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시민과 함께 꿈꾸는 북항 ‘바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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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백 동의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경기장 아닌 복합 문화관광 플랫폼
지역개발 앵커 활용 글로벌 트렌드

부지 확보 재원 마련 난제 뚫어야
민간 자금 조달 유연한 접근 필요
시민 공감대로 정책 결단 나설 때

부산의 ‘바다야구장’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야구장 오라클 파크 전경. AFP연합뉴스 부산의 ‘바다야구장’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야구장 오라클 파크 전경. AFP연합뉴스

모 기업 회장의 2000억 원 규모 기부 약속으로 부산 북항 ‘바다야구장’ 건립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야구장 건립이 아니라 도시브랜드 재정립과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 원도심 지역 경제 활성화, 시민 자긍심 고양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로서 주목할 만하다. 부산은 해양과 관광, 컨벤션 산업의 중심지이자, 야도(野都)라 불릴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도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항 ‘바다야구장’은 바다와 인접한 입지적 특성으로 도시경관의 상징성과 미학적 가치를 지닌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을 수 있으며, 스포츠-문화-관광-상업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복합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스포츠 경기장을 지역개발의 핵심 앵커로 활용하는 ‘SAD(Sports-Anchored Development)’ 개념이 대세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스포츠 경기장을 단순히 경기를 위한 폐쇄적 구조물이 아닌 문화, 상업, 주거 공간과 연계해 지역 경제와 도시재생을 선도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1999년 개장 당시 황량한 공터와 주차장에 둘러싸여 있던 LA 레이커스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현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2005년부터 시작된 ‘LA 라이브’ 개발의 거점이 되었다. 개발사는 스포츠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증대하기 위한 해답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했고, 그 결과 해당 지역은 문화·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로 탈바꿈하여 LA 최고의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현재 연간 약 2000만 명이 찾는 이 공간은 SAD 전략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부산 시민의 염원인 북항 ‘바다야구장’ 건립에는 주요 난제가 존재한다. 부산시의 사직야구장 재건축 고수, 7000억 원 규모의 부지 확보, 건립 재원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국비 미확보로 표류 중이며, 대체 구장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이 대체 구장으로 거론되지만, 올해 전국체전을 위한 정비에 이어 대체 야구장으로 전환, 이후 다시 다른 용도의 경기장으로 전환까지 중복 정비가 불가피해 효율성과 중복 투자 우려가 크다. 약 7000억 원 규모의 북항 랜드마크 부지 확보 역시 난제다. 시유지와 항만공사 부지 맞교환, 무상 임대, 민간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지만, 이 모든 난제의 해법은 부산시의 유연한 접근과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부산시는 시민이 바라는 야구장의 기본적 가치와 비전을 명확히 설정하고, 공공성에 국한되지 않는 산업적·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팬 경험 극대화, 구단 수익 확대, 경기장 중심의 도시개발, 도시 정체성 강화,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성까지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입지와 설계를 고민할 때, 비로소 부산 시민이 꿈꾸는 새로운 야구장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바다야구장’ 건립 재원 마련을 위해 창의적인 민간 협력 자금 조달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스포츠 선진국에서 활발히 적용되는 프리미엄 스폰서십 모델 중 기업이 경기장 이름에 자사 브랜드를 붙일 수 있는 ‘경기장명명권(Naming Rights)’이나 경기장 주요 진입구에 기업명을 부여하거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입히는 ‘코너스톤 게이트 스폰서십(Cornerstone Gate Sponsorship)’ 등은 아직 국내에선 적용되지 않은 잠재적 수단이다. 북항에 랜드마크형 야구장이 조성될 경우,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후원 경쟁이 예상되며, 건립 확정 이후 장기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건립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북항 ‘바다야구장’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부산이 시민과 함께 꿈꾸는 미래를 상징하는 기획이다. 도시의 미래는 공간의 물리적 형태보다, 그 공간에 어떤 의미와 경험 가치를 담느냐에 달려있다. 바다야구장은 스포츠를 매개로 도시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시민의 삶에 스며드는 도시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부산은 지금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바다와 야구, 도시와 문화, 시민과 미래를 연결하는 이 상징적 공간이 실현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부산형 도시 혁신’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정책적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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