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자제하자” 무색… 여야 무더기 소환
행안위, 정의선·백종원 등 53명 국감 증인 채택
정무위 증인에는 최태원… APEC 당일 참석 요구
정청래 “기업인 마구잡이 증인 신청 말자” 무색
위철환 선관위원 인청보고서, 여당 주도 의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국정감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 기업인 5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당은 올해 국감에서 기업 총수 증인 채택을 자제하자고 당부했으나 이번 국감에서도 기업인들을 대거 소환하며 이 같은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평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행안위는 전날(1일) 전체 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정 회장은 이수기업의 노동자 집회와 책임경영과 관련한 증인으로, 백 대표는 지역 축제 관련 의혹 및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한 질의를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부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증인으로는 전현직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과 관련해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 등이 출석 요구를 받았다.
‘용산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연루된 현대건설 전현직 임원들과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관계자들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참고인으로는 최근 민간 기부채납 관련 사기 피해로 헬스장을 폐업한 헬스트레이너 양치승씨 등 16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기업인 41명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는 최 회장은 정무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8일부터 시작하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어 국가적 행사 당일 소환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24일 산업부 종합 감사 증인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불렀다. 신세계가 중국 알리바바와 설립한 합작법인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 방안을 따져 묻겠다는 이유다.
앞서 민주당은 올해 국감에서 기업 총수 증인 채택을 자제하겠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여당다운 국감”을 강조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감에 출석하는 기업인들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야당 지도부도 무분별한 증인 채택은 자제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가 기업 총수 소환 최소화 방침에 입으로 모으며 기업인 대거 증인 채택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번 국감에 역대 최다인 166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서, 관행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행안위는 전날 민주당 주도 위철환 중앙선관위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