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찾은 낙동강 지자체"생태탐방선 크루즈 승격을"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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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부산 북구 등 4개 지자체장 등
이달 일본 오사카와 와카야마 찾아
크루즈·파크골프 등 현장 벤치마킹
생태탐방선 크루즈 승격 논의 시작
전국 규모의 파크골프 대회 검토도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2일 오사카관광국을 찾아 오사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2030년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 등을 청취한 뒤 글로벌 관광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2일 오사카관광국을 찾아 오사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2030년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 등을 청취한 뒤 글로벌 관광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낙동강 중·하류 7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낙동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일본 오사카와 와카야마를 찾았다.

글로벌 관광교류와 동시에 오사카 일대의 크루즈, 파크골프, 워케이션 현장을 둘러보고 이를 낙동강 일대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협의회는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늦어지고 있는 낙동강 생태 탐방선의 크루즈 승격을 위해 공동으로 노선 조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와 더불어 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에 조성된 모든 파크골프장을 활용하는 전국 규모 대회를 열어 방문객 유치를 도모하기로 했다.


■아시아 1위 관광도시 꿈꾸는 오사카

지난해 오사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63만 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오사카에서 소비한 금액도 1조 3696억 엔에 달한다. 이는 2014년 376만 명 방문에 소비액 2661억 엔보다 관광객은 4배, 소비액은 5배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도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2.8배)와 일본 전국 평균(2.7배)보다 높다.


나동연 낙동강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사카관광국에서 미조하타 히로시 이사장과 선물을 교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권 기자 나동연 낙동강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사카관광국에서 미조하타 히로시 이사장과 선물을 교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권 기자

올해는 오사카 엑스포 영향으로 5월 말 현재 718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았고, 연말까지는 1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는 203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에 소비액 5조 엔을 목표로 관광 인프라 확충,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폭발적인 외국인 방문객 유치 성과 뒤에는 공익 재단인 ‘오사카관광국’이 있다. 오사카관광국은 관광진흥업을 위해 지난 2015년에 설립됐다. 2020년 사카이시가 합류하면서 오사카부(광역)와 오사카시(기초), 사카이시(기초) 연합의 관광 추진 조직으로 확대됐다.

관광국은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 관광 쇼케이스를 비롯해 관광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마케팅 조사, 박람회 등 각종 프로모션, 마이스 등 관광 인프라 조성, 나아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 지방 분산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해 왔다.

특히, 관광국은 외국인 관광객 인프라 조성을 위해 자체 재원을 확보해 눈길을 끌었다. 오사카 이패스 광고 수익과 공식 파트너 기업 유치, 회원사 모집 등을 통해 이들은 자체 재원을 마련했다.

관광국은 현재 신오사카역 재개발(2030년)과 오사카성 동부지구 개발(카지노와 마이스 등 조성), 오사카 베이 에어리어 활성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한국을 102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지한파인 미조하타 히로시 오사카관광국 이사장은 “오사카 역시 한국과 똑같이 수도권(동경) 인구 집중으로 인한 지역 소멸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슈퍼 요트 유치·스모와 차·칼 주제 콘텐츠 개발 등 각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관광국에서 미조하타 히로시 이사장을 만나 글로벌 관광 교류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나동연 낙동강협의회 회장은 “오사카와 민간 차원에서 여러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협의회 차원에서도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한다”며 “오사카관광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일부 사업과 계획은 낙동강에 바로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를 찾은 방문객들이 지난달 23일 오사카성 내부 혜자를 도는 아쿠아라이너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오사카를 찾은 방문객들이 지난달 23일 오사카성 내부 혜자를 도는 아쿠아라이너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물의 도시 ‘오사카’를 먹여 살리는 크루즈

물의 도시인 오사카에는 7개 강에 11개 코스의 크루즈가 운영되고 있다. 협의회는 11개 코스 중 오사카성 내부 혜자를 도는 ‘아쿠아라이너 크루즈’를 찾았다. 협의회가 구상 중인 낙동강 생태탐방선의 크루즈 승격과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오사카성에서 나카노시마를 순회하는 아쿠아라이너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크루즈인 ‘도톤보리 리버크루즈’와 마찬가지로 도심을 도는 크루즈다.

아쿠아라이너는 오카와·토사보리·다이니네야강을 따라 나카노지마의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오사카시 중앙 공회당, 나카노시마 장미원, 오피스 빌딩, 방송국이 밀집된 비즈니스 파크, 오사카성을 볼 수 있다. 저녁에는 오사카의 멋진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정원 98명인 아쿠아라이너는 평일 오전에도 불구하고 60여 명이 탑승했다. 주말에는 대기 인원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오사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10% 이상이 11개 코스의 크루즈를 탈 정도로 오사카 크루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쿠아라이너 크루즈에 탑승해 본 협의회는 이른 시일 내에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크루즈로 승격하기로 입을 모았다. 도심을 통과하는 오사카의 아쿠아라이너 노선보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낙동강이 경쟁력에 있어 우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쿠아라이너 크루즈를 그린 벽화. 김태권 기자 아쿠아라이너 크루즈를 그린 벽화. 김태권 기자

협의회는 이른 시일 내에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타고 부산 북구 화명공원에서 밀양 수산교까지 크루즈 노선 공동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회에는 애초 화명공원에서 양산 황산공원까지 크루즈 운영을 추진했다. 그런데 밀양시가 최근 협의회에 가입하면서 크루즈 노선을 밀양 수산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크루즈 노선을 밀양 수산교까지 연장하면, 부산과 울산 시민들이 마시는 취수원을 통과하게 돼 환경단체의 반발도 우려된다.

하지만 협의회는 디젤 엔진이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크루즈를 도입하면 취수원 오염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아쿠아라이즈를 타 보니 천혜의 절경을 가진 낙동강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크루즈 운행으로 인한 수질 오염은 전기를 사용하는 크루즈를 도입할 경우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마가 오토시 가족이 지난달 23일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노카미후레아공원을 찾아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김태권 기자 시마가 오토시 가족이 지난달 23일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노카미후레아공원을 찾아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김태권 기자
노카미후레아이공원 내에 조성된 산지형 파크골프장 전경. 김태권 기자 노카미후레아이공원 내에 조성된 산지형 파크골프장 전경. 김태권 기자

■지역 소멸을 막는 파크골프장

1983년 북해도 한 마을에서 파크골프장이 처음으로 조성돼 운영에 들어갔다. 파크골프장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북해도 전역으로 또다시 일본 전역으로 확산했다.

현재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일본 전역에 최소 1200개 이상의 파크골프장이 조성·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노카미후레아이공원 내 파크골프장도 2000년 이곳 주민들의 요구로 문을 열었다.

3만 3000㎡ 규모의 공원에는 36홀의 산지형 파크골프장과 오토캠핑장을 포함한 캠핑장, 반려견 공원, 바비큐장, 각종 레저시설이 들어서 있다. 산촌에도 불구하고 공원 개장과 동시에 2009년까지 연간 20만 명이 찾아오는 와카야마현의 대표적인 파크골프장을 겸한 공원이 됐다. 방문객은 7700명에 불과한 가미노정 인구의 26배가 넘는다. 6만 명은 와카야마현 주민이 아닌 외지인다.

기미노정은 파크골프장 등을 찾은 방문객으로 북적거리는 것은 물론 연간 1400만 엔의 농산물을 팔아 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3일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노카미후레아이공원을 찾아 파크골프장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권 기자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3일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노카미후레아이공원을 찾아 파크골프장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권 기자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되고,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고령층의 취업으로 최근 파크골프장을 포함한 공원 이용객이 13만 명으로 감소했다.

와카야마현은 공원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캠핑장을 늘리고, 반려견 공원을 조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청년층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 리모델링도 추진 중이다.

협의회가 방문했던 이날 인근 도시에서 공원을 찾았던 시마가 오토시(47) 가족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시마가 오토시 부부는 “이번이 4번째 파크골프장을 찾았다”며 “아들(11)이 파크골프에 재미를 붙여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파크골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파크골프 인구 유치를 통한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 되는 노카미후레아이공원 사례를 낙동강에 접목하기로 했다. 협의회 소속 자치단체 모두가 기미노정처럼 파크골프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내년에 협의회 차원의 전국 파크 골프대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전국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면 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의 모든 파크골프장을 활용할 수 있다”며 “낙동강협의회를 전국에 알리는 것은 물론 선수와 그 가족 등 방문객 유치에 따른 지역 경제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카야마현 사라하마초에 건립된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 전경. 김태권 기자 와카야마현 사라하마초에 건립된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 전경. 김태권 기자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4일 와카야마현 사라하마초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에서 관계자와 워케이션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권 기자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4일 와카야마현 사라하마초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에서 관계자와 워케이션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권 기자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워케이션’

워케이션은 일인 ‘Work’와 휴가인 ‘Vacation’을 결합한 단어로, 직장을 떠나 여행지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원격 근무를 하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많아지면서 워케이션이 빠르게 확산한 반면 일본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과 경기침체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와카야마현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워케이션을 정책적으로 도입했다. 2017년부터 추진 중인 ‘와카야마 워케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과 도시,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와카야마현은 세계유산을 포함한 풍부한 관광자원과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도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기업의 워케이션 공간을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와카야마현은 워케이션 유치를 위해 기업별로 맞춤형 워케이션 플랜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 5년 활동을 조건으로 워케이션 이용료와 항공 교통비의 50%를 3년간 지원한다. 매니저를 통해 워케이션 장소와 숙소,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와카야마현에는 현재 20여 개의 워케이션이 있다. 난키시라하마 공항 부지에 건립돼 민간이 운영하는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자유로운 원격 근무와 창의적 협업을 지원하고, 개방감 있는 디자인과 최신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와 IT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4일 와카야마현청에서 와카야마현 워케이션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태권 기자 낙동강협의회가 지난달 24일 와카야마현청에서 와카야마현 워케이션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태권 기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과 개별 업무가 가능한 조용한 공간이 구분돼 누구나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스노 와카야마현 지역진흥과장은 “와카야마현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라며 “일부 지역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는 등 지역 활성화에 새로운 전략이 요구됐고, 그 전략 중 하나가 ‘워케이션’이며, 성공적으로 정착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와카야마현의 워케이션은 우리나라에서 확산하고 있는 (워케이션) 모습과는 다르지만, 관계인구의 유치로 지역 소멸을 막는 등 배울 점이 많았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검토한 뒤 접목할 것을 과감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낙동강 중·하류 지역 7개 자치단체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해 미국 뉴욕시 벤치마킹에 이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오사카부와 와카야마현 일대를 찾아 관광 인프라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벤치마킹에는 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 4명을 포함해 7개 지자체 관련 부서 공무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협의회는 부산 북구,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와 경남 양산시, 김해시, 밀양시가 참여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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