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앞두고 소상공인 울리는 ‘사칭·노쇼 사기’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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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대목 앞두고 사기 기승
업체 대상 사칭 범죄 시도 잇따라
노쇼 사기도 급증해 자영업자 울려
경찰, 피싱 사기 전담 부서 신설

지난달 25일 사하구 낙지 전문 유통 업체 장가유통이 사칭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사칭범이 업체들에게 보낸 대왕 오징어 사진. 장가유통 제공 지난달 25일 사하구 낙지 전문 유통 업체 장가유통이 사칭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사칭범이 업체들에게 보낸 대왕 오징어 사진. 장가유통 제공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칭과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황 속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면서 부산경찰청은 전담 수사계를 신설하고 내년 1월 31일까지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2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사하구 낙지 전문 유통업체 장가유통이 사칭 피해를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장가유통은 20년 넘게 운영 중인 지역 대표 낙지 유통업체다. 사칭범들은 위조 명함을 만들어 장가유통 관계자로 신분을 속이고 일선 식당과 거래 업체에 접근했다. 날치알·대왕 오징어 등 장가유통이 유통하지 않는 비싼 수산물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속여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장가유통 사업자 번호, 상호 등을 도용한 가짜 견적서와 거래 명세표까지 제작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소매상들이 장가유통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다행히 아직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가유통에는 사실 확인 전화와 팩스가 매일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판매에 매진해야 할 시기지만 ‘사칭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장가유통 관계자는 “바쁜 추석 대목인데 사칭 사기에 대한 해명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장가유통 사칭으로 피해금이 발생하지 않아 사칭범들에게 업무 방해 또는 허위 사실 유포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칭범들이 범죄에 사용하려 했던 계좌는 지급정지 조치했다.

노쇼 사기도 급증해 자영업자들을 울린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부산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는 40건이다. 1~7월 월 평균 발생 건수인 16건의 2.5배에 달한다. 피해액도 8월 한 달에만 8억 원으로 1~7월 누적 피해 10억 원에 육박한다.

사기범들의 주요 수법은 공무원이나 기업인 등의 명함·신분증을 위조한 뒤 소상공인에게 접근해 허위 주문을 하고 돈을 입금받는 방식이다. 사칭범들은 주로 전화나 SNS 등 비대면 방식으로 범행 대상을 노리며,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전화 추적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분 확인이 어렵고, CCTV를 활용한 수사에도 한계가 있어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사칭 범죄와 노쇼 사기가 급증하면서 경찰은 지난 1일 5개 중점 시도경찰청에 피싱 사기 관련 수사 부서를 신설했다.

부산경찰청에도 반부패수사대 소속 피싱사기수사계가 신설돼 27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됐다. 경찰은 내년 1월 31일까지 피싱 사기를 전담 수사하는데, 노쇼 사기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범죄 수사와 함께 부산 지역 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 사칭 범죄와 노쇼 사기 등에 대한 범죄 예방 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시, 각 구·군과 협력해 노쇼 사기 등의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피해금 복구가 어려운 범죄인 만큼 시민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25일 사하구 낙지 전문 유통 업체 장가유통이 사칭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사칭범들이 조작한 판매 견적서. 장가유통 제공 지난달 25일 사하구 낙지 전문 유통 업체 장가유통이 사칭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사칭범들이 조작한 판매 견적서. 장가유통 제공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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