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지역의사제 도입, 관건은 의료계 반발
정부 공식화·법안 3건 발의 중
수업료 면제·해외연수 등 혜택
대신 일정 기간 지역 의무 복무
의료계 “직업 선택 막아 위헌”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도
정부 신속 추진에 의료계 이견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일 서울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 제 3·4차 회의를 열고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에 대한 세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 제공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대책으로 꼽히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정부가 공식화한 데 이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부처 이관을 위한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인데 의료 현장의 반발도 예상된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역의사제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은 총 3건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 의료기관에서 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대학 입학 전형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복무형’ 지역의사의 경우 면허 취득 이후 국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10년 이상 복무를, ‘계약형’ 지역의사는 복지부장관이 별도로 지정한 의료기관과 5~10년 범위에서 계약해 종사하게 된다.
지역의사는 육성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법안에 명시된 지원 정책을 종합해보면, 지역의사 전형으로 의대에 입학한 학생에게는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비용이 지원될 전망이다. 또 주거, 경력개발, 직무교육 지원을 비롯해 추가수당 지급, 지역의사 근무 완료 시 해당 의료기관 등에서의 우선 채용, 국제기구 파견과 해외연수 우선 선발 등 우대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사제는 응급실 뺑뺑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등을 거치며 위기에 놓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의 핵심 대책으로 꼽혀 왔다. 특히 농촌이 많은 지역은 의대 정원 확대와 시니어 의사 활용이 이뤄지더라도 의료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별도 공급 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 경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경남 의사 인력 수요 추계 및 확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의과대학 입학생 수가 증가하거나 시니어 의사를 활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050년 경남 모든 권역에서 의사 공급 부족이 나타난다. 지역의 의사 공급 문제를 해결할 별도의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9일 당정이 지역의사제 도입을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관련 준비 작업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정부는 먼저 국립대병원 육성을 위해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기 위한 관련 논의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복지부, 교육부, 국립대학병원 4곳이 만나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 제3·4차 회의를 열고 소관 부처 이관 이후 교육 연구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부는 필수의료법이나 지역의사제와 같은 다른 필수의료 강화 정책의 실효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 이관을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의사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고, 또 실효성도 높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병원은 지난 10일 소관 부처 이관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고, 이들 병원 교수 1063명은 관련 설문에서 79.9%가 부처 이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 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A 씨는 “지역 대학병원을 ‘빅5’ 수준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간섭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