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예산 미반영, 먹는 물 해결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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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진행 5년째에도 예산마저 미궁
갈등 해소 정치력 발휘 등 숙제 산적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1차관이 지난달 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를 방문, 낙동강 녹조 대응을 위한 보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1차관이 지난달 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를 방문, 낙동강 녹조 대응을 위한 보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은 부산 시민들이 먹는 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취수원이다. 그 말은 낙동강 물이 오염될 경우 부산 시민들은 먹을 물이 없다는 뜻과 같다. 그런 낙동강의 수질은 1991년 구미 페놀 방류 사건 이후 음용 부적절 수준에 곧잘 다다랐고 이는 곧 일상이 돼 왔다. 이 때문에 낙동강 이외에 마실 물을 얻을 수 있는 취수원을 마련하는 것은 부산 시민들의 숙원 사업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숙원이 모여 시작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올해로 진행 5년째를 맞았지만 이와 관련한 내년 정부 예산마저 반영이 되지 않음으로써 미궁에 빠졌다. 공업 용수 수준이라는 말까지 듣는 낙동강 물만 쳐다보는 부산 시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부산 상수도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시작은 2021년 환경부 정책위원회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이 통과하면서 본격화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낙동강 녹조 사태 등으로 낙동강 하류 지역의 식수 불안이 커지면서 신규 취수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2028년까지 연간 90t 규모의 신규 취수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 마련해야 할 기본설계비조차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는 낙동강 수질 개선 대책을 포함해 전반적인 정책을 더 살피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책 추진 의지 박약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취수원 다변화가 단숨에 해결이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은 동남권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바다. 신규 취수 예정지로 부각되고 있는 경남지역 주민들의 반대만이 아니라 최근엔 대구 취수원 이전 이슈까지 겹치는 대표적인 복합 갈등 사안이어서 대안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정책 추진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마시는 물이 정책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이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공간적 위험을 무릅쓰고 취수원 확대를 위해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유치했던 절박함을 상기한다면 더 이상 미루고 있을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취수원 다변화 정책 관련 정부 예산 미반영에 대한 비판이 들끓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정 당국과 협의를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부산시도 최근 개최한 국민의힘 부산시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체계 구축’을 내년도 주요 국비 확보 사업 1순위로 채택했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선다면 예산 마련 가능성은 올라갈 듯하다. 하지만 예산 마련만큼 중요한 일은 또 있다. 여러 지역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복합 갈등 양상을 어떻게 풀 수 있느냐다. 정치가 개입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여기엔 여야도 진영도 있을 수 없다. 먹는 물 문제의 해결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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