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수라를 둘러싼 조선 역사를 읽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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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왕의 밥상>

조선시대 수라간은 궁궐에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 중 하나였다. 수라에 관한 이야기를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했고,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제한되었다. 그렇기에 오늘날 수라와 관련한 기록과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왕에게 올리는 수라상과 수라간, 궁궐 요리사 기록을 통해 당시 정치와 사회, 문화적인 의미를 찾는 <왕의 밥상>은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역사서이다.

일반적으로 수라상이라고 하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고, 귀한 재료로 만든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평상시 왕의 밥상은 가짓수가 많지도 않았고, 화려함보다는 영양을 골고루 담은 균형 잡힌 밥상에 중점을 두었다. 건강을 고려한 보양식도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보다 붕어찜, 소위 위(양)를 삶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음식이었다.

왕의 식사는 절대 권력자가 누리는 특권의 상징이 아니라 밥상에 앉는 마음의 자세에서부터 밥상을 통해 왕이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보여줘 대신과 백성에게 모범이 되어야 했다. 자연재해나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왕이 먼저 스스로 근신하여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식사하지 않는 철선,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 고기 먹는 것을 중지하는 소선 등 수라상의 변화를 통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은 왕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통치력을 강화하는 정치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책은 왕뿐만 아니라 왕의 요리사에 대한 일화도 담고 있다. 외교 사신 접대에는 재능이 뛰어난 요리사를 특별히 챙겼고, 명나라 요구로 공녀와 함께 수라간 요리사를 보낸 기록도 있다. 러시아어 통역관이었던 김홍륙이 수라간에서 일했던 공홍식, 김종화를 시켜 고종을 독살하려 했던 사건 등 비리와 역모를 꾀한 인물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왕의 밥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다양한 인물의 일화와 사건이 엮여 있다. 김진섭 지음/지성사/272쪽/2만 3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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