주행 실적을 쌓고 있다. 자율주행 산업에 뛰어든 국내 전체 기업을 모두 합해도 누적 주행거리 1306만㎞, 운행 대수는 132대에 그친다. 우리도 대규모 실증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부산 법인 택시업계가 자율주행 택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경영난과 택시 기사 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자율주행 택시 확산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가 부산을 자율주행 택시의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운행 실적을 쌓아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국내에 자율주행 택시 도입을 위해서는 관제 센터 설립 등을 통한 차량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기반 인프라이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법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규제 완화, 데이터 개방, 실증 지역 확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엑스포 백서' 숨기기
2년 전,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을 때 참담했다. ‘119 대 29’라는 투표 결과는 부산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도 화나고 놀라게 했다.그런데 괜히 흥분했었나 보다. 속이 좁았거나, 아니면 멀리 내다볼 줄 모르는 어리석음이었다.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사실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 얼마 전 발간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활동 백서’를 통해 뒤늦게 알았을 뿐이다.백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이번 도전을 통해 국가의 역량과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또 엑스포 유치 여정에서 한국과 부산이 얻은 유·무형의 성과들이 적지 않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보여준 노력과 국제 협력 의지는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었고, 향후 유사한 국제행사 유치 과정에서도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대한민국과 부산에 대한 홍보 효과도 상당했다. 엑스포 유치 경쟁은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공식적인 마케팅 무대였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외국 정부와 협력하며 경제적, 외교적 네트워크를 넓혔다. 이를 통해 다양한 국제 협력 관계를 형성했고, 기술력과 혁신성을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부산은 글로벌 도시로서의 입지를 강화했고,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도시로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부산은 유치 활동을 통해 도시의 가치와 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 결과 글로벌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고, 기업 투자 유치 성과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부산시는 시 홈페이지를 통해 백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자랑거리를 왜 그렇게 꽁꽁 숨겨놓았는지 궁금하다. 시 관계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백서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빗발친다. 홈페이지 검색창에 ‘엑스포 백서’라고 치면 아예 접근도 안 된다. 개인정보 유출로 초대형 사고를 친 ‘쿠팡’이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로 소비자들의 분통을 터뜨렸는데 엑스포 백서 찾기도 그런 수준이다.부산은 엑스포 유치에만 실패한 게 아니었다. 백서 만드는 것도, 이를 활용하는 것도 실패했다. 과거를 통해 미래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력과 자세로는 2040년 엑스포 재도전 결과도 뻔하다.박석호 선임기자 psh21@
논설주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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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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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세상톡톡] 차라리 슈바이처 박사에게 맡기고 싶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국내에선 아프리카에서 의사로 활약한 에피소드만 주로 알려져 있지만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위인이다. 30세까지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정통 인문학자였다가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한 꿈을 실현하겠다며 7년 동안 의학 공부를 해 37세 늦깎이 의사가 됐다. 음악에도 뛰어나 오르간 연주 실력은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었던 당시 유럽에서도 일류로 꼽혔다. 특히 구형 파이프 오르간 연주 실력이 출중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는 흑인들을 살리더니 유럽에서는 파이프 오르간을 되살렸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슈바이처 박사의 활약상은 그가 선교를 위해 아프리카 땅을 밟으면서 시작된다. 유럽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열악한 아프리카의 의료 수준을 본 그는 간호사 면허를 획득해 의사 남편과 봉사의 길을 나선 부인과 함께 전방위적 의료 행위에 몰두한다. 감기 몸살과 같은 경증 환자부터 복통과 고열에 시달리는 내과 환자와 맹장염 같은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까지 가리지 않고 돌보았을 터이다. 난산으로 힘들어 하는 임신부를 만났을 땐 산부인과 의사로도 활약했을 것이며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병원을 찾아온 모든 환자들을 기꺼이 치료했을 것이다. 다재다능한 그가 진료에서 진료 과를 가리며 뒷짐졌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슈바이처 부부의 활약으로 당시 해당 지역에선 어떤 유형의 응급환자라도 진료를 받아보지도 못 하는 일은 없었을 것임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게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무대를 21세기로 접어든 지도 벌써 수십 년이 된 대한민국으로 옮기면 슈바이처 박사가 활약하던 시대보다 더 열악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현실을 마주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건물에서 추락해 사경을 헤매던 중 119 구급차에 실려갔으나 응급 치료를 받아보지도 못 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표적 ‘응급실 뺑뺑이’ 사례로 불린 이 사고는 119 대원이 추락 후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를 보고 소아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다가 마땅한 의사가 없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할 환자를 소아신경과 진료 가능 병원으로 보내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들이 나돈다.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가 있었던 2012년 이전엔 응급실에 일단 도착한 환자를 초기 진단한 뒤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 작동했으나 지금은 119에만 응급실 타진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지적돼야 하는 것은 이 같은 중증 응급환자를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없더라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왜 없느냐 하는 점이다. 일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는 왜 응급 진료가 안 되는 것이며 어떤 의사라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일단 치료부터 하고 보는 일이 왜 그다지 힘든지 일반 국민들은 너무나 이해하기가 힘들다. 비행 중인 여객기 안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기내에서 특정 과 전문의를 찾고 있진 않을 것 아닌가. 어떤 의사든 도움을 주려 뛰어오고 응급 진료부터 하고 봐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함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일단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인지상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대해 의료계는 사법 리스크를 원인으로 꼽는다. 의료계는 신생아의 응급 수술을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 전문의가 시행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자 법원이 담당 진료 과가 아닌 일반외과 의사가 수술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판결을 한 전례를 든다. 응급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한 의사에게 징벌이 내려진다면 의사들은 방어를 위해 조금이라도 과 이름이 다를 경우 응급 진료를 하지 않으려 든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응급 진료에 임한 의사가 고의나 중과실을 범한 경우가 아니라면 책임을 덜어주는 방안이 시급히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 불기소를 원칙으로 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 배상이 필요할 경우 민사소송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피고를 대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시스템의 부실이든 과도한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방어 진료든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의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시스템이 부실하다면 이전에 제대로 작동했다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부활을 검토해야 할 것이고 사법 리스크가 문제라면 국회가 나서서라도 법적인 뒷받침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과를 가리지 않고 진료를 한 슈바이처 박사에게 응급 진료를 맡기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푸념에도 할 말이 없어질 터이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세밑에 불확실성의 해를 돌아보다
2025년은 ‘불확실성’이 더 이상 수사가 아니라 일상의 질서를 규정하는 새로운 실체적 환경이 된 해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발 통상 규범 재편, 에너지 공급망의 요동, 기후변화 대응의 후퇴, 세계 각지의 전쟁과 세계 각국의 극단주의 세력 부상이 불러온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유럽에서 터져 나온 세대 갈등이 겹치며 국제 질서에서 ‘예측가능성’의 가치는 마치 박물관에서 찾아봐야 할 정도로 희귀한 것이 되었다. 학자들이 늘 강조해 온 ‘미국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라는 명제는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설득력을 잃었다. 한 국가 지도자의 성향이 세계 질서의 규칙과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로 확인했다. 트럼프의 약탈적 통상의 충격부터 거리로 쏟아진 청년층의 분노까지 새해엔 균형·가치 지킬 수 있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수십 년간 국제무역을 지탱해 온 WTO 중심의 다자주의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고, 강대국의 정치적 의지가 규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관세를 외교·안보·산업정책의 도구로 삼아 국가 간 교역을 ‘상호이익의 장’이 아닌 ‘양자 흥정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무역 질서는 보편적 규범을 잃고 국가 간 체급과 영향력이 규칙을 결정하는 일방적 구조로 재편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가 공식 서명하고 의회가 비준한 한미 FTA마저 무력화되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전후 질서를 떠받쳐 온 다자주의의 후퇴이자 글로벌 공공재의 해체라는 의미를 지닌다. 2025년 국제 질서를 규정한 또 하나의 축은 에너지 안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불안정이 겹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었고, 주요 수송 경로가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자 각국은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며 안정적 조달 확보 경쟁에 나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기후 거버넌스에 결정적 타격을 주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미국이 재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탄소감축 의제와 기후협력 메커니즘에도 깊은 균열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탄소세 도입을 ‘녹색 사기’라 비난하며 반대했고, 탄소세에 찬성하는 국가에 대해 관세 부과, 항만 입항 금지, 비자 제한, 정부 계약 금지, 항만 수수료 인상 등 다양한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의 이 같은 압력으로 인해 IMO의 선박 탄소세 도입은 1년 연기되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축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속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IRA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결국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믿고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유럽의 기업들만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2025년의 불확실성은 국제 정세를 넘어 사회 내부의 균열로 확산되었다. 유럽에서는 청년층이 주거비·교육비·불안정 노동에 짓눌린 채 ‘기회 없는 성장’을 호소했다. 고령사회 진입이 본격화하면서 청년층의 노년층 연금 부담이 급증했고, 대부분 선진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청년 세대에 떠넘겨질 국가 부채 역시 증가하였다. 청년층은 결국 ‘부모 세대를 떠받치지만 자신은 누구에게도 받쳐지지 못하는 세대’라고 자기 세대를 규정하면서 좌절감에 휩싸여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 격렬했다. 고물가·실업·부패 속에서 청년층은 미래를 빼앗겼다는 절망감으로 거리로 나섰고,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대규모 청년 시위가 대통령 사임과 군부 개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일부 국가에서는 청년 항의가 조기 총선과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청년층의 절망이 한 국가의 정치 체제를 직접 흔든 한 해였다. 2025년은 다사다난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해였다. 국제 질서는 흔들렸고, 경제와 사회는 새로운 균형을 찾지 못한 채 요동쳤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이 남긴 교훈은 분명했다. 불확실성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관리하고 준비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환경이라는 것이다. 2026년의 문턱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묻는다. 더 신중한 판단과 깊은 성찰, 그리고 함께 나아갈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지금,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은 단순한 시간의 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질문의 장이 된다. 바라건대 2026년은 갈등보다 협력이, 불안보다 신뢰가 더 앞서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일상화한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지향하는 균형과 가치가 흔들리지 않고, 모두의 희망을 모아 새해에도 굳건히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노벨상 강국 미국의 치트키 '이방인'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 중에 노벨상 소식이 있다. 수상자 발표가 들리면, 겨울이 시작될 즈음이다.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고 수상 소감이 들리면, 이제 정말 한 해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2025년 시상식은 오는 10일에 열린다. 올해도 분야별로 총 1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역시 미국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거의 매년 미국이 일등이었다. 지금까지 노벨상의 개인 수상자는 990명으로, 이 중 424명이 미국인이다. 이중 국적 등의 기준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여하튼 노벨상의 40% 이상은 미국이 챙겨갔다. 미국이 노벨상 강국이 된 이유로 우수한 교육과 세계적인 연구소, 막대한 과학 투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만의 ‘치트키’가 있는데, 바로 이민자이다. 미국정책재단(NFAP)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의 31~35%가 이민자였다. 이민자 가정의 2세들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2016년엔 6명의 미국인 수상자 전원이 이민자이기도 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엔리코 페르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2차 세계대전 직전 나치를 피해 유럽의 과학자들이 대거 대서양을 넘었다. 그 덕에 미국은 핵폭탄도 만들었고, 확실한 패권 국가로 성장했다. 과학 분야만 아니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이민자 유입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장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은 러시아,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남아공, 젠슨 황(엔비디아 창업자)은 대만, 사티아 나델라(MS CEO)는 인도 출신의 이민자이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이민자가 미국의 성장 시기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줬다. 만일 과거의 미국이 유럽의 도망자들을 거부했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적대시해 국경을 막았다면, 지금의 미국은 많이 초라해졌을 것이다. 그랬던 미국이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을 구금하고 내쫓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아시아에도 개방을 통해 극적으로 성장한 나라가 있다. 1965년 떠밀리듯 말레이시아에서 분리 독립한 싱가포르는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종교도 제각각이었다. 갈등의 씨앗이 될 법했던 다양성을 싱가포르는 인종·종교를 서로 인정하는 문화로 승화시켰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에 더해 영주권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며 노동력과 인재를 모았다. 싱가포르의 틀을 세운 리콴유 초대 총리는 “다양한 민족이 갈등 없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강한 의지와 일관된 정책의 결과다”며 다민족 개방적 사회를 이룬 것을 싱가포르 성공 이유로 꼽았다. 일본은 정반대의 사례다. 미국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됐다. 잃어버린 10년이 거의 잃어버린 30년이 된 느낌이다. 특히 ‘노동력 공급 부족’이 구조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이 없으니 경제가 활력을 잃는 건 당연했다. 폐쇄적 이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은 문화적 동질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에 배타적이었다. 2010년 이후로는 정책 변화를 시도해 외국인 노동자가 몇 배가 늘어, 전체의 3%를 넘겼다. 그래도 OECD 중 여전히 최하위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4년 기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이주민을 포함해 약 265만 명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5% 정도다. 이미 국내 조선업이나 중공업, 건설현장 등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기 어렵다. 외국인 유학생, 이민자들도 국내 경제 활동에서 일정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OECD 웬만한 나라들은 체류 외국인 비중이 10%를 넘고 20~30%인 곳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이방인이 우리를 찾아와 이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부산일보〉에 실린 ‘내겐 여전히 낯선 부산’이라는 기획 기사는, 이 도시가 글로벌허브를 지향하지만 외국인과 이민자들에게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외국인 이웃이 생길 것이라면, 기사의 지적대로 이들과 잘 융합하는 것도 고령화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 사실 외모와 살아온 배경이 이웃의 조건은 아니다. 한국인 얼굴에 한국식 이름을 가지고 한국에서 큰돈을 벌지만, 정작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며 개인정보 유출 파문을 일으킨 이도 있다. 반면 생김새는 달라도 지역 사회에서 함께하고 있는 가까운 이주민도 있다. 누가 우리의 진짜 이웃이겠는가.
[노트북 단상] '이 기사는 AI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산일보〉 홈페이지를 꾸준히 접속한 독자라면 최근 변화 하나를 눈치챘을 것이다. 첫 화면 스크롤을 내리면 왼쪽 아래에 ‘부산일보 AI 보도 활용 준칙’이란 배너가 생겼다. 클릭하면 AI 프로그램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때 지켜야 할 원칙과 윤리, 단계별 지침 등이 나온다. 〈부산일보〉는 올 하반기부터 기자들을 중심으로 ‘AI 보도 활용 연구회’를 구성했고, 내외부 의견 수렴 끝에 지난 2일 준칙이 탄생했다. 관련 내용을 알리는 기사에는 예상한 대로, ‘AI로 기사를 쓴다고?’라는 놀라움부터 ‘AI를 활용해 기사를 더 잘 쓰도록 해야 한다’ ‘조금 지나면 사람보다 AI가 더 기사를 잘 쓸 것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미국 언론계도 AI 활용이 화두다. AI 선진국답게 수년 전부터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취재 현장에 적용해 왔다.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주요 언론사들이 ‘AI 글쓰기’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환각’ 현상 때문이다. 팩트로 먹고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생성형 AI의 ‘환각’은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거짓말 잘하는 기자, 소설 쓰는 기자인 셈이다. 반면, 글쓰기의 전 단계인 기획과 취재 활동에는 AI를 널리 장려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요즘 기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는데, AI 검색은 정확도와 적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도 AI 프로그램이 유용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재빨리 요약·분석해 미처 사람 기자가 놓친 유의미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투명성’이다. AI를 활용해 뉴스를 제작했을 때 독자에게 어떻게,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는 기사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뉴스 신뢰도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트러스팅 뉴스(Trusting News)’의 활동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협력사 독자 60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94%가 ‘기자가 AI를 사용했을 때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92%는 ‘AI를 활용한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사람이 검토했는지 알고 싶다’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러스팅 뉴스는 AI 활용 정보공개 예시 문구(템플릿)를 만들어, 언론사들이 두루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언론 환경의 차이가 있지만 이번 부산일보 AI 준칙 제정에도 미국 사례를 참고했다. 여느 언론사와 달리 선언적 수준을 넘어 사례별로 구체적인 정보공개 템플릿까지 마련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AI를 쓰는 오늘날, 굳이 세세한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기자 개개인마다 의견이 나뉜다. 그럼에도 부산일보가 앞장선 건 뉴스 소비자의 관심·요구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언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아가 AI 시대에 걸맞은 언론의 책임감을 스스로 부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부산일보 AI 준칙의 맨 첫 줄에, AI는 뉴스 제작의 효율성·창의성·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못박았다. 똑똑한 도우미와 함께 만들어낼 더 유익하고 한층 깊이 있는 〈부산일보〉 콘텐츠를 기대해 주시길.
[중앙로365] 디지털자산, 제도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
최근 지인을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를 하나 접했다. 일찍부터 디지털자산에 투자해 온 자산가였는데, 가업 승계와 자산 이전을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자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처분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이전할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물론 제도적 불확실성이라는 장벽을 마주한 것이다.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었다. 법적으로 공인된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안전하게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승계 프로세스가 부재하다 보니, 자산이 있어도 이를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물려주는 과정 자체가 골칫덩어리였다는 후문이다.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일부의 ‘투기적 부수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속·증여·가업 승계와 같은 전통적인 자산관리 영역에서도 기존 금융자산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제도적 보호와 명확한 기준이 절실해졌다.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 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제 개인의 영역을 넘어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게 선명한 과제가 되었다. 올해 디지털자산 시장은 큰 기대 속에 출발했으나, 실제 속도는 더뎠다. 발행·유통 기준, 디지털자산 현물 ETF, 내부통제,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후속 입법은 여러 이유로 지연되었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과 규제의 정합성이 미비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잠시 주춤한다고 해서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글로벌 시장의 문법은 이미 바뀌었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통해 기관 자금의 진입을 일상화했고, 유럽은 MiCA(미카) 시행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기업 회계와 결제 시장에서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디지털자산이 기업의 재무 전략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디지털 자산 재무 전략(Digital Asset Treasury)의 부상이다. 이는 기업이 잉여 현금을 단순히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만 묶어두지 않고,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형태로 보유하며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국경 없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에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 금융망이 멈추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을 즉시 이전할 수 있으며, 복잡한 중개 은행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환전·송금 수수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일찍부터 디지털자산 전략을 채택한 이유도, 디지털자산이 제공하는 ‘24시간 유동성’과 ‘운영 효율성’이 이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과정에서 환 헤지, 해외 결제 간소화, 공급망 정산 자동화 등 실질적인 수요는 이미 차고 넘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실물 경제와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금융망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가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현실화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안전한 보관(Custody)’이다. 기업이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수탁 인프라 없이는 디지털 자산 재무 전략도, ETF(상장지수펀드)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은행 수준의 보안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커스터디 인프라가 제도권 금융 진입의 장벽을 낮추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상속·증여, 회계, 수탁,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은 서로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제도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당국과 국회 모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한 숨 고르기였다면, 다가올 2026년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초 공사’를 끝내고 제도권 금융의 본류로 진입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 기업용 재무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핵심 축이다. 디지털자산은 이미 우리 삶과 기업 활동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다. 다가올 시간이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국에서] 내 아이는 학폭 피해자다!
오늘 칼럼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연팔이’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지난 2년여 동안 소수자(?)의 삶을 경험했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의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폭 피해를 당했고, 결국 2학년이 시작되며 자퇴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개근할 정도로 학교를 좋아했던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하며 결석이 잦아졌다. 억지로 교복을 입혀 학교에 보내려던 순간, 아이는 과호흡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제야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아이는 어렵게 말을 시작했다. 학교에 심하게 놀리며 몸을 부딪치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가해 학생들은 모두 상위권 성적으로, 공부 면에서는 학교에서 인정받는 기대주였다. 담임은 가해 학생의 자술서를 받고 적당히 화해시키는 걸로 사건을 끝냈다. 학교와 가해 학생에 대한 분노가 컸지만, 결론적으로 우린 아무것도 못했다. 학폭위를 열고자 했지만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아이의 호소에, 피해자인 우리가 되레 도망치듯 그 학교를 나왔다. 병원에서 받은 아이의 병명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환청·환시) 조현병’ ‘대인기피증’이었다. 그 후 1년간 아이는 스스로를 방에 가두고 자책과 자해를 반복했다. 힘든 시간을 견딘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청소년의 삶은 쉽지 않았다. 다수, 주류가 아닌 소수자로 산다는 건 또래 친구가 받는 복지와 정보에서 외면돼 뭐든 혼자 해결해야 했다. 대한민국에서 10대 후반 모든 청소년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평일 낮 학교가 아닌 곳에 있는 아이는 자주 의뭉스러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일반 고3들은 지역 교육청, 학력평가원의 모의고사로 수능 전까지 성적을 점검하고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담임과 수시·정시 전략을 준비하지만, 아이는 그 모든 것에서 제외된다. 당장 학교 밖 청소년은 모의고사 응시조차 고난이다. 학평 모의고사만 응시할 수 있고, 그마저 남은 자리를 찾기 위해 학원마다 전화를 돌려야 한다. 어렵게 자리를 찾으면 마감될까 싶어 당장 돈을 들고 뛰어야 했다. 물론 모의고사도 수능시험도 모두 비용을 내야 한다. 또래의 친구들이 무료로 급식을 먹고 예고된 날에 모의고사를 응시하는 게 당연하다지만, 학교 밖 아이에겐 당연한 게 없다. 청소년 센터에 등록하면 식사 쿠폰을 받을 수 있다기에 찾아가니 예산 부족으로 이번 달은 식사 지원이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 예산 문제로 학교가 급식을 주지 않았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현역 지원자의 특권이라고 불리는 수시 모집은 생기부가 없는 우리 아이에겐 논술 빼고는 가능한 선택이 없었다. 100점의 검정고시 성적표를 받았지만, 아이가 희망하는 서울의 대학들엔 쓸모없었다. 자퇴 소식을 들은 주변에선 “의대에 가기 위한 전략이네”라며 속 모르는 소리로 마음을 찔렀고, 그야말로 ‘할많하않’이었다. 코로나로 중학교 수학여행이 취소됐고, 자퇴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조차 가지 못한 아이에게 “수학여행은 어디로 갔냐”라는 질문들이 아프게 꽂혔다. 차별과 편견으로 힘든 삶을 산 소수자에 비해 배부른 투정처럼 들릴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고, 대부분 자신은 그저 보통의 다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장소 어떤 상황이 닥치면 순식간에 외로운 약자가 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모른 체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지난 겨울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친구가 갑자기 다리를 다쳐 목발에 의지해야 했다. 약자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집회를 연 친구였는데, 윤석열 탄핵 집회 후 이어진 거리 행진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다른 이의 보폭을 맞출 수가 없었다. 친구는 그때 처음으로 가쁜 숨을 쉬며 자신처럼 낙오된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배리어프리 관점에서 장애인도, 몸이 아픈 사람도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몸소 경험한 것이다. 언론사를 비롯해 정부 기관들이 젠더데스크, 인권데스크, 다양성데스크를 운영하는 것도 소수자가 느낄 수 있는 차별을 지적하고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미이다. 부산일보는 국내 언론사로선 두 번째로 젠더데스크를 설치해 지난 5년간 운영했고, 현재 여러 기자가 참여하는 젠더위원회로 확대 운영할 것을 고민하고 있다. 윤리와 인권, 다양성 존중은 기자와 ‘기레기’를 구분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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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롯데, 내년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나
롯데, 2차 드래프트 최충연-김주완-김영준 선발
‘제2회 부산일보 파크골프’ 화려하게 마무리
“상금 500만 원 부산파크골프 통합 챔프는 바로 나!”
단독 3위 KCC, 안방 8연전 통해 리그 선두 노린다
한국, 2026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서만 3경기
2년간 350억 ‘헛돈’ 쓴 롯데, 올해 FA 시장 뛰어드나
롯데 레이예스 남기고, 벨라스케즈 ‘퇴출’ 감보아 ‘대기’
읏맨 찾은 롯데맨
[부산바다마라톤] 광안대교, 1만 러너 건강 웃음으로 푸르게 물들다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변우민 나이는?… 19살 연하 아내 빛나는 '청순 미모'
'TV는 사랑을 싣고' 우지원 '한상수 전희철과 삼총사…서장훈 이상민과도 알아'
배우 변우민, 아내 김효진과의 나이차이는 '19살'…서울대 집안도 화제
배정남 닮은꼴, 싱크로율 100% 배우는?… 이수근x김희철 '열광'
신지가 공개한 코요태 원년 멤버 김구-차승민 근황은?
'인간극장' 이순재 나이 85세…배용준 디스하고 이병헌 칭찬한 이유
정준영 구속, 항문검사 할까?
노영국 전 부인 서갑숙 쓴 책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영화로, 19금 파격 영상 눈길
이상미, 요가 강사로 전향… 결혼 1년 만에 이혼한 사유는?
기적의 회의법, 무엇? '플랭크 미팅' 회의 시간 79% 단축…'옥탑방의 문제아들' 출제 눈길
'생방송투데이' 오늘방송맛집, 부어스트-부타동-강남나베-토핑돈가스-철판마늘치킨-충정로 라면-삼겹살떡볶이-천안 꽃잎만두 등…대박신화 어느날
조진웅 은퇴에 이준석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모순'
조국 '온 국민 싸울 때 침묵한 법원장 회의… 이제서야 '위헌'이라고'
[단독]이준석, 비공개 부산행…개혁신당, 캐스팅보터 노리나
이 대통령 첫 업무 보고 주제는 '균형성장'
이 대통령 '개혁은 가죽을 벗기는 것… 저항 없는 변화 불가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민주당, 정년 연장 입법 착수
8년 표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연내 처리 이목
‘조진웅 은퇴’ 두고 정치권 거센 갑론을박, 왜
민주당-통일교 '유착' 의혹 확산…대통령, 통일교 겨냥 '정교분리' 강조도
'국토 공간 대전환' 균형·지역 발전 부각한 이 대통령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춤… 보완으로 선회
다카이치 “독도는 日 영토” 또 억지 주장
롯데백화점 동래점 부지 소유주 변경에 시끌시끌
BNK금융 빈대인 회장 연임
내년 아파트 입주량 모자란 부산, 전세·매매 상승기류 탄다
가덕신공항 주민에게 재정착과 일자리 지원한다…부수사업 위탁시행도 가능
‘국민연금이 키운’ 회사, 中 자본이 품나…이지스 인수전 ‘논란’
무늬만 '구스다운 패딩'…거위털 함량 부족에 일부는 오리털 제품
해·수·동이 끌어올리는 부산 아파트값, 6주 연속 상승
KTX·SRT 통합한다… 고질적 좌석난 해소 기대 (종합)
“새 임기 맞아 해야 할 최우선 소임은 지역 금융 대전환”
LGU ‘익시오’ 통화내용 유출, 통신 3사 보안 문제 재부각
해수부 이어 기업도 부산행… ‘신해양수도 부산’ 본격화
KTX·SRT 통합한다…서울역에도 SRT, 수서에도 KTX
약 끊었다간 더 큰 위험 부르는 ‘침묵의 혈관질환’
이번 주말 벡스코 책잔치에 초대합니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9일 화요일(음력 10월 20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0일 수요일(음력 10월 21일)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2월 1일~ ]
청소년 2명 중 1명 아침 굶어… 담배 중복사용 증가세
“인공관절 교체 로봇 도입으로 정밀도 향상” [부산고려병원]
부산-칸 무용 프로젝트 ‘노 매터’ 칸 꿈의 무대 밟다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학생 문화공연 관람지원 '어릴적예(藝)' 매칭데이
[알림]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바다와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문학으로 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