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기회의 도시’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재균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인재양성단장

청년 유출 도시 경쟁력 하락 신호
‘도시 미래 매력적이지 않다’ 반영

새로운 고용 형태 적극 수용 필요
‘원격 근무’ 단기적 유출 방지
신산업·창업 활성화 근본 해결책

부산시와 비스텝이 원격 근무가 가능한 AI 마이크로 일자리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열린 자문회의 모습. 비스텝 제공 부산시와 비스텝이 원격 근무가 가능한 AI 마이크로 일자리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열린 자문회의 모습. 비스텝 제공

2024년 부산은 청년 순유출 부문(수도권, 세종, 대구를 제외한 12개 광역자치단체 비교)에서 경남, 경북에 이어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닌 도시 경쟁력 하락의 구조적 신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호가 고령화, 산업 성장 둔화, 서비스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유출 문제는 “도시의 미래가 매력적이지 않다”라는 청년 세대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산업구조가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지 않으며, 도전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더욱 역동적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 유출은 산업 변화 속도가 늦고, 기회의 폭이 좁은 도시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다.

현재 부산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디지털 기반 신산업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항만·물류·조선·자동차 등 지역 주요 산업은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빠른 글로벌 산업 재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직된 일자리 생태계 역시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부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마이크로 일자리’, ‘플랫폼 기반 전문직’,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등은 지역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AI 데이터 트레이너, 콘텐츠 검수자, 기술지원 프리랜서 등 디지털 기반 직무가 수만 개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도 이러한 구조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지역 내 디지털 산업 기반과 관계없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컴퓨터공학과 등 IT 관련 연간 졸업생이 5000명 정도인데 업계 수요는 1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3400명 정도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부산의 특화 산업인 제조업, 항만, 물류 등에서 AI 일자리 수요가 생기면 좋지만, 아직 전환이 더디다. 당장의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의 원격 근무 채용 연계 등이 부산의 청년 인재 유출을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부산의 주력 산업에서 신산업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노력이다. 항만 자동화, 물류 데이터 분석, 조선·제조업 AI 품질관리, 스마트 안전 시스템 등 부산 산업의 현장에서의 AI 적용 수요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원과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이 AI 수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AI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고, AI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신산업 수요 창출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도시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로 보아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부산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산업 성장의 가장 확실한 기폭제이며,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생태계의 중심이다. 부산은 다양한 산업군과 자연환경,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타 시도와 유사한 지원 정책과 유입 노력만으로는 그 잠재력은 발휘되기 어렵다. 보다 전문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의 성지”라는 명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의 부산은, 위기이자 동시에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변화된 고용 형태의 발 빠른 포용, 적극적인 디지털전환 수요 창출,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도시로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부산은 ‘기회의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나아가 외부 인재가 찾아오는 도시야말로 진정한 미래 도시이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의 모습일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