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중위기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다중위기 시대’에 산다. 많은 시민이 각종 위험 요소와 재난, 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다중위험 사회가 형성된 배경에는 몇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첫째, 인류 기술의 발전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만 해도 주요한 위험 요소는 전쟁, 홍수, 감염병, 질병 등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오면서 인간은 삶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켰고, 그 결과 새로운 위험 요소도 함께 증가했다. 교통사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과거에는 말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 정도였지만, 현재는 자동차, 항공기, 고속철도 등 다양한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사고의 빈도와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의 심화도 재난의 강도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태풍은 매년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여름철은 더 무덥고, 겨울철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산불, 폭염, 홍수, 폭설 등 기후재난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피해 강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셋째, 우리 사회가 이미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이중위험 사회’이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은 유럽이 근대적 발전을 이루는 시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성찰의 시기를 거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빠른 경제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치유하고 해결할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결과, 선진국형 재난(코로나19, 전기차 사고 등)과 후진국형 재난(오송역 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압사 사고, 제주항공 사고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위험 사회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다중위기 시대를 살아간다. 커지는 위험 요소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재난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재난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음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또한 위험과 재난에 대한 비용 지출은 손실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화기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수천만 원의 화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투자다.
둘째, 재난안전에 대한 교육 방식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 현재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는 학문적 지식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작 생존과 직결되는 안전 교육은 소외돼 있다. 따라서 공교육 과정에 재난안전관리 및 소방안전관리 과목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입해야 한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위험 요소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이론적·실천적·체험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전 생애에 걸친 재난안전교육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국가위기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과 안전 분야에 대한 예산 투입을 뒷순위로 두는 경향이 있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재난 및 안전 분야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난과 안전 분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최근 배터리 화재가 증가 추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발생한 대형 재난 사례를 보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신종 재난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다중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나 기후변화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시민, 교육기관, 정부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은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는 안전 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편입하며, 정부는 위기관리 패러다임을 장기적·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일 때,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