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서 만난 ‘아이다’
아트컨시어지 대표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인 베로나의 아레나(Arena di Verona)에서 해마다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열린다. 시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13년 8월 13일 열린 오페라 ‘아이다’(Aida)였다. 초연은 큰 화제가 되었는데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와 피에트로 마스카니, 극작가 아리고 보이토,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유명 인사도 참석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로마의 카라칼라(Caracala) 욕장, 마체라타의 스페리스테리오(Sferisterio), 그리고 푸치니 페스티벌이 열리는 토레 델 라고(Torre del Lago) 등이 한여름을 수놓는 이탈리아의 야외 오페라 축제인데, 역사나 규모 면에서 단연 최고는 역시 베로나 오페라 축제이다. 베로나의 아레나는 역사지구 초입 브라 광장(Piazza Bra)에 위치하고 있다. 2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잘 보존된 원형경기장이라는 장소성이 큰 역할을 한다.
2013년은 베로나의 아레나에서 첫 오페라가 선을 보인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 해는 1913년 첫 공연이었던 ‘아이다’ 초연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연출자 지안 프랑코 데 보시오의 손에 의해서 복원 제작돼 화제가 되었다. 이후 올려지는 ‘아이다’는 1913년 버전이라는 타이틀로 관객몰이를 했는데, 해마다 6~7편이 올려가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여러 오페라 중 최고의 인기 작품이다.
실제 2013년은 오페라 축제 100주년이긴 하지만, 100번째 오페라 축제는 아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코로나 탓에 10여 차례나 행사를 걸러 실제 100번째 축제는 2023년 개최됐다. 제100회 베로나 오페라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버전의 ‘아이다’가 공개되는데,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소프라노 안나 넵트랩코가 암네리스 역을 맡아 큰 화제가 되었다.
오페라 연출자인 스테파노 포다(Stefano Poda)는 올해와 내년에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다시 공연될 ‘아이다’ 프로덕션의 감독이자 세트 디자이너를 맡았다. 그의 무대는 투명성과 조명 효과, 정교한 의상이 특징이다. 배경인 이집트의 상징적인 묘사로, 이미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필자는 이번 축제에서 13번 열리는 ‘아이다’ 중 4번째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개념적 통일성을 찾는 과정에서 포다는 안무, 무대, 의상, 조명을 잘 활용했다. 그가 오페라 연출자임과 동시에 무대, 의상, 조명 디자이너이며 안무가라는 이력이 십분 활용됐다. 하지만 2막 개선행진곡을 퍼레이드 대신 군무로 처리한 부분은 못내 아쉬웠다. 그럼에도 포다의 ‘아이다’는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과감한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