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2기 트럼프 미 행정부와 한국 외교 안보 정책
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1기 이어 ‘미국 우선주의’ 또 천명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 요구
힘 이용해 협상서 우위 확보 전략 구사
북한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 높아
한국의 전략적 가치 등 설득 필요
외교적 시야와 공간 확장도 있어야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워싱턴의 아웃사이드로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는 제46대 대통령직을 민주당의 조 바이든에게 내준 뒤, 2024년 11월 대선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두고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그리고 다시 트럼프로 이어지는 미국 정치의 변화는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 즉 이익, 거래, 양자주의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바이든의 이념, 규범, 다자주의로 이행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트럼프의 대통령으로의 귀환과 함께 출범한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트럼프의 파나마 운하도 그린란드도 미국 땅이며 합병을 위해서는 군대 투입도 가능하다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1기 트럼프 행정부 이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흔들면서 막대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직접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한반도에 트럼프 폭풍이 밀려오고 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초래한 국정 공백의 장기화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 세력 간 대립 격화를 배경으로 한국의 외교는 거의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 붕괴 이후 30년 가까운 패권 유지 과정에서 소진된 미국의 국력과 국민들의 피로감을 회복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2017년 제45대 대통령 취임사와 2025년 제47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변함없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이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미국의 재건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 안보 정책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일련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며, NATO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강요하면서, 미국의 군사력은 한층 강화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의 힘을 이용해 협상에서의 우위 확보, 정상 대 정상에 의한 톱다운 결정 그리고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유리한 거래를 확보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빈번히 사용한다.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자신이 호언장담했던 가자지구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추진하고 있다. 사실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와 지정학, 지경학적으로 연계돼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체결하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군대를 파병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행했다. 그리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소유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다음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이른바 ‘가자 구상’을 제시했다. 1기 행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토 제국주의적 양태를 나타낸 것이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러시아와 3년 이상 전면전을 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렀다. 그리고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안전 확보를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은 채 종전협정 및 미국과의 광물협정에 서명할 것을 종용했다.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유럽의 전쟁에 바이든 행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인식하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낭비이며 이미 제공한 지원을 우크라이나로부터 회수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강력한 권력을 소지하고 장기 집권을 행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친밀감을 표명해 왔다.
가자지구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단락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실패했으나 지속적으로 우호 관계를 과시해 온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김정은이 지난 10년간 공을 들여온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자본 투자권과 광물 채굴권을 확보하고 김정은은 부분적 비핵화를 행하는 스몰딜부터 북미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는 빅딜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안보와 국익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실익에 근거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더 나아가 2기 트럼프 행정부 다음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관점에서 한미동맹과 함께 한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시야와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정치 세력들과 국민들의 국익과 안전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라는 점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