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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부모를 둔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 쉽다. 어지간한 성취를 이뤄도 항상 부모와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처를 딛고 대를 이어 같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룬 가문에 대해 세상은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 가문만의 독특한 유전자가 있는지, 아니면 그 가문만의 독톡한 교육법이 있는지에 대해. 이는 유전과 환경 중 과연 어느 것이 다음 세대의 능력을 이끌어 내는지를 놓고 벌어지는 오랜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독보적 업적이라는 표현에 걸맞기로는 인류 역사상 퀴리 가문을 넘어설 사례는 없을 듯하다. 2대에 걸쳐 수상한 노벨상만 모두 6개에 이른다. 퀴리 부인 본인이 남편과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단독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첫딸인 이렌도 남편과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퀴리 부인의 둘째 사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난 뒤엔 둘째 딸 이브가 “우리 집엔 나만 빼고 모두 노벨상 수상자”라는 푸념을 남기기도 했다.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퀴리 부인의 첫딸인 이렌. 연구와 학술 활동으로 바빴던 퀴리 부인의 슬하에서도 이렌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건 부모의 탁월한 유전자의 영향이었을까. 교육계에서는 이렌이 접했던 독특한 교육환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렌은 9세에 부친을 여읜 뒤 13세 되던 해부터 모친이 교수로 근무하는 소르본느 대학에서 생활한다. 여기서 이렌은 모친의 동료교수이자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폴 랑주뱅으로부터 수학을, 훗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되는 장 페렝으로부터 물리를 배우는 등 당대 최고 석학들로부터 과외를 받는다. 인류 역사상 역대 최고 ‘어벤저스’급 과외진이 이렌을 가르쳤던 것이다. 교육계는 천재성의 싹이 이런 교육에서 열매를 맺었다고 본다.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연일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대를 이어 독보적 업적을 남기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런 활약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유전자 영향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인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성장 이면엔 부친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써내려간 부친의 스타 절친들이 줄곧 함께하며 남긴 영향도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유전과 환경의 세례를 고루 받은 2세들이 부모를 이어 독보적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에 대한 유쾌한 시각이 절로 생긴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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