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90일 유예, 한숨 돌린 세계
전면 부과한 지 13시간 만에
세계 시장 혼란에 한 발 물러서
중국 관세는 104→125% 올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교역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 관세인 10%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전 0시 1분(현지 시간) 상호 관세 부과가 시작된지 13시간 만이다. 보복 관세로 대응한 중국에는 관세를 더 높여 125%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도 90일간 25%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 그러나 철강·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중국에 대해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면서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상호 관세를 유예하고 상당히 낮춘 10% 기본 관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즉각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맞대응 조치를 발표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여기에 또 대응하면서 104%까지 올라갔던 관세가 125%로 더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를 갈취하던 날들은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미국 국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한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7월 10일 정도까지 협상의 시간을 번 셈이 됐다. 오는 6월 3일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일단 새 대통령 하에서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정치적 시간표와 관계없이 빠른 속도로 한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할 수 있어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유럽이나 해외에 있는 미군을 감축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많이 보전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역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각국에 대해 한 개의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과 방위비 협상을 동시에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날 관세 유예 소식에 뉴욕 증시는 급반등하고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한국에서도 코스피가 6.60% 상승하고 환율은 27.7원 내리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나타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