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건강한 부산의 미래를 위해
연초 여자프로농구 BNK 썸 우승부터
롯데 자이언츠 선전 등 지역에 활기
10월 전국체전 개최로 역량 시험대에
공인 육상경기장 0곳 등 인프라 미흡
지역 격차 해소하고 기본 시설 확충을
생활에 활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포츠만큼 확실한 해답은 없다. 직접 운동을 해도 좋고, 다른 이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도 좋다. 땀 흘리고, 박수를 보내며, 공동의 감동을 나누는 경험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올해 부산의 스포츠 현장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연초 부산의 여자 프로농구팀 BNK 썸의 드라마 같은 우승이 시작이었다. 지난 시즌 6개 팀 중 꼴찌였던 BNK 썸은 올해 창단 6년 만에 첫 승을 올리며 부산에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프로야구에선 롯데 자이언츠가 봄을 지나 여름에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을야구’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 KCC는 스타 플레이어 허훈 영입과 ‘영원한 오빠’ 이상민 감독의 부임으로 다가올 시즌에 기대를 높이고 있고,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안산시에서 부산으로 연고를 이전해 부산의 배구 팬들은 올해 10월부터 안방 경기장에서 직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오는 10월 부산에서는 25년 만에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이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체전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부산의 체육 역량을 전국적으로 확인받을 기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부산시는 지난 3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체육국’을 신설했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아우르는 전담 부서가 생긴 것이다. 시민 건강과 여가, 도시 브랜드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의 공공 체육시설은 총 1866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9번째 규모다. 부산의 도시 위상에는 한참 못 미친다.
공공 체육 인프라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공인 육상경기장이다. 전국에 공인 육상경기장이 43개 있지만 놀랍게도 부산에는 한 곳도 없다. 부산에는 공인 경기장이 없어 전국 단위 육상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년 전에도 〈부산일보〉와 지역 체육계 등에서 공인 경기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는 것도 황당한 대목이다.
전국체전 개최지는 의무적으로 전국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해야 해서 부산시는 사직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보수해 급하게 공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마저도 사직야구장이 재건축 되면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임시 야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다시 공인 육상경기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부산의 대표적인 체육시설 중 하나인 구덕운동장은 개발이 지연되며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과거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지만, 현재는 낙후된 시설과 불투명한 활용 계획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덕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지역 체육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해마다 발표되지만, 실질적 착공이나 투자 확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KCC 프로농구단의 경우, 연고지 경기는 부산에서 열리지만 훈련장이나 숙소는 다른 지역에 있다. 이름만 ‘부산 연고’일 뿐,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나 체육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처럼 ‘열기는 뜨겁지만 기반은 취약한’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스포츠는 단발성 이벤트로 꽃피지 않는다. 훈련하고, 참여하고, 관람할 수 있는 일상 속 공간이 갖춰질 때 비로소 시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경기장 몇 곳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연령과 계층이 일상적으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부산의 체육 시설 인프라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구·군 단위로 실내 체육관, 수영장, 트랙, 다목적 구장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기존 시설의 개보수를 통해 지역 간 체육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 프로 구단 유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제로 지역 체육 생태계 안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체육 인프라는 도시의 건강을 측정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부산이 진정한 스포츠 도시로 도약하려면, 내실 있는 인프라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운동하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의 내일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산시의 체육국 신설은 반갑다. 단순히 기존에 각 부서에 흩어졌던 업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
송지연 스포츠라이프부장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