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비쿠폰 잔치’의 뒤끝, 부산 부담액 966억 원에 ‘허리 휘청’
1차 645억·2차 321억 원 분담
낮은 재정자립 비용 마련 ‘쩔쩔’
시, 재난 대응 기금 끌어와 마련
구·군도 타 용도 재원 편법 대처
추후 돌발 상황에 재정 운용 불가
이헌승 의원 “민생 현안 등 피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2차 지급을 위해 부산시와 부산 16개 구·군이 부담한 금액이 약 96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뿌려진 소비쿠폰이 지방재정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커진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부산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시·구청별 지방비 부담액’ 자료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에 부산시와 부산 16개 기초단체가 부담한 금액은 약 645억 원에 달했다. 소비 쿠폰 2차 지급으로 약 321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면서 부산시와 16개 기초단체는 총 약 966억 원 재원을 마련해 재정 부담을 메웠다.
16개 기초단체 중 대부분은 소비쿠폰 마련에 필요한 재원을 예비비나 일반조정교부금에서 빼서 썼다. 예비비는 재난 재해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별도 책정한 예산이며, 일반조정교부금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분하는 일종의 ‘차등 지원’ 예산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일수록 부담은 커졌다. 부산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으로 자립도가 9.5%에 불과한 영도구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에게 부여되는 일반조정교부금 9억여 원을 소비쿠폰 1·2차 마련에 끌어다 썼다.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지원되는 예산이 소비쿠폰 재원으로 쓰이면서 열악한 재정 상황 타개 방안은 요원해졌다.
북구(9.9%), 서구(12.4%), 동구(14.8%), 사하구(15.1%)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동구는 재원 전액인 약 8억 원을 일반조정교부금으로 충당했고, 그 외 기초단체는 예비비 등에서 재원을 마련했다.
부산시는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을 헐어다 썼다. 총 약 638억 원의 재원 중 238억 원이 이 기금에서 나왔다. 해당 기금은 당초 재난 대응 등에 쓰기 위해 수년간 여유자금을 적립해 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갑작스러운 세출에 가용할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기금을 건드린 것이다. 부산시와 지자체에서 긴급 상황을 대비한 각종 예산이 소비쿠폰 재원으로 앞당겨 사용되면서 향후 비상 상황에 따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소비쿠폰 재원 마련은 국비 90%, 지방비 10% 분담 방식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부산 시민은 1인당 소비쿠폰의 최소 1만 9900원을 세출로 기본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에 따라 1인당 추가 부담액은 9502원에서 1만 751원에 달했다.
소비쿠폰 지급으로 지방재정 부담이 커졌지만 정작 재원을 충당할 제도는 갖춰지지 않았던 탓에 기초단체는 더 골머리를 앓았다. 소비쿠폰 재원 마련을 앞두고 재정이 열악한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지방채 발행 등으로 충당을 계획했으나 지방재정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며 그조차 어려워졌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각 기초단체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해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한 경우 지방채를 발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에서는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타 용도 기금으로 지방채를 발행한 뒤 이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돌려쓰는 방식의 편법적 운영까지 거론됐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지출이 갑작스럽게 연달아 발생하면서 추후 예비 상황을 고려하는 재정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를 두고 이헌승 의원은 “지방재정은 정부와 달리 적자 재정이 불가해 정작 시급한 민생 사업을 축소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며 “민생경제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지방재정 숨통 막는 길이 되고 있다. 무책임하게 재원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방식의 정부 주도 사업은 반복되어선 안된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