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태평성대 여는 대통령이기를
대기자
국민들 선거마다 더 나은 새 세상 기대
대통령 당선자 4일 곧바로 임기 시작
잘 살고 편안하게 만드는 게 최고 정치
세종대왕·당 태종 리더십 지금도 빛나
경제 발전·국민 행복 위해 최선 다해야
보수·진보 다 지지하는 지도자 나오길
3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6·3 대선은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을 단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파면으로 조기에 치러진 궐위 선거다. 이 때문에 4일 새벽 확정된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 국정 운영에 들어간다.
돌이켜보면 이번 대선 역시 ‘정권 연장’ ‘정권 심판’ 구호가 무성한 가운데 여야 간 진흙탕 싸움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치 혐오나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거칠고 쌍스러운 표현과 상호 비방이 난무했던 까닭이다. TV 토론회와 선거 유세는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과 철학을 충분히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지 못했다. 대선 후보들 공약집이 역대 가장 늦게 나온 상황에서 공약들마저 ‘무엇을 하겠다’는 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크게 미흡했다. 유권자를 현혹하거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한 공약 탓에 정치 불안과 경제난, 민생고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은 신뢰하거나 희망을 얻기 힘들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 “투표를 포기하고 싶다”는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국민 다수는 실망하기보다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들려고 애쓴 뜻있는 주권자가 아닐 수 없다. “최악 대신 차악의 인물을 선택했다”거나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는 사람도 많다. 이들 상당수는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 지금보다 나은 세상, 더 행복한 삶을 기대하며 소신껏 투표소를 찾았을 게 분명하다. 이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제각각 파악한 민심을 바탕으로 내세운 슬로건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재명), ‘새롭게 대한민국’(김문수),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통령’(이준석) 등.
이 같은 바람의 구체적인 부분은 〈부산일보〉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매일 각계각층 6~12명의 미니 인터뷰를 실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란 시리즈에서 확인된다. ‘경제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라’, ‘소외되고 아픈 이들을 감싸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맞벌이 부부의 육아에 좋은 세상을 원한다’, ‘국민 통합과 협치가 절실하다’, ‘지방소멸을 막기 바란다’, ‘행복하고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등이 공통된 소망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희망 사항을 총체적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태평성대’(太平聖代)다. 정치를 잘해 나라가 안정되고 아무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사는 세상이나 시대를 뜻한다. 단언컨대 올 대선은 물론 선거 때마다 온 국민이 한결같이 바라는 염원일 테다.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대왕’으로 존경받는 세종 재위 32년간(1418~1450)이 태평성대로 꼽힌다. 세종은 백성의 유복한 생활을 위해 인본주의를 실천하며 다방면에 걸쳐 국가를 발전시키는 통치를 펼쳐 추앙받는다. 중국에서는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불리는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재위기간(626~649)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심을 내려놓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백성을 위한 정치에 매진함으로써 민심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부강한 전성기로 이끌었다.
세종대왕과 이세민이 태평성대를 이룬 치세가 오늘날에 던지는 교훈은 유효하다. 새 대통령은 두 국왕의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의 등이 따뜻하고 배부른 국가를 만드는 일이 최고의 정치여서다. 이는 국가 주권이 국민한테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위정자에겐 더더욱 요구되는 최우선 덕목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 국민들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진정한 새 시대가 개막했다고 말할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살기 좋은 새 세상을 꿈꿨던 국민들은 매우 불행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때 이른 대선을 치렀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당제의 취지가 사라질 만큼 번갈아가며 집권한 뒤 국민적 지탄을 받는 실패한 정권을 만드는 바람에 나라 꼴과 경제 사정은 말이 아니다. 국민의 삶도 만신창이가 됐다.
이런 시기에 신임 대통령의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임기가 부족할 정도다. 잘 해결하며 실효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통령에게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과 함께 겸허한 자세, 강력한 실천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시대적 요구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혁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앞선 정권들의 무능과 비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이젠 국민과 국가부터 생각하고 열심히 움직이는 정상적인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 부디 대통령이 모두가 잘 살고 마음 편한 태평성대를 열어 남녀노소의 칭송 속에 보수·진보층 양쪽의 지지까지 받길 바란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