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사줘야 하나”… 부산 여아 유인 시도에 학부모들 불안감 확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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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초등생 유인 미수에 주민들 동요
지역 맘카페선 학부모들 “무서운 세상…”
경찰, 기동대 투입해 집중 순찰 실시

부산 경찰이 미성년자 약취·유인 예방을 위해 학교와 통학로 주변에서 순찰을 실시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경찰이 미성년자 약취·유인 예방을 위해 학교와 통학로 주변에서 순찰을 실시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달 29일 부산 강서구에서 60대 남성이 초등학생을 자신의 차로 유인하려던 사건이 발생(부산일보 10월 1일 자 8면 보도)한 이후 지역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괴·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학교 주변 순찰 강화에 나섰다.

1일 오후 1시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강서구 지사동의 한 거리. 경찰이 초등학생 유인 미수 사건이 발생한 거리를 중심으로 하교 시간에 맞춰 4인 1개 조로 순찰을 실시하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일대에 기동대를 투입해 순찰을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 동요가 있어 순찰을 강화한 것”이라며 “기동대 57명이 이틀간 순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6시께 강서구 지사동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11세 초등학생에게 60대 남성 A 씨가 접근했다. A 씨는 자신의 차로 가서 전화를 한 통 해주면 10만 원을 주겠다고 꾀었으나, 학생이 이를 거절하고 집에 돌아가 해당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다.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 당일 경남 창원시 자택에 있던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유인 과정에서 몸을 잡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약취가 아닌 유인 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도 들여다 봤으나, 범행 전 학교 앞에서 대기하는 등의 수상한 행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A 씨의 범행 장소가 파출소, 우체국 등 공공기관과 9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인근이라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지사동 B 초등학교 정문에서 만난 학교 보안관 김 모(72) 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유괴, 유인 시도가 많아 경각심이 크다”며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뿐 아니라 아이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 맘카페에는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는 미성년자 약취, 유인 범죄에 대한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무서운 세상, 우리 동네까지”라며 “(자녀에게) 호루라기라도 사줘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교육청도 사건 직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부산 지역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 대상 유괴 예방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으며, 학교 관리자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학부모 소통 앱 ‘다모아앱’을 통해 예방 수칙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게시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북부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정서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약취·유인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약취·유인 범죄 발생 건수는 △2020년 8건 △2021년 8건 △2022년 14건 △2023년 15건 △2024년 18건이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9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추세인데, 2020년 158건이었던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 발생 건수는 2024년 236건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원시에서는 60대 남성이 10대 아이를 끌고 가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날 전북 군산시에도 20대 남성이 11세 아이에게 “같이 놀자”며 유인하려 한 혐의로 검거됐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에 대한 저항 능력이 낮은 미성년자를 노린 범죄는 매우 악질적인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상한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는 교육 차원의 예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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