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대선 불출마… '리더십 회복·보수 재건' 실현 한계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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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 참여하지 못해 매우 송구
중도 보수세력 합작 정치 혁신 기대"
국힘 경선 룰서 신념 전달 불가 판단
대선 과정서 역할 기대 목소리 여전
한동훈 출마 선언·김기현 등 불출마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일 동의대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DB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일 동의대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DB

6·3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주목받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10일 “합작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밝힌 듯 그는 대한민국 리더십 회복과 보수 재건을 최우선 고려 요소로 고민해 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방식에서는 이를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많은 분들로부터 당내 경선에 참여해서 새로운 리더십 구축에 일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저의 의지와 힘이 못 미쳐 그 뜻을 받들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 혼자의 권력이 아니라, 후보들 사이의 합작, 나아가 광범위한 중도 보수세력의 합작에 의해 권력을 창출하고 또 권력을 운용하는 초유의 정치 혁신이 이 심대한 위기의 시간에 꼭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지역은 물론 중앙에서도 박 시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는 탄핵 정국을 지나던 지난 2월 국회에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을 주제로 발제 강연을 하기도 했으며 이달 8일에는 자신의 국가 리더십 구상을 담은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 실패를 겪은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초보 운전자의 집권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박 시장의 출마설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교수, 시민운동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등 입법·행정 경험을 다양하게 갖췄으며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중도보수 대통합을 이끌어낸 바 있어 진영 내에서도 박 시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본인의 출마가 당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 고심에 들어갔다. 특히 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대한민국 리더십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두 번 모두 보수 진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보수 재건에 본인이 어떤 힘을 보탤 수 있는지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고민은 실제 그의 저서에서도 확인된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의 위기는 곧 리더십의 위기”라며 “이런 위기를 낳은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기존 국가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보수가 가져야 할 기본 인식은 무엇이고, 이것이 민주당 등 상대 세력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보면 박 시장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1차 경선 과정에는 추첨을 통해 후보를 3개 조로 나눈 뒤 오는 18·19·20일 조별로 TV토론회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전체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에 처한 심각한 상황이지만 조별 토론회로는 국민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메시지 전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박 시장도 대선 출마의 뜻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에 참여하지 않는 박 시장은 앞으로 시정에 집중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가져온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날 불출마 글에서도 “지혜와 의지를 모아 함께 나아가는 협력과 합작의 리더십을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며 “합작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날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대선 과정에서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번째 탄핵으로 보수가 또다시 붕괴될 처지에 놓여있다”며 “특히 재보선 등을 거치며 극우 광장 정치가 득세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데 보수가 이성을 찾는 데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 경선 방식이 정해지면서 후보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분수대 앞에서 출마 선언식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해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인 김기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 글에서 “저는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출마를 검토했던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지금은 저 김태흠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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