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일극에서 '5극 3특' 재편 균형발전 성패 시험대
지방, 정부 의존 아닌 동반자 자각을
기반 갖춘 부울경, 다극화 유력 대안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확정하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핵 구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 중심으로 경제·생활권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경수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30일 세종에서 첫 본회의를 열고 권역별 메가시티 육성과 함께 세종 행정수도 완성, 지역별 60분 생활권 구현,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 방식 자체의 재편이다. 지방정부가 정책 설계의 동반자가 아니라 수혜자로 머무는 한 국토균형발전은 요원하다.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명시,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 확대, 지방정부의 국정참여 강화, 혁신적 지방세제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 2017년 제19대 대선 직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제시한 지방분권 대선 공약이다. 망국적인 일극주의 폐해 해소의 해법이 제시됐지만 어찌 된 셈인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서울 공화국’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 시대’ 구호가 내걸렸지만 번번이 미완의 과제로 남은 탓이다.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메가시티’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는 과정은 지방민에게 ‘희망 고문’이었다. 국토균형발전 패러다임은 변화가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원회와 지역 모두의 실행력이 중요하다. 우선 위원회는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통합하고, 예산과 제도를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처 칸막이와 시도 경계를 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예산 사전 조정권, 정책 영향평가, 포괄보조금 확대 등 실질적 수단을 확보하고 지방이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가 정부의 지침에 의존하는 종래의 사업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산업과 인재, 정주 여건을 설계하고, 타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공동 생존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는 ‘5극 3특’ 거버넌스 구축과 예산 확대, 광역연합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국토균형발전은 중앙의 시혜가 아니라 지역 주권의 회복일 때 의미가 더해진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주권정부의 취지에 비춰 보아도 지역민이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주권 행사다. 부산을 위시한 동남권은 해양, 물류, 에너지, 금융 등 다핵적 산업기반을 골고루 갖췄다. 부산·울산·경남은 현재의 행정 통합에서 나아가 미래 산업과 인재 육성을 통한 공동 발전 전략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반과 조건이 갖춰진 동남권이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의 유력한 대안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한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