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파고에 ‘공급 절벽’ 부산 부동산, 치솟던 분양가도 주춤
올해 1~3월 아파트 2곳만 청약
탄핵 정국 여파 건설사 몸 사려
평당 분양가도 6개월 만에 하락
대출 규제도 시장 침체에 한몫
봄 맞아 일부 분양 준비 기대감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출 규제, 탄핵 정국이 겹치며 부산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치솟던 분양가마저 6개월 만에 떨어진 가운데 봄을 맞아 일부 단지가 분양에 나서면서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3월 부산에는 아파트 단지 2곳이 청약을 진행한 게 전부다.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됐던 지난해 같은 시기 분양 실적(5곳)에도 한참 못 미친다. 올해 청약 성적표도 처참했다. 거제역 역세권에 위치한 ‘양우내안애 아시아드’는 경쟁률이 0.32 대 1에 불과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669만 원으로 집계됐다. 평(3.3㎡)당 분양가로 환산하면 2207만 7000원으로 직전 달보다 3만 6000원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분양가마저 6개월 만에 하락한 것이다.
공사비가 치솟는 상황을 감안하면 분양가 하락은 이례적이다.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이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면서 건설사들도 몸을 사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영향으로 정비사업이 위축돼 공급 자체가 줄었다. 정부가 재초환 폐지 또는 완화를 추진했지만 탄핵 정국에서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대출 규제도 시장 침체에 한몫한다. 특히 가계대출과 관련한 정책과 지침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번복되며 혼란이 더해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금융당국 수장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낮추라고 은행을 압박했지만, 집값이 들썩거리자 돌연 시장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은행별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는 천차만별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대부분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세부 조건은 다양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전 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막고 있다. 하나은행도 이달 27일부터 서울시 1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조건이나 대출 만기나 한도 역시 은행별로 제각각이다. 당장 이사를 계획하던 소비자들은 이사 지역과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도 ‘공급 가뭄’이라 부를 정도로 분양시장이 위태롭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의 분양 물량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일반분양 482세대)가 유일하다. 이는 최근 5년간 1분기 서울 분양 물량으로는 최저치다.
힘든 시장 여건에도 일부 단지가 봄을 맞아 분양에 나선다. 금호건설의 에코델타시티 아테라(1025세대)와 반도건설의 동래 반도유보라(400세대)가 먼저 신호탄을 쏜다.
이후에는 르엘 리버파크 센텀(2070세대)과 남천 써밋(845세대), 사직 힐스테이트 아시아드(1068세대) 등이 이르면 상반기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1군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와 우수한 입지, 대단지 등을 앞세운 ‘분양 대어’들이 대열에 합류한다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공급 가뭄 속에서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기에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