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방송에 당사자 동의 없는 'AI 활용' 계획 논란…성우협회 강력 반발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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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 성우. 연합뉴스 강희선 성우.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우 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한국성우협회는 이날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와 공동 성명서를 냈다. 한국성우협회는 1964년 정식 발족했으며, 방송3사는 물론 투니버스, 대원방송, 대교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성우들을 회원으로 둔 비영리단체다. 성우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서울교통공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강희선 성우의 목소리를 AI로 학습·활용해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저작권법상 불법행위이자 윤리적 측면에서도 비난받을 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희선 성우는 1996년부터 29년간 서울 지하철 역사 내 안내방송을 맡아왔으며, 애니메이션 '짱구는못말려'에서 '짱구 엄마' 봉미선 목소리를 연기하는 등 대중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암 투병으로 성우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지난 26년간 연기했던 '짱구 엄마' 봉미선 역에서 하차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일부 언론을 통해 강희선 성우가 건강 문제로 서울지하철 안내방송에서도 하차한다는 소식과 함께 서울교통공사가 후임 성우를 뽑지 않고 AI를 활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성우협회는 30년 가까이 지하철 안내방송을 책임져 온 성우의 목소리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하려고 했다면서 서울교통공사 측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투병 중인 성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갖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서울교통공사가 향후 인간 성우의 목소리를 생성형 AI 기술로 재현하고자 할 때는 성우 본인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시스와 중앙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날 "기존에 안내 방송을 녹음했던 성우의 동의 없이 해당 목소리를 인공지능 음성 합성(AI TTS)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교통공사 측은 "기존 성우와의 녹음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여러 검토 사항 중 하나로 AI TTS 도입을 검토했다"면서도 "이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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