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57포인트(1.24%) 내린 2,515.4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8.30 포인트(1.13%) 내린 724.01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5시 30분 기준 0.3원 내린 1,437.3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57포인트(1.24%) 내린 2,515.4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8.30 포인트(1.13%) 내린 724.01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5시 30분 기준 0.3원 내린 1,437.3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구속 사태는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사회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와 국제 사회의 신뢰를 흔들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Sell Korea’가 재연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국제적인 투자자가 특정 국가에 투자를 결정할 때 경제적인 요소보다 우선하는 것이 그 나라의 정치 상황이다. 해당 국가의 정치 상황이 혼란해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자산이 대량 매도된 ‘Sell Korea’ 사례는 한국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및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선례이기도 하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는 경제보다 상위 구조"라며 "계엄 사태는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등 비상계엄으로 인한 후폭풍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악재가 되고 있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 빈약한 재정 기반, 미국 트럼프 2기 출범과 미중 경제전쟁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혼란과 'Sell Korea'의 교훈

'Sell Korea'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한국 자산을 대량 매도하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불과 50여 일 만에 국가신용도가 6단계나 하락하며, 기업 연쇄 도산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관리 실패가 맞물려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외국 자본이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면 외화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곧이어 시장금리 상승과 개인 대출 악화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서 대규모로 이탈하고, 코스피 지수 하락과 원화 가치 약세로 이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통상 80%를 넘어서는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국내의 정치 혼란은 전 세계로부터 경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절박한 묘책이 한국의 GDP를 위협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계엄령이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그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불안정성과 외국인 투자 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구속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대응과 법정싸움 등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만큼 극단적 정치 양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될 소지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되는 경우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면 신용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췄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날 취임한 도널드트럼프 미 대통령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날 취임한 도널드트럼프 미 대통령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GDP 감소분 6조 3010억 원 추정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질적으로 부산의 고급식당가에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8일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1.6~1.7%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전망치보다 0.2~0.3%p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중 약 0.2%p가 계엄 여파 때문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을 1.9%로 가정한 실질 GDP는 2335조 4370억 원인데, 이보다 0.2%p 낮은 1.7%에서 실질 GDP는 2330조 8530억 원으로 4조 5840억 원 줄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고려한 GDP 감소분을 모두 더하면 6조 3010억 원으로 추정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심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미흡한 주주환원,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등이 원인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구속 등 정치적 혼란이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한국 시장을 피할 경우,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국제적 신뢰도가 약화될 우려마저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한국 기업과 시장이 국제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등장했다. 금융시장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한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이 빚어졌고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면서 "트레이더들이 불안정성에 대비해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 불확실성 급등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가장 우려스럽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탓으로 작년 12월 한국 원화가치의 하락 폭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주요 30개국(G30) 중 두 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원재료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겹쳐 휘발윳값도 상승세다. 정치 리스크가 환율을 흔들고, 떨어진 원화가치는 다시 물가를 자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한때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23일 1430원대로 내려서면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조만간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우려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되면 우리 경제는 ‘퍼펙트 스톰’(다발적 악재로 인한 복합 위기)을 맞게 된다. 한국 경제에 '정치 불안'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부과 정책이 시작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화 강국 이미지와 소프트 파워 손상

한국은 K팝, 드라마, 영화 등을 중심으로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군이 동원된 비상계엄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은 한국 문화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호감을 잃게 만들고, K컬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콘텐츠 소비자들이 ‘정치적 불안정 국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면, 한국 문화의 해외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이와 깊이 연결된 K푸드의 성장세도 둔화시킬 우려가 크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은 식품 안전성과 품질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미국, 유럽 등 주요 식품 수출 시장에서는 정치적 안정성을 주요 거래 기준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K팝 스타들이 출연한 한국 음식 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 장면들은 K푸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한국 방문객이 줄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면, 소비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 또 다른 걱정은 표현의 자유 위축이다. 갈수록 양분화 되어가는 국내 정치 환경에서 창작자들과 언론까지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계속되는 자기검열을 강화하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문화산업의 위축은 한국의 글로벌 소프트 파워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 전망도 다소 비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전쟁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안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이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할 미국 수입품 관세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는데, 국내(한국) 불확실성이 외부 압력에 더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에서도 “계엄령 사태는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외국 언론과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비상계엄과 대통령 구속, 탄핵 정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밸류업 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이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기업, 사회 각계각층은 정치적 안정과 민주적 가치를 강화하며, 대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첫 번째 노력이 국민 통합과 조속한 정치적 안정 확보를 통한 안팎의 신뢰 회복이다. 두 번째가 한국의 문화적 소프트 파워를 통한 국제 사회와의 협력과 이미지 업그레이드이다. 세 번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치적 투명성 강화, 국제 관계 안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 나가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