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기업’ 통신 3사, 관세 폭탄은 ‘남의 일’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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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1조 5493억
관세 영향 무관 탄탄한 실적
AI 등 설비투자 축소엔 우려

이동통신 3사 로고. 각사 제공 이동통신 3사 로고. 각사 제공

‘내수 기업’인 통신사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관세 무풍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주요 기업들이 수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통신 3사는 관세 우려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필수소비재인 통신 서비스는 내수 부진도 비켜가 ‘경기 방어주’ 역할도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통신 3사 지난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신 3사의 성과가 설비투자 축소 등 ‘소극적 경영’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공지능(AI) 사업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지난 1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조 2313억 원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5493억 원으로 예상됐다. 통신 3사 1분기 영업이익 순위는 KT(7000억 원대), SK텔레콤(5000억 원대), LG유플러스(2000억 원대) 순으로 분석됐다.

통신 3사는 지난해에도 1~3분기에 분기별로 합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기는 탄탄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시적 비용이 영향을 주면서 실적이 악화됐지만 올들어 실적이 곧바로 개선됐다.

통신 3사의 실적 행진에 대해선 비용 절감에 따른 ‘소극적’ 경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고, 5G 설비투자도 줄어들면서 이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도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도 통신 3사의 ‘비용 절감’ 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KT 등의 수익과 관련 “이동전화 매출액 정체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및 경비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단통법 폐지에 따른 시장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 역시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영업비용 감축 효과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통신 3사의 수익성 개선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경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통신사들이 ‘배당 확대’ 등으로 수익금을 소비하고 있어 투자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통신 3사는 그러나 ‘트럼프 관세’와 무관한 업종으로 부각되면서 최근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드러난 ‘내수 기업’의 한계가 이제는 ‘외풍’에 무관한 기업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게임·증권·엔터 등 관세 무풍지대 업종과 함께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국내 통신 3사와 달리 미국 통신사들은 관세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 비용 부담이 늘고 미국 통신사들의 ‘요금제 끼워팔기’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또 노키아, 에릭슨 등 유럽산 통신장비에 대한 관세는 통신망 유지, 보수, 개선 비용을 높여 미국 통신사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통신사의 경우 관세 충격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관세 충격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고정요금제’를 선보이며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한 다음 날 3년간 요금이 고정된 ‘고정요금제’를 선보였다. 버라이즌은 소비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주기 위해 고정요금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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