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분 늦는 건 일상" 추석 귀향길 발목 잡는 KTX 연착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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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앞두고 무더기 지연 속출
청도 구간 사고 뒤 연착률 두 배
"무궁화호보다 더 느릴 때도…”
연말까지 작업 재개 힘들 듯
경부선 승객들 불편 가중 전망

지난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의 사고 이후 경부선 KTX 연착이 잦아지면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승강장에서 KTX 이용객들이 열차에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의 사고 이후 경부선 KTX 연착이 잦아지면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승강장에서 KTX 이용객들이 열차에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출장길에 오른 30대 배 모 씨는 부산역에서 KTX를 탔지만 예정 도착시간보다 20분 이상 늦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는 “지연 때문에 중요한 행사 일정에 많이 늦었다”며 “이럴 거면 아예 기차 시간표에 지연시간을 반영해 공지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부선 KTX 연착이 잦아지면서 이용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열차 상당수가 짧게는 10분 내외부터 길게는 20~30분 이상 늦어지자 승객들의 불편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2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무궁화호가 선로 작업자를 들이받아 2명이 숨지는 사고(부산일보 8월 20일 자 2면 보도) 가 발생한 뒤 KTX ‘무더기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경부선 KTX 연착률은 사고 전 한 달 동안 전체 3816편 가운데 838편이 지연되며 22%의 연착률을 보였지만, 사고 이후 한 달은 3761편 중 1408편이 지연되면서 37%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경부선 열차 전체 연착률도 16%(6085편 중 970편)에서 28%(6117편 중 1671편)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착은 KTX 기준 5분 이상, 일반 열차는 10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를 말한다.

경부선 열차 지연의 이유는 지난 8월 무궁화호 선로 사망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코레일 대구지역본부 관할 선로 전 구간 약 450km에 대해 내린 작업중지 명령 때문이다. 사고 이후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열차는 해당 구간을 통과할 때 기존 시속 100km에서 40~50km로 서행해야 한다.

코레일이 하루에 운행하는 열차 680여 편 중 260여 편가량(40%)이 해당 구간을 지난다.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열차 대부분이 지연 영향을 받고 있다.

본격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차 지연과 혼잡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이 추석 연휴 동안 열차 운행을 평소보다 5%가량(713회) 늘리는 데다, 서행 구간을 오가는 열차들이 중간 정차역과 분기구간에 몰리면 대기시간이 겹치며 지연이 길어지는 등 병목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추석 귀경을 앞둔 부산 직장인 김 모(34) 씨는 “평소 서울까지 2시간 40분이면 도착하는데, 최근에는 3시간을 넘기기 일쑤”라며 “연휴에는 가족 단위 승객에 입석 이용객들까지 몰리는데 이 상태라면 큰 혼잡이 빚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는커녕 연말까지도 작업중지 명령 해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레일에 따르면 실제 최근 5년간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최소 17일에서 최대 264일에 달했다. 명령이 풀리지 않으면 경부선 열차 지연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어 승객 불편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청한 철도운전시스템학과 한 교수는 “현 정부가 안전·산재·사망사고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쉽게 작업 제한을 해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당분간은 지금의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지만, 열차 지연으로 인한 불편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한 현장과 유사한 성격의 정비 작업은 중단하되, 그 외 지역까지 확대된 조치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작업 제한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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