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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안한 추석 연휴… 더는 억울한 죽음 생겨선 안 된다
유난히 길어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응급실 문전박대는 일상이 되고,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최근 “명절에 가급적 멀리 이동하지 마시라. 교통사고가 나거나 했을 때 아마 병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괴담 유포자로 지탄받았겠지만 “의료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는 진단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상이 됐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마지막 기회다. 이견과 요구 조건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 풀어야 한다. 논의의 틀에 참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여야와 정부가 의료 단체와 접촉해서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 사이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 의료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거나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등의 막말이 올라온 것이다. 이에 앞서 응급실로 복귀한 의사를 부역자로 규정한 블랙리스트가 나돌았다. 엄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다. 의료계 전체가 아닌 극소수의 일탈이라 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 응급 현장이 위험에 빠져도 상관없다고 인식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직업 윤리의 추락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달은 데는 일방적 추진과 자극적인 언행으로 일관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의료 대란의 핵심은 불신이다. 정부가 애초에 2000명 증원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지 않은 게 불신의 출발점이다.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등 고위 당국자들의 실언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파견 군의관에 징계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오락가락 행정도 비판을 불렀다. 그나마 특검 정국으로 대치 중이던 여야 정치권이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실도 2025년도 의대 정원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전제 조건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공은 의료계로 넘어갔다. 의사협회 등은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 그리고 2025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한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고 입시 안정성도 보장해야 하는 난제다. 하지만 대화를 해야 해법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고,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게 중요하다. 국민을 설득할 책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있다. 여·야·정은 ‘열린 자세’를 천명하고 있다. 의료계도 공론장에서 불신을 푸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유연하되 책임감 있는 자세로 7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염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가덕신공항 공사업체 지각 선정, 집중과 안전이 관건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결국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항공정책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자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12일 결론 내린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에 출석해 경쟁입찰을 거듭 확인한 일을 상기하면, 불과 20여 일 사이에 정부 입장이 급변한 셈이다. “공사가 예정보다 크게 지연되는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할 수는 없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사업자 선정 난항으로 가덕신공항 전체 공정까지 차질을 빚는 데 따른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여하튼 이로써 가덕신공항 건설의 큰 장애물 하나를 넘어서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하겠다. 수의계약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국가 대상 계약은, 비록 예외 사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관련 법령상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또 가덕신공항처럼 공사비 10조 원이 넘는 국책 사업에서 수의계약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네 차례나 유찰된 상황에서 국토부가 다시 경쟁입찰을 고집하기는 어려웠을 테다. 빠듯한 공사 기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증, 유례없는 공법 난도, 사후 관리의 어려움 등이 유찰 사유였음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입찰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국토부가 무리하게 네 차례나 입찰을 진행한 것은 수의계약에 따른 특혜 논란을 의식한 명분 쌓기용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의 수의계약 방침에 따라 해당 공사는 단독 입찰에 응해 온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늦게나마 사업자 선정이 가시화됐으니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은 멀다. 우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최종 계약까지 세부조건 변경 협상 등을 두고 난항이 예상된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나 기본설계 적격성 심사 등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절차도 남아 있다. 지역 사회가 요구해 온 2029년 준공까지 공기를 맞추기 위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 여객터미널 건설이나 접근교통망 구축 같은 관련 사업과 보조를 맞추는 일 역시 중요하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신공항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다. 가덕신공항은 땅과 바다에 절반씩 걸쳐 지어야 한다. 안 그래도 공법의 난도가 높은데, 그동안 부지조성공사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최종 계약이 아무리 빨리 체결돼도 착공은 이미 예정보다 최소 4개월 이상 늦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준공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의 염원을 고려하면 안 될 말이다.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신공항이 제때 개항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철저한 계획 아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사업자와 당국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사설] 서울 갈 일 없앨 부산대병원 '지역완결형 메디컬센터'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비수도권 국민이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원정 진료에 한 해 2조 원이 넘는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에 따르면 비수도권 환자 3명 중 1명이 수도권 원정 진료를 받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의 지역 격차가 심화된 까닭이다. 비수도권 환자와 가족은 서울로 오가며 써야 하는 교통비, 숙박비 등으로 가계 부담이 크고, 천형처럼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주변에는 지방에서 온 환자들이 머무는 ‘환자촌’이 형성됐을 정도이다. 이로 인한 지역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같은 의료 격차가 지역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대병원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교육부에 신청했다고 한다. 706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36년 완공을 목표로 세웠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핵심 의무가 지역민에게 필수의료를 적절히 제공하는 공공의료이기 때문이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모든 연령의 시민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백 번 천 번 동감한다. 이는 정부가 ‘지역완결적 필료’ 확립을 의료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후속 조치라는 뜻에서도 의미가 깊다. 사실 부산대병원 응급실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권역응급센터가 아닌 지역응급센터에 머문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 부산대병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서비스 접근권 격차 문제 등을 지적하며 센터 신축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서울 원정 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의 의료 전문 인력 및 첨단 장비 확충 등 대대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다. 모든 국민이 전국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이를 위해서는 큰 병에 걸려도 최고 수준과 실력을 갖춘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점국립대병원의 의학 교육 및 진료 여건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번 부산대병원의 ‘지역완결형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 구축’을 계기로 ‘아프면 일단 서울로’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의 교육·의료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를 당부한다.
해리승 트럼패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TV 토론은 해리스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번 토론이 초박빙으로 전개되는 미 대선 레이스의 판세를 가를 분수령이라는 전망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첫 무대에 오른 해리스가 노회한 트럼프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는데 결과는 ‘해리승 트럼패’였다. ‘초짜가 놓은 함정에 베테랑이 걸렸다’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트럼프가 물었다’ 등의 반응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3명 중 2명꼴로 해리스가 잘했다고 했다. 해리스는 성공적 데뷔로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개 지지라는 선물까지 챙겼다.미 대선에서 TV 토론이 처음 등장한 건 케네디와 닉슨이 맞붙은 1960년 9월 26일이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케네디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경륜과 노련미의 닉슨을 압도했고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됐다. TV 토론은 미디어 정치의 시작을 알렸고 대선 판도를 가르는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1988년 TV 토론은 듀카키스 후보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사회를 맡은 CNN 앵커 버나드 쇼는 사형제 폐지론자인 듀카키스에게 ‘당신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한 사형은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듀카키스는 ‘아니오’라고 냉정하게 답했다. 듀카키스가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결국 부시에게 패했다.TV 토론에서 때론 비언어적 요소가 더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1992년 부시가 방청석 질문 도중 손목시계를 쳐다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대표적 토론 실패 사례로 전한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는 거만하고 참을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했다. 바이든 후보의 낙마도 결국 TV 토론 때문이었다. 울 것 같은 눈, 초점 잃은 시선, 벌어진 입, 한마디로 대통령의 멍때리는 표정에 미국이 놀랐던 것이다.미 대선을 바다 건너 남 일처럼 지켜볼 수 없는 게 우리 처지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외교 지형이 바뀌고 산업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우세 여부에 우리 증시의 관련 종목이 널뛰기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토론에도 등장한 북한 김정일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차는 한반도 정세에 직결된다. 미 대선 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리스 토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판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50여 일 남은 기간 섣부른 예단보단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강윤경 논설위원 kyk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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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섭 칼럼] 폐수 흐르던 태화강은 기적을 이뤘건만…
부산과 인접한 광역시인 울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공업도시’다. 번영을 구가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기틀이 울산에서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의 심장이 울산이다. 이런 이력으로 울산은 대표 공업도시의 타이틀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공해의 도시’라는 오명도 함께 떠안았다.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통과의례 같기도 했다. 울산의 공해와 오염 현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곳이 도심 정중앙을 지나 동해로 흘러가는 태화강이었다. 1990년대까지 온갖 폐수와 오수의 유입으로 악취가 진동해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이야기가 됐다. 2000년대 초부터 울산시가 ‘태화강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태화강 일대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2019년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연간 500만 명이 찾는 생태관광지로 변신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최근에는 ‘2028 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지로도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에선 전남 순천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공업도시이면서 정원도시’라는 언뜻 양립하기 어려울 듯한 두 가치의 공존을 실제로 증명하는 국제적인 본보기가 된 것이다. 환경오염과 공해로 신음하던 국내 최대의 공업도시 울산이 태화강의 기적 스토리를 발판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적인 정원도시로 변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2028년 4월부터 6개월간 열리는 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 장소도 이런 취지에 맞게 태화강 국가정원과 인근 삼산·여천쓰레기매립장으로 정했다고 한다. 모두 한때 폐수와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던 곳이다. 특히 태화강은 역한 냄새와 오염, 이를 견디지 못한 물고기들의 떼죽음 등 수질 등급을 말하기조차 민망했지만 지금은 지자체와 시민, 기업의 지난한 노력으로 1급수 수질에다 연간 5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생태 공원이 됐다. 울산시는 반전의 스토리를 품은 이곳에 박람회가 열리면 전 세계에서 1300여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람회를 계기로 도시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산업도시에서 ‘세계적인 정원도시’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비록 이웃 광역시의 일이긴 해도 매우 기분 좋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울산 태화강의 유쾌한 반전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부산의 동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론은 같지가 않다. 똑같이 도심을 흐르는 하천이건만 동천은 2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성지곡 수원지의 물을 활용한다는 방안까지 나왔는데 시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울산의 태화강과 비슷한 시기인 20년 전 무렵에 함께 수질 개선에 착수했지만 지금 양쪽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길이 46㎞에 달하는 태화강은 성공했는데 왜 동천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지 시민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이는 부산시의 행정 역량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정점에는 지자체 행정의 수장인 시장의 의지와 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근래 부산에서 큰 논란이 제기됐던 사례도 대체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철회나 백양터널 통행료 무효화, 이기대 공원 입구 고층 아파트 건립 논란을 꼽을 수 있겠다. 모두 시가 밀어붙이다 종국에는 반대 여론에 밀려 뜻이 꺾인 사례들이다. 결과적으로 시가 체면을 구기게 됐으나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는 지금 부산 시정의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박형준 시장이 ‘15분 도시’, 시민행복도시, 혁신 거점도시 등 큰 어젠다 위주에 빠져 있는 사이 정작 시민들의 실생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 공직 사회 내에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알게 모르게 대충주의와 보신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하나를 들어 전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하나를 통해 다른 열 가지를 알 수도 있다. 부산 시정이 점점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박형준 시장의 8기 임기 후반부를 맞아 더 많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드러난 시정의 여러 난맥상은 이의 전조일 수 있다. 지역에선 벌써 박형준 시장의 3선 도전설에다 대권 도전설까지 온갖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 들린다. 하지만 시장 임기는 2년이나 더 남았고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미덥지 않은 말에 솔깃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삶에 더 천착하는 모습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부산에도 울산처럼 좋은 소식이 자연스레 오지 않을까.
[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15조 VIP 고객을 잡아라
지난해 9월 울산시금고를 두고 경남은행과 국민은행이 격돌했다. 시금고 선정은 지자체의 예산을 관리하는 은행을 정하는 일이다. 접전 끝에 경남은행이 울산시금고를 유치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경남은행은 울산 영업점 전체 간판에 ‘울산 경남은행’을 새겼다. 울산과 경남은행이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사건은 금융권에서는 은행 간판을 바꿀만큼 은행이 가지는 지자체 금고 유치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회자된다. 부산 금융권의 최근 최대 화두는 부산시금고다. 부산시 예산 15조 원을 관리할 은행이 24일 최종 선정된다. 지역 은행인 부산은행이 2000년부터 24년간 시금고 주금고를 수성해왔다. 이후 4년에 한 번 벌어지는 입찰마다 한 차례 경쟁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냈다. 왜 은행들은 시금고에 사활을 걸까. 은행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5조 원 예산 중 은행 계좌에 머무는 돈은 8000억 원 남짓이다. 하지만 ‘예금을 하지 않는 시대’에 예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 입장에서 거액의 예산을 굴리는 고객인 지자체는 매우 매력적인 고객이다. 수도권 지자체 금고는 시중은행 간 과당 경쟁이 붙어 ‘레드오션’이 됐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시중은행, 국책은행은 지역으로 ‘남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앞다퉈 부산과 상생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후원금을 시금고 선정 전 내놓고 있다. 시금고 평가 항목에 지역 사회 공헌 항목이 엄연히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부산신용보증재단에 출연금 액수로 은행들이 경쟁을 한 것, 최근 잇달아 지역 사회에 거액의 사업비와 함께 정책 지원을 하는 것도 시금고와 분리해 생각하기는 어렵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백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씁쓸함이 몰려온다. 치열하게 부산에 구애를 던지는 은행들이 24일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하는 우려에서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2028년이나 돼서야 은행들이 또 사회공헌 ‘벼락치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다. 부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시라는 15조 원 VIP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지역에 많이 공헌하는 은행이 시금고에 선정됐으면 한다. 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이 금리, 향후 지역 사회 공헌 예산인 협력사업비 같은 숫자를 꼼꼼히 살폈으면 한다. 또한 15조 원을 맡기는 VIP고객의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4년간 은행이 꾸준히 VIP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을지도 꼼꼼히 따졌으면 한다.
[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대한 단상
지난 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의 22층 빌딩 허츠 타워가 폭파됐다. 수리비 2200억 원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1983년에 지어진 허츠 타워는 40년간 이 지역 대표적인 마천루로 꼽혔으나 2020년 허리케인의 여파로 심각하게 파손됐고 건물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 4년간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매각은 되지 않고 소유주인 허츠 그룹이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철거를 결정했다. 건물 폭파 비용만도 93억 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하니 남의 나라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미 이상기후는 농산물 가격을 흔들었고, 1년 중 절반이 여름이 될 수도 있다는 기후위기 앞에서 부산이라고 비켜갈 수 있을까. 부산에는 허츠 타워보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하다. 태풍만 와도 비상인데, 해일이나 허리케인이 몰려온다는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러웠다. 기후위기와 인구절벽 앞에서 도시 부산의 미래는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지금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양질의 일자리 부족, 수도권과 교육·문화의 격차로 인한 청년 유출, 거기다 저출생 및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과 맞물려 늘어나는 빈집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듯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중·단기 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며 급속하게 팽창한 도시다. 대한민국 재건 당시 교육, 문화, 경제의 주요 동력이었고, 한편으로는 전국의 피란민을 껴안으며 성장했다. 도시 개발 이전에 정착한 피란민들은 마을을 만들었는데,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주택개량사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1980년 이후부터 그야말로 우후죽순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 재개발·재건축과 함께 이룬 아파트 숲은 골목을 없애고 이웃을 단절시켰다. 이 시기 교육, 문화, 산업은 빠른 속도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남은 아파트들은 재건축, 노후 주거지는 재개발 혹은 도시재생으로 결을 달리 했다. 재건축된 아파트는 용적률을 높여 점점 더 높아졌고, 타산이 맞지 않은 노후지역은 도시재생을 진행했음에도 사업이 끝남과 동시에 활력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빈집이 늘어나는 마을에 근원적 대책 없이 제한된 예산으로 진행된 도시재생은 정체가 모호해진 상태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어디에 사느냐가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규정하듯, 집은 점점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에서 최종 탈락한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사업만 해도 그렇다. 구덕운동장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에 들어섰다. 1940년 ‘노다이 사건’이라 불리는 항일학생운동도 여기서 벌어졌다. 해방 이후 ‘부산공설운동장’이라고 이름을 정했고, 1985년 사직야구장과 사직실내체육관이 문을 열면서 ‘구덕운동장’으로 명칭을 바꿨다. 구덕운동장은 사직야구장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부산 지역 스포츠의 메카였다. 부산의 미래유산 목록에도 들어있는, 말 그대로 부산 지역 운동장의 역사 그 자체다. 2023년 12월 구덕운동장 재개발사업 대상지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로 선정됐다. 공모에서 최종 확정됐다면 부산시는 국비 최대 250억 원과 시비 250억 원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 테지만, 결국 무산됐다. 축구 전용구장과 문화·생활체육시설, 상업·업무시설 등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으나, 800가구 규모의 고층 아파트 설립 계획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주민들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아무래도 주변 환경이 공공의 성격보다 사유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만약 구덕운동장 재개발사업 계획에 고층 아파트 대신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덕운동장이 소재한 부산 서구는 주요 대형병원이 모여 있어 의료관광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동아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이 있고 메리놀병원도 10분 거리다. 구덕터널만 지나면 지척에 백병원이 있다. 지식산업센터에 특화된 의료 관련 산업을 유치하여 주변 병원들과 연결한다면 서구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더한 경제, 산업,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원도심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변화의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인구절벽을 맞은 지금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재생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변화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
[공감] 기억이 만든 기억
사람의 생각과 판단의 근간은 모두 기억이 아닐까 싶다. 당장 뭔가를 떠올려 봐도 그렇다. 어떤 모습, 대화, 단어, 현상, 뜬금없는 계획…. 무엇을 상상하든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떠올려진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도 결국은 오랫동안 쌓아온 기억의 결과가 아닌가. 그래서 개개인이 가진 기억은 삶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삶 자체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까마득히 오래된 기억이 있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 스틸사진처럼 순간의 장면만 떠오른다. 나는 엄마의 등에 업혀 있었고 막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그때 보았던 것은 초가의 처마와 창이 뚫린 낮은 황토벽이었다. 그리고 벽 안쪽에서 소의 나지막한 울음을 들었다. 기억의 영상은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영상에는 또 다른 감각들, 이를테면 삭은 짚 더미 냄새와 뜨끈한 여물통에서 피어나는 증기가 뒤섞인 형언할 수 없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내가 몇 살 때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정황으로 그곳이 외갓집의 어느 장소였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도 이끼 낀 시골의 오랜 담벼락을 보면 왠지 삭은 짚 더미 냄새가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의 친정, 즉 외갓집의 풍경은 내 유년의 기억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나지막한 산 앞에 앉은 외갓집 앞에는 이삭을 피우기 시작하는 벼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초록 물결은 구불구불 가로지른 개울둑에 막혀 되돌아오고, 그보다 더 까마득한 지평엔 기적을 울리며 나타나 어린 시선을 사로잡고 마는 동해남부선 기차의 행렬이 있었다. 어렸던 나는 외갓집 대청마루에 앉아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내 기억의 바닥을 차지할지 모르고 마냥 바라보기만 했었다. 여름밤, 대나무 평상에서 외할머니 무릎을 베고 칭얼거리다가 문득, 숨 막힐 정도로 황홀한 밤하늘의 은하수를 목격했었다. 처음 보는 그 장관에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은하수의 현기증을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저 침묵으로 하늘의 끝과 끝을 더듬었었다. 기억의 단편은 뒤죽박죽이다. 바닷가에서 고둥을 줍다가 발견해 내 손바닥 위에 올린 성게의 보일 듯 말 듯 한 움직임. 그리고 따갑지도 간지럽지도 않은 아슬아슬한 손바닥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무심코 휘둘렀던 내 잠자리채에 부딪혀 죽어 가던 제비의 까만 눈. 밤마실 가는 외할머니 따라 농로를 걷다가 내 옷에 앉은 반딧불이의 깜박이는 불빛. 그렇다. 그것들은 모두 일종의 신호였었다. 무엇을 뜻하는 신호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신호에 따라 평범했던 사건이 전혀 다른 의미의 기억으로 변하기도 했었다. 또 그런 신호에 따라 불쾌했던 사건이 망각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기억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기억은 언제나 기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기억이 쉽지 않았던 만큼, 망각 또한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쁜 기억은 지우려 문지를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은 나도 모르게 구멍이 숭숭 뚫린다. 기억이란 본디 그런 것이긴 하던데, 똑같이 체험하더라도 개인마다 다른 신호에 따라 다른 의미를 만들고 전혀 다른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 또한 기억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내면의 기억들이 궁금하다. 언제, 어떻게 나타나 지금 겪고 있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현실을 채색해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지금도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골목길 아래의 무성한 이끼에 눈길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늘, 초록의 물결을 그리워한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위대한 연인, 클라라의녹턴
작곡가들 사이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모차르트와 콘스탄체,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 쇼팽과 조르주 상드, 말러와 알마, 드뷔시와 엠마 바르다크 등 저마다의 열정과 스캔들로 음악사를 흥미롭게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랑의 테마는 아마도 슈만, 클라라, 브람스를 둘러싼 이야기일 것이다. 클라라 슈만(1819~1896)은 1819년 9월 13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훗날 남편이 되는 로베르트 슈만보다는 아홉 살이 적다. 슈만(이하 로베르트 슈만)이 음악을 배우기 위해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찾아갔을 때 슈만은 스무 살 청년이었고 비크의 딸 클라라는 꼬마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였다. 그 후 클라라의 성장은 눈부셨다. 파가니니와 리스트마저도 클라라의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자면 애지중지 길러온 천재적인 딸을 가난한 음악가에게 보내기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흔치 않은 법이다. 결국 슈만과 클라라는 아버지와 법정 소송까지 해서 1840년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후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잘 알려진 대로 슈만은 1854년 라인강에 뛰어들었다. 정신병원에 들어간 후 나오지 못한 채 2년 후에 세상을 떠났고, 의리인지, 존경인지, 사랑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혼자된 클라라의 곁을 항상 브람스가 지켰다. 클라라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틈틈이 작곡과 연주회를 이어갔다. 슈만과의 결혼 생활은 총 16년이었다. 클라라는 그 기간에 계속되는 임신, 출산, 육아를 고스란히 감당했고 남편의 우울증까지 보살펴 가면서 슈만 작품의 편곡, 초연, 출판을 맡았다. 그녀는 189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연주회를 가질 때까지 60여 년간 무려 1300여 회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이나 멘델스존의 누나 파니처럼 재능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사라진 여성 연주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작곡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쉽다. 그나마 오늘 소개하는 녹턴 작품6-2번 같은 곡이 남아 있어 그녀의 천재성을 짐작하게 만든다. 이 곡은 1836년 출판된 ‘6개의 피아노 소품집’에 수록된 곡이다. 작곡 시점은 그보다 1, 2년 전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불과 15~16세 때 만든 작품인데, 그 서정적인 기품이 놀랍다. 이즈음에 클라라의 눈에 비친 슈만은 아저씨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오빠로 변했고, 슈만 역시 어린애가 아니라 여인으로 클라라를 바라보기 시작할 때였다. 그 들뜬 마음이 음악 속에 이렇게나 오롯이 스며 있다.
[기고] 안전한 바다낚시를 위해
우리나라 부동의 취미생활 1위는 등산일 것이다. 등산도 종류가 많다. 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가벼운 복장으로 산 둘레를 가볍게 산책하는 트레킹, 텐트와 비상식량, 체온을 유지할 여벌의 옷 등을 챙겨야 하는 비박 산행,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을 올라가는 클라이밍 등이 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과 다양한 영상 매체의 영향으로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낚시어선을 타고 파도를 헤치고 제대로 손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낚시 이용객이 부쩍 증가했다. 부산해양경찰서 관내 낚시어선은 총 104척이며, 최근 3년간 낚시어선 이용객은 연평균 약 15만 명이나 된다. 바다낚시에서 월척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잘 잡히는 물때와 포인트를 알고, 주요 어종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그 어종에 맞는 미끼와 낚시도구도 챙겨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중요한 한 가지 더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바다’이다. 안개나 너울과 같은 기상특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바다 전문가인 낚시어선 선장의 이야기를 듣고 출어가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한다. 이동 중에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안전하게 출조해야 한다. 특히 바다 날씨가 나빠 안전사고 위험이 있을 때는 아쉽지만 바다낚시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바다는 오늘도, 내일도 있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내일의 바다낚시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부산해양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관련 해양 사고는 총 32건이다. 법규 위반과 안전저해 행위 단속 건수도 27건이나 된다. 이를 단순히 운이 나빠서 단속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낚시 인구가 늘어날수록 낚시어선 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진다. 무리를 하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즐거운 취미생활을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해양경찰서에서는 ‘제1회 낚시어선 안전의 날’을 맞아 다대포항에서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사하구청,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수협, 낚시어선협회 등 낚시어선 안전협의회를 중심으로 낚시어선 선장 등 해양수산 종사자 40여 명이 함께 ‘구명조끼 착용’ ‘과속·음주운항 금지’ 등의 안전수칙 준수를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노력도 바다낚시를 즐기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기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일찍 철수해야 한다”는 낚시어선 선장님의 권유에도 월척의 욕심에 한 시간이라도 더 머물고자 하는 낚시 승객, 기상특보가 해제되기도 전에 일찍 출어하는 낚시어선 선장님, 이 모두가 해양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기상 호전이 예상돼 특보 해제가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서둘러 출항한 낚시어선이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또 새벽이나 야간에 이동하는 낚시어선에서 구명조끼가 불편하다고 착용하지 않을 경우 큰 배의 이동이 많은 부산 앞바다에서 간단한 선박의 접촉에도 해상추락 등 인명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651건의 연안 사고로 12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사고를 당한 1008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겨우 139명인 14%에 불과했다. 만약 이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분명 사망자나 실종자 수는 대폭 감소했을 것이다. 바다낚시는 바다라는 자연과 함께한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전하고 즐거운 취미활동을 할 수 없다.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안전을 무시하면 바다라는 자연은 내일의 즐거움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바다낚시 전에 기상예보에 귀 기울이고, 구명조끼는 항상 착용하며, 오늘 못하더라도 내일 또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여유를 갖는 안전한 바다 낚시문화가 정착되도록 우리 모두 작은 노력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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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2주택·저가주택 등 종부세 과세특례 신청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13일 금요일(음 8월 1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9월 12일 목요일(음 8월 10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14일 토요일(음 8월 12일)
수십만 송이 백일홍에 초대형 산수화까지…‘사진 맛집’ 제대로네!
[추석 연휴 뭐 볼까] 극장가 주춤해도 TV·OTT는 보름달처럼 풍성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15일 일요일(음 8월 13일)
세계가 주목한 문화콘텐츠 도시 부산, '아트 플랫폼' 도전장 [글로벌 DNA 깨우자]
한국인 회원 0명… ‘세계일주클럽’ 도전 어때요?” [트래블 tip톡] 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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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침체에도… 2024 키아프·프리즈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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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뭐 할까] 연휴? 무휴! 비엔날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