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위기인데 '줄탄핵'으로 국정 혼란 가중시킬 셈인가
민주, 헌재 탄핵 선고 지연되면서 압박
내우외환 극복을 위한 여야 협치 절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각 줄탄핵을 경고하고 나서 국정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헌재는 31일에도 탄핵 선고일에 대해 예고를 하지 않아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내각에 대한 줄탄핵마저 감행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초유의 국정 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줄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가뜩이나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국가 위기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70명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30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다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도 31일 “지금 대한민국의 혼란은 모두 최상목 전 권한대행과 한덕수 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어조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라는 조바심 속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서며 정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초선 의원, 김어준 씨 등 야권 인사 72명을 무더기로 고발했다. 사유는 내란음모 혐의로, 이 대표를 필두로 야권 인사들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민주당을 겨냥한 맞대응 전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내각 총탄핵’ 주장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한 바 있다.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 받은 사이 ‘역대급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뒷전으로 밀렸다. 31일 추경 합의를 위한 여야 회동은 규모를 둘러싼 입장차로 소득 없이 끝나 허탈감만 안겼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국민들 마음도 새카맣게 타들었고 이재민들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로 직접 향한 가운데 31일 공매도가 재개된 국내 증시는 폭락 마감하며 경제적 불안감마저 키웠다. 대통령 직무 정지 속에 여야가 똘똘뭉쳐 난국을 헤쳐나가도 부족할 판에 서로 국정 흔들기 경쟁에 혈안이 돼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기한을 1일로 못박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지만 마은혁 재판관을 즉각 임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이 행동에 나설 경우 국정이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정치가 국가를 송두리째 망치지 않을까 국민들은 노심초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