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 또 바뀔라…” 너도나도 밀어넣기 수출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품목 관세 그대로 유지되는데다
관세 유예 어떻게 변할지 몰라
“관세폭탄 피할 마지막 기회…
미국까지 하나라도 더 보내라”
부산항엔 선사 출항 문의 빗발
수출업체 재고 옮기기에 총력
창고 구하러 직원 현지로 급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수출 선박에 대한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수출 선박에 대한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발 관세전쟁에 국내 산업계에서 북새통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시간을 번 것에 안도하며 관세 부과 전에 미국으로 생산 제품을 보내기 위해 수출 배편을 수배하는가 하면 현지에 재고를 보관할 창고를 구하려고 직원을 현지로 급파하기도 한다.

10일 산업계와 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 각 선사로 선석과 출항 등 스케줄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무역 전쟁 유탄을 피해 미국으로 재고 밀어넣기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한 부산항 신항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선석과 출항 등 스케줄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혹시 스케줄을 바꾼 후 미국 관세 정책이 바뀌면 대금 등에 문제가 생길까 화주들도 걱정이 크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세계 각국을 상대로 발효한 상호 관세를 즉시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기로 하면서 더 혼란해지고 있다.

다음 달 3일부터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부산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들 마음이 급하다. 남은 한 달간 재고 물량을 최대한 미국 현지에 밀어넣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고육책이다. 오린태 자동차부품협동조합 이사장은 “다음 달 초부터 매겨지는 품목 관세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물량 수출을 서두르고 있는 기업이 많다”며 “사실상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지역 기업이 현지 공장을 세우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워,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안으로 재고 밀어넣기를 택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미국 현지 창고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A업체 대표는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일시적으로 빌릴 수 있는 창고를 수소문하고 있다”며 “당장 웃돈을 주더라도 관세가 붙는 것보다는 유리하다고 판단해 일단 계약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개별 창고가 없이 재고 물량을 밀어넣는 수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현지 창고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완성차와 철강업계는 상호 관세와 별개로 이미 25%의 품목 관세를 받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 완성차 기업들에는 관세 부과 여파가 6월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체는 현지 재고를 우선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향후에는 관세 탓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한국GM 창원공장에 주로 납품하는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 진출한 지역 신발업계 역시 물량 밀어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46%의 상호 관세를 받았다. 문창섭 한국신발산업협회장은 “많은 업체들이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다”며 “일단 관세 유예가 된 만큼 최대한 많은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가전업계와 신발업계 등은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은 베트남이 외교력을 발휘해 관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완성차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울 경우 그 부담은 결국 하청업체가 지게 되고, 관세 부과분을 그대로 차량 가격에 반영한다면 경쟁력을 잃어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