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뜨거워지는 한반도와 원전 계속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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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

최근 기상청에서 한반도 폭염의 원인과 과거 사례, 미래 전망 등을 담은 ‘폭염백서’를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가 폭염백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도 2100년에는 늦봄에 해당하는 5월부터 폭염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기간도 5월부터 9월까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루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날 전후 30일에 해당하는 ‘연중 가장 더운 기간’엔 평균 기온이 2023년 25.5도에서 2100년 최대 32.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반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백서는 최근 우리나라에 폭염일과 열대야일이 재현 주기를 단축하며 기록을 경신하는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이처럼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후 정책 연대와 기술 발달, 그리고 화석연료 감축 노력과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실 국제 사회는 이미 기후 위기에 맞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중립(Net Zero)’은 세계 각국의 거스를 수 없는 약속이 됐다. 각국 정부가 거시적이고 당위적 관점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발전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발전량을 세 배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에 서명한 국가가 31개국으로 늘었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이 선언에 서명한 기존 25개국 외에 케냐와 튀르키예, 엘살바도르, 카자흐스탄,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 6개국이 새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는 2050년까지 약 23% 증가하며, 전력 소비량은 지금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전기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의미다. 원자력을 잘 활용하면 2050년까지 87기가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는 전문 기관의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각국이 신규 원전 건설과 계속운전,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원전 계속운전은 신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즉시 가용 가능한 무탄소 전원으로 상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자산이다.

94기의 원전으로 세계 최대 원전 운영국인 미국의 경우 올해 가동 40년이 넘는 원전이 지난해보다 7기 늘어나는 등 원전 장기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최근 3년 만에 개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원전 의존도 저감 대신 최대한 활용을 명기하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최초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이 올해부터 본격 개시된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고리원자력본부가 운영 중인 고리2·3·4호기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고리원자력본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원전 계속운전 시대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고리2·3·4호기의 신속한 재가동과 원전 공백기 최소화를 위해 모든 임직원과 협력회사가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여 안전성 증진 설비개선 투자와 최신 설비 보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무쪼록 올해를 목표로 준비 중인 고리 원전 계속운전이 적기에 성공적으로 개시되어 국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한반도를 식히는 데 일조하는 기후 파수꾼의 역할도 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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