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법인 ‘파산 신청’ 30% 급증… 경기 전망까지 ‘빨간불’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법인 회생 153건·파산 124건
지난 1년간 부산회생법원 신청
내수 부진, 산업 전반으로 확산
대 중국 기술 경쟁력까지 약화
미래 전망 어두워 ‘청산’ 선택

부산 지역 법인들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법인들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과 중국 제조업에 대한 경쟁력 약화로 지난 1년간 법인 파산 신청이 30% 이상 급증했으며, 향후 경기 전망마저 코로나19 사태 수준으로 얼어붙어 지역 경제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2일 부산회생법원에 따르면, 2024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년간 접수된 법인 회생 신청은 153건, 법인 파산 신청은 1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년(2023년 9월~2024년 8월) 대비 법인 회생은 16%, 법인 파산은 34%나 급증한 수치다.

법인 회생은 기업의 계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을 때 재기를 모색하는 절차인 반면, 법인 파산은 사업 지속이 오히려 손실을 키울 때 자산을 정리하는 절차다. 회생보다 파산 신청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사업 회생 가능성보다 청산을 택할 만큼 미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함께 중국에 기술 경쟁력마저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부산 제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경쟁해 왔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 우위가 크게 희석됐다는 평가다.

지역 기계업체 A 대표는 “지역 내 기술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상위 20%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80%는 이미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침체의 충격은 소비재(B2C)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7~8월 부산회생법원이 공고한 법인 파산 진행 기업 51곳의 업종을 분석한 결과, 소비재 관련 기업뿐 아니라 기계·금속 등 B2B 기업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은 “뷰티, 신발 등 내수 부진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B2C 기업 외에 B2B 기업도 10% 이상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수 부진의 충격이 B2C에서 B2B로 연쇄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 재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사업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향후 지역 제조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사업 재편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업계 목소리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점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64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7포인트(P) 급락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극심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BSI가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수출기업의 경우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우려 등으로 전분기 대비 2P 감소한 78을 기록했지만 내수기업의 경우 소비 위축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61을 기록, 전분기 대비 20P나 감소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 또한 부정적이다. 응답 기업의 73.7%가 ‘올해 매출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목표 달성’(21.6%)이나 ‘목표 초과 달성’(4.6%)을 전망한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