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MASGA 시대, 혁신 항로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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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앞세워 세계 조선업의 질서를 새롭게 짜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혁신 역량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에서 강점을 지닌 HD현대중공업과 중소형·특수선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HD현대미포의 합병은 친환경 연료, 자율 운항, 차세대 추진체계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중복 연구와 한계를 딛고, 하나로 나아가면서 더 큰 파도를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규모 확대는 단순한 숫자의 합을 넘어선다. MASGA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본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역량 없이는 대응이 어려운데, 이번 합병으로 대형선·해양플랜트와 중소형·특수선을 아우르는 전 선종 대응력이 확보됐다. 또 군함이나 해안경비함 같은 방산 분야까지 사업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셋째, 합병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조선소 같은 범용기술 확산의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기술은 조선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이다. 통합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은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표준화할 수 있으며, 저가 경쟁에 매몰된 중국 조선업체들을 뒤로 하고 한국은 기술 혁신으로 새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병은 친환경 규제 강화, 디지털 전환, 방산 수요 확대라는 업계의 주요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암초도 예상되지만, 혁신 역량을 재구성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한국 조선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성윤·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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