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율 대책 없나
지난해 부산 지역 전문 건설공사액 5조 5000억 원 중 부산 업체의 수주 비중이 46%로 추락한 것은 지역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전문건설협회가 하도급 통계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등 타 지역 업체가 과반(54%)을 차지하는 바람에 부산 업계는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장기 불황과 미분양 누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선 한계 기업이 잇따르는 상황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한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비롯한 지역의 대형 사업장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율을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 아파트 등 민간 부문의 지역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민간 공사의 지역 하도급은 38.7%에 불과했다. 특히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는 1군 건설사가 수도권 협력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부산 업체 참여율이 7% 미만이었다. 지역 기업이 지역 사업을 수주해야 역내 고용 창출과 자재·장비 지출 및 지방세 수입으로 이어진다. 하도급 비율 하락은 자금 유출을 초래하고,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직결된다. 문제는 부산시가 조례로 ‘지역 업체 70%’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도권 건설사들은 ‘의무’가 아닌 ‘권장’ 규정인 점을 악용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점이다. 지역 업체 홀대를 차단할 대책이 절실하다. 부산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참여에서 소외되거나 갑질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부산시가 하도급관리팀 직제를 신설한 게 2016년의 일이다. 이듬해 이 팀이 조사한 결과, 하도급 비율은 68%였다. 이 비율은 2022년 53.7%, 2023년 50.5%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해 처음 과반에 못 미쳤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닌 이유는 그 사이 부산 건설업계가 겪은 부침 탓이다. 지난해 건설사 대여섯 곳이 부도 처리되고, 50여 곳이 폐업·등록말소됐다. 올해도 중견 건설사 부도와 기업회생 돌입이 이어졌다. 미분양 물량이 16년 만에 최대치인 것도 같은 위기 상황의 또 다른 단면이다. 가덕신공항마저 지연되면서 지역 업체의 고통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회생을 위해 부산시와 각 기초지자체가 관급 공사를 시작으로 강력한 행정 지도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도 동일한 ‘70%’ 조례를 갖고도 각종 행정 수단을 동원해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예컨대 ‘70% 이행 계획서’를 받거나, 실태 점검과 불이익 부여 등을 통한 행정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대형공사 특성상 하도급 업체 등록에는 일정한 기술·자금·신용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업계의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건설은 연관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 건설업의 하도급 참여를 확대할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사설] 막바지 미 관세 협상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 시험대
미국이 8월 1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를 적용한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8일까지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고민은 남은 협상 시한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7일 상호관세 적용 시점을 연기한 데다 이달 말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소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3주라는 시간이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자동차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이번 관세 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첫 시험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9일까지 상호관세 등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막판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인 것이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상호관세가 8월 1일부터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효 시점이 사실상 3주 유예된 것이다. 특히 베센트 장관은 만약 서한을 받더라도 7월 말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는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8월 1일에 다시 4월 2일 발표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통상·안보 라인을 총동원한 것은 이번 관세 협상이 단순한 통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인상 문제 등 다양한 양국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에 특사단도 보낸다. 특사단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과 김우영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 특사단은 미국 현지에서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 안보 협상 등 현안을 백악관 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성실한 협상 자세를 보여 일단 관세 서한 발송 대상국에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와 안보를 중점으로 투트랙 협상을 하면서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 조선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등의 카드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지난달 캐나다 G7 정상회의 때 불발된 한미 정상회담을 8월 1일 이전에 개최하도록 일정을 확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상들의 만남을 통해 난제를 일괄 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명운을 건 새 정부의 총력전을 기대한다.
[사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작동 안 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숨지는 참사가 8일 사이 부산에서만 두 차례 반복되면서 ‘돌봄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숨졌고, 지난달 24일 오전 4시 45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졌다. 모두 부모가 야간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들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연이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일보〉에 따르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3개 구에서 ‘24시간 긴급보살핌늘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한 보살핌이 필요한 만 3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이 이용가능하다. 센터당 하루 최대 15명을 돌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곳의 센터 가운데 16곳의 이용자는 0명이었다. 대부분 센터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해 심야 돌봄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곳은 시교육청 소재 센터 1곳뿐이다. 지난해 29개 센터 이용자는 1905명에 그쳐 이용률이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1.09%에 불과하다. 또 연제구·동구·수영구엔 센터가 아예 없어 지역별 센터 편중 해소 방안 마련도 과제다.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하는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의 이용률 역시 저조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아이돌봄서비스 단기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6824건으로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3.89%에 그쳤다. 서비스 비용이 시간당 1만 2180원으로 만만치 않다. 소득 구간마다 정부 지원금이 달라 소득 판정을 미리 받아야 해 신청 방식도 까다롭다. 부산진구 센터 아이돌보미는 238명이지만, 동구 센터는 54명에 불과해 구마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야간 근무를 희망하는 돌보미도 적어 신청을 해도 매칭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어린이 참변과 관련,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쳐 전반적인 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심야와 새벽 등 취약 시간대에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계층의 서비스 부담금 감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와 시는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돌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분한 예산과 세밀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생색만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 근대 센서스100년
전국적인 인구주택총조사를 뜻하는 센서스(census)는 ‘가치를 매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censere)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5세기 인구조사를 담당했던 로마의 감찰관(censor)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인구조사를 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신라는 3년에 한 번씩 정교한 인구조사를 실시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우리나라 인구조사의 역사는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졌고 호구조사라는 이름으로 계속됐다. 여기서 호(戶)는 집이고, 구(口)는 사람을 뜻한다. 당시 인구조사의 주된 목적은 백성들의 노동력을 징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근대적 의미의 인구총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10월 이루어진다. 당연히 한반도 수탈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를 근대 센서스의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는 ‘영토 내 모든 사람’, ‘일정 시점 기준’ 조사 등 유엔이 정한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 이전 인구조사는 노비, 여성, 노인을 제대로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인구총조사는 이때부터 시작됐지만, 주택총조사는 이보다 한참 늦은 1960년 이루어졌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시급한 인구 파악이 필요해지면서 1950년으로 예정됐던 인구조사가 1년 앞당겨 실시된 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조사가 확산한 데는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의 영향이 컸다. 그는 1798년 〈인구론〉에서 급속한 인구 증가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인구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센서스 100주년을 맞아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항목’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가족 돌봄 시간, 결혼 계획, 비혼 동거 등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항목들이 포함됐다. 또한 다문화 가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가정 내 사용 언어와 한국어 말하기 실력은 어떤지 조사할 계획이다. 센서스는 더 이상 권력이 사람을 통제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사회의 손짓이 된 셈이다.이제 농촌은 인구가 줄고, 도시는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시대가 됐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조사의 시선이 바뀌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얼마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인구와 주택을 헤아린다는 것은 단지 숫자를 세는 일이 아니다. 센서스가 사람의 결, 삶의 결, 그리고 시대의 결을 읽어내는 지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1000만 관중 시대'… 신축 구장 건립 급하다
지난달 20일께 반환점을 돈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역대 최초로 전반기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KBO는 지난 2일 "올해 KBO리그는 총 관중 700만 7765명을 기록했다"면서 "이는 역대 최초 전반기 700만 관중 돌파다. 또 405경기 만의 700만 관중 경신으로 기존 신기록인 지난해 487경기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시즌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의 시즌 관중 1000만 명 돌파에 이어 올해는 1200만 명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경기당 관중 수는 1만 7275명이다. 지난 시즌 같은 경기 수 기준 1만 4716명보다 17% 늘어난 수치다. 올 시즌 평균 관중 수 1위 팀은 삼성 라이온즈(2만 2548명), 2위는 LG 트윈스(2만 1682명)로 집계됐으며 3위 롯데 자이언츠(2만 516명), 4위 두산 베어스(2만 110명)까지 평균 2만 명을 넘겼다. 이처럼 올 시즌 프로야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한화와 롯데의 대약진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33년 만에 올 시즌 전반기 1위를 확정한 한화는 지난 4월 13일부터 지난달 5일 경기까지 홈 24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KBO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 한화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두 외국인 대형 투수를 영입하며 전력이 급상승했다. 여기에 류현진의 복귀 효과와 정우주·김서현이라는 특급 신예들이 불펜과 마무리 투수로 가세해 팀 돌풍을 이끌고 있다. 특히 폰세는 8이닝 18탈삼진의 KBO리그 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기도 했다. 롯데의 약진도 돋보인다. 롯데는 현재 리그 공동 2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언제든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게임 차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겨울 김민석·추재현을 두산에 내주고 정철원·전민재를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여기에 지난해 196이닝 이상을 던졌던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을 대신해 좌완 에이스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또 시즌 중에 부진했던 찰리 반즈를 내보내고 알렉 감보아를 데리고 왔다. 그 결과 정철원과 전민재는 없어서는 안될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고, 데이비슨과 감보아도 기대 이상의 위력투를 과시하며 팀 승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한 김원중도 KBO리그 통산 11번째로 15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홍민기와 이민석, 박재엽, 한태양, 김동혁 등 신인급 선수들의 맹활약도 눈에 띤다. 특히 홍민기와 이민석은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앞세워 연일 호투하고 있다. 올 시즌 문을 연 한화의 신축 홈 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효과도 관중몰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화생명 볼파크는 3년 간의 대규모 공사 끝에 완성된 개방형 야구장이어서, 기존 구장보다 시야가 탁 트였고, 경기장 외부에서도 내부가 훤히 보인다. 지하 2층, 지상 4층, 관람석 1만 7000석 규모로 조성된 이 신축 구장은 세계 최초로 야구장 내에 인피니티 풀이 조성돼 있어 수영을 하면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비대칭 그라운드에 우측 8m 몬스터 월은 역동적인 경기를 선보이는 이색 펜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1985년 개장해 올해로 40년째를 맞이한 부산 사직야구장의 재건축 추진 사업이 지난 3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통과로 사직야구장 재건축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은 만큼 2031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부산시가 제안한 신축 구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에 관람석 2만 1000석을 갖춘 개방형 경기장으로 건립된다는 것이다. 공사 기간 동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롯데 자이언츠의 임시구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비가 2924억 원에 달해 부산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면 국비와 민간 투자비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시는 하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고 밝혔다. 그러나 2028년 착공 전까지 국비와 민간 투자비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일부 정치권과 부산 동구, 야구 관련 단체 등이 제안한 ‘북항야구장 건설’ 여론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부산 시민과 롯데 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사직구장이든 북항구장이든, 입지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40년 된 낡은 야구장을 대체할 신축 구장을 하루빨리 건립해 달라는 것이다. 부산시의 계획대로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
[노트북 단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미 흐름은 시작됐다
요즘 국회와 금융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말만 들어서는 어렵게 느껴진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디지털 원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현금처럼 1 대 1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예를 들면 1코인은 1000원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은행이나 카드사 중개 없이도 결제 속도는 더 빨라지고, 수수료는 줄며, 투명성도 높아진다. 특히 지역화폐나 온라인 결제, 해외 송금, 게임 머니 등 여러 분야에서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목소리의 근원지는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환전이 가속화하고, 이는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통화 공급을 통제하기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이러한 우려 역시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다원KS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테더 등의 가상자산을 환전해주는 ATM기 제작사다. 이 회사는 환전 뒤 잔돈을 지급하기 위해 원화 100원에 1 대 1로 연동된 디지털 머니 ‘DPEC(디펙)’을 자체 개발해 활용 중이다. 고객은 이를 페이퍼 월렛이나 선불카드(코나 DTK카드)에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이 모이면 현금 출금도 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사업화됐다. 다원KS 이종명 대표는 “어찌 보면 저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사례를 사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법제화가 진행되면, 이미 현장에서 운영 중인 다원KS의 디지털 머니 시스템에 즉시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글로벌 전통 금융기관들 역시 이들 네트워크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자체 플랫폼과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대 경영대학 이종섭 교수는 이를 두고 “남들은 증기기관차를 탈 때 한국은 여전히 말을 타고 다닌다”고 비유했다. 서클이나 테더 같은 해외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국내 결제·송금 시장을 장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한국의 카드사와 은행, 기존 결제망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 실험과 인프라 구축은 ‘모 아니면 도’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갖춰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변화의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 제도는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고쳐 나가며 다듬어가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과 의지다.
[구모룡 칼럼] 물의 도시 부산과 대양의 꿈
부산을 ‘물의 도시’라 불러도 되겠다. 대부분 내륙의 도시는 서울, 파리, 프라하, 부다페스트, 뮌헨, 디트로이트처럼 강을 끼고 발달했다. 물길을 좇아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반영하지만, 이들을 온전한 의미에서 물의 도시라 부르진 않는다. 물의 도시는 강과 더불어 바다에 접하면서 물을 매개로 삶을 영위하고 이동하는 도시를 일컫는데 런던, 뉴욕, 도쿄와 같은 수위의 세계도시가 이러한 속성에 기반하고 있다. 대개 농업과 어업에서 출발해 근대의 공업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서서히 연안 항구에서 바다 바깥으로 나아가는 발전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싱가포르, 더블린, 바르셀로나, 마르세유 등의 차상위 세계도시들도 물과 함께 발달해 왔다.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물의 도시를 찾으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부산이 떠오르게 된다. 섬을 비우고 바다를 금지하던 조선시대에도 강은 주요한 통항의 수단이었다. 수영강과 낙동강 유역에 사람이 모이고 수로를 통해 산물을 이동했는데 부산포의 개항과 더불어 진행된 식민적 근대화 과정에서 부산항이 중심에 놓이면서 부산은 근대도시로 발전한다. 좌우로 수영강과 낙동강이 있고 그 사이에 동천, 초량천, 보수천 등이 바다를 잇는 형국은 부산이 물의 도시임을 나타내는 원형이다.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매립과 복개로 그 성격이 약화하기도 하지만 연안 바다로 나아감으로써 오히려 확장된다. 서해와 남해, 동해라는 연안을 넘어서 대양로부터의 관점을 형성한 도시가 부산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를 쓴 로랑스 드빌레르가 지적하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들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안에 있는 섬’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구 전체로 볼 때 섬과 같은 육지에 살면서 바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뭍의 끝에 닿아있는 연안에 시선이 머물 뿐이다. 반쯤 섬이라는 뜻을 지닌 한반도를 둘러싼 서해, 남해, 동해는 엄밀히 말하면 연안이다. 대양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를 말한다. 흔히 부산을 동아시아 지중해의 결절지라고 하는데 동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잇는 해항도시라는 의미이다. 19세기 말부터 청과 러시아와 일본이 부산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한 역사를 우리는 잘 안다. 그만큼 중요한 지정학적 장소가 부산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유하고 근대화 과정에서 부산은 단순히 네트워크의 결절지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대양과 네트워킹해 선진 한국을 형성하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니 부산은 한국이 품은 대양의 꿈을 상징한다. 이러한 대양의 꿈을 드빌레르는 ‘넓고 깊은 바다를 대양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때때로 그곳으로 떠나기를 꿈꾼다. 대양으로 가고자 할 때 우리는 그야말로 커다란 결심을 해야 하고, 새롭게 시작될 뭔가를 찾아 그곳으로 출발한다. 단순히 현재 살고 있는 땅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익숙한 모든 것을 떠나 저 멀리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출발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부산은 벌써 이러한 출발을 했고 그 꿈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아직 대양을 바로 알지 못하고 연안이라는 국가 중심의 시야에 갇혀 있다. 여기에다 중심의 인력에 이끌려 수도권 일극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은 끊임없이 일극체제를 지연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으로 소환된다. 해양 수도, 부울경 메가시티, 글로벌 허브 시티 등의 도시 목표가 그렇다.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 대안으로 들끓었으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일국 차원의 분권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보면 왜 부산만 특별한가라는 의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대양적 전환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주역이 되는 과정을 상기한다면 어떨까?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그리고 남극해로 나아간 도시가 어디인가? 바로 부산이라는 사실을 알긴 어렵지 않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논리를 담는다. 해양 네트워크 도시로서 대양을 무대로 세계와 네트워킹하는 도시는 부산이며 이러한 특이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대양의 꿈을 상징해 왔다. 새 정부가 북극 항로 개발을 매개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크게 환영할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부산은 이미 북극항로가 아니더라도 태평양 항로, 인도양 항로, 대서양 항로를 개척했다. 먼 남극해까지 원양어선을 띄우고 있다. 이러한 일을 서울이나 대전이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한편으로 부산은 가장 대표적인 물의 도시이다. 미시적으로 도시의 실핏줄과 같은 물길을 살리고 거시적으로 대양을 쉼 없이 연결하는 노력을 경주한다. 부산이 있어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도약하고 있는 셈인데, 이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열린 부산주의가 종요롭다.
[편집국에서] 건강한 부산의 미래를 위해
생활에 활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포츠만큼 확실한 해답은 없다. 직접 운동을 해도 좋고, 다른 이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도 좋다. 땀 흘리고, 박수를 보내며, 공동의 감동을 나누는 경험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올해 부산의 스포츠 현장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연초 부산의 여자 프로농구팀 BNK 썸의 드라마 같은 우승이 시작이었다. 지난 시즌 6개 팀 중 꼴찌였던 BNK 썸은 올해 창단 6년 만에 첫 승을 올리며 부산에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프로야구에선 롯데 자이언츠가 봄을 지나 여름에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을야구’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 KCC는 스타 플레이어 허훈 영입과 ‘영원한 오빠’ 이상민 감독의 부임으로 다가올 시즌에 기대를 높이고 있고,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안산시에서 부산으로 연고를 이전해 부산의 배구 팬들은 올해 10월부터 안방 경기장에서 직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오는 10월 부산에서는 25년 만에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이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체전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부산의 체육 역량을 전국적으로 확인받을 기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부산시는 지난 3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체육국’을 신설했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아우르는 전담 부서가 생긴 것이다. 시민 건강과 여가, 도시 브랜드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의 공공 체육시설은 총 1866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9번째 규모다. 부산의 도시 위상에는 한참 못 미친다. 공공 체육 인프라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공인 육상경기장이다. 전국에 공인 육상경기장이 43개 있지만 놀랍게도 부산에는 한 곳도 없다. 부산에는 공인 경기장이 없어 전국 단위 육상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년 전에도 〈부산일보〉와 지역 체육계 등에서 공인 경기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는 것도 황당한 대목이다. 전국체전 개최지는 의무적으로 전국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해야 해서 부산시는 사직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보수해 급하게 공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마저도 사직야구장이 재건축 되면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임시 야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다시 공인 육상경기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부산의 대표적인 체육시설 중 하나인 구덕운동장은 개발이 지연되며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과거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지만, 현재는 낙후된 시설과 불투명한 활용 계획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덕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지역 체육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해마다 발표되지만, 실질적 착공이나 투자 확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KCC 프로농구단의 경우, 연고지 경기는 부산에서 열리지만 훈련장이나 숙소는 다른 지역에 있다. 이름만 ‘부산 연고’일 뿐,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나 체육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처럼 ‘열기는 뜨겁지만 기반은 취약한’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스포츠는 단발성 이벤트로 꽃피지 않는다. 훈련하고, 참여하고, 관람할 수 있는 일상 속 공간이 갖춰질 때 비로소 시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경기장 몇 곳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연령과 계층이 일상적으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부산의 체육 시설 인프라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구·군 단위로 실내 체육관, 수영장, 트랙, 다목적 구장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기존 시설의 개보수를 통해 지역 간 체육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 프로 구단 유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제로 지역 체육 생태계 안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체육 인프라는 도시의 건강을 측정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부산이 진정한 스포츠 도시로 도약하려면, 내실 있는 인프라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운동하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의 내일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산시의 체육국 신설은 반갑다. 단순히 기존에 각 부서에 흩어졌던 업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 송지연 스포츠라이프부장 sjy@busan.com
[안준영의 집피지기] 벼락 거지
‘벼락 거지’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코로나19 때였다. 코인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 퇴사를 했다는 이들의 ‘영웅담’이 전염병처럼 번지던 시기였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등 투자 자산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월급만 그대로였다. 벼락 거지는 그런 상대적 박탈감을 자조적으로 드러낸 신조어다. 수년간 잠잠했던 벼락 거지라는 단어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삐 풀린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가지지 못한 이들은 또다시 벼락 거지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때 그 돈으로 해운대에 대형 평수가 아니라, 서울 외곽에 자그만 구축이라도 샀더라면 몇억은 벌었을 것”이라는 넋두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정부의 고강도 수도권 대출 규제책 발표 이후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서울 집값은 22주 연속 상승했다. 대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의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성동구와 마포구는 일주일 새 1%가 올라 2013년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공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 급등기의 상승률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는 이제 주거용이 아닌 전 국민이 눈독 들이는 투자처가 됐다. 지난해 기준 서울 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1.5%였다. 이 역시 2006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비율이다. 반면 지방 상황은 처참하다. 부산 아파트값은 2022년 6월 이후 3년 넘게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산의 악성 미분양 통계는 최근 3개월간 달마다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초양극화를 해소할 지방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 다주택자 규제의 풍선효과로 생겨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방 시장을 누르고 서울만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전국의 투자 자본은 결국 규제를 피해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지역 업계에서는 ‘정권을 누가 잡든 부동산 정책을 세울 땐 수도권만 바라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다른 처방전이 필요하다. ‘지방 부동산마저 들썩이면 어쩌나’ 걱정하며 머뭇거린다면 적기를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집값 폭등을 부추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동산 양극화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 시대’ 앞길을 막는 핵심 요소다. 개인 자산의 대부분이 아파트에 묶여 있는 나라에서, 내 집값만 떨어진다면 어느 누가 그곳에 살려고 할까.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도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벼락 거지가 돼선 안 될 일이다.
[오션 뷰] 후쿠오카 공항이 부산에 던지는 질문
최근 여러가지 일 때문에 후쿠오카를 방문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후쿠오카공항은 계속 확장 공사 중이었다. 좁고 단순한 입국장, 도시의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큰 특징 없는 지방 공항이었던 후쿠오카공항이 어떻게 변화할지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리뉴얼된 구역들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공항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새롭게 단장된 후쿠오카공항은 단순한 물리적 확장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담아낸 ‘경험형 공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항 내부 곳곳에 후쿠오카 전통 직물인 하카타오리 패턴이 섬세하게 적용되었고, 지역 목공예 브랜드에서 제작한 가구들이 라운지와 대합실을 채워 공간의 미감을 높였다. 면세점 중심에는 전통 축제를 연상시키는 야구라(櫓) 구조물이 설치되어, 후쿠오카라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음식 공간이었다. 하카타 라멘, 명란젓, 모츠나베 등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들이 입점해 있어, 방문객들이 공항에서 마지막 한 끼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도시의 맛과 기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후쿠오카라는 도시를 압축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문화적 무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후쿠오카공항은 건축 전문지와 SDGs 매거진 등에서 “도시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우수 공공디자인 사례”로 조명받았다. 일본 국내에서도 “공항만으로도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는 방문객들의 평가가 이어진다. 공항 공간 자체가 도시를 대신해 말하고, 방문객과 도시를 연결하는 방식은 현재 공공시설 디자인에 요구되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부산 김해공항은 어떠한가. 김해공항은 오랫동안 동남권의 관문 역할을 해왔고, 최근 국제선 청사 확장 공사로 물리적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내부와 외부 공간 모두 부산다움을 담아내는 데는 크게 부족하다. 건물 외관은 단조롭고, 내부 공간은 기능 위주의 무채색 구성으로 지역 문화나 특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부산은 단순한 해양 도시로 축소할 수 없는, 훨씬 더 입체적인 정체성을 가진 도시다. 예컨대 영도의 조선산업 유산,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F1963, 그리고 다대포 해변의 일몰과 인근 갯마을이 어우러지는 자연과 도시의 교차 풍경 등은 부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다. 또한 부산 특유의 삶의 방식, 거리의 활기와 정중함, 시장의 생동감 등도 부산의 정서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다채로운 요소들을 김해공항 내외 공간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 공항은 도시를 대표하는 첫인상과 마지막 기억을 담당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김해공항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약 10년 정도 가덕신공항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김해공항이 부산을 상징하는 관문 역할을 계속해야 하기에, 지금부터라도 김해공항을 ‘부산다움 실험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면, 푸드코트에는 단순 프랜차이즈가 아닌 부산 지역의 향토 음식과 로컬 브랜드가 입점할 수 있어야 하며, 부산을 상징하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 조형물 등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사소한 공간 요소 하나하나가 부산의 언어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김해공항을 넘어 가덕신공항의 기획 단계에서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필수 원칙이 아닐까한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히 물류와 교통을 위한 대형 공항을 넘어서, 부산과 부울경의 철학, 기후, 역사, 문화를 담은 플랫폼형 공공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 단지 몇 가지 디자인 요소를 덧붙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환대와 정체성을 실내외적으로 구현하는 미래형 공항이 되어야 한다. 현재 가덕신공항 착공이 지연되면서 언제 완공될지에 대한 관심에만 집중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공항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되지 않으면, 단순히 물리적 기능만 수행하는 테마 없는 공항이 될 위험이 크다.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가는 신공항이니 만큼, 지속가능하고 미래친화적인 공항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과 탄소중립 설계, 지역 문화와의 조화, 첨단 기술과 체험형 공간의 융합 등 부산의 모든 자산을 공항 공간에 녹여내야 한다. 공항은 도시의 처음과 마지막 얼굴이다. 하늘의 관문에 ‘부산다움’이 깃들 수 있도록, 부산은 지금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도시를 잊게 하는 공항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공항. 그 길만이 부산이 준비해야 할 진정한 미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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