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미국의 가상자산 비축 선언과 금융 질서 변화
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입장 전향적 변화 의미… 공식화 신호
전통적인 자산 역할 보완·대체 가능
대규모 매입 땐 가격 급등할 수도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은 세계적 흐름
디지털화된 새 유형 자산 출현
기존의 금융 시스템 혁신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략적 비축 자산 목록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해 금융 시장과 경제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리플(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도 전략적 비축 자산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결정은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거리감을 두어왔던 미국 정부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변화한 것을 의미하며 가상자산의 위상이 미국 정부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공식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 비축 자산이란 국가가 경제적, 안보적 이유로 비축하는 필수 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원유, 천연가스, 금, 일부 농산물 등이 있으며 이러한 자산은 시장 변동성이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전략적 비축을 통해 국제 분쟁, 공급망 교란, 금융위기 등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다면, 가상자산은 전통적인 전략적 비축 자산의 역할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우선,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매입이 이루어지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전략자산으로 특정된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연기금, 은행, 대형 자산운용사 등 전통적인 금융 기관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다. 기존 전략적 비축 자산은 대부분 실물 자산 중심이었으나 가상자산의 포함으로 국가 간 경제적 역학 관계가 변할 수 있다. 요컨대 미국이 대규모 가상자산을 보유하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의 패권과 함께 가상자산의 패권까지 차지할 수도 있다.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미국 입장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고 금융 분야에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커 보인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기 어려워 그동안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는 오랜 기간 가상자산을 법적으로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 왔다. 금융 자산인지, 상품인지, 화폐인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은 비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제 이러한 문제들이 점차 해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보안이 강화되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금융기관도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인프라가 마련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이어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14일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제일의 패권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이제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본격적으로 비축할 것이라는 보증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미국이 먼저 전략 자산 비축에 나서게 되면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가상자산을 비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관련된 금융산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에 반대하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 비추어 본다면 가상자산 외에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급격하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미국 국채 매입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상자산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미국 달러화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앞서 언급된 가상자산들과 함께 국제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새로운 결제 방식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의 시세 변동에 관심을 두었던 투자자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지털화된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 출현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금융 서비스와 거래가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다. 이제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의 거대화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인생에 한 번 볼 수 있을지 모를 엄청난 변화에 벌써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