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자동차 25% 관세 부울경 주력산업 발등에 불
완성차 업체 위주로 초점 맞춘 정부 대책
지역 부품업체 고통에 더 관심 기울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 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현지시각 26일 공식 발표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개별 품목으로는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에 따라 앞으로 제약, 반도체 등 미국의 개별 관세 부과 품목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민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들이 줄줄이 나열되고 있지만 동남권 입장에선 이번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가 유달리 아프게 다가온다.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다시피 한 동남권에서 조선·수리조선업과 함께 제조업의 양 날개를 이뤄왔던 자동차·차부품업 때문이다. 벌써부터 해당 업계에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까지 우려하고 있다.
동남권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는 부산의 르노와 창원의 GM이다. 이 가운데 르노는 일본과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북미가 주요 시장인 GM은 이번 관세 조치의 직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GM은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북미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들 물량은 미국에서 외국산 자동차로 분류돼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 GM 측은 이미 올해 1~2월에 북미 수출 물량을 많이 처리해 당장 힘들지는 않으리라 보고 있지만 관세에 따라 발주량이 줄어들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 GM에 동남권의 80여 업체가 1·2차 벤더로서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GM의 타격만으로 이들 업체는 회사 명운이 갈릴 수도 있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가 미국에 30조가 넘는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직접 미국에 진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동남권 자동차 부품업체로서는 그것도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다.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절반 가량이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어도 이들 대부분이 기업 규모가 작아 현대차를 따라 미국을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은 기대할 수가 없다. 지역 업체들은 오히려 당장 부품 조달처를 바꾸기 어려운 완성차 업체가 부품업체에 비용을 떠넘기지나 않을지를 더 걱정하는 형편이다. 미국 진출 이전에는 관세 부담을 떠넘기고 미국 진출 이후에는 추가 발생 물류비를 떠넘기는 방식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업체들이 느끼는 공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정부 대책은 완성차 업체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현대차의 미국 투자 약속에서 보듯 행보가 가벼운 완성차 업체에 비해 지역 부품업체가 받을 타격이 훨씬 큰 상황이다. 특히나 완성차 업체의 미국행 이후에는 현지 부품업체들로 부품 공급체인을 바꿀 가능성도 크므로 지역 부품업체는 궤멸적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 상공계 등이 혹시라도 있을 완성차 업체의 비용 전가를 감시할 체계를 구축하고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