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육감 직선제, 대체 언제까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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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국 정치부 차장

교육 자치 표방했지만 정치색 한가득
공천 없어 후보와 단일화 단체 난립
시청-교육청 불협화음에 행정도 난항
러닝메이트제 등 직선제 대안 찾아야

하윤수 전 교육감의 중도하차로 부산은 교육 수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 출사표를 던진 인사만 8명이다. ‘정치 비수기’가 때아닌 교육감 재선거로 달아오르고 있다.

사전 선거운동으로 직을 날린 전 교육감 탓에 혈세 낭비는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더 기가 차는 건 정치색을 숨길 생각조차 않는 새 교육감 후보들이다. ‘교육 자치’를 표방하던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교육위원 간선제로 치러지던 교육감 선거는 지방자치 확대와 발맞춰 지난 2007년 직선제로 바뀌었다. 밀실 합의와 금품 선거 등 간선제의 폐해가 극심했던 게 원인이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택한 직선제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리 봐도 국민의힘 후보와 저리 봐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좌판을 깔고 있다. 여야 모두 직접적인 개입만 삼갈 뿐 이미 일부 캠프는 총선 조직과 인원이 동원되는 중이다. 다들 알고도 모른 척 할 뿐이다.

정당 선거는 공천을 통해 수준 미달 후보를 걸러낸다. 물론 유권자 눈높이에야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일단은 당에서 후보의 자격을 검증해 왔다. 하지만 정치색을 빼겠다며 이를 생략한 교육감 선거는 매번 후보가 난립하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덩달아 선거판을 쥐고 흔들려는 단일화 단체 인사들까지 어깨에 힘을 준다. 보수 진영, 진보 진영 할 것없이 단일화 단체가 나서 존재감을 과시하려 든다. 출전 선수 명단이 나오기도 전에 ‘자칭 심판’이 설치고 다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교육감 직선제를 보완하던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한 데 묶어 선거를 치르자는 ‘러닝메이트제’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김대식 의원과 서지영 의원이 시민 토론회를 여는 등 공론화에 착수했고, 이미 여러 차례 법안 발의도 이뤄졌다.

물론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 현장에 정치와 행정의 개입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하다. 그러나 언급한 것처럼 교육감 후보가 정치색을 스스로 칠하고 나오는 판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차라리 선거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맞다. 부적절한 인사의 선거 개입을 막고, 붕괴 위기의 공교육에 정치와 행정과 버무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나 부산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교육 환경 재편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과 교육감의 ‘잘못된 만남’만은 안될 말이다. 시청과 교육청 간의 엇박자 행정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도 크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속출하고 있는 폐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청에서는 이를 복합시설로 재활용해 보려 교육청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협조는 요원하다. 공유재산 관리법 개정으로 공익 목적이라면 폐교 부지를 지자체에 무상 이관하는 것도 가능해졌지만 지금까지 부산에서는 단 한 건의 부지 이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시청이 칼자루를 쥔 신도시 조성 등 도시계획 입안 과정에서는 교육청의 발언이 큰 힘을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설 학교 용지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발생하는 통학거리 조정과 학생 수 유지 등 후유증 관리는 오롯이 교육청의 몫이다.

직선제의 폐해가 커지면서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인 학부모의 한숨도 깊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겨우 23.5%.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장성해 교육 정책에 관심이 먼 유권자까지 한 데 묶어놓은 직선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 역시 큰 차이는 없을 전망이다. 저조한 투표율 속에 후보의 정치 성향만 보고 던진 ‘깜깜이 표’는 교육 현장의 난맥상으로 이어진다. 이를 감내해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은 안중에도 없다.

교육감 직선제를 다시 돌아볼 시기가 됐다. 이는 교육 자치에 대한 일방적인 폄훼가 아니다. 지난해 말 서울교총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현행 직선제를 폐지 혹은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계 내부적으로도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교육계는 정치를 탈피해 교육 자치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교육과 행정, 정치를 과연 분리하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던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른 지방 자치와 합이 맞는지도 되물어봐야 한다. 아쉽게도 교육감 직선제는 그 어떤 물음에도 답을 주지 못했다. 부산 유권자가 교육감 재선거에 피로와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를 새 교육감 후보들은 알아야 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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