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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개항 적신호… 건설사 설득 노력 더해야
가덕신공항 건설이 산 넘어 산이다. 정부가 수차례 입찰 무산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는데 이마저 진행이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5월부터 경쟁 구도를 위해 4차례나 공개 입찰을 진행했으나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 입찰 참여사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 계약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지난달 27일까지 수의계약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현대건설 측이 컨소시엄 내 건설사 간 협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늦춰 달라고 요청해 오는 15일까지로 연장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입찰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마당인데 수의계약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1년 연장과 상위 건설사 추가 참여를 요청했다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3차 경쟁 입찰을 앞두고 10대 건설사 컨소시엄 공동 참여 제한을 2개 사에서 3개 사로 완화하고 공사 기간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하는 등 건설사 요구를 들어줬다. 이 때문에 완공도 2031년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이런데도 컨소시엄 측이 또다시 추가 조건을 내걸며 수의계약을 지연하는 것은 지나친 잇속 챙기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완화된 조건 하에서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공기 연장을 빌미로 지체 보상금 완화 등 세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려는 의도라고 비난받을 일이다. 국토부의 미온적 대응과 협상력이 더 문제다. 5월 첫 입찰 이후 4번이나 유찰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경쟁 구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입찰과 유찰을 반복해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의 천금 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수의계약의 경우 건설사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유찰이 반복되면서 건설사 요구는 요구대로 들어주고 수의계약에서도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 국토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건설사들은 유리한 조건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찰을 반복하고 국토부는 사실상 방임하면서 수의계약 명분을 쌓는 ‘약속 대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인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무산됐지만 2029년 말 가덕신공항 개항은 늦출 수 없는 목표다. 수도권에 대응해 남부경제권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가덕신공항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지역소멸 시계를 감안하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간표다. 입찰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위한 주변 환경도 많이 악화했다. 수의계약을 빌미로 자연스럽게 가덕신공항 개항을 미뤄야 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우려까지 있다. TK신공항을 의식해 추진 일정을 저울질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2029년 개항 로드맵을 다시 바로 세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만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길이다.
[사설] 국정 걸림돌 될 명품백 무혐의, 계속 덮을 일 아니다
검찰이 2일 오후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끝내 무혐의 처분한 데 따른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오욕의 날”이라며 비판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서울의소리 측도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개탄의 목소리는 야권이나 특정 시민단체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처분은 검찰 스스로도 밝혔듯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검찰에게서 공정과 상식을 바랐던 국민으로선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의도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나왔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위헌·위법적인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김 여사의 혐의를 적극 따지지 않은 채 종결하고, 그 대안으로 요구되는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차단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 눈에 바람직해 보일 리 없다.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한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명품백 수수 외에도 김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불어난다. 초기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집중 부각됐는데,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엔 국민의힘 총선 공천 개입과 당무 개입 의혹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형편인데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게 없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여사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이 격화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은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는 마당에, 이번 명품백 무혐의 결정처럼 각종 의혹들을 유야무야 하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민심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 여사 문제는 이미 국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심은 김 여사 의혹들에 대한 엄정한 규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0%가 넘는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사설] '장기 백수' 청년 증가세, 맞춤형 일자리 대책 시급하다
언제부턴가 청년 취업 통계에 ‘쉬었음’ 지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실업자는 구직 노력이라도 하지만, ‘쉬었음’은 일을 하지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의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8월 대비 13.8%P 증가한 46만 명이다. 직전 6월 42만 6000명, 7월 44만 3000명과 비교해도 확연한 증가세다. 자포자기의 상황에 빠져 세상과 담을 쌓은 채 고립과 은둔으로 빠져드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건 막아야 한다. 학업을 끝냈는데 사회로 진출하는 경로가 없다면 정상 사회가 아니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한다. ‘쉬었음’ 인구는 자발적인 구직 단념 상태로 볼 수 있다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층도 덩달아 늘고 있어서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 4000명인데,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경우가 11만 3000명(20.0%)이었다. 실업자 5명 중 1명이 ‘장기 백수’인 셈이다. 장기 실업자 비중은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령별 비중으로 보면 15∼29세 32.4%, 30대 23.3%로 ‘장기 백수’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무려 55.7%를 차지했다. 자발적, 비자발적인 이유가 섞여 청년 세대가 일자리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다. 청년 세대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부산 주요 기업 상당수가 소규모 수시 채용에 나서거나 예년에 비해 공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규직 일자리 감소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 같은 현장은 젊은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군대식 조직 문화 등 요인으로 취업을 기피할뿐더러 입사해서도 중도 하차가 다반사라서다. 2030 취업자 비중은 17%로 급감했고 남은 건 중장년층과 외국인 노동자뿐이다.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청년 고용률이 높지만 수치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고용과 포장·운반·청소·하역 등 단순 노무직 증가세가 두드러져서다. 또 ‘쉬었음’ 인구는 실업률에서 빠져 고용률이 착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취업을 단념하거나, 구직 활동 중인 청년 인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는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미취업 상태가 지속되면 경력 단절로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 활동에 애로를 겪으면서 결혼과 출산, 주거에 여유로운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 청년 세대의 취업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걸린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초파리 뇌 지도 완성
사과와 배 등 과일이나 음식물에 잘 꼬이는 초파리는 사람들에게 두 얼굴의 존재다. 모기처럼 흡혈을 하지는 않지만 달콤새큼한 음식물은 귀신같이 알아 보고 달라붙어 보는 이에게 불쾌감을 일으킨다. 조금만 방심해도 어디서 왔는지 순식간에 모여드는데,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지는 않아도 병원균을 여기저기 옮길 수 있어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 일상에선 일단 기피 대상인 것이다.그런데 과학의 영역에선 완전히 딴판이다. 세상에 이만한 곤충은 없다는 듯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돌연변이, 생체 주기, 면역 등 인간의 각종 질병과 유전, 신경망 연구에서 초파리는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존재다.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연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파리는 매우 유용한 대안 역할을 수행한다. 과학자들에겐 최적의 연구 대상인 것이다.초파리가 인간과 관련한 과학 연구에서 각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총 1만 3000개의 유전자를 가진 초파리는 이 중 70% 정도가 인간과 같다. 이 때문에 인간 유전 질환의 4분의 3은 초파리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 초파리는 생명 주기가 2주 정도로 한 번에 100~200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많은 실험 개체 수 확보와 실험 결과의 빠른 확인이 긴요한 과학자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이점이다. 초파리를 이용한 논문만 수십만 건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유전체(게놈) 연구를 통해 기억상실, 치매, 유전 질환 등 인간 질병에 관한 많은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었다. 무려 10명의 과학자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초파리 연구의 오랜 도정에서 최근 기념비적인 성과가 나왔다. 한국인 연구자가 포함된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처음으로 초파리 성체의 복잡한 뇌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크기가 1㎜도 되지 않은 초파리 뇌를 촬영한 전자현미경 사진 2100만 장을 분석해 만들었다고 한다. AI(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완성된 초파리 뇌 지도는 앞으로 인간의 뇌 기능과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 유전병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하고 있다.12년이 걸렸다는 이번 연구를 접하면서 새삼 같은 사람으로서 인간 능력의 특출함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미물’이라는 곤충과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친연성에도 숙연함을 감출 수가 없다.곽명섭 논설위원 kms01@
논설실장
강병균
논설위원
이병철
곽명섭
강윤경
김승일
김건수
임광명
정달식
[강병균 칼럼] '문화도시 영도' 사업 지속성 필요
부산 영도는 12㎢ 면적의 섬으로 이뤄진 자치구다. 영도는 전국의 노년층에게 기암절벽이 많은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국가 명승 17호 태종대와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가 있는 곳으로 기억될 터이다. 젊은 층 사이에선 인생샷 건지기에 그만인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그리스 산토리니 풍광을 닮은 흰여울문화마을과 다양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크고 작은 카페들 덕분이다. 이 같은 영도구가 쇠락의 길을 빠르게 걷고 있다. 중·서·동구 등 인근 지역과 함께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원도심의 심각한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 고령화 현상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영도 인구수는 10만 4914명. 한때 23만 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나 줄었다. 이곳 인구는 1970~90년대 20만 명을 넘었지만, 1990년대 말부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부산의 인구 감소와 침체 상황에 빗댄 ‘노인과 바다의 도시’란 자조 섞인 표현이 한층 잘 어울리는 데가 영도다. 더욱이 영도구는 지역소멸이 우려될 정도여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 실정이다. 2016년 전국 광역시 구·군 가운데 최초로 소멸위험지역(위험지수 0.42)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올 3월 기준 영도구 소멸위험지수는 고위험지역에 가까운 0.25까지 떨어졌다. 광역시 구·군 중 최악이다. 제2 대도시의 자치구답지 않게 아기 울음이 끊긴 지 오래인 상당수 농촌 지역과 함께 빨리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해 1147곳에서 지난 4월 1339곳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영도 내 빈집이 소멸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인 부산에서 영도구가 처음으로 30%를 넘긴 초초고령화 사회인 점은 지역소멸 위험성을 가중하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올 상반기 영도구 고용지표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영도는 실업률 5.8%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고용률은 최저인 47.1%를 기록했다. 갈수록 활력을 잃고 암울한 영도구에서 실의에 빠질 뻔한 구민들에게 반전이 생겼다. 2020년부터 국비 지원으로 추진한 ‘문화도시 영도’ 사업이 바로 그것. 이 사업이 주민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등댓불 역할을 충실히 해온 게다. 그동안 지역민과 문화·도시 기획자, 예술인 등이 의기투합하고 협업해 곳곳에서 문화공동체를 만들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쳤다고 한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글을 배우고 노래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제작했다. 몇 가지 로컬문화 비즈니스도 이뤄져 지역경제에 보탬이 됐다. 지금까지 5년간 160억 원(국비 50%, 시·구비 각 25%)이 투입된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레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해지고 수많은 구민이 문화예술과 만나는 일상이 가능해진 게 성과라는 평가다. 주민과 예술가가 서로 돕고 지내는 영도, 노인이 즐거움을 느끼는 영도, 어린이가 웃고 떠들며 신나게 노는 영도, 살고 싶은 영도, 관광객이 몰려드는 문화도시 영도, 자랑스러운 보물섬 등의 새로운 면모로 영도에 씌워진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올해 영도구가 전국 24곳 문화도시 중 최우수로 선정되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관심을 받는 괄목할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최근 영도구가 내년 2월 끝나는 문화도시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해 구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구청이 내세운 이유는 재정난과 국비 지원 종료다.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경직되고 소극적인 행정이란 인상을 풍긴다.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소멸을 막으려는 구정에 부합하는 데다 거주민의 만족도를 높이며 잘 운영되는 모범사업을 굳이 중단할 이유가 있을까. 성공적인 원도심 재생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영도 안팎으로 사랑받는 문화도시 사업이 지역공동체 형성과 문화·경제 활성화에 더욱 기여하는 방향으로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용을 보완해 장려하고 확산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영도와 구민들을 위한 길일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영도 구민들이 구청 앞에서 사업 중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SNS상에서 사업 지속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문화도시 영도를 지켜주세요” “니들이 알아? 문화도시 덕분에 치매도 잊었다” “안 된다! 문화도시 없으면 우리들 할매 삶도 허전해진다” “문화도시 이후 영도에 살아서 자랑스럽다” 등등…. 이같이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호소는 타당성이 충분하다.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업 관계자들과 영도구, 구의회, 부산시, 사회 공헌도가 높은 기업 등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조직된 시민이 참여하는 지방자치를 구현해야 할 자치분권 시대가 아닌가. 영도구의 전향적인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서둘러 함안휴게소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50년 전 코흘리개였을 때에는 기온이 30도만 되더라도 폭염이라며 난리를 떨었는데 지금은 35도는 돼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집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니 전기료 폭탄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행히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은 이제 지나갔다. 솔직히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전국 곳곳으로 여행 취재를 다니다 보면 뜨거운 여름을 그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일반 온도계로 35도 정도라면 자동차 온도계에는 40도가 찍힌다. 올해 여행을 다닐 때 자동차 온도계가 최고 45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외부를 만지면 너무 뜨거워 손을 델 정도다. 이럴 때에는 자동차 창에 햇빛가리개를 달고 에어컨 설정온도를 최대한 낮추고 풍량을 최대한 높여야 겨우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너무 뜨겁다 보니 여름에는 심지어 여행 취재를 갈 곳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소개할 만한 수준급 실내 공간은 많지 않은데 야외공간의 경우 숲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다.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10~20분만 걸으면 비지땀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일사병에 걸려 쓰러질 것 같다. 여름에 여행 취재를 다니면 가장 회피하고 싶은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분 정도 점심을 먹고 돌아가면 차 안은 한증막을 넘어 거의 용광로 수준이다. 얼마나 뜨거운지 핸들을 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한여름에 자동차 대시보드가 녹아내렸다는데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데 최근 잘 가지 않던 남해고속도로 함안휴게소에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 밑에 세운 차들은 시원한 그늘을 즐기고 있었다. 화장실과 매점에 다녀오느라 20분 정도 지났지만 발전시설 아래 세워둔 자동차는 전혀 뜨겁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태양광 패널 발전시설이 설치된 고속도로 휴게소는 50곳 정도다. 남해고속도로의 경우 전국 휴게소 중에서 최초로 설치된 함안휴게소 외에 고성휴게소, 섬진강휴게소에도 설치됐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태양광 패널 설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휴게소 사용 전력 100%를 자체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주택가와 태양광 패널 사이의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일부 변수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수년 사이에 폭염이 엄청나게 심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서둘러 규제를 완화해서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백재파의 생각+] 글로컬 시대의 부산 지역어 보전
며칠 있으면 한글날이다. 어버이날에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고마운 마음을 부모님께 전하는 것처럼 한글날이 다가오면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말을 소홀히 대하고 있으니 깊이 반성할 일이다. 특히 2022년 ‘영어 상용도시’ 논란에 이어 올해에는 법정동 명칭에 외국어를 포함한 ‘에코델타동’ 사태까지 벌어져 우리말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부산시가 오히려 우리말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시는 국어 사용 조례에서 정한 우리말 및 지역어의 보전과 육성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시는 특히 지역어 보전과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산의 지역어, 즉 부산말은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다양한 부산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부산만의 정서가 한데 모인 문화의 총체, 곧 부산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에서도 지역어 보전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우선 지역어 실태 조사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말 사전 편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약 2500단어 정도의 소규모 사전으로 편찬된다고 한다. 제주도의 경우 10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제주어대사전〉을 만들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사전의 규모도 문제이지만 지역어 보전 사업의 방향성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달리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사회이기 때문에 ‘종이’ 사전에서 벗어나 지역어 자료를 ‘디지털’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의 장점인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종이 사전에 담지 못하는 음성과 영상, 다양한 이미지 자료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즉, 종이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사전에서 아카이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어 아카이브는 매년 부산의 문화를 대표하는 주제를 정해 관련 지역어 및 문화를 취재·조사하여 구축할 수 있다. 가령 ‘기장의 미역업’, ‘부산의 해녀’와 같이 주제를 정한 후 해당 지역 사람들과 면담을 통하여 주제 관련 지역어를 수집·정리한다. 그리고 동시에 사라져 가는 문화를 영상과 사진 자료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제에 따라 통합된 일련의 지역어 자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부산학이자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한편 부산시는 외국인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7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영어하기 편한 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부산에 정주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가장 걸림돌이 되니 시민들의 영어 실력을 높여 외국인들의 생활 여건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목표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외국인이 부산에 자리를 잡고 산다면 부산 시민이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어, 부산 지역어를 배워야 한다. 정주한 곳에서 그 지역어로 소통할 때 비로소 서로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어 교육을 강화해 외국인의 조기 정주를 도운 후쿠오카를 글로벌 허브도시의 본보기로 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는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 등 특성에 따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특히 학습자의 학습 목적과 배경에 따른 수준별 맞춤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외국인을 위한 부산 지역어 교재를 만들어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면 외국인의 부산 정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비즈니스, 관광 등 단기간 부산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부산 지역어 통·번역 앱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많은 통·번역 앱이 있지만 부산 지역어를 인식하는 데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따라서 부산 지역어를 대규모로 수집해 인공지능 학습이 가능하게 가공한 후 이를 기반으로 부산 지역어 특화 인공지능 통·번역 앱을 만든다면 정확도와 실제 활용도 향상이라는 두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세계화만을 강조하느라 우리말과 지역어를 소홀히 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지역화, 지역의 세계화가 함께 강조되는 글로컬(glocal) 시대다. 우리말과 지역어를 잘 보전하고 육성하는 것이 곧 글로벌 허브도시로 가기 위한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감] 이상한 시험공부
며칠 전 아이가 중학교에서의 공식적인 첫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른 것은 아이인데 공부는 내가 더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국어의 품사 분류 연습문제를 만들고(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말이지 그런 식으로 소설을 읽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김유정 소설의 시점과 서술자의 특징과 대사에 담긴 인물의 심리 같은 것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도 물론 잘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사교육과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학습하는 것이 핵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한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러나 혈육에 대한 본능적 편애와 이상적 기대를 접어두고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했을 때, 내 아이는 아직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했고, 여전히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다는 천진난만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다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뿐이다. 나도 평소 공부에 대해 그리 닦달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아이 스스로 메타 인지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줄 대범함이나 인내심까지는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엄마 주도적 학습이라도 시켜야 했다. 물질적 보상 같은 외재적 동기보다 과제 자체에 대한 흥미나 성취감 같은 내재적 동기 유발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교육학 이론들이 내 머릿속에 잔뜩 있었지만, 형이상학적 지식 같은 건 고이 접어두고 용돈이나 선물이라도 걸어야 했다. 국어 과목이야 전공이니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과목들을 봐주려면 나도 예습이 필요했다. 내 일을 끝내놓고 중학교 공부까지 하려니 피곤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30년 전쯤 했던 공부를 배경지식이 달라진 상태에서 다시 해보니 은근한 재미도 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내재적 동기는 오히려 내게 촉발된 것 같았다. 이런 식이라면 몇 년 뒤엔 수능을 다시 쳐봐도 되겠다는 쓸데없는 용기까지 생겼다. 과학 시험 범위는 힘에 관련된 단원이었다. 문제집을 아이에게 풀게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용 확인차 읽어 보았다. 물체의 모양이나 운동 방향, 빠르기를 변하게 하는 원인과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응용문제를 풀어야 했다. 문제집의 개념 설명 페이지에 과학에서 정의하는 힘에 대해 나와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참고 사항이 적혀 있었다. ‘과학에서의 힘이 아닌 예:아는 것이 힘이다. 강아지 키우기가 힘들다. 식사를 하고 나니 힘이 난다. 선생님 말씀이 힘이 되었다.’ 뭐 이렇게 당연한 걸 적어놓았나 싶어서 처음엔 피식 웃었다가, 나중에는 힘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떤 종류의 힘을 얼마만큼이나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힘은 능력이기도 하고 자신감이나 용기이기도 하고 도움이나 의지처이기도 할 것인데 나는 과연 내면에 힘이 있는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그 힘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일까, 그런 생각들. 문제집의 설명에 따르면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이고 탄성력은 되돌아가려는 힘이며 부력은 밀어 올리는 힘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힘을 설명한 과학의 언어였지만 실은 우리의 마음에도 끌어당기는 힘과 되돌아가는 힘과 밀어 올려주는 힘 같은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던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학창 시절에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으면서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던 이유를. 책상 앞에 계속 앉아서 교과서를 보고 있긴 했지만 의식의 흐름은 자주 그런 식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아무래도 수능을 다시 치는 건 곤란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아이에게 문제집을 내밀었다. 아이가 입을 앙다물고 문제를 푸는 동안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내가 가진 힘과 타인이 가진 힘, 그리고 우리가 나눌 수 있는 힘에 대한 생각들이 무수히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미니애폴리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
서양의 교향악단 시즌은 대개 9월 중하순 시작해서 이듬해 6월에 막을 내린다. 지난 9월 말 미국 중북부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2024/2025 시즌 오프닝 콘서트가 있었다. 협연자가 대한민국의 임윤찬이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이틀에 걸쳐서 공연된 시즌 개막 연주회는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마침, 멕시코 여행을 마치고, 미국을 경유해서 귀국을 앞두고 있던 터라 조금 우회하지만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홀을 방문할 수 있었다. 대개 오케스트라 전용 홀은 영미권에서 콘서트홀이라고 부르거나 심포니 홀 또는 필하모닉 홀이라고 부르는데 특이하게도 미니애폴리스와 디트로이트의 경우는 오케스트라 홀이라고 부른다. 실제 공연장 명칭으로 쓰는 곳은 두 곳이 유일하다. 처음 방문하는 공연장이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비교적 인근 도시인 시카고 심포니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위상에 비하면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미국 내에서도 메이저 관현악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오케스트라 홀을 마주하자,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석 수가 2100여 석에 달하고, 1층 좌석 수만 1200석이었다. 공연장 내부는 음향학적인 이유로 로비와 1인치 간격으로 분리돼 진동과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했으며, 무대 뒷면에서 시작해서 천장으로 흐르는 대형 큐브는 오케스트라 홀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였다. 2013년 리노베이션 당시 음향 개선을 위해 추가되었고, 실제로도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당시 약 4000만 달러(한화 약 542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미니애폴리스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발달한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이지만, 도심 인구만 보면 40만 명이 조금 넘는 중소 도시이다. 하지만 인접 도시의 광역 인구까지 합하면 350만 명 가까이 된다니, 오케스트라 홀뿐 아니라 이 도시를 머무는 동안 방문한 주요 미술관의 규모와 대단했던 컬렉션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광역 인구까지 따지면 부산과 맞먹는 규모이다. 상반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국내 투어에 통영과 부천이 포함된 데 반해 부산이 빠졌던 이유에 콘서트홀의 유무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부산도 곧 콘서트홀을 가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두 곳과 성남, 고양, 대구, 통영, 인천, 부천에 이어 9번째이다. 평소 도시의 인구수와 문화적 퍼실리티가 비례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생각하면 한참 늦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라도 콘서트홀 보유 도시가 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기쁘며, 기대 또한 크다. 늦었던 만큼 개관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고] 북항에 '부산대첩' 스토리 담은 랜드마크 건립하자
10월 5일 제45주년 ‘부산시민의 날’을 맞아 시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 부산 북항에 새로운 랜드마크 건립을 제안한다. 글로벌 도시는 공통으로 대표 랜드마크를 갖고 있다. 파리 에펠탑, 로마 콜로세움,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 저마다 스토리를 갖춘 랜드마크들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 스토리는 도시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역사적 사실로 스토리를 재구성되고 스토리를 가진 지역이나 상징물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이 랜드마크는 도시에 활력과 경쟁력을 안겨 준다. 부산에는 용두산공원, 오륙도, 해운대 해수욕장 등 지역 랜드마크와 광안대교, 엘시티 등 인공 구조물 랜드마크가 있다. 이들 랜드마크가 부산의 역사적 스토리를 지닌 진정한 랜드마크인가 묻고 싶다. 역사적 사실을 배제한 도시의 상징물은 큰 의미가 없으며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 부산은 1980년 ‘부산시민의 날’을 ‘10월 5일’로 제정했다. 부산직할시 승격일(1월 1일), 부산항 근대 개항일(2월 27일), 동래부사 송상현공 순절일(5월 25일), 부산시민헌장 제정일(8월 1일), 부산시 승격일(8월 15일), 이순신 장군 부산대첩 승전일(10월 5일) 가운데 시민들이 가장 선호한 부산대첩 승전일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부산대첩 승전일이 ‘승리의 날’이자 ‘희망의 날’로서 부산이 세계 도시로 웅비하라는 시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부산대첩의 격전지이자, 현재 항만 기능이 사라진 부산 북항에 미래도시와 해양관광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성과 스토리를 갖춘 랜드마크를 조성해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의 견인차로 만들자. 그렇다면 부산 북항에 역사적 스토리가 존재하는가? 1592년 임진왜란이 시작되고 조선의 국토는 왜(倭·현재 일본)에 파죽지세로 유린당했다. 전 국민의 삶이 극도로 피폐했지만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은 전쟁 첫해에 4차례의 해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다. 옥포승첩, 당포승첩, 한산대첩 그리고 네 번째 출진이 부산대첩이다. 특히 부산대첩은 왜적의 본진을 격파하여 육상으로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남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해 조선을 지켜낸 원동력이 된 역사적 전투다. 이 부산대첩의 격전지가 지금 부산진성 앞쪽에서 북항에 이르는 곳이다. 부산 북항은 왜적의 침략을 봉쇄한 국토수호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부산 북항은 호국 안보의 성지이며 부산의 자랑스러운 민족문화 유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로 볼 때,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에 ‘부산대첩 스토리’를 담은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를 품은 스토리로 구성된 그런 랜드마크 말이다. 때마침 부산시에서는 지난 1월 31일 부산 북항의 역사적인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이 지역의 주 간선도로를 ‘이순신 대로’라고 명명하여 개통했다. 여기에 더해 역사가 흐르고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 유일의 관광명소를 부산 북항에 조성했으면 한다. 아직까지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북항친수공원의 명칭을 ‘부산대첩공원’으로 하자. 또 2단계 사업이 추진되면 ‘부산대첩기념관(이순신기념관)’을 건립하자. 그리고 7년 동안 왜의 본진이 있었고 부산대첩 최대 격전지였던 현 ‘제55보급창’이 이전할 경우 야구 애호가가 많은 부산 시민을 위해 거북선 모형의 돔구장을 건설할 것도 제안한다. 부산대첩 승전일이 시민의 뜻을 모아 ‘부산시민의 날’로 거듭난 것처럼 문화·예술인, 건축가, 역사학자, 공직자 등 모든 부산 시민들의 응집된 힘으로 부산이 동북아 해양중심도시를 넘어선 글로벌 허브도시로 조성될 수 있도록 부산 북항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자. 이렇게 된다면 우리 부산은 임시수도 이후 100년의 역사가 아닌 500년의 위대한 호국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품격 있는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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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도 못 받고 폐업'…개업 공인중개사 19개월 연속 감소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폭격 검토…국제유가 74달러로 상승
층간소음 초강수에 업계 비상…분양가 상승 부추길까
대장암, 폐암 제치고 국내 발생 2위…'화장실 신호' 놓치지 마세요
[부일영화상 2024] 남녀주연상 정우성·김금순… 최우수작품상 ‘리볼버’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4일 금요일(음 9월 2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10월 5일 토요일(음 9월 3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10월 6일 일요일(음 9월 4일)
[부일영화상 2024] 여우주연상 김금순 “심장 터질 것 같다” 벅찬 소감
[부일영화상 2024] 여우주연상 '정순' 김금순 “경력단절 딛고 찍은 영화, 힘과 위로 됐으면…”(종합)
[부일영화상 2024] 여우주연상 ‘정순’ 김금순 “가문의 영광”
[영상] “영화 인생 40년 중 절반은 BIFF 참가”… 감격한 구로사와 감독 [BIFF 2024]
[BIFF 2024] AI 체험 부스·배리어프리 상영… 관객에 ‘한 발짝’ 더 다가간 BIFF
[부일영화상 2024] 최우수작품상 '리볼버' 한재덕 “천당과 지옥 오가는 작업, 간절함이 통했나 봐요”
[BIFF 2024]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당당히 혼밥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